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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최유정 (4)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영기와 수미는 2001년 봄에 결혼식을 올렸다. (* 1-3회 현재 시점이 2032년 ^^) 하이텔에 ‘하늘빛 72’라는 1972년생 크리스찬 동기 모임이 결성된게 95년의 일이고 수미와 선애는 그 초창기때부터의 멤버였다. 그리고 영기가 하늘빛 72에 가입한것이 그보다 2년뒤인 97년이고 영기와 수미가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한게 그보다 1년뒤인 98년의 일이다. 그리고 3년의 교제 끝에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하늘빛 72에서 교류를 나누다가 커플로 이어져 결혼에까지 이른 사람이 열쌍 가까이 된다. 헌데 영기와 수미는 그중 가장 먼저 커플이 된 ‘1호커플’이었다. 하늘빛 72 커플들은 대체로 98-01년 사이에 줄줄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점을 생각해 본다면 영기와 수미는 1호 커플이면서도 결혼식은 상대적으로 늦게 올리게 된 셈이다.

 영기와 수미가 결혼식을 올린 2001년 경이면 pc통신 동호회는 이미 거의다 쇠퇴하는 단계에 접어든때고 인터넷이 대중화 되던 무렵이고 하늘빛72도 동호회 자체는 대체로 해체수순을 밟던 무렵이었지만 회원들간의 교류는 그때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 이전 2년동안 하늘빛 72 커플들이 줄줄이 결혼식을 올렸고 무엇보다 영기와 수미는 ‘1호커플’이란 상징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많은 하늘빛 72 회원들이 결혼식에 참석 두 사람의 행복한 출발을 축하해 주었다.

 한편 영기와 수미는 집에선 각각 외동아들과 외동딸이긴 했지만 영기의 경우엔 아버지가 4남1녀중 맨 밑으로 막내 여동생이 있는 넷째 아들이었고, 어머니 역시 5자매중 맏이였기 때문에 사촌형제들은 많았다. 수미의 경우는 아버지는 외아들이지만 그 대신 어머니가 10남매중 여덟째였기 때문에 외가쪽으로는 친척이 많았다. 특히 수미는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30년 넘게 근속했고 어머니 역시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으로 오랫동안 재직해오신 분이셨기 때문에 그와같은 직장생활,사회생활을 하면서 교류해온 친구,지인들이 많았다. 따라서 수미 부모님의 그 많은 친구,지인들도 동료 또는 친구의 하나밖에 없는 금지옥엽 외동딸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많이들 참석해 주셨다. 수미의 경우는 특히 어머니가 10남매중 여덟째인데다가 학교 선생노릇을 하면서 결혼은 좀 늦게 해서 수미를 낳은편에 속했기 때문에 수미는 외가쪽으로는 외사촌,이종사촌을 포함 열명이 넘는 사촌오빠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외사촌 오빠는 수미보다 무려 23살이나 나이가 많았다.

 신부대기실에서 한참 축하를 해주러온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있던 수미. 가장 큰 외사촌오빠가 들른것이 그 무렵이었다. 수미는 큰 외사촌 오빠를 영기에게 소개시켜드리기 위해 얼른 영기를 불렀다.

 “ 어, 어서오세요 영기형제. ”

 무슨일이라도 생긴건가 싶어 의아해서 들어와본 영기. 헌데 얼핏봐도 자신에게도 아버지뻘은 될 나이많은 사람이 들어와 있는것을 보고 영기는 처음엔 수미의 친척 삼촌뻘쯤 되는 어르신이려니 그렇게 짐작했다. 헌데 수미는 그분을 이와같이 소개했다.

 “ 영기형제, 인사드리세요. 저희 외사촌 오라버니들중 가장 큰 오라버님이세요. ”

 수미가 외가쪽으로 사촌오빠가 많다는 소리는 영기도 익히 들어왔지만 그중 가장 큰오빠가 수미보다 나이가 23살이나 많다는 이야기엔 영기도 적잖이 놀랐다. 수미의 23살 많은 외사촌 오빠는 초면인 이제 곧 사촌매제가 되는 영기를 격려라도 하듯 어깨를 툭툭 두드렸고, 영기는 정중히 그 수미의 사촌오빠에게 인사를 올렸다.

 “ 처음 뵙겠습니다. 한영기라고 합니다. ”

 “ 그래요, 반가와요. 난 수미의 외사촌 오빠되는 OOO이라고 해요. 허허 참...수미

  저 아이가 코흘리개 찔찔이일때 기억이 난 엊그제 같은데 그 수미가 벌써 이렇

  게 커서 시집을 간다니. 세월이 참 빠르구나. ”

 수미보다 23살 많으면 그래도 이제 겨우 50대 중반 정도일텐데 그래도 이미 흰색 머리칼이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외사촌 오라버니는 그렇게 감회어린 표정으로 수미와 영기를 번갈아 바라보며 인사를 나누었다. 저렇게 나이많은 사촌오빠까지 있다니. 뭐 요즘 세상에 사촌과 평상시에 교류할일이 뭐 얼마나 있겠냐마는 그래도 스물세살이나 많은 사촌오빠란 말에 영기는 괜한 부담감까지 슬몃 생겼다.

 “ 오빠, 저 정혜에요. ”

 “ 어, 그래. 정혜구나 그리고 단비도 왔네 ? 와줘서 고맙다. ”

 반면 영기는 어머니가 5자매중 첫째로 그러다보니 열 살정도 터울이 지는 이종사촌 여동생들이 몇몇 있었다. 우연치곤 공교롭게도 영기의 둘째이모,셋째이모,막내이모가 모두 딸을 둘씩 낳았는데, 그러다보니 영기에겐 대략 나이차이가 6-12살 정도 차이가 나는 여섯명의 이종사촌 여동생들이 있었던것이다. 하지만 이제 다들 어느듯 20대에 접어든 성인이 되어있는 동생들. 그녀들 역시 사촌오빠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하객으로 참석했다.

 “ 아이구, 그래 어서와라. 윤선이하고 방글이구나. 반갑다. 저기...수미씨...인사드

  려요. 얘네들도 내 사촌동생. 윤선이랑 방글이. ”

 영기는 그런식으로 수미에게도 자신들의 사촌동생을 인사시켰다. 수미도 환하게 미소지으며 남편의 이종사촌 여동생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 언니, 축하드려요. 그리고 정말 미인이시다. ”

 “ 오빠가 이 다음에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게 될까 진짜 궁금했는데, 진짜 미인이

  시네. ”

 인사치레로 하는말일수도 있지만 여하튼 사촌오빠의 신부 미모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사촌동생들. 맨 마지막에 도착한것은 영기의 막내 이모의 딸들인 은희와 승희였다.

 “ 오빠, 저 은희에요. 길이 막혀서 좀 늦었어요. 그리고 이쪽이 승희고요. 승희 기

  억나시죠 ? ”

 “ 그래,그래 어서들 와라. 고맙다 정말. 그리고...아이구 이쪽이 승희라구 ? ”

 “ 안녕하세요. ”

 가장 막내 사촌동생은 어릴때 보았던 오빠라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인지 영기를 잘 기억 못하는듯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승희를 보고 놀란것은 영기였으리라. 영기가 승희를 마지막에 본것이 아마 이 아이가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될 때 무렵이었을텐데, 그 승희를 언니인 은희가 이와같이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 승희도 이제 고3이에요. 이제 한참 공부할때죠 뭐. ”

 “ 어이구 그래. 승희가 벌써 고3이구나. 세월 참...그래. 몰라보게 컸구나. 반갑다

  그리고 와줘서 고맙고. ”

 그렇게 성대하게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영기와 수미의 결혼식. 수미가 어릴때부터 신앙생활을 해온 OO교회 예배당에서 그와같이 결혼식을 올리고 두 사람은 일주일 정도 일정으로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영기와 수미는 결혼 1년뒤에 큰딸 세정을 낳았고, 그로부터 2년뒤엔 둘째 유정을 낳았다. 한편 그 이듬해에는 영기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영기 외할머니는 영기의 어머니 문지연을 비롯하여 총 5자매를 슬하에 두고 향년 89세로 세상을 떠난것이다. 영기는 소식을 전해받고 아내 수미와 그리고 수미와의 사이에 태어난 딸 세정이 유정이를 데리고 빈소를 찾았다.

 빈소에는 유가족들이 하나하나 도착하고 있었다. 영기의 이종사촌 동생들도 속속 빈소에 당도했다. 영기의 둘째이모 문지혜의 딸인 손정혜(78년생)과 손단비(80년생), 셋째이모네 딸인 임윤선(79년생)과 임방글(81년생) 그리고 막내이모의 딸인 고은희(80년생)와 고승희(83년생)까지 여섯명의 이종사촌 여동생들도 모두 빈소를 찾았다. 영기와 수미의 결혼식때 고3이었던 막내 사촌동생 고승희도 그 사이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장례식은 일반적으로 그 첫날엔 찾는 문상객들이 많지는 않고 보통 유가족들이 장례절차를 의논하거나 그 준비에 바쁘고 그리고 이리저리 고인의 부음을 전하기에 분주하다. 그리고 보통 둘째날에 문상객들이 주로 빈소를 찾게된다. 영기 외할머니는 사망 당일 오후 늦은 시간에 세상을 떠났는데, 첫날 저녁과 밤 사이에 부고를 전할만한 곳은 거의 전해져서인지 둘째날엔 오전시간부터 문상객을 맞이하느라 빈소는 분주하기 그지 없었다. 수미도 시외할머니 상에 찾아온 문상객들을 접대하느라 하얀 상복을 입은채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덕분에 네 살난 딸 세정이와 돌 지난 둘째 유정이를 그동안 돌볼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좀 난감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 저기...좀 도와주라. ”

 영기의 다른 사촌동생들은 보통 빈소에서 문상객 맞이를 하거나 아니면 가끔씩 나와서 휴게실에서 자신들끼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기는 하는수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사촌동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쪽으로 가보았다. 영기가 갔을때는 사촌동생중 윤선이와 방글이 그리고 정혜등이 있었다.

 “ 저기, 미안하지만 우리 애들좀 돌봐줄래. ”

 영기가 도움을 청했다. 윤선이와 방글이가 아이들을 영기로부터 건네받았고 영기도 나름 힘들어서인지 땀을 닦으며 말을 건넸다.

 “ 애들이 아무래도 심심하기도 하고 지루해서 영 아닌가 보더라. 어찌나들 칭얼

  대던지...이거 뭐 상을 치르는건지 애들을 봐야 하는건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

  야. 어쨌든 애들좀 봐줘. 미안하다. ”

 “ 후훗~! 애들때야 다 그렇죠 뭐. 이리주세요 오빠. 저희가 돌보고 있을께요.

 ”

 영기와는 나이터울이 좀 지는 사촌동생들. 어릴때는 영기가 무척이나 예뻐하던 동생들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좀 나는 여동생들이니만큼 놀아준다기 보다는 놀아주는것 반 돌봐주는것 반 대충 그런식으로 어울리곤 하던 사촌지간이다. 그래서인지 새삼 그 시절의 일들이 떠올려져서인지 영기도 윤선이나 방글이 정혜등도 살짝 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 세정이,유정이 고모들한테 인사드리렴. ”

 영기가 그렇게 아이들을 사촌동생들에게 인사시켰다. 인사야 빈소에 처음 도착했을때 나누기는 했을터인데, 그래도 이 참에 서로 제대로 알게 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는것인지. 이제 겨우 돌 지난 유정이는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는듯 멀뚱멀뚱 영기와 오촌고모뻘이 되는 윤선,방글,정혜등을 번갈아가며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데, 세정은 그래도 제법 아는게 있다는듯 배꼽인사까지 하며 정중하게 고모들한테 인사까지 건넸다. 윤선이와 방글이가 그런 세정을 기특하다는듯 한번 쓰다듬어준다.

 “ 얘가 세정이고 얘가 유정인거죠 오빠 ? ”

 정혜는 조카들 이름을 정확히 기억 못하는듯 확인차 그와같이 영기에게 물었다. 영기 딸이 많은것도 아니고 그래봤자 두명이니 확률은 50퍼센트일텐데 여하튼 정혜는 제대로 찍긴 했다. 영기가 맞다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한 두어시간 정도 영기의 사촌동생들이 번갈아 돌아가면서 때론 문상객 접대일을 돕고 때론 영기의 어린 두딸 돌보는 일을 맡으며 그렇게 상중(喪中) 둘째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시간이 그래도 그 정도 지나자 아이들은 그래도 고모들(5촌)이 그런대로 친숙해졌는지 그 앞에서 깐죽거려보기도 하고 재롱도 떨어본다. 지금은 담당이 바뀌어져 은희랑 단비가 아이들을 봐주고 있었다.

 “ 세정아, 어떤 고모가 제일 좋아 ? ”

 하루종일 그렇게 5촌 고모들이 돌아가면서 애들을 봐준셈인데, 그러면서 친숙해진 아이들한테 부러 그렇게라도 물어보고 싶어졌는지 네 살난 세정이한테 그렇게 물어본 사람은 다름아닌 은희다. 세정은 고모의 질문을 제대로 못알아 들은것인지 아니면 대답하기가 좀 난감한것인지 눈만 멀뚱멀뚱 뜬채 은희의 큰 눈을 바라보며 머리가 만 긁적이고 있었다. 그런 조카의 모습이 귀엽기라도 한지 아니면 제대로 대답 안하는 어린 질녀(조카딸)에게 살짝 삐지기라도 한것인지 다시금 이번엔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기까지 한다.

 “ 윤선이 고모, 방글이 고모, 정혜고모, 단비고모, 은희고모, 승희고모...어떤 고모

  가 제일 좋아 ? ”

 그 많은 이종사촌들 막상 이렇게 열거하다보니 은희 스스로가 되려 힘이 부친듯 잠시 핵핵거리며 숨을 돌리기까지 했다. 그래도 어린 조카에게 어떤 주입식 교육이라도 하고픈 마음인지 다시금 놀리듯이 재촉하듯이 이렇게 물었다.

 “ 세정아, 어떤 고모가 제일 좋아 ? 고은희 고모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 아니면

  윤선이고모가 더 좋아, 방글이 고모가 더 좋아 ? 어떤 고모가 더 좋아 ? ”

 이번엔 아예 자기가 제일 좋다는 답이라도 유도하고 싶은 심사인지 자신의 이름을 성까지 붙여서 제일 먼저 언급하며 강조까지 해보이는데, 그래도 세정이는 아직 대답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은희는 살짝 약이 올랐는지 그런 조카를 간질이며 살짝 장난까지 쳐댄다.

 “ 요게 근데 대답을 안 하네 ? 어떤 고모가 제일 좋냐니까 세정아 ? ”

 “ 히잉... ”

 웃는것인지 우는것인지 알수없는 표정과 소리까지 내며 세정은 살짝 뒷걸음질까지 쳐보고 아무래도 ‘은희고모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하는 대답을 받아내는건 포기해야 겠는지 은희는 그쯤에서 포기하고 혹여 세정이가 어디 멀리 달아나진 못하게 근거리에 놓고 돌봐주는 일만 계속 하고 있다. 은희의 세 살터울 친동생 승희가 이쪽으로 다가온것은 그때다.

 “ 언니, 거기서 뭐해 ? ”

 제 언니한테 그와같이 물으면서 다가오는 승희. 은희가 잘 되었다는듯 팔과 어깨까지 두드려보며 힘들어하는 표정을 지은뒤 승희한테 아이를 넘기려한다.

 “ 이제 니가 좀 맡아라. 양심도 없이 제일 막내가...언니들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혼자만 쏙 빠지냐 ? 이젠 니가 애들 담당해. 아이구 힘들어. 애 둘 돌보는게 이

  렇게 힘든지는 예전엔 진짜 미처 몰랐네. ”

 “ 빠지기는요. 여태 빈소에서 일하고 있었구만. ”

 “ 애들 좀 돌봐달라구. 빈소일 말구. 난 좀 가서 쉴게. ”

 “ 칫~! ”

 그렇게 살짝 유정이와 세정이를 동생 승희에게 맡기고 화장실이라도 가려는듯 총총거리며 저쪽으로 가는 은희. 그렇게 이번엔 승희가 영기의 두 딸들을 맡게되고, 하지만 아직은 서툴러서인지 세정은 그렇다치고 이제 겨우 돌 지난 유정이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냥 품에 안은채 안절부절 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아기가 칭얼거리진 않는데, 승희는 그런 아이를 품에 안은채 뭔가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생각보다 벅찬듯하다.

 “ 키잉~~~!!! 애애애앵~~~!!! ”

 헌데 아니나 다를까. 승희의 품에 안긴 유정이가 불편하기라도 했는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야 만다. 하필 자기가 안고 있을때 아기가 울음을 터트린것이라 승희는 당황해하며 어떻게든 우는 애기를 달래보려한다.

 “ 어머, 어머. 얘 왜그래 ? 울지마. 울지마 세정아. 뚝 !!! 뚝 그치라니까. 잘자라

  ~~~ 우리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

 승희의 품에 안긴건 세정이가 아니고 유정인데 승희도 아마 조카들 이름이 헷갈리는지 얼떨결에 유정이를 ‘세정이’라 불렀고 이름이 잘못불린 애기는 그로인해 심통이라도 났는지 울음소리를 더 크게낸다. 승희는 자장가까지 부르며 아기를 어떻게든 달래보려 하는데 저쪽에서 이를 분 윤선이와 방글이가 놀라며 달려온다.

 “ 어머, 왜 그래 유정아. 이리줘봐 은희야. 뚝 !!! ”

 결국 아직 서툰 승희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은 윤선이와 방글이. 두 사람은 그래도 아이 돌보는게 좀 익숙하기라도 한것인지 아니면 그 사이 윤선이 고모나 방글이 고모와는 더 친숙하게 된것인지 여하튼 아이는 윤선이와 방글이가 번갈아 안아보니 그 사이 울음을 뚝 그친다. 승희는 신기하기도 하고 자기 때문에 애가 울었다는것에 살짝 자책이라도 드는지 조심스레 윤선과 방글에게 묻는다.

 “ 신기하다 언니. 어떻게 언니가 안으니까 애가 울음을 뚝 그치냐 ? 무슨 비결이

  라도 있어요 ? ”

 “ 이 녀석아. 이것도 다 해보면 아는거야. 노련미니 원숙미니 하는 말이 괜히 있

  는건지 아니 ? ”

 “ 웬 노련미 ? 원숙미는 또 뭐고...누가 보면 꼭 언니는 애 키워본 사람인줄 알겠

  네. ”

 사실 영기의 여섯명의 이종사촌동생들은 아직 모두 미혼이다. 그러니 애 키워본 경험이 있다는건 근본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고 여하튼 그렇게 영기의 사촌동생들은 영기의 딸들을 그렇게 돌보며 자기네들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농반진반으로 나누며 그날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 난 방글이 고모가 좋아 !!! ”

 난데없이 그렇게 외친것은 다름아닌 세정이었다. 어느덧 점심때도 다 지나고 늦은 오후가 되어갈 무렵이었다. 문상객들은 점점 많아져 이제 빈소도 더 북적거리고 있는데 외할머니 상을 당한 손녀들은 그렇게 손님 접대하는 일에 더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영기 딸 돌보는 일도 잊지 않은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무렵이었다. 좀 느닷없이 그렇게 나온 세정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정혜,단비,윤선이,은희,승희 모두 순간 당황하기도 하고 사뭇 신기하기라도 한듯 그런 네 살난 조카 세정을 바라보았다.

 “ 응 ? 세정아 ? 뭐라고 ? ”

 “ 세정이는 방글이 고모가 제일 좋아요. ”

 “ 방글이 고모 ? 방글이 고모가 누군데 ? ”

 방글이한테는 친언니이기도 한 윤선이가 애가 뭘 알고 이런소릴 하나 싶어서 확인이라도 하듯이 그와같이 물어보았는데 세정은 그런 윤선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똑바로 바라보며 이와같이 답했다.

 “ 아까...밥먹을때 생선 발라주던 고모. 아까전에 세정이한테 노래 가르쳐준 고모

  ... ”

 “ 어머, 어머. 얘봐 ? 얘가 방글이를 아네 ? ”

 “ 똑똑하다. ”

 어린 조카가 기특해 보이기도 하고 좀 우스워보이기도 한지 영기의 사촌 여동생들은 그렇게 자기네들끼리 번갈아 바라보며 그와같이 한마디씩 하고 세정은 무안한듯 또한번 머리를 긁적여보이기까지 한다. 정혜와 단비가 그런 세정에게 괜찮다는듯 기특하다는듯 한번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그리고 이번엔 자신들도 아는지 번갈아가면서 이렇게 묻는다.

 “ 세정아, 난 그럼 누구야 ? 어떤 고모야 ? ”

 “ 응...눈 큰 고모. ”

 “ 뭐...뭐라고 ? ”

 눈 큰 고모란 소리를 들은 사람은 다름아닌 그러잖아도 유난히 큰 눈으로 어릴때부터 ‘왕눈이’니 ‘눈큰애’니 하는 별명으로 친척 어른들로부터 그런 소리를 들었던 고은희고 그래서인지 좀 어이없다는듯 세정을 바라보며 한마디 한다.

 “ 아니, 근데...아니 어릴때도 할머니나 이모들한테 왕눈이 소릴 들었는데 이제 세

  정이까지 ‘눈 큰 고모’라고 하네 ? 허허...나 참... ”

 어린앤데 화를 낼수도 없는 일이라 은희는 그냥 좀 씁쓸한듯 미소를 한번 지어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어린 조카를 돌봐주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발인날. 화장터에서 노인(영기 외할머니)의 딸들은 아무래도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서인지 화장장 안으로 들어간 시신의 화장 작업이 다 끝날때까지 그 모습을 쭉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 다섯명의 딸들. 그중 어떤이는 새삼 이제 두 번다시 살아서 어머니의 모습을 뵐수가 없다는 생각에 북받쳐 흐느끼기도 하고, 어떤이는 엄마와의 생전 추억이라도 되새기는듯 망연자실하게 있으면서도 간간히 착잡한 감회에 젖는 얼굴로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손자,손녀들은 한단계 건너 자식이라서인지 한시간 넘게 진행되는 화장작업을 쭉 지켜보는것은 좀 지루하게 느껴져서 휴게실에서 자기네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수미 역시 영기의 사촌동생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 언니, 그런데 언니는 오빠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 ”

 새삼 궁금해지기라도 한듯 수미에게 그와같이 물은 동생은 단비다. 여하튼 영기와는 적게는 여섯 살 차이부터 많게는 열 살까지 차이나는 동생들이라서인지 그 정도 나이차 나는 사촌오빠와의 어린시절 추억이 겹쳐져 그런 오빠를 신랑으로 맞아들인 사촌 올케언니에 대한 궁금함에 그와같이 물은것이다. 수미가 담담한 어조로 대답한다.

 “ 영기형제는... ”

 그렇게 운을 뗀 수미. 차분한 분위기속에 말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영기와 수미가 결혼한게 벌써 4년전 일임을 감안하면 그래도 두 사람의 결혼 사연 정도는 한두번 들어봤음직도 한데 의외로 그때까지도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들어본 사촌동생은 없어서일까. 수미의 이야기에 관심이 한데 쏠리고 있다.

 “ 참 훈훈한 향기와 매력을 지닌 그런 형제였지요. ”

 사실 수미의 이 대답은 솔직하고 정직한 대답은 아니다. 원래 수미는 하늘빛 72가 처음 결성될 무렵에 꽤나 힘든 상태에 있던 자매였다. 사실 수미는 대학 1학년때부터 캠퍼스 커플 비슷하게 5년 가까이 사귄 그런 남자친구가 있었다. 2년 반 군대에 가 있는동안에도 고무신도 거꾸로 신지 않고 남자친구의 2년반을 지켜준 그런 의리녀이기까지 했는데, 오히려 그 남자가 제대후 다른 여자에게로 가버리는 역 고무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수없지만 그렇게 수미를 차버리고 다른 사람에게로 가버린 남자. 그로인해 수미는 한때 너무나 큰 정신적 충격에 자살까지도 생각할 정도의 그런 황폐한 심령상태였다. 그런 수미의 상처와 허전함을 어루만져준곳이 바로 ‘하늘빛 72’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로부터 2년뒤 이어진것이 영기와의 인연이다. 영기와의 교제가 한참 진행되고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갈때쯤 수미는 영기에게 이런 고백을 했었다.

 “ 영기형제... ”

 영기를 늘 ‘영기형제’라 불러왔던 수미. 동갑내기 모임에서 만나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났으면 그야말로 말을 놓아도 되는 친구사이나 다름없음에도 수미는 유독 영기에게만은 존대를 쓰며 늘상 ‘영기형제’라 부르곤 했다.

 “ 저 이젠 알것 같아요. 제가 왜 예전 그 남자와 헤어질수밖에 없었는지를. ”

 사실 수미는 영기와 만날 때 종종 자신의 헤어진 남자친구 이야길 입에 담곤 했다. 그러니 어쩌면 그 무렵까지도 그 남자에 대한 감정상태가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수미는 영기에게 이와같은 고백을 했다.

 “ 이제와 생각하면 그 남자는 저와 바라보는 방향과 길이 너무 달랐던것 같아요.

  5년을 내가 그렇게 끔찍이도 잘 해줬는데...왜 그 X이 나를 배신했을까. 그게 지

  금까지도 제가 풀지못한 수수께끼였거든요. ”

 “ ...... ”

 “ 하지만 이젠 깨달을수 있을것 같아요. 그 X하고 전 너무 바라보는 방향과 길이

  다른 사람이었어요. 그러니 그렇게 끝나버릴수밖에 없었던거죠. ”

 옛 남자친구를 ‘그 놈’이라고 한사코 욕설을 붙여서 표현하던 수미. 이것도 뭐 나름대로 영기에 대한 배려심이라면 배려심일까. 수미에게 영기는 ‘영기형제’였고 그전 남자친구는 ‘그 놈’이었다. 그렇게 차별화시켜 부르곤 하던 수미. 그녀의 고백이 이와같았다.

 “ 하지만 이제 저는 저와 신앙의 눈높이가 맞는 형제를 만나고 싶어요. 혹 조금

  허술하고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

 “ ...... ”

 “ 저와 비슷한 신앙의 눈높이에서 함께 미래를 이야기할수 있는 그런 형제 그런

  형제를 만나고 싶어요. 아마 그런...제 주제를 하나님께서 아신 모양이에요. 그래

  서 결국 그 X과는 헤어지게 만들고. ”

 영기를 바라보며 미소띤 얼굴로 수미는 말했다.

 “ 그리고 이제와서 형제를 만나게 해주신것 같아요. ”

 그것이 영기와 수미가 이뤄지게 된 보다 정확한 진상이다. 하지만 지금 그것도 남편의 사촌동생들 앞에서 그전에 5년이나 사귄 남자가 있었네 어쩌네 그런 이야기를 할수야 없는일 아닌가. 헌데 사실 수미 입장에선 그 이야기를 생략해버리면 영기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 그 과정을 설명하는데 앞뒤가 제대로 맞아떨어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수미는 결국 영기오빠와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느냐고 궁금해서 묻는 시누이들 앞에서 이렇게 대답해버리고 만 것이다.

 “ 영기형제에게선 참 훈훈한 향기가 느껴졌어요. 바라볼때 느껴지는 참...눈에 보

  이지 않는 야릇한 매력이 있었어요. 그리스도의 향기라고나 할까요. 영기형제의 

  삶에서 우러나는 그리스도의 향기...그게 제 마음이 끌리게 했던것 같아요. ”

 “ 에헤헥~~~!!! ”

 좀 기도 안 찬다는듯이 사래들린 사람처럼 묘한 소리를 내뱉은것은 손정혜다. 정혜뿐만 아니라 다른 이종사촌들도 수미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을때의 기분은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어쨌거나 어릴때부터 봐왔던 영기오빠 아닌가. 헌데 그런 사람에게서 무슨 그리스도의 향기가 느껴졌느니 어쩌느니 이런 말 좀 어이없거나 황당하게 들렸을법도 하다.

 “ 근데 언니...언니는 오빠한테 늘 ‘영기형제’라고 부르네요 ? ”

 영기의 사촌동생들 앞에서도 수미는 남편을 ‘우리 형제’, ‘영기 형제’ 이런식으로 호칭해왔다. 남편을 ‘그이’나 ‘우리신랑’ 또는 아이들 이름을 따서 ‘누구 아빠’ 이런식으로 부르는 경우는 많아도 남편을 ‘우리 형제’라 부르는 경우는 너무 드문 사례라서인지 그와같이 의아하기도 하고 신기하다는듯 물어본 또다른 사촌동생은 고은희다. 은희의 물음에 수미는 이와같이 답한다.

 “ 그리스도 안에서 맺어진 부부니까요. ”

 “ ??? ”

 “ 영기형제와 저는 비단 세상적인 기준으로 판단할수 있는 그런 부부가 아니에요.

  함께 영원히 주님만을 바라보며 같은길을 가기로 맹세한 신앙의 동료이자 동지이

  지요. 그래서 제게 영기형제는 앞으로도 영원히 영기형제에요. ”

 “ 허허 참... ”
그 말에 윤선이도 방글이도 정혜도 단비도 은희도 승희도 모두 좀 어이없다는듯 실소를 터트린다. 그야말로 진짜 유난스러운 예수쟁이 올케언니를 만났구나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실 한영기가 기독교인이 되었다는것 자체가 비단 여기있는 사촌동생들 뿐만 아니라 주위 친척들에겐 일종의 이변과도 같은 사태였다. 특히 영기의 외가쪽은 대체로 무신론자에 가까워 영기 외할머니도 생전에 종교문제 같은데 별 관심이 없었고 그 다섯딸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따라서 영기의 여섯명이나 되는 이종사촌 여동생들도 종교문제엔 별로 관심이 없는 그런쪽에 속하는 여인들인데,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영기오빠가 이런 ‘골수 예수쟁이’를 아내로 맞이했다는것은 진짜 이해되기 어려운 일일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중 가장 막내격인 승희가 뾰루퉁해져서 한마디 한다.

 “ 난 교회다니는 애들 짜증나던데. ”

 결국 그렇게 내뱉고 만 승희. 언니 은희가 옆구리를 툭 친다.

 “ 야 ! ”

 그제서야 실수임을 깨달은 승희가 죄송하다는듯 수미에게 살짝 목례를 건넸다. 수미는 ‘괜찮다’는 말은 하지 않은채 그런 승희를 잠시 빤히 쳐다보았다.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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