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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걸그룹 팬픽 - 황정음 (11.마지막회) 1세대 걸그룹 팬픽




                                   부제 : 13인의 탈북자 이야기





 1998년 3월.

 13인의 탈북자의 한국행이 모두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한국에 있는 실향민이면서 교회 장로이기도 한 공희갑의 조선족 친척인 것으로 신분을 위장 공은아 3자매를 들여보내고 이종혁 4총사는 인천행 여객선에 실어 한국으로 들여보낸것이 대략 1월말-2월초의 일이었고, 그 뒤를 이어 이부영 간사가 여덟살난 아라를 자신의 딸로 위장시켜 여권을 잃어버린 한국 관광객이라고 해서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 그렇게 아라까지 들어올수가 있었다. 한편 그 사이에 뜻하지 않은 기쁜 소식도 있었다. 실은 운남성 아지트에서 도주한 두명의 탈북자 허모와 정모도 이미 한국에 들어와 대성공사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연락을 나눔선교회측이 받게된 것이다. 허모와 정모는 그렇게 운남성 아지트에서 달아난뒤 천신만고 끝에 밀항선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올수 있었고, 조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눔선교회 이야기가 나와 안기부가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교회의 13인의 탈북자 한국행 추진 계획을 들어 알수 있었다. 다만 이때는 안기부도 탈북자가 너무 한국에 많이 들어오는것을 난감하게 여길때라서 나눔선교회측을 조금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여하튼 허모와 정모는 심지어 공은아 3자매보다도 먼저 한국에 들어온것이라고 했다. 대성공사에서 먼저 이들이 안기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을때 그 뒤를 이어 공은아 3자매와 이종혁 4총사가 차례대로 대성공사에 인계되어 들어오게 된것이라고 한다. 공은아나 이종혁등은 아무래도 편법적인 방법으로 한국으로 들여보내는 일이었기에 - 밀항선을 타는것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 그 일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맨 처음 베트남에서 망명신청이 받아들여졌던 국군포로 2세가족 세명을 포함 맨 마지막에 이부영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온 여덟살 아라까지 모두 13명이 무사히 한국땅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나눔선교회에서 이 일을 추진하느라 애쓴 간사와 관계자들이 모여 간단한 자축파티를 열었다. 연변에서부터 애썼던 총무간사 이신애와 재무간사 최수정 그리고 전략간사 이부영 거기에 이들의 르뽀 동행기 취재를 맡았던 정현우는 물론 처음 현우를 연변교회까지 안내해갔던 이은화 그리고 또다른 나눔선교회 간사인 박현정(홍보간사)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 정말 수고많았어요. 다들 고생이 많았어요. ”

 선교회 사무간사 이현철이 이들의 그간의 수고와 노력을 거듭 치하했다. 현철은 그대로 나름 감회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 사실 처음에 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세명만 망명신청을 받아주고 나머지 열명

  은 모두 내보냈다고 했을때는 정말 아찔했어요. 차라리 이걸 언론에 폭로해서

  한국 대사관측의 탈북자 문제에 대한 무성의를 세상에 알려버릴까...혼자 정말

  별의별 생각을 다 했는데 하지만 여하튼 이렇게 조용히 13인의 탈북자 모두가

  한국땅에 들어올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

 특히 현철은 남다른 감회의 눈빛으로 현우를 바라보았다.

 “ 특히 현우형제가 고생이 많았네요. ”

 “ 과찬의 말씀을... ”

 생각해보면 현우의 나눔선교회와의 인연이 좀 남다르지 않았던가. 원래 선교회측 더 정확히 이현철 간사가 바랬던것은 13인의 탈북자 한국행을 동행하면서 취재를 맡아줄 르뽀작가였다. 그래서 그것을 요즘 한참 뜨고있는 진보성향의 신인작가인 공현주에게 그 일을 의뢰했던것인데 공현주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일을 자신이 강의를 맡고있는 문예대학의 제자인 정현우에게 미룬것이다. 현우에겐 ‘어쩌면 너한테 좋은 기회가 될수도 있을거다’라고까지 말하면서. 진심의 격려인지 아니면 약간의 조롱인지 알쏭달쏭한 묘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면서 현주는 현우를 나눔선교회에 보낸것인데 뜻하지 않게 정현우가 이런 큰일을 해낸것이다.

 “ 그보다 오히려 제게 정말 좋은 계기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말로만 듣던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몸소 체험하게 되면서 많은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번에 깨달은바가 많아요. ”

 무엇보다 중학교때 무슨 중2병이라도 되는것인지 장장 60회에 달하는 ‘라디오 드라마’ 형식의 반공드라마 대본을 써본적도 있던 정현우가 아닌가. 그만큼 현우 역시 북한과 탈북자 문제에 오래전부터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던 사람이긴 하지만 관심을 갖는것과 직접 일선에서 그들을 돕는 문제는 분명 다른일이다. 헌데 자신이 직접 이런일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현우는 그 뿌듯함을 감출길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일에 자신을 동참시켜준 나눔선교회 사무간사 이현철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있는것이다.

 “ 편집국장님 !!! ”

 이현철을 그와같이 부른것은 나눔선교회 홍보간사 박현정이다. 이현철은 선교회 사무간사이기도 하면서 이 선교회의 출판물과 소식지 간행을 전담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래서 이현철은 사무간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선교회 출판물과 소식지를 전담하는 ‘편집장’이기도 해 간사들은 그를 ‘편집국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박현정과 이현철은 두 사람 다 현우보다는 세 살 많은 1969년생이다.

 “ 그나저나 우린 우리대로 간사회의 진행해야죠. ”

 “ 아, 참 그렇지. 그걸 깜빡하고 있었네요. ”

 13인의 탈북자 한국행을 도운 간사와 관계자들의 공을 치하할겸 모인 자리고 그 뒤를 이어 간사회의도 병행할 생각이었는데, 일단은 다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13인의 탈북자 한국행을 모두 성공리에 마친것에 대한 기쁘고 들뜬 마음을 한동안 가라앉히지 못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간사회의도 나름대로 진행해야했기에 13인의 탈북자 한국행때는 한국에 있었던 박현정 간사가 그와같이 한마디 한 것이다. 한편 13인의 탈북자들은 현재 아직 대성공사에서 조사를 받고있는 중인데 이들이 조사기간을 다 마치고 나오면 다시 이들을 불러서 한바탕 성대하게 파티도 열 계획으로 있다고 한다. 다만 대성공사의 조사기간이 보통 석달 이상 걸리니 그들이 한국에 들어온 시기를 감안하면 그들이 조사를 모두 마치고 한국사회로 나오는것은 빨라야 5월 이후의 일일것이다. 따라서 13인의 탈북자에 대한 축하파티는 아무래도 그때쯤에나 가서 열릴성싶다.

 “ 자, 그럼 정현우 형제와 이은화 자매는 이쯤에서 좀 물러나 주시겠어요 ? 저희

  끼리 이제 간사회의를 진행해야해서요. ”

 현우와 은화는 간사가 아니기 때문에 간사회의에 참여할 자격은 없다. 따라서 충분히 그와같은 양해를 이해하고 두 사람은 그쯤에서 사무실을 나온다.





 나눔선교회는 원래 아프리카등 제3국의 빈곤층을 후원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선교단체였으나 이후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을 거쳐 지금은 북한선교활동을 주 목적으로 하던 사람들이 주류가 되어있는 과도기에 있다는것이 처음 은화가 현우를 안내해서 연변교회로 갈 때 했던 설명이었다. 그리고 그런 나눔선교회가 후원하고 있던 중국 조선족 자치구의 연변교회가 은신중인 탈북자 13명이 있는데 여러 가지로 이들을 더 이상 데리고 있을수 없는 힘든 상황이 되어 이들의 한국행을 시도하기 위해 계획된것이 이른바 ‘13인의 탈북자 구출작전’이었다. 그리고 그 구출작전의 배후가 일종의 나눔선교회가 된 셈이고, 다만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눔선교회도 성격자체에 여러 가지 변동사항이 생긴듯하다. 이현철과 다른 간사들은 바로 그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회의를 연 것이다. 나눔선교회 사무간사겸 편집국장인 이현철 그리고 총무간사 이신애, 재무간사 최수정, 홍보간사 박현정, 전략간사 이부영. 이렇게 다섯명이 모인 자리에서 회의는 시작되었다.

 “ 사실 전 이번일을 겪으면서... ”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현철 간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 무엇이 진짜 이 시대, 이 시점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원하시는 일이

  고 무엇이 정말 우리에게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며 또 갈급하게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이들은 정녕 누구일까. 참으로 많은 시간 고민을 해보고 기도도 해봤어

  요. ”

 현철은 나름 어떤 굳은 결심이라도 한듯 비장한 어조였다. 원래 대체로 마른체구에 중간키정도의 외양을 갖춘 그여서인지 그의 분위기 자체에서 그 비장한 느낌은 한층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의 말은 계속된다.

 “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참에 아예 나눔선교회의 주된사업 자체를 ‘탈북자 구

  출작전‘으로 해보면 어떨까 그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

 일단 그 말에 원래 북한선교 활동을 하던 선교단체에 있다가 나눔 선교회로 왔다는 이신애 간사와 최수정 간사의 눈빛이 살짝 요동치고 있었다. 이부영 간사와 박현정 간사의 경우엔 이현철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뭔가 적잖은 충격과 당혹스러운 눈빛이 담긴듯한 얼굴로 현철을 바라보고 있다. 애초의 이은화의 설명대로라면 원래 이은화가 나눔선교회 사무간사 일을 하던 사람이었고 초창기 시절부터 멤버였으며 이후 몇차례 사무간사는 교체가 되었고 그후 이현철이 작년(97년) 봄부터 선교회 사무간사를 맡게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현철의 이와같은 발언은 일종의 ‘쿠데타’나 다름없는 선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애초에 제3국 극빈층을 후원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선교단체가 북한선교 그중에서도 탈북자 구출작전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선교단체로 그 방향과 목표를 바꾸자는 선언. 그래서인지 다른 간사들의 눈빛에도 적잖은 긴장감이 서려지고 있다.

 “ 물론 이건 저 혼자만의 결단으로 되는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조만간 선교단체

  임원진이 새로 구성이 되면 그때 본격적으로 말씀을 드릴 계획으로 있습니다. ”

 은화의 설명에 의하면 선교회는 현재 원래 있던 이사진등이 대거 사퇴하거나 다른 선교단체로 옮긴 상태에서 유명교회 목사를 지내다 은퇴한 사람 한명이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선교회 대표를 맡고 있다고 했다. 현철의 말에 의하면 그 비대위원장을 하던분을 조만간 선교회 대표로 공식으로 추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교회 대표는 이현철이 원한다고 그 사람이 맡게되는것은 아니고 정관에 따라 이사진의 의결을 거쳐야한다. 헌데 그 이사진도 과거 이사진이 대거 사퇴한 상태고, 따라서 새로운 이사진을 구축하거나 위촉하거나 해야할판. 바로 그런 상태에서 이현철은 아예 나눔선교회의 선교목적 자체를 ‘탈북자 구출작전’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단체로 바꾸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는것이다. 이쯤되면 왜 선교회 초창기 멤버라는 이은화를 간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보낸것인지 대충 그 의도도 짐작할만하다. 13인 탈북자 르뽀를 위해 동행취재를 했던 정현우의 경우 졸지에 그 명분으로 함께 사무실에서 쫒겨난 상황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이현철의 쿠데타는 그런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것이라 봐야할것이다.

 “ 헌데 이현철간사님. ”

 재무간사 최수정이 의사진행 발언을 얻어 살짝 이의를 제기했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그럼 나눔선교회에선 성경책을 북한으로 들여보낸다던가 지하교회를 세우는 일

  은 안 하고 오직 ‘탈북자 구출작전’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그 말씀이신건가요 ?

 ”

 “ 최수정 간사. ”

 현철이 그런 수정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면 원래 이신애는 6.25때 무너진 북한 교회들을 재건하는것을 목적으로 하는 선교단체에서, 그리고 최수정은 북한에 성경책을 들여보내는 사업을 주로하는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다고 한 사람들이라지 않던가. 현우도 이미 그런 둘의 의견충돌은 연변에서, 운남성에서 몇차례 겪어본바가 있다. 하지만 현우야 그런 수정이나 신애의 속내는 대충 꿰뚫어보고 있다는듯 제법 거침없이 말을 이어간다.

 “ 전 북한선교의 목적과 방법론에 있어서 어느쪽이 더 옳다 그르다 이런 것으로

  이 자리에서 길게 논쟁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이...지금 이 시점

  에서 어떤이들이 진짜 갈급하게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영혼들이고 이

  시점에서 하나님이 진정 우리에게 주신 절실한 사명감은 무엇인가 그걸 많은시

  간 혼자 기도하며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다. 그걸 말씀드리는겁니다. ”

 “ ...... ”

 “ 그래서 앞으로 나눔선교회의 양대사업은 그와같은 탈북자 구출작전과 그리고

  그 구출작전을 통해 한국땅에 들어온 탈북자들이 무사히 잘 정착하도록 그들의

  정착지원을 돕는일. 그 두가지 사업이 주류가 될것이란것을 말씀드리는 것 입니

  다. ”

 “ 허허...그럼 전 뭐에요 ? ”

 순간 농반진반으로 살짝 끼어든것은 다름아닌 이부영 전략간사다. 일반적으로 선교단체에서 전략간사라면 그 역할과 의미는 ‘선교전략’을 의미한다. 헌데 이렇게 되고보면 전략간사란 의미가 좀 다른 방향으로 달리 해석될 수도 있는일이 아닌가. 실제 13인의 탈북자들을 베트남 한국 대사관으로 보내 거기서 망명신청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냈던 사람이 다름아닌 이부영 간사이기도 하다.

 “ 그럼 앞으로 전 탈북자 구출작전 전략을 계속 짜는...그 일을 해야하는거에요 ?

 ”

 이부영이 농반진반 삼아서 하지만 어찌보면 다소 난감하기도 하고 곤혹스럽다는듯 그와같이 끼어든것이고 다른간사들도 그 이부영의 난처한 처지가 좀 이해가 간다는듯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현철은 묘하게 빙그레 미소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 뭐...굳이 그런식으로라면... ”

 “ ...... ”

 “ 보니까 13인의 탈북자 한국으로 들여보내는 작전은 정현우 형제가 더 잘 짠것

  같던데요 ? 이부영 간사보다. ”

 운남성에 있을때부터 사실상 그곳에서의 리더라도 된 양 열명의 탈북자중 중간에 달아난 두명을 제외한 여덟명을 한국으로 들여보내는 일을 진두지휘하다시피 했던 그런 정현우가 아닌가. 그 일을 상기시키며 현철이 그와같이 말했다. 이부영이 살짝 뾰루퉁해서 한마디 한다.

 “ 정히 그러면...정현우 형제 불러다가 전략간사 시키시던지요. ”

 혹 이부영이 진짜 마음이 상한것은 아닌가 싶어 우려되는 마음에 수정과 신애가 그런 부영을 만류하며 살짝 위로했다. 회의는 계속 진행되었고 그 회의가 대략 마무리되어갈때쯤 현철이 다시금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한다.

 “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가 나눔선교회의 앞으로의 방향을 그와같이 변경하고자 한

  이유는... ”

 “ ...... ”

 “ 이 시대 과연 우리에게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 무엇이며 우리에게 진짜 갈급한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이들이 누구일까...또 그들에게 제대로 구원의 빛이 다가

  서게 하려면 어떤게 가장 합리적인 길일까를 많은시간 기도하고 고민한 끝에 내

  린 결론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그쯤이면 그 의도를 다들 이해하시겠나

  요 ? ”

 현철에게 나름 어떤 카리스마가 있어서인지 다른 간사들은 대체로 그에게 더 이상 별다른 이의는 제기하지 못했고 회의는 마무리 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다들 이제 사무실에서 떠난뒤 아직까지 그 자리에 남아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박현정 간사다. 현정이 현철에게 다가오며 말한다.

 “ 편집국장님. ”

 이현철은 나눔선교회 사무간사로 있으면서 선교회 소식지와 출판,간행물 발행도 도맡아 하고 있는 사람. 그래서인지 박현정이나 다른 간사들은 사무간사라는 명칭 외에도 ‘편집국장’이란 또다른 명칭으로도 부르고 있었다. 바로 그 ‘편집국장’이란 말에 새삼 힘을주어 현철을 부른 현정. 현철은 웬지 그 명칭이 더 익숙하기라도 한듯 현정을 바라보며 미소진 얼굴로 말을 이어간다.

 “ 박현정 자매. ”

 살포시 웬지 모를 부끄러운 얼굴로 고개 숙인채 별다른 말이 없는 현정. 현철은 그 현정에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다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현철의 말이 이어진다.

 “ 내가 현정자매에겐 별도로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

 “ 부탁하고 싶은 일이라뇨 ? ”

 “ 내 나이도 어느덧 서른이고... - 뭐 그건 현정자매도 마찬가지지만 - 내 인생이

  앞으로 70까지 살아가게 될지 80까지 살아가게 될지 그건 앞으로 두고봐야 할

  일이겠지만... ”

 “ ...... ”

 “ 먼 훗날 나 죽고난뒤에 어떤이들에 의해 내 지나온 인생이 기려지게 된다면...

 ”

 현철은 아까보다 한층 더 비장해진 어조로 말을 이어가고 있다. 현철의 목소리가 원래 그리 저음인 편은 아닌데 오늘따라 더더욱 둔탁하고 무겁게 들리는 느낌이다.

 “ 저 연변땅을 떠돌고 있는 수많은 탈북자들 그리고 지금도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굶주리고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북녘동포들... ”

 “ ...... ”

 “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열정적으로 헌신하며 그들 한사람에게라도 더 생명줄을

  던지기 위해 노력한 그런 사람이 있다는것을... ”

 “ ...... ”

 “ 그걸 세상사람들이 기억해주었으면 해요. 그게 지금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작

  은 소망입니다. ”

 현철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것일까. 현정이 살포시 그의 손을 잡아본다. 현정에게 자신의 손을 맡긴채 현철의 말은 계속되고 있다.

 “ 그리고 현정자매...이건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

 “ ??? ”

 “ 탈북자들에게 민주적 리더쉽이 무엇인가 그걸 좀 가르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해보았어요.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 ”

 앞으로의 나눔선교회 사업을 ‘탈북자 구출작전’과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에 대한 ‘정착지원 사업’에 주력하는 선교회로 바꾸겠다고 한게 아까 간사들 앞에서 표명한 이현철 간사(겸 편집국장)의 의지가 아니던가. 헌데 탈북자들에게 민주적 리더쉽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니 이건 또 갑자기 무슨 이야기인지 좀 뜬금없어 보여 현정이 의아해하며 물은것이다. 현철이 그런 현정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그냥 좀...문득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탈북자들은 북한 공산

  집단에서 김일성 세뇌교육만 받고 살다보니 민주적 리더쉽이나 포용력을 갖기

  에 많이 부족한 사람들 아닐까. 민주적으로 집단을 이끌어가기에 많이 부족한

  그런 사람들일수도 있다...그러니... ”

 “ ...... ”

 “ 탈북자들에게 민주적 리더십을 가르쳐야하는 그런 소양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까 그 생각을 해봤다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또 한가지. ”

 “ ??? ”

 “ 나눔선교회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를 조만간 한번 탈북자와 북한인권문제를 중

  점적으로 다루는 그런 언론으로 키워볼 그런 생각으로 있습니다. 내 말 무슨말

  인지 알겠어요 현정자매 ? ”

 분위기상 현정은 그런 현철의 속내와 비전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그런 자매인듯한 느낌이다. 현철의 그런 미래에 좋은 내조자나 동지라도 되고싶은것일까. 현정은 현철의 손을 꼭 잡은채 그에게 무한한 신뢰와 의지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그로부터 18년후. (* 2016년 가을 현재)

 은화를 만난것이 최근의 일이다. 우연한 계기에 소식이 궁금해서 알아보던중 만나게 되어 함께 식사를 나누며 그간의 근황과 나눔선교회의 일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이현철은 현재 나눔선교회 대표로 있으며 그동안 천명이 넘는 탈북자를 구출해 한국땅으로 데려오면서 탈북자 구출작전의 대부로 자리매김해 있다. 한편 나눔선교회의 ‘13인의 탈북자 구출사건’이 하나의 본보기 사례가 되었는지 이후 엇비슷한 북한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선교단체중 이들처럼 탈북자들을 은신처에 숨겨준뒤 이들을 한국땅으로 데려오는 단체들도 늘어났고, 국내에 입국해 정착한 탈북자들이 늘어나면서 부터는 탈북자들이 자체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연변의 탈북자나 경우에 따라선 북한 내부의 사람들도 탈북해서 한국으로 데려오게 하는일이 많이 생겨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13인의 탈북자 사건’이 그 뿌리가 된 셈이다.

 하지만 그후의 일들을 돌이켜보면 아쉬움이나 안타까움도 없는것은 아니다. 현우는 은화와의 식사자리에서 그런 솔직한 심경을 토로하는 중이다.

 “ 사실 이현철 형제가 처음 그 탈북자 구출작전을 시행했을무렵에도... ”

 “ ...... ”

 “ 그런 이야길 하긴 했었어요. 우린 국내 정치와는 무관하게 순수하게 연변의 탈

  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일에만 전념하자고. 여러번이나 국내 정치와는 선을

  긋고자하는 의지를 천명하곤 하셨는데... ”

 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그에 대한 개념이나 이해가 별로 없거나 혹은 그저그런 보수성향 단체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특히 초창기에 북한인권이나 탈북자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는 그런방면에서 오해나 주변눈총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현철 간사처럼 국내정치와 일정부분 선을 그으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지만 지금은 나눔선교회도 보수단체의 영향을 어느정도 안 받을수 없는 실정에 있다는게 은화가 전해준 소식이다. 헌데 사실 은화는 나눔선교회가 이현철의 쿠데타로 탈북자 구출작전을 전담하는 선교단체로 성격이 변한 이후로는 그 선교회와는 발을 끊은 상태다. 다만 이현철의 아내인 박현정과는 그때부터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사이라 가끔 그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현철의 소식을 전해들을 따름이다. 이현철은 그 당시 선교회 홍보간사로 있던 동갑내기 박현정과 결혼 지금은 두 사람 사이에 아들도 둘이나 낳았다고 한다.

 한편 이은화도 현재는 물론 유부녀 신분이다. 은화의 경우에도 ‘13인의 탈북자 구출작전’이 있던무렵 사귀는 사람이 있었다. 은화에게 사귀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현우는 그 무렵 은화와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알게되었다.

 “ 사귀는 사람이 있다구요 ? 은화자매도 ? ”

 “ 네, 저보다 다섯 살 많은 변호사인데요. 참 사람도 좋고 자기일에 열성적인 그

  런분이에요. 인권변호사라서 그런지 우리사회 소외되고 불우한 이들이나 법적으

  로 억울한일을 당하는 그런 힘없는 분들에게도 신경을 쓰는 그런 열정이 많은

  형제님이에요. ”

 은화가 현우보다 나이가 한 살 어린데 여하튼 자신보다 다섯 살 많은 그 무렵 30대 초반이었을 젊은 인권변호사와 은화 역시 얼마후 결혼을 했다는것이다. 은화의경우엔 그 변호사와의 사이에 딸 둘을 낳았다. 하지만 현우가 지금 그런 사적인 이야기나 나누자고 은화를 만난것은 아니다. 현우는 18년전 그 ‘13인의 탈북자 사건’을 회상하면서 이와같은 생각을 은화앞에서 털어놓고 있다.

 “ 은화자매, 전 사실 그때 13인의 탈북자 사건을 취재하면서... ”

 “ ...... ”

 “ 특히 은신처의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처지가 마치 ‘안네의 일기’에 나오

  는 나찌의 핍박을 피해 숨어있는 유대인 가족 같다는 그 생각을 했어요. ”

 은신처의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처지가 바로 ‘안네의 일기’속 주인공 안네와 그 가족들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정현우. 그래서 만약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취재기가 소설형식으로 세상에 발표된다면 그것이 ‘안네의 일기’와 같은 형식이 되길 소망했었다. 다만 안네의 일기와 13인의 탈북자에겐 크게 다른 처지가 한가지 있다. 안네의 일기속 주인공들은 나찌가 몰락하기전까진 그 은신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없었다. 따라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만을 기다리며 기약없는 기나긴 은신생활을 할수밖에 없는 처지. 하지만 13인의 탈북자에겐 적어도 이와같은 은신생활이 끝날것이란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의 길은 바로 한국으로 가는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역경과 고난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13인의 탈북자는 모두 한국행에 성공했고 지금은 평범한 시민으로 다들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현우는 어떤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다음과 같이 다시금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안네의 일기와 탈북자와 진짜 또 다른점이 하나

  있더라구요. ”

 “ 어떤건데요 그게 ? ”

 “ 안네의 일기속 주인공들은 결과적으로 은신처가 나치에게 발각나서 은신처의

  안네의 가족과 피터가족들은 모두 수용소로 끌려가지요. 그래서 결국 안네를 비

  롯한 은신처의 유태인들은 대부분 수용소에서 사망했고 유일한 생존자였던 안네

  의 아버지만이 살아남아 딸의 일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거잖아요. ”

 “ 그건 그렇죠. ”

 “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찌는 몰락함으로 인해 유태인들은 해방이 되고 그들은 자

  유의 몸이 되었어요. 그래서 ‘안네의 일기’ 같은 책도 세상이 나올수 있었던것이

  고요. 안네와 그 가족들은 죽었지만 유태인들의 비극은 나찌의 몰락으로 막을

  내린것이죠. ”

 은화는 별다른 반응없이 열변을 토하는 현우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 이쯤되면 은화가 현우의 말에 공감하는지 하지 않는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나 현우는 은화의 그런 속내에는 아랑곳없이 자기 하고픈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 그러나 탈북자의 비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13인의 탈북자는 모두 한국행

  에 성공했지만 탈북자와 북한동포의 비극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에요. 지금도 얼

  마나 많은 탈북자들이 아직도 연변땅을 헤메다니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또 아

  직도 수많은 북한동포들이 굶주림과 정치적 핍박속에 신음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야말로 북한체제가 완전히 무너지기전엔 탈북자와 북한동포의 비극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이 되는것이죠. ”

 “ 듣고보니 그러네요. ”

 “ 안네는 죽었지만 유태인의 비극은 막을 내렸어요. 하지만 우린 13인의 탈북자

  는 모두 한국행에 성공했지만 탈북자와 북한동포의 비극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

  다. 그게 안네의 일기와 180도 반대로 대조되는 13인의 탈북자 이야기지요. 안네

  는 죽었지만 13인의 탈북자는 자유를 찾았어요. 하지만 그와 또 반대로 유태인의

  비극은 나찌의 몰락으로 막을 내렸지만, 13인의 탈북자는 비록 자유의 몸이 되었

  지만 그보다 더 많은 탈북자와 북한동포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는것. 그것이 진

  정 아이러니이며 우리시대의 비극이지요.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는

  비극...우리의 비극은 현재진행형이에요. ”

 “ 우리의 비극은...현재진행형이라... ”

 묘하게 들려서인지 은화는 현우의 그 말을 다시한번 곱씹어본다. 현우의 말은 조금 더 이어진다.

 “ 그리고...아까 뭐 이현철 형제가 탈북자 구출작전은 국내정치와는 상관없이 하는

  일이다. 그런 말도 있었지만... ”

 “ ...... ”

 “ 사실 좀 아이러니한면도 있어요. 진보정권때는 탈북자 문제를 너무 쉬쉬하며 언

  론,방송에서 다루지 않으려고 해서 답답한 반면 보수정권 들어선 탈북자들이 너

  무 무분별하게 방송에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심지어 비밀로 해둬야할 탈북경

  로나 한국행 과정까지 무분별하게 전부 노출시켜서 기가막힐때가 있더라구요. 심

  지어 탈북자 다수가 나오는 어떤 종편의 정규프로에선 대놓고 탈북자들의 탈북

  루트하며 은신처까지 공개해버리는데...대체 무슨 생각에서 저런것까지 방송에 버

  젓이 내보내는지 그 의도를 모르겠더라구요. ”

 “ 듣고보니 그러네요. ”

 “ 은화자매...사실 전 어떤 의미에선 햇볕정책이 있던 시절에 탈북자들의 탈북이

  더 수월했던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

 “ 그건 또 무슨말씀이세요 ? ”

 “ 물론 탈북자 단속이 지금 과거보다 강화된건 김정일땐 탈북자들에 대해 ‘비겁한

  자여 갈테면 가라’ 식으로 방관하던 때였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와선 자기 자존심

  때문에라도 저러는건지 탈북자 단속을 점점 더 강화한 탓도 있지만... ”

 “ ...... ”

 “ 실제 2천년대 초,중반 탈북자들의 탈북 사연을 들어보면 북한체제가 그때는 내

  부가 많이 느슨해졌던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냥 두만강을 몇발자욱

  뛰다시피 해서 탈북했다던가 그런 사연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

 현우는 뭔가 답답한 그 무엇이 있는지 냉수 한모금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리고 숨을 좀 돌린뒤 다시 차분해진 어조로 말을 이어간다.

 “ 지금은 여하튼 탈북 루트도 많이 노출되고...그래서 아이러니가 느껴지더라구요.

  진보정권때는 언론,방송이 탈북자 문제를 너무 안 다뤄서 답답했는데 보수정권

  들어서는 종편같은데서 너무 무분별하게 탈북자들의 탈북루트나 한국행 경로를

  노출시켜서...탈북이 더 어려워지게 만드는 그런면이 있더라구요. ”

 “ 저도 그런 비슷한 이야긴 들은적이 있어요. 그...노무현때던가요. 베트남에 있던

  탈북자 460여명을 아예 정부가 전세비행기를 들여 단체로 입국시킨적이 있었죠.

  방송 인터뷰도 갖지 않고 그야말로 비밀리에 이루어진일인데, 일부 보수언론이

  이 일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바람에 되려 베트남 탈북루트가 막혀버렸다는...그

  런 이야기도 있더라구요. ”

 “ 맞아요. 제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그거에요. 물론 근본적으로 햇볕정책이 북

  한인권과 탈북자 문제와는 자연스레 대척점에 놓이게 되니 진보정권이 들어서

  면 탈북자들이 언론이나 방송에 나오거나 하는 경우가 줄어들긴 해요. 하지만

  되려 또 보수정권 들어서는 너무 탈북자들이 종편 같은게 자주 나와 아무런 이

  야기나 무분별하게 떠드니...되려 탈북 루트같은게 자꾸 노출되어 탈북을 더 어

  렵게 만든다는점. 그런것을 생각해보면 보수정권이나 진보정권이나 다 문제가

  있는것은 마찬가지에요. ”

 “ 정치하는 사람들의 한계이겠죠 뭐. ”

 이은화가 원래 정치에 관심이 있던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별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더라 할지라도 지금 이 말은 꽤나 기가막힌 명답인 셈이다. 현우는 다시 18년전에 있었던 그 ‘13인의 탈북자 사건’ 은신처의 탈북자들을 보면서 마치 안네의 일기에 나오는 은신처의 유태인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는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 그래서 제가 다시금 이렇게 말하는거에요. 안네의 일기 주인공들은 모두 수용소

  에서 비극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13인의 탈북자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러나 결

  과적으로 나찌는 몰락해서 유태인의 비극은 막을 내렸지만 탈북자와 북한동포의

  비극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그러니 이은화자매. ”

 “ ...... ”

 “ 과연 우리시대 ‘안네의 비극’은 언제나 온전히 막을 내리는 그날을 볼수 있을까

  요 ?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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