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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팬픽 - 류화영 (9.마지막회)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성훈의 집엔 미묘한 기류가 지속되고 있었다. 화영이 성훈과의 관계를 거부하고 2층으로 올라가버린 그날 하필이면 현우와 화영이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모습을 성훈이 목격했고, 하지만 그날은 워낙 충격을 받았음인지 성훈은 제대로 화도 내지 못하고 그냥 1층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그런 광경을 목격한 이후라 성훈은 아내 화영과 현우의 관계에 대한 의심을 쉬이 떨쳐내지 못한채 떨떠름한 기분의 시간을 계속 보내는 중이었고, 화영은 화영대로 성훈이 자신에게 요구하는것들이 제대로 감당이 안 되어 힘들어하는 중에서도 알게모르게 현우가 그나마 정신적 의지처가 되어 그와는 가깝게 지내는 그런 시간이 지속되고 있었다. 한편 현우는 현우대로 젊은 새엄마 화영과 마치 친 누나,동생처럼 그런대로 가깝고 편한 시간이 되고 있는것 같아 현재의 가정생활에 별다른 불만은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다만 가끔 화영의 좀 저돌적이거나 느닷없는 모습이 현우를 당혹스럽게 할때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현우는 화영을 (새엄마로서) 좋아하고 있었기에 별다른 불만이나 갈등은 없는 그런때였다.

 성훈은 또 일이 많아서인지 귀가가 늦고 있었고 일단 늦을것 같다는 연락이 사전에 오긴 했었다. 사실 지금의 성훈의 마음상태 같아서는 일 때문에 늦는것이든 다른 이유가 있는것이든 그런 것으로 흔쾌히 화영에게 전화를 줄 만큼 개운한 마음상태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하튼 신경쓰지 말아달라는 그 정도의 의미로 전화는 주었던것 같다. 여하튼 귀가가 늦는 남편덕분에 저녁과 밤시간을 그런대로 한가하면서도 오히려 무료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혼자 TV를 켜고 하지만 별로 마음에 들거나 흥미로운 프로가 없어서인지 무의미하게 채널만 여기저기 돌리고 있던 그런때였다. 현우가 화영에게 다가왔다.

 “ 새엄마... ”

 “ 어, 현우야. ”

 부르는 소리에 현우를 바라본 화영. 한편 화영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괜시리 좀 범상찮게 느껴져서일까. 현우는 뭔가 걱정된다는듯한 말투로 말을 건넨다.

 “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 아님 불편하시거나 ? ”

 “ 아...아냐 무슨. 그렇게 보였니 ? ”

 뭐 지금 상황에서 화영이 딱히 그럴일은 없어서인지 현우가 괜한 과민반응을 보이는것 같아 살짝 핀잔이라도 주듯 말하고, 그러다 화영은 문득 다른 할 이야기라도 있는지 현우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아, 참 현우야, 근데. ”

 “ 네, 새엄마. ”

 “ 혹시 요즘도 효영이 이모한테 종종 연락오니 ? ”

 연초에 효영이 느닷없이 화영을 찾아와서는 보였던 다소 야릇한 행동. 그리고 심지어 현우와 연락처까지 주고받더니 몇 번은 그 현우를 화영에게도 알리지 않고 불러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그런 화영이 아닌가. 화영은 화영대로 효영이 그런식으로 현우에게 다가서는것을 불쾌하고 못마땅하게 여겼던 터. 그래서 나름대로 현우에게 주의를 준 일도 있었는데, 갑자기 그 일이 신경이 쓰여지기라도 하는지 그 일을 입에 담은것이다. 현우는 일단 평범한 어조로 답한다.

 “ 아뇨 뭐 요즘은 연락 그리 자주 주시진 않던데요 ? ”

 ‘자주 주지 않는다’면 가끔씩이라도 연락은 온다는 의미인것인지. 사실 현우가 효영의 집에까지 갔다가 밤늦게 온날. 현우는 현우대로 효영과 나누었던 여러 가지 의미심장하면서도 미묘한 이야기들이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효영은 현우를 보내면서 ‘오늘 나눈 대화는 우리만 아는 비밀로 하자’고 까지 말하기도 했고. 현우의 지금 이 대답을 정직한 대답으로 봐야할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딱히 무슨 의심할만한 구석이 없어보이는 대답이기도 해서 화영은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래. ”

 그리고는 물끄러미 현우를 바라보는 화영.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것일까. 아니만 화영의 본래 큰 눈에서 뿜어나오는 어떤 기세나 카리스마 같은것일까. 웬지 모르게 화영의 눈빛에 압도당할것 같은 느낌이라 현우는 살짝 주눅이 들기까지 하는데, 화영이 그러다 현우에게 다시 말을 건넨다.

 “ 현우야... ”

 “ 네, 새엄마. ”

 “ 나 좀 한번만 안아줄래 ? ”

 “ 네 ? 네에...뭐... ”

 조금 갑작스럽게 나온 그와같은 말이긴 하지만 이런식의 스킨쉽은 현우도 이제 익숙해진터라 별다른 망설임없이 현우는 화영을 안아본다. 품에안긴 화영의 표정은 뭔가 지쳐있거나 의지처가 필요하거나 또는 어떤 말못할 고민이라도 있는듯한 그런 젊은 여인의 느낌이기도 하다. 현우는 그런 화영을 한참 말없이 바라보는데 화영이 그러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현우에게도 일어나라는듯 눈짓을 보낸다. 그래서 현우도 일어서고 그러자 화영이 다시금 현우에게 안긴다. 그리고 얼마를 있었을까. 화영이 뭔가 다시 의미심장하게 말을 꺼넨다.

 “ 현우야... ”

 “ 네, 새엄마. ”

 자신의 품에 안긴 화영. 그러고보니 두 사람 키가 대충 엇비슷하다. 1년 조금 넘게함께 살면서 현우와 화영이 서로의 키를 일부러 재보려 한다던가 그럴만한 일은 별로 없었지만 현우는 사실 또래 남학생들에 비해선 작은키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나 체구는 대체로 20대 초반의 여인 화영과 엇비슷해보이는 그런 느낌이다. 바로 그런 현우의 품에 안긴 화영.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 나...너...사랑하는거 알지 ? ”

 사랑 ? 그 두 음절의 단어속에 사실 수천수만수억가지의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다. 단순히 이성간의 사랑을 생각할수도 있지만 가족간의 사랑이라던가 친구간의 사랑 또는 동료나 동지해 또는 사회 구성원간의 의리 때로는 세상과 나라 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사랑하는 그런 의미의 사랑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을 말할때도 그 의미나 색깔은 결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가령 90년대 대학가에서 농담처럼 하던 소리인 ‘친구이상 연인이하’ 같은 의미의 말도 있고, 그렇게 우정이냐 사랑이냐 참 애매모호한 그런 남녀관계도 수두룩하게 많고 남녀 당사자간의 감정의 크기나 의미도 서로에 따라 다른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러니 지금 하필 이 순간 22세의 여인 류화영이 17세의 고등학생 의붓아들 정현우에게 ‘나 너 사랑하는거 알지 ?’라고 물을때는 그 ‘사랑’이란 의미는 한두단어로 짧게 설명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정도로 복잡미묘해지고 의미심장해지고 심지어 이상야릇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대체 지금 이 순간 어떤 고백을 하고 싶은것인지 현우의 품에 꼬옥 안긴 화영은 현우가 지금 당혹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런 그를 그윽한 눈빛으로 잠시 쳐다보기까지 한다. 그러다 순간 어떤 감정의 이끌림이라도 생긴것일까. 자신도 모르게 현우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 이...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 ”

 그런데 갑자기 뇌성벽력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하필이면 공교롭게 바로 그순간 그제서야 퇴근한 정성훈이 이제 막 현관안으로 들어선것이다.





 “ 여...여보... ”

 벽력같은 고함소리에 화영도 현우도 순간 기겁했다. 하지만 화영이 그 경황중에 어떤 변명을 할 사이도 없이 성훈이 이미 그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냅따 뺨따귀를 후려갈겼다.

 “ 이...이 천하의 X 몹쓸 화XX !!! ”

 욕설까지 퍼부은 성훈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분노와 격분을 주체할수 없어 잠시 뭔가를 찾는듯 두리번거리더니 대뜸 현관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집어든것은 다름아닌 야구방망이었다. 성훈이 보통 운동삼아 야구배트를 휘두를때 쓰던 그 야구방망이인데, 보통때는 현관안에 놓아두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집어든채 화영에게로 다시 달려드는것이다.

 “ 이 천하의 때려죽여도 시원찮을...천하의 몹쓸계집 같으니 !!! ”

 “ 아악~~~!!! 여...여보 !!! ”

 화영이 뭐라고 변명을 할 사이도 없이 눈에서 불이 날 지경인 성훈은 야구방망이로 화영을 수도없이 후려갈긴다. 그 바람에 화영은 그 자리에 넘어지고 현우가 일단 그런 아버지를 만류해보려한다.

 “ 아...아빠...왜 이러세요 ? ”

 “ 뭐...뭐라고 ? 아빠 ??? 에라이 쳐죽일 X아 !!! ”

 성훈은 이미 자신을 만류하려는 현우조차도 아들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현우에게도 야구방망이를 이미 몇차례 휘둘러버린 성훈. 그러면서 아들에게도 마구 발길질을 하며 욕을 퍼부어댄다.

 “ 뭐라구 ? 아빠 ??? 내가 니 애비이긴 한거냐 ? 니 X이 최소한 날 애비로 여긴

  다면 어떻게 감히 이런 황망한 짓을 벌여 !!! ”

 현우도 이미 수도없이 야구배트로 때린 현우는 그제야 쓰러졌던 정신을 조금 수습하려 들고있는 화영에게 다가가서 다시 그녀에게 발길질을 하고 야구방망이로 다시 수도없이 때린다. 그리고 한바탕 욕설을 퍼부어대며 따진다.

 “ 바른대로 말해 !!! 처음부터 니 X 짓이었니 ? 니 X이 내 아들을 유혹한거지 ?

  대체 언제부터 그런거야 ? 언제부터 그랬어 ? 어서 이실직고 하지 못해 ? ”

 “ 여보,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 그런거 아니에요 진짜...제발 오해를

  푸세요. ”

 “ 뭐가어째 ? 오해 ? 이 천하의 찢어 X여도 시원찮을 X. 현장을 목격한게 이미

  내가 한두번이 아닌데 지금도 끝까지 시치미를 떼려 들어 !!! 이 천하의 밟아죽

  여도 시원찮을 천하몹쓸 화냥것아 !!! ”

 하긴 그랬다. 이미 현우와 화영의 이상야릇한 장면을 성훈이 목격한것은 앞서도 있지 않은가. 자신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며 2층으로 올라가버린뒤 그곳에서 현우와 이상야릇한 장면을 보이고 있던것을 본것이 불과 며칠전의 일이고 다만 그날은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인지 뭐라고 한마디 따져묻거나 달려들지도 못하고 온 몸의 힘이 쭉 빠져 도로 1층으로 내려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그보다 앞서 얼마전에도 자신과 관계를 가진뒤 몸을 씻기위해 욕실로 간다던 화영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것 같아 의아해서 나와보니 거의 알몸차림으로 역시 부엌에서 현우와 묘한 분위기로 있지 않았던가. 그런 장면들을 조합해보고 거기다 잠자리를 거듭 거부하며 화영이 내뱉었던 묘한 말들과 이유도 성훈으로 하여금 의혹과 오해만을 증폭시키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성훈 입장에서 끝까지 잡아떼는것만 같은 화영의 변명을 도저히 들어줄수 있는 상황이 못 되었다. 화영이 거의 정신을 잃을때가지 야구방망이를 수도없이 휘둘러대며 그녀를 가격했다.

 그리고 얼마후 화영은 집을 나갔다. 무엇보다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남편 성훈이 자신을 그것도 야구방망이로 무지막지하게 폭행하는 모습도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고 경험이라 충격이 컸지만, 그보다도 남편으로부터 너무 얼토당토 않은 오해를 받은것이 서럽고 분하고 억울해 견딜수가 없었다. 도대체 자신을 어떻게, 자신을 어떻게 보고 마치 현우와 그런 이상한 관계인양 오해를 한 것인지. 그것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지고 소름끼쳐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러니 그런 남편과 어찌 하루라도 더 한 집에 있을 생각이 나겠는가. 천애고아로 자라난데가 주위에 마땅히 의탁할만한 친구가 없는 화영임을 생각한다면 집을 나간다고 해서 딱히 머무를만한 곳이 마땅치도 않을테지만 지금 화영의 입장에선 그런 문제보다 그런 오해까지 받은 상황에서 그런 나이많은 남편 성훈과 한 집에서 산다는것이 더 소름끼치고 끔찍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런 상태에서 하루라도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더 유지한다는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화영은 간단히 자신의 옷가지만을 챙겨 집을 나가버린것이다.

 “ 아빠, 왜 그러셨어요 ? ”

 새엄마 화영이 집을 나가버린 것을 뒤늦게 안 현우는 아버지한테 따졌다. 따지고보면 성훈은 지금 화영뿐만 아니라 자기 아들까지도 의심하고 있는 상태 아닌가. 현우 역시 그 점만은 억울하고 분해 따지지 않을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그 와중에 아예 젊은 새엄마 화영이 집을 나가버린것에 아버지한테 따지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무엇보다 젊은 새엄마 화영과는 한참 좋은 관계로 발전하던 그런 단계 아닌가. 현우도 어쨌든 나름 애정결핍에 외롭고 힘들게 살아온 처지임을 감안하면 새엄마 화영과 정말 그런 모자관계나 친한 남매처럼 지내든 어찌 지내든 그렇게 되는게 괜찮고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중이었는데, 너무 얼토당토 않은 오해로 아버지가 새엄마와 자신을 무지막지하게 폭행하고, 그 충격으로 화영이 집까지 나가버렸으니 현우도 더 견디기 힘들 지경이 되어버렸다.

 “ 대체 무슨 오해를 하고 계신거에요 ? 저하고 새엄마에 대해 대체 무슨 오해를

  하신거냐구요 ? ”

 “ 아니, 근데 이 녀석이...어디서 감히 애비한테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어 ? 그리

  고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류화영 그 여자와 니가 이상한 모습으로 있는걸

  내가 이미 목격한게 한두번이 아닌데 그래도 아니라고 시치미를 뗄 참이냐 ? ”

 성훈도 이제 화영을 자신의 아내나 현우의 새엄마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지 화영을 ‘그 여자’라고까지 부르며 현우에게 삿대질을 해댄다. 하지만 현우도 나름대로 분해서인지 결국 참았던 말을 터트리고 만다.

 “ 아빠 미워요 !!! 이게 다 아빠 때문에 이렇게 된거라구요 ? ”

 “ 뭐...뭐라구 ? ”

 “ 제가 그동안 말을 안 해서 그렇지...새엄마가 아빠 때문에 얼마나 힘드셨는지

  아세요 ? ”

 “ 이 녀석이 지금 대체 무슨말을 하는거야 ? ”

 아직 현우의 말하는 의도를 몰라서 그러는지 성훈은 의아함까지 들어 그렇게 묻고있고 현우는 결국 작심한듯 퍼부어댄다.

 “ 새엄마...사실 아빠랑 X스 하는거...너무 아프고 힘드셨대요. 그래서 저보고 하소

  연하신거란 말이에요. 그것도 여태 모르셨어요 ? 새엄마가...아빠가 새엄마한테

  할때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는데...아빤 바보에요 ? 여태 그런것도 모르고 ? ”

 “ 아니 뭐가 어쩌고 저째 ? ”

 이런 문제 아무리봐도 아들이 아버지한테 따질 소리는 아닌것같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문제는 대체 누굴 책망해야하는것일까. 그런 난감한 문제를 다섯 살 차이 나는 고등학생 의붓아들 현우에게 하소연한 20대 초반의 나이어린 화영을 탓해야 하는것인지, 아니면 여지껏 아버지에게 새엄마의 그와같은 고민과 하소연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고 있어온 현우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하는것인지, 아니면 어린 아내를 제대로 다독이거나 다루지도 못한채 제 욕정만 채우려고 한 40대 중반의 재혼남 정성훈을 탓해야 하는것인지. 대체 진짜 잘못한 사람이 누구라고 봐야할지 조차도 혼란스러운 가운데 현우의 따져듬은 계속되었고 그 항의는 결국 성훈을 다시 폭발시키고 말았다.

 “ 아니, 근데 이 녀석이 보자보자하니까. ”

 화가 끝까지 오른 성훈은 야구방망이를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는 현우를 그것으로 세차게 후려갈겼다. 하지만 아파서 그 자리에 주저앉으면서도 현우는 계속해서 성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 순 변태 !!! 색광 !!! ”

 “ 뭐라고 ? ”

 “ 아빤 순 변태고 색광이에요. 그러니 새엄마도 아빠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집을

  나간거지. 다 아빠때문이에요. 아빠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거라구요. ”

 “ 아니 근데 이 녀석이 정말...보자보자하니까...그게 어딜봐서 애비한테 할 소리

  야 ? 애비한테 뭐가 어쩌구 저째 ? 그런 못된말 대체 누가 가르쳐주었니 ? ”

 그리고 성훈은 그날 현우를 반 죽도록 두들겨팼다. 20대 시절 한때의 철없는 사랑으로 불치병을 앓는 동갑내기 대학생 은영과 사랑에 빠졌던 성훈. 그리고 성훈과의 1년여의 결혼생활 끝에 저 세상으로 가버린 가여운 여인 은영. 그 은영이 이 세상에 남겨놓고 간 일점혈육 정현우. 은영과의 약속대로 이 세상 정말 남부럽지 않은 그런 아이로 그리고 세상을 사랑으로 가슴으로 품을줄 아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말겠다며 은영의 유골함 앞에서 맹세했던 그 가여운 엄마잃은 갓난아이였던 현우. 그렇게 성훈에겐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이면서 아픈 손가락이었던 현우를 성훈은 이렇게 반 죽도록 두들겨패고만 것이다.





 화영은 언니 효영의 집에 와 있었다. 사실 화영은 쌍둥이 언니 효영으로 인한 상처도 있는 몸인데, 그래도 막상 무작정 성훈의 집에서마저 나오고보니 정말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되어서였을까. 이런 상황에서 결국 화영이 갈곳은 쌍둥이 언니 효영의 집 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면 처음 화영의 직장에서의 집단 성폭행 사건을 쌍둥이 언니 효영이 고소를 해서 그때의 인연으로 알게된 사람이 정성훈 검사였고, 그 사건이 거의 마무리되어갈 무렵 화영이 다짜고짜 성훈의 집으로 찾아가 살려달라며 그의 집에서 의탁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던것인데 그게 벌써 1년 반쯤전의 일이다. 헌데 그랬던 화영이 실로 1년 반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뒤 직장생활을 하며 함께 2년간을 같이 살았던 그 언니의 집으로 돌아온 셈이다.

 화영은 언니의 집으로 돌아와서는 한동안 울기만 했다. 무엇보다 너무나 터무니 없는 오히려 남편으로부터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맞은것이 너무 분하고 억울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남편에게 어떤 항변이나 해명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한채, 무엇보다 남편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 그리고 분노의 감정까지 겹쳐져 이제 지금까진 나이많은 아저씨 같고 아버지처럼 따뜻한 느낌마저 들었던 정성훈이란 사람이 무섭고 소름끼치기까지 해 도대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속상한 마음에 화영은 집으로 돌아와서는 한동안 서럽게 울기만 하고 있었던것이다.

 “ 화영아, 왜 그래 ?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 ”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효영의 입장에선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돌아와버린 쌍둥이 동생인지라 그 자체만으로도 적잖이 놀랐는데 그런 동생이 돌아와서는 한 며칠을 아무런 말없이 서럽게 울기만 하자 더더욱 의아하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화영은 언니 효영의 물음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 무슨일이 있었던건데 ? 너희 신랑이랑 싸웠던거야 ?

  아니면 검사님이 너 때리시기라도 했어 ? ”

 어쨌든 동생과 결혼한 사람이니 굳이 따지자면 ‘제부’가 되는 것이겠지만 근본적으로 성훈은 효영이나 화영보다 스무살이나 많은 사람이고 무엇보다 처음 두 사람과 성훈의 인연이 효영이 화영의 일을 고소하면서 그때 이미 검사경력 10년이 넘는 40대의 ‘아저씨’ 검사였던지라 그런 성훈에 대한 효영의 호칭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애초부터 화영이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성훈에게 가서 같이 살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뒤로 연초에 느닷없이 효영이 화영의 집을 방문했을때를 제외하면 효영은 그 이후로 성훈을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니 효영의 입장에선 지난 1년반동안은 별도로 따로 만나본적도 없고 여전히 기억에는 화영의 사건을 담당해준 고마웠던 검사 아저씨고 어른이기 때문에 ‘너희 신랑’이나 ‘제부’ 같은 호칭보다는 ‘검사님’이 더 익숙해있었다. 하지만 호칭이야 무엇이 되었든간에 대체 어떻게 된것인지를 묻는 언니의 물음에 동생이 도무지 말이 없자 효영도 답답하고 미칠 지경이 되어있었다.

 “ 나...이혼할거야 !!! ”

 “ 뭐라구 ? ”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때 화영이 대뜸 그와같이 내뱉었다. 그러자 효영도 기가막혔다. 아무리 생각없고 철없는 동생이라도 이건 너무 함부로 내뱉는것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 지경이다. 어쨌든 쌍둥이 언니인 자신에게도 아무런 말없이 스무살이나 많은 애딸린 사별남 검사와 그렇게 살림을 차린것만도 무모한 짓이었는데 그리고나서 한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는 갑자기 이렇게 이혼하겠다는 소리가 나오니 효영 입장에서도 기가막혔다. 일단 동생을 타이르기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효영이 말을 건넸다.

 “ 화영아, 너 정신차려. 너 도대체...그 어린나이에...지금 무슨말을 하고 있는건지

  알아 ? 솔직히 스물한살 어린나이에 스무살이나 많은 돌싱 검사랑 결혼한것 자

  체도 기가막힌 일인데, 그리고 얼마나 지났다고 뭐 ? 이혼 ??? ”

 무엇보다 동생 화영이 너무 철없고 생각없이 행동하는게 아닌가 싶은 지경이라 효영은 걱정부터 앞서고 있다. 적어도 이럴때만큼은 효영도 진심으로 동생을 걱정하는 언니의 몸으로 돌아와있다.

 “ 이혼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하는거야. 그러니 언니는 내 일에 간섭하

  지 말아줘. 솔직히 나 아저씨 고소라도 해버리고 싶은 심정이니까. ”

 “ 아니, 도대체 왜 ? 화영이 너 대체 왜 이러는건데 ? ”

 정성훈 검사랑 1년반을 그렇게 살았던 화영이기도 하지만 처음 성훈이 화영의 성폭행 사건을 맡았었을때부터 그런 과정을 거쳐가며 뭔가 두 사람 사이가 심상찮아져 가는것을 직감한적도 있던 효영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하튼 그때는 설마 두 사람이 그런 관계로까지 발전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그 화영이 물불 안가리고 어느날 갑자기 집을 뛰쳐나가 성훈과의 동거를 시작했던것이고, 헌데 이제와선 그렇게 뜨겁게 앞뒤 안 가리고 시작한 성훈과의 관계를 이제 한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혼에 고소에 별의별 말이 나오니 효영도 기가막힐 뿐이다. 어찌보면 참 철없는 동생의 앞뒤 안 가리는 행동인것 같아 어떻게든 좋은말로 타일러보려고 하지만 화영의 굳은 결심을 돌리지는 못할것만 같았다.

 “ 언니...또 왜 이래 ? ”

 하지만 그렇게 함께 다시 지내기 시작한 두 사람. 밤이 되자 화영이 다시금 못살겠다는듯 불만스런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효영이 뭔가 능글맞은 말투로 화영을 부르며 그녀에게 파고든다.

 “ 기집애도 참...언니가 뭐 어쨌다구 ? 그러지말고 이리와. 언니가 잘 해줄게. ”

 “ 언니 미쳤어 !!! ”

 자신의 유방이며 은밀한 부분을 자꾸 손으로 더듬으려는 언니 효영을 화영은 힘껏 밀쳐내며 밖으로 나온다. 그래봤자 여기가 정성훈의 집처럼 넓은 2층집도 아니고 그래봤자 두 사람이 함께 잘수있는 작은 방과 부엌겸 거실로 쓸수있는 다섯평이 채 안 되는 공간이 전부이긴 하지만 어쨌든 방에서 그쪽으로 나온 화영. 효영이 걱정되는듯 말한다.

 “ 화영아, 왜 그래 또 ? ”

 “ 저리가 !!! 나 언니가 자꾸 그러는거 싫대두 그러네. ”

 “ 그렇다고 또 여기서 자려구 ? 너 그러다 감기걸린다 ? ”

 “ 지금이 벌써 4월인데 무슨 감기가 걸린다고 그래 ?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구...

  언니...나 언니한테도 그리고 분명히 경고하는데, 언니도 나한테 자꾸 이딴짓 하

  면 나 언니도 신고해 버릴거야 !!! ”

 한 1년반만에 함께 지내게 된 동생은 그 사이 많이 컸다고 봐야하는 것일까. 이와같은 태도는 확실히 이전에 없던 행동이기도 하다. 사실 이전에 화영은 효영의 그런 행동이 싫고 다소 징그럽기도 하면서도 어쩔수없이 당하는 그런 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다 견딜수 없어 집을 뛰쳐나와서 정성훈 검사를 찾아가서는 무작정 같이 살게 해달라고 했던 화영이 아닌가. 하지만 이제 그 정성훈의 집에서마저 나온 몸. 이런식으로라도 자신을 지키는수밖에 없다는 결심이라도 한 것일까. 효영의 그와같은 행동에 대해서만큼은 언제부터인가 제법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는 화영의 모습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화영이나 효영이나 어쨌든 이렇게 함께 살려면 다시 직장을 구하든 무엇을 하든 돈을 벌어야 할것이다. 효영은 사실 그간 간간이 재택근무 비슷한 프리랜서 일을 좀 하기도 했는데, 최근엔 그마저 여의치 않았는지 그만둔 상태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하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허탕만 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어둑어둑해진 저녁길을 걸으며 어느덧 집 앞까지 당도해가고 있는데 집 앞에 웬 어두운 그림자가 하나 서 있는것이 보였다. 의아하기도 하고 좀 겁이 나기도 한 화영과 효영은 긴장된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가보는데, 헌데 막상 의문의 그림자를 가까이서 본 두 사람은 너무 놀라고 만다.

 “ 혀...현우야 !!! ”

 “ 너 현우 아니니 ? ”

 집 앞에 와 있는 사람든 다름아닌 정성훈 검사의 아들 정현우. 일전에 효영과 단둘이 만나곤 할때 그녀의 집을 한번 방문한일 있어 위치를 알고 있는 현우이기도 한다. 헌데 그 현우가 작은 짐 보따리를 하나 싸들고 두 사람의 집 앞에 와 있는것이다. 현우는 화영과 효영 자매를 보자 제법 반갑기라도 한지 밝게 웃어보이며 인사를 건넨다.

 “ 누나들 안녕하세요. 그동안 정말 뵙고 싶었어요. ”

 화영과 효영 자매를 ‘누나’라고 부르는 현우.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자초지종이라도 들어야겠기에 일단 그를 집안으로 들인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저녁도 차려주고 그러면서 두 자매는 번갈아가며 어찌된 영문인지를 현우에게 묻는다. 현우는 뭔가 작심한듯 대답한다.

 “ 아빠한테 두들겨 맞고 집 나온거에요. 저 이제 아빠랑 살기 싫어요 !!! ”

 “ 아빠랑 살기 싫다구 ? 아니, 그러면 이제 대체 어떻게 할 참인데 ? ”

 두 자매에게서 거의 동시에 나온 물음에 현우는 마치 어떤 갈망이라도 담아 또는 애원과 희열이 묘하게 겹치는듯한 표정과 말투로 화영과 효영 자매에게 말한다.

 “ 누나, 저 여기서 오늘부터 살게 해주세요. ”

 “ 뭐...뭐라구 ??? ”

 “ 화영이 누나랑 효영이 누나...누나들이랑 저 오늘부터 같이 살고 싶어요. 그러니

  저 오늘부터 이 집에 살게 해주세요. ”

 황당한 마음에 화영과 효영 자매는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고 현우는 자신을 이 집에서 같이 살게 해달라며 두 자매를 거듭 조르고 있다. 다섯평도 채 안 되는 작은 집에 그야말로 이상야릇하기 그지없는 분위기가 감도는 순간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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