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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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팬픽 - 류화영 (7)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 현우야... ”

 “ 네...네 누나... ”

 효영을 이모라고 부르기는 쉽지 않아도 그래도 마냥 ‘예...? 네...?’ 이런식으로 부르기도 좀 미안해졌음인지 약간 얼떨결에 그녀를 ‘누나’라고 불러본 현우. 효영은 일단 크게 신경은 쓰지 않은채 맥주 한잔을 더 음미한뒤 현우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나한테 솔직하게 한번 말해줄래 ? ”

 “ 네 ? 뭐를요... ? ”

 “ 너...처음에...새엄마 솔직히 인정할수 있었니 ? ”

 “ 새엄마...요 ? ”

 “ 그래...바로 내 쌍둥이 동생 화영이 새엄마말야. 어쨌든 너랑 나이차이도 얼마

  나지않고 그러니...솔직히 인정하기 쉽지 않았을거 아냐. ”

 설마 그런 현우의 속마음이라도 넌지시 떠보거나 캐내보고 싶어서 지금껏 자신을 이런식으로 유혹(?)해 왔던것인가. 그런 의심도 들 지경이긴 한데, 현우는 일단 덤덤한 목소리로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한다.

 “ 사실 처음엔...아빠가 웬 젊은 누나를 데려오셔선 이제부터 이 누나랑 한 집에

  서 살아야한다. 편하게 잘해드리렴 그럴때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좀 그랬어요. ”

 “ 그랬는데 ? ”

 한쪽다리를 위로 올려놓고 거기 손을 걸쳐놓은채 현우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는 효영. 웬지 모를 강렬해보이는 눈빛에 현우는 쪼이는 느낌마저 들 지경이다. 현우의 말은 일단 계속된다.

 “ 그런데...어쨌든 새엄마도 진심으로 저한테 잘해주려 하시는것 같고...저도 뭐...

  비록 나이차이는 얼마 안나지만 그냥 친한 누나,동생이라던가 이런 사이처럼 새

  엄마랑 잘 지내는것도 괜찮을것 같다...그런 생각에...차츰 그냥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

 “ 그랬어 ? ”

 다행이라는 생각이라도 드는것일까. 다시금 미소를 야릇이 지어보인 효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팔을 뻗어 다시금 현우의 손을 살짝 잡아보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이런식의 스킨십을 즐기는 성격의 효영인 것인지. 어쨌든 그녀도 고아로 자라나 나름 외롭고 애정결핍도 다소 있는 성격임을 감안한다면 이런식으로 자신의 정에 굶주린 마음을 대신 표현하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현우 입장에선 새엄마의 언니이기도 한 그런 효영의 적극적 스킨십은 다소 당혹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현우를 바라보며 효영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그래도 현우는 착한가보구나. ”

 “ 아...아니에요 뭐. ”

 조금 갑작스러운 칭찬의 말에 현우가 쑥스러운듯 머리를 한번 긁적이기도 하고 그런 현우를 바라보며 효영의 말은 계속된다.

 “ 사실 나였다면 그런 상황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을것 같아. 어쨌든 나나 너네

  새엄마는 부모없이 어릴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란 그런 몸이긴 하지만... ”

 “ ...... ”

 “ 만약 그런식으로 엄마는 없이 아버지하고만 살아온 그런 상황에서 난데없이

  아버지가 젊은여자랑 재혼하신다...이 분을 너희 새엄마로 모셔야 한다...그렇게

  말씀하셨다면... ”

 비록 고아로 자라온 몸이지만 되려 그래서 아버지가 있는 경우든 어머니가 있는 경우든 그런 가정의 모습은 혼자 여러 가지로 상상이라도 해봤던것일까. 효영은 그녀 나름대로의 어떤 착잡한 감정을 담아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 나라면 그런 상황 쉬이 받아들이진 못했을것 같아. 그런데 현우는 그래도 화영

  이 새엄마 잘 받아들였다니...생각보다 착한가보네. ”

 “ 아...아뇨 뭐 전 그냥... ”

 단지 착하기 때문에 새엄마를 순순히 받아들였다기 보단 어찌보면 현우 성격이 그만큼 어른들에게 반항하지도 못하고 내성적이거나 소심한 면이 있어서 그랬을수도 있을것이다. 화영이나 또는 지금 현우앞에 있는 효영은 발견하진 못했지만 현우는 어쨌든 태어나자마자부터 엄마가 부재한 상태에서 지금껏 살아왔고 그래서 거친 남다른 성장기 때문에 약간의 그늘도 있고 애정결핍 증상도 어느정도 있는 그런 성격이다. 그렇기때문에라도 입에발린 칭찬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조금 알기 힘든 효영의 ‘착하다’는 칭찬에 괜한 무안함까지 들어 그와같이 나온다. 맥주는 이제 별로 더 마시고 싶지 않은지 효영은 사온 맥주캔들을 저쪽으로 좀 치우고 그리고 현우에게 문득 어떤 제안을 한다.

 “ 현우야. ”

 “ 네, 네...누나... ”

 어쨌든 이런식으로 효영에게 이모라고까진 못해도 ‘누나’ 정도의 호칭은 자연스레 붙어가는것 같다. 그런 현우를 귀엽다는듯 다시한번 쓰다듬어본 효영의 말이 이어진다.

 “ 우리 잠깐 나갈까. 현우에게 보여줄게 있어. ”

 갑자기 난데없이 이런 달동네 마을에서 뭘 보여줄게 있다는것인지. 사실 날이 아직 추울때라 밖에 있는것보다는 실내에 있는것이 편하긴 하다. 그래서 현우가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효영은 그런 현우를 거듭 재촉하고 하는수없이 외투를 다시 챙겨입은채 현우는 효영을 따라나선다. 효영이 현우를 데리고간곳은 달동네의 제법 높은지대다. 다만 울타리가 쳐져있어 그런대로 안전하긴 하고 다소 넓고 평평한 그런 공간도 있다. 날이 조금씩 저무는 늦은 오후이긴 하지만 아직 어두워지진 않은때. 하지만 아직 그렇게 어둡지 않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잠시 토해낸 효영. 그리고는 다시금 현우에게 말을 건넨다.

 “ 현우야, 나 있지말야 사실은... ”

 “ ??? ”

 “ 나 어쩌면 니네 새엄마랑 쌍둥이 자매 아닐지도 몰라. ”

 “ 네 ??? ”

 갑자기 이건 또 무슨소린가싶어 황당해하는 현우. 여하튼 화영의 말로도 효영의 말로도 두 사람은 어릴때 그렇게 함께 고아원에 맡겨져 지금껏 자라왔다지 않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사연으로 고아원에 맡겨진 사이라서인지 누구보다 남다르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그렇게 살아왔다는 두 사람인데 그런데 이제와서 ‘쌍둥이 자매가 아닐지도 모른다’니. 대체 이게 무슨말인지 현우는 효영이 말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해 효영을 바라보고 있는데 효영은 다시금 예하 그 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말을 이어간다.

 “ 사실 어릴때부터 그런 생각을 종종 해보긴 했어. 어쨌든 고아원 원장선생님이

  나 다른 보모 선생님들 말씀으론 나랑 효영이 그렇게 나란히 고아원에 갓난아기

  때 맡겨진것이라곤 하지만...사실 쌍둥이 자매라고 누가 증언해준 사람이 있는것

  도 아니고...다만 쪽지엔 그렇게 쓰여있긴 했대. 이 두 아이 쌍둥이라구... ”

 “ ...... ”

 “ 하지만 나나 화영이 솔직히 우릴 낳아주신 부모님이 진짜 누굴지는 모르기는

  마찬가지고...무엇보다 화영이나 나나 자라면서 보니까 성격이 좀 많이 다른것

  같더라. 어쨌든 화영이 걘 좀 말수도 적고...공부는 나처럼 못하긴 했지만...나름

  모범생으로 살려는 선비기질이 좀 있더라. 그런반면 난 좀 날라리인데다가 성격

  도 좀 못돼쳐먹었고말야. ”

 ‘못 돼 쳐먹었다’면서 스스로를 비하하는듯한 표현까지 입에담은 효영. 하긴 효영의 그런 스스로에 대한 고백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현우도 효영을 지금까지 몇 번 만나보면서 성격이나 생활태도 같은것이 화영과는 많이 다른 그런 사람이로구나 하는점을 느낄수가 있었다. 당장 효영은 스스럼없이 맥주건 소주건 술도 꿀꺽꿀꺽 잘 마시는 그런 스타일인 반면 화영은 1년간 한집에 같이 살면서도 술을 입에 대는것을 본 경험이 전혀 없을정도로. 그건 어쩌면 나이많은 남편에 다섯 살 차이밖에 나지않은 의붓아들과 한집에 살면서 자유분방하게 생활하긴 좀 어렵고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서 그랬던 것으로 판단할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대체로 보면 화영은 조용하고 차분한 그리고 모범생 같은 스타일마저도 살짝 엿보이는 반면 효영은 대체로 자유분방하고 그녀 말마따나 날라리기질도 좀 있는 그런 성격인것만은 분명해보였다. 여하튼 아까 집안에서 볼때 모습으론 맥주캔 작은것 두 개 정도를 비운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런 효영은 그래서인지 술은 그리 취하지 않은듯한 모습으로 다만 횡설수설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읊어나가고 있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하지만 또...다시 생각해보니까 아닌것 같기도 하더라. ”

 “ 네 ? ”

 조금전엔 성격이 너무 차이가 나서 어쩌면 쌍둥이 자매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해봤다고 하더니 이번엔 또 뭐가 아닌것 같다는것인지. 듣자하니 사람을 좀 놀리는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현우는 짜증도 살짝 날 지경인데. 효영은 다시금 팔을뻗어 현우를 자신에게 바짝 밀착시킨뒤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하지만 성격은 다를지언정 외양은 똑 닮은게 너네 새엄마 화영이와 나이기도

  해. 성격은 다르지만 생긴건 짜증날정도로 비슷한...그게 니네 새엄마 화영이랑

  나 류효영이란 자매의 모습이란다. ”

 하긴 듣고보니 그것도 맞는말이었다. 사실 현우도 효영을 처음 봤을때는 두 사람 헤어스타일이 다른 탓인지 쌍둥이라더니 별로 닮지도 않았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효영을 이렇게 몇 번 만나보면서 외양을 살펴보니 제법 큰 눈과 약간 갸름하면서도 통통하게 다소 살이오른 외양등 자세히보니 대체로 흡사한 외모였다. 오히려 머리스타일이 달라서 그것으로 화영과 효영의 구분이 가능할정도. 만약 두 사람이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녔다면 오히려 일반인이 봤을땐 자매 구분이 쉽지 않았을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인 두 사람의 똑닮은 외모이기도 하다. 효영은 나름 다시 회한섞인 한숨을 내뱉은뒤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사실 그래서 난 더더욱 궁금하기도 해. 나랑 화영이를 낳아주신 부모님은 과연

  어떤분일지... ”

 어쨌든 어릴때 고아원에 맡겨져 함께 자란 사이라는 두 자매. 무엇보다 갓난아기 시절에 무작정 맡겨진 상태라 두 사람의 친부모를 알만한 단서는 거의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인 두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효영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이 과연 어떤 분일까 또는 왜 자신들을 고아원에 내다버린것일까. 그에대한 그리움과 궁금함을 함께 가진채 20년 조금 넘는 시간을 살아왔던것일까. 생각해보면 화영의 경우엔 그런말을 지금껏 한 적이 별로 없는데 효영은 아직 그렇게 친한사이라고 할수도 없는 현우 앞에서 그런 자신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중이기도 하다. 그녀의 말은 계속된다.

 “ 현우야... ”

 “ 네. ”

 어찌보면 다소 4차원스러운 효영이란 여자의 이런 태도를 지금 현우는 어찌 받아들이고 있을까. 어쨌든 새엄마 화영의 언니이니 ‘이모’라고 부르기라도 해야하는것인가.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호칭정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태인 현우. 하지만 적어도 효영이란 여자에 대한 친밀감이나 친숙함은 그런대로 생긴것인지 대체로 차분해진 목소리로 그녀의 부름에 답하고 있다.

 “ 너 저 하늘을 바라볼래 ? ”

 난데없이 하늘은 왜 또 바라보라는것인지. 다만 아직 그렇게 어두워지거나 할 시간은 아니라서인지 별이 보이거나 하진 않다. 다만 하늘빛이 차츰 짙은 푸른색으로 바뀌고 있는것이 이제 서서히 해가지고 있구나 하는것을 느낄만한 그런 시간대이기도 하다. 겨울이니 아직 해가 짧을때이기도 하고. 효영은 한숨섞인 말투로 말을 이어간다.

 “ 저 우주는...또 저 우주의 많은 별들은 어떻게 생긴것일까 ? ”

 “ 네 ??? ”

 여기서 한두마디 말로 짧게 논하기도 힘든 우주의 섭리라도 이야기 나누자는것인지. 현우는 이 4차원 여인 효영의 태도가 참 알면 알수록 이상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론 묘한 흥미마저 생길 지경인데 현우를 안은채로 효영의 말은 계속되고 있다.

 “ 나 사실은 어릴때부터 별보는게 취미였었어. ”

 “ 별...보는게요 ? ”

 “ 그래, 나랑 화영이가 자란 고아원은 그래도 지방이라서 그런지 밤에 밤하늘의

  별이 제법 보이더라.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이렇게 서울로 올라와 살고보니 밤에

  별보는게 쉽지 않더구나. ”

 “ ...... ”

 “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 저 별 하나하나가 생성되는 원리는...또 우주가 생

  성되는 원리는 어떤것일까하고. ”

 아직 고등학생인 현우가 심지어 평생을 살아도 다 이해하기 힘든 그 복잡한 우주의 섭리를 어찌 다 알수 있을까. 무엇보다 아직도 여전히 애매모호한 횡설수설 장광설을 늘어놓고 있는 효영이 이해가 갈것 같기도 이해가 안 갈것 같기도 한 묘한 심리상태로 현우는 일단 효영의 말을 묵묵히 계속 듣고있다.

 “ 사실 한 중,고등학교때부터 가끔 인터넷에서 우주나 천문학 같은것에 대한 자료

  를 이따금 찾아보기도 하고 그랬었어. 천문학에 대한 매니아 비슷하게 되었다고

  나 할까. 그냥 가끔 궁금해지더라. 생명이 탄생되는 원리...우주가 생성되는 원리

  ...별이 만들어지는 원리...그리고... ”

 “ ...... ”

 “ 어쩌면 그 모든게 비슷한 이치는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막연히 해봤단다. 우주도

  별도 생명도 태어나는 원리나 섭리는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

 현우는 별다른 말이 없다. 우주나 천문학 같은것은 현우에게 평상시 관심분야가 아니라서인지 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학자나 전문가도 아닌 일개 20대 초반의 우주 매니아에 불과한 류효영의 이야기가 뭐 꼭 그렇게 딱딱하거나 지루하게 들리진 않을것이다. 다만 아까는 자신이 화영과 쌍둥이일지도 아닐지도 모른다느니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어떤분일지 그래서 더더욱 궁금했다느니 그런 이야길 입에 담더니 지금와서는 또 우주가 어쩌구 생명탄생의 원리가 어쩌구 이런말까지 입에담는 효영을 보니 현우도 살짝 혼란스러워질 지경이다. 일단 아직은 자신을 바짝 당겨 품에 안은 상태인 현우 옆에서 그녀의 말을 좀 더 듣고있는중이다.

 “ 그래서 난 가끔... ”

 “ ...... ”

 “ 나도 이 다음에 한번 대단한 우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했단다. ”

 “ 예 ? ”

 이건 또 무슨소린가. 고아로 자라오면서 자신의 부모님이 누구고 왜 자신과 화영을 버린것인지가 정말 궁금했다는 효영. 그리고 우주라던가 생명,별의 탄생의 섭리 같은게 궁금해서 우주 매니아가 되기도 했다는 그런 효영이 이번엔 난데없이 ‘대단한 우주’를 만들고 싶다니. - 설마 현우보고 아이라도 낳게 해달라는 그런 의미는 아닐테고. -.- - 대체 효영의 이런 의도를 알 수 없어 현우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한 가운데 효영은 횡설수설은 그쯤에서 멈추고 현우의 볼과 이마에 입을 맞춰본다. 순간 당황한 현우의 가슴이 두근거려온다.

 밤늦은 시간까지 너무 현우를 붙잡고 있을수는 없는 일이라 효영은 이쯤에서 현우를 돌려보내기로 한다. 무엇보다 화영에겐 이야기하지 않고 이런식으로 효영은 현우를 만나온것이니 자칫 집에 혼자있는 화영이 걱정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되는듯하다. 현우와 ‘친구’가 되고싶다고 말해온 효영. 그러면서도 화영에게 걱정은 끼치고 싶지않은 그런대로 개념은 좀 있는 여자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여기서 현우가 사는 동네까진 거리도 꽤 되니 너무 늦는것은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좋지않다. 효영은 나름 친절하게 교통편까지 현우에게 일러주고 그를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해준다.

 “ 아, 참 그런데 현우야. ”

 “ 네...이모... ”

 얼떨결에 그녀를 ‘이모’라 부른 현우. 순간 스스로도 놀랐다. ‘이모’란 말에 효영도 순간 당황했는지 묘한 표현으로 그런 현우를 바라본다. 그러다 말을 건넨다.

 “ 아니 저...현우야. ”

 “ 네, 이모. ”

 거듭 자신을 이모라 부르는 현우의 모습에 효영의 눈빛이 묘하게 흔들리기도 하고 살짝 뭔가 고민하는듯한 모습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내 곧 손을 내젓고는 태연자약한 음성으로 말을 건넨다.

 “ 아...아니다 현우야. 내가 잠깐 괜한 생각을 했었어. 그리고 현우야. ”

 “ 네. ”

 혹시 ‘이모’라 불리는게 싫은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 현우가 일단 그 호칭을 접긴 하는데 효영이 그런 현우를 바라보며 말을 계속 이어간다.

 “ 오늘 나랑 한 이야기랑 있었던일은 당분간 새엄마한테 비밀로 하기로 하자. 그

  러는게 좋을것 같다. ”

 왜 비밀로 하자는것인지 그 연유는 모르겠지만 효영이 워낙 오늘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한것 같다는 생각에 현우도 일단 비밀로 하자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기로 한다. 어느덧 현우가 타야할 버스가 도착하자 효영은 현우를 한번 다시금 품에 꼭 안아보고 그를 배웅해준다.





 “ 현우야... ”

 방학때도 웬만하면 외출을 하는일이 거의 없었고 또 혹 있더라도 그렇게 늦는일은 거의 없었던 현우였는데, 그런 현우가 전화한번 주지않은채 이렇게까지 늦은것에 화영은 적잖이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그나마 현우의 아버지 성훈이 오늘도 일이 바쁜지 귀가가 늦어 현우가 외출을 했다 밤늦게 귀가한것을 아직 모르고 있다는것을 다행이라고 해야하는걸까. 현우는 일단 아까 외출시 댔던 핑계처럼 ‘친구를 만나고 오는 길이다’고 둘러대긴 했지만 화영도 그런대로 눈치가 있어서인지 적당히 얼렁뚱땅 넘어갈일이 아니라는듯 현우를 막아세운다.

 “ 저 피곤한데... ”

 “ 잠깐만 앉아봐. 잠시면 돼.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 그러니... ”

 “ 새...새엄마... ”

 화영이 과연 눈치를 챈 것인지. 아까 효영과 작별을 할때 그녀가 ‘오늘 나눈 이야긴 비밀로 하자’고 한 말도 있고 아무리 화영과 효영이 소원한 사이기로 그동안 있었던 일련의 일들을 생각한다면 화영의 의심이 그런쪽으로 자연스레 갈수밖에 없을것이다. 일단 ‘친구를 만났다’는 말이 정직한 대답은 아닐것이라 생각하는지 화영은 제법 집요하게 현우를 추궁해댄다.

 “ 그러지말고 솔직하게 말해줄래 ? 도대체 친구 누굴 만났다는거야 ? 그리고 아

  무리 친구라도 고등학생 신분으로 이렇게 밤늦게까지 돌아다닌다면 그렇게 썩

  좋은 친구는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

 이렇게 나오니 화영은 진짜 현우를 준엄하게 타이르는 엄마나 누나같은 느낌마저 든다. 큰 눈에서 나오는 예리한 눈빛에서 어떤 카리스마라도 느껴지는지 결국 현우는 처음엔 한 두어번 적당히 둘러대는듯 하다 결국 사실대로 자백하고 만다.

 “ 그래 ? ”

 바로 다름아닌 화영의 쌍둥이 언니인 효영을 오늘이 처음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몇 번 만났었다는 자백을 하고만 현우. 하긴 화영도 이전에 효영이 찾아왔을때 현우한테 뭔가 미묘한 수작을 부리는것 같아 보이기도 했고, 화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전화번호까지 주고받은것을 보며 뭔가 심상찮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와같은 자백을 한 현우를 보니 그냥 넘어가선 안 되겠다는듯 진지하게 말을 이어간다.

 “ 현우야, 잠깐 내 말 좀 들어볼래 ? ”

 화영의 묘한 카리스마에 이미 주눅이 들어버린 현우는 안절부절 어쩔줄을 모르고 있고 현우에게 가까이 와서 두 손을 꽉 잡은 화영에게선 효영에게서 느끼지 못한 또 다른 어떤 감촉 같은것이 느껴질지경이다. 효영의 손길이 어떤 이성의 손길처럼 느껴졌다면 화영은 진짜 아랫사람을 타이르기위해 이러는 어른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동갑내기에 게다가 쌍둥이라고는 하지만 화영과 효영의 느낌은 뭔가 이렇게 확연히 차이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현우는 일단 잠자코 화영의 말을 듣는다.

 “ 물론 효영이 이모는...내게 쌍둥이 언니이기도 하고...니가 정말 진심으로 날

  새엄마로 받아들인다면 효영언니는 네게도 이모가 되는거야. 내 말 무슨말인지

  알겠지 ? ”

 효영 앞에서조차 호칭을 ‘누나’라 해야할지 ‘이모’라 해야할지 무척이나 헷갈리던 현우였는데 화영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문득 현실이 자각되는듯 어떤 현기증을 살짝 느끼기까지 한다. ‘애고...내가 지금껏 대체 무슨짓을 하고 다녔던건가’ 하는 후회감 같은 느낌이랄까. 화영은 현우를 타이르듯 말을 계속 이어간다.

 “ 그리고 효영이 이모는 아무리 내 언니지만...난 가급적 현우 니가... ”

 결과적으로 자기 언니를 흉보는 이야기가 될것 같아서인지 화영도 살짝 효영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들기는 한다. 하지만 적어도 효영과 현우가 이상야릇한 관계가 되는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사뭇 절실한 마음을 담아 현우에게 말을 전한다.

 “ 어쨌든 효영이 이모와는 함부로 그렇게 만나거나 하진 않았으면 좋겠구나. 나도

  효영이 이모 만나서 조만간 신신당부를 할 생각이야. 내 말 무슨말인지 알아 듣

  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 자...잘못했어요...새엄마... ”

 풀죽은 목소리로 화영을 ‘새엄마’라고 부르는 현우. 현우로부터 그런 호칭을 들을때면 화영도 자신도 모르게 살짝 감동이 되는것일까. 그만 뭉클해진 마음으로 현우를 안아보며 달래기까지 한다. 헌데 현우는 현우대로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고보니 궁금한것이라도 있는지 화영에게 질문을 던진다.

 “ 근데 새엄마... ”

 “ 왜, 현우야 ? ”

 “ 원래...효영이 이모와는 사이가 안 좋았었어요 ? 그래도 쭉 같이 살았다면서... ”

 아까 효영과 나누었던 대화에서도 느껴지는게 있긴 있었고, 지금 화영의 태도로 봐도 두 사람의 사이는 함께 살거나 지낼때도 분명 범상한 관계는 아니었던게 분명한듯하다. 심지어 효영의 입에선 ‘화영이와 나 쌍둥이 자매가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해봤다’는 말까지 나온것을 봐도 그렇지. 한편 화영은 화영대로 현우에게서 이와같은 말까지 나오자 뭔가 짚히는것이라도 있는지 아니면 신경이 쓰이기라도 한것인지 현우에게 궁금한것을 묻는다.

 “ 왜 ? 효영이모가 나에대해 흉보니 ? ”

 “ 아뇨...뭐 꼭 흉을 보았다기 보담도... ”

 “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봐. 효영이 이모가 나에대해 뭐라고 했어 ? ”

 일이 이쯤 되니 화영 입장에서도 ‘효영이 이 잡것이 대체 나에대해 무슨말을 한거야 ?’ 그런 신경쓰임이라도 생기는지 거듭 궁금한것을 참을수 없어 현우에게 묻고 현우는 효영과 두 사람 사이 나눈 대화는 비밀로 하자고 한 것도 그새 잊은듯 결국 실토하고 만다.

 “ 이모가 그렇게 묻더라구요. 새엄마가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 흉보지 않더냐구.

  혹시 자신을 ‘변태’라고 흉보지 않더냐구요. ”

 “ 뭐 ? 변태 ? ”

 현우의 말에 화영은 순간 기가막혀한다. 어차피 그 ‘변태’임을 지칭한 대상이 화영도 아니고 그런말을 현우가 한것도 아닌데 현우는 새엄마 화영에게 순간 미안해지기까지 하고 화영은 현우에게서 다시금 효영이 한 그말을 재차 확인해보고는 어이없다는듯 실소를 터트린다.

 “ 칫~! 알긴아네... ”

 “ 네 ? ”

 “ 아냐 그냥...혼자 해본소리야. 내가 그런 흉이나 보지 않을까 그런 걱정까지 한

  걸보면...그래도 알긴 아나보다 그 생각을 한것뿐이야. ”

 “ 저어...새엄마... ”

 근데 확실히 화영과 효영의 사이는 함께 살 때 뭔가 심상찮은 뭔가가 있었던것이 분명해보이고. 그러고보니 화영이 쌍둥이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다짜고차 정성훈 검사를 찾아와 ‘갈곳이 없다’며 여기서 지내게 해달라고 울며불며 매달렸던것을 생각해봐도 그렇지. 현우도 현우대로 화영이 진심으로 걱정되어 말을 건넨다.

 “ 효영이 이모랑 살때는 그럼...많이 힘드셨던거에요 ? ”

 “ 글세... ”

 이런 이야기를 아직 고등학생이고 의붓아들이기도 한 현우에게 어떻게 하는게 바람직할지.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화영도 판단이 제대로 서진 않는가보다. 살짝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던 화영은 그러다 현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현우야...우리 다른것은 신경쓰지말고... ”

 “ ...... ”

 “ 새엄마하고 한가지 약속만 해주면 안 될까 ? ”

 무슨 약속을 하자는것인지. 현우는 의아하게 화영을 바라보는 가운데 다정하게 현우의 손을 꼭 잡아본 화영. 미소띤 얼굴로 현우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어쨌든 난 니 아버지와 이제 정식으로 결혼까지 한 사람이고...또 아버지로부터

  너에대해 진짜 친자식 이상으로 잘 감싸달라고 그런 신신당부를 받은 사람이기도

  해. 물론 솔직히 너랑 나 나이차이도 별로 나지 않고...처음엔 많이 어색했던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

 “ ...... ”

 “ 어차피 이렇게 된것 널 진심으로 내 아들이라 생각하고 받아주고 싶은것 지금은

  오직 그 마음뿐이야. 무슨말인지 알겠지 ? ”

 화영의 그 말이 현우의 복잡한 가슴과 머릿속을 제법 묘하게 울리는 그 무엇이라도 있었는지 감격한 마음에 현우는 눈에 눈물까지 고인다. 화영이 손수건으로 현우의 눈물자욱을 닦아주고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그리고 무엇보다...아버지가 현우에 대해서 제법 바라는것이 많으셔. 그러니까

  현우도 그런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

 “ 네, 새엄마. ”

 “ 뭐 꼭 공부가 중요하다던가 그런 의미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자신의 인생의 어

  떤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갖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그런 삶의 태도

  도 분명 필요하거든. 내가볼때 현우에게 지금 가장 절실히 필요한것은 그런것

  같아서 하는소리야. ”

 화영의 이와같은 충고를 어찌 받아들이고 있는것인지 현우는 별다른 말이 없는 가운데 현우를 다시금 다정스레 안아본 화영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그러니...지금은 다른 엉뚱한짓 같은데 신경쓰지말고 니 인생 니 미래를 위해 지

  금은 무엇을 해야할지 그걸 고민하고 생각하는 그런 시간에 주안점을 두었으면

  해. 그게 지금 내가 현우에게 당부하고 싶은말이야. ”

 “ 네, 새엄마. ”

 “ 그리고 무엇보다도. ”

 “ ...... ”

 “ 효영언니...아니 효영이 이모는 여하튼 새엄마의 언니라는 점. 그걸 잊지 말았으

  면 좋겠다. 거듭 충고하지만 효영이 이모는 니가 당분간은 좀 만나지 않았으면

  해. 내가 뭘 걱정하는건지 알겠지 ? ”

 “ 네, 잘 알겠어요 새엄마. ”

 그렇게 답하는 현우는 순간 화영에게서 어떤 진정한 모정이라도 느꼈음인지 순간 가슴이 화끈거려온다. 화영의 품에 안긴 현우. 화영이 그런 현우를 달래며 다독이고 있다.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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