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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팬픽 - 류화영 (2)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올해 나이 42세의 정성훈. 그는 첫사랑이자 첫 아내였던 김은영과는 일종의 캠퍼스 커플이었다. 그러나 1,2학년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고 성훈이 3학년 무렵 대학 도서관에 책을 구하러 갔다가 도서관 진열대에서 책을 찾아보던중 우연히 마주치게 된게 은영이었다. 약간의 해프닝과 실랑이가 좀 있었고, 하지만 되려 성훈은 그런 일을 계기로 은영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내에서 수소문을 해서 일전에 도서관에서 만난 그 여학생에 대해 알아보려 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그녀가 생물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과학도임을 알게되었다. 법학과인 성훈과는 과도 틀리지만 강의실도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 같은 학교에 다녀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그런 위치에 있는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훈은 법학과 강의실이 있는 인문사회학과 건물에서 제법 거리가 먼 이공계 건물까지 은영을 몇 번이고 직접 만나보러 가곤 했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은영의 과 동기생들이 그런 성훈을 막아세웠다.

 “ 은영이한테 관심갖지 마세요. ”

 “ 예 ? ”

 “ 성훈씨가 자꾸 이러면 은영이 더 부담스럽고 힘들어한단 말이에요. 그러니 관심

  갖지 마시라구요. ”

 은영의 친구라는 과 동기 여대생들이 그렇게 성훈을 만류하려 들었지만, 그런것쯤이야 친구를 걱정하는 과 동기생들의 한두번쯤 있을법한 만류로 생각하고 은영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더 적극적으로 은영에게 다가섰다. 처음 한동안은 성훈의 다가섬을 부담스러워하던 은영도 그러자 언제부터인가 차츰 성훈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학 졸업할 무렵까지 한 1년여 교제가 진행된 두 사람. 헌데 차츰 성훈이 은영에게서 이상하다는 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은영이 자주 아픈것이었다. 처음엔 좀 감기를 심하거나 자주 앓는 그런 체질인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런 성훈에게 은영은 하루는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 성훈씨, 우리 그만 만나. ”

 “ 은영아, 왜 그래 ? ”

 “ 나 처럼 아픈애 좋아하지 말고 다른 건강하고 튼튼한 좋은 여자 만나 행복하게

  살란말야. 나처럼 아프고 성가신애 사귀지 말고 성훈씨를 진심으로 사랑해줄만한

  그런 더 좋은 여자 만나라구. ”

 자기보다 더 좋은사람 만나라는 헤어질때 흔히 할법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제법 섞인 말 정도로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성훈은 오히려 그런 은영의 태도를 더 심상찮게 받아들였다. ‘나처럼 아픈 여자 만나지 말고 더 좋은 건강하고 씩씩한 여자 만나라.’ 확실히 보통 평범한 여성보다 감기를 좀 심하게 앓는편으로 느껴지는 은영의 입에서 나온 그와같은 말은 좀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사실 성훈도 그런 은영이 걱정이 되어서 몇 번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가본적도 있다. 그리고 은영과의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은영의 어머니도 두어번 만났는데, 은영 어머니도 딸의 정확한 병명에 대해선 그 원인을 모른다고 했다.

 “ 어릴때는 좀 심하게 감기를 앓는 편인가보다. 뭐 그 정도로 생각했는데...뭐 어

  릴때 애기들이 날 추워지면 감기걸리고 그러는거야 흔하게 보는 일이니까. 하지

  만 다른 평범한 보통 애들보다도 더 증세가 심한것 같아서 혹시 체질적인 문제

  인가...알레르기인가...좀 걱정도 되고 해서 그래서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

  보고 그런적도 있었어. ”

 은영의 집안의 경우엔 그렇게 잘 사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딸을 위해서 마음만 먹으면 그런 정밀진단이나 병원에 장기 입원 시키는것을 한두번 정도 못해볼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은영이 고등학교 다닐 무렵에 그때까지 한 10년 가까이 딸아이의 증세를 걱정하던 어머니가 큰 마음 먹고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딸아이를 정밀검진을 받아보게 한 것이다. 그러자 담당의사는 의사대로 고민스럽게 진단결과를 말해주었다.

 “ 사실 제가 볼때는 몸에서 딱히 크게 문제가 될만하거나 그런것은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다만 어머님께서 걱정하시는것처럼...무슨 체질 문제인가 그런것도 고

  려해서 더 정밀검진을 해보았습니다만... ”

 “ 어떤 다른 문제가 있는건가요 ? ”

 “ 그렇다기 보단...혹시 유전이나 그런 가능성도 좀 고려해보고 있습니다만... ”

 은영이 감기를 좀 심하게 앓고 심지어 어떨땐 폐렴 비슷한 증상까지 보이는것. 혹시 유전적인 체질문제일수도 있겠다는게 의사가 하고있는 우려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유전문제는 아닐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은영의 경우엔 중학교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현재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있는 터. 다만 친가쪽은 손이 좀 귀한 집안이라 그런 유전적인 문제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적어도 은영 어머니가 아는 한도 내에선 그런 체질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이 친가쪽으론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외가쪽으로도 혹시 몰라 은영 어머니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보았지만 자기쪽으로도 딱히 폐나 천식같은 문제와 관련 이상체질이 있거나 그런 사람은 생각해내지 못했다. 굳이 있다면 자신(은영 어머니)의 외가쪽으로 4촌정도 되는 형제중에 어릴때부터 천식중세가 좀 심했고 지금도 그런 것으로 고생하는 형제가 한두명 있는것은 알고있다. 다만 은영 어머니에게 외사촌이라면 은영에겐 그야말로 촌수구분도 의미가 없는 먼 친척이니 그런 사람쪽 질환이 유전되었다고 생각하는것도 무리가 따르는 일이었다.

 어쨌든 그러니 유전성 질환도 아니고 체질적 문제로 보기도 단정하기가 쉽지 않은 은영의 질환. 그것은 은영이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악화되어가고 있던 것이다. 은영이 성훈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던때 기준으로 아직 20대 초반인 은영에게 ‘나이가 들었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지만 여하튼 나이를 먹어가면 먹어갈수록 그 증세가 사라지기는 커녕 좀 더 악화되어가고 있는것만은 은영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수 있는 그런 부분이었다.

 그런 은영이니만큼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부담을 떠안기는것이 싫어서였을까. 그래서 은영은 대학 졸업할 무렵에 성훈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 한편 그때까지 성훈은 아직 군 복무는 마치지 않았는데 다만 성훈은 집안에서 3대독자라서 현역은 아니고 공익근무를 다녀올 예정이긴 하다. 하지만 현역이든 공익근무든 병역의무를 마치긴 마쳐야하니 은영과는 짧은 이별의 시간을 가져야하긴 한다. 은영의 성훈에 대한 이별통보는 바로 그런 문제들을 모두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내린 결론이겠지만 그러나 성훈은 그럴수록 더욱 은영에게 절실하게 매달렸다.

 “ 은영아, 걱정마. 나 너 버리지 않아. 그만한 이유로 널 버린다는게 말이나 돼 ?

  걱정마 은영아. 니가 아무리 세상에 못 고치는 불치병 환자라 할지라도 내가 널

  버리는 일은 없어.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마. ”

 “ 미안해 성훈씨. ”

 “ 미안하다는말 자꾸 하는거 아니랬지 ? 왜 내 마음을 몰라. 나 은영이 너 진심

  으로 사랑한다니까. 걱정마 은영아. 그리고 나 제대하고 와선 우리 꼭 결혼하자.

 ”

 성훈은 은영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다짐했고 성훈의 그런 마음씀에 부담감과 고마움이 겹쳐진 복잡한 감정의 눈물을 은영은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예정된 비극의 서막이기도 했다.





 성훈은 공익근무를 마치고 와서 은영과 동거에 들어갔다. 이 무렵엔 성훈의 부모님도 아들이 사귀는 김은영이란 여자에 대해 대충 알고있을 무렵인데, 하지만 성훈 부모님은 은영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었다. 성훈의 아버지의 경우엔 그 무렵까지 대기업에서 간부를 지내시던 분으로 은영도 그렇게까지 가난하게 사는 집안은 아니니 두 집안의 격차가 그렇게까지 나는편은 아니었다. 다만 성훈의 부모님이 불편하게 여기는 부분은 아무래도 은영의 몸이 성치 않은 여자라는 점 때문이었다. 성훈의 아버지 정국현은 하루는 아들을 불러 진지하게 말했다.

 “ 그 은영이란 아이와 계속 만날 참이냐 ? ”

 “ 네, 아버지. ”

 무슨 그런 당연한 이야길 묻느냐는듯 성훈은 당당하게 답했고 은영과 결혼까지 할 생각임을 밝혔다. 그러자 국현은 별다른 대꾸없이 한동안 한숨만을 깊이 내쉬었다. 그러다 무겁게 입을 열었다.

 “ 아버진 네가 그 은영이란 아이와는 이제 그만 만났으면 하는데... ”

 “ 왜요, 아버지 ? ”

 “ 이런 이야기 꺼내기가 참 그렇긴 하다만...어쨌든 우리 집안은 손이 귀한 집안이

  다. 넌 우리 집안의 3대독자이기도 하고... ”

 사실 집안만을 따지고 보면 성훈의 집안도 뭐 그렇게까지 특출나거나 잘났다고 할수 있는 집안은 아니다. 성훈의 할아버지는 원래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분이고 그 윗대도 쭉 그렇게 살아온 것으로 알고있다. 그러다 성훈 할아버지에게 외아들이 되는 성훈 아버지 정국현은 그런대로 공부를 제법 하는 편이라서 서울에서 명문대를 나온뒤 대기업에 취직 그 무렵엔 그만한 위치까지 오를수 있었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런 집안이었다. 사실 성훈의 아버지 정국현인들 말이 좋아 대기업 간부이지 만약 정년퇴직을 하거나 명예퇴직을 당하면 그 이후엔 어찌될지 알수없기는 다른 일반 근로자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가 않다. 다만 국현이 걱정하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 어쨌든...손 귀한 우리 집안이란걸 알기 때문에...애비 바램은 다른것은 없고...

  다음대에서만이라도 자손이 번창하는 그런 모습을 한번 보고싶은 그게 어느덧

  늙어가는 이 애비의 유일한 바램이란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

 성훈은 순간 발끈했다. 국현이 걱정하는게 결국 그런 문제라는게 성훈을 더 반발하게 만든것이다. ‘아니, 뭐 불치병 환자면 아이를 못 낳기라도 하느냐 ?’ 그런식으로 반론이라도 제기하고픈 그런 심정이었다. 물론 구체적으로 병이나 몸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겠지만 여하튼 은영은 아이를 낳기 어렵거나 힘든 그런쪽으로 아픈것은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대독자인 성훈이 그 다음대에서만이라도 자손이 좀 번창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 그런 아버지의 바램이 불치병을 앓는 은영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게 만들었고 아버지의 뜻이 그렇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어머니까지도 살짝 압력을 넣는 그런 모습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성훈 어머니의 경우도 은영을 은밀히 만나 아들과 헤어질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그런 사실까지 알게된 성훈은 반발하여 은영과 단칸방을 하나 구해 앞뒤 재볼것도 없이 동거에 들어가버린 것이다. 아직 혼인신고까진 못했지만 사실혼 관계가 된 두 사람. 그렇게 불치병을 앓는 연인을 둔 성훈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만 갔던것이다.

 “ 자기야...자기야...나 왔어... ”

 한편 법대출신인 성훈은 그 무렵엔 사법고시를 본다던가 하던걸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어차피 집까지 나오고 은영과 동거까지 들어간 마당에 무슨 판검사가 된다거나 변호사가 된다거나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할 처지가 아니었다. 성훈의 지금 일념은 오직 어떻게하면 은영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주고 덜 아프게 해주는가. 그것에 혼신을 쏟고 있었다. 그런 성훈이 하루는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 직장에서 밤늦게 퇴근을 하고 은영이 먹을만한 음식거리를 잔뜩 사갖고 들어왔을때, 은영은 피를 토하며 재채기를 하고 있었다.

 “ 자기야...자기야 왜 그래 ? ”

 놀란 성훈이 은영에게 다가가보았고, 남편이 온 것을 안 은영은 애써 태연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 아냐...괜찮아 자기야. 나 늘 이렇잖아. 괜찮대두 그러네. ”

 하지만 평상시보다 가래와 피를 토하는 정도가 더 심한것을 안 성훈은 일단 나름 알고있는 의학지식대로 은영에게 응급처방을 해보았다. 방도 따뜻이 덥히고 은영을 눕게 했다. 원래는 법대를 나온 성훈이건만 은영을 간호하면서 나름 이런저런 의학에 관한 책도 찾아보고 자료도 찾아보고 하면서, 이젠 되려 의학과 관련한 매니아가 되어버릴 판이었다.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며 정성을 다하는 남편을 보며 은영이 말했다.

 “ 자기야 미안해...늘 이렇게 아프기만 해서... ”

 “ 무슨말이 그래. 우린 사랑하는 사이고 이제 우린 부부야. 그런데 미안하다니...

  그런말이 어디있어 ? ”

 “ 자기야... ”

 “ 걱정마 자기야. 난 언제까지나 자기 옆에서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지켜줄 생각

  으로 있으니까. 걱정말래두 자기야. 난 아무렇지도 않대두 그러네 ? ”

 성훈의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들을때마다 은영은 미안함과 부담감이 겹쳐져 늘 복잡한 감정의 눈물이 흘러내리곤 했다. 그런 은영이 하루는 성훈의 품안에 안겨 말했다.

 “ 자기야... ”

 “ 응, 왜 ? 자기야. ”

 그날따라 그런대로 재채기나 가래도 좀 덜한것인지 차분한 목소리로 성훈을 바라보며 입을 연 은영.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 우리...아이 낳을수 있을까 ? ”

 결국 걱정되는게 그것이었을까 ? 아이가 꼭 결혼이나 부부생활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할수는 없겠지만, 여하튼 일반적으로 사람이 결혼해서 부부가 되면 아이가 생기는것은 인류역사 아니 생명이란게 이 세상에 생겨난 이래 가장 보편적이고 평범한 모습이다. 하지만 은영의 온전치 못한 몸은 자신이 과연 건강한 아이를 낳을수 있을지를 늘 걱정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일이었고, 그래서 하루는 걱정스레 남편에게 그와같이 말한것이다. 그런 은영을 바라보며 성훈은 자상한 목소리로 아내를 위로했다.

 “ 그럼, 낳으면 되는거지 뭐가 문제야. 자긴 꼭 틀림없이 건강한 아이 낳을수 있

  을거야. 그러니 아무런 걱정하지 마. ”

 그렇게 아내를 위로하는 성훈. 그런 남편의 고마움에 은영은 또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두 사람의 부부생활은 대체로 그런식으로 이어져갔다. 그러다 하루는 또 은영이 이렇게 말했다.

 “ 자기야... ? ”

 “ 응, 왜 또 자기야 ? ”

 “ 우리...겨울바다 한번 구경가면 안 돼 ? ”

 “ 겨울바다 ? ”

 겨울바다. 그 차디찬 바다를 한겨울에 본다는것은 웬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님에도 오히려 되려 두 개의 추위가 함께 만나 용솟음이라도 치는듯한 그리고 쓸쓸하고 처연한 공간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그 무엇이라도 있는것일까. 수많은 예술인들이 여름의 바닷가 못지않게 겨울바다의 풍경도 다양한 언어와 감성으로 노래하곤 해왔다. 무엇보다 ‘겨울바다’ 그 자체의 낭만을 곱씹어보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생각보다 많다. 어느덧 병세가 이전보다 더 악화되어 있는 은영이 그러다 하루는 문득 ‘겨울바다’를 보고싶다는 소망을 밝힌것이다.

 “ 그럼...갈수있지. 갈수 있고말고. 언제쯤 갈까 ? ”

 “ 말만 해. 언제든지 데리고 가줄게. 언제가 좋을까 ? ”

 “ 정말 그래줄수 있는거지 ? 보여줄수 있는거지 ? 겨울바다 ? ”

 “ 그럼. ”

 성훈은 은영의 손을 꼭 잡고 약속했고 은영은 뭔가 복잡한 감정으로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 볼수있을까 ? 생전에 ? 난 그 겨울바다를... ”





 겨울바다를 보고 싶어하는 아내 은영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성훈은 한 2박3일 정도 일정으로 함께 동해바다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성훈은 그때 비정규직 알바로 일할때라서 대기업에서처럼 월차휴가를 낸다던가 그런것은 생각할수 없는 처지였지만 병가 핑계를 대서라도 사랑하는 아내의 소망만은 꼭 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후 2박3일정도 동해안에서 머무를만한 리조트 표를 구하고, 그리고는 기뻐서 아내가 있는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 자기야, 자기야 !!! 기뻐해. 표 구했어. 동해안에서 머무를수 있는 리조트 표를

  구했다구 !!! ”

 헌데 평상시 같으면 방안에서 혼자 몸조리를 하거나 거실에서 간단하게 몸이라도 움직이며 가벼운 운동이라도 하고있을 은영이 어찌된 영문인지 보이지 않았다. 그리 넓지도 않은 방. 집과 거실,부엌 어디에도 은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은영이 많이 아픈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거동이 아주 불편한 몸은 아닌것이니 혹시 근처에 바람이라도 쐬러 가거나 무슨 물건이라도 사러 가까운 슈퍼나 마트에라도 갔나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웬지 느낌이 이상했다. 무엇보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아내가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성훈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헌데, 아내의 옷가지가 몇 개 보이지 않는것을 발견했다. 집을 나간것이 눈에 뜨이지 않게 하기 위함인지 챙겨간 물건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하튼 한 며칠정도 입을만한 겉옷과 속옷 몇벌 정도는 챙겨서 집을 나간것이 분명했다. 화들짝 놀란 은영은 일단 은영의 친정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어보았다.

 “ 어머니, 정서방입니다. 혹시 저희 집사람 그리고 가지 않았나요 ? ”

 “ 아니, 몸도 불편한애가 이렇게 먼곳까지 일부러 올 일이 있겠나. 왜 ? 무슨일이

  있어 ? ”

 그 얼마전까지 서울에서 살고있던 은영 어머니는 은영이 성훈과 동거에 들어간 이후로는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집을 구해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따라서 몸도 아픈 은영이 자주 찾아가거나 하기엔 부담스러운 거리임은 분명하고 여하튼 은영이 그곳으로 가진 않았다는게 은영 어머니의 말이다. 하지만 믿을수가 없기라도 한지 성훈은 부리나케 다음날 은영 어머니의 집으로 가보았다. 그러나 그곳엔 일단 은영은 없었다.

 “ 은영이...우리 은영이 어디 있어요 ? 우리 아픈 자기...대체 어딜 간거야 ? ”

 성훈은 은영과 대학때 절친하게 지내던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해보았다. ‘모른다’는 말 자체는 믿을수가 없어 일일이 그 친구의 집까지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보기까지 했는데 그래도 도무지 찾을수 없는것이 은영의 행방이었다. 경찰에 실종신고라도 할까 그 고민중이었는데 그때 은영의 친구 한명에게서 연락이 왔다.

 “ 정성훈씨, 저 기억하시죠 ? ”

 만나서 잠깐 이야기나 하자는 은영 친구라는 사람의 말. 그리고 만나보니 성훈이 대학시절 은영과 사귀지 말라고 자꾸 그러면 은영이만 더 부담스러워지고 힘들어지게 된다고 말하던 그 친구였다. 은영의 친구는 성훈에게 사뭇 딱하고 안타깝다는듯 말했다.

 “ 정성훈씨...이거 솔직히 은영이도 없는 자리니까 드리는 말씀인데요. ”

 “ ...... ”

 “ 물론 은영이에 대한 성훈씨 마음은 저도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

 뭔가 말하기가 차마 쉽지 않고 힘들어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은영친구.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 차라리 이게 진짜 은영이를 편하게 해주는 길이에요. 이쯤에서 은영이를 놓아주

  세요.  ”

 “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저보고 은영이를 놓아주라뇨. 은영이의 친구라면

  서...절더러 은영이를 배신이라도 하란 말씀이신가요 ? 친구라면서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 ”

 “ 성훈씨...제 말은 ? ”

 그러다 순간 어떤 울컥 치미는 무엇이라도 있는지 친구는 그만 울음까지 터트렸다. 성훈과 은영의 사이에 나름 감동이라도 한것인지, 아니면 되려 그래서 더더욱 딱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 것인지. 친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은영인 지금 진실로 성훈씨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어요. 이렇게 아프고 불편한 몸

  으로 남들에게 폐만 끼치는 자신의 몸. 무엇보다...그래요...성훈씨는 진심으로 지

  금 은영이를 누구보다 아끼고 곁에서 지켜주고 싶어하겠죠. 하지만 은영인 그걸

  부담스러워하고 미안해하는거라구요. 그러니...은영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성훈씨가 은영이 곁을 떠나시는거에요. 은영이도 그래야 편하고 부담없이 남은

  여생을 살아갈수가 있어요. ”

 은영의 병 증세가 날로 심화되어가고 있고 그래서 살수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아는 친구였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몸이기에 오히려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아껴주는 성훈에게 부담을 주고싶지 않아서 떠나려하는 은영. 그러고보면 지금껏 두 사람의 관계 자체가 늘 그래왔었다. 성훈은 무슨일이 있든 무엇이 되었든간에 늘 은영이를 곁에서 지켜주고 아껴주고 싶어했고, 은영은 자신의 아픈 몸 때문에 성훈을 자꾸 힘들게 만들고 있고 짐이 되어주는게 싫어서 그 곁을 떠나려하고 그렇게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찌보면 딱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어찌보면 답답하기도 한 그런 관계가 지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은영은 은영 친구의 말에도 그녀를 더더욱 포기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말하는 것을 봐선 은영이가 있는곳을 알고 있는 느낌이 들어 은영 친구를 거듭 다그쳤다. 결국 처음엔 모른다고 잡아떼던 친구는 은영이 있는곳을 가르쳐줄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더더욱 안타깝다는듯 말했다.

 “ 제가 언제까지...너무 착하고 순박하기만 한 성훈씨를 속일수가 없어서 가르쳐

  드리긴 하지만요. 제발 은영이 찾아가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성훈씨가 이러면 이

  럴수록 은영인 더 힘들어한다니까요. 은영인 자신이 성훈씨에게 자꾸 짐이 되고

  부담이 되는게 싫어 그래서 떠나려는거에요. 근데 왜 그걸 성훈씨는 몰라주세요

  !!! ”

 하지만 어쨌든 은영이 있는곳을 알게된 성훈. 그러고보니 바로 그 은영친구네 소유의 동해안 별장이라고 했다. 별장까지 있는것을 보면 중하층(中下層) 정도의 생활수준이었던 은영과는 달리 은영친구네는 그런대로 잘사는 집이었던것 같다. 무엇보다 남편 성훈에게 ‘겨울바다’를 보고 싶다고 그렇게 애원하더니 성훈이 아니라 되려 그 친구의 도움을 받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겨울바다로 갈수있는 그 가까운 거리의 별장에 자신의 거처를 마련한 셈이다.

 “ 은영아...은영아... ”

 친구의 도움을 받아 결국 은영이 있는 은영친구네 별장을 찾아갈수 있게된 성훈. 그러나 은영은 성훈을 보자 울음을 터트렸다. 뭐하러 여기까지 왔냐며...나 같은거 이제 그만 잊어버리고 잘 살라고...나보다 좋은...몸도 건강하고 훨씬 자신보다 더 성훈을 아껴주고 사랑해줄수 있는 그런 남자 만나 잘 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그럴수 없다며 은영이를 버릴수 없다고 거듭 말하는 성훈과 한참 어찌보면 다소 유치한 3류 신파소설 같은 한 장면이 꽤 오랫동안 거듭되었다.

 어쨌든 그렇게 다시만난 두 사람은 차분하게 함께 바닷가를 거닐었고 그러다 은영이 말했다. 어떤 착잡한 고뇌가 담긴 말투였다.

 “ 자기야... ”

 “ 응, 말해 자기야. ”

 무슨 중요하고 간절한 하고픈 이야기라도 있는가 싶어 은영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성훈. 은영의 말이 이어졌다.

 “ 나...아이 가질수 있을까 ? 나 건강한 아이 낳을수 있을까 ? ”

 그것이 결국 은영의 진정한 고민이었던듯 하다. 아마 이쯤에서는 은영도 성훈이 그의 집안에서 귀한 3대독자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터. 그런 상황에서 몸도 성치않은 자신을 그것도 부모가 대놓고 싫다며 난색을 표하는것도 무릎쓰고 자신을 선택한데 대한 그에 대한 더더욱 미안함과 고마운 감정을 갖고있을터.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걱정하고 고민한것 같다. 근본적으로는 이렇게 성치못한 자신의 몸으로 건강한 아이를 낳을수 있을지 하는 문제와 그것도 하필이면 정성훈처럼 손귀한 집안의 3대독자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그런 문제 때문에 자신을 더 탐탁치 않게 여기는 남자쪽 부모로 인해 은영의 고민과 고뇌는 더 깊어질수밖에 없었을것이다.

 “ 무슨말이 그래. 자기가 왜 아이를 못 낳아 ? 우리 꼭 우리 닮은 예쁜 아기 낳

  아서 건강하고 훌륭하게...그리고 행복하게 키우기로 하자. ”

 그렇게 어느덧 한해가 저물어가는 연말. 추운 겨울 동해바다 앞에서 맹세한 두 사람. 그리고 얼마안가 은영은 임신을 했다.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은영도 성훈도 뛸듯이 기뻐했고 은영은 열달후 아들을 출산했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바로 현우였다. 아이를 품에 안아보면서 은영은 감격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 자기야...아가... ”

 성훈과 아기를 번갈아 바라보며 자신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에 어떤 기쁨과 희열 그리고 뿌듯함까지 겹치는듯한 은영의 표정. 어쩌면 성훈의 기억에도 그전까지는 본적이 없던 은영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하는 모습을 짓는듯한 그런 얼굴이었을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뒤 은영의 병세는 갈수록 더 악화되어갔고 그리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성훈은 은영이 남기고 간 유일한 혈육인 현우를 품에 안고 오열했다.

 “ 은영아아~~~!!! 은영아아~~~!!! ”

 자기 엄마가 지금 어찌되었는지조차 모른채 태연자약하게 아빠의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는 어린아기. 납골당에 은영의 유골함을 안치하고 성훈은 그 앞에서 맹세했다.

 “ 은영아...넌 비록 떠났지만...약속한대로 우리 아이 정말 훌륭하게 잘 키울게.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그런 건실하고 훌륭한 그리고 남을 사랑할줄 아는

  마음을 가진...세상을 사랑할줄 아는 마음을 가진 그런 아이로 잘 키울테니 걱정

  마. ”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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