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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걸그룹 팬픽 - 황정음 (3) 1세대 걸그룹 팬픽




                                    부제 : 13인의 탈북자 이야기





 다음주에 현우는 은화와 함께 중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10월도 어느덧 하순으로 접어드는 무렵이다. 한국의 날씨도 어느덧 쌀쌀해져가고 있는데 연변은 북한보다도 더 북쪽이다. 당연히 한국보다 훨씬 추울것이란것 정도는 현우도 충분히 예상할수 있는 일이기에 두꺼운 겨울옷을 잔뜩 준비한뒤 은화와 함께 김포공항에서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 아직 인천공항은 생기기전. 97년 10월)

 연변 현지의 상황은 이미 이현철 간사로부터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바고, 다만 현우는 현우대로 다른 궁금함이 남은게 있어 비행기안에서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을 이은화에게 건넸다. 현우에게 있어서 비행기를 타고 외국을 나가보는 경험은 이것이 사실상 처음인지라 설레고 들뜬 마음도 있었다. 서울에서 북경까지는 비행기로 대략 한시간 정도 걸린다하니 사상 처음 해보는 비행기 여행치고는 너무 시간이 짧은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가슴 한켠에 간직한채 은화와 함께 그렇게 나란히 북경행 대한항공 일반인 좌석에 탑승했다. 어느정도 들떠있는 현우와 달리 은화는 이미 여러차례 중국엘 다녀온 사람인지라 비교적 차분하고 담담한 분위기였다. 비행기 여행이 처음인 현우에게 사뭇 어른스레 비행기를 타면서 주의할것,조심할것등을 세심하게 알려주기도 했었다. 여하튼 현우는 현우대로 나눔선교회와 관련해 아직 궁금한것이 다소 남아있는 처지라 그에대한 질문을 은화에게 꺼넨것이다.

 “ 그런데 은화자매. ”

 “ 네, 현우형제. ”

 살포시 미소지으며 현우를 바라보는 은화. 무슨 데이트라도 하라고 현우에게 은화를 붙여준것은 분명 아닐터이지만 그래도 젊은 여성과 이렇게 단둘이 비행기를 타고 외국을 나가본다는게 현우로 하여금 거듭 묘한 흥분감마저 들게 만들고 있었다. 현우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헌데 나눔선교회는...하는일이 참 방대한가봐요 ? 보니까 북한선교쪽에만 주력하

  는곳은 아닌곳 같던데... ”

 처음 현우가 현주로부터 나눔선교회 안내책자를 건네받았을때는, 현우도 성격탓에 그 안내책자를 꼼꼼이 들여다보기도 했지만 그 책자에는 주로 아프리카나 중남미등에 있는 극빈층 어린이,청소년들을 후원하고 그들에게 식량과 구호물품을 전하는 일이 주된 사업이라 되어있었다. 오히려 북한선교와 관련된 일은 그 책자 끄트머리에 그것도 ‘앞으로의 계획’인양 무슨 자투리 공간이라도 이용 실린듯한 모양새라 현우가 아닌 다른 누가 그 책자를 봤더라도 나눔선교회의 주 사업이 ‘북한동포를 후원하는 일’은 아닌 것으로 충분히 느꼈을것이다. 헌데 현우의 그와같은 질문을 받자 은화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그러다가도 다시금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친절하게 현우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 사실 그게 이야기를 하려면 좀 복잡해요 속사정이... ”

 “ 속사정이 복잡하다뇨 ? 그건 또 무슨말씀인가요 ? ”

 사실 막상 그렇게 선교회 사무실을 찾아와서 이현철 간사로부터 이야기를 듣고보니 나눔선교회의 주 사업은 아프리카나 이런 오지의 어린아이들을 돕는일이 아닌 마치 ‘북한선교’ 그중에서도 탈북자를 돕는일이 주된 사업인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연변교회에서 은신중인 13인의 탈북자를 데려오는 일이 상황이 너무 급하고 긴박하다보니 그 문제가 주된 화제가 된 것으로 이해할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나눔선교회의 구호사업이 그만큼 광범위하고 폭넓은 것이라면 탈북자들을 돕는일은 그 방대한 사업중 지극히 일부분에 달하는 것일수도 있다. 기왕 이렇게 된것 상황파악이나 좀 더 제대로 하고픈 마음에서라도 나온 현우의 물음이기도 한데, 은화는 좀 난감한 표정이 되긴 했지만 굳이 숨기거나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듯 스스럼없이 말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 나눔선교회가 설립된것은 94년 봄의 일이에요. 그러니 벌써 3년 반 정도가 지

  났는데...그리고 전 선교회 초창기때부터 회원이었기 때문에 그간의 있었던 일들

  을 구체적으로 잘 알고 있지요. 제가 직접 사무간사를 1년정도 맡았던적도 있고

  요. ”

 이현철 간사 이전에 은화도 사무간사 일을 1년정도 맡았었다는 이야긴 지난 토요일 사무실에서 그녀를 소개 받으면서 대충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헌데 대체 그 사이에 어떤 복잡한 사연이 있었다는것인지 그 부분에 대한 은화의 설명이 이어진다.

 “ 원래 선교회 초창기에는 실제 아프리카 오지 몇몇 지역과 결연을 맺고 그곳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식량과 물자지원을 하는 그 일을 시작하긴 했어요. 그러면서

  단기선교팀도 몇차례 그 선교현장을 방문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후 아프리카

  구호사업이 좀 뜻하지 않는 난항에 부딪혔어요. ”

 “ 난항에 부딪히다니요 ? 왜요 ? ”

 “ 그건...국내의 복잡한 사정도 있고 아프리카 현지 사정...아프리카가 워낙 정치적

  으로나 종교적으로 복잡한 속사정이 많은 나라니까요. 그래서 선교회가 한 1년정

  도는 아프리카 구호활동을 제대로 못하는 좀 방치된 상태였어요. 그러다 좀 뜻하

  지 않은 변수가 발생했어요. ”

 “ 변수가요 ? ”

 “ 네, 중간에...북한선교에 비전을 갖고 활동하시는 몇몇분이 저희 선교회로 유입

  되어 들어오신거에요. 그게...크게 두가지 부류가 있는데...실제 연변에서 북한선교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크게 두가지 부류가 있어요. 북한 국내 상황을 우리나라에

  알리는 그런 부류가 있고...탈북자들에게 복음을 전해 북한 내부로 파송을 보내는

  그런 분들도 있거든요. ”

 연변의 선교단체 아지트에 탈북자들을 은신시킨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 북한땅으로 파송을 보내기도 한다는 그런 이야기는 이현철 간사로부터도 이미 익히 들은 이야기다. 하지만 목숨걸고 북한을 탈출한 그들을 북한으로 다시 돌려보낸다는것은 북한체제의 속성과 성격을 아는 사람이라면 상식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란 판단은 금방 할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그러느니 연변에 은신중인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자는 이런 아이디어까지 나오는 단계에 이른것이 아닌가. 은화의 설명은 계속된다.

 “ 그...A라는 단체가 있는데 그곳이 사실 북한 내부 사정을 너무 지나치게 과장시

  켜서 국내에 전하고 있다고...그런 문제로 좀 말이 많은곳이 있었어요. 그리고 B

  라는 단체는 주로 탈북자들에게 복음을 전해 그들을 북한땅으로 들여보내 그곳에

  서 전도활동을 하도록 하는곳인데...여하튼 그것도 좀 논란이 있는 사업이기도 하

  죠. 그러다보니... ”

 “ ...... ”

 “ A단체는 A단체대로 또 B단체는 B단체대로 그런 문제로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말이 많았었나봐요. 그래서 그곳에서 탈퇴한 회원이랑 간부 대략 한 20-30명 정

  도가 저희 ‘나눔선교회’로 들어오시게 되었어요. ”

 “ 어...그런일이 다 있었군요 ? ”

 이런 이야기는 현우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라서 사뭇 더 흥미가 가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듯 귀를 더욱 기울여 은화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그런 현우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은화는 좀 더 적극적으로 열의를 다해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 헌데 아무래도 그분들은 주 목적이 북한선교쪽인 분들이다보니 기존 나눔선교회

  멤버들과 마찰이 좀 있었어요. 원래 멤버들은 아프리카 선교를 주목적으로 하던

  분들이니까요. 그래서 머나먼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돕는것을 주된 활동으

  로 할 것이냐. 아니면 가까이에 있는 북한동포와 수많은 탈북자들을 살리는 일을

  먼저 할 것이냐. 한동안 논란이 좀 많았죠...많다가... ”

 “ ...... ”

 “ 그러다...쿠데타 비슷한 일이 좀 벌어졌다고나 할까요. 원래 나눔선교회 임원을

  하시던 분 몇분이 그와같은 유입파들에 반대해서 사퇴를 하는일이 벌어졌고...급

  기야는...사실 지금 나눔선교회 대표가 없어요. 일종의 비대위처럼 운영되는 단계

  인데... ”

 “ 예 ? ”

 그럼 지금 나눔선교회에 대표가 없다는 소리인가. 이건 좀 충격적이기도 하고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일이라 현우는 깜짝 놀란다. 그 충격을 좀 완화시켜주려는듯 은화가 손을 내저은뒤 안심하라는듯 현우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은화의 설명은 좀 더 이어진다.

 “ 원래 대표를 하시던 선교사분이 사퇴를 하시고 지금은 OOO 목사님이라고 OO

  교회 담임목사를 얼마전까지 하시다가 최근 은퇴하신분이 계셔서 그분이 지금은

  비대위원장을 맡고 계세요. 나눔선교회가 그래서 지금 좀 그런 과도기적인 단계

  에 있는데... ”

 “ ...... ”

 “ 지금은 그래도 그 과도기가 다소 안정을 찾아가는 그런 단계에요. 지금은 원래

  간사하시던 분들이 다 나가시고 새로 유입되어오신 분들이 간사로 임명되어 있기

  도 한데...저 같은 경우엔 작년 여름에 사무간사를 사퇴했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

  선교회엔 관심을 갖고 참여해오긴 했어요. 그리고 저 사퇴한뒤 사무간사가 중간

  에 서너번 더 교체가 되었다가 지난 봄부터 지금 이현철 간사님이 사무간사를 맡

  아서 어느덧 반년째 봉사해오고 있는 중이신거죠. ”

 “ 그런일들이 다 있었군요. ”

 “ 이번에 저희가 가게되는 그 연변교회도 원래 그 유입되어 오신 분들이 이전의

  다른 북한선교단체에 있을때부터 연계되어 활동을 하던 그런곳이라 하더라구요.

  헌데 그분들이 이제 나눔선교회에 주류가 되면서 자연스레 그 교회가 나눔선교회

  가 지원하는 교회가 되어버린것이고요. ”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름 어떤 열기라도 올라서일까. 목도 마르고 땀도 좀 나는것 같은 은화는 스튜어디스에게 쥬스 한잔을 갖다달라고 해서 그것을 벌컥벌컥 마시기도 한다. 늦가을에 땀도 나고 목도 이렇게 마르기까지 하다니 제법 기이한 현상이기도 하다. 여하튼 은화는 아직 보충설명을 좀 더 할게 남아있는듯 이야기를 다시 이어간다.

 “ 그렇게해서 나눔선교회가...알아보니까 그 연변교회에 은신해있다는 탈북자분들

  ...상황이 너무 딱하고 안되보이니 일단 그분들부터 한국땅으로 들여보내자. 그런

  결단을 내린거에요. 그래서 이런 ‘탈북자 구출작전’을 계획하게 된거죠. ”

 “ 그럼 앞으로도 나눔선교회는 그런 탈북자를 돕는 일을 계속 할 생각으로 있는건

  가요 ? ”

 “ 그게...글세 저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

 은화도 은화대로 나름 어떤 고민이 있는듯한 표정이 된다. 현우는 여전히 호기심을 갖고 그녀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은화의 설명은 좀 더 이어지고 있다.

 “ 일단 앞서서 말씀드렸듯이 지금이 일종의 과도기적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선교회 방향을 어느쪽으로 할지는 결정내리기가 쉽지 않아요. 기존의 아프리카

  구호활동을 계속 할것이냐, 아니면 탈북자를 돕는일을 주력할것이냐. 아직 선교

  회가 이후 향방에 대해선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에요. ”

 아프리카 구호활동을 주로하던 기존 멤버들이 떠나고 탈북자를 돕는 일을 주로 한다는 다른 선교단체 멤버들이 유입되어 들어온 그런 단계라고 하니 확실히 나눔선교회는 지금 과도기이면서 일종의 격동기에 있는것만은 분명해보인다. 헌데 은화의 말로는 그녀는 선교회 초창기때부터 멤버라고 하지 않는가. 중간에 1년 사무간사일을 맡기도 했고. 그런 은화가 아직까지 남아있는것을 보면 그녀도 탈북자를 돕는 일에 관심은 있다는 의미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한 궁금함을 담아 현우는 은화의 생각을 물어보았고 은화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 전 그렇게 생각해요. 머나먼 아프리카의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을 돕는 일이든

  또 가까운곳의 북한동포와 탈북자를 돕는 일이든 그 둘에 어떤 경중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

 “ 다만 ? ”

 “ 다만 만약 정히 이런 선교활동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

  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느끼는것이 있을것이라 생각해요. 스스로 기도하면서 하

  나님과 교통하고 소통하면서 깨달을수 있을것이라고 봐요. 하나님께서 과연 이

  순간 어떤 소명이나 사명을 주신것인지...그리고 그것이 정히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면... ”

 “ ...... ”

 “ 하나님께서 주신일을 회피하지 않고 그 일을 맡아 하는것도 올바른 그리스도인

  이고 선교사의 자세라고 봐요. 전 여하튼 지금 이렇게 하나님께서 선교회에 주신

  이 일이 정녕 중요한 소명이라면... ”

 은화의 말뜻은 결국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일이든 탈북동포를 돕는 일이든 거기에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일의 흐름 자체가 탈북자를 돕는 일이 더 중요한 사명으로 여겨진다면 그런일을 맡겨주신 하나님의 뜻에도 회피하지 않고 따르고 순종하는것도 하나의 도리라 생각한다는 말로 해석할수 있을것이다. 여하튼 은화는 탈북자들을 돕는 일도 분명 중요한 소명이라 생각하고 이런일을 맡아 하게된 그런 자매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비행기 안내방송이 조만간 북경공항에 도착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연변교회에 도착했을때는 그곳 담임목사 내외와 두명의 젊은 자매가 현우와 은화를 맞이했다. 은화가 현우를 안내해준 연변교회는 그래도 두만강변에선 한 몇 km 떨어진 거리가 좀 있는 곳이었다. 서울에서 현철과 은화가 해준 설명에 의하면 두만강변에서 총을 맞아 쓰러진 40대 남자도 지금 은신처에 있다고 했는데, 그 경우는 연변교회 목사 사모가 두만강변에 일이 있어 나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례라는 설명을 덧붙여주기도 했다. 연변교회 목사라고 하길래 현우는 조선족인가 하고 막연히 짐작했었는데, 그것은 아니고 한국출신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이 연변교회를 운영하면서 이곳에 눌러살고 있는 사람. 그러니 한국 교민이나 다름없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 목사가 연변교회를 이끌게 된지는 어느덧 3년정도 되었고, 그러면서 몸소 탈북자들의 심각한 상황을 쭉 봐왔기에 그들을 언제까지 더 이상 이렇게 방치해둘수만은 없다는 나름대로의 소신과 생각을 갖고있는 그런 사람이기도 했다. 목사는 30대 후반의 비교적 젊은 사람이었고, 사모는 그보다 네 살정도 연하인 역시 30대 중반의 젊은 여성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일곱 살난 아이도 하나 있었다.

 “ 어쨌든 저흰 그래서...실제 저희가 이곳에 숨겨주고 있는 탈북자들도 있고 해서

  어떻게해서든 이 사람들을 한국으로 보내줘야겠다 그 생각을 하고 있던것입니다.

  뭐 국내에 있는 이런저런 선교단체들도 다 나름대로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과 생

  각들이 있겠지만, 막상 여기서 진짜 탈북자들의 심각한 상황 무엇보다 언제 공안

  에 붙들려 북한땅으로 붙잡혀 들어갈지 모르는 위험에 늘상 노출되어 있음을 안

  다면 한국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이런저런 논란들은 얼마나

  한가한 소리들인지 그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

 목사의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역시 나눔선교회등과 관련된 이런저런 복잡한 상황들을 대충 알고 있는듯 했다. 하긴 연변교회 입장에선 자신들을 후원하는 선교단체가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금은 ‘나눔선교회’가 후원자가 되어있는 상황이니 실제 이곳에서 시무를 하고 활동을 하는 목사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일이었을것이다. 한편 이곳에 함께 있는 두 여성은 다름아닌 나눔선교회 간사들이었다. 은화는 그 두 사람 역시 현우에게 소개했다.

 “ 인사하세요 현우형제. 이쪽은 저희 나눔선교회 총무간사 이신애 자매님이시고

  이쪽은 재무간사를 맡고계신 최수정 자매님이세요. ”

 “ 나눔선교회 간사님들이시라구요 ? ”

 순간 현우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까 비행기로 은화와 함께 중국으로 오면서 나눔선교회와 관련한 저간의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들을 대충 듣기도 했지만, 여하튼 그런 선교회 간부급 인사들이라면 탈북자 문제 하나에만 전념하거나 전담할수 있는 처지는 아닐것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에 사무간사 이현철과 사무실에서 인사를 나누었을때만 해도 다른 간사들이 중국에 무슨 선발대(?)처럼 나와있을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던것이다. 물론 어쨌든 그만한 규모의 선교회라면 간부가 이현철 단 한사람만일리는 없겠지만 여하튼 총무간사와 재무간사쯤 되는 중책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이 이렇게 연변교회까지 직접 나와있다는 이 상황이 잘 납득이 가지 않았던것이다. 그 의아해하고 있음을 대충 눈치챘음인지 은화가 설명을 더 덧붙여준다.

 “ 두분 다 금년 봄부터 간사를 맡게되신 분들이세요. 두분 다 북한선교에 비전을

  품고 오래전부터 기도해오신 분들이고요. ”

 “ 아, 네에. ”

 원래 이전에 아프리카 오지 구호활동을 주로 하려던 사람들이 대다수 떠나고 지금은 북한선교를 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다량으로 선교회에 유입되어 들어온 상태라더니 그렇다면 대충 상황은 짐작할만 했다. 무엇보다 현우야 그런 나눔선교회 내부의 그간의 복잡한 속사정까지야 그렇게 세세히 복잡하게 알아둘 필요는 없는 사람이고 목사님 내외와 이은화, 정현우 그리고 소개받은 두명의 간사까지 이들이 모여서 향후의 일들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나누게 된다. 한편 은화의 말로는 이들 외에도 간사가 두명 더 있다고 했다. 일단 총무간사 이신애와 재무간사 최수정은 현우와 동갑인 72년생이었고 박현정이란 홍보간사가 있는데 그는 글자그대로 국내에서 주로 선교회 홍보활동을 하기 때문에 중국까지 직접 오진 않는다고 했다. 그 박현정 간사는 현우보다 세 살위인 69년생이고 그리고 그 외에 이부영이란 전략간사가 있는데 그는 현우보단 한 살 아래인 73년생. 그리고 그 전략간사도 조만간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라는것이 은화의 설명이다.

 “ 편집국장님은 지금 잘 계시죠 ? ”

 “ 옛 ? ”

 난데없이 웬 편집국장 ? 수정과 신애와 인사를 나눌때 두 사람의 입에서 그런 질문이 나와 현우는 순간 적잖이 당황했다. 이은화 간사는 그에대한 설명도 덧붙여주었다.

 “ 아, 원래 이현철 간사님이 저희 사무간사이시면서 저희 선교회가 발행하는 간행

  물 편집,출판일도 함께 하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이현철 간사님을 보통 사무간사

  라고도 부르지만 편집국장님이라 부르기도 해요. 저희 선교회 간행,출판물 편집을

  전담하고 계신 편집장님이기도 하시니까요. 출판물 간행 문제는 주로 홍보간사인

  박현정 자매님과 함께 상의하시면서 그 일을 맡아하고 계시죠. ”

 “ 아, 네에. ”

 편집국장 어쩌구 하는말에 순간 쓸데없이 당황했던 정현우. 어쨌든 나눔선교회란 조직이 대충 그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것을 파악할수 있었고 지금은 북한선교 문제 그중에서도 중국땅을 떠도는 탈북자들을 어찌하면 좋을지 그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인듯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현재는 나눔선교회 후원으로 되어있는 이 연변교회가 숨겨주고 있다는 모두 어느덧 13명에 달한다는 이들 탈북자. 그들을 한국땅으로 들여보냈으면 한다는게 이들을 어느덧 1년넘게 숨겨주고 있었던 연변교회 목사의 바램이고 이들은 그래서 그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이 먼 중국땅까지 와서 한 자리에 모여있는 것이다. 현우는 르뽀작가 일을 맡기로 했기 때문에 수정,신애등으로부터 13인의 탈북자들을 그전에 먼저 소개받고 인사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저녁시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이들의 회의가 진행되었다. 연변교회 목사내외 그리고 이은화와 정현우 그리고 나눔선교회 총무간사 이신애와 재무간사 최수정까지 모두 여섯명이 모인 회의다.

 일단 13인의 탈북자를 한국땅으로 들여보내는 일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였고 그 일을 어떤 과정을 통해 추진할것인지 그 부분에만 약간 이견이 있었다. 일단 중국내 한국 대사관에선 망명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는게 현재로선 가장 어렵고 난감한 문제였다. 중국이 탈북자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당국도 중국 눈치를 보느라 탈북자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는것 그것이 현지에서 직접 탈북자들의 심각한 상황을 보고 아는 많은 사람들을 가장 답답하고 화나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은 생각해본게 중국이 아닌 베트남을 통해 이들을 망명신청을 하게 하자는것이었다.

 “ 베트남은 아무래도 한국하고 관계도 우호적이고 무엇보다 한국사람들이 이젠 가

  서 장사도 많이 하고 사업도 많이하고 그러니...베트남과 한국 사이는 대체로 중

  국하곤 달리 많이 좋은편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러니 베트남 대사관은 중국

  대사관과는 달리 적어도 탈북자 문제는 무조건 외면하지 않을겁니다. ”

 1997년 가을 현재 이렇게 나눔선교회와 연변교회 관계자들은 순진하게도(!) 중국이 아닌 베트남으로 가서 망명신청을 하면 무난히 그 망명이 성사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해선 굳이 더 논의를 진행시키는게 무의미할정도로 이미 의견일치가 되어가고 있었고 다만 향후의 북한선교 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시킬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총무간사 이신애와 재무간사 최수정 사이에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었다.

 “ 헌데 수정자매 솔직히 제 생각에는 말이죠. 아무리 그래도 탈북자들을 북한 내

  부로 들여보내 거기서 복음을 전달한다는것은 무리라고 봐요. 무엇보다 어쨌든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분들이잖아요. 게다가 북한이 기독교든 무엇이든 종

  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것은 세상이 다 아는 상식인데, 애써 목숨걸고 탈북하

  신 분들을 다시 죽음의 땅으로 들여보낸다구요 ? 그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에

  요. ”

 “ 신애자매, 신애자매는 기독교 신앙이 어떻게 성장해 온것인지 대체 알고 그런말

  씀을 하시는거에요 ? 그 옛날 로마시대에도 심지어 카타콤 같은 지하동굴에 숨어

  서 그렇게 핍박받으면서도 신앙을 지켜온 그런 분들로 인해 지켜온게 기독교에요

  . 지금도 그 정신은 크게 변하지 않은거고요. 오히려 그런 핍박과 억압받는 땅일

  수록 더더욱 적극적으로 거기에 말씀의 빛을 성령의 빛을 전하는게 그게 우리같

  은 믿는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라구요. ”

 “ 수정자매, 하지만 지금을 그런 고대 로마시대의 경우와 단순 비교해서 말씀하시

  는건 곤란해요. 지금은 기독교 신앙이나 또 인권과 자유의 개념이 그때와는 많이

  다르고 성숙해져있는 시점이잖아요.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북한이 종교의 자유

  가 허용되고 기독교 신앙이 허락될수 있도록 만드는 그런 방법이 있는데...꼭 그

  렇게 목숨걸고 탈북해 오신 분들을 다시 죽을길이란걸 뻔히 알면서 그런길로 꼭

  보내드려야 하는거냐구요 ? ”

 “ 그래서 A선교회는 늘상 그렇게 북한 상황을 과장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나요

  ? A선교회가 늘 선교자금좀 더 뜯어낼 요량으로 북한상황을 허위,과장시켜 지금

  까지 한국 내부에 알려온것...적어도 이 바닥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잖아

  요 ? ”

 “ 수정자매, 지금 뭐 하자는거에요 ? ”

 “ 그만, 그만. 그만들 하세요 !!! ”

 보다못한 은화가 수정과 신애의 싸움을 말렸다. 목사내외도 이쯤에서 자신들은 빠지는게 좋다고 생각했는지 적당히 개인적인 핑계를 대며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다만 현우는 현우대로 이런 광경이 좀 낯설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했는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은화는 거듭 수정과 신애의 싸움을 말리며 두 사람을 일단 화해시킨다.

 “ 우리가 지금 여기서 다시 그 논쟁을 밤새 하자고 모인것은 아니잖아요. 지금 급

  선무는 여기 이 연변교회에 들어와있는 13인의 탈북자를 어떻게 무사히 한국땅

  으로 돌려보내느냐. 그게 더 급한 문제에요. 지금 그 한시가 급한 문제를 놓고 다

  른 부차적인 문제로 밤새 싸울 생각이신건가요 ? 계속 그렇게 하실거면 저도

  이 사업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 검토하는것을 정식으로 건의하겠어요. ”

 아까 얼핏 은화 말로는 나눔선교회가 지금은 비대위 형식으로 운영되는 과도기 체제라고 했던가. 그럼 대체 어디다 누구한테 건의하겠다는 말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여하튼 은화가 그렇게까지 정색을 하자 수정과 신애는 그쯤에서 언쟁을 멈추고 수그러든다. 둘이 사과하고 화해하라는 말에 진심인지 어쩔수 없는것인지 간단하게 미안하다는 말까지 하면서 서로를 안아보는 퍼포먼스까지 해보이는 두 사람. 여하튼 회의는 그쯤에서 정회하는것이나 다름없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현우도 아픈 다리를 두들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을 먹고나서 현우는 현우대로 교회 내의 한적한 공간에서 혼자 휴식을 취하며 상념에 잠겨있는데 그때 다가오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총무간사인 이신애였다.

 “ 아까 미안했어요 현우형제. ”

 음료수를 하나 현우에게 먹으라고 가져오면서 그와같이 말하는 신애. 근데 난데없이 뭐가 미안하다는것인지. 일단 현우는 신애가 건네준 음료수를 고맙게 받아마시고 신애는 그녀대로 조금전에 최수정과 싸운 문제가 마음에 걸리는지 그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하려든다.

 “ 아까 저희에 대해 많이 실망하셨죠 ? 이런모습 보여드리면 안 되는건데...정말

  죄송해요. ”

 “ 아...아니 뭐 전 괜찮습니다. 어차피 뭐...제가 그렇게 깊이 관심가질만한 사안도

  아닌거 같고...전 아무렇지도 않으니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

 “ 좀...이해해 주셨으면 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

 “ 이해요 ? ”

 원래 나눔선교회로 들어오기전에 이신애는 A선교회에서 최수정은 B선교회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A선교회의 경우는 북한 내부 상황을 너무 과장해서 한국 교단이나 언론에 알린다는 점 때문에 좀 말이 많은곳이고 B선교회는 탈북자들에게 복음을 전해 직접 북한 내부로 파송을 시키는 곳으로 알려져있는데 이 역시 논란이 생길수 있는 선교사업인것만은 분명하다. 나눔선교회의 지금 주류 멤버들이 결성되기까지 다소 그 복잡했던 사정들은 아까 은화로부터 대충 들은것들이 있기에 현우도 그런대로 상황파악이 되는듯 했다. 헌데 이렇게 생각이 전혀 다른 두 자매가 이제 나눔선교회의 총무간사와 재무간사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니 이렇게 해서 선교회가 제대로 돌아가기나 할 수 있을지 현우가 되려 걱정이 될 판이다. 신애는 신애 나름대로 자기 생각과 소신이 있는지 그 이야기를 현우에게 좀 더 들려준다.

 “ 사실 A선교회는 원래 6.25때 폐허가 된 북한내 교회를 재건한다는 목적으로 출

  범된곳이었거든요. 현우형제는 아시련지 모르겠지만 6.25때 북한 공산당의 핍박

  을 피해 월남한 기독교인들이 참 많아요. 그리고 그분들 대다수...특히 목사나 전

  도사...이런걸 하시다 오신분들...꼭 그런분들이 아니더라도...통일되면 언젠가 그

  교회들을 꼭 재건하겠다는 그 생각으로 지금껏 반세기를 살아오신 분들이시죠. ”

 “ ...... ”

 “ 바로 A선교회는 그런 분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선교회에요. 대개는 6.25때

  월남한 실향민 또는 그 2세,3세들이라던가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통일후 북한교

  회 재건 그걸 목적으로 모이신분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대체로 그런 방향으로

  비전을 품고 기도하는곳이죠. ”

 웬지 A선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짐작이 갈것도 같았다. 하지만 어쨌든 아까 은화의 말로나 수정과 신애의 언쟁중에도 나온 이야기처럼 그 선교회가 북한 내부 사정을 필요이상 과장해서 국내에 전하는 문제로 논란이 있는것만은 분명 사실인듯 했다. 하지만 지금 현우가 신애 앞에서 그런 문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피력한다거나 할 상황은 아닌듯 했고, 다만 현우는 신애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 호기심이 생겨 묻는다.

 “ 그럼...신애자매는요 ? ”

 “ 저요 ? ”

 “ 신애자매 부모님도 실향민이신가요 ? ”

 “ 아뇨, 저희 부모님은 실향민은 아니고 남한출신이세요. 그리고 저희 아버진 목사

  님이시구요. ”

 “ 옛~! ”

 조금 뜻밖의 일이라서인지 약간 당혹스럽고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는 현우. 뭐 신애가 목사님 딸이든 무엇이든 그걸 현우가 굳이 크게 신경쓸 필요까진 없지만 웬지 앞에 좀 특이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자매가 있는것 같은 그런 생각이라도 들어서인지 신애를 잠시 위아래로 훑어보기도 한다. 그녀는 대체로 갸름한 얼굴에 중간키 정도인 평범한 20대 중반의 여성. 다만 굳이 비교하자면 외모는 은화에 비해 좀 떨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아까 신애와 잠시 언쟁이 붙은 최수정 자매는 약간 괄괄하고 선머슴같은 스타일이었다.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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