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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팬픽 - 류화영 (1)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서늘한 아침공기가 밤새 찌부둥해진 기운을 말끔히 씻겨주는 기분이다. 1층 거실에서 창문을 살짝 열어본 화영은 그렇게 들어오는 아침 찬 바람의 기분을 느끼며 크게 기지개를 켠다. 아직 채 달아나지 않은 잠의 기운이 아침공기와 함께 기지개를 켠 팔과 다리에서 툭툭 떨어져 나가는듯. 화영은 마치 짓눌렸던 뭔가가 말끔히 떨어져 나간듯한 홀가분함을 느끼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1층 거실에서 이제 창문은 닫은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화영. 사실 어느덧 늦가을이라 이제 아침은 많이 쌀쌀할 때이기도 하다. 1층 거실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경이래봤자 그리 넓지 않은 1층 마당이 전부이긴 하지만. 그 마당에 있는 풀밭이며 두어그루 심어져있는 이름모를 작은 나무 그리고 마당 한 가운데 놓여져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화영은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중이다. 이런 공간에서 지금 자신이 있다는것에 어떤 만족함이나 흐뭇함이라도 느끼는것일까. 살짝 괜한 미소를 띄기까지 하는 화영의 얼굴. 그러다 이제 좀 무료해졌는지 슬슬 창가에서 떨어져나온다. 그리고 1층 거실 소파로 가서 앉는다. TV 시청이라도 하고픈것인지 리모콘을 켜보는 화영. 하지만 아직 이른 아침시간이라서인지 특별히 흥미가 가거나 눈길이 갈만한 프로그램은 없다. 하다못해 케이블의 드라마나 영화전문 채널에서라도 좀 재미있는게 없을까 거기까지 채널을 돌려보긴 하지만 역시 특별히 흥미가 가는것은 없어서인지 하지만 약간 아쉽기는 해서 TV는 끄지 않은채 리모콘만 테이블에 살며시 올려다놓는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TV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화영. 하지만 TV속에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내용에 집중하는 느낌은 아니다. 그냥 조금전처럼 다시금 기지개를 두어번 켜보기도 하고 얼굴이나 팔등을 좌우로 휘휘 둘러보기도 한다. 여하튼 이른 아침 시간에 딱히 흥미로운 그 무엇이 없기는 마찬가지라서 무료함이 느껴지긴 마찬가지. 그렇게 별다른 의미없는 아침시간을 1층 거실에서 보내고 있는 중인데 그러다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화영은 뒤를 돌아본다.

 “ 어엇~~~!!! ”

 괜시리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화영. 무안하고 민망하기라도 한지 좌우를 한번 돌아보며 옷매무새를 다듬어보기도 한다. 간편한 실내복 차림이니 뭐 특별히 흠잡을만한 차림새는 아니지만 그래도 공연히 무안해하는듯한 화영의 표정. 2층 계단에서 내려온 사람은 다름아닌 정현우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으로 만 16세인 현우. 그는 다름아닌 화영의 남편 정성훈의 전처 아들이다. 그러니 화영이 현우의 새엄마인 셈이고 지금 1층거실에서 내려와 서 있는 현우가 화영 남편의 전처소생 아들. 그 웬지 어색한 공기가 살짝 느껴지는듯 하더니 잠옷바람의 현우가 말을 건넨다.

 “ 안녕히...주무셨어요 ? ”

 현우도 화영이 아직 어색하기는 한 것인지 말을 건네는것이 그리 수월해 보이지는 않는다. 확실히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두 사람 사이. 그러다 화영이 겨우 정신을 수습하는듯 하며 차분하게 말을 건넨다.

 “ 아침은 먹었니 ? 아니...차려줄까 ? ”

 “ 아뇨, 됐어요. 괜찮아요. ”

 “ 그러지말고 이리와. ”

 현우가 아침을 먹지 않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닌것 같고 괜한 미안함이나 무안함에 그러는것 같아 화영이 친절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건넨다. 그리고 거듭 사양하는 현우를 부엌으로 이끄는 화영. 간단한 토스트와 햄 그리고 계란후라이 정도를 부쳐줘서 커피대신 코코아와 함께 내온다.

 “ 저...현우야. ”

 묵묵히 아침을 들고있는 현우를 잠시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화영. 그러다 조심스레 말을 건네본다.

 “ 나...아직 어색하니 ? ”

 결국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운을 뗀 것인지. 하지만 막상 그렇게 물어보고도 화영은 괜한 말을 물어본것인가 하고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한다. 글쎄, 이런 상황에서 현우가 무슨 대답을 어떻게 할수 있을까. 또 설사 ‘괜찮다’던가 이런식의 대답이 나온다 한들 그것이 정직한 대답이라 곧이 믿을수 있을까. 화영은 확실히 아직 자신과 나이터울도 얼마나지 않는 현우를 어색해하고 있는것이 틀림없고 현우의 화영에 대한 태도와 감정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다. 하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뭔가 하고픈 말이 여전히 있긴 있는듯 작심한 투로 말을 건넨다.

 “ 현우야...물론... ”

 물끄러미 화영을 바라보는 현우. 들고있던 토스트는 내려놓은채. 그 현우의 눈빛에 화영이 살짝 긴장까지 될 지경이다. 하지만 이내 곧 다시 침착함을 되찾으며 화영의 말이 이어진다.

 “ 물론 너랑 나...나이차이도 얼마 나지 않고...많이 어색할거란거 이해해. 아직 이

  런 상황 그렇게 쉽게 적응이 되지도 않을테고말야. ”

 묵묵히 말이 없는 현우. 화영의 말을 귀담아 듣는것인지 아닌것인지. 도무지 그 속을 알수가 없어 살짝 다시 답답해지기까지 하는 가운데 화영의 말은 이어진다.

 “ 어쨌든 나...너희 아빠랑 살기로 한 사람이고...그러니까... ”

 “ ...... ”
“ 뭐 새엄마로 인정하기 쉽지 않거나...또 그렇게 부르기 어려우면...그냥 너 편한

  대로 불러도 좋아. 다만 어쨌든 이렇게 함께 같이 살기로 한 이상... ”

 현우에게 이런 말까지 건네는 화영의 마음도 그리 편치만은 않은듯 하다. 다만 어쨌든 이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만은 좀 면해보고 싶은 마음에 어느덧 절실해지기까지 한 화영의 말은 계속된다.

 “ 어쨌든...웬만하면 이제 좀 친하게 지내면 좋지 않을까 ? 그냥 좀...편하게 말

  이야. ”

 “ 괜찮다고 말씀드렸잖아요. ”

 진심인것인지. 뭔가 퉁명스러운 말투가 화영으로 하여금 현우의 그 답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게 만든다. 현우는 어느덧 토스트등 간단한 경양식으로 차려진 아침은 다 먹은듯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화영을 살짝 바라본다.

 “ 전 괜찮으니까 그냥 편하게 대해주세요. ”

 “ 정말 ? ”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라도 그런말을 해주는 현우에게 살짝 화영이 감격까지 될 지경이다. 적어도 현우의 태도가 화영을 그렇게까지 싫어한다거나 거부하는것 같지는 않아보여 화영도 약간 한시름 더는듯한 느낌인것이다. 이 아침의 짧은 사소한 감격에 눈물까지 고인 화영. 현우에게 말을 건넨다.

 “ 고마워 현우야. ”

 그러면서 살짝 자신도 모르게 현우의 손을 잡아본 화영. 하지만 그러고나서 정작 스스로 당혹했는지 그 손을 살짝 떼보기까지 한다. 현우는 그런 화영을 보며 씨익 한번 미소를 지어보인뒤 2층으로 올라간다. 화영이 그런 현우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 늦으...셨네요 ? ”

 화영의 남편 정성훈의 직업은 검사다. 헌데 휴일에도 일이 있는것인지 밤늦게 귀가를 한 것이다. 화영의 물음에 성훈은 약간 무뚝뚝한 말투로 답한다.

 “ 검사도 가끔은 주말이나 휴일에 일이 있을때가 있어요. 수사를 하든, 조사를 하

  든 휴일에도 급한일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것이니까. 범죄가 뭐...휴일이고 주

  말이고 그런거 가리면서 발생하는것은 아니지 않소. ”

 원래 말투가 그런것인지 좀 퉁명스럽게 들리는 성훈의 목소리.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린 아내 화영에게 미안해지기라도 했는지 그녀를 살짝 안아주기도 한다. 그리고는 말을 건넨다.

 “ 뭐...별일은 없었고 ? ”

 걱정되는것이 있기라도 한듯 그와같이 묻는 화영. 하지만 성훈에게서 물들기라도 했음인지 화영도 약간 퉁명스러운 말투로 답한다.

 “ 저도 뭐...별일없이 잘 지냈어요. ”

 “ 여보...화영아... ”

 헌데 그런 화영을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렇게 부르며 살짝 다시금 안아보는 성훈. 그리고는 뭔가 걱정스러운게 분명 있긴 한 것인지 다시금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 그러지말고...혹시 불편하거나 그런게 있거든 솔직하게 말해봐요. 내 맘 알지 ?

  나 진심으로 당신 사랑하고 있다는거. ”

 “ 괜찮다니까요. ”

 성훈의 물음에 화영은 거듭 그와같이 답을 하는데, 오히려 그런 화영의 태도가 더 신경이 쓰이는지 성훈의 표정이 편치 못하다. 여하튼 밤늦은 시간이기도 하니 우선 씻고 잠자리에 드는 성훈. 하지만 그러려다 아무래도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지 아내 화영을 다시금 물끄러미 바라본다.

 “ 당신 진짜...괜찮은거지 ? ”

 “ 괜찮다니까 왜 그러세요 ? ”

 똑같은 물음이 거듭되니 이제 되려 화영이 성가셔지기라도 하는듯 그렇게 내뱉는다. 그러자 성훈은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보고는 다시 아내에게 말을 건넨다.

 “ 그러지말고 혹시 어렵거나 힘든게 있거든 솔직하게 털어놓아봐요. 그래야 내가

  중간에서 해결을 하던가 하지. ”

 “ 현우와는 아무 문제 없으니 걱정마세요. ”

 성훈이 걱정하는것이 결국 현우와의 관계 문제인것을 대략 알고있는 화영. 그래서 그와같이 답하는것이다. 아내의 말이 그와 같으니 믿는 도리밖에 없지 어쩌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성훈은 표정을 온화하게 하면서 다시 화영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여보...어쨌거나... ”

 “ ...... ”

 “ 어쨌거나 지금 내 마음은...당신을 놓치지 않고 싶다는거야. 이렇게 나이 40이

  넘어 새롭게 시작된 뒤늦은 인연을 놓치고 싶진 않다구. ”

 화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그와같이 고백하고 있는것이라고나 할까. 화영은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본다. 성훈의 말이 계속된다.

 “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내 내 마음일뿐...당신과 현우와의 관계를 생각해볼때 걱

  정을 해보지 않은것은 아니야. 저 아이(현우)와 그래봤자 다섯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당신을 과연 새어머니든 뭐든 그렇게 그 아이가 인정이나 할수 있을지...아

  니 그보다도...과연 아직 어린 당신이 이미 고등학생이나 되는 현우를 감당이나

  할수 있을지...걱정 안 해본게 아니거든. ”

 성훈의 말처럼 올해 나이 스물한살인 화영은 고등학교 1학년(만 16세)인 현우와 불과 다섯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새엄마라기 보단 차라리 누나라고 해야할판.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20대 초반의 화영을 새 아내로 맞이한 성훈이 어찌 걱정이 되지 않으랴. 자신이 집을 비우고 집에 현우와 화영 두 사람만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화영은 화영대로 또 하나밖에 없는 아들 현우는 그대로 행여 불편하거나 어색한 사이가 되는것은 아닐지. 성훈이 지금 자신의 집안 문제에서 가장 신경을 쓰지 않을수가 없는 일일것이다. 헌데 화영은 나이많은 남편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기라도 한 것인지 ‘괜찮으니 걱정말라’는 말만 거듭 입에 담고. 성훈은 그런 화영의 말을 일단 믿을수밖에 없음에도 그래도 곧이 듣기엔 안심이 되지 않는지 이렇게 걱정하는 마음을 쉬이 놓지 않고 있는것이다. 성훈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 여보...어쨌든... ”

 “ ...... ”

 “ 현우...그 아인 내게는 아픈 손가락이오. ”

 “ 알아요. ”

 뭘 안다는 것인지 성훈의 말에 그렇게 짧고 간단명료하게 대답한 화영. 성훈의 말이 이어진다.

 “ 어쨌든 엄마없이 지금껏 혼자 자라온 아이 아니오. 그러다보니 애비가 되어가지

  고 이것저것 늘 미안하고 신경쓰지 않을수 없는 그런 아이란 말이오. ”

 성훈은 그 나름대로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이라도 있는지 한숨을 한번 내쉬고 그리고는 말을 계속 이어간다.

 “ 사실 상처(喪妻)하고 지난 15년을 이렇게 혼자 살면서...재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야. 하지만 현우 저 아이 때문에라도 그 결심이 쉽지가 않더군. 허허...

  내가 당신 앞에서 지금 이런 자랑을 하는건 좀 그렇긴 하지만...대학땐 나도 제법

  잘 생기고 여학생들앞에서 인기도 많았었고...검사가 되고 나서도 ‘잘생긴 젊은 검

  사님‘이라고 주위에서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 직업도 그만큼 잘 나가는 검사에

  외모도 그런대로 준수하다보니 소위 말하는 마담뚜니 뭐니 하는 사람들이 중신을

  서겠다며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고...허허...하지만 그런 중신자리는...내가 상처한

  몸에 아이까지 있다는 고백을 하고나면 바로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가버리고 말더

  군. 허허...그러니 그런 방면으로는 어쨌든 손해를 봤다면 본 셈이지만...여하튼 내

  가 마음만 먹으면 재혼을 하자면 언제든 할수도 있었던 그런 몸인데...그럼에도

  불구하고...현우 저 아이만 바라보며 지금껏 15년을 살아온 그런 몸이란 말이지.

 ”

 “ ...... ”

 “ 하지만 나이 40이 넘어 뒤늦게...내 지난 15년 숨겨온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본능이 폭발을 했다고나 할까. 솔직히 당신을 처음 봤을때부터... ”

 “ 처음...봤을때부터요 ? ”

 순간 화영의 눈이 살짝 휘둥그래지며 그러잖아도 큰 화영의 눈과 눈동자가 묘하게 흔들린다. 성훈은 뭔가 실수라도 한것 같다는 느낌이라도 드는지 머리를 한번 긁적이고는 말을 이어간다.

 “ 허허...처음 봤다고 하면 말이 좀 이상한가. 여하튼 당신과의 인연이 처음 그렇게

  시작되고나서...나도 그렇게 알게 모르게 당신한테 끌리는 마음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어. ‘이래선 안 돼...이래선 안 되는데...’ 그러다가도 막상 그러다 당신의 고백

  을 받고나니...내 마음을 더 이상 숨길수가 없는 그런 처지가 되어버리더군. ”

 사실 성훈과 화영의 인연은 좀 남다르다. 화영은 어린시절 부모님을 잃고 그녀의 쌍둥이 언니 효영과 함께 고아원에 맡겨져 고아원에서 언니와 함께 지금껏 자라왔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고아원을 나온뒤엔 언니는 언니대로 동생은 동생대로 각기 직장을 구하고 사는것은 함께 살면서 지내왔었다. 헌데 그러다 화영이 일하던 직장에서 다수의 남자가 화영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화영은 보통아닌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그것에 한동안 몹시도 힘들어하다가 언니 효영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말했다기 보단 동생의 낌새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효영이 거듭 추궁한 끝에 그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쌍둥이 동생 화영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무엇보다 고아로 부모없이 살아오면서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화영,효영 자매였던지라 그런 동생이 그와같은 봉변을 당했다는것에 효영은 치를 떨었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바로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그리고 그 사건 담당을 맡게된이가 다름아닌 정성훈 검사였다.

 성훈은 자신이 맡게된 사건을 성심성의껏 조사했고 화영을 성폭행한 직장의 가해자들은 모두 처벌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 뒤에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사건은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은 것으로 마무리되었고, 화영,효영 자매는 정성훈 검사에게 고맙다며 작은 사례까지 하고 그것으로 둘과의 인연은 대충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그러다 얼마후 화영이 다짜고짜 성훈의 집으로 찾아온것이다. 성훈이 담당검사가 되면서 화영,효영 자매와 교류가 쭉 이어졌기에 화영은 성훈의 집을 알고 있었다.

 “ 아니, 어쩐 일이야 ? ”

 “ 검사님, 저 좀 살려주세요 !!! ”

 “ 살려달라니 ? 그게 무슨소리야 ? 무슨일이 또 있는건가 ? ”

 다름아닌 자신이 수사를 맡았던 성폭행사건의 피해 당사자 아닌가. 헌데 그런 화영이 사건도 다 마무리 된 마당에 무작정 자신의 집을 찾아와 이런 애원을 하니 성훈으로선 자연스레 그런 짐작이 들수밖에 없는데 그런 성훈 앞에서 화영은 뜻밖의 말을 건넸다.

 “ 갈곳이 없어요 검사님. ”

 “ 그건 또 무슨소리야 ? 갈곳이 없다니. ”

 “ 갈곳이 없어요. 그러니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검사님. 흑흑~~~!!! ”


 무작정 갈곳이 없다며 자신에게 매달리는 화영의 태도가 성훈은 처음엔 납득이 안 갔다. 화영이 고아원에서 자란 몸이긴 하지만 아주 가족하나 없는 홀몸은 아닌 그나마 쌍둥이 언니도 있고, 그 쌍둥이 언니와 지금 현재는 고아원에서 나와 함께 살고 있으니 다른 고아출신들에 비해선 처지가 좀 나은 편이기도 하다. 헌데 그런 화영이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도 모두 처벌을 받은 마당에 지금와서 무작정 갈곳이 없다며 살려달라고 하는것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가는 일이었다. 그런 성훈에게 화영은 거듭 애원했다.

 “ 아저씨, 검사님...죄송해요. 나중에 다 말씀드릴께요. 그러니 제발...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

 ‘언니랑 함께 살고있지 않느냐 ?’며 거듭 성훈이 물었지만 화영은 어찌된 영문인지 입을 열지 않았다. 사실 이런건 검사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난감하고 곤란한 일일것이다. 오갈데없는 고아출신이 아니라 그보다 더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검사가 무슨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검사생활을 하면서 맡게되는 사건,사고만도 수십수백 경력에 따라선 수천건에 달할수도 있을텐데, 그때마다 그 많은 억울하고 갈곳없는 사건의 피해자이자 오갈데 없는 불쌍한 이들을 무슨 공양보살이 오갈데 없는 아귀중생 거두어 먹여살리듯 전부 다 품을수도 없는일이 아닌가. 사실 40대 초반의 정성훈 검사 입장에서도 나이 서른에 검사가 되어 어느덧 10년 넘게 검사로 재직중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는 생전 처음이었다. 일단 어떻게든 화영을 잘 좀 타일러서 집으로 돌려보내려 하였지만 화영은 막무가내였고, 또 어찌된 영문인지 ‘언니한테 연락하는것은 더더욱 안 된다’며 버티기까지 했다. 그래서 성훈은 일단 화영을 잠시동안만이라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한 것이다.

 “ 어엇... ? ”

 화영이 성훈이 담당하게 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였고, 그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중에 성훈의 집에 두어번 찾아온적도 있었지만 성훈의 외아들 현우와는 그때까지 면식이 없었다. 화영이 성훈의 집에 두어번 찾아왔을때는 평일 낮시간이기 때문에 현우는 그때 학교에 가 있을 시간이었으니까. 헌데 웬 낯선 젊은 여자가 집에 들어와 있는것을 보고 현우도 그때 적잖이 놀랐었다.

 “ 현우야...미안하구나. 이 누나...당분간 좀 여기서 머물러야 할것 같아서...좀 불

  편하더라도 편하게 대해주었으면 좋겠구나. ”

 그때까지만 해도 성훈과 화영의 관계가 무슨 특별하거나 남다른것은 아니었고, 성훈도 조만간 화영의 신병문제를 어떻게든 해결을 볼 생각으로 있었기에 그녀를 현우한테 ‘누나’라고 지칭하며 잠시만 양해를 구하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때 이미 현우는 화영을 좀 미심쩍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현우 자신이 어릴때부터 엄마없이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몸이고 나이 40이 넘도록 혼자 살아온 아버지가 갑자기 난데없이 젊은 어린 여자를 집안으로 들인것, 사춘기 소년인 현우에게 뭔가 수상쩍은 생각이 들게하기 충분한 일이었다.

 처음에 성훈은 화영의 신병 문제를 어떻게 다른 거처를 마련해주던가 그런식으로라도 해결을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해가 가지 않는것은 화영이 쌍둥이 언니 효영에겐 연락을 취하지 말아달라고 한사코 애원하는것이었다. 성훈 입장에서 이해도 안 가고 납득이 안 가는 일이었고, 두 사람 사이에 무슨 갈등이나 문제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거기까지 특별히 파고들 필요성은 못 느꼈는지 일단 액면 그대로 화영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억에 처음 사건의뢰가 들어오고 성폭행 사건 재판이 진행중일때 효영은 화영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동생’이라고 말해오곤 했었다.

 그런 화영이 어느덧 성훈의 집에 체류하는것이 장기화되었고, 그러는 사이 두 사람 사이가 차츰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해 간 것이다. 처음에 성훈은 화영을 나이도 어리고 무엇보다 성폭행 사건 피해자이자 사건 의뢰자로 그런 상대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그 이상 특별한 의미로 화영을 생각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훈도 차츰 화영에게 어떤 이성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으로 봐야할것이다.

 다만 두 사람은 조용히 혼인신고는 했지만, 결혼식을 정식으로 올리거나 하진 않았다. 성훈이 홀아비로 15년을 살아온 몸이니 재혼을 하는것이야 아무런 문제될일이 없지만 다만 검사신분으로 자신이 담당했던 성폭행 사건 피해자와 그런 사이가 되어 결혼까지 했다는것이 혹시 주위 시선에 곱게 비치지 않을것을 우려 널리 알리진 않았던것이다. 화영도 처지가 처지니만큼 일단 그런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였고, 성훈은 나중에라도 조촐한 규모로라도 정식 결혼식을 올려주겠노라 철석같이 약속했다. - 7,80년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결혼식은 하고 정작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나중에 문제가 되는 그런 이야기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는 그 반대로 혼인신고는 했는데 결혼식을 정식으로 올려 주위에 결혼사실을 공표(公表)만 하지 않은 그런 애매한 상황인것이다.

 “ 화영아... ”

 “ 네, 여보. ”

 화영이 성훈의 집에 그렇게 들어와 살게 된지는 어느덧 1년 가까이가 되고, 혼인신고를 한것은 한 반년전쯤의 일로 보면된다. 한편 현우의 입장에서도 그런 상황을 좀 황당하게 받아들이긴 했지만, 현우가 아버지가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젊은 여자를 그렇게 집안에 들이고 결혼식은 올리지 않은채 혼인신고만 한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그 복잡하고 깊은 속내는 아직 모를일이다. 헌데 이미 성훈과 함께한 시간이 그 정도가 흘러서일까. 사실 화영의 애초 성훈을 부르는 호칭은 ‘검사님’ 또는 ‘아저씨’ 이런식이었는데 지금은 ‘여보’라는 호칭이 제법 익숙하게 입에서 술술 잘 나오고 있었다. 화영도 어쨌든 나름 힘들게 살아왔다면 힘들게 살아온 어린 여자다보니 비록 좀 이른 나이의 결혼일 망정 그만한 안정된 직업(검사)에 종사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있는 이런 남자의 아내가 되는것 그런대로 괜찮은 선택일것 같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성훈을 ‘여보’니 ‘당신’이니 하는식으로 익숙하게 부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이 상황을 자신의 운명으로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는 태도가 느껴진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성훈의 말이 이어진다.

 “ 이 말...내가 이전에도 한번 한적이 있었는데 말야. ”

 무슨말을 하고 싶은것인지 화영은 의아한 눈빛으로 성훈을 바라보는 가운데 그의 말이 이어진다.

 “ 내가...20대 중반때에는 한때 철없는 부질없는 사랑의 열정에 빠지기도 했었지

  만...사실 그로인해 상처도 깊었고... ”

 “ ...... ”

 “ 하지만 지금 나이 40이 되어서는 한번 진짜 진국같은 깊이있는 사랑을 해보고

  싶었어. ”

 상처(喪妻)한 전력이 있는 40대 초반의 정성훈. 그런 성훈이 20대때 한때 부질없는 철없는 사랑의 열정에 빠졌다고 한다면 그건 아무래도 현우에게 친엄마가 되는 그리고 성훈에게 전처가 되는 여인을 지칭하고 말하는듯 하다. 헌데 어찌보면 그때의 사랑을 후회하고 있다는듯한 뉘앙스도 풍기는 성훈. 화영이 약긴 불안한 눈빛으로 성훈을 바라보는 가운데 그의 말은 계속된다.

 “ 내 말은...그때의 사랑은 진짜 철없는 젊은 나이에 앞뒤 안 가리고 불같이 시작

  한 뜨거운 사랑이었다면 말이야. ”

 “ ...... ”

 “ 지금은 뭐랄까...인생의 새로운 동반자를 만나서 함께 가는 그런 진국같은 깊이

  있는 사랑을 하고싶다 그 말이지. ”

 그 진국같은 사랑을 하고픈 대상이 스무살 연하의 20대 초반 나이어린 류화영이란 말일까. 화영의 입장에선 아직 성훈의 말이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아 여전히 어리둥절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고 그러다 조심스레 입을 연다.

 “ 후회하신다는 뜻인가요 ? ”

 “ 후회...라니 ? ”

 이번엔 성훈이 화영의 말이 이해가지 않는듯 그와같이 묻고 화영이 그런 성훈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철없는 부질없는 사랑을 했었다면서요. 20대때요. ”

 “ 그랬었지. ”

 “ 그러니까 드리는 말씀이에요. 그때의 사랑을 후회하시냐구요 ? ”

 “ 하하...이런...그런 의미로 들렸나 ? ”

 성훈이 말을 잘못한것일까. 여하튼 그 깊은 속을 모르는 입장에선 자칫 그런식으로 오해할수도 있는 그런 표현이었던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성훈은 곧 손을 내저으며 부인한다.

 “ 그런 의미는 아니야. 다만... ”

 “ 다만...뭐요 ? ”

 “ 참...가련하고 딱한 사람이었지. ”

 “ 가련하고 딱한 사람 ? 누가요 ? ”

 “ 저 아이...현우 엄마 말이야. ”

 “ 현우...엄마...요 ? ”

 현우엄마라면 당연히 성훈의 전처를 말함일테고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여자이기도 하다. 성훈의 전처는 이미 15년전에 세상을 떠났으니까. 성훈은 그 일을 슬프게 입에 담는다.

 “ 참 딱하게도...힘들고 아픈 사랑을 했던 그런 사람이었어. ”

 “ ??? ”

 “ 그것도 나에겐 저 핏덩이 하나만 달랑 남겨주고...그렇게 아파하더니...그렇게 힘

  들어하더니...결국 떠나버리고 만...참 가련하고 딱한 그런 여자였단 말이지. ”

 성훈의 깊은 탄식이 새어나온다.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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