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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최유정 (8)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 한영기 장로님... ”

 상념에라도 잠긴듯 혼자 거실 소파에 앉아 한참을 앉아있던 영기에게 다가와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영기의 아내 수미다. 자신을 돌아보는 영기를 보며 수미가 묻는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 ”

 “ 그냥 뭐...이것저것... ”

 답하기가 좀 난감하기라도 한것일까. 한편으로는 좀 무안하기라도 한듯 머리를 긁적인 영기가 그러다 차분한 목소리로 답한다.

 “ 그냥 우리 세정이...유정이...소혜 키우면서 있었던 일들 뭐 그런것들이 좀 떠올

  려져서...그 일들을 회상해보고 있었소. 그야말로 영화 하이라이트의 장면마냥 지

  난일들이 듬성듬성 떠올려지지 뭐요. ”

 “ 많이 심란하신가 보네요. ”

 유정이의 결혼문제가 유정이 남자친구의 엄마가 알고보니 30여년전 ‘하늘빛 72’ 시절 함께 어울리던 백선애였는지라 영기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그녀가 두 사람의 결혼을 난색을 표하고 있는때다. (* 1-3회 현재 시점이 2032년) 그래서일까. 하필이면 자신 때문에 딸이 힘들어진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유정이의 돌때 인사동 목공예품점에 특제주문한 목각인형 5인 한셋트를 돌상에 올려놓아주며 ‘이 다음에 커서 5선의원이 되거라’는 바램까지 전하며 그야말로 남다른 감정으로 키웠던 둘째 유정이가 아닌가. 헌데 다른 사람도 아닌 그런 유정이의 결혼이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라서인지 영기로선 여러 가지로 심란한 상황속에 아이들을 키워온 지난 30년을 그렇게 떠올릴수밖에 없었나보다. 영기의 말이 이어진다.

 “ 여보... ”

 “ 말씀하세요 장로님. ”

 젊은시절에는 ‘하늘빛 72’에 가입한지 얼마 안 된 신입회원에게 부르기 마땅한 호칭이 없어서였을까. ‘형제님’,‘영기형제님’ 하는 식으로 부르던 호칭이 두 사람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뒤에도 계속 이어져 심지어 영기의 이종사촌누이들로부턴 ‘참 별스런 예수쟁이 올케언니를 보았다’는 소리를 듣기까지도 했던 수미. 하지만 습관이 쉬이 고쳐지지 않아서인지 수미의 남편을 부르는 호칭은 이후 영기가 집사가 된 뒤에는 ‘우리 집사님’, 권사가 된 뒤에는 ‘우리 권사님’ 그런식으로 바뀌어 급기야는 ‘우리 장로님’에까지 이른것이다. 수미 입장에선 나름대로 남편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볼수도 있겠지만 혹 수미가 ‘남편은 하늘이고 아내는 땅’이라는 어떤 고리타분한 의식이라도 갖고있는 여성은 아닐까 슬몃 의심이 갈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하튼 그런 아내 수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영기의 말은 이어진다.

 “ 혹시...이재윤 집사님 기억나오 ? ”

 “ 이재윤 집사님이요 ? ”

 수미는 언뜻 그 이름이 바로 기억이 나지 않아서일까. 고개를 한번 갸우뚱하자 영기가 바로 기억을 일깨워주려는듯 설명을 덧붙인다.

 “ 그 왜...예전에 하이텔에서 ‘기독교 문학 동호회’란 동호회를 운영하던... ”

 “ 아, 그분이요 ? ”

 90년대 후반 하이텔에 주로 문학이나 문화,예술 방면으로 관심이 많은 크리스찬 회원들끼리 모여 결성한 동아리가 하나 있었는데 그 명칭이 ‘기독교 문학 동호회(약칭 : 기문모)’였다. 그리고 그 대표시삽이 당시 40대 후반이던 이재윤 집사. 하지만 영기나 수미는 문학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닌지라 기문모에 회원으로 가입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영기는 그때 하이텔의 이런저런 기독교 동아리에 한참 관심을 갖던때라 물불 안가리고 여기저기 가입해서 이 게시판,저 게시판 돌아다니기도 할 때이기 때문에 이재윤 집사의 이름을 기억은 하고 있는가보다. 다만 영기나 수미나 이재윤 집사를 직접 만나본적은 없다. 다만 ‘하늘빛 72’ 회원들 중에도 기문모 회원으로 있는 사람이 몇몇 있기는 해서 그네들로부터 기문모나 이재윤 집사님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 전해들은 정도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그때 일들이 딱히 떠올려지는것이라도 있어서인지 영기는 수미를 바라보며 역시 예하 그 차분한 바리톤의 음색으로 말을 이어간다.

 “ 나야 이집사님을 직접 만나본적은 없지만 OO형제나 OO자매(이상 당시 ‘하늘빛

  72’ 회원)등으로부터 이재윤 집사님에 대해 대충 들어본 이야기는 있어요. 여하

  튼 그분도 남다른 가정사에 상처가 있고 젊은시절에 힘든 시간도 좀 보냈던 그

  런분이라고 하더군. 어쩌면 나정도였던것은 아닐까 그 정도로 말이오. 하지만 여

  하튼 그런 집사님께서 언제부터인가... ”

 “ ...... ”

 “ 늘상 기도하며 소망해온 작은 바램이 하나 있었다고 그러오. ”

 “ 어떤 소망이 있다고 하시던데요 ? 이재윤 집사님께서 ? ”

 “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 세상 끝날때까지 지속되

  기를 바라는 그 기도를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도 잊지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 가정은 그렇다치더라도 기업 운운하니까 이재윤 집사님도 사업을 하시던 분이

  었나 ? 언뜻 그런 오해를 할수도 있겠지만 뭐...기독교인이 그런 표현을 할땐 꼭

  그런 의미의 사업만을 의미하는것은 아닐테니...아마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 운

  운할땐...이집사님께서 세우신 기문모가 그 뜻과 정신만이라도 그대로 계속 이어

  져 내려가게 해달라는 그 바램의 기도일수도 있을테니까 말이오. ”

 ‘하늘빛 72’든 ‘기문모’든 하이텔이나 나우누리등 pc통신에 있던 동호회들은 거의가 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쇠퇴하거나 사라져갔고 다만 동호회가 해체된 뒤에도 인터넷 개인홈피 같은것을 통해 그 뒤로도 계속 연락하며 지내고픈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그런식으로 교류를 갖거나 그러면서 지내왔다. 이재윤 집사도 아마 기문모 해체후에는 그냥 개인홈피를 인터넷에 하나 개설 기문모 시절 운영진이나 회원들과 교류나 좀 하면서 소식이나 주고받는 그런식의 친분을 대략 한 2천년대 초,중반까지 이어가곤 했고, 그러다보니 기문모는 비록 사라졌어도 자신이 기문모를 세울때 이루고자 했던 뜻과 정신만은 이후로도 누군가에 의해 계속 이어져 내려가기를 바랬나보다. 이재윤 집사의 두가지 기도중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이 계속 이어져가게 해달라는것은 당연히 자신의 집안을 두고 하는말일테고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란 결국 기문모를 두고하는 말이었을것이다. 헌데 지금 이 시점에서 하필 한영기 장로가 왜 그런 이야길 꺼내는것일까. 그 이유를 지금부터 영기가 수미에게 고백하기 시작한다

 “ 나야 뭐 그냥...당신하고 결혼하면서...이제 한 사람의 남편이고 한 집안의 가장

  이 되는것이니까...젊은시절 꾸었던 어찌보면 다소 허황해보이기도 했던 그런 꿈

  은 접고 그저 이 자매(수미)와 온전하게 신앙생활 하면서 평범한 일상인으로 살

  아가길 그러길 바랬던거지만... ”

 “ ...... ”

 “ 이제와 생각해보면 이재윤 집사님 그분이 하시던 기도.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

  정과 온전한 그리스도의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내려가길 바란다는 그 바

  램과 소망. 그게 가끔씩 묘하게 내 가슴 한켠을 울리고 있소. ”

 영기는 지금 대체 무슨말을 하고 싶은것일까. 수미는 아직 영기의 의도를 알 수 없어 그저 물끄러미 남편인 그를 바라만보는 가운데 수미의 손을 살포시 잡은 영기의 말은 계속되고 있소.

 “ 생각해보면 내가 당신과 결혼한지가 어느덧 30년 세월 그리고 이렇게 우리 세

  정이,유정이,소혜 그렇게 세 아이를 낳고 키우며 그렇게 30년의 시간을 보낸거지

  만... ”

 영기와 수미의 결혼은 2001년 봄에 이루어졌으니 정확히 그때로부터는 31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첫째 세정이가 태어났고, 2년후에는 둘째 유정이가 그리고 유정이가 태어나고 3년이 더 지나서 마지막 막내 소혜까지 낳고 그렇게 딸 셋을 낳고 키우며 살아온 부부. 그리고 하늘빛72에 영기가 처음 가입 그 이전 하늘빛 72 초창기때부터 회원이었던 수미를 알게된게 대략 97년경의 일이니 그때로부터 따지면 어느덧 35년 세월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 비추면 결코 짧다고 할수 없는 세월. 이미 영기,수미가 나이가 환갑이고 사람이 한 70년 인생을 산다면 이미 그중 한 절반을 함께 지내온 두 사람이 아니던가. - 평균수명이야 이미 70을 지나 80을 넘긴지도 오래이기도 하지만 - 다만 그 35년 세월을 돌이켜보니 영기는 영기대로 몰려드는 회한이 많은듯 그의 말은 계속되고 있다.

 “ 솔직히 이제와 생각해보면... ”

 “ ??? ”

 “ 사람이 하나의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하고 그리고 그 한 사람과 함께 30년을 살

  아간다는것도 보통일이 아니로구나 그 생각을 한적이 많아요. 그렇게 용케 우리

  가 30년을 함께 살아왔다는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참 대견한 일이 아니오 ? ”

 요즘(2030년대)은 실제 부부가 결혼해서 30년,50년씩 사는 경우를 보기가 그리 힘든 시절이 되어버렸다. 이혼,재혼이 이젠 한 20여년전보다도 훨씬 빈번해져서 요즘은 아빠,엄마가 이혼이나 재혼의 과정을 안 거치고 그렇게 몇십년씩 온전하게 살아온 그런 집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지경이다. 그래서 일부일처제가 이젠 무의미해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고, 또 이혼남의 경우엔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재혼하는 경우 아무래도 자신보다 처지가 못한 여자라야 결혼이 쉬운관계로 탈북자 출신이든 연변교포나 동남아 출신이든 그런곳에서 짝을 구하는 경우도 더 많아졌다. 그래서 심지어 초등학생들중 아빠가 재혼한 경우엔 ‘너희 새엄만 북한에서 왔니 ? 동남아에서 왔니 ?’ 이런식으로 자기네들끼리 묻는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2030년대 세태 예상 ^^;;) 또 워낙 이젠 몇십년씩 함께 산 부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시절이 되다보니 백년해로를 권장하기 위해 30년,50년씩 산 부부에게 일종의 포상이라도 해줘야 하는것 아니냐는식의 이야기가 정치권 일각에서조차 진지하게 나오고 있다. 일종의 ‘백년해로 권장법’이라고나 할까. 뿐만 아니라 아예 한술 더떠서 어떤 괴짜형 군소 대선후보는 실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결혼 30주년,50주년을 맞은 노부부에겐 거액의 포상을 하겠다는 대선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물론 그 대선후보야 선거때 종종 보게되는 그야말로 ‘괴짜형’ 군소후보에 지나지 않고 그 당선가능성 역시 0.1%도 되지 않지만 영기와 수미도 어쨌든 어느덧 결혼한지 31년이 지났으니 적어도 그 대선후보(군소후보)의 공약대로라면 포상대상에 해당이 되는셈이다. 여하튼 그건 이 시대(2030년대)의 세태가 그렇다는 이야기고 영기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차를 한모금 음미하고는 조금 무겁게 입을 연다.

 “ 솔직히 지금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

 “ ...... ”

 “ 나도 차라리 이 결혼생활 접고싶다는 고민 진지하게 두 번정도는 해봤어. ”

 “ 예 ? ”

 순간 깜짝 놀라는 수미. 실제 요즘 세상에 보기드문 어느덧 30년을 해로한 환갑의 노부부인 영기와 수미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런 소린 지금껏 영기가 한번도 한적이 없기 때문이다. 설마 그렇다고 지금와서 이혼이라도 하잔 소린 아니겠지. 괜한 불안감까지 겹치는데 그런 수미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런 의도는 아니라고 아내를 안심시키고는 영기는 말을 이어간다.

 “ 그 한번은...솔직히 당신이 나를 대하는 태도...너무 부담스러웠어. ”

 “ 부담스러웠다구요 ? ”

 “ 당신은 늘 이렇게...처음 봤을때부터 그랬지만...영기형제...그 뒤엔 한영기 집사

  님...우리 장로님...늘 이렇게 존중해서 불러왔지 않나. 당신 의도는 모르는게 아

  니지만 나라는 인간을 필요 이상으로 높이 받드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

  라고. 솔직히 내가 어릴때부터 막연하게 꿈꿔왔던 부부생활은 이렇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아내한테 받듬을 받는 그런 부부가 아니라...그저 취미도 같고 기왕이면

  생각이나 미래비전 또는 취향같은것도 엇비슷해서 친구처럼 수다도 떨고 늘상

  어울리며 재미있게 같이 지낼수 있는 그런 부부였거든. 그래서 솔직히 처음엔...

  어쨌든 당신도 나랑 동갑이고...여하튼 그런 크리스찬 동기생 모임을 통해 커플

  이 된거니...진짜 친구같고...게다가 신앙생활까지 함께 영위할수 있는 재미있

  고 즐거운 부부생활이 되겠구나. 그걸 기대했었는데...정작 당신은 날 필요 이상

  으로 너무 높이 떠받들었고...그게 진짜 부담스럽고 힘들었어. ”

 “ 나 원...별게 다 부담스러우셨네요. ”

 아닌말로 수미가 무슨 바람이라도 피운것도 아니고 옛남자를 못잊겠다며 자살소동이라도 벌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사치나 낭비가 심한것도 아니고 어떤 게임이나 약물 같은데 심하게 중독된것도 아니고 또는 신앙생활이 너무 광신적이라 가정생활을 파탄지경에 만든것도 아닌데 (2030년대판 칠거지악 ???) 고작 불만이란게 자신을 너무 높이 받드는게 부담스러워 결혼생활을 접을 고민을 진지하게 했다니. 남들 누가봐도 그건 진짜 어처구니 없었을 이혼사유다. 물론 사람이 타인들에게 필요이상으로 존중을 받거나 추앙을 받으면 당사자 입장에서 되려 거북하거나 불편해질수도 있기 마련이다. 바로 그런 관점에서 영기가 수미의 자신에 대한 이와같이 대하는 모습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워 했던것이라면 이해 못할바도 아닌것 같지만 여하튼 그것으로 인해 이혼까지 생각했다는것은 좀 아닌것 같다. 수미는 듣고보니 너무 어이없다는듯 영기를 살짝 흘겨본다. 하지만 영기는 이참에 좀 더 솔직한 고백을 아내에게 더 하고픈은 계속 말을 이어간다.

 “ 또 두 번째는... ”

 “ ...... ”

 “ 아무래도 아이들로 인해 내가 진짜 하고싶은 일을 못하게 되었구나. 그 생각이

  들때는...진짜 아내고 애들이고 모두 내버리고...차라리 내 원래 하고팠던 일...내

  인생을 다시 시작할수 있는 그런일을 해볼까. 그런 고민을 결혼후에도 안해봤던

  건 아니었거든 ? 당신과 결혼하면서 내 꿈을 접고 아버지가 하시는 중소기업을

  물려받아 그것을 꾸려나가며 가장노릇을 지금껏 해온 나. 그런 의미에서 결혼 생

  활이 내 인생의 발목을 잡은셈이라...그 점 때문에 너무 힘이들어...차라리 이 결

  혼생활을 접을까. 그만 마무리할까. 그 고민도 한번은 아주 진지하고 심각하게 해

  봤었어. ”

 오히려 이 부분은 수미도 어느정도 이해하는 부분이다. 영기의 아버지는 원래 대기업에 부품납품을 하는 그런 중소업체를 하는 사람이었고, 영기의 어린시절만 해도 ‘사장’ 정도면 꽤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위치로 인식되던 시절이라 종종 학교 친구들은 놀리듯이 ‘넌 이다음에 아버지 사업 물려받으면 되겠다’ 하는식으로 빈정거리던게 진짜 싫었다던 영기. 실제 영기는 10대 사춘기시절부터 남다른 야심이나 야망이 있고 20대 청춘때는 그런 자신의 야망을 좀 달성할수 있는 그런 일을 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팠던게 영기의 바램이었다. 그러니 따지고보면 그런 영기의 인생앞에 수미가 나타나 그 발목을 잡은 셈. 수미 때문에 또는 아이들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할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은 그동안 영기도 종종 해온 이야기기 때문에 수미는 적어도 영기의 그 마음만큼은 이해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이제 겨우 돌을 맞은 둘째딸 유정이의 돌상에 그런 5인 목각인형 셋트를 올려놓으며 ‘이 다음에 커서 5선의원이 되거라’는 생쇼까지 벌였을까. 자신의 못 다 이룬꿈을 자식들로 인해 발목잡혀 자기꿈을 접었으니 차라리 너희들이라도 이 애비 못다이룬 꿈을 좀 이뤄달라는 그런 바램을 갖게된 영기. 그런식으로 이해해본다면 영기의 그와같은 심리를 이해 못할바는 아니다. 하지만 수미는 진심으로 영기를 사랑했었다. 이전에 사귀던 남자와는 서로 바라보는 길도 너무 달랐고 서로의 인생의 눈높이도 너무 달랐기에 갈라설수밖에 없었던거라면 영기를 알게되면서 이제야 자신과 신앙의 눈높이가 맞는 그런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수미는 더더욱 영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영기 인생의 발목을 잡은것 같은 미안함 때문에라도 더더욱 그렇게 영기를 존중해주고 받들어주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헌데 영기는 또 영기대로 그런 지나친 받듬이 또 부담스러웠다니. 수미 입장에선 진짜 마음속이 여러 가지로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30년을 함께 산 남편의 고백이었다.

 “ 하지만 그래도 여보. ”

 아직 할말이 좀 더 남았음인지 말을 더 이어가는 영기. 그와같은 영기의 고백들 때문에 마음이 좀 상하기라도 한 것일까. 수미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려는듯 그녀를 한번 안아보는 영기. 하지만 귀찮기라도 한지 수미는 살짝 피한다. 결국 영기도 너무 무리한 요구는 하지않고 그쯤되는 위치에서 그는 말을 이어간다.

 “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가도 접은 진짜 이유가 뭔지 아오 ? ”

 “ 그 이유가 대체 무엇때문이셨는데요 장로님 ? ”

 영기의 그와같은 고백을 들은 뒤라서인지 그 이유가 더더욱 궁금해져 수미가 묻는다. 어쨌든 그런 이혼 고민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두 번이나 해봤던 사람이 그 생각을 접은 진짜 이유가 뭘까. 수미의 물음에 영기의 답이 이어진다.

 “ 바로 우리애들 세정이...유정이...소혜이지...하루종일 사업장에서 찌들리다...혼자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퇴근길에 오르다가도 막상 집에 들어서서 ‘아빠~!’하고 달

  려드는 우리 세정이,유정이,소혜 그 아이들만 보면 차마 내가 이 아이들을 내버릴

  순 없겠구나. 그 생각이 다 들지 뭐요.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나 솔직히 정말

  그 아이들 키우며 아이들 자라는 모습 보는 그 재미로 지금껏 버틴거요. ”

 “ 장로님도 그러고보면 참 딸 바보세요. ”

 아닌게 아니라 영기의 딸 사랑만큼은 진짜 끔직하고 남달랐다. 그 에피소드를 일일이 다 열거하자면 그걸로 또 중편소설 한편을 더 써내야할 분량이 나올 정도로. 그토록 다른것은 몰라도 수미와의 사이에 낳은 자신의 세 딸만은 끔찍이도 좋아하고 이뻐했던 영기. 주위 사람들은 말하기를 첫째 세정이는 제 엄마 수미를 많이 닮고 둘째 유정이는 아빠 영기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던가. 그 아이들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다시 감회가 남달라지는듯 영기도 수미도 살짝 야릇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 우리 애들이...그리고 크게 부모 속썩인적은 없지않소 ? 말썽도 안 부리고...뭐

  솔직히 학업성적은 그리 흡족할만한 편이었다고 말할수 없지만...적어도 큰 말썽

  안 부리고 지금껏 무난하게 커와준것만으로도 난 만족해요. ”

 “ 왜...없어요. ”

 “ ??? ”

 “ 애들이 말썽 피운적이 왜 없냐고요 ? 당신 기억 안나요 ? 그 무한질주 사건. 그

  것도 사람들이 다 딱 당신 닮았다는 둘째 유정이가 고등학교때 저지른 무한질주

  사건 말이에요. 난 지금도 그때일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고 오금이 다 저려와요.

 ”

 “ 아, 참 하긴 생각해보니 그런일도 있었구려. ”

 수미의 언급에 영기도 생각나는 일이 있는지 그와같은 말을 입에 담는다. 하지만 영기의 이 태도는 그마저도 이제 다 지나간 추억이 아니냐는듯한 사뭇 달관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수미를 살짝 속상하게 만든다. 유정이 주도해서 저질렀다던 그 무한질주 사건. 수미의 표현을 그대로 빌자면 정말 ‘끔찍하고 아찔했던 사건’ 수미의 그때의 일 회상이 이어진다.





 그것은 유정이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21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세정은 대학에 들어가는데 실패 재수를 하는 중이었고, 유정과 세 살 터울인 막내 소혜는 중학교 2학년일때다. 헌데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인 유정이가 엉뚱한 짓을 저질렀다.

 사실 유정은 고2 여름이 다 되어갈 무렵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물론 한국에서 미성년자의 운전면허 취득은 엄연한 불법이다. 헌데 유정은 자신보다 두 살 위인 언니 세정의 주민번호와 민증을 도용 그것을 이룬것이다. 필기시험은 인터넷을 통한 시험으로 합격했기에 실기만 운전면허 학원에서 간단한 교습을 받은뒤 테스트 과정을 거쳐 취득하면 되는일이니 의외로 그 과정은 간단했다. 다만 유정은 그 과정을 학원 실기교습 등록도 필기시험 홈페이지에도 모두 언니인 세정의 명의를 빌려서 시험을 치러 합격을 한 것이다. 따라서 실제 운전면허를 딴것은 유정이지만 공식적으론 언니 한세정의 운전면허증이 발급되어 나왔다. 유정은 아무래도 운전면허가 발급되는 그 당일에는 혹시나 들킬까 싶어 언니 세정보고 대신 가서 받아오라고 했다.

 “ 유정아...너 대체 어쩌려구 ? ”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자가 이렇게 불법적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것은 아니다 싶었는지 세정이 걱정되어 한마디 했다. 하지만 어차피 유정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들어갈 무렵이 되면 법적으로 운전면허 발급이 가능해지는 나이니만큼 설마 뭐 큰 문제가 있으랴 싶어 세정은 일단 동생의 부탁에 응해주었다. 그래서 유정은 그렇게 언니이름으로 나온 운전면허증을 갖게 된 것이다.

 헌데 유정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큰 일을 저지르려고 한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고등학생 신분으로 운전면허까지 땄으니 그 설레임과 흥분은 오죽했으랴. 유정은 여름방학이 오면 한번 자신이 직접 차를 운전 여행이나 일탈을 꾀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름방학이 다가올 무렵에 살짝 동생 소혜를 꾀어냈다.

 “ 같이 여행을 가자구 ? ”

 “ 응, 언니가 드라이브도 시켜주고 그럴게. 언니만 믿고 넌 간단하게 여행갈 짐

  만 준비해두고 있어. ”

 소혜만 해도 뭐 설마 가까운데 정도나 잠깐 다녀오려는거겠지 하는 정도의 생각에 설마 별일이야 있으랴 하는 생각으로 언니의 제안에 응했다. 자신도 한번 언니가 차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고, 다만 언니 세정은 혹시 아빠,엄마한테 말할 우려가 있어 여행을 떠나기 그 전날까지만 비밀로 해두었다. 그러다 전날 저녁 소혜가 큰언니 세정에게 살짝 귀띰을 해주었다.

 “ 언니, 작은언니가 우리 셋이 같이 아빠,엄마 몰래 피서나 한번 갖다 오자고 하는

  데...같이 안 갈래요 ? ”

 “ 피서를 ?  ”

 세정은 세정대로 괜한 걱정라도 되는듯 물었지만 이미 작은언니한테로 마음이 기운 소혜는 오히려 그런 세정을 설득했다.

 “ 아빠,엄마 아시면 혹시 뭐라하실지 모르니까 우리 셋이서만 다녀오자구요. 언니

  도 아빠,엄마 간섭 안 받고 한번 여행 떠나가보고 싶은 생각 해본적 없어요 ? 그

  러니 우리끼리 한번 다녀와보자구요. ”

 “ 언제 떠날건데 ? ”

 “ 내일 떠날거니까 언니는 간단한 옷가방 정도만 준비해두세요. 엄마,아빠 모두

  출근하고 나시면 그때 바로 떠나려고 하니까. ”

 세정도 소혜처럼 그저 간단히 가까운데나 좀 다녀올 생각이겠지 하는 생각에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대수롭게 여기진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유정이 차를 직접 운전해서 피서를 떠나는 것이라곤 생각을 못한것이다. 한편 영기네 집 차는 영기는 원래 운전면허가 없고 주로 차는 운전면허증이 있는 수미가 사용해왔다. 하지만 수미의 경우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출퇴근시엔 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한지가 꽤 오래되었다. 따라서 영기,수미가 모두 출근하고 나면 차는 특별히 다루는 사람이 없이 고스란히 차고에 보관되어있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유정은 아빠와 엄마가 모두 출근하고 나면 바로 그 차를 타고 언니 세정 그리고 동생 소혜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을 짠 것이다. 그리고 계획대로 다음날 오전 엄마,아빠가 모두 출근하신뒤 세정과 소혜는 유정과 함께 차에 탔다.

 “ 뭐...뭐야 이거 ? 유정이 니가 직접 운전을 하겠다는 소리야 ? ”

 그때까지만 해도 세정은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 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으로만 알았지 유정이 직접 차를 운전한다고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세정은 동생이 자기 명의로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지 살짝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유정과 소혜가 거듭 설득하자 결국 세정도 설마 무슨일이 있으랴 또 소혜처럼 아무리 유정이가 간이 큰 아이기로 이제 겨우 운전면허를 그것도 불법적으로 취득한 아이가 아무렴 먼데까지 가랴. 그저 가까운 수영장 정도나 다녀올 생각인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유정에게 모든 운명을 맡기기로 했다.

 “ 유정이 너 근데 엄마,아빠한테 안 들킬 자신 있는거지 ? 난 너만 믿는다. ”

 “ 아유, 언니는 별 걱정을 다 해. 엄마가 기름값 아낀다고 차 안쓰고 대중교통으

  로 출퇴근 하신지가 벌써 언제부터인데. 감쪽같이 나갔다가 감쪽같이 돌아오

  면 엄마도 아빠도 아무것도 모를테니 그럴걱정은 하지 말아요. ”

 “ 그래 뭐 어쨌든 난 유정이 너만 믿을테니 무슨일 생기면 너 알아서 해. ”

 철없는 동생들을 말려야 하는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세정도 그녀대로 지금껏 대체로 공부만 하면서 너무 착실하게만 살아온 터라 비록 지금도 재수를 하는 중이긴 했지만 여하튼 학교도 졸업한 마당에 이제 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답답한 일상에서 한번쯤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던 중이었다. 헌데 여하튼 유정이 이렇게 직접 차를 운전해 피서를 떠난다니. 아마 시내 가까운 수영장 정도나 가려는 생각인가보다 하고 유정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어디 언니 이름까지 빌려 면허를 취득한 당돌한 동생 운전실력이 어느정도인지도 직접 살펴볼겸. 그리고 유정은 마침내 차고문을 열고 차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켰다.

 “ 자아~~~!!! 출발 !!! ”

 그렇게 집을 나선 3자매. 그야말로 세상 모든 근심,시름 특히 사춘기 소녀들로 한참 부모 잔소리나 간섭이 귀찮고 짜증스럽기도 할만한 그 나이때. 그 답답한 일상에서의 탈출이 마냥 신나고 들뜨기만 한지 있는대로 소리를 질러대며 소리를 질러댔다. 유정은 최신 유행 노래를 하나 틀어댔고 세정과 소혜는 그 노래소리에 맞춰 뒷좌석에서 춤도 춰본다. 그리고 차는 어느새 고속도로 톨게이트쪽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 어머, 유정이 너 뭐야 ? 너 설마...어디까지 가겠다는거야 ? ”

 “ 부산까지 !!! ”

 “ 뭐라고 ?

 그냥 가까운 수영장 정도나 차를 운전해 가는줄만 알았는데 부산까지 간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세정. 하지만 유정은 더더욱 작심한듯 오히려 한껏 더 들뜨고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 부산이고 어디고간에 한번 있는대로 달려볼 생각이라니까 언니. 언니야, 소혜야

  그저 나만 믿어. ”

 세정은 살짝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부산까지 간다니. 지금껏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해본 경험이 있기는 커녕 부산에도 지금껏 가본적 없는 아이가 직접 운전해서 부산까지라니. 세정은 물론 작은언니 편이 되어주기로 한 소혜도 조금은 겁이 나는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유정은 그런 세정도 소혜도 그저 자신만 믿고 따르라는듯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어차피 이렇게 된것 세정도 소혜도 그저 동생에게 언니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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