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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걸그룹 팬픽 - 황정음 (1) 1세대 걸그룹 팬픽




                                    부제 : 13인의 탈북자 이야기



 1997년 가을.

 군에서 제대한 현우는 대학에 복학하지 않은지 어느새 1년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현우는 재수를 한 뒤 서울에서 B급 정도되는 4년제 대학 사학과에 진학을 했고, 그 2학년을 마칠 무렵에 군에 입대했다. ‘매와 주사는 제일먼저 맞는게 낫다’는게 현우는 나름대로 살아오면서 터득한 생활신조이기도 했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말이 누가 만든말인지 정말 기가막히다는 생각을 현우는 초등학교때 예방주사 맞던 시간때부터 깨달은 진리다. 현우의 경우엔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가 작은편이라 학교에서 늘 앞자리에 앉기도 했지만 그래서인지 예방주사를 맞을때나 단체기합을 맞을때는 늘상 현우는 대개 거의 앞순서에서 차례가 돌아왔다. 현우가 보통 앉는줄이라아 첫째줄 운이 좋아야 둘째줄 정도이니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현우에겐 대체로 주사나 매를 맞을때 그 순서를 기다리면서 겪는 공포나 두려움의 시간이 적을수밖에 없었다. 비록 주사나 매를 맞을때 그 직전 느끼는 순간의 공포나 두려움은 잠시지만 일단 그 ‘아픔’의 순간이 지나가고나면 비교적 장시간 나며지 한 40-50명의 아이들이 주사를 맞거나 매를 맞는 모습을 자신은 비교적 여유롭고 느긋하게 책상에 앉아 지켜볼수가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뒷자리에서 주사나 매를 맞아야 하는 아이들은 자기 순서가 올때까지 그 기나긴 공포와 두려움 불안함의 시간을 견뎌내야하지 않는가. 거기에 비하면 앞자리에 앉아 먼저 주사나 매를 맞은뒤 그 짧은 ‘아픔’의 순간을 견뎌내고 여유롭고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나머지 아이들 주사나 매 맞는 풍경을 즐기는 모습. 그런대로 괜찮은 추억이었다. 매와 주사를 왜 먼저 맞는게 낫는것인지 현우는 적어도 초등학교 시절 확실하게 체험하였다.

 그래서 현우는 군대도 ‘가급적 일찍 가는게 낫다’는 신조를 갖고 있었다. 군대 역시 마찬가지아닌가. 기왕 어차피 가게될 군대라면 이리저리 피해다니느니 대학 한 1,2학년때 초창기에 진작에 마치고 다녀와서 연애를 하든 취직준비를 하든 그래도 늦지 않다는게 현우의 생각이었다. 현우가 중,고등학교 무렵엔 대학생들의 일상을 다룬 ‘청춘 드라마’ 같은게 간혹 방송되기도 했는데, 거기서 보면 특히 3,4학년 정도 되어 군대가는 문제를 다루는 에피소드도 종종 다루기도 했다. 헌데 여자친구가 있거나 취직준비를 해야하거나 또 심하게는 부양해야하는 가족이 있는 가장이나 장남 혹은 독자인 경우의 설정도 드라마에선 종종 있었는데, 드라마라서 좀 갈등구도를 심도있게 다루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란것을 감안하더라도 기껏 여자친구와 정도 들만큼 들고 졸업후 취직을 위해 나름 전공을 살려가며 공부하거나 배운 기술도 있고 그런데 군대에 가야하기 때문에 2-3년의 시간을 빼앗겨야 하는 그래서 뒤늦게나마 여자문제고 취직문제고 그런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고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참 사람 못할짓’이란 생각을 했었다. 어찌보면 학교다닐때 매나 예방주사를 맞는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맞을 매고 맞아야할 주사라면 일찌감치 맞아서 그 두려움과 공포감에서 벗어나는게 나은것처럼 군대도 일찌감치 다녀온뒤 여자를 사귀든 취직준비를 하든 그게 더 홀가분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준비할수 있는 일들이 아닐까. 그게 현우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현우는 대학에 들어간뒤에도 주위 친구나 동료들에게 ‘군대는 가급적 빨리 다녀올것’을 권고하곤 했었다. 또 실제 현우도 기왕이면 1학년 마치고 그때 빨리 군대에 다녀오고 싶었으나 그 무렵에 사정이 좀 여의치 않아 1년이 늦어져 2학년을 마치고 다녀온것 뿐이다. 여하튼 비교적 빨리 군대에 다녀와 이제 남은 3,4학년 과정을 복학해서 마치기만 하면 되는게 현우의 처지인데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현우는 제대한후 복학하지 않은지가 벌써 1년 반을 넘어서고 있었던것이다.

 현우가 제대후 복학을 포기하고 대신 선택한것은 ‘한겨레 문화예술 대학’이란 문학과 예술분야의 창작강좌를 하는 그런곳에 등록을 하였다. 원래 학교다닐때부터 역사에 좀 관심이 많아 사학과에 진학한 현우이기도 했지만 막상 사학과는 졸업후에 취직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에 실망하고 있던 중이기도 했다. 그러다 한번 ‘작가가 되어볼까’ 하는 궁리를 하다 선택한것이 ‘한겨레 문화예술대학(약칭 ’한겨레 문예대학)’이었다.

 보통 월간문학이니 현대문학이니 하는 문예단체나 문예지에서 운영하는 그런 ‘문예창작강좌’가 있기도 하고 또 방송작가협회에서 운영하는 ‘방송작가 교육원’이란곳도 있고 이 무렵(90년대)엔 백화점 문예센터 같은데에도 이런저런 문예창작 강좌 같은게 많이 개설되기도 하던 그런 무렵이었다. 하지만 ‘한겨레 문예대학’은 그런 일반적인 문예대학(문예창작 강좌를 하는곳)이나 백화점 문화센터 같은곳과는 성격이 약간 다른곳이었다. 비단 소설이나 시같은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나 시나리오작가 혹은 평론가 또는 음악이나 미술쪽의 창작활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까지도 폭넓게 강좌분야를 개설하고 있는 이른바 ‘문화예술 창작 종합대학’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 그런대로 유명한 진보성향 언론과 문예단체가 기반이자 후원이 되어 만들어진 ‘한겨레 문예대학’은 사실상 궁극적으로는 전문대학으로의 승격을 목표로 하고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다만 현우가 한겨레 문예대학에 등록했을때는 아직 초창기 무렵이라 그렇게까지 체계적으로 강의나 강좌가 자리잡혀있는곳은 아니고 다만 수강생을 모집하는 분야가 소설가나 시인 지망생부터 평론가,시나리오,드라마대본,음악,미술,무용분과까지 꽤나 다양한 분야로 강좌를 개설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보통 1학기에는 이론위주 그리고 2학기와 3학기에선 실기를 위주로 전문성있게 강의를 하는 그런식의 강의 진행이었는데, 현우가 지원한곳은 ‘문학’분야였다. ‘한겨레 문예대학’ 문학과 1학기에서는 시,소설,수필등의 장르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문학에 대한 이론강의를 진행하고 2학기에는 시,소설,수필등 분과별로 나누어 자신이 창작활동을 하고픈 분야별로 지원 수강을 하게된다. 현우는 그 1학기 ‘문학이론’ 과정을 마치고 이후 ‘소설창작반’ 강의 2학기를 거쳐 3학기 강의를 듣던 중이었다.

 ‘한겨레 문예대학’은 무엇보다 진보성향의 언론사와 문예단체가 후원이 되어 만들어진곳이다보니 운동권 출신이나 어느정도 좌파성향의 젊은 친구들이 많이 등록을 했다. 가끔씩은 3,40대 혹은 그 이상 연세가 되는분이 수강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나이많은 수강생중 상당수는 개별적으로 가정사에 현대사와 관련된 깊은 상처가 있는 분들이기도 했다. 따라서 한겨레 문예대학 수강생들 사이에선 이런 연세드신 수강생들의 개인사나 가정사에 대해선 가급적 묻지 않는것이 일종의 불문율이 되어있었다. 보통 그런 나이많은 수강생들은 6.25때의 이런저런 일들(월북,납북,좌익활동등)을 겪은 선친이나 조부등으로 인해 연좌제로 핍박받은 과거사가 있는 분이거나 군사정권시절 이런저런 이유로 탄압받은 전력이 있는 그런분들이었다. 그리고 그런분들중 어떤이들은 간혹 젊은 수강생들과의 술자리나 회식자리에서 자신의 그런 기가막힌 가정사를 깊은 아픔과 슬픈 감정을 안고 토로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여하튼 ‘한겨레 문예대학’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대충 그러했다는 이야기다.





 한겨레 문예대학 문학과는 현우가 수강신청을 했을때는 1학기 문학이론은 이진수란 진보성향의 중견시인이 맡아했으나 이진수가 건강과 개인신상 문제가 있어 중간에 강의를 더 진행할수 없게되어 이후에는 홍기섭이란 문학평론가가 그 바톤을 이어받아 강의를 계속 진행하였다. 홍기섭 역시 대체로 진보성향의 신문사나 월간지 혹은 문예지 같은데 기고활동도 하고 작품활동도 이따금씩 하는 그런 평론가였다.

 한편 2학기 ‘소설분과’ 강의를 맡은 사람은 공현주라는 이때 30대 중반의 한참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여류작가였다. 현우도 공현주란 작가에 대해선 대충 들어서 알고있다. 운동권 출신으로 80년대 후반부터 부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런 문단에선 제법 알려진 신예급 작가였는데 그 공현주가 한겨레 문예대학의 소설분과 강의를 맡게 된 것이다. 현우가 한겨레 문예대학 강의를 들을때 1학기 문학과에 수강신청을 한 사람이 대략 50-60여명 정도였는데 이중 이어서 2학기에도 강의신청을 한 사람은 대략 40명 정도로 이중 20여명은 ‘소설분과’에 지원했고 ‘시분과’에 지원한 사람은 10여명 정도였다. ‘수필분과’는 상대적으로 가장 적어서 지원자가 4-5명 수준이었고, 희곡과 기타분야 강의는 지원한 사람이 불과 두사람이어서 ‘희곡,기타’ 분과는 폐강이 되었다. 다만 이중 한 사람은 아쉬움 때문에 계속 한겨레에서 강의를 듣기 희망 문예대학 측에서 시나리오 분과에 편입시켜 강의를 계속 들을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했다.

 공현주가 강의를 맡게된 소설분과는 2학기에는 주로 소설이론과 창작기법 위주로 강의가 진행되었고, 2학기 후반부터는 수강생들이 직접 가져와 담임 선생님이 작품을 살펴보며 조언을 하기도 하는식으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수강생들이 작품을 서로 보여주며 토론도 하고 작품평도 해보는 이른바 ‘합평회’는 3학기에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한겨레 문예대학은 각 학기별로 6개월 과정으로 현우가 그 한겨레 대학 3학기 과정을 밟고 있을때가 97년 가을이었다. 97년 9월 중순에 개강을 한 ‘소설반’ 2학기 과정(문학과로는 3학기, 소설반으론 2학기)이 어느덧 한달여 정도 진행된 아직은 초반부라고 할수 있을무렵. 수강생들의 실습작품 위주로 합평회 과정이 한참 진행되고 있을무렵 하루는 강의가 끝나고나서 담임선생인 공현주가 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 정현우 학생. 현우는 끝나고 선생님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할까 ? ”

 뜻하지않게 공현주 선생과의 면담시간을 그와같이 갖게된 현우. 갑자기 무슨일인가 싶어 현우는 괜히 겁도나고 좀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도 먼저 맞는다’는게 낫다는 현우의 평소 생활신조대로 망설임없이 바로 강의를 끝내고 교실을 나서는 공현주 선생의 뒤를 따랐다. 현주가 그런 현우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 그...휴게실에서 좀 기다리고 있어. 선생님은 교무실에서 정리좀 하고 들어갈테

  니까. ”

 ‘한겨레 문예대학’도 형식은 여하튼 대학과 엇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 그런곳에 강의를 하러 오는 선생님들이 있는곳을 ‘교무실’이란 개념으로 부르곤 있었다. 하지만 정식 학교나 대학도 아닌 그냥 문예창작 강의를 하는곳에서 ‘교무실’이라고 하는건 현우 입장에선 좀 우습기도 했고 민망하기도 했다. 여하튼 제법 대학 흉내를 내고 있는 시설이기도 하니 교무실은 엄연한 교무실. 그 교무실에서 개인 짐정리를 하는것이든 강의노트 정리라도 하는것이든 여하튼 자기 책상에서 대충 그런 정리작업을 마친 현주는 현우가 기다리고 있는 휴게실로 들어왔다. 휴게실은 학생이나 선생님들이 차라도 한잔 마시며 끼리끼리 담소라도 나눌수 있도록 만들어준 글자그대로 휴식공간이다. 그곳으로 들어온 현주는 현우 앞에 마주 앉으며 차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현주는 현우보다는 정확히 열 살위로 97년 현재 나이는 만 35세. 무엇보다 80년대 후반에 문단에 데뷔 그때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그런 아직은 신예급이라고 할만한 작가다. 무엇보다 그 시절만 해도 운동권 출신 작가가 그리 많지는 않던때라 그런방면으로 언론과 잡지에서 화제에 올리며 주목하기도 했던 그런 작가가 공현주다. 현우도 공현주란 작가의 명성(!)은 대충 그 정도로 들어 알고 있기도 했고, 얼핏 이전에 어떤 여성지 기사에서 본 기억으론 현주가 몇 년전 이혼한 전력이 있는것으로도 알고 있는데 다만 그 부분은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고 더욱이 열 살이나 어린 제자 현우가 언급할수 있는 사안은 더더욱 아니었다. 여하튼 대체로 늘씬한 키에 쭉 뻗은 각선미. 그런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고 싶기라도 한지 늘 짧은 스커트 차림으로 강의실에 들어오기도 하던 공현주 선생. 그 현주가 오늘은 현우앞에 다리도 살짝 꼰 상태로 앉아 사뭇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현우를 바라본다. ‘이 선생 오늘 날 유혹이라도 하려는건가’ 하는 쓸데없는 상상까지 순간 들기까지 한 현우. 하지만 그런 의도로 현주가 한겨레 문예대학 휴게실로 현우를 부른것은 분명 아니고 현주는 일단 좀 뜻밖의 이야기로 운을 뗀다.

 “ 현우는...평소 뭐 좋아하니 ? 운동이라던가 뭐 그런거 좋아하는거 없어 ? ”

 “ 옛 ? ”

 갑자기 이런 질문을 나한테 왜 하는가. 좀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이런 질문에 굳이 자신을 숨기거나 거짓 대답을 할 필요는 없다고 느껴져 현우는 대체로 정직하게 답했다.

 “ 뭐...원래 어릴때부터 운동 같은건 취미는 없었어요. ”

 “ 그래. ”

 묘하게 다문 입술에서 느껴지는 짙은 립스틱 색깔. 그런 현주는 고개를 끄덕인뒤 다시 현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그럼 뭐...앞으로 이렇게 소설가나 작가쪽으로 계속 나가볼 생각인거야 ? ”

 “ 네 ? 아...뭐...네 좀 그래요. ”

 사실 현우가 중,고등학교때부터 사극이나 역사소설 같은것을 좋아하긴 했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역사에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하지만 현우는 역사보다는 소설쪽에 더 흥미를 가졌다고 보는게 정확할것이고 중,고등학교때 실제 소설 비슷한것을 낙서처럼 끄적거려보기도 했다. 대학을 사학과로 진학했던 그 현우가 헌데 군대에 다녀와서는 복학은 포기하고 엉뚱하게 이런 진보성향의 문예창작강좌에 등록해서 강의를 듣고 있는것은 어찌보면 현우로선 차라리 이 길이 더 나아보일것 같아서 해본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일수도 있다. 따라서 일단 현주의 물음엔 별다른 거부감은 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답한 현우. 현주가 그런 현우를 바라보며 말을 계속 이어간다.

 “ 사실 선생님이 그동안 현우 습작품 두어번 살펴보긴 했지만말야. ”

 현우는 2학기 소설강의가 끝날무렵 수강생들의 습작품을 검토할 때, 그때 습작품을 한번 제출하기도 했고, 3학기 합평회때도 제일먼저 자신의 창작품을 제출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간에 한번 개별적으로도 자신의 중편소설 하나를 현주에게 보여준적도 있는데 그러니 실제 현주가 현우의 습작품을 접해본 횟수는 ‘두어차례’로 어림잡는게 정확할것이다. 그런 현주가 어떤 아쉬움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

 “ 내가 볼때...현우는 상상력은 그런대로 갖추었는데 그에비해 필력이 좀 떨어지

  는것 같더라. ”

 “ 예 ? ”

 순간 현우는 공연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개별적으로 수강생 개인을 불러서 이런말을 하는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것일까. ‘상상력은 갖추었는데 필력은 떨어진다’ 어찌보면 그만큼 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수도 있는것이고, 설마 이쯤에서 작가의 꿈은 포기하라는 그런 말이라도 하고파서 자신을 부른것은 아니겠지. 현우 입장에선 속으로 그 짧은시간에 별의별 상상이 다 드는 가운데 현주는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현우가 확실히 소재를 선택하거나 사물을 바라보는데 나름 독특한 관점과 개성

  이 있는것은 사실이야. 다만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데 있어서...그

  힘이 떨어지는것 같더라. 한마디로 그건 필력의 한계야. ”

 “ 서...선생님... ”

 현주의 말이 들으면 들을수록 현우를 더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대체 자신을 굳이 개별적으로 불러 이런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그 의도를 알 수 없어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지기까지 한다. 헌데 그런 현우의 속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것일까. 현주는 마치 현우를 안심시키기라도 하려는듯 그의 두 손을 살짝 잡아본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린 현우. 현주가 미소를 지어보이자 그 두근거림이 한층 더해진다. 미소띤 얼굴로 사뭇 의미심장하게 현우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현주. ‘대체 이건 무슨의도 ?’. 정말 현주의 지금 이 진짜 속마음을 알 수 없어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가운데 현주는 여전히 미소띤 얼굴로 현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하지만 선생님이 봤을때... ”

 “ ...... ”

 “ 현우가 가능성은 어느정도 있어. ”

 “ 가...가능성이요 ? ”

 상상력은 있으되 필력은 떨어진다는 말에 혹여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니 이쯤에서 그만두란 소린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불안해서 어쩔줄을 몰랐는데, ‘가능성은 있다’는 말에 현우는 그제서야 두근거렸던 가슴이 겨우 진정이 된다. 날도 제법 쌀쌀해진 10월말인데 아무리 실내기로 순간 식은땀까지 흐를 지경이었던 현우. 현주는 현우를 격려라도 하는것인지 머리와 볼을 한번 쓰다듬어준뒤 자신의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낸다.

 “ 사실 그래서 내가... ”

 “ ...... ”

 “ 현우한테 한번 기회를 주고 싶거든 ? ”

 “ 기회...를요 ? ”

 기회라니. 대체 이건 또 무슨소린가. 여전히 현주의 의도를 알 수 없어 현우는 여전히 어리둥절하기만 한 가운데 현주가 핸드백에서 꺼낸것은 어떤 명함과 약도 그리고 간단한 팜플렛 같은것이었다.

 “ 이게 뭔데요 선생님 ? ”

 “ 한번 여기 찾아가봐. 가보면 알게 될거야. ”

 “ 선생님... ”

 거기에 가타부타 별다른 긴 설명은 덧붙이지 않은채 열 살어린 막내동생 같은 현우를 격려라도 하고싶음인지 살짝 안아보기까지 한 현우. 순간 현주의 탱글탱글하게 오른 두 유방사이에 현우의 코가 꿰일뻔하기까지 했다. 순간 얼굴빛이 빨개지기까지 한 현우. 현주는 현우를 격려하며 ‘잘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휴게실을 나가고 현우는 현주가 건네준 명함과 약도를 다시한번 살펴본다. 그러면서 거기 써있는것을 혼잣말로 읊조려본다.

 “ 나눔...선교회 ? ”





 공현주 작가가 기독교인이었는지 현우의 기억에 확실치는 않았다. 다만 선교단체가 글자그대로 기독교 선교활동을 하는 그런 단체를 말한다는것을 현우도 모르지는 않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현주가 건네준 안내책자가 바로 그 ‘나눔선교회’와 관련된 안내책자였다. 대략 5-6장 정도 분량의 안내책자를 현우는 꼼꼼이 읽어보았는데 ‘나눔선교회’란곳은 대체로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혹은 중남미등에 주로 기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국수나 빵등 식량지원을 하는 그런 선교단체라는 성격정도는 파악할수 있었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는 조만간 북한의 굶주리는 아이들과 북녘동포를 위한 식량과 물자지원도 할 예정에 있다는 그런 비전과 계획도 있다는것이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약도는 다름아닌 그 선교회 사무실 약도였고 명함에는 ‘나눔선교회 사무간사 이현철’이란 이름이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선교회 사무실은 서초구에 위치해 있었다. 현우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는 강남에서 살았고 따라서 강남,서초 이 일대가 대체로 잘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란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게다가 ‘한겨레 문예대학’의 소재지도 강남이었기 때문에 현우가 다니는 문예대학에서 나눔선교회까지의 거리도 그리 멀지는 않았다. 다만 현우는 강의가 없는 그 다음날을 이용해서 선교회 사무실을 찾아가보았다. 문예대학의 강의는 매일 있는것은 아니고 각 분과별로 1주일에 2-3회 정도 강의를 진행하는데 현우가 강의를 듣는 ‘소설분과반’은 화요일과 목요일 낮에 보통 강의가 진행되었고 현주가 현우를 별도로 부른것이 그 목요일 강의가 끝난뒤였기 때문에 현주와의 면담이 마무리 되었을때는 어차피 늦은 오후시간이라 지금 ‘나눔선교회’란 사무실을 찾아가보는것은 무리일것이라 판단해서 강의가 없는 다음날 금요일 오전시간을 이용 사무실을 찾은것이다.

 사무실은 지하철 OO역에서 내려 한 골목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위치해 있었다. 그냥 흔히 보는 중소규모 정도의 이런저런 업체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그런 4층짜리 상가,오피스 건물 4층에 ‘나눔선교회’ 사무실은 위치해 있었다. 선교회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는 현우로선 그때까진 알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만한 곳에 사무실을 차리고 운영할 정도면 그래도 재정은 그런대로 넉넉한곳인가보다 그 정도의 짐작만을 막연히 해 보았다. 한편 상가건물 건너편으로는 중규모 정도 크기의 교회 하나가 있었고 그 뒤쪽으론 주택가가 쭉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주택가 간간이는 4-5층 정도의 빌라건물 몇채가 밀집해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오긴 했다. 여하튼 그렇게 주택가와 교회 그리고 상가건물의 중간지점 좀 어중간한곳에 위치한 4층짜리 건물. 현우는 그 4층으로 올라가 문을 두드려보았다.

 “ 네, 들어오세요. ”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고 현우는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사무실 안에선 안경을 낀 중간키 정도의 마른체구의 젊은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남자는 현우를 보며 용건을 물었다.

 “ 무슨일로 오셨나요 ? ”

 “ 저...공현주 선생님 소개를 받아 찾아왔습니다만. ”

 “ 예 ? ”

 순간 남자는 좀 어리둥절해하기도 하고 약간 황당하다는듯 그와같이 물었다. 현우는 자신이 뭘 잘못알고 찾아왔나 싶어 여기가 ‘나눔선교회’가 맞는지를 재차 물었고 그리고 자신이 찾아온 용무를 다시금 밝혔다.

 “ 공현주 선생님께서 제게...이런걸 주시면서 찾아가보라고 하셔서요. 전 한겨레

  문예대학 소설창작반에서 공현주 선생님께 강의를 듣는 수강생이거든요. ”

 “ 무슨...수강생이요 ? ”

 “ 한겨레 문예대학 소설창작반이요. 그리고 공현주 선생님이 저희 담임선생님이

  신데... ”

 뭔가 일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듯한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현우는 살짝 민망해지기도 하고 당혹스러워지기까지 하는데, 헌데 현우보다 더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짓는것은 바로 현우와 마주하고 있는 상대남자였다. 이번엔 남자가 현우에게 물었다.

 “ 그러니까...공현주 선생님 소개로 오셨다구요 ? ”

 “ 예. ”

 뭔가 잘못된 것이라도 있나싶어 다시금 불안해지는 현우. 한편 남자는 남자대로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 문전박대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음인지 일단 들어오라고 하고는 접대용 테이블 의자에 앉으라고 한 뒤 차까지 한잔 대접해주었다. 한편 남자는 남자대로 사무실 옆방으로 무슨 다른 용무가 있는듯 들어가고 있었다. 사무실은 대체로 평범한 사무실로 방금 그 남자가 사무를 보는 책상 외에 두어개 정도의 책상이 더 놓여있었고 현우는 지금 그 한가운데 있는 접대용 테이블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다. 사무실 뒤쪽으론 제법 베란다 비슷한 구조를 만들어놓아 바깥 전망도  감상할수 있도록 만들어놓았고 사무실엔 별도로 두 개의 방이 더 딸려있었다. 그 하나가 방금 남자가 들어간 방이고 또 그 옆쪽으로도 다른 방이 있었다. 현우가 지금 앉은곳에서 그 방안 구조를 확인할수 없지만 반투명 유리 안으로 이런저런 물품 그림자 같은게 비치는게 아마 그곳은 무슨 작업실이나 창고같은곳으로 쓰이는곳인가 그 정도의 짐작이 가능했다. 그리고 남자가 방금 들어간 방은 또 다른 사무실이려니 생각할수도 있지만 언뜻 남자가 들어가면서 신발을 벗는 동작을 취하는게 보였다. 그 안은 아마 신발을 벗은채 무슨 활동을 하는곳인가 그런 짐작도 들었고, 남자는 일단 그 방문을 ‘쾅’ 닫은뒤 누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전화통화가 남자가 제법 흥분을 한 상태라서인지 현우가 있는쪽으로도 간간이 들려왔다.

 “ 누나...참...아니, 누나가 직접 좀 와달라니까요. 참...나...아니, 왜 그래요 진짜 ?

  우리가 어떤 사명감에서 이 일 하는건지...누나 알잖아요. 누나 우리 모르지 않잖

  아요. 우린...아니 전 진짜...누나가 우리랑 좀 같이 일을 좀 했으면 해서... ”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어째 공현주 작가와 통화를 하는것 같았다. 헌데 그렇다면 현철은 현주와 ‘누나-동생’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란 말인가. 일단 현우 입장에선 현주와 나이차이도 열 살이나 나고 무엇보다 공현주 선생의 강의를 듣는 수강생 입장이니 그녀를 늘상 ‘선생님’이라 부른다. 그리고 지금 통화를 하는듯한 남자의 나이를 지금 현우가 정확히 파악할수는 없겠지만 대충 현우와 엇비슷한 연령대의 젊은 직원(!) 정도로 짐작되었다. 현우보다 나이가 어린것인지 젊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현우보다 한 두세살이라도 많은 사람이라면 현주와는 7-8살 정도 나이차이일테니 ‘누나’라 부르는게 그렇게까지 무리인 나이차이의 사람은 분명 아닐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한참동안 아무래도 공현주와 통화를 하는듯했던 남자. 그리고 얼마후 그 방에서 나온다. - 그리고 97년이면 휴대폰이 아직 보편화되기 전의 일이니 남자는 옆방에 마련된 다른 전화기로 통화를 했다는 이야기다.

 “ 정현우씨라고 하셨죠 ? ”

 방에서 나온 남자는 방금전 통화로 인해 언짢아진 감정이 쉽게 풀어지지 않는지 혼자 입맛도 다셔보며 투덜거리기도 하며 그렇게 감정을 좀 추슬러지는 시간을 가진뒤 현우가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와 마주앉으며 말했다. 현우가 다시금 자기소개를 하자 남자가 이번엔 자신을 소개했다.

 “ 일단 간단하게 제 소개를 드리죠. 전 나눔선교회 사무간사 이현철이라고 합니다.

 ”

 “ 아...네에. ”

 그러고보니 바로 어제 현주가 건네준 명함에 적혀있던 이름이 바로 그 이름 아니던가.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이 남자가 바로 그 이현철이었던 것이다. 현우는 어제 현주에게서 받은 명함을 받아보며 바로 어제 그와같은 경위로 이곳에 찾아오게 되었음을 다시한번 설명해주었고 현철은 이제 대충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흡족하지 못한 무엇은 있는지 다시금 한숨을 내쉬는 현철. 그리고는 뭔가 골치라도 아픈듯 이마를 손으로 집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한참만에 현우에게 말을 건넨다.

 “ 정현우씨... ”

 “ 예. ”

 “ 그...초면에 좀 당혹스럽거나 실례되는 질문일진 모르겠지만 교회는 다니시나요

  ? ”

 “ 예 ? 아...네에...좀 다녀요. ”

 현우의 대답이 아주 거짓 대답이 아닌것이 현우는 대략 고등학교 2-3학년 무렵부터 가끔 동네 교회에 좀 다니기는 했다. 현우 부모님은 원래 종교나 신앙생활 같은것에 관심이 있거나 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현우는 나름 가정사에 상처가 좀 있는데다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부분도 다소 있어 약간 힘든 사춘기를 보내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울적하고 아픈 마음이나 달래보고자 시작한게 신앙생활이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에 다녀와서도 가끔 주일 같을때 동네 가까운 교회에 가보기도 하고 그런 정도이긴 하지만 다만 무슨 선교활동이라던가 그런데까지 관심을 가질정도의 그 정도의 열성 신자는 아니다. 여하튼 ‘교회 다닌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나이롱 신자’급 정도 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하지면 ‘교회 다닌다’는 현우의 말에 그나마 현철은 좀 안심이 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인뒤 말을 이어간다.

 “ 저희 나눔선교회는 보시다시피 원래 가난한 오지의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빵이

  나 국수등 식량을 보내는 그런 후원사업을 하기위해 만들어진곳입니다. ”

 그런 정도는 어제 현주에게서 건네받은 안내책자를 제법 꼼꼼이 읽어본 사람이라 현우도 익히 파악하고 있는 일이다. 그런 현우를 바라보며 현철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그리고 조만간은...굶주리는 북한동포들 특히 북한 어린이들에게 빵과 국수를

  보내는 그런 사업을 하고자 만들어진 단체거든요. ”

 “ ...... ”

 “ 현우형제도 어쨌든 신앙생활을 하는 분이시라니 대충 아시겠지만 선교활동이란

  그 자체가 보통 이상의 사명감이 아니면 못 하는 일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

  겠나요 ? ”

 일단 현우가 교회는 다닌다고 하니 ‘현우형제’란 표현을 스스럼없이 꺼낸 이현철 간사. 그리고는 아직은 뭔가 걱정스러운듯한 눈빛으로 현우를 바라보고 있다.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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