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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최유정 (2)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유정네 집은 서울 강북의 한 주택가에 위치한 2층집이다. 주택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 아파트 단지가 늘어선 지역이 나오기도 하지만 유정네 식구들은 아파트에서 살지는 않고 이런곳에 자체적으로 2층집을 짓고 지금껏 살아왔다. 2층집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할만한 그 정도의 큰 규모는 아니고 좀 작은 평수의 2층집이다. 그런대로 유정의 부모님인 영기와 수미 부부 그리고 유정의 언니와 동생까지 3자매 이렇게 다섯식구가 살기에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알맞은 평수쯤 된다고나 할까. 그 집 1층에는 영기와 수미 부부가 침실로 쓰는 안방이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고 욕실과 부엌도 있다. 그리고 2층엔 유정의 언니 세정 그리고 둘째 유정과 막내이면서 유정의 동생인 소혜까지 그렇게 3자매가 세 개의 방을 각기 하나씩 따로 쓰며 살고 있다. 유정네 식구들이 이런 집을 짓고 살아온지는 대략 20년이 조금 넘는다. 그러니 지금 20대 후반인 유정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살게된 집이라고 보면 된다.

 2층집 평수 자체는 그리 넓은편이 아니지만 마당은 그 대신 좀 공간이 넓은편이라 그 한가운데 테이블을 가져다놓고 식구들은 가끔씩 거기서 휴식을 취한다던가 차를 마신다던가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그리고 배드민턴 정도는 칠수있는 그 만한 공간은 된다. 여하튼 이런 집에서 지금까지 영기와 수미 내외 그리고 그들의 세 자녀 세정,유정,소혜 이렇게 3자매가 지금껏 살아온것이다.

 사귀는 남자 진수와의 결혼문제가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혀서일까. 유정은 지금 자기방 책상에 웅크리고 앉아 울상이나 다름없는 표정이 되어있다. 대학까지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유정에게 굳이 책상이 필요할 이유까지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냥 기분탓일까. 가끔 컴퓨터로 인터넷 작업도 하고 책도 보고 하는 그런 용도의 책상이 유정의 방에 하나 있는것이다. 그리고 침대와 유정의 옷장까지 들여놓고 나면 유정의 방은 그런대로 꽉차는 느낌이다. 여하튼 유정은 지금 그런 자기방에서 무척이나 심란한 표정으로 혼자 있는것이다.

 방문을 꼭 닫은채 혼자 있는 유정. 의외로 폐쇄적이고 내성적인 면마저 있는것일까. 이럴때 유정은 그야말로 혼자 있게 놔두는게 상책일것이다. 식구들과 아무런 이야기도 하고싶지 않은지 그렇게 방문을 닫은채 한참을 혼자있는 유정. 그런 그녀의 방문을 조심스레 노크하는것은 다름아닌 유정의 두 살터울 언니 세정이다.

 “ 뭐야 ? ”

 유정에게 이 집에서 아랫사람이라곤 동생 소혜밖에 없을텐데, 소혜로 짐작한것인지 아니면 그저 심란하고 속상한 마음이 그렇게 신경질적인 말투로 나온것인지 여하튼 그렇게 내뱉은 유정. 세정은 자신임을 밝히고 조심스레 동생의 방안으로 들어선다.

 “ 뭐야, 언니 ? ”

 “ 아니 난...그냥 궁금해서. ”

 어떤 직감탓일까. 아니면 30년을 함께 살아온 동생에 대한 그저 눈빛만 봐도 속을 알것같은 언니의 마음인걸까. 이래저래 동생이 걱정되는 마음에 조심스레 방안으로 들어와본 언니 세정이다. 유정에게 다가오며 조심스레 그녀의 얼굴빛을 살핀다.

 “ 유정이...너 울었니 ? ”

 “ 아냐, 울긴 누가 울었다구. ”

 유정이 성격이 약간 까칠한 면이 있는 반면 세정은 그래도 집에서 장녀라는 책임감때문일까. 동생들을 나름 살피는 세심한 배려심이 있는 그런 착한 언니다. 사람이 순해서 평소 주위 친구나 동료들에게도 싫은 소리를 잘 못한다는 그런 평가를 받는 여자이기도 한 세정. 하지만 세정의 성격도 꼭 온순한것만은 아니라서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있을땐 어떨땐 유정보다도 훨씬 더 음울한 모습이 되기도 한다. 방문을 확 잠궈버리고 밥도 먹지 않은채 며칠을 그곳에서 혼자 보낼것 같은 기세를 때로는 보이기도 하는 큰딸 세정. 하지만 동생들이 걱정되어 이렇게 보살필때는 또 그 어느때보다도 훨씬 자상한 언니의 모습이 되어있는 그런 성격인 아이가 세정이기도 하다. 여하튼 그런 세정이 유정을 바라보며 여전히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 아니긴...보니까 눈물자국이 보이는구만. ”

 “ 아냐, 언니. 그냥 혼자 이런저런 공상좀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어. ”

 “ 아니, 도대체 무슨 공상을 했길래 울기까지 해 ? 무슨 슬픈 영화 스토리라도 구

  상했던거야 ? ”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유정이나 세정이 무슨 작가쯤 되는줄 알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것은 아니고, 사실 평상시 유정이 좀 그런 버릇이 있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혼자 잡생각을 하다 운것 같진 않고 아무래도 요 근래 동생의 행보가 뭔가 미심쩍다는 생각을 한 세정은 이대로 쉬이 물러나지 않고 거듭 유정에게 걱정되는듯 말을 건넨다.

 “ 그러지말고 말을 해봐. 너 무슨일 있는거지 ? ”

 자상하고 온화한 언니의 표정 앞에서 차마 거짓말은 할 수 없을것 같아서일까. 우울한 표정은 여전한채로 제대로 답도 하지 못한채 난감한 얼굴이기도 한 유정. 그러다 말없이 언니 세정을 안아본다. 이런식으로라도 자신의 속상한 심사를 대신 표현하고 싶은것일까. 언니는 그런 동생의 마음을 알겠다는듯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보기까지 한다. 헌데 막내 소혜가 제법 수선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선게 그때다.

 “ 언니...엄마가 1층으로 내려와서 과일먹으래. ”

 엄마의 명을 전달하는 전령사마냥 그렇게 소란스럽게 들어와선 말을 전하는 소혜지만 이내 곧 방안의 심상찮은 분위기에 흠칫한다. 세정은 손짓으로 그런 소혜에게 나가라는 신호를 보내고 지금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이며 유정을 손가락으로 가리켜보이기까지 한다. 두 언니의 그런 분위기에서 어떤 심상찮음을 직감했음일까. 소혜는 멈칫하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 방을 나선다. 막내라서 나름 언니들의 분위기에 어떤 눈치 같은게 익숙해져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름 어떤 분위기 파악이나 눈치를 살피는데는 판단이 빠른 그런 성격인걸까. 여하튼 한가하게 그런 말이나 전할 분위기가 아니구나 하는것을 직감한듯한 소혜는 그쯤에서 물러나고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윽고 3자매의 엄마인 이수미가 2층으로 올라오고 만다.

 “ 뭐야, 대체 무슨일인데 그래 ? ”

 딱히 할 일도 없는 한가로운 저녁시간에 그저 간식으로 과일이나 먹으라고 딸들을 부른것인데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생각없다는 뜻이니 그게 단순히 과일 먹는게 귀찮거나 싫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일까.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이들의 엄마인 수미도 직감한것인지 바로 2층으로 올라와본것이다. 오히려 당황한 소혜가 그런 수미를 만류할 지경이다.

 “ 엄마, 언니들 그냥 놔두는게 좋을것 같은데... ”

 “ 넌 가만있어. 아니, 근데 이 녀석들이 대체 갑자기 무슨일이야 ? ”

 비단 오늘일뿐만이 아니더라도 유정의 행동이 근래 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조금 하고 있었다. 웬일인지 말수도 적어지고 혼자 방안에 있으면 몇시간이나 그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것이 예사였다. 무슨일인가 싶어 수미가 걱정이 되어 살짝 방문을 열어보면 침대에서 자는것도 아니면서 엎드린 자세로 뭔가 고민하는 모습이 되어있거나, 조금전처럼 그렇게 책상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평상시 같으면 하다못해 스마트폰을 하든 인터넷 검색을 하든 그러면서 시간이라도 보내고 있을터인데, 그러지도 않고 저러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 뭔가 무슨일이 있긴 있나보다 그것을 수미도 이미 느끼고 있었던것이다.





 “ 엄마...사실은 그게요. ”

 수미까지 올라오자 더 숨길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생각했는지 세정은 결국 유정의 현재 상황을 사실대로 엄마에게 말한다. 유정이 순간 당황하며 그런 세정을 만류하려 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것 차라리 속시원히 다 털어놓는게 좋겠다는 판단하에 세정은 그리한것이다. 막상 세정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수미도 조금 놀라고 충격도 조금 받은 표정이 된다. 무엇보다 유정에게 사귀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은 수미로선 이제 처음 알게된 사실일뿐더러 그런 유정의 결혼을 유정의 남자 집안에서 그것도 남자친구 어머니가 반대한다는 사실은 수미를 더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아직 유정의 남자친구 부모님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미도 불쾌한 마음을 금할수 없기까지 하다. 도대체 얼마나 잘난 집안이기에 귀하디 귀하게 키운 우리 딸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반대한단 말인가. 수미는 그 부분이 더 견딜수 없어 연유나 알자는듯 유정에게 그 이유나 말해보라 재촉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수미의 이런 태도는 유정을 더더욱 답답하게 만들기만 할 따름이다.

 “ 그 이유를 모르니까 이렇게 고민하는거지...아니면 내가 왜 이렇게 고민까지 하

  겠어. ”

 그러고보면 그 사이 유정은 언니 세정에게 자신의 일을 자세하게까진 아니더라도 대충 이야기는 했었나보다. 그러니 세정이 엄마 수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할수 있었을테니까. 다만 유정으로선 언니에게 털어놓은 사실 자체도 후회하는 지경이다. 영원한 비밀은 이 세상에 없다더니 ‘누구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라’느니 ‘너만 알고 있으라’느니 이런식의 말이 한번 입에서 나오면 그것으로 더 이상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것’이 될 수가 없게 된다더니 유정이 딱 그 상황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세정에게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는 말 조차도 할 겨를은 없었던 유정이긴 하지만 여하튼 이렇게 엄마까지 다 알아버린 상황이 유정은 유정대로 불쾌하기까지 하다.

 “ 엄마...나 솔직히... ”

 다만 기왕 이렇게 된것 솔직하게 자기 마음이나 고백하고픈 생각에 유정이 입을 연다. 엄마 수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사뭇 애처롭다.

 “ 나...굳이 엄마,아빠한테까지 상처주면서 이 결혼 하고싶지는 않아. ”

 아직 유정이야 남자친구 진수의 엄마 선애와 자신의 부모인 영기,수미 부부의 과거 인연에 대해선 모르고 있다. 다만 여하튼 진수로부터 대충 어머니가 반대하신다는 이야긴 들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수 없기 때문에 혹시 집안 문제 때문인가 그 정도로 어렴풋이 짐작할뿐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가 되었기로 하지만 알게모르게 계급은 존재하더란 말이 속설이 된지가 이미 오래다. 어디 그뿐인가. 종교문제,정치문제,경제력의 차이 그 외 기타 등등의 연유로 인해 자녀의 혼사에 상대 쪽에서 그쪽 집안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자신들에게 적합하거나 흡족한 집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경우는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어쩌면 이런식의 문화는 시간이 아무리 더 흘러도 웬만해선 쉬이 변할것 같지가 않다. 따라서 유정으로서도 결국 자신의 집안이 아마 진수 어머님의 눈에 흡족하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그런 지레짐작에 이런말을 하는것이다. 행여 진수 어머니의 반대가 있음에도 결혼이나 진수와의 교제를 계속 밀어붙이려 하다가 혹 진수 어머니의 입에서 자기집안 결국 자기 부모님에 대한 안 좋은 소리라도 나오면 어쩌나. 그것이 유정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유정의 입장에선 쉬이 결단 내리기 힘든 모순된 감정이 하나 존재하기에 고민하고 있는것이다.

 “ 하지만 나 지금...이대로 진수오빠와 헤어지고 싶지도 않아. 엄마, 나 이럴땐 어

  떻게 해야해. ”

 결국 딸아이의 고민이 그런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수미도 조금전의 큰딸 세정이처럼 유정이를 안쓰러운 마음으로 안아본다. 이런일로 딸아이의 결혼이 난항에 부딪히다니 엄마가 되어갖고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고 대체 얼마나 대단한 집안이기에 우리 귀한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것을 그렇게 반대한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 솔직히 영기도 여하튼 아버지때부터 운영해오던 중소업체를 2대째 운영해오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이쯤되는 규모면 부자라고까진 할수 없어도 대충 중산층 정도는 될 수 있다고 말할수 있는 그런 집안 분위기. 헌데 대관절 얼마나 대단한 집안이기에 우리 딸을 반대한단 말인가. 혹 유정이가 사귀는 남자가 재벌가이거나 무슨 국회의원이나 장관,교수 또는 고위 공무원이라도 여럿 배출한 그런 명문가 집안의 자손쯤이라도 된단말인가. 그렇다면 어느정도 납득이 갈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그 정도로 부담이 가는 집안이라면 수미 역시 딸아이가 상처입는것을 뻔히 보면서도 그런 집안에 굳이 시집보낼 생각은 없다. 그것이 수미의 마음이다. - 헌데 사실 백선애-김진웅 부부의 경우도 진웅의 경우은 대기업에서 부장급 간부까지 역임하다 몇 년전 퇴직을 한 사람이고 선애의 경우엔 인터넷 홈쇼핑을 한때 운영을 좀 한적이 있던 소상공인쯤 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단순히 집안으로만 비교하면 오히려 영기네 집안이 더 나았으면 나았지 선애네 집안에 비해 절대 꿀릴게 없는 집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애가 정작 진수와 유정의 사이에 반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것 아닌가. 하지만 그런 구체적인 속사정은 지금 유정이나 수미가 알수는 없고, 다만 수미는 수미대로 딸아이가 이런 고민을 지금껏 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니 더더욱 마음이 아플뿐이다. 아빠,엄마 가슴에 대못 박으면서까지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진수오빠를 포기하기도 힘들다. 이런 모순된 감정이 존재할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수미도 젊은시절 연애도 해봤고 실연도 경험해본 그런 사람이다. 그런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는 수미임을 감안한다면 유정의 지금 상태에 대해서 충고를 해주지 못할만한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다. 수미는 수미대로 잠시 고민을 하는듯 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 유정아... ”

 “ 응, 엄마. ”

 애처로운 목소리로 딸을 불러보는 수미. 딸아이의 사정을 알고나니 이 아이가 더더욱 안쓰럽게 느껴져서인지 그녀의 볼을 한번 매만져보기까지 하는 그녀.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지금 그렇게 진수오빠를 포기하기가 힘드니 ? ”

 “ 응. ”

 별다른 망설임없이 하지만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는 유정.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대답을 할수밖에 없는 자신이 싫어질것 같기도 하다. 한편 수미는 수미대로 혼자 곰곰이 뭔가 더 생각을 하는듯 하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는지 문쪽을 향해 말을 건넨다.

 “ 소혜도 그러지말고 들어오렴. 거기서 그냥 엿듣고 있지만 말고. ”

 아까 과일 먹으라고 언니들을 부르러 올라왔다가 방안의 심상찮은 분위기 때문에 그냥 물러나서 내려갔던 막내 소혜. 하지만 낌새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수미는 소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층 딸들방으로 올라와본것이고, 그러다보니 소혜는 그때까지 유정의 방문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의도치 않게 엄마와 언니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은것이나 다름없는 그런 모양새가 되어버린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되면 소혜마저도 유정언니의 문제를 다 알아버린것이나 다름없는 상태. 그러니 그야말로 ‘어차피 다 알게될일’이 되어버린 상황이라서일까. 어차피 이렇게 된것. 세명의 딸들이나 전부 불러놓고 하고픈 이야기라도 있는지 소혜까지 들어오게 해서 세정,유정,소혜 이렇게 3자매를 나란히 앉히고 수미는 착잡한 감회가 어리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간다.

 “ 우리딸들 그러고보니... ”

 엄마가 무슨말을 하려는것인지 몰라 멀뚱멀뚱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는 3자매. 수미는 세 딸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기라도 하듯 유심히 바라보다 입을연다.

 “ 그러고보니 우리 딸들도 벌써 시집갈 나이가 다 되었구나. ”

 막상 이런일을 겪고보니 그 점이 새삼 자각이 되어서인지 이와같은 말을 입에 담는 수미. 한편 그러면서도 좀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는지 그에대한 말부터 입에 담는다.

 “ 헌데 어쨌든 유정인 벌써 사귀는 남자까지 있는 모양인데 세정이는 아직 없니

  ? ”

 유정의 나이가 어느덧 스물여덟이니 그녀보다 두 살많은 큰딸 세정은 아직 서른. 그런데 진짜로 세정은 사귀는 남자가 있거나 한적은 없는것 같다. 혹 학교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냥 좀 친한 동료 정도로 사귀는 사람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진지하게 사귀는 단계로까지 접어든 인연은 아직 없었던듯 하다. 그래서인지 세정은 멋쩍게 웃으며 그 점에 대해 사실대로 답한다.

 “ 전 뭐...아직 없어요. ”

 “ 그래, 세정인 그렇고 소혜는 ? ”

 기왕 이렇게 된것 3자매의 남자문제나 한번 다 점검해보고픈 심사인건지 소혜에게도 그와같은 질문을 한 수미. 하지만 소혜는 순간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당치도 않다는듯 한마디 한다.

 “ 엄마...난 아직 어린데 뭐. ”

 유정과 세 살터울인 소혜는 이제 스물다섯살. 사실 20세기 후반(1980-90년대 정도) 정도만 되어도 이 정도 나이면 이미 결혼말이 나올법한 그런 나이긴 하지만 요즘 나이 스물다섯이면 오히려 결혼은 이르다고 할만한 나이다. 실제 소혜의 주위 친구들중에도 무슨 결혼말이 있다거나 그런 사람은 아직 없다. 그래서 소혜는 더더욱 당치도 않다는듯 그와같이 답한것이고 소혜의 그 말에 수미는 내가 너무 앞서갔나보다 하고 씨익 웃으며 자신의 하고픈말을 그제서야 꺼낸다.

 “ 그래, 어쨌든 너희가 다 이렇게까지 큰것이...엄마가 새삼 자각되어 하는 소리

  야. 뭐, 막내 소혜야 아직 어리지만 우리 세정이 유정이 모두 이제 시집갈만한

  나이가 되었는데 그걸 깜빡 잊고 있었네 ? ”

 “ ...... ”

 “ 그래서 엄마로서 다만 하고픈말이 좀 있어서 이렇게 다들 한자리에 앉으라고

  한거야. 결혼, 사랑. 글쎄...과연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 최선일지 그건 솔직히 인

  류가 탄생해서 지금까지 제대로 정답이 나오지 못한 숙제이기도 해. 그러니 그

  것을 지금 다 세세하게 논할수는 없는 일이긴 하지만... ”

 수미 나름대로의 결혼관과 사랑관을 역설하고 싶은것인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는 이런 이야기가 오늘만큼은 3자매의 관심이 한데 집중되도록 만들고 있다. 세정,유정,소혜 모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엄마 수미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서 그녀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다만 너희가 훗날 시간이 지난뒤에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고 말할수 있는

  그런 만남을, 그런 인연을 가졌으면 한다. 그 말만은 꼭 좀 전해주고 싶구나. 무

  슨말인지 제대로 지금 이해할련지 모르겠지만... ”

 “ ...... ”

 “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와 어떤 문제가 있든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어떤 고민을

  하든지간에 말이야. ”

 긴장감에 침을 한번 꿀꺽 삼키며 스스로를 달래보는 수미. 괜시리 울컥해지는것 같기도 하다.

 “ 시간이 더 지난뒤에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 이러면서 가슴을 치는 그런 후회

  하는 선택을 하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엄마가

  그 말을 전해주고 싶구나. ”

 어차피 지금 이 자리의 3자매중 사귀는 남자가 있는 사람은 유정 한 사람뿐이니 결국 유정이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만 어차피 큰딸 세정에게도 막내 소혜에게도 언젠가는 한번쯤 닥치게될 홍역이라서일까. 기왕 말이 나온김에 사랑하는 세 딸에게 이런 당부를 한번쯤 해주고픈 어머니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는 이수미다. 그런 말을 하고나서 수미는 딸 셋을 번갈아가며 한번씩 품에 안아본다. 특히 지금 한참 고민중이라는 둘째 유정은 한층 더 안쓰러운 마음으로 그녀를 꼬옥 품에 안아본다.





 수미는 한번 유정이 사귀는 남자의 어머니를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유정이 지금 사귀는 남자를 단념한다던가 하는것은 쉽지 않을것 같고, 따라서 이럴바에야 차라리 직접 자신이 남자의 어머니를 만나서 두 사람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 특히 자기 딸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유가 뭔지 그 연유나 속시원히 듣고 싶어서였다. 일단 남자의 어머니를 만나본후 정히 안될것 같으면 그때 딸을 좋은말로 타이르든 설득을 하든 그래서 천천히 단념시키도록 해도 늦지 않을것이란게 수미의 판단이었다.

 유정이가 바로 남자의 연락처를 알려주거나 하진 않을것 같아서 큰딸 세정에게 넌지시 시켜 동생에게 물어보도록 했다. 세정은 어릴때부터 아빠인 영기보다 엄마 수미를 더 잘 따르는 편이었기 때문에 수미의 부탁에 순순히 응했다. 그렇게 알아낸 남자의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해본뒤 자신이 남자 어머니를 만나볼 의사가 있음을 전했다. 한편 그러는 과정에서 수미는 결국 유정의 사귀는 남자의 어머니가 바로 다름아닌 ‘하늘빛 72’ 시절 친구 선애란 사실을 알게되었다.

 순간 수미는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론 좀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선애가 괘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처음 수미는 유정으로부터 남자 집 어머니가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반대한다는 소리를 들었을때만 해도 남자집이 대단한 재벌가거나 명문가인가보다 그래서 반대하나보다 그렇게 막연히 짐작했던것이다. 그리고 그런 집안의 여인이라면 수미로서도 결코 만만하게 상대할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극도로 긴장이 되었던것이다. 혹 종교문제로 인한 갈등은 아닌가 그 생각도 안해본것은 아니지만 느낌에 일단 그것은 아닌듯 했다. 일단 영기와 수미 커플이 젊은시절 그와같은 크리스찬 동호회 모임을 통해 교제를 나누다 결혼에 이르게 되었을 정도로 독실한 신앙인이었고 그런 부모밑에서 그러한 신앙적 가정분위기에서 자라난 딸아이들임을 생각한다면 종교적으로 너무 터무니없는 상대를 만나거나 할 가능성은 별로 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유정이나 그 언니 세정이 말하는걸로 봐서도 일단 종교문제는 아닌것 같았고, 그럼 결국 집안 문제로구나 그렇게 짐작하고 있었던것이다. 헌데 다른 사람도 아닌 선애가 반대한다니. 무엇보다 선애는 수미와도 ‘하늘빛 72’ 시절 비교적 절친하게 지낸 사이였기 때문에 선애네 집안이나 또 선애가 그 당시 사귀는 남자에 대해선 그녀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선애의 결혼이 영기-수미 커플의 결혼보다 1년 앞서 있었기 때문에 그 무렵의 일은 수미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적어도 집안 배경으로 볼때는 선애나 그녀의 사귀는 남자 집안이나 특별히 내세울것은 없는 평범한 집안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런 커플 사이에서 자라난 자녀들이 어느덧 결혼 적령기에 이른것인데, 그러면서 결혼에 반대한다니 너무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일단 수미는 여하튼 선애를 만나보긴 해야할것 같기에 전화부터 걸었다. 헌데 따지고보면 두 사람도 거의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뒤의 재회인 셈이다. pc통신 동호회였던 ‘하늘빛 72’는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자연스레 해체되었고 다만 그 시절 좀 친했던 친구들끼린 개별적으로 미니홈피나 이런곳을 통해 연락정도나 주고받던 그 정도의 교제가 2천년대 중반 정도까지만 이어졌을 정도다. 수미도 그때 대략 2천년대 중반까지 자신의 미니홈피에 가끔 들러 소식이나 연락정도는 전하는 ‘하늘빛 72’ 시절 친구들을 통해 선애 소식을 간간이 전해듣는 정도였고 선애 입장에서 수미 소식을 듣는 경로 역시 크게 다르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미니홈피가 쇠퇴하고 무슨 트윗이니 페이스북이니 하는 새로운 SNS 매체가 생겨난 2천년대 중,후반 이후로는 아예 피차 소식도 연락도 전해듣기 어려운 그런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니, 그보다는 각자 생활에 바빠서 ‘하늘빛 72’ 시절의 일들은 어느덧 오래전 젊은 시절의 아련한 추억 정도로만 간직한채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노라 보는것이 정확할것이다. 헌데 그런 선애와의 재회가 이렇게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공교롭게 이루어지다니. 수미도 그녀 나름대로 착잡한 감회를 안은채 약속장소에서 선애를 만났다. 이제 두 사람은 어느덧 20대 후반 - 30대 초반 시절의 젊음이 아닌 나이 환갑의 이제 아이들 혼사를 걱정해야하는 그런 나이가 되어 있기도 했지만 그래서인지 그 30년만의 첫 대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로 알아보진 못했다. 그나마 선애는 나이 60에 나이답지 않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귀부인이 되어 있었지만, 수미는 노화가 좀 빨리 진행된 탓일까. 그렇게까지 늙어보인다고 할 수는 없어도 선애와 비교해서 웬지 초췌해 보인다고나 할까 초라한 느낌마저 드는 그런 모양새를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수미보다는 선애가 순간 자신의 앞에 선 그녀에게 낯선 느낌을 받을 지경이었다. 일단 어색하게 서로 인사를 나눈 두 사람.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오랜만이구나 그러고보니 정말. ”

 그래도 30년전의 친화력은 그런대로 살아나서일까. 어색하다면 어색할수도 있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두 사람에겐 옅은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다. 선애가 선뜻 궁금한듯 말을 건넨다.

 “ 영기는 잘 지내니 ? ”

 다름아닌 수미의 남편 영기의 안부가 궁금해져 그에대한 질문을 건넨 선애. 수미는 예하 그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답한다.

 “ 잘 지내지. ”

 “ 세월이 진짜 빠르긴 빠르다. ”

 하지만 선애는 그녀대로의 복잡한 심경이 있어서인지 대체로 편치못한 얼굴이 된채 수미를 바라보고 있다. 사실 수미의 선애의 사이는 무슨 베스트 프렌드까진 아니더라도 하늘빛 72에서 가장 친하게 지낸 사이로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인 그런 사이였다. 두 사람이 서로의 집을 오가며 하룻밤 묵은적이 있고 하늘빛 72 관련 모임이나 행사 문제를 의논할일이 있을땐 먼저 전화하던 그런 친구사이였다. 헌데 이런 서먹한 사이가 되어버리다니. 선애도 수미도 이렇게 되어버린 자리가 다소 속상하긴 매한가지다. 어차피 말을 빙빙돌리는것을 싫어하는 다분히 직선적인 면도 있는 수미인지라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꺼낸다.

 “ 우리 딸이랑 니 아들 사귀는거...그리고 니가 반대한다는 이야긴 들었어. 그래서

  대체 이유가 뭔지 알고 싶어서 보자고 한거야. ”

 “ 그 이유를... ”

 어떻게 대답하는게 좋을까. 선애는 물 한모금을 마신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것 공연히 질질끄는것은 시간낭비란 생각을 선애도 했는지 그녀 역시 본론으로 들어간다.

 “ 꼭 내가 이야기해야 하는거니 ? ”

 수미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진 않은것일까. 그래도 바로 자기 하고픈 말을 직설적으로 꺼내지는 않고있는 선애. 수미도 원래 눈치빠르기론 익히 알려진 성격인지라 말 안해도 알겠다는듯 선애에게 말한다.

 “ 영기때문인거니 결국 ? ”

 “ 아는구나. ”

 짤막하게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선애. 내뱉는 말투에선 선애의 불쾌한 기색이 그대로 묻어나있다. 어찌보면 두 사람 사이를 이렇게 서먹하게 만들어버린 영기에 대한 불만도 다소 섞여있는듯 하고. 수미가 그런 선애를 좀 안타깝다는듯 바라보다 입을 연다.

 “ 영기도 이젠 예전의 영기가 아니야. ”

 “ 누가 뭐랬니 ? ”

 약간 빈정거리는듯한 선애의 말투.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니 앞에서 직접 니 딸에 대해 이런 언급 하는것 그렇긴 하지만...니 딸...유정이

  라 했었지 ? 그 애가 ? 여하튼 탁 보는데 느낌이 딱 영기더라. ”

 “ ...... ”

 “ 처음엔 내가 그냥 과민반응에 착각했으려니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분위기하며

  말투...딱 작은 영기, 여자 영기가 내 앞에 있는 느낌이라 바로 거부감이 왔어. 그

  래도 그때까진 설마 했는데... ”

 선애는 물 한모금을 마셔 목을 축이고는 말을 이어간다. 수미는 일단 선애의 말을 듣고만 있다.

 “ 그 애 입에서 지 아버지 이름이 언급되자 현기증이 딱 느껴지더라. 아니, 어떻게

  무슨 이런 인연이 다 있을수가 있니 ? ”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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