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최유정 (7)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영기의 여섯명의 이종사촌 여동생중 윤선이(1979년생)는 2007년에, 정혜(78년생)는 2009년에, 방글이(81년생)와 단비(80년생)는 2010년에, 그리고 여섯명의 이종사촌중 가장 막내격인 고승희는 2013년에 결혼을 했다. 특히 방글이와 단비는 약속이라도 한듯 2010년 11월과 12월에 3주정도 시차를 두고 나란히 결혼을 했다. 특히 이 둘이 결혼할때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결혼날짜를 잡는 바람에 혹시 외가쪽 친척들이 결혼식에 참석 못하게 될까봐 날짜 조정을 하는데 좀 애를 먹었고, 그러다 대략 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방글이는 11월 중순에 단비는 12월 초에 결혼날짜를 잡은것이다. 나이순으로는 단비가 방글이보다 한 살위인 언니인데 이렇게 되다보니 결혼은 정작 방글이가 한달 먼저 하게 된 셈이다. 그런식으로 따지면 윤선이도 한 살위 언니인 정혜보다 2년 먼저 결혼식을 올리게 된 셈이기도 하지만. 한편 여섯명의 이종사촌중 은희만이 유일하게 2015년 무렵까지 미혼이었다.

 “ 고모, 결혼 축하해요. ”

 2007년 봄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임윤선. 20대 후반의 비교적 결혼 적령기인 적당한 나이에 식을 올리게 된 셈이다. 그때 영기는 다섯 살과 세 살난 두 딸 세정이와 유정이가 있었고 이제 둘 다 말도 제법 또렷하게 알줄알고 한글도 깨쳤다. 이젠 되려 장난도 칠줄알고 너무 찢고 까불어 가끔씩 아빠,엄마를 힘들게도 하는 두 아이. 한편 수미는 이때 셋째 소혜를 잉태한 몸으로 만삭의 몸으로 움직이기가 힘들어 윤선의 결혼식엔 참석하지 못했다.

 “ 축하한다 윤선아. 니가 벌써 결혼한다니 진짜 꿈만같고 믿겨지지가 않는다. ”

 바로 6년전 영기의 결혼식때 영기의 사촌동생들이 참석했을때도 그와같은 말을 했는데, 영기도 똑같은 말을 이종사촌의 결혼에 이와같은 소회로 피력하고 있는것이다. 만삭인 수미가 결혼식에 참석하기 힘든 사정임은 대충 알고 있지만 윤선은 그에 대한 약간의 서운함과 걱정을 담아 말하기도 한다.

 “ 언니는 좀 어때요 ? 출산날 곧 다가온다면서요 ? ”

 “ 글쎄, 그렇다니까. 출산 예정일이 거의 다 다가오기도 하고...그래서 이래저래 결

  혼식에 같이 오기까진 좀 무리일것 같아서 하는수없이 애들만 데리고 혼자왔다.

 ”

 “ 그랬군요. 신혼여행 다녀와서 언제 한번 저희 신랑과 날 잡아서 인사드리러 갈

  께요. 그러고보니 이제 나도 조만간 셋째조카까지 보겠네 ? 유정아, 세정아 이리

  와. 고모랑 같이 사진찍자. ”

 그렇게 영기와 그 아이들과 예식장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은 윤선. 한편 영기는 수미와의 사이에 그로부터 얼마후 셋째딸 소혜를 보았다. 윤선의 경우엔 결혼 1년쯤 지나서 딸 하나를 낳았고, 그 이듬해엔 정혜가 시집을 가고. 영기의 여섯명의 이종사촌동생들이 그렇게 하나하나 줄줄이 시집가고 아이도 낳고 하던 무렵이 바로 이 무렵이었던것이다.

 “ 언니, 우리 아무래도 이 다음에 얘네들 시집가게 되면 다들 순서대로 줄줄이 시

  집가게 될것 같지 않우 ? ”

 영기의 이모가 되는 지혜,지희,지선 3자매는 아이들을 한참 키우던 젊은 시절엔 셋이 만나면 종종 이런식으로 말하곤 했다. 그러고보니 아무래도 이들 3자매의 결혼 자체가 엇비슷한 시기(70년대 중,후반경)에 이루어져서인지 마치 약속이라도 하듯 각기 딸을 두명씩 본 이들 3자매는 그러다보니 그 아이들이 사실상 연년생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셋째딸 지혜(1950년생)의 두 딸이 78년(정혜)생과 80년생(단비), 넷째딸 지희(1952년생)의 두 딸이 79년생(윤선)과 81년생(방글) 그리고 막내딸(지선) 역시 두 딸을 각각 80년(은희)과 83(승희)에 낳았으니 대략 이렇게 5년 정도의 사이에 3자매(지혜,지희,지선)의 여섯자녀(정혜,단비,윤선,방글,은희,승희)들이 줄줄이 태어났으니 이들 3자매로선 애들이 이 다음에 커서 시집갈 나이쯤이 될 때 벌어질법한 그때의 상황이 충분이 예측이 가능했다.

 “ 생각해보니 그렇다 진짜. 아유, 쟤네들 시집갈 때 되면 우리 서로 스케줄 조정

  이라도 좀 하던가 하자. 만약 그러다 결혼식 날짜라도 같은날짜에 잡혀지는 날엔

  그땐 복잡하고 번거로와서 어떻게 해 ? ”

 “ 맞아요 언니. 우리 그때되면 적어도 애들 결혼 스케줄 정도는 서로 좀 상의해서

  합의를 보던가 합시다. ”

 그렇게 종종 이야기 하곤 하던 지혜,지희,지선 3자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이 결혼할 무렵이 되어서 그렇게까지 복잡한 일은 벌어지진 않았지만 지혜의 딸 단비와 지선의 딸 방글이는 실제로 똑같이 2010년 후반기에 결혼을 하기로 상대방과 각기 약속을 하는 바람에 두 사람(방글,단비)의 결혼 날짜가 겹쳐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스케줄 조정을 하는일이 벌어졌고 그래서 지선의 딸 방글이가 사촌언니인 단비(지혜 딸)보다 석주 앞서 11월 중순에 결혼날짜를 잡고 그보다 3주뒤인 12월에 가서야 방글이가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방글이의 결혼식때는 단비가 자신의 약혼자와 함께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을 해 다른 친척들과도 인사를 나누었고, 그리고 3주후인 12월 초엔 마찬가지로 이미 석주전에 결혼한 방글이와 그 신랑이 단비의 결혼식에 참석을 해주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단비 내외로선 좀 피곤하기도 했겠지만 일반적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인사차 친척어른들 집을 한번정도 방문하는것이 관례임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단비 신랑의 입장에선 덕분에 사촌처제의 결혼식때 아내쪽 친척들을 다 한꺼번에 만나볼수 있는 계기도 된 셈이니 그런쪽으로의 부담은 한층 던 셈이기도 하다.

 정혜,단비,윤선,방글이등이 그렇게 줄줄이 시집을 갈 무렵 한편 영기의 어머니 문지연은 그녀대로 넋두리처럼 혼잣말로 이렇게 되뇌이기도 했다.

 “ 엄마도 살아서 이 모습들 다 보셨으면 더 좋았을것을... ”

 “ 예 ? ”

 여기서 엄마란 당연히 지연의 엄마인 영기 외할머니를 말하는 것일테고 하지만 영기는 좀 황당하다는듯 지연에게 한마디 했다.

 “ 어머니도 참...외할머니 돌아가셨을때 향년이 이미 89세셨어요. 그런데 그런 할

  머니가 정혜나 윤선이 시집갈때까지 어떻게 살아요 ?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고 계세요. ”

 “ 이 녀석아 그래도 그런게 아냐. 사람이 늙으면...또 마음이 그게 아닌게야. 어

  릴때 재롱피우던 손자,손녀들 시집가고 장가가는 모습 보는거 늙은이 되어서

  그 감회도 또 남다른거란다. 그러니 기왕이면...승희 시집가는것 까지도 좀 보

  고 가시지. ”

 영기 외할머니가 돌아가신게 2005년의 일이니 그보다 4년전인 2001년에 결혼한 영기 결혼식때야 당연히 참석을 했고 영기의 신부 수미도 당연히 그때 외할머니께 인사를 올렸다. 그러니 외할머니도 당연히 수미는 기억하고 계셨을터이고. 하지만 그 외할머니는 이미 2005년에 돌아가셨으니 윤선이든 방글이든 정혜든 단비든 다른 손녀들이 시집가는 모습은 볼수가 없다. 여하튼 그렇게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20대 중반의 나이에 서울로 시집와서는 5자매를 낳고 키운 영기 외할머니. 그 5자매가 그리고 어느덧 자라 손자,손녀를 보고. 영기 외할머니야 아들은 없고 딸만 다섯이니 그 밑으로 한명의 외손자(영기)와 여섯명의 외손녀(정혜,단비,윤선,방글,은희,승희)를 본 셈이다. 하지만 여하튼 영기 결혼식때만 해도 살아계셨던 그 외할머니는 여섯명이나 되는 외손녀들이 결혼할때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것이다. 영기 말마따나 생물학적으로 따지면 윤선이든 방글이든 그네들이 결혼할때는 이미 90을 훨씬 넘긴 나이니 그때까지 살아계실 가능성도 희박하고 또 살아계시더라도 손녀딸들이 시집가는것을 제대로 인지나 하실련지도 의문이지만 지연은 그녀대로 여하튼 맏딸이라서 그런지 외손녀들 시집가는것 까지는 못 보시고 가신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의 그 남다른 감정을 그와같이 영기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2010년 여름경에 정혜와 단비가 영기 내외가 사는 집을 방문했다. 영기와 윤선,정혜,단비등은 사촌간이긴 하지만 어쨌든 외가쪽으로 이종사촌이니만큼 무슨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때마다 매번 인사를 하러가는 그 정도의 사이는 아니고 그래도 설을 전후한 연초에 세배겸 인사겸 해서 방문을 하거나 아니면 결혼이나 친척의 사망같은 경조사때 그리고 그 외에도 일년에 한두번쯤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거나 집에 찾아가보기도 하는 그 정도의 왕래가 대략 2010년대 중반까지 쭉 이어지는 그런 사촌들이다. 이번 정혜와 단비의 영기집 방문도 정혜는 이미 작년 가을에 결혼을 했고, 단비는 이 무렵 사귀는 남자와 올해안에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하필 이종사촌인 방글이도 올해중 결혼을 생각중이라기에 둘이 서로 결혼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조율중에 있는 대략 그 정도의 시기였다. 따라서 정혜는 이미 작년 가을에 결혼을 했고 단비는 결혼을 앞두고있는 시점에서 이종사촌 오빠인 영기네 집이나 한번 찾아가 인사나 나누고픈 생각에 방문을 한 것이다. 영기는 반가운 얼굴로 두 이종사촌 동생을 맞이한다.

 “ 어서와라 정혜야, 단비야. ”

 ‘몰라보게 컸구나’라던가 ‘몰라보게 예뻐졌구나’ 하는식의 인사말도 이젠 좀 민망할 시기일테고 이제 정혜도 단비도 모두 나이 서른에 접어든 여성들이다. 그러다보니 이런식으로 반갑다는 환영인사말로만 그 반가움의 감정을 한껏 쏟아내고 있는 영기. 수미가 차를 내오고 그렇게 그 차를 한잔 들면서 이들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그래, 단비도 올해안에 결혼한다구 ? ”

 “ 네, 오빠. ”

 존대를 해가며 그와같이 답하고 있는 단비. 어린시절엔 그냥 ‘오빠.오빠’하며 반말투로 말했을법도 한데 이제 나이도 들고 하니 그런식의 반말투의 말을 여덟살이나 많은 이종사촌오빠에게 하기가 좀 그래서일까. 단비의 경우 존대와 반말을 반반씩 섞어가며 영기를 부르는 중이다. 정혜의 경우엔 그래도 아직은 영기가 만만한지 대체로 반말투다.

 “ 방글이도 올해안에 결혼한다고 그러고...그러니 여하튼 너랑 방글이 순서대로 나

  란히 결혼하게 되겠다 ? ”

 “ 그러게말야. 엄마랑 이모들이 옛날에 자기네들끼리 모이면 ‘얘네들 이 다음에

  결혼할 때 되면 줄줄이 결혼하게 되겠다’ 그렇게 말씀하시더니만 정말로 그렇게

  되네 ? ”

 어릴때 일이건만 이 아이들도 지들 엄마랑 이모가 그런식으로 대화하던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지 그 일을 입에 담고 있고, 여하튼 이렇게 다 커서 이런식으로 어릴때 어울리던 이종사촌들과의 재회는 여러 가지로 감회를 새롭게 만든다. 한편 정혜와 단비가 집안에 들어섰을때 영기의 아이들 세정,유정,소혜와도 당연히 인사를 나누었다.

 “ 고모, 안녕하세요. ”

 “ 오, 그래. 세정이도 유정이도 이제 많이 컸구나. 어...그리고 니가 소혜지 ? ”

 세정이나 유정이야 외증조할머니(영기한테 외할머니니 아이들한테는 외증조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상을 치렀을때 오촌 고모들인 이들이 돌봐준적도 있고 그 이후에도 이따금 고모들이 영기집에 찾아온적도 있고, 또 고모들 결혼식에도 참석은 했으니 당연히 이들 고모들을 기억하지만 2007년에 태어난 소혜는 아직 이들 고모가 낯설기라도 한걸까.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 소혜야, 고모님들이셔. 어서 인사드려야지. ”

 어느덧 초등학교 2학년인 큰 딸 세정이가 마치 막내동생을 가르치기라도 하듯 제법 의젓하게 타이르기도 한다. 그러자 소혜가 좀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래도 허리는 굽혀서 정혜와 단비에게 인사를 한다. 아직 어린아이니만큼 그마저도 기특한지 정혜와 단비는 소혜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다.

 “ 세정이가 벌써 초등학생이고 유정이가 유치원생이라구 ? 세월 진짜 빠르다. ”

 영기가 아이들 나이와 학년을 언급하니까 정혜와 단비는 그제서야 조카들 현재 나이와 학년을 정확하게 알게된듯 사뭇 놀라워하며 말하고 영기도 영기대로 감회어린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간다.

 “ 그러게말야. 아이들 쭉 키우다보니 어느덧 그렇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한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

 “ 어머, 벌써 그렇게 되었어요 ? ”

 정혜도 단비도 아직 그것까지는 인식을 못했는지 새삼 놀랍다는듯 거의 동시에 그와같은 말을 입에 담고 영기가 그런 두 사촌동생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벌써 10년 다 되어가는거지 뭐.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한게 2001년 봄의 일 아니

  냐. 그리고 올해가 2010년이니 벌써 9년째, 내년이면 딱 10주년이네 뭐. ”

 “ 하긴 오빠 결혼할 때 승희(영기의 막내 이종사촌동생)가 고3이었는데, 그 승희

  도 지금은 직장다니고 있고...여하튼 진짜 이제 다들 그렇게 성인이고 시집갈 때

  되고 그렇다. ”

 “ 승희가 지금 하는일이 뭐지 ? ”

 “ 승희는 공무원이잖아요. 요즘은 서울시청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은희는

  건축기사고. ”

 “ 그렇구나. ”

 어느덧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이르고 있는 이종사촌 동생들. 하지만 영기 입장에선 6-10살 정도 나이차이 나는 사촌 여동생들의 어린시절 모습들이 아직 머릿속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서일까. 이렇게 어엿한 성인이 되고 사회인이 되고 어느덧 결혼까지 하게되는 이런 모습들이 아직도 실감이 잘 안나나 보다. 여하튼 정혜도 작년에 결혼을 했고 단비도 곧 결혼한다니. 그저 영기 입장에선 만감이 교차해서 눈자위에 눈물이 서릴 지경이다. 살짝 자리에 일어나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아보기까지 하는 영기.

 “ 방글이는 의사잖아 지금 ? ”

 “ 네, 맞아요. 이모부(방글이 아빠)가 그래도 딸 둘중 하나는 꼭 의사 시키고 싶다

  고 그렇게 말하시더니 결국 방글이가 제 아버지 뒤이어 의사가 되었네요. ”

 윤선과 방글 자매 아버지의 직업이 의사다. 아무래도 그러다보니 제 아버지 피를 물려받은것인지, 아니면 아버지의 그와같은 뜻을 이어받은것인지 두가지 요인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한것인지 아버지처럼 의사가 되어있는 방글이. 그런 이야기들이 입에 오르내리다가 정혜가 한마디 한다.

 “ 원래 그런 집안들은 많이 있어요. 교육자 집안에서 교육자 나오고 법조인 집안

  에서 법조인 나오고...뭐 듣자하니 교회 목사들도 그렇다면서요 ? 아버지가 목사

  면 아들도 목사나 전도사 하는 경우 많다고 들었는데... ”

 영기가 90년대 후반경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하이텔의 그런 기독교 동아리(하늘빛 72)를 통해 짝을 만나 결혼에까지 이르러 지금은 영기,수미 내외 둘 다 그렇게 독실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것을 알고있는 사촌동생들이기에 부러 한번 그런말까지 선뜻 던져본것이다. 하지만 영기는 의사 집안에서 의사 나오고 법조인 집안에서 법조인 나온다느니 그런말이 좀 거북하기라도 한지 손을 내젓는다.

 “ 야,야 근데...그런 이야긴 웬만하면 내 앞에서 하지 마라. 나 학교다닐때 진짜 듣

  기 싫었던말이 애들이 나보고 ‘영기 넌 이 다음에 아버지 사업 물려받아야지 !!!

  ’ 이러는거였다. 무슨 재벌2세야 ? 사업을 물려받기는... ”

 실제 그런식의 학교때 친구들의 놀리거나 빈정거리던 말을 진짜 싫어했던 한영기. 그래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을 물려받아 그것을 계속 꾸려나가는것만은 진짜 싫다며 20대때는 자신은 그냥 자기 나름대로 하고픈 일을 하고싶다며 독자노선을 걸었던 그인지라 오히려 방황의 시간이 길기도 했던 그런 영기이기도 하다. 그때의 일들이 다시 떠올려져서인지 영기는 손을 내젓고. 정혜와 단비가 괜한말을 꺼낸듯 해서 살짝 말을 돌린다.

 “ 오빠, 근데 오빠 딸들 유정이랑 소혠 진짜 오빠 많이 닮은거 같아요. ”

 “ 허허...그래 ? ”

 “ 네, 가만보면 유정이도 그렇고 소혜도 완전 오빠 어릴때 붕어빵이에요. ”

 “ 아니, 근데 이 녀석들이 ? 야...니들이 나 어릴때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냐 ? ”

 실제 영기와는 각기 6살(정혜)과 8살(단비) 차이나는 사촌동생들 아닌가. 그러니 이런 애들이 영기의 애기때 모습을 안다는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물론 나중에라도 앨범같은데 꽂힌 영기의 아기때 사진을 봤거나 했을수도 있지만, 이 아이들이 태어나고 대략 한 5-6세쯤 되었을때는 영기는 이미 초등학교 5-6학년 무렵일때다. 그러니 영기의 사촌동생들이 영기의 애기때 모습을 안다는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고, 하지만 정혜와 단비는 그래도 지들 나름대로 느끼는게 있는지 그와같은 말을 거듭 입에 담는다.

 “ 아니...그래도 느껴지는게 있다니까요. 말투하며 인사하는 모습이라던가...여하

  튼 전체 분위기가 오빠 옛날 모습 알게모르게 그대로 묻어나있어요. 유정이도

  그렇고 소혜도 그렇고. ”

 “ 허허...그래 ? 뭐 하긴...처가쪽 식구들도 그런말 종종 하더라. 세정이는 제 엄마

  를 많이 닮은것 같고 유정이는 제 아빠를 좀 많이 닮은것 같다고. ”





 영기는 어머니가 5자매중 첫째라 그렇게 외가쪽으론 이종사촌 여동생이 여섯명이나 되지만 친가쪽으로는 열두살 터울지는 사촌누나가 한명 있다. 영기의 아버지 한우택이 4남1녀중 넷째로 위로 형님 세분 그리고 맨 밑으로 막내 누이동생이 하나 있다. 위로 아들 넷 그리고 맨 마지막이 딸인 그런 5남매인 것이다. 우택의 둘째형 우섭이 아들 하나, 셋째형 우진은 아들 둘을 보았고 4남1녀중 가장 맏이인 한우형에게 딸이 하나 있어 그녀가 영기에겐 열두살 나이터울 지는 사촌누나가 되는것이다. 영기의 사촌누나 한은정은 90년대 초반경 영기가 대학생일때 시집을 갔다.

 헌데 영기는 공교롭게도 사촌누나 은정이 시집을 간 뒤로는 그녀를 만나본적은 거의 없다. 설이나 추석때 영기네 친가는 보통 장남인 우형의 집에서 명절을 쇠게 되자만 사촌누나 은정의 경우엔 지방으로 시집을 갔기 때문에 보통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고 친정인 우형의 집에는 보통 명절 둘째날쯤에 들러서 자기 아버지,어머니한테만 인사를 드리고 돌아가게 된다. 그러다보니 명절 당일날 큰아버지 댁에 들르는 영기는 아무래도 시집간 사촌누나 은정을 볼 기회는 거의 없게 되는것이다. 그것이야 다른 사촌형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다른 사촌형들의 경우에는 그래도 개별적으로 가끔 은정누나에게 연락이나 인사정도는 드리며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은정도 어차피 명절이나 설때 다른 친정쪽 친척들은 뵙지 못하니 작은아버지가 되는 우섭,우진,우택의 집에는 명절이 아니라 다른때 가끔 인사를 드리러 찾아오곤 한다. 우택의 집에도 한번 인사를 드리러 찾아온적이 있는데 그때가 이미 90년대 중반의 일이다. 은정은 90년대 초반에 시집을 간후 남편하고 사이에 거의 연년생이나 다름없이 한 5년 사이에 내리 아들 셋을 낳았다. 그 아이들 셋과 함께 작은아버지 우택의 집에 인사를 드리러 찾아온것이다. 그때는 아직 영기는 결혼전이고 군에서 제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에 복학하기 위해 준비중일때였다.

 “ 도담이,소담이,유담이 이리오렴. 삼촌에게 인사드려야지 ? ”

 그때 아직 다섯 살 미만이던 자신의 아이들을 영기한테 그렇게 소개시긴 은정. 하지만 영기가 바로 틀렸다며 한마디 했다.

 “ 삼촌은 아니죠. 누나랑 제가 사촌간인데 어떻게 얘들한테 제가 삼촌이 되어요

  ? ”

 “ 어...그런가 ?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되지 ? ”

 “ 당숙...이 되겠네요. 5촌이니까... ”

 그것이 90년대 중반의 일. 그리고 영기와 수미가 결혼을 한 2001년에는 은정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을 했고 다만 그때 이후론 은정이 영기와 수미 내외를 본적이 한번도 없다. 당연히 영기와 수미 사이에 생긴 아이들인 세정이,유정이,소혜와도 만나본적이 없었으리라. 2010년대 중반의 어느 새해. 설을 맞은 영기가 문득 그 일이 상기되어 아내 수미에게 말했다.

 “ 가만...그러고보니...자기야 ? ”

 “ 응 ? 왜 ? ”

 뭐 그리 특별히 중요한 이야긴 아닐거라 생각하고 묻는 수미에게 영기가 그 이야기를 꺼낸것이다.

 “ 그러고보니 우리 은정이 누나한텐 한번도 인사드린적 없다. 자기 나랑 결혼하고

  나서 은정이 누나는 한번도 못 봤지 ? ”

 “ 은정이 누나 ? ”

 영기에게 열두살 터울지는 사촌누나가 한명 있는것 정도는 물론 수미도 그에게서 이야기는 들어 알고있다. 물론 당연히 영기 큰아버님께 시집간 딸이 한명 있는것도 알고있고. 하지만 여하튼 그 은정은 지방으로 시집을 갔기 때문에 보통 명절 둘째날에나 친정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오니 다른 삼촌이든 사촌동생들이든 그들과 특별히 인사나누거나 할 기회는 시집간 이후론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촌동생들이 특별히 신경써서 연락을 취하지 않는한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고나 할까. 영기는 그제서야 바로 그 일이 문득 떠올려져 수미에게 말한것이다.

 “ 생각해보니...진짜 우리 은정이 누나한테는 한번도 인사드린적 없어. 그러니 이

  번엔 은정이 누나한테도 한번 세배 드리자. 우리 아이들도 세배시키고. ”

 “ 뭐...그렇게 해요 그럼. ”

 뭐 특별히 부담가는 일은 아니라서인지 수미도 바로 수긍했다. 다만 은정은 보통 명절 둘째날 친정집에 인사드리러 오기 때문에 설 당일에는 그네들을 만나볼수가 없다. 그럼 천상 영기와 수미는 은정이 누나를 만나려면 다음날 다시 큰아버지댁을 찾아야한다.

 “ 장인어른,장모님껜 양해말씀 구하고, 사촌누나한테 한번 인사드리려고...결혼식날

  보고 지금껏 한번도 못 본 누나인데...아이들한테도 한번 세배드리게 하고 그럴려

  고 그런다고...여하튼 그렇게 좀 말씀드려. ”

 수미는 자신이 외동딸이고 아버지도 외아들이기 때문에 어차피 인사드리거나 해야할 친척이 그리 많지도 않은 몸이다. 물론 수미도 외가쪽으로는 어머니가 10남매중 여덟째라 외사촌,이종사촌들이 많긴 하지만 그런 외가쪽 친척들은 수미가 보통 가끔씩 생각날 때 개별적으로 연락해 인사 나누거나 대충 그 정도의 교류만 나누는 편이다. 헌데 생각해보면 영기가 외가쪽 친척보다는 친가쪽 친척과 교류가 적은편이라 볼수도 있을것이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것은 아니고 그냥 사는게 바쁘다보니 어쩌다 그렇게 된 것으로 보는게 적절한 판단일것이다. 여하튼 그래서 수미도 자기 친정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이번 설은 그런 사정이 있어 찾아뵙지 못하겠다고 추후 별도로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설 다음날 다시 사촌누나 은정을 만나보러 큰아버지 댁을 다시 찾은것이다.

 “ 당신 그러고보니 은정이누나 얼굴 기억은 나나 ? ”

 “ 글쎄 뭐...우리 결혼식때 오셨었나 ? ”

 “ 왔었지 당연히. 매형하고 애들도 다 데리고. 그날 자기한테도 잠깐 인사 시켰던

  걸로 아는데... ”

 하지만 결혼식때 찾아오는 하객 특히 친척이나 친지가 어디 한둘도 아니고 따라서 수미로선 그날이 초면인 남편의 사촌누나를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지는 못했을것이다. 따라서 수미로선 그야말로 얼굴도 모르는 사촌 시누이를 만나보러 가는셈. 한편 세정이,유정이,소혜등은 걔네들 나름대로 의아한듯 아빠 영기에게 물었다.

 “ 아빠, 오늘은 또 누구한테 세배드리러 가는건데 ? ”

 “ 응, 아빠 사촌누나. 그러니까 너희들한테 당고모님이 되시는구나. ”

 “ 당고모님 ? ”

 아빠 영기의 이종사촌들은 2010년대 중반까지도 종종 그렇게 왕래가 쭉 있어왔기 때문에 세정이도 유정이도 그쪽 고모들은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아빠 친가쪽의 사촌누나는 본적이 없어서인지 아이들은 헷갈려서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해한다. 영기가 그런 아이들에게 설명을 덧붙여준다.

 “ 그쪽 고모들은 아빠 외가쪽 사촌들. 그러니까 아빠 할머니쪽 친척들인거고...이

  번에 만나뵈러 가는 고모는 아빠 친가쪽. 그러니까 아빠 할아버지쪽 친척들인거

  지. 무슨말인지 알겠지, 얘들아 ? ”

 “ 아...그렇구나. ”

 그래도 어느덧 큰딸 세정이가 중학교 2학년, 둘째딸 유정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라 그 정도의 개념은 이해는 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심지어 세정은 헷갈리지 않기위해 그것을 수첩에 적기까지 한다. 다만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 소혜가 어려서 잘 이해를 못해서 그러는지 그것을 언니인 세정이와 유정이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 그러니까...윤선이고모,방글이고모 이런분들은 아빠의 할머니의 조카들인거고...

  이번에 인사드리러 가는 고모는 아빠의 할아버지의 조카. 그러니까 아빠한테 사

  촌누님이 되시기 때문에 우리한테는 그쪽도 고모가 되는거야. 무슨말인지 알겠

  지 소혜야 ? ”

 하지만 소혜는 아직 어려서인지 두 번,세번 유정과 세정이가 설명을 해줬는데도 여전히 제대로 이해가 안 가는듯 고개를 갸웃하고 있고, 그러는 사이 영기와 수미의 차는 어느덧 다시 전날 세배드리러 왔던 큰아버지댁에 도착해있다. 집안으로 들어섰을때는 사촌누나 은정이 어느덧 친정 부모님댁에 남편과 아이들과 도착해있었다.

 “ 어...누나 안녕하세요 ? 아유, 정말 오랜만에 뵈어요. ”

 “ 어머...그래. 영기구나. 진짜 오랜만이다. 가만...근데 이 아이들은 ? ”

 “ 네, 저희 딸들이에요. 바로 이쪽이 세정이,이 아이가 유정이, 이 아이가 소혜...

  딸만 셋을 낳았어요. ”

 “ 어머나 그래. 아유...애들이 어쩜 이렇게 똑부러지게 예쁘게들 생겼을까. 반갑

  다. 나 누군지 알겠니 ? ”

 시집간 은정이 작은아버지 우택(영기 아버지)의 댁에 들렀던게 90년대 중반이니 어느덧 20년전 일이고, 영기-수미의 결혼식에 참석한것도 벌써 15년전 일이다. 그러니 실로 15-20년만의 사촌간의 재회라 할수있는 자리. 은정 입장에서도 열두살이나 어린 사촌동생이 어느덧 딸을 셋이나 둔 아이 아빠란 사실이 놀라운 일이겠지만 영기도 막상 은정누나네 아이들을 보니 너무 놀랐다. 90년대 초반에 시집을 가서 이후 거의 연년생이나 다름없이 5년사이에 아들을 셋이나 낳은 은정. 그 아이들을 데리고 우택의 집을 찾은것이 90년대 중반 아닌가. 그러니 그때 다섯 살도 채 되지 않던 어린아이들은 이미 20대 청년이 되어있는것이다. 그 아이들에게도 열 살정도 차이나는 육촌동생이 되는셈인 세정,유정,소혜. 영기와 수미 내외는 먼저 자신들이 은정내외와 맞절을 하고, 그 다음에 웃사람인 은정내외가 영기네 아이들인 세정,유정,소혜의 절을 받는다. 그 다음에 영기와 수미 내외가 5촌조카가 되는 은정의 세 아들 세배를 받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정의 세 아들과 영기의 세 딸 이렇게 여섯명의 육촌남매간이 맞절을 올린다. 이미 20대 청년인 은정의 세 아들. 그리고 아직 초등학생,중학생 정도의 나이인 영기의 세 딸. 하지만 그래도 그리 크지않은 영기 큰아버지 우형의 집 안방이 이미 꽉 차는 느낌이다. 훈훈한 명절 분위기가 감돈다.



- 8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