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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팬픽 - 류화영 (4)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휴일 낮에 성훈은 또 집앞 마당 한 구석에서 야구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취미삼아 운동삼아 하는 성훈의 이런 풍경은 자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따금씩 볼수있는 풍경이긴 하다. 어쨌든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에는 한번 진짜 야구선수가 되어볼까 하는 그런 고민도 진지하게 했던 성훈이라지 않는가. 집안을 명문가로 일으키고 싶다는 아버지의 반대가 있어 뜻을 접긴 했지만, 검사가 되어있는 지금도 어떤 아쉬움이나 미련때문에라도 종종 이렇게 휴일낮 같은 별다른 일이 없는 심심한때는 제법 진짜 야구훈련이라도 하는 선수처럼 타이어를 올려놓고 거기에 타격시범을 하는 그런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는것이다.

 “ 어머낫~~~!!! ”

 “ 어...어억...뭐야... ”

 한참 그렇게 야구배트 휘두르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살짝 뒤쪽으로 뭔가 스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들리는 여인의 비명소리. 놀라서 바로 뒤를 돌아보니 다름아닌 화영이 뒤로 나동그라져 넘어져있었다. 보니까 야구방망이에 맞은것 같거나 하진 않고 아마 성훈의 배트 휘두르는 동작에 제풀에 놀라기라도 했는지 그와같이 뒤로 나동그라져버린것이다. 화영은 낯을 찡그리며 성훈에게 화를 낸다.

 “ 어휴...여보. 뭐에요 ? 놀랐잖아요. ”

 “ 허허...나 원...이 사람이 ? 당신이야말로 사람이 야구배트 휘두르는것을 뻔히

  보면서 인기척도 없이 뒤에서 그러고 있었나 ? 위험하게시리. ”

 “ 인기척을 두어번 냈었단말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계속 방

  망이만 휘두르고 계셔서...하여튼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 ”

 아마 성훈에게 무슨 전할 이야기나 용건이라도 있는지 다가오면서 뭔가 말을 걸어보려고 기척을 내긴 했는데 성훈이 한참 배트스윙에 열중하고 있어서 전혀 느끼지를 못했었나보다. 그런 성훈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려던 화영이 한참 배트를 휘두르던 동작에 하마터면 맞을뻔 했나본데, 여하튼 제풀에 놀란 화영이 바로 나동그라지는 바람에 맞지는 않았다. 성훈이 그런 화영을 일으켜주며 옷에 묻은 흙을 털어준다.

 “ 그렇게 야구배트 휘두르는게 좋으세요 ? ”

 “ 허허허...내 일전에 이미 말했지 않나. 한때는 야구선수가 되어보는게 꿈이기도

  했다고. ”

 확실히 성훈이 가끔 취미삼아 운동삼아 그런 배트스윙을 하는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어떤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있는 그런 마음이 다분히 담겨있는것 같았다. 지금이야 어쨌든 현역 검사로 한참 열심히 활동중이니 그것도 나이 40을 넘긴 나이에 무슨 주책이 나서 야구선수를 해본다고 나선다던가 그럴일은 없겠지만 성훈은 지금도 다시 조금전까지 휘두르던 야구방망이를 어떤 아쉬움과 회한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 허허...여보...그리고말야. ”

 여하튼 화영까지 놀라게 한 마당에 계속 배트스윙을 하긴 그래서 그것은 일단 접은뒤 테이블 의자쪽으로 와서 앉은 성훈. 그리고 화영에게 말을 건넨다.

 “ 거듭 말하지만 현우는 내 아픈 손가락이야. 무슨말인지 알겠지 ? ”

 “ 알고 있어요 여보. ”

 어쨌든 여전히 자신의 고등학생 아들 현우와 젊은 후처 화영의 사이를 신경쓰지 않을수가 없는 40대의 성훈. 한편으론 지금의 아내 화영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것은 분명하지만 그러면서도 또 현우의 처지를 걱정하지 않을수 없는 그런 복잡한 심경을 담아 다시금 화영에게 말을 건넨다.

 “ 내 말은 그러니까...현우에게 조금이라도 더 애정을 갖고 다가가달란 말이오. 무

  슨말인지 알겠소 ? 그러잖아도 엄마없이 자라서...녀석이 말은 안하지만 뭔가 애

  정결핍이나 굶주림 같은게 있는 그런걸 느낀적이 종종 있었어. 그러니 화영이 당

  신이... ”

 “ ...굶주림이요 ? ”

 어린 화영이라 성훈의 말뜻을 바로 알아듣진 못한것일까. ‘굶주림’ 운운하는것에 아마 밥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다던가 그런 의미로 이해한듯하다. 성훈이 손을 내저어보이고는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정에 굶주려 있는것 같단말이지. 겉보기엔 말을 안해도 애비로서 아들을 바라볼

  때 느끼는 그 무엇이랄까. 그런게 얼굴에 쓰여있더라 그런 말이지. ”

 하지만 화영이야 여하튼 현우의 친엄마인것도 아니고, 실제 현우와 나이차이도 다섯 살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 화영이야 딱히 현우의 얼굴이나 분위기 같은데서 그런것을 느껴보진 못한것일까. 성훈의 말뜻을 이해하는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것 같기도 한 야릇한 표정으로 화영은 잠시 허공을 바라본다. 성훈이 그런 화영에게 다시 말을 건넨다.

 “ 그리고 여보. ”

 “ 네, 말씀하세요. ”

 “ 난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하고 정직한것을 원해. 내 말 무슨말인지 알겠소 ?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 ”

 “ 어떤일이든 가급적 솔직하게 내게 말해주는것을 원한다는 말이지. 현우와의 문

  제든 또는 그 외 다른 어떤 문제든...혹여 공연히 내 눈치가 보인다던가 내가 괜

  한 걱정이나 부담을 가질까봐...괜히 숨기거나 하지말고 솔직하게 무슨 문제든 내

  게 말해달라 그런말이오. 무슨말인지 알겠소 ? ”

 “ 제가 뭘 어쨌다고 그러세요. ”

 화영 자신이 뭐 그렇게까지 솔직하거나 정직하지 못한일이 있기나 했나. 그런 생각에 화영이 살짝 마음상한 말투로 그와같이 말한다. 굳이 있다면 여하튼 현우와의 관계 문제라던가 혹은 잠자리 문제 같은것 ? 하지만 현우와의 관계는 뭐 어색하다면 어색한점이 없지는 않을수 있어도 실제 딱히 성훈에게 이야길 해야할만큼 그렇게 큰 불편을 느낀적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덧 화영도 이 집에서 살기 시작한지 1년 가까이가 되어가고 따라서 현우와도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 있어서인지 적어도 처음 이 집에 살았을때만큼의 어색함이나 불편함은 화영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화영도 현우에게 나름대로 적응되고 친숙한 면도 없지는 않다. - 일전에 한밤중에 현우 앞에서 별다른 낯가림도 없이 팬티와 브래지어 차림으로 왔다갔다 한것만 봐도 알수있는 일이다. - 혹 성훈이 걱정하는 문제가 잠자리에 대해 자신이 정직하거나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게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것이라면 화영으로선 지금 그 부분에 대해서도 별로 할말은 없다. 무엇보다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기도 하고 게다가 어쨌든 화영은 성폭행 피해를 당한일이 있는 그런 여성이 아닌가. - 바로 그 사건 수사의뢰를 하던 과정에서 알게된 사람이 정성훈 검사다. - 그래서 오히려 성관계를 갖는것에 성폭행 트라우마 때문에라도 불편해하거나 힘들어하는게 있을지언정 성훈과의 관계에 불만족스러워할일은 없을 그런 여자다. 따라서 어떤 문제든간에 지금 자신이 성훈을 속이거나 솔직하지 못한부분이 없는것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남편이 괜한 소리를 한것같은 마음에 되려 뾰루퉁해진다.

 “ 저 아무문제 없어요. 그러니 괜한걱정 하지마세요. ”





 연말에 성훈은 강력 범죄사건 수사를 맡은것이 몇건 있어서 밤늦게 귀가를 하는일이 며칠째 지속되고 있었다. 어떨땐 아예 밤샘을 하다시피 하는 때도 있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고 있어서 화영은 밤 시간을 혼자 집에서 보내야 하는데, 그때 현우가 1층으로 잠시 내려왔다. 고등학생인 현우야 지금은 겨울방학을 했을때이고, 1층으로 내려와있는 현우를 보고 화영이 말을 건넨다.

 “ 어...현우야 왜 ? ”

 어쨌든 화영이 이렇게 성훈의 집에서 살게 된지는 1년 가까이가 되어가고, 두 사람은 정식 결혼식을 올리지 않아 주위에 결혼사실을 공표하지만 않은것을뿐 혼인신고는 한 상태다. 그리고 다섯 살차이인 현우와는 그래도 어느정도 익숙해져있다면 익숙해져 있고, 그렇다고 아주 친해져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그런 애매한 상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을때다. 젊은 새엄마 화영에게 부담을 주거나 신경을 쓰게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현우는 ‘아니에요...그냥...’ 하면서 부엌에 물이라도 마시러 들어가는지 엉거주춤 서 있다가 발걸음을 옮기고 헌데 그때 화영이 현우를 부른다.

 “ 현우야... ”

 “ 어...네에 ? ”

 부르는 소리에 공연히 화들짝 놀라는 현우. 화영이 그런 현우를 보며 미소띤 얼굴로 말을 건넨다.

 “ 이리 잠깐만 와서 앉아볼래 ? ”

 “ 네...네 뭐어... ”

 뭔가 자신에게 할말이라도 있는것인가 의아해하면서도 살짝 긴장한 얼굴로 거실 소파쪽으로 다가가보는 현우. 화영이 그런 현우를 잡아이끈다. 그래서 거실 소파에 비교적 가까이 다가앉게된 화영과 현우 두 사람. 화영이 현우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현우야. ”

 “ 네...네에...새엄마... ”

 아직 현우의 화영에 대한 호칭은 일관되어있지 않다. ‘저어...저기요...’ 하는식으로 어정쩡하게 부른적도 있고 ‘누나’라고 한적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새엄마’라고 부른적도 있다. 그런데 당황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정색이라도 된 것일까. 그야말로 얼떨결에 화영을 ‘새엄마’라 부른 현우. 그리고는 스스로도 놀랐는지 무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멋쩍게 씨익 웃어보인다. 하지만 자신을 새엄마라고 부른 현우의 호칭에 살짝 묘한 감동이라도 된것일까. 되려 화영이 고맙다는듯 살짝 고개를 끄덕여보이기까지 한다. 괜시리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두 사람. 화영의 말이 계속된다.

 “ 현우야...말했잖아. 어쨌든 나 너희 아빠랑 결혼한 사람이고... ”

 “ ...... ”

 “ 그러니 기왕이면 우리 좀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구. 한 식구처럼 말이야. ”

 “ 저...저는 뭐...괜찮아요. ”

 그 대답이 오히려 미묘하기까지 한 현우의 말. 다섯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젊은 새엄마 화영을 그런대로 받아들일수 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화영의 의사에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을 그런식으로 표현한것인지. 여전히 속을 알수 없는 현우에 화영이 살짝 답답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하지만 ‘현우를 좀 신경써주었으면 좋겠다’는 성훈의 잦은 신신당부도 있고 해서 화영은 어쨌든 다시금 심호흡을 가다듬고 현우에게 말을 건네보려한다.

 “ 아빠도 요즘은 연말이라 늦으시구...그러다보니 이럴땐 현우랑 나 이렇게 두 사

  람뿐이구나. ”

 “ 뭐...아빠야 늘 그러시죠. ”

 안 바쁜 가장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고등학생 현우도 그런 아버지는 대체로 이해한다는듯 그와같이 말하고 화영은 이런 웬지 무뚝뚝해 보이기까지 하는 현우의 속을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은 여전한것 같다. 테이블에 놓인 음료수 한 모금을 음미한뒤 화영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 뭐...좋아하니 ? 현우는 ? ”

 “ 네 ? ”

 너무 밑도끝도 없는 질문이라서일까. 되려 어리둥절해져 되묻는 현우. 하긴 단순히 뭘 좋아하느냐니. 진짜 너무 막연한 질문이다. 화영도 스스로 그렇게 질문을 건네고는 자기가 봐도 어이없게 느껴졌는지 실소를 잠깐 터트리기도 한다. ‘뭘 좋아하느냐 ?’니. 무슨 취미나 기호를 말하는것인지. 아니면 현우야 아직 고등학생이니 학교 공부중 ‘어떤 과목을 좋아하느냐 ?’는 의미라도 되는것일까. 하지만 지금이 그런 질문을 할 분위기는 아닌것같고. 화영은 잠시 다시 생각에 잠기는듯 하다 말을 건넨다.

 “ 뭐...어쨌든 취미라던가 기호라던가...그런거 있을거아냐. ”

 결국 그런 의미의 물음이었던것인지. 어쨌든 화영으로선 현우와 소통의 시간을 잠시나마 갖고싶어 이와같은 질문을 건넨것이다. 하긴 하다못해 현우의 관심분야나 좋아하는것이 무엇인지 최소한 그런 정도의 정보는 있어야 이 아이와 대화를 해보든 뭘 하든 할것 아닌가. 그러자 현우는 잠시 쭈볏거리는듯 하다 약간 막연하게 답한다.

 “ 전...뭐 걸그룹...좋아해요... ”

 “ 걸그룹 ? ”

 요즘 학생이니까 요즘 한참 활동하는 아이돌이나 걸그룹을 좋아하는것은 당연한 일일테고 화영이야 현우하고 겨우 다섯 살 차이이니 딱히 세대차이가 날만한 그런 나이차이도 아니고 되려 그런쪽으로는 관심사가 비슷할수도 있을것이다. 다만 막연히 ‘걸그룹’을 좋아한다는 현우의 말에 화영이 그런대로 궁금함이 생겨 다시 질문을 건넨다.

 “ 무슨 걸그룹을 좋아하는데 ? 소녀시대 ? 티아라 ? ”

 “ 누나도 참...소녀시대가 벌써 언제적 소녀시댄데 걔네들을 좋아해요. 전 뭐...요

  즘 나오는 걸그룹 다 좋아해요. 가령 에이핑크라던가...트와이스...I.O.I...마마무...

  EXID...여자친구...오마이걸...러블리즈...모모랜드...우주소녀...블랙핑크...구구단... ”

 줄줄이 그렇게 요즘 한참 활동하는 걸그룹은 물론 갓 데뷔한 신예 걸그룹 이름까지 줄줄이 입에 담고있는 현우. 화영은 순간 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현우 이 아이도 확실히 남자애는 남자애로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화영의 말이 이어진다.

 “ 걸그룹 덕후인가보네 ? 현우는 ? ”

 “ 네, 뭐...걸그룹은 다 좋아해요. ”

 “ 훗~! 그래. ”

 어찌보면 좀 속물스러운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뭐 좋아하느냐 ?’는 젊은 새엄마 화영의 질문에 현우 입에서 줄줄 나온것이 기껏해야 그런 요즘 한참 활동하는 젊은 걸그룹 명칭들이다. 그야말로 걸그룹 덕후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현우의 그와같은 반응. 하지만 살짝 화영은 머릿속이 좀 복잡해지는것 같다. 성훈의 현우에게 갖고있는 바램과 그 바램을 담아 했던말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화영이다. ‘먼저 간 현우 친엄마 은영앞에서 약속했다’면서 ‘현우를 이 세상 그 누가봐도 남부럽지 않은 그런 훌륭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다짐했다는 정성훈. 헌데 그런 바램과 엄마없이 자란 아이라서 갖고있는 아버지로서의 애틋한 마음. 그 두가지 감정을 갖고 지금껏 키워온 아이가 현우이건만 그 현우는 고작 걸그룹 덕후라니. 이 현우라는 아이가 어쩌면 성훈이 바라는 그런 방향으로 자라고 있지는 않은 그런 아이는 아닌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살짝 넌지시 이런 질문을 해보기도 한다.

 “ 공부는...안 하니 ? 아니 저...내 말은 그러니까...학교 공부는...좋아하는 과목이

  라던가 뭐 그런거 있을거아냐. ”

 아무리 새엄마라도 어른은 역시 어른인걸까. ‘공부는 안 하냐 ?’는 식의 화영의 물음이 핀잔같이 들려 현우는 순간 살짝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화영도 그런식의 말이 현우에게 되려 부담을 준것같아 바로 다시 말을 돌리긴 했지만 현우는 멋쩍게 웃으며 일단 화영의 물음에 솔직히 답한다.

 “ 전 사실...공부는 별로 취미 없어요. ”

 공부가 취미로 하는것은 아니니 공부가 취미없다는 식의 표현은 사실 어폐가 있다. 하지만 어쨌든 의외로 솔직하게 ‘공부쪽은 흥미가 없다’는 자백을 새엄마 화영에게 해버린 셈인 현우. 그러자 화영은 제법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현우에게 타이르듯 말한다.

 “ 그래도 학생인데 공부는 해야지. 아니, 꼭 공부때문은 아니더라도 사람은 내일에

  대한 목표나 희망같은것은 가지며 살아야 하는거야. 그래야 인생을 살아가는 의

  미도 찾을수 있고 자기 인생구현도 할수 있는거니까. 안 그래 ? ”

 마치 철없는 동생 타이르는 누나처럼 이런말을 입에담긴 했지만 화영은 살짝 찔리기까지 한다. 사실 화영도 학교다닐때 공부쪽과는 거리가 먼 여학생이었던것은 마찬가지였다. 고아로 자라나긴 했지만 그나마 쌍둥이 언니와 함께 고아원에서 자란터라 그때는 늘 자기를 지켜주는 언니가 있어 외롭거나 하진 않았지만 대체로 공부쪽은 흥미가 없던 그런 화영. 그렇기에 대학은 진학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아원을 나와 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직장생활을 잠시 하다 그곳에서 성폭행 봉변을 당하기까지 했던 그런 화영이 아닌가. 그리고 그 성폭행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사인 정성훈에게 잠시 몸을 의탁하다 이렇게 부부사이까지 되어버린 상황인 류화영. 여하튼 그런 화영도 학창시절엔 공부나 이런쪽하곤 거리가 멀었던 여자인데, 그런 화영이 현우에게 이런 충고를 하니 만약 화영의 학창시절을 아는 사람이 이런 그녀의 모습을 봤다면 되려 어이없어 했을것이다. 그래서일까. 현우에게 마치 철없는 동생 타이르듯 그런말을 하고서도 스스로 어이없게 느껴졌는지 씨익 웃어보이는 화영. 그리고 현우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 현우야... ”

 “ 네 ? 네...누나...아...아니 새엄마... ”

 ‘누나’와 ‘새엄마’란 표현을 혼동해가며 사용한 현우. 화영의 행동이 너무 갑작스러워 순간적으로 그런 혼란을 일으켰을수도 있다. 여하튼 화영은 그런 현우의 손을 잡은채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 어쨌든 사람에게...뭐 꼭 공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까지 말할수는

  없는것이지만...중요한것은 자기가 지금 어떤 목표를 갖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

  해 무엇을 할것인지 그런 인생의 태도를 갖는게 가장 중요해.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그런식으로 사는것보다 그래도 내일과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을 좀 더 보람있고 의미있게 살아갈수 있는 그런 방도일수도 있는거니까.

 ”

 이런 충고를 지금까지 들어본 경험은 없어서일까. 현우는 화영의 그와같은 말에 살짝 감동이 되기까지 한다. 현우의 손을 꽉 잡고있는 화영. 훈훈한 온기가 느껴지면서 그녀가 진짜 누나나 엄마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슴이 살짝 뭉클해져온다.





 현우와 함께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가끔씩 나누면서 두 사람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시간을 가지면서 지금까지 어색했던 두 사람 사이도 조금은 친밀함이 생기는것 같다. 어느덧 밤도 깊었는데 이만 자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화영. 헌데 갑자기 뭔가 몽롱한 눈빛을 하더니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휘청거린다.

 “ 아아... ”

 “ 새엄마...왜 그러세요 ? ”

 놀란 현우가 순간 다가와서 화영을 부축해본다. 그 바람에 현우에게 안기다시피한 모습이 된 화영.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바로하는듯 하더니 다시 휘청거리며 이마를 손으로 짚어본다. 그리고 말한다.

 “ 어지러워... ”

 “ 예 ? ”

 “ 어지러워...현우야...나 좀 부축해줄래 ? ”

 조금 갑작스러운 화영의 이와같은 행동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 현우. 지금 화영이 술을 마셨거나 한 상태는 아니다. 원래 화영은 술을 잘 하지 않는편이며 학교를 졸업하고도 지금까지 마신 경험이 별로 없다. 화영도 학교다닐때는 대체로 공부와는 거리가 멀던 그런 학생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주 날라리는 아니었는지 친구들과 놀러다니며 가령 나이트클럽 같은데를 간다던가 그런적은 거의 없던 사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호기심에 편의점에서 파는 소주와 맥주를 각기 한번씩 사 마셔본 경험은 있는데, 맥주는 그나마 마실만 한지 작은 캔을 반정도 마시다 만적이 있고, 소주의 경우는 한모금 종이컵에 따라 입에 한번 대보았다가 너무 쓴 맛과 넘어가는 느낌을 견디지 못하고 더 마시는것을 포기한적이 있다. 그런일이 있은후 지금껏 웬만해선 술을 마신일이 거의 없는 화영. 무엇보다 지금 이 시간 현우와 함께 있으면서 그런것을 마실 이유가 없는 화영이기도 하다. 그러니 술에 취하거나 그런것은 분명 아니고 그렇다면 너무 졸립거나 피곤한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질뻔하거나 그러진 않을것이다. 하지만 화영은 일단 걷기가 쉽지 않은지 계속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현우에게 부축해달라고 하고 결국 현우가 화영의 손을 잡은채 그녀를 방에까지 데려다준다.

 방에 들어와서는 잠옷으로 갈아입은 화영. 그 사이 현우는 방을 나가긴 했는데, 화영이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현우를 다시 부른다. 그러자 방으로 들어온 현우. 무슨일인가 싶어 의아해하는데 갑자기 화영이 현우를 와락 끌어안는다.

 “ 현우야... ”

 “ 헉~~~!!! 새...새엄마 왜 이러세요 ? ”

 너무 갑작스러운 화영의 행동에 현우가 당황해서 어쩔줄을 모르는데 현우를 끌어안은 화영이 애원하듯 말한다.

 “ 현우야...오늘 그냥... ”

 “ ??? ”

 “ 오늘 그냥 곁에 있어주면 안 될까 ? ”

 “ 예 ? ”

 “ 그냥...나 무서워서 그래. 그러니 곁에 있어줘. 제발...오늘 하룻밤만... ”

 무섭다니. 아버지가 밤늦게 들어오셔서 혼자 밤에 잠을 이루기가 무섭다는 것인지. 일단 현우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망설이는듯 하다 화영의 애원이 계속되자 결국 그녀의 말대로 하기로 한다. 그나저나 자신을 끌어안은 화영의 힘이 조금전까지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그 여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제법 힘이 셌다. 여하튼 침대 옆에 화영과 함께 앉은 현우. 물끄러미 화영이 그런 현우를 바라본다. 화영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 현우야... ”

 “ 네, 새엄마. ”

 그냥 잘 때 곁에서 지켜달라는 그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그게 아니라 다른 무슨 할 이야기라도 있는것인지 뭔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현우를 바라보고 있는 화영. 하지만 뭔가 무슨 말이라도 할것같은 모습이던 화영은 그러다 이내 망설인다.

 “ 아...아니다 그냥... ”

 “ 예 ??? ”

 “ 아냐 그냥...내가 잠깐 괜한 생각을 했었어. 일단 자자 그냥... ”

 뭔가 하려던 이야기가 괜한 쓸데없는 소리 같다는 판단이라도 든것일까. 그런식으로 얼버무리고 자리에 누우려는데 현우가 그런 화영의 이불을 덮어준다. 헌데 화영이 순간 현우의 손을 덮석 잡는다.

 “ 현우야... ”

 그리고는 다시 뭔가 의미심장한 말투로 현우를 불러보는 화영. 고등학생인 현우는 이쯤되니 도무지 지금 화영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머릿속이 다 혼란스러워질 지경이다. 헌데 누웠던 화영이 도로 일어나 앉더니 다시 현우를 살짝 안아본다. 혹시 무슨 말못하는 깊은 고민거리라도 있는것일까. 그런 짐작이 든 현우는 화영을 달래주려는듯 어깨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화영을 다시금 안은 상태가 되어버린 현우. 잠시 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있다가 화영은 현우에게서 손을 떼고는 이마를 자신의 손으로 짚은채 뭔가 고민스러운 표정을 하고있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키는 현우. 화영이 다시 현우를 불러본다.

 “ 현우야, 나 사실... ”

 “ ??? ”

 “ 나...니네 아빠...무서워... ”

 “ 네 ??? ”

 이건 또 무슨소리인가. 아버지가 무섭다니. 혹 자신의 아버지 성훈과의 결혼을 화영이 후회라도 하고 있다는 의미라도 되는것일까. 헌데 그런말을 자신한테 무엇 때문에 하는것인지 그리고 설사 그렇더라도 성훈의 아들인 자신더러 뭘 어쩌라는것인지. 현우는 여전히 화영의 의도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가운데 화영이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보고는 뭔가 진짜 깊은 말못할 고민을 꺼내듯 입을 연다.

 “ 나...사실...밤마다 너무 힘들어. ”

 “ 무슨...말씀이세요 그게 ? ”

 고등학생인 현우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상상하거나 짐작못할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일단 막연히 ‘힘들다’는 의미가 뭘 두고 하는 말인지는 바로 판단이 서지 않아 여전히 머릿속이 어지럽기까지 하다. 헌데 화영은 뭔가 작심한듯한 말투로 눈을 한번 질끈 감아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 니네 아빠...너무...아파... ”

 “ 예 ? ”

 “ 너무...아프다고...흑~~~!!! ”

 결국 그 고민을 하는것인가. 헌데 그런 고민을 다른 사람도 아닌 성훈의 전처소생 아들인 고등학생 현우에게 털어놓다니 뭔가 해괴하고 미묘한 상황이긴 하다. 확실히 아직 나이어린 화영은 십수년 굶주린 욕정을 너무 한꺼번에 치열하다고 볼수 있을정도로 거칠게 자신을 다루면서 발산하는 남편 성훈을 쉬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밤마다 힘에 부쳤던 화영. 하지만 남편앞에서 차마 하지 못한 고백을 지금 고등학생인 현우 앞에서 이렇게 단순한 단어로 입에 담고 있는것이다. ‘너무...아프다...’고. 현우는 얼떨떨해져서 그런 화영을 바라보고 있다.

 “ 나 좀...어떻게 해주면 안 될까 ? ”

 “ 네에 ? ”

 아버지 성훈이 해주는게 너무 아픈것은 그렇다치고 자신이 그런 화영에게 뭘 어떻게 해줄수 있다는 이야긴지. 아버지하고의 관계도 아프고 힘들다는 화영이 하물며 그런 성훈의 아들인 현우보고 해달라(?)는것은 분명 아닐테고, 그럼 뭐 ‘아빠, 새엄마 밤에 성관계 가질때 너무 아프시대요. 그러니 살살 다뤄주세요.’ 이런소리라도 하란말인가. - 그리고 솔직히 이런말은 아들이 자기 아버지한테 할수있는 말은 아니다. -.- 헌데 지금 그런 하소연을 화영은 다른 사람도 아닌 현우에게 하는것이다. 현우는 대체 이 상황을 어찌 대처해야할지 몰라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고 그러다 한참만에 조심스레 화영에게 말을 건넨다.

 “ 아빠랑...밤에 많이 힘드셨어요 ? ”

 그러자 작심한듯 고개를 끄덕이는 화영. ‘허허...참 이 노릇을 날더러 어쩌란 말인가’ 현우는 그런 마음으로 화영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화영의 손을 잡아본다. 그리고 화영을 자신의 품에 안기게 한다.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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