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최유정 (5)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화장절차가 끝나고 납골당에 시신까지 안치한 뒤 영기도 사촌동생들도 모두 화장터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어차피 각기 차는 빈소가 있던 병원 주차장에 있는 상태에서 영구차를 타고 화장장까지 이동해온 터라 돌아갈때는 다시 영구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야할 상황이다. 그 외 개별적으로 귀가를 하는 사람들은 그쯤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영구차를 타고 병원 주차장으로 다시 가야 하는 식구들은 다시 영구차를 탔다. 그 전에 수미는 영기의 사촌동생중 한명인 윤선과 잠시 이야기를 잠시 나누게 된다.

 “ 많이 힘드셨죠 ? ”

 수미 입장에선 영기와 결혼한후 시댁 상을 치러본 경험은 사실상 처음일 것이다. 영기 부모님은 아직 두분 다 살아계시고 영기의 할아버지,할머니는 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신 분이고 따라서 영기 외할머니 상이 수미로선 영기네 집안 며느리가 된 후 처음 치러보는 상이 된 셈이다. 그걸 윤선도 아는것인지 위로겸 해서 그와같이 말을 건넨다.

 “ 저야 뭐 특별히 힘들게 있었겠나요. 그나저나 저희 아이들 돌봐주셔서 고마워

  요. ”

 사실 세정과 유정은 아직 다른 고모들과 노닥거리기라도 하는지 아직 이 자리에는 없다. 돌 지난 유정과는 달리 세정은 한 이틀 사이에 그 사이 고모들과 정이 제법 들기라도 했나보다. 한편 윤선은 윤선대로 나름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대한 회상에러도 젖는지 감회어린 말투로 말을 이어간다.

 “ 할머니가...어릴땐 저랑 방글이 무척이나 예뻐해 주셨는데... ”

 어린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샘솟기라도 하는지 윤선은 그제서야 잠시 목이 잠기는듯 하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보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간다.

 “ 저희 외할머닌 비록 글은 모르는 분이셨지만 그래도 나름 인생을 반듯하게 사

  신 분이셨어요. ”

 “ ...... ”

 “ 뭐랄까...TV 같은데서 무슨 캠페인처럼 나라에서 이걸하라 저걸하라 그런걸 할

  때면...꼭 그대로 실천하시곤 하시던 그런 분이셨거든요. 가령 뭐 근검절약을 하

  라느니 전기를 아껴쓰라느니 혼분식을 꼭 하라느니...여하튼 그런 정부시책은 정

  말 꼭 그대로 해야만 하는줄 알던 그런 분이셨어요. ”

 뭐 그 시절 노인들이야 대개 그랬겠거니 하는 생각에서일까. 나름 감회에 젖어 말하는 윤선과는 달리 수미는 대체로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촌 시누이인 그녀의 말을 듣고만 있다. 윤선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심지어...‘둘만 낳아 잘 기르자’ 캠페인 한창일땐 저희 할머닌 뭐라고 하셨는지

  아세요 ? ”

 “ 뭐라고 하셨는데요 ? ”

 인구가 너무 늘어나면 곤란하다며 이른바 산아제한 정책이 생겨난게 대략 60-70년대의 일. 70년대 정도에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특히 70년대 대표적 산아제한 구호인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낳아 잘 기르자’를 모르지 않을것이다. 그게 80년대에 들어와서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란 좀 더 극단적인 구호로 바뀌기까지 했지만, 무엇보다 남아선호 사상이 극심한 나라에선 대개 ‘대를 잇는 아들은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 시책이 사실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아들을 볼때까지 줄줄이 딸을 셋이고 넷이고 낳는 일을 80년대까지만 해도 적잖이 볼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윤선등의 외할머니는 좀 달랐나보다.

 “ ‘나랏님이 아이는 둘씩만 낳으라고 하시잖여. 그래야 나라가 인구도 늘어나지

  않고 경제도 잘된다고 하지 않여...그러니 니들도 아들딸 구분말고 둘씩만 낳아

  야 하는겨. 그래야 나랏님 하시는일 도와드리는겨. 알았제 ? 니들도 이 다음에

  시집가서 아들,딸 구별말고 딱 둘씩만 낳아야 한다.’ 후훗~! 물론 저야 태어나기

  전에 하셨을법한 이야기니 할머니한테서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고 나중에 저

  희 엄마나 이모들한테서 들은 이야기긴 하지만 저희 엄마나 이모들이 모두 딱

  딸 둘씩만 낳은게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에요. 할머니가 그렇게 귀에 못이 박

  히도록 ‘나랏님 정책이니 니들도 그렇게 따라야 한다’며 아들딸 구별말고 둘씩만

  낳으란 소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셨으니...그러다보니...저희 엄마랑 이모들이

  외할머니 말 잘듣는 효녀 딸들이라서 그런지 딸을 그렇게 딱 둘씩만 낳았다니까

  요. 뭐 큰이모(영기 엄마)의 경우는 무슨 행운인지 불운인지 아들만 그렇게 한명

  달랑 낳기도 했지만요. ”

 ‘아들딸 구별말고 둘씩만 낳으라’는것이 나랏님 정책이라며 꼭 그렇게 해야한다고 얼마나 윤선등의 외할머니가 딸들에게 그리 못이 박히도록 가르쳤는지 능히 짐작할만한 일이다. 그런 나름 좀 어지간한면이 있는 외할머니에 대한 회상을 윤선은 좀 더 이어간다.

 “ 나랏님...나랏님...늘상 저희 외할머니는 대통령을 그렇게 불렀어요. ‘나랏님’이라

  고...저희한테도 그러다보니 늘상 그러시더라구요. ‘몽당연필 써야혀...나랏님 시책

  이잖여’...‘전기 아껴써야 하는겨 나랏님 하시는 말씀이여...’ 후훗~! 하도 나랏님..

  .나랏님그러다보니 저희 둘째이모 같은경우엔 하루는 발끈해서 그러기도 하셨어

  요. ‘엄마는 대체 요즘세상에 창피하게 나랏님이 뭐요 ? 민주화시대에 대통령을

  누가 나랏님이라구 부르냔 말이오 ?’ 그렇게말이에요. 여하튼 저희 외할머닌 그런

  분이셨어요. ”

 윤선의 이야기를 그와같이 듣고보니 외할머님이란분이 진짜 좀 유별난 분이긴 했나보다 그런 생각은 든다. 그 시절 여인들이 대개는 그렇듯이 학교는 다니지 못했기에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까막눈이긴 했지만, 그래도 TV에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캠페인 같은것을 하면 ‘나랏님 정책이니 따라야 하는겨~!’ 하며 아이들을 훈육시키곤 했다는 그런 여인. 영기,윤선등의 외할머니는 그렇게 비록 글은 몰랐어도 평생을 비교적 반듯하고 깔끔하게 그리고 그런대로 보수적으로 살다간 그런 노파였던것 같다.

 헌데 생각해보니 수미는 영기에게선 특별히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없는것 같다. 아무래도 윤선보다야 아무래도 일곱 살이나 더 많은 영기에게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은 좀 더 많을법도 한데 사촌시누이인 윤선에게조차 듣는 이야기를 왜 정작 신랑인 영기에게선 들어보지 못했는지 좀 의아한 일이기도 하다. 윤선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헌데 생각해보니 저도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외할머니 기질을 좀 닮아간것 같아

  요. 뭐 그렇다고 저야 대통령을 나랏님이라고 부르진 않지만...알게 모르게 제 성

  향이 그 뭐냐...소위 보수주의...애국주의...저도 좀 그런 기질이 좀 있는것 같아

  요. 그래서 대학다닐때도 주위 친구들한테 ‘넌 애가 왜 그렇게 고리타분하냐 ?

  ’는 식의 핀잔도 좀 들었고요. ”

 “ 언니이~~~!!! ”

 한편 영기의 다른 사촌동생들인 방글이(윤선 친동생)를 비롯 정혜,단비,은희,승희등은 그때서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다들 다시 영구차를 타고 병원으로 돌아가서 주차장에서 각자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수미의 작은 딸인 유정이는 은희가 안고 있고 세정이는 방글이와 함께 노닥거리며 이쪽으로 오고 있다.

 “ 싫어...싫어...나 방글이 고모랑 같이 있을래에~~~!!! ”

 어쨌든 이제 집으로 각기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은희등도 세정이와 유정이는 수미한테 인계를 해주려는 것인데 세정이가 잠시 그렇게 칭얼거린다. 다른 사촌들이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좀 신기하기도 한지 이렇게 한마디씩 한다.

 “ 아니, 근데 얘가...다른 고모들보다 방글이 고모를 유난히 좋아하네. 오빠도 예전

  엔 방글이만 그렇게 이뻐하더니. ”

 “ 영기 오빠가 원래 예전에 방글이만 유독 이뻐했어요. 좀 편애한다 싶을정도로...

  근데 세정이도 그러네 ? 야, 세정아. 너 어쩜 그렇게 니 아빠랑 똑같냐 ? ”

 여섯명이나 되는 이종사촌중 아마 영기가 유독 예뻐했던 사촌이 방글이 였던듯. 헌데 그 딸인 세정이도 방글이 고모만 잘 따른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희한한 일이기도 하다. 여하튼 상을 치르는 사흘동안 유정이와 세정이를 돌봐주었던 여섯명의 5촌고모(당고모)들. 그중 맏이격인 정혜가 한마디 한다.

 “ 세정이 얘가 글쎄...은희보고는 ‘눈 큰 고모’라 부르고 승희보고는 ‘이쁜이 고모’

  라 부르더라구요. 세정아, 다시한번 말해봐. ‘이쁜이 고모’가 누구야 ? ”

 그렇게 묻는 정혜의 물음에 망설일것도 없다는듯 세정이는 손가락으로 승희를 턱하니 가리킨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어린애가 제법 기특하기도 한지 파안대소하는 사촌들. 윤선이 이번엔 살짝 세정에게 다가와서 묻는다.

 “ 세정아, 그럼 고몬 어떤 고모야 ? 고모는 누구야 ? ”

 “ 으음... ”

 아직 윤선이 고모 별명까진 짓지 못한것일까. 살짝 망설이는듯 하던 세정. 그러다 이와같이 말했다.

 “ 키 큰 고모. ”

 “ 뭐어 ? 키큰 고모 ? ”

 사실 윤선의 키가 일반적인 20대 여성으로서 딱히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오히려 정혜나 방글이가 키는 윤선이보다 살짝 더 크기도 하다. 하지만 어린 세정의 눈엔 윤선이 고모가 가장 키가 커보였던걸까. 윤선에겐 그런 별명까지 붙여주는 세정이. 그렇게 방글이는 세정이가 가장 좋아하는 고모, 은희는 ‘눈 큰 고모’, 승희는 ‘이쁜이 고모’ 그런식으로 별명이 지어진 셈이다. 정혜고모나 단비고모는 아직 네 살난 세정이에게 뭐 특별히 강렬하게 박혀진 이미지가 없어서인지 아직 아쉽게도 그런 별명까진 지어지지 못했다. 병원 주차장으로 돌아와서는 이제 각기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때. 정혜,단비,윤선,방글,은희,승희 여섯명의 사촌동생들은 영기와 수미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영기의 딸 세정이와 유정이에게도 작별을 고한다.

 “ 세정아~~~!!! 잘가. 다음엔 정혜고모와 단비고모에게도 별명 지어줘~~~!!! ”

 “ 고모들 안녕~~~!!! ”

 빠이빠이 인사를 하는 세정이는 서운하기라도 한듯 살짝 눈시울이 적셔지기까지도 한다. 이제 겨우 돌 지난 유정이의 경우엔 아직까지도 이 상황 자체가 별 이해가 안 가는지 아빠,엄마와 고모들을 번갈아가며 멀뚱멀뚱 바라만 볼 뿐이다. 아빠 영기의 외할머니 상을 치르는 사흘동안 자신을 돌봐준 여섯명의 당고모들이 돌 지난 유정이에게 어떤 느낌으로 와닿았을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니 그래서 되려 더 궁금해지는 일이기까지 하다.





 영기와 수미는 유정을 낳고 3년이 지나 딸 하나를 더 보았는데 그게 막내 소혜다. 영기와 수미는 그렇게 결혼후 6년동안에 내리 딸 셋을 낳은것이다. 한편 영기 외할머니의 상을 치른지(2005년) 10년 정도가 지난 어느날. 원래 영기 부모님은 영기와 수미가 결혼한후 한동안은 아이들은 분가시키고 자신들은 따로 살고 있으면서 직장생활도 계속 하는 중이었는데, 이 무렵엔 영기 부모님도 어느덧 나이가 70이라 몸에 힘도 많이 빠진 상태라 영기네 집으로 들어와 살며 쉬는 중이었다. 영기도 수미도 이때는 직장생활을 하는 중이었고 따라서 영기 부모님은 대체로 이때는 그야말로 손녀딸들 보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땐 세정이는 어느덧 중학생으로 한참 사춘기가 시작되는 무렵이고 둘째 유정이도 초등학교 5학년, 그러니 여덟살난 막내 소혜 정도나 할아버지,할머니 앞에서 재롱피울만한 그런 손녀딸이었다. 여하튼 그러던 어느날 영기네 집으로 걸려온 전화 한통화가 있었다.

 “ 여보세요. ”

 전화를 받은것은 영기의 둘째딸 유정이. 하필 이땐 공교롭게도 유정의 할아버지,할머니 모두 볼일이 있어 외출중이었고, 언니 세정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은 되었는데 친구들하고 어디서 노닥거리기라도 하는지 좀 늦고 있었고 아빠 영기와 엄마 수미야 지금은 아직 직장에서 근무중일 시간. 그래서 전화를 받은게 둘째 유정이가 되었다. 헌데 전화를 건 상대방은 웬 어린 여자가 전화를 받은것에 놀라거나 당황하기라도 했음일까.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잘못걸려온 전화인가 싶어서 유정이는 의아해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끊었고, 헌데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금 전화벨이 울렸는데 다시 유정이가 전화를 받았다. 헌데 조금전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서인지 상대방은 당혹스러운듯 바로 사과의 말을 입에 담았다.

 “ 어...죄송합니다. 제가 전화를 잘못 건 모양이네요. 왜 이러지 이게 ? ”

 고개를 갸우뚱하며 여인은 그와같이 사과의 말을 전하고 다시 전화를 끊어버렸고, 유정은 유정대로 어쨌거나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아주머니 정도로 추정되는 여성의 목소리인지라 ‘별 싱거운 아줌마가 세상에 다 있네’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역시 전화를 끊은뒤 2층 자기방으로 올라가려 했다. 헌데 그때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 허...뭐야 ? ”

 아무래도 아까 그 아줌마가 또 전화를 한건가 싶어 유정은 기가막히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그냥 전화를 받지 말아버릴까 하다 벨이 계속 울려 귀찮기도 하고 짜증도 나서 차라리 뭐라고 한마디 해줘야 겠다는 심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아까전 그 여자아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와 또 다시 당혹스러워 하는 가운데에서도 일단 확인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서인지 조심스레 물었다.

 “ 어...죄송하지만 거기 한우택씨 댁 아닌가요 ? ”

 “ 네 ? ”

 말을 제대로 못 알아 들은것인지 그와같이 되물은 유정. 여인은 다시금 확인차 물었다.

 “ 한우택 선생님 댁으로 알고 제가 전화를 걸었는데...여기 카나다에요. ”

 “ 저희 할아버지신데요. ”

 “ 엣~! ”

 그러자 이번엔 여자가 사뭇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우택은 다름 아닌 영기 아버지 성함이니 바로 세정,유정,소혜 3자매에겐 할아버지가 된다. 헌데 한우택 선생님댁 아니냐는 물음에 ‘저희 할아버지 성함’이라 대답한 유정. 그러자 여인은 좀 멍하기라도 한지 바로 무슨 대꾸가 없다가 뭔가 짚이기라도 하는지 그제서야 물었다.

 “ 저기...그럼...누구...혹시 세정이니 ? 아니, 유정인가 ? ”

 “ 유정인데요. 한유정. ”

 그제서야 자신의 이름을 밝힌 한유정. 그제서야 유정이도 아마 할아버지한테 무슨 용무가 있어 전화하신 분인가보다 하고 그렇게 정중히 대답한것이다. 그러자 이번엔 카나다에서 전화했다는 의문의 여인이 놀랍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 어머, 니가 유정이니 ? 어머...그럼 니가 영기 딸 유정이구나. 너 내가 누군지 알

  려나 모르겠네...그러니까 한우택 선생님이 너희 할아버지신거지 ? ”

 “ 혹시 카나다 이모할머니세요 ? ”

 유정이도 짚이는게 있는지 바로 그와같이 물었다. 그러자 여인은 더 놀라운듯 묻는다.

 “ 어머, 너 나 누군지 아니 ? ”

 “ 카나다 사시는 이모 할머니 한분 더 계신거 알고 있어요. 그리고 작년에 뵈었

  었잖아요. ”

 영기의 어머니 문지연이 5자매중 첫째로 정혜와 단비의 엄마인 셋째 문지혜(1950년생), 윤선이와 방글이의 엄마인 넷째 문지희(1952년생), 그리고 은희,승희의 엄마인 막내 문지선(1954년생) 그리고 그 외에 둘째인 1948년생 동생이 한명 더 있다. 이름은 문지숙으로 바로 지금 유정과 전화통화를 하고있는 여인이다. 영기 외할머니가 생전에 자주 하던말이 ‘둘만낳아 잘기르자’ 시절에 나랏님 시책이니 너희도 이 다음에 아이는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던가. 그 유지라도 이어받음인지 지혜,지희,지선은 모두 딸을 둘씩 낳았고 첫째 지연은 아들 영기 하나만을 달랑 보았다. 하지만 반면 둘째 지숙은 결혼과는 인연이 없었는지 70년대 중반경에 결혼은 하긴 했지만 20년동안 아이가 없었고 그러다 90년대 중반경 이혼을 했다. 그리고 영기가 결혼한 1년쯤 뒤인 2002년경에 카나다로 이민을 갔는데, 그러니 영기 결혼식때만 아직 한국에 있을때라 참석을 했고, 그 뒤에 카나다로 이민을 간 것이니 영기와 수미 사이에 아이들이 줄줄이 태어났을때는 조카손주가 되는 세정,유정,소혜를 본적이 없다. 하지만 영기의 경우엔 카나다에 사시는 (아이들한테) 이모할머니가 한분 더 계신다는 말을 몇 번 애들한테 한적이 있어 유정이 아마 그 것을 기억하고 있는듯 하다. 그러면서 카나다라며 할아버지인 한우택씨를 찾는 의문의 여인을 보니 아무래도 ‘카나다 이모할머니’인가보다 그렇게 짐작한것이다. 영기네 아이들이 자신을 알진 못할것이라 지레 짐작한 카나다 이모할머니 문지숙으로선 따라서 적잖이 놀랄만한 일이 되었을것이다.





 사실 유정이 앞에서 말한것처럼 세정이나 유정이는 카나다 이모할머니를 만나본적은 있다. 그것이 바로 1년전의 일이다. 90년대 중반에 이혼을 하고, 큰 조카 영기가 결혼한지 한 1년쯤 지났을때 이민을 떠난 지숙은 그후 그곳에서 소규모 무역중개업을 하며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삶을 살아왔다. 큰 규모는 아니고 글자그대로 군소업체쯤 된다고 할 수 있는 사업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명색이 무역중개업이니 만큼 1년에 한두차례 정도 그 일로 한국에 왔다갔다 하는 일 정도는 있었다. 영기 외할머니 그러니까 지숙,지연 자매등의 어머니가 돌아가신게 2005년의 일인데, 그땐 우연찮게도 지숙이 일 때문에 한국에 와 있을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지숙은 그나마 다행히 모친의 임종은 지켜볼수가 있었다. 한편 그렇게 카나다로 떠난지 10여년 세월이 지난 무렵이 되는 2014년쯤 되어서 지숙은 종종 한국에 있는 언니 지연이나 동생들에게 전화하는일이 잦아졌다. 그러다 지연이 하루는 아들 영기를 불러 말했다.

 “ 카나다 이모가 한번 조만간 한국에 또 오신다는구나. ”

 “ 한국에를요 ? 왜요 ? 사업때문에요 ? ”

 카나다로 이민간 지숙 이모야 그냥 그렇게 사업 하면서 살아가고 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만 있었던 영기.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나온 이야기는 좀 뜻밖이었다.

 “ 그런건 아니고...이모가 요즘 향수병인가 보더라. 고향생각이 많이 난대. 그래서

  이래저래...죽기전에 한번 고향땅이나 돌아보고 싶다고 그러면서 한번 귀국하고

  싶다고 하시더구나. ”

 “ 그래요 ? ”

 “ 사람이 다 늙으면 고향생각 나고 옛생각 나기 마련이란다. 수구초심이란 말이

  괜히 있는건줄 아니 ? 이모도 이제 늙으셨고 벌써 70 다 되어가시니 이제 쉬고

  싶으신가보지. 여하튼 오시면 그러니...영기 너도 세정이,유정이,소혜 인사도 좀

  시키고 그래라. 어쨌든 걔네들한테 이모할머니시잖니. 이모도 조카들 어떻게 살

  고 있는지 그거나 좀 한번 돌아보고 싶어서 그래서 오신다는거니까...무슨말인지

  알겠지 ? ”

 그렇게 해서 지숙이 일시적으로 귀국한게 대략 그해 여름 무렵이었다. 주말에 서울 한 한정식 집에 약속장소를 정했고, 영기는 아내 수미 그리고 딸 세정,유정,소혜 3자매와 함께 카나다 이모가 오셨다는 한정식 집으로 향했다. 영기로서도 한 10년만의 카나다 이모와의 만남이라서인지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기도 했다. 약속장소인 한정식집이 거의 가까워졌을 무렵 영기는 괜한 장난기라도 발동했는지 수미에게 살짝 말했다.

 “ 자기야... ”

 “ 왜요, 집사님 ? ”

 이때 영기는 교회에서 집사일 때. 그래서 수미는 영기를 ‘집사님’이라 부르던 때고 여하튼 한영기 집사는 그렇게 살짝 장난기가 발동한듯 이모를 놀래켜주려는 생각에서인지 이와같이 말한것이다.

 “ 자기는 애들 데리고 저기 보이는 편의점에서 좀 노닥거리다가 천천히 와. 난

  먼저 식당에 들어가 있을테니까. ”

 “ 그건 또 왜요 ? ”

 “ 그냥 한번...이모가 깜짝 놀라는 모습 한번 보고 싶어서. 우리 애들 그동안 얼마

  나 컸는지...그냥 밋밋하게 애들 데리고 같이 들어가는것 보다 뒤늦게 세정이,유정

  이들 ‘짠~!’ 하고 나타나면 더 놀라실것 같아서 말야. ”

 “ 칫~!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해요 집사님. ”

 장난치곤 좀 싱거운 일이라서인지 수미는 약간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그래서 수미와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좀 노닥거리다가 뒤늦게 한정식집으로 가기로 했고, 영기가 먼저 차에서 내려 약속장소인 한정식집으에 당도했다.

 “ 이모, 오랜만에 뵙네요. 그간 건강하셨어요 ? ”

 약속장소인 한정식집에 당도했을때는 다른 이모들은 물론 이종사촌 동생들도 이미 몇몇 당도했었다. 지숙은 혼자 들어오는 영기가 좀 의아하고 어리둥절하기라도 한지 이와같이 말했다.

 “ 그래, 어서와라 영기. 이 녀석은...어떻게 나이가 들어도 점점 더 동안이 되어가

  는것 같아. 헌데...어째 혼자 와 ? ”

 “ 그냥 좀...그렇게 되었어요. ”

 마치 신변에 무슨 대단한 변동이라도 있었던 사람인것마냥 고개를 긁적이며 자리하는 영기. 자리에는 영기 부모님과 그리고 지혜,지선등 다른 이모들. 그리고 정혜,단비,윤선이,은희등 사촌동생들도 이미 당도해있었다. 영기가 수미와 결혼한것이 벌써 13년전인 2001년의 일이고, 영기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가 그로부터 4년뒤인 2005년의 일. 그땐 카나다 이모인 지숙은 한국에 들어와 있을때라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지숙 입장에서) 모친상을 치렀고, 한편 그 당시까지만 해도 미혼이던 영기의 이종사촌들도 그 사이 하나,둘 시집을 가기 시작했다. 그후 윤선이가 영기 사촌동생들중 가장 먼저인 2007년에 결혼 딸 둘을 낳았고, 정혜 09년에 결혼 딸 둘, 단비와 방글이는 각기 2010년에 결혼 딸 하나 아들 하나는 한편 승희는 바로 1년전은 2013년에 결혼했고 은희만이 2014년 그때까지 아직 미혼인 상태였다. 이미 도착한 사촌들은 자신들의 신랑 또는 자기 아이들까지 이미 카나다 이모한테 인사시킨 뒤이기도 하다. 지숙으로선 그야말로 오랜만의 한국방문이 그야말로 조카손주들 보러 온 것이나 다름없는 자리가 된 것이다. 헌데 큰조카이면서 장가도 제일 먼저 간 영기가 혼자라는게 말이 되는가. 이미 다른 조카손주들 세배는 다 받고 난 뒤의 지숙은 영기가 혼자라는것에 여전히 의아해하고 있는데, 세정,유정,소혜들이 왁자지껄하며 들어선것이 바로 그때였다.

 “ 안녕하세요 !!! ”

 “ 어머, 세정이 유정이 왔구나. 소혜도. ”

 세정,유정들을 알아본것은 다름아닌 당고모뻘이 되는 정혜,단비,윤선이등 영기의 사촌동생들. 이들이야 명절때라던가 대략 1년에 한두차례 정도 영기와는 왕래가 쭉 있어왔으니 그러면서 영기의 딸들이면서 5촌조카가 되는 세정,유정,소혜등이 자라는 모습도 쭉 지켜볼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숙 입장에서야 그야말로 10년만에 어쩌면 처음 보는 낯선 자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영기 딸들의 모습. 순간 얼떨떨하게 안으로 들어서는 대략 초등학생,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세 여자아이를 ‘웬 녀석들인가’ 하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영기가 정식으로 소개하기도 전에 윤선이와 방글이등이 이모에게 세정이등을 소개해준다.

 “ 이모, 영기오빠네 애들이에요. 얘가 세정이고 얘가 유정이고... ”

 그런식으로 윤선이와 방글이가 얼떨떨해 하는 이모가 재미있다는듯 바라보며 세정,유정,소혜를 소개하자 그제서야 지숙은 놀란듯 그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기가 아이들을 정식으로 지숙에게 인사시키고 아이들은 ‘카나다 이모할머니’에게 정식으로 큰절을 올린다.

 “ 이모할머니 안녕하세요. 오래오래 백년해로 하세요. ”

 “ 원 녀석들도...나 원...그나저나 이젠 진짜 꼼짝없이 나도 할머니네. 이거 뭐...이

  렇게 와서보니 하는일이 전부 조카손주들 인사받는 일밖에 없네. 참...나도 이제

  진짜 꼼짝없이 할머닌가보다. ”

 “ 언니도 참...세월이 당연히 다 그렇게 가는건데 뭘 그러우 ? 우리 다 이렇게 이

  제 손자,손녀 재롱보면서 늙어가는거지 뭐. ”

 지혜,지희,지선등 지숙의 동생들이 그런 언니를 보며 위로겸 해서 그렇게 말하고 지숙은 그녀대로 새삼 이런저런 북받치는 감정이라도 있는지 눈물을 살짝 훔치기까지 한다. 동생들이 그런 언니를 좀 위로하고, 한참 식사 분위기가 무르익어갈때쯤 지숙은 언니와 동생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 언니, 그리고 얘들아. ”

 무슨 중요한 할 이야기가 있나 싶어 지연과 다른 동생들이 그런 둘째 지숙을 응시하고 있는 가운데 지숙은 나름 어떤 허탄한 심정을 담아 이와같이 말한다.

 “ 그러고보니 이제 진짜 내 나이도 60대 후반...이러다 곧 70 넘을거고...그야말로

  이젠 죽을날만 기다리는 인생인건데... ”

 “ ...... ”

 “ 나 죽고나면 화장해서 내 유골 마포나루에나 뿌려줘라. 내 마지막 남은 소망이

  그거야. 그 이야기나 하고파서 너희들 보자고 했어. ”

 “ 언니, 요즘은 유골 강에다 뿌리는거 불법인데 ? ”

 지연 5자매는 모두 서울에서 나고자란 서울출신들이다. 이들의 어머니는 지방출신이긴 하지만 서울로 시집와서 지연,지숙,지혜,지희,지선 이렇게 5자매를 낳고 2005년에 향년 89세로 세상을 떠난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들의 어머니도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지가 어느덧 10년. 그렇게 또 세월이 흐른 시점에서 지숙은 나름대로 자신의 파란만장했다면 파란만장했던 인생을 회고해보기도 하면서 언니와 동생들에게 그와같은 자신의 마지막 바램을 전하고 있는것이다.

 “ 내가 뭐 불법이고 뭐고 그런것 따지는거 봤니 ? 여하튼 난 죽고나면 나 어릴때

  놀던 마포나루 근처에 묻히고 싶어. 그러니 나 죽고나면 화장해서 거기에다 뿌려

  달라고. 그렇게만 해주면 내게 이제 더 이상 여한은 없을것 같아. ”

 “ 언니... ”

 아무리 그래도 죽는다는 이야기를 하니 언니도 동생들도 기분이 좀 울적해 지는것 같다. 조카들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고, 뭐 어차피 아직 시집간지 얼마 안되는 정혜,단비,방글이등은 지금 칭얼대거나 보채거나 지들끼리 찢고 까부는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오랜만에 보는 카나다 이모의 그 심상찮은 분위기에 신경이 가지 않을수가 없다. 지숙의 한탄의 감정을 담은 넋두리는 좀 더 이어져간다.

 “ 그래 뭐 이제 나도...영기부터 시작해서 정혜,단비,윤선이,방글이,은희,승희까지

  저렇게 다들 장가가고 시집가서 아이도 한둘씩 낳은 모습까지 봤으니...그야말로

  이 세상 볼만한건 다 보게된것 같구나. 이 나이에 참...‘카나다 이모할머니’ 소리

  까지 들으면서...참 정말...나도 오래산것 같다. ”

 지숙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박복하다고도 할수있는 그녀의 삶 아닌가. 70년대 중반에 20대 후반의 나이로 당시로선 좀 늦었다고 할수있는 나이에 결혼해서 20년동안 아이없이 살다 90년대 중반에 이혼을 했고, 그리고 2002년에 카나다로 이민을 떠나 그곳에서 13년을 살아왔다. 뭐 소규모 무역중개업이라도 하며 그렇게 생계라도 유지하며 지금껏 살아온 셈이지만 어느덧 6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그녀도 이제 슬슬 이러한 삶이 힘에 부치고 벅차오는것 같다. 마치 죽을날이 얼마 남지않은 노파라도 되는양 그렇게 한바탕 청승을 보여주었다. 지숙은 우선 영기한테 영기네 딸들부터 좀 오라고 했다.

 “ 그래 어디...영기네 애들부터 보자. 그래, 네가 세정이고 네가 유정이고 네가 소

  혜라고...이 이모할머니가 참...가진것도 없어서 멀리 카나다에서까지 와서 딱히

  선물할것도 없고 참... ”

 하지만 그날 그렇게 나름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라도 한것일지. 제법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까지 한보따리 꺼내보이며 영기부터 은희,승희까지 일곱명에 이르는 조카들과 그리고 그네들이 각기 낳은  조카손주들에게까지 작은 선물 하나씩을 마련해주고 그렇게 떠난것이다.



- 6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