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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걸그룹 팬픽 - 황정음 (8) 1세대 걸그룹 팬픽




                                     부제 : 13인의 탈북자 이야기





 현우가 이전에 젊은여인이건 어린아이건 사람을 업어본 경험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수정이 작은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근처에 병원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급한김에 일단 아지트까진 수정을 데려가서 그곳에서라도 응급처치를 하긴 해야겠기에 그와같은 조치를 취한것이다. 다만 두 사람은 지금 시장에서 14인이 먹을 찬거리를 잔뜩 산 상태인데 그런 몸으로 수정까지 업는것은 무리인지라 일단 수정이 현우에게 업힌 상태에서 양손에 장바구니를 드는 것으로 하기로했다. 다행히 시장에서 이들의 아지트까지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으니 현우도 그런 만용이 좀 생긴것같다.

 일단 그런대로 무사히 탈북자들과 함께 있는 아파트까지 오긴 했다. 5층짜리 아파트의 3층이니 수정을 업은채로 올라가는게 그리 힘이 들거나 무리가 가진 않았다. 헌데 현우와 수정이 어느덧 집앞까지 당도했을때쯤 문이 살짝 열렸다. 그리고 안에서 나오는건 다름아닌 신애. 현우에게 업힌 수정을 보자 순간 당황이라도 했는지 눈이 휘둥그래졌다. 뭔가 좀 충격을 받은듯한 느낌도 들고. 일단 현우가 해명차 설명차 답을 해줬다.

 “ 그...수정자매가 좀 다쳐가지고요. 그래서 하는수없이. ”

 그리고 일단 수정의 손에 쥐어져있는 장바구니를 신애가 건네받도록 하는 현우. 그리고 수정을 업은채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정을 살포시 내려놓는 현우.

 “ 수정자매 좀 괜찮아요 ? 어디 좀 봐요. ”

 “ 뭐...그런대로 괜찮아요. 그렇게 큰 부상도 아닌데요 뭐. ”

 “ 아무리 그래도...조금 기다려봐요. ”

 현우가 인근 약국에 가서 붕대와 스프레이를 사왔다. 그리고 그것으로 발목부상 부분에 뿌려주기도 하고 붕대로 감아주기도 하고, 하지만 현우도 사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닌지라 수정에게 미안해하기도 했다.

 “ 미안해요 수정자매. ”

 “ 뭐가요 현우형제 ? ”

 “ 이런일이 있을줄 알았으면 진작에 저도 무슨 응급조치 같은것 하는거라도 배

  워두는건데...갑자기 이런일을 당하니 저도 뭘 어떻게 해야할줄 모르겠더라고요.

  여하튼...조심해요 수정자매. ”

 “ 아유, 뭐 그걸 가지고 미안해하세요. 그리고 그렇게 큰 부상도 아닌데요 뭐.

 ”

 “ 어...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진 말아요. 일단 그래도 안정은 취해야하니 그대로

  앉아있어요. 아니면 제가 방에다 데려다줄까요. ”

 “ 아...아니에요. 방이 무슨 멀리 떨어진것도 아니고 바로 눈앞인데...아유 괜찮

  다니까요. ”

 현우가 수정을 안아서라도 방에다 데려주려하는데 수정이 거듭 사양하고 그러다 살짝 실랑이가 벌어지기까지 한다. 두 사람은 이 상황히 괜히 우습기라도 한지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대고 웃고, 이러는 모습을 보면 수정의 부상이 그렇게까지 큰 부상은 아닌것 같다. 하지만 여하튼 삐끗한 부분에 대한 안정과 주의는 필요하니 현우는 거듭 무리해서 움직이진 말라고 하고 자신이 안아서 방에다 데려다주기까지 했다. 사실 아무리 부상을 입은 몸이라도 다른 탈북자들도 선교회 간사들도 있는 상황에서 좀 민망한 그림이 그려질판이긴 하다. 그게 좀 어이가 없어서일까. 현우와 수정이 그렇게 깔깔대며 서로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그때까지 두 사람이 시장에서 사온 찬거리를 씻고 다듬고 정리작업을 하던 신애가 기가막힌듯 결국 다가와서 한마디 한다.

 “ 두 사람 지금 뭐하는거에요 지금 ? ”

 “ 엣 ? ”

 신애가 벌컥 화를내자 순간 당황해하는 두 사람. 신애는 두 사람의 이런 광경을 더 두눈뜨곤 못보겠는지 대놓고 싫은소리를 한다.

 “ 우리가 지금 여기 연애하러 온거에요 ? 놀러온거 아니잖아요. 두 사람 제발 정

  신들좀 차려요 !!! ”

 “ 아니, 이것봐요 신애자매. ”

 신애의 말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결국 현우가 정색을 한다. 사실 현우가 좀 욱하는 성질이 있는 편인 사람이긴 한데 적어도 나눔선교회 간사인 이신애나 최수정이야 지금까지 현우가 제대로 화내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을것이다. 여하튼 그 현우가 정말 화가났는지 정색을 하고 신애에게 한마디 한다.

 “ 무슨 말이 그래요 ? 너무 심하잖아요 ? 최수정 자매 지금 다친거 눈에 안 보여

  요 ? 다친사람 응급조치를 취하는 중이었는데...연애질이라니 ? 대체 무슨말이 그

  래요 ? ”

 “ 거동도 못할 정도로 큰 부상 입은거 아니잖아요. 그냥 좀 옆에서 부축만 해주면

  되는걸 갖고...대체 이게 무슨 주책들이냐구요 !!! ”

 “ 혀...현우형제 그만해요. 그리고 신애자매, 미안해요. 제가 그냥 걸어서 들어갈게

  요. ”

 그러면서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수정. 하지만 확실히 부상 상태가 아직은 온전한 상태로 돌아오진 않아서인지 제대로 일어나진 못하고 다시 고꾸라진다. 그걸 다시 부축해주는 현우. 졸지에 현우가 수정을 안아버린 모양새가 된다. 신애가 진짜 화가나는듯 그런 현우를 밀쳐낸다.

 “ 비켜요 그럼. 이리와요 수정자매. 그럼 제가 부축해줄테니까. ”

 “ 아...아니에요. 괜찮아요 신애자매. 제가 그냥 혼자 들어갈께요. 미안해요. 제가

  아까 너무 조심을 못해서 그런거에요. ”

 그리고는 결국 혼자 절뚝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가는 수정. 신애가 그래도 걱정은 되는지 그 뒤를 쫒아가보긴 한다.

 헌데 지금 이 집이 이 사람들만 있는곳이 아니지 않는가. 아직 모두 열명의 탈북자가 집안에 있는 상황. 무엇보다 좁은 집안에서 현우,신애,수정간의 언성이 높아지는 모습이 보였으니 다른 탈북자들에게도 들리고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자신들을 도와준다고 와있는 간사들끼리 이러고 있으니 탈북자들도 불안해할판. 그 기류를 눈치챈 현우와 신애등이 일단 이들을 안심시키긴 한다. 그리고 밤늦은 시간. 잠들어있는 수정을 신애가 깨웠다.

 잠깐 밖으로 나오라고 한 신애. 무슨일인가 의아해서 따라나온 수정에게 신애는 사과의 말을 건넨다.

 “ 아까...미안했어요 화내서. ”

 “ 아...아니에요 뭐. 저도 괜찮아요. ”

 하지만 이 두 사람 연변교회에서부터 사소한 의견차이로 자주 다툼을 벌인 사이라는것을 현우조차도 지켜봐오지 않았던가. 그런 두 사람임을 감안하면 이런식으로 패이기 시작한 감정의 골이 좁혀지긴 쉽지 않을것이다. 살짝 고개를 돌려 신애를 외면하고 있는 수정. 여하튼 발목부상은 지금은 시간이 꽤 지난 상태라서인지 대체로 정상적으로 걸을수 있는 상태가 되어있긴 하다. 한참 혼자 고민하던 수정이 어렵사리 신애에게 말을 건넨다.

 “ 신애자매... ”

 “ 무슨 다른 할 이야기라도 있어요 ? ”

 자신의 사과를 수정이 아무래도 흔쾌히 받아준것 같은 느낌은 아닌데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부른 수정이니 신애로선 되려 의아해하고 수정이 그런 신애에게 손을 건넨다.

 “ 우리 다른 생각은 하지말고...사망의 그늘에 있는 탈북자들에게 어떻게 더 많은

  도움을 줄수 있을까. 앞으론 그 일에만 집중하기로 해요. ”

 “ ??? ”

 “ 신애자매나 나나 어쨌든 처음엔 북한선교에 비전을 품고 기도하다가 이렇게 탈

  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된 그런 자매들이잖아요. 물론 북한선교나 탈북자를

  돕는 일이나 방법이나 생각은 각기 다를수 있어요. 하지만... ”

 수정의 이와같은 말이 별다른 이의제기나 토를 달수있는 이야긴 아니라서일까. 대꾸없이 묵묵히 수정의 말을 듣고만 있는 신애. 어느새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은 수정은 온화한 음성으로 말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 그런 사소한 견해차이는 잠시 미뤄두고 어떻게하면 이 많은 탈북자들에게 조금

  이라도 더 생명과 구원의 빛이 비치게 할수 있을까. 그 점에만 집중하며 기도하

  기로 해요. 다른 사소한 문제들은 일단 젖혀놓고요. 제 말 무슨말인지 아시겠죠

  ? 신애자매 ? ”

 신애는 별다른 말이 없다. 약간 자존심이라도 상해있는 것일까. 드라마로 따지면 마치 자신이 악역같고 수정이 선한역이 되어버리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듯 해서 신애의 마음이 더더욱 편치않다. 아까 화를 낸 문제도 그렇지만 이렇게 화해의 손길을 뻗치는 수정의 손을 자신이 거부하면 또 뭐가 되는가. 적어도 ‘나쁜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은 그것이 지금 신애의 마음인데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상황이 이런식으로 돌아가고 있자 신애의 마음은 그래서 더더욱 편하지가 못한것이다. 말없이 자신의 손을 잡은 수정에게 자신의 그것을 맡기고 있는 상태인 신애. 헌데 현우가 듣기로는 이 두 사람인 72년생으로 현우와 동갑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전에는 각기 다른 선교회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나눔선교회에서 함께 간사일을 보고 있는 두 사람인데 그럼 대충 계산을 해봐도 이미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지는 이미 최소한 반년 이상은 지났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말은 놓지 못하고 존대를 사용하고 있는 수정과 신애. 이런식의 표헌 자체가 어찌보면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그대로 보여주는것이라 할수도 있을것이다.






 밤늦은 시간.

 운남성의 아지트(아파트)에선 모두 열명의 탈북자와 나눔선교회 간사 세명(최수정,이신애,이부영) 그리고 현우까지 네명의 한국사람을 포함 모두 열네명이 두 개의 방을 각기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중 남자방. 이 안에는 이종혁 4총사와 또다른 탈북자 허모와 정모 그리고 현우까지 모두 일곱명의 남자가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 같았으면 한 세명정도가 쓰기에나 적합할 그 정도의 방에 그 배가 넘는 일곱명이 그 안에서 어느덧 한달 가까이 생활해오고 있었던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밤. 나지막히 누군가를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 정동무...정동무 일어나라... ”

 그렇게 누군가를 흔들어 깨우는 사람은 북한군 장교출신 탈북자인 45세의 허모. 그는 자신보다 열한살 연하인 34세의 그리고 북한에서 농사를 짓다 식량난으로 아내와 아이를 잃고 탈북한 정모를 깨우고 있었다.

 “ 무슨일입니까 ? ”

 놀라 묻는 정모를 허모는 조용하라는듯 ‘쉿~!’ 하는 신호를 보내고 방에서 나오게 했다. 그리고 부엌쪽으로 가 허모는 정모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 정동무...정동무는 어찌 생각하나 ? ”

 “ 무엇을 말입니까 ? ”

 “ 저 동무들...남조선에서 온 저 동무들을 과연 우리가 그대로 믿을수 있겠냐 이

  말이지. ”

 어느덧 이들이 이곳 운남성 아파트에서 생활한지도 한달 가까이가 지났고 어느덧 한해도 저물어가는 12월 말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미 베트남 한국 대사관에서 추방당한 경험이 있기도 한 이들 열명. 적어도 그때까지만 해도 나눔선교회 관계자들 말만 곧이 듣고 베트남의 한국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만사가 다 풀리는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베트남에서의 한국행은 좌절되고 말았고 다시 중국으로 들어와 이곳 운남성의 평수 작은 아파트에서 다시 생활하게 된지도 어느덧 한달 가까이가 지난 상태. 그래서인지 이들 두 사람에겐 언제부터인가 남한의 나눔선교회 관계자들에 대한 불신이 싹트고 있었다.

 “ 나 아무래도 혼자 많이 생각도 해보고 고민도 해보았는데...이대로 저 젊은 동무

  들만 믿다가는 아무것도 안 될것 같아. 생각해보라. 우리가 그 연변의 교회에서

  있었던 시간만 1년 가까이가 돼. 헌데 이곳 운남성에서라고해서 그것과 마찬가지

  꼴이 되지 않는다고 어찌 보장하겠어. ”

 “ 저도 그 점을 걱정하고 있는 중이긴 했습니다만... ”

 무엇보다 이들은 불과 며칠전 심지어 선교회 간사들끼리 자기네들끼리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모습까지 목격한바다. 그런 상태에서 다른 젊은 탈북자들과 달리 적어도 그들에 비해 열 살 이상 나이가 많은 이들 둘 입장에선 어쨌든 철부지 어린 친구들로 보일수도 있는 그 젊은 남한의 선교회 간부들을 언제까지 마냥 믿고 기다릴수만은 없다는 그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것이다.

 “ 정동무...그래서 내가 고민을 해본건데 말이야. ”

 “ 무슨 다른 좋은 방도가 있습니까 ? ”

 하지만 어차피 숨어 지내야하는 탈북자 신세인 몸은 적어도 중국땅에선 어딜가도 마찬가지. 비록 운남성은 (90년대 후반 상황) 조선족 자치구에서처럼 중국 공안의 탈북자 단속이 그렇게 심하진 않아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자유로운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탈북자 신분이 크게 달라지는것은 없을것이다. 헌데 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지. 허모가 결국 정모에게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 그러지말고 우린 우리끼리 움직이자우. 저 동무들 말만 믿고 있다간 아무래도

  죽도밥도 안 될것 같아. ”

 정모는 허모의 말에 그리 놀라지도 않는 눈치였다. 다만 자기네들끼리 움직인다고 해서 다른 뾰족한 방도가 있는것도 아닌지라 어떤 결심이나 결단까지 내리고 있진 못하고 있을뿐. 이 두 사람은 이미 자기네들끼리 남한쪽 간사들에 대한 불신을 몇차례 이야기 나눈바도 있다. 그런 상태에서 허모는 정모한테 의미심장하게 묻는다.

 “ 정동무...어차피 우리끼리니까 속시원히 동무 생각이나 말해보라. 동무는 남조선

  으로 분명히 갈 생각이 있는거이야 ? ”

 이종혁 4총사나 공은아 3자매와는 달리 적어도 정모나 허모는 한사람(정모)는 조선족 집에 숨어살 때, 또다른 한사람(허모)는 평양에서 몰래 남조선 방송을 들을때 적어도 남한 문물이나 소식을 어느정도는 접해볼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따라서 적어도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살고 북한에서 들은 선전이 거짓이로구나 하는것을 깨달은지는 이미 오래. 다만 자신들을 도와준다고 나선 선교회 관계자들조차 지금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우왕좌왕 하는 모습에 그들을 불신하고 있을뿐 적어도 북한으로 끌려가느니 차라리 남한에 가서 사는게 낫겠다는 그런 생각은 하게된지 이미 오래고 그 결심도 별로 달라진것이 없다. 허모가 그 부분에 대한 재차 확인을 요구하는것이다.

 “ 저야 뭐... ”

 괜찮으니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해보라는 허모의 말에 결국 정모는 입을 열었다. 나름 어떤 회한에 찬 목소리다.

 “ 저야...허 동지도 아시다시피 북에 있을때 그렇게 아내와 아들도 잃고 이제 이렇

  게 혼자 몸입니다. 이 한몸 그저 어디서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그렇게 반 체념

  한 상태이기도 하지만... ”

 “ ...... ”

 “ 하지만 그렇게 죽어간 아내와 아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도 집사람과 아이

  몫까지 내가 대신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 생각도 하는중입니다. 그걸 생각하면 차

  라리 남조선으로 가서 정말 내가 자유롭게 내 직업 택해서 열심히 땀흘려 돈 벌

  며 살겠다. 그 생각은 하는중이란말입니다. ”

 “ 역시 그랬었구먼. ”

 먼저간 아내와 아이에 대한 감정이 북받쳐 말을 하다 순간 울컥하기까지 한 정모. 허모가 그런 정모를 거듭 위로하며 달래고 그러면서 자기 생각도 이야기한다.

 “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여하튼 공화국에선 남조선은 그저 헐벗고 굶주린 사회라

  고 배웠고 나 역시 군인이나 인민들을 그런식으로 교양시키던 처지에서 그 실상

  을 안 이상 이대로 있을수만은 없지. 내 경우는 동무와는 달리 탈북하는 과정에

  서 인민군 놈들 총격을 피하다가 아이들과 뿔뿔히 흩어진 처지기도 하지만 지금

  이 넓은 중국땅에서 그 아이들을 찾을 방도가 있는것도 아니고, 차라리 남조선으

  로 들어가 거기서 돈 벌면서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면 그때가서 다시 아이들을 찾

  아볼 그 생각으로 있어. 그러니... ”

 “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형님 ? ”

 북한에서 ‘동무’는 보통 비슷한 연배나 아랫사람을 부르는 말이고 ‘동지’는 대개 윗사람에게 하는 호칭으로 만약 윗사람에게 ‘동무’라 불렀다간 결례가 된다. 하지만 그런 ‘동지’란 표현은 공적인 자리나 사이가 별로 가깝지 않은 사이일때 부르는 호칭일테고 가까운 사이라면 동지보다는 ‘형님’이란 말을 더 자주 쓴다. 정모와 허모도 어느덧 연변교회 은신처에서부터 함께 생활한지가 1년의 시간. 그 사이 그런대로 친밀한 관계가 유지되어서였는지 정모는 허모를 ‘동지’보다는 ‘형님’이란 호칭을 자주 쓰고 있었다.

 “ 차라리 우리끼리 밀항선을 타자우. 내가 나름대로 생각해본게 있어. 그러니 동

  무는 걱정말고 나만 따라오라. ”

 “ 밀항선을 타자구요 ? ”

 이미 선교회 간사들끼리 회의를 하면서도 그런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지만 정히 탈북자들이 남한행을 택하기 위해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밀항선을 타는수밖에 없었다. 대체 그 외에 다른 무슨 뾰족한 방도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한의 선교회 간사들만 무작정 믿고 기다리느니 차라리 이들은 이들끼리 움직이자는 그런 결단을 하기에 이른것이다. 정모도 어차피 선교회 관계자들에 대한 불신이 생긴지 오래인지라 허모의 제안에 별로 망설임없이 화답한다.

 “ 저도 그러는게 낫겠습니다. 무엇보다 연번에서부터 여기까지 이 많은 사람들

  과 계속 함께 있다나니 도대체가 답답해서 견딜수가 없시오. 이 갑갑한 생활에

  서 하루속히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저는 형님을 따르겠습니다. ”

 “ 그럼 조용히 나를 따라오라. ”

 허모와 정모는 그렇게 자기네들끼리 움직이기로 하고 은신처를 떠나기로 했다. 다만 선교회 관계자등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거나 찾지 않도록 하기위해 간단한 쪽지를 부엌 식탁위에 다음과 같이 남겼다.

 “ 찾지 마십시오. 저희는 저희끼리 살 방도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감

  사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신세지지 않는것이 도리라 생각했기에 떠나는 것입

  니다. 부디 찾지 말아주시고 다른분들은 무사히 남조선으로 가게되길 바랍니다.

 ” 
자신들의 실명까지 또렷이 쪽지 맨 끝에 적어놓은뒤 두 사람은 그렇게 은신처인 아파트를 한밤중에 빠져나갔다.





 현우는 다른 남성 탈북자 여섯명과 함께 방을 쓰고 있었다. 따라서 모두 일곱명이 함께 사용해온 남자 방. 헌데 날이 밝아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어째 방에 좀 여유있는 공간이 느껴지는듯 했다. 정신을 조금씩 차려가며 살펴보니 자신외에 모두 여섯명이 있어야하는 방에 두명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현우는 화장실에 있거나 씻는중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날도 밝고 했으니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니. 무엇보다 화장실에 있거나 씻는중이라면 어차피 자신이 지금 욕실을 쓸수가 없을테니 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방과 거실을 들락거리며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느낌에 아무래도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것 같지 않았다. 그제서야 욕실에 불은 꺼져있는 상태임을 깨달은 현우. 일단 자신의 볼일이 급하기에 안으로 들어가서 볼일과 세면까지 다 마치고 나왔다. 헌데 그러고보니 두 사람 정확히 남성 성인 탈북자인 허모와 정모가 보이지 않는것이 아닌가. 이 평수도 좁은 아파트에서 딱히 다른곳 있을만한 공간이 있는곳도 아니고, 남자방에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것을 확인한 현우는 베란다쪽을 가보았지만 역시 그곳에도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베란다 역시 넓은 공간은 아니라 그곳에 사람이 없는것을 확인하는것도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다. 남자방이든 여자방이든 안에서 나와서 바로 옆쪽을 돌아보면 보이는것이 베란다니까. 그러니 그쪽에 사람이 없다는것은 방에서 나올때 충분히 인지했을법한 일. 여하튼 확실한건 지금 그 두명의 탈북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의아해서 현우가 여자방문을 두드렸다.

 “ 무슨일이에요 ? ”

 아직 여성방의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것인지 일단 여성 간사로 추정되는 남한 말투가 들렸다. 방문을 열고 나온것은 최수정 간사. 무슨일이냐며 현우에게 묻는다.

 “ 수정자매, 이상해요. 탈북자 두분이 안 보여요. 허모와 정모 두 사람이 안 보이

  는것 같아요. ”

 “ 화장실에 있는것 아니에요 ? ”

 “ 아니에요. 화장실은 무슨...방금전까지 내가 있다가 나왔는데...방에도 안 보이

  고...어떻게 된거지. ”

 “ 그럼 뭐 잠깐 바람이라도 쐬러 나갔나보죠 뭐. ”

 아직까지 최수정 간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듯 했다. 그 사이 이신애 간사라던가 여성방의 탈북자인 공은아 3자매도 하나하나 잠에서 깨어나고, 두명의 남성 탈북자가 보이지 않는것에 현우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최수정은 방금 대수롭지 않게 ‘바람이라도 쐬러 나간것 아니냐 ?’고 했지만 은신처의 탈북자가 그렇게 함부로 밖으로 나돌아 다닌다는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아파트건 어디건간에 여하튼 이곳도 분명한 탈북자들이 숨어있는 은신처다. 아무리 운남성이 조선족 자치구에 비해 탈북자 단속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지역이라 할지라도 탈북자들이 함부로 밖으로 나돌아다니는것은 분명 위험한 일이다. 실제 그간 탈북자들은 물론 이곳 운남성 아파트에 있으면서는 상대적으로 연변교회 은신처보다 위험이 덜해 그간 술파티,고기파티도 몇번 함께 벌이는 대담한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아파트 안에 있을때 안전하다는 것이고, 밖으로 나갔을때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지는 모르는일이다. 따라서 비록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라도 탈북자들은 이곳에서도 가급적 바깥 외출은 삼가고 시장을 보러 간다던가 하는일은 대개 남한사람인 선교회 간사들이 해오고 있었다. 헌데 아무리 갑갑하기로 잠깐 바람이라도 쐬러 나간다는것은 너무 무리하고 위험한 행동이다. 그런면에서의 불안감마저 엄습해오고 있는데, 그 사이 최수정과 이신애가 아침을 준비하기위해 부엌으로 가다가 결국 그제서야 허모와 정모가 남긴 쪽지를 발견하고 만다.

 “ 이...이게 뭐야 ? ”
더 이상 신세지지 않겠다며 자신들을 찾지 말아달라는 자기네들은 자기들끼리 살 방도를 알아보겠다며 달아나버린 허모와 정모. 바로 그와같은 내용의 쪽지를 그제서야 발견한 최수정과 이신애가 현우에게도 보여주고 현우뿐만 아니라 다른 간사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무엇보다 탈북자 신분으로 대체 이 은신처를 빠져나가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걱정이 되어 결국 간사들이 부리나케 뛰쳐나가 두 사람을 찾아보도록 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을 찾는다는게 그리 쉬운일이 결코 아니었다. 비록 운남성이 안전지대라 해도 탈북자는 분명 탈북자다. 헌데 그것도 자신들이 지금껏 숨겨두고 있던 탈북자가 도망간 상황에서 그 사람들의 행방을 어떻게 물어본단말인가. 아닌말로 ‘저기...저희가 지금것 숨겨놓고 있던 탈북자 두분이 달아났는데, 그분들 어디에 갔는지 혹시 못보셨어요 ?’ 이렇게 물어본다는것 자체가 큰일날 소리다. 공안에게 물어볼수야 없는뿐더러 - 무엇보다 90년대 후반 현재는 아직 중국당국이 탈북자가 그런 남쪽지방까지 도망갈거라곤 생각 못하던때고 조선족 자치주내에서만 단속을 강화하던 때인데, 그런말을 한다는것은 ‘탈북자가 이 먼 운남성까지 올 가능성도 있다’는것을 대놓고 알려주는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그것이야말로 진짜 바보짓이다. 그렇게 일반주민에게든 공안에게든 신고도 할 수 없고 물어볼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 게다가 이 두 사람이 작정하고 도망친것이라면 도피과정에서 가명을 쓸수도 있는일이다. 대체 이 두사람이 은신처에서 달아나 뭘 어찌하겠다는것인지를 남쪽 사람들이 알수야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그렇게 작심하고 도망친 성인 탈북자 두명을 찾아낸다는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닐것이다.

 결국 하루종일 돌아다녀봤자 그들의 행방을 찾을길 없어 오후 늦게나마 돌아온 간사들. 현우도 현우대로 망연자실하게 그때까지 집안에 있다가 혼자 한참을 고민하다 사뭇 어떤 결심이나 결단을 내린듯 다른 간사들(최수정,이신애,이부영 총 3명)을 불러보아 말한다.

 “ 우리 두분은 단념하도록 하죠. ”

 “ 네 ? ”

 이게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어 간사들은 어이없다는듯 현우를 바라보는데 현우는 오히려 그런 간사들을 설득하려 들었다.

 “ 어차피 그분들이 작심하고 도망친 이상...중국땅에서 그것도 은신처에서조차 달

  아난 탈북자분들을 찾는다는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에요. 그러니 그

  두 사람은 포기하고 다른분들을 무사히 한국땅으로 들여보내는 방도에만 집중해

  보도록 합시다. ”

 마치 자신이 언제부터 이곳의 리더라도 된 양 말하고있는 현우. 두명의 달아난 성인 남성 탈북자(34세 정모, 45세 허모)는 포기하는게 좋겠다고 거듭 간사들을 설득한뒤 현우의 말이 이어진다.

 “ 이신애 간사님. ”

 총무간사 이신애를 먼저 불렀다. 한국에 있는 한 실향민 장로님을 설득해서 그분의 친척인 것으로 신분을 위장시켜 공은아 3자매를 한국으로 들여보내는게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애초에 냈었던 바로 그 자매다.

 “ 그...한국에 있는 그 실향민 장로님쪽과는 접촉이 진행되고 있나요 ? ”

 비록 아이디어가 그와 같았지만 그것이 실현이 될지, 아무리 이신애의 아버지인 목사님과 평상시 친분이 있던 장로님이라고 해도 이와같은 부탁을 흔쾌히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일단 신애가 그 부분에 대한 현재 진행상황을 말한다.

 “ 이은화 자매와 박현정 간사가 현재 그 장로님을 만나러 간 것으로 알고 있어요.

 ”

 이은화는 바로 처음에 현우를 연변교회로 안내해준 그 나눔선교회와 연변교회간의 연락책을 맡고있는 그 자매. 은화의 경우엔 애초의 임무가 현우를 연변교회에까지 안내해주는것이기 때문에 그 일을 마치고는 귀국한 상태다. 그리고 박현정은 나눔선교회 홍보간사로 현재 서울에서 선교회 사무간사겸 편집장인 이현철과 함께 일을 하는중이다. 그리고 신애의 아이디어로 일단 그 이은화 자매와 박현정 간사가 신애의 아버지와 친분이 있다는 그 실향민 장로님을 만나러 가기로 일단 이야기는 된 상태다. 현우는 일단 그럼 되었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그것은 되었고 최수정 자매님. ”

 “ 예 ? ”

 현우의 말에 답을 하는 재무간사 최수정. 현우가 그런 수정을 바라보며 말한다.

 “ 수정자매는 지금 곧 천진항으로 가서 그곳에서 인천으로 가는 여객선 표 네장을

  구하도록 하세요. 그것을 이종혁 4총사에게 주어서 한국으로 들여보낼 생각입니

  다. ”

 “ 가능...할까요 ? ”

 “ 되든 안되든 일단 일은 추진해봐야죠. 여하튼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건 이 탈북

  자들을 무사히 한국에 들여보내는 일이잖아요. 그러니 수정자매는 지금 곧 천진

  항으로 가서 여객선 표를 구해보도록 하세요. ”

 천진항은 바로 북경과 인접해있는 항구도시로 한중간 여객선도 오가는 지역. 그곳에서 배표를 구해 이종혁 4총사를 들여보내자는게 현우의 생각인것이다. 현우의 그와같은 명을 받들고 움직이려는 최수정. 현우가 그런 수정에게 말한다.

 “ 최수정 간사님. ”

 “ 네, 현우형제. ”

 “ 역사소설 같은데 봐도(가령 삼국지연의같은) 장수는 전투현장에선 직속상관의

  명을 받지 황제의 명을 받지는 않는다고 했어요. 그러니 최수정 간사는 현장에서

  어떤 돌발상황이나 변수가 생길 경우 수정자매의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도록 하세

  요. 배표 네장이 구해지는데까지는 수정자매가 최선을 다 해 그 일에 임하라는겁

  니다. 그리고 진행상황을 일일이 여기까지 전화해 보고할 필요 없이 상황이 모두

  완료가 되면...즉 여객선표 네장이 모두 구해지면 그때 전화하라는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 ”

 행여 너무 세세하고 자질구레하게 연락을 주고받다가 시간이 지체되거나 일이 들통나는일이 없도록 가급적 신속하게 일을 추진할수 있도록 이러한 명을 내린것이다. 명(?)이라고 하니 이상하기도 하지만 현우는 지금 이 상황에서 사실상 이 은신처의 리더라도 된양 행동하고 있었다. 좀 얼떨떨하긴 하지만 다른 간사들은 졸지에 현우의 명을 받는 상황이 되어버린 상태. 여하튼 그렇게 공은아 3자매와 이종혁 4총사를 한국으로 들여보내는 방법이 모두 정해졌고, 그 방안대로 일을 추진하기로 결론을 내린것이다. 헌데 그때 이부영 간사(나눔선교회 전략간사)가 끼어들었다.

 “ 아라는 어떻게하죠 ? ”

 공은아 3자매와 이종혁 4총사를 한국으로 들여보내는 방식은 그와같이 정해졌으나 아직 일곱 살난 아라가 남았다. 바로 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이부영. 현우가 뭔가 곰곰이 생각에 잠긴듯 하다 입을 연다.

 “ 아라의 경우엔...음...아라의 경우엔... ”

 “ ...... ”

 “ 아라문제는 제가 또 따로 방법을 생각해본게 있는데 일단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도록 하죠. 일단 다른 일곱사람 공은아 3자매와 이종혁 4총사 이들을 한국으로

  들여보내는 일을 먼저 추진하고 아라문제 처리는 그때가서 다시 논의해보도록 할

  께요. ”

 전략간사 이부영의 역할이 무색해질 정도로 사실상 이 은신처에서의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한 정현우. 그렇게 13인의 탈북자중 베트남 대사관에서 망명신청이 받아들여져 한국으로 갈수 있게된 세명(30대 부부와 열 살난 아들. 부인은 임신중) 그리고 은신처에서 달아난 30대와 40대 성인남성 두명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명의 탈북자의 한국행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중이다.



- 9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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