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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 팬픽 - 성지현 (9) 운동선수 팬픽




                                    부제 : 2016 신(新) 오셀로





 “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세상 어느 천지에 있어 !!!

 ”

 다음날 대현은 성호를 유치위 사무실이나 협회 사무실이 아닌 별도의 제3의 장소로 호출해서 불같이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 성호가 대현의 부름을 받고 나간것은 이른 아침 시간이긴 하지만,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대현은 간 밤에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했다.

 “ 자네 지금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지른건지 알기나 해 ? 게다가 홍보대사면 그

  야말로 이번 대회유치를 위해선 아주 보석같은 귀한 존재야. 근데 어쩌자구 다른

  사람도 아닌 하필 홍보대사를 건드리냐구 !!! ”

 “ 면목없습니다 선생님. ”

 하지만 성호는 생각보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듯 했다. 성호의 사과 수위가 생각보다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인한 답답함 때문인지 대현은 가슴을 치며 더더욱 언성을 높인다.

 “ 자네 이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기나 해 ? 게다가 배드민턴은 다른 비인기

  종목과 달라서 올림픽,아시안게임에서 메달도 따고 하는 그런 종목 아닌가. 그러

  니 그런 종목의 국제대회 유치라면 아무리 중규모 대회라도 언론도 어느정도 주

  목을 하고 관심을 갖는 그런 사안이라고. 헌데 이게 만약 언론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어찌할텐가 ? 국제 배드민턴 대회 유치위 사무실 관계자가 홍보대사를 성

  X행 하려다 무위에 그쳤다 ? 이게 언론에 알려지는 날엔 정말 요즘 세상에 종

  편 같은데서 하루종일 떠들고도 남을 사안이라구 !!! 그러니 이 막중한 사태를

  대체 어떻게 책임질거냐구 !!! ”

 “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

 지금으로선 그저 잘못했다는 말 외엔 다른 할말이 없을것 같다는 생각에서인지 죄송하다는 이야기만 계속 입에 담고있는 성호. 하지만 대현은 그런 성호를 딱하다는듯 바라본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간다.

 “ 문제는...진짜 문제는 이 사안이 내 선에서 덮을 사안이 이미 아니게 되어버렸으

  니까 하는 말이야 !!! 난 그렇다쳐. 난 어쨌든 이 일 적당히 두 사람 화해시켜 무

  마시킬수도 있다구. 하지만 이제현 시장님이 이미 그 장면을 본것이나 다름없는

  데 이건 어떻게 책임질거냐구 !!! ”

 실제 어제 대현과 함께 사무실에 들른 사람이 이 국제대회를 자기 도시 유치하고자 하는 이제현 OO 시장. 헌데 사무실이 잠긴 상태에서 안에서 그와같은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웬 여자가 옷이 헝클어진 상태로 문을 열고 나와 바로 혼비백산 달아나버렸으니 이제현 시장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 안에서 벌어졌을법한 일은 짐작하고도 남을것 아닌가. 실제 그 자리에서 부리나케 달아나는 홍보대사 성지현의 모습을 본 이제현도 너무 기가막히고 황당해서 대현을 바로 별도의 다른 장소에서 보자곤 하고서 술 한잔을 하며 불같이 화를내며 다그쳤다.

 “ 아니,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겁니까. 일개 사무처 직원이 어쩌자구 홍보대사한

  테 그런짓을 벌여요 ? 이게 말이 되는거냐구요 ? ”

 유치위를 결성하는 과정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성지현을 이제현 시장도 그 사이 인사 나눈 경험이 몇 번 있는지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더욱 심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래서 이번 국제대회 유치위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것이나 다름없는 김대현 이사에게 그와같이 따져든것이다. 제현은 제현대로 이 사태를 무척이나 황망하고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 내 김이사 앞에서 이런말까지 하긴 그렇지만...그리고 솔직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정치에 평소 관심이 얼마나 있겠는지 모르겠지만...이 이제현...OO 시장(경기도의

  기초단체인 시(市) 자리를 발판으로 차기 또는 차차기를 노리고 있다는 그런 이야

  기 아마 김이사 정도면 못들어보진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도 내 정치

  적 입지를 위해서 이 대회 중점을 두어 유치하려고도 하는것이고...그런데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대체 어떻게 책임지실거에요 ? ”

 “ 면목없습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시장님. ”

 대현은 그런 제현 앞에서 무릎꿇고 백배 사죄의 절까지 올렸고. 제현은 소주 한잔을 기울이면서 잔뜩 흥분되었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나름 수습책을 제시했다.

 “ 두말할것 없습니다. 어제 그 물의 일으킨 직원 당장 해고 시키세요. 그리고 유치

  위 사무처 직원들은 우리 시청에서 내 사람중 내 쓰고 싶은사람으로 채용하리다.

  그러니 그렇게나 알고 있어요. ”

 어제 있었던 그와같은 일들을 대현은 전하며 그래서 더더욱 분하고 화가 치밀어 신성호에게 퍼부어댄다. 대현도 평정심을 찾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 나도 초등학교때부터 배드민턴 한 사람이고, 스물아홉 나이에 선수 그만 두고

  십년 조금 넘게 코치로 일해온 사람이지만 정말 이 나이 먹도록 누구 앞에서

  그렇게 무릎까지 꿇고 죽을죄를 지었다느니 어쩌느니 - 정말 이런 말이 평생에

  어쩌다 한두번 입에 담을 소리지 어디 그렇게 자주 입에 담을 소리인가 ? -

  그런 이야긴 정말 처음 해봐. 대체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네가 어떻게 날

  이런 망신을 줘 !!! ”

 따지고보면 대현은 성호에게 은인이나 다름없는 존재 아닌가. 대학 배드민턴부 시절 사제간이기도 하지만 실력도 별볼일없고 그런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졸업후 몸담은 실업팀이 세 번이나 해체되는 비운을 겪은 그런 지금은 백수나 다름없는 선수를 국제대회 유치위 사무처 직원으로 추천 구제해준 사람이 다름아닌 김대현이다. 그런데 자신이 추천한 직원이 그것도 이제현 시장도 보는 앞에서 그런 망신을 주었으니 그 황망함은 또 어느정도이겠는가. 대현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더욱 화가 치미는지 그 치미는 울화를 계속하여 성호에게 퍼붓고 있다.

 “ 나 정말이지...이 일 혹시 자네가 나 엿먹이려고 일부러 꾸민일 아닌가. 그런 생

  각까지 들어.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사무처장으로 추천한 사람이 이

  런일을 저질러 ? 어제 심지어 이시장님은 무슨말씀까지 하신지 아나 ? ”

 어제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장면이 너무 민망하기도 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했음일까. 제현은 당장 그 남자직원을 해고시키라면서 이런말도 덧붙였다.

 “ 나 원...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아니 사내X끼가 아무리 계집에 굶주렸기로 어떻

  게 일개 사무실 직원이 대회 홍보대사를 겁탈할 생각을 다 해 ? 이런 황당한 일

  이 세상 어느천지에 있냐구 ? ”

 성지현과 신성호의 대학시절 사이를 구체적으로 알길없는 제현 입장에선 일개 사무실 남자직원이 유치위 홍보대사를 겁탈하려 든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사건쯤으로 여겨져서인지 그런 극언까지 입에 담았던것이다. 성호의 정확한 직책은 사무처장이긴 하지만 사무처장이든 사무간사든 일개 사무실 직원이든 중요한건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제현은 이미 유치위 사무실은 모두 자기 사람들로 채용하겠다고 공언해버렸고, 성호의 해고는 시간문제다.

 “ 이건 이미 내가 해결할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버렸네. 우리 협회 내부끼리만 아

  는 일이라면 내 선에서라도 어떻게든 자네를 구명해보려 했겠지만 이시장님까지

  이 일을 아시는 이상 이미 내가 해결할수 있는 범위를 넘어간 상황이야. 나도 이

  제 어쩔수가 없네. ”

 “ 선생님. ”

 그런 말까지 들은 성호는 절망적인 마음에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대현에게 매달렸다. 그러고보면 선수생활 시절 성적도 신통치 않은데다 졸업후 실업팀이 세 번 연거푸 해체되는 비운까지 겪은 그런 현재는 백수나 다름없는 몸인 신성호가 아닌가. 게다가 운동선수였으니 학창시절 공부도 제대로 했을 리가 없다. 그런 성호가 이 자리마저 짤리면 그야말로 할수있는 일이 거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서인지 제발 한번만 용서해주시고 기회를 달라는 말을 그야말로 처절하게 내뱉는다. 하지만 대현은 딱하다는듯 그런 성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말했잖나. 이미 내가 해결할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거라구. 그러게 좀 처신을 똑

  바로 하지. 얼마나 이 대회가 관심사안이면 이 시장님도 사무실 개소식이 있은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사무실에 다시 들러보겠다 하셨겠나. 그래서 내가 그날

  안내해서 그렇게 다시 사무실로 모신건데...어쨌거나 이건 내가 해결할수 있는 범

  위를 넘어선 일일세. 선수자격까지 박탈되지 않는것만도 다행으로 알게. 그리고

  자넨 유치위 사무실엔 더 이상 출근할 수가 없네. 말했잖아. 이시장님이 이미 그

  말씀까지 하셨다고. 그런데 그걸 거역하고 자네가 무단으로 사무실에 나오면 그

  땐 나도 곤욕을 치르게 돼 !!! ”

 “ 선생님...제발 한번만...제발 한번만... ”

 성호는 거듭 애원을 해댔지만 대현 입장에선 정말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듯 절망스럽게 고개를 흔들뿐이었다. 그나마 옛 제자라는 한가닥 애틋한 정이 있어서 그를 딱하게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찰 뿐이다.





 수진을 만난 성호는 울고 있었다. 소속된 실업팀이 해체되어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이 지내고 있는 상태에서 그래도 옛 스승인 김대현 코치의 배려가 있어 국제대회 유치위 사무실에서 일할수 있게된 성호. 하지만 지현을 겁탈하려 들다가 그 상황을 그대로 대현과 이제현 시장에게까지 들켜버린 상황에서 사실상 사무처장직에선 해고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 하지만 어렵게 마련된 직장에서 짤린것도 짤린것이지만 지현과의 관계가 자꾸만 돌이키기 쉽지 않을 정도로 꼬이고 어그러지고 있는것이 대현을 더 답답하게 가슴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제 이 노릇을 대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지현이 자신의 마음을 쉽게 받아주지 않는것도 속상하지만 이런 일들이 거듭되면서 그녀와의 사이가 계속 꼬여가고 있는 현실이 성호를 더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는것이다. 그 답답한 속마음을 성호는 수진 앞에서 울음까지 터트리며 하소연 하고 있는것이다.

 “ 수진아...나 이제 어쩌면 좋니 ? 나 이제 이 노릇을 대체 어쩌면 좋아 ? 으흐흐

  흑~~~!!! ”

 수진은 그런 성호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처리해 나가면 좋을지 그 계책을 짜내는 중이다. 일단 한참을 말없이 성호의 하소연을 듣고만 있던 그녀. 한참만에 뭔가 작심한듯 입을 연다.

 “ 선배... ”

 “ 말해보렴 수진아. ”

 그녀에게서 무슨 뾰족한 대책이라도 나올수 있을까. 성호 입장에선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한 하소연. 따라서 수진에게서라도 무슨 위로가 될만한 이야기나 어떤 대안이라도 듣고 싶은 생각에 이러고 있는것이다. 수진의 말이 이어진다.

 “ 차라리 잘 되었어요 선배. ”

 “ 잘되다니 뭐가 ? ”

 이 상황을 잘 되었다고 말하다니. 수진이 이 아이가 제정신인가 싶은 심정인 성호. 적어도 성호가 아는 수진은 그렇게 실없는 이야기나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아이는 아니었는데 대체 이 상황에서 뭐가 잘되었다는 것인지. 그녀의 의도를 알수없는 성호 입장에선 의아함만 더해져 수진을 바라본다. 수진은 묘하게 눈빛이 한번 번득이는가 싶더니 말을 이어간다.

 “ 선배, 차라리 이렇게 된거... ”

 “ ...... ”

 “ 좀 더 적극적이고 저돌적으로 지현이에게 대쉬해봐요. ”

 “ 저돌적으로 대쉬하라니 ? 그게 대체 무슨소리야 ? ”

 그날 지현을 덮치려 했다가 지현이 기겁하면서 성호를 거부했고 도망치듯 사무실에서 달아나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지현에게 사과나 해명이라도 하긴 커녕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가라니. 도무지 수진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성호 입장에선 이해할수 없는 가운데 그녀의 말은 계속 되고 있다.

 “ 제 말은요 선배...선배가 더 이상 후회하는 시간...후회하는 인생을 살지 말았으

  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이에요. ”

 “ 무슨말이야 그게 대체 ? ”

 도저히 성호 입장에선 알아듣기 힘든 이야기가 수진에게서 거듭 나오고 있어 성호는 살짝 답답함만 더해지는 가운데 수진은 성호의 손을 살짝 잡아보기까지 하며 설득조로 말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 제가 볼때는...선배는 너무 착한게 탈이에요. 너무 착하다보니 자신이 갖고 싶

  었던것 자신이 원하던것을 이루지 못했던거라구요. ”

 계속 이야기를 듣고보니 수진의 말이 일리가 있게 느껴져서일까. 성호는 별다른 대꾸가 없었지만 자신의 성정이 착하다보니(?) 원하던것을 이루지 못한것 같다는 수진의 말이 그런대로 이해가 갈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말은 계속된다.

 “ 선배는 심성이 착하고 여리다보니 학창시절 지현이에게 선배의 마음을 제대로

  고백해보지도 못했고 늘상 지현이를 소중한 보석처럼 여기며 다루려 했었죠. 하

  지만 그래서 선배가 얻을수 있는게 뭐가 있었어요 ? 선배는 결국 지현이의 마음

  을 갖지도 못하고 지현이는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되어버렸어요. 그러니 선배의

  착한 성정이 일을 그르친거라구요. 제 말 무슨말인지 아시겠어요 ? ”

 성호는 별다른 대꾸가 없었다. 어쩌면 자신의 정곡을 찌르는것만 같은 수진의 말이기도 했지만 그러나 이제와서 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것인지. 성호 입장에선 그저 앞으로의 일들이 더더욱 막막하기만 한데 수진은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더니 다시금 성호를 설득하듯 힘주어 말한다.

 “ 선배, 그러지말고 이 기회에 차라리... ”

 “ 이 기회에 차라리 ? ”

 “ 선배가 지현이를 가져요. 강제로라도 말이죠. ”

 “ 뭐...뭐라구 ? ”

 하지만 강제적인 시도야 이미 지난번에 한것이나 다름없는 성호가 아닌가. 그리고 그 덕분에 성호는 유치위 사무처에서 짤리고, 지현은 사무실에서 달아나버렸다. 그런데 이제와서 다시 강제로 뭘 어쩌라니. 수진의 말이 성호 입장에선 더 어이없게 받아들여질 지경인데,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이 조금은 흔들리기는 하는것일까. 성호는 수진의 말을 좀 더 들어보기로 한다.

 “ 어차피 이렇게 된것...이제 선배의 마음 지현이에게 모두 드러낸것이나 다름없

  잖아요. 그럼 차라리 이판사판으로 나가보라구요. 차라리 지금이 더 기회에요. 괜

  한 죄책감에...괜한 도덕률에 또다시 망설였다간 선배 나중에 다시 후회하고 말

  걸요 ? ”

 “ 하지만 수진아... ”

 그러나 어쨌거나 지현은 이미 결혼해서 남편이 있는 유부녀의 몸. 그런데도 계속 지현이에게 이렇게 나와도 되는것인지. 한가닥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 성호다. 하지만 수진은 오히려 그런것을 자꾸 개의치 말라는듯 성호를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보려한다.

 “ 하지만 선배...선배는 젊고 지현의 남편은 나이도 많아요. 법적으론 몰라도 도덕

  적 정당성은 오히려 선배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걸요. 무엇보다 짧은 우리

  인생이고 너무나 짧은 우리의 청춘이에요. 선배도 저도 이제 곧 서른이에요. 정말

  이지 우리에게 이제 두 번다시 없을 두 번다시 오지 않을 젊은 20대의 시기를

  그렇게 우유부단하게 망설이기만 하다 양심의 가책만 느끼다가 흘려보내실 생각

  이에요 ? 더 늦기전에 지금 결단해봐요 선배. ”

 확실히 성호의 나이는 지금 스물아홉, 그보다 한 살어린 수진은 스물여덟. 이쯤되면 자신들의 청춘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것을 청춘의 시간이 생각보다 짧다는것을 자각하게 될 그럴만한 나이다. 그리고 그 아까운 청춘을 나중에 후회하게 될 시간을 만들지 말라고 수진은 지금 성호를 설득중인것이다. 지현이 비록 나이어린 유부녀이긴 하지만 그래도 젊은 성호가 나이많은 현우보다는 훨씬 지현의 남자로 도덕적 정당성이 있을것이라는 말. 어찌보면 다소 궤변스러울수도 있지만 수진의 그와같은 설득은 성호의 마음을 다시금 흔들리게 만들고 있다.

 “ 선배 전 진심으로요 선배가... ”

 “ ...... ”

 “ 지현이와 잘 되길 바래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

 “ 수진아... ”

 다른것은 몰라도 수진이 성호를 진심으로 걱정하는것만은 분명 사실인것 같다.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지금은 엄연한 유부녀의 신분인 지현. 그런 지현이를 계속 건드린다는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타당한 일인지. 그것이 성호 스스로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만들고 있는중. 하지만 수진은 그런 성호의 마음을 다시금 흔들어 놓기위해 설득한다.

 “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을수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지 아세요 ? 선배는 매사에

  착하고 우유부단했기 때문에 대학시절엔 지현이를 놓쳐버렸고 지현이가 다른 남

  자에게 가는것을 가슴아프게 바라볼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그 후회하는 시간을

  다시 만들고 싶으세요 ? 그러고 싶진 않을거 아니에요. 선배가 이 기회를 잡으세

  요. ”

 “ 수진아... ”

 “ 때론 사랑에는 과감한 결단이나 용기도 필요한거에요.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사

  랑을 쟁취할수 있는거라구요. 선배처럼 늘상 우유부단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조심

  스레 다루려고만 했다간...그게 지금과 같은 선배의 시간을 만들고 있는거잖아요.

  후회하고 안타까와 하고 있는거잖아요. 선배 나이도 어느덧 스물아홉. 더 이상 기

  회가 없을지도 몰라요. 지금 지현이를 잡으세요. 지금 지현이를 가지세요. 나중에

  진짜 선배 나이가 서른 넘고 40 넘어서 그때 진짜 안타까와하고 후회하는 일을

  만드느니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고요. ”

 수진의 거듭되는 설득이 결국 성호의 마음을 새로운 결단으로 이끌어내고 있는것일까. 성호는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본다. 수진은 그런 성호 선배에게 힘내라는듯 격려라도 하듯 어깨를 한번 주물러주기까지 한다. 회심의 미소가 이어진다.





 현우가 3박4일 일정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일본 OO시에서 한국,중국,일본등 동아시아 언론인과 지식인들이 모여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동아시아의 대처’란 주제로 세미나가 열리게 되어 있었다. 현우는 대한민국 유력지인 A일보 정치부장 자격으로 이 세미나에 참석하게 된다. 현우 외에 A일보에선 북한,통일부 국장과 역시 북한,통일부 소속인 탈북자 출신의 ‘북한문제 전문기자’가 세미나에 참석하게 된다. 현우는 정치부에서 10년 넘게 일해왔지만 원래 북한과 탈북자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한번 그가 직접 주제토론에 나가보는것은 어떻겠느냐는 신문사측 권유가 있어 직접 토론자로도 참석하게 된다. 두어주전부터 준비한 논문 원고와 함께 현우는 출국길에 올랐다.

 “ 선배, 지금이 기회에요. ”

 그런데 이와같은 정보를 현우와 지현 부부로부터 입수한 수진이 성호에게 연락을 취했다. 현우가 출장을 가고 집을 비운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성호를 부추기기 위함이다.

 “ 정현우 그 인간 출장갔다잖아요. 그러니 이럴때 선배가 지현이 집으로 쳐들어

  가세요.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지현이를 확실히 선배의 사람으로

  만들고 지현이의 마음도 사로잡을수 있는 좋은 기회라구요. ”

 그러면서 수진은 지현의 집에 출입하면서 알게된 집 문 비밀번호까지 성호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성호는 아무래도 우유부단하고 양심의 가책도 아직은 있는 편이라서인지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수진의 부추기는 전화를 몇차례 받고 나서도 현우의 출국날이나 그 다음날까지는 고민만 할뿐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가 사흘째 되는날 오후가 되어서야 지현의 집을 찾아갔다.

 “ 지현아. ”

 지현의 집으로 들어선 성호는 그야말로 타는 갈증이라도 느끼는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편 지현은 너무 예기치 못한 성호의 방문에 기겁을 했다. 무엇보다 자동응답 시스템 문의 비밀번호를 성호가 알았다는게 충격적이지 않은가. 그렇게 문을 열고 어느새 거실에까지 들어선 성호로 인해 지현은 기겁해서 어쩔줄을 모른다.

 “ 마실거라도 좀 내다오 지현아. ”

 마치 그녀의 집을 방문한 손님이라도 되는양 아니면 자신이 정말 지현의 정부(情夫)라도 되는듯 착각에 빠진양 사뭇 당당하게 그런 요구까지 하고 나오는 성호. 거실 소파에 털썩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성호를 지현은 기가막혀하며 말한다.

 “ 선배 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 ?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냐구요 ? 대체 정말 왜

  이래요 ? ”

 그러고보면 지난번 사무실에서 그 난리가 벌어지고 난 그후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아닌가. 성호가 그 일로 문책을 당했고, 지현도 사실 그런일을 겪고나서 홍보대사 일을 사퇴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그것만은 협회측의 간곡한 설득이 있어 지현은 일단 사퇴여부는 보류해두고 있는 상태다. 어쨌거나 성호가 그 일로 해고되고 유치위 사무실 관계자들도 다른 사람들로 바뀐다하니 성호로 인해 곤욕을 치를 일은 더 없을것이라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젠 성호는 아예 당당하게 지현의 집으로 쳐들어오기까지 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배드민턴 선수도 아닌 스물아홉살 백수의 행동으로는 너무 대담하다고 봐야할 지경이다. 성호가 결국 이런 인간이었나 하는 생각에 지현은 실망감까지 가득차 오는데, 성호는 그런 지현을 바라보며 더욱 간절하게 애원한다.

 “ 지현아, 우리 이러지말고...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

 “ 뭐...뭐라구요 ? ”

 너무 기가막힌 말에 지현은 그저 어처구니 없다는듯 성호를 바라보고 성호는 어느새 지현에게 다가와 다시금 간절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 나 이대로 더 이상은 참을수가 없어. 네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여자라는것도

  젊은 친구도 아닌 나이도 40이 넘은 그런 나이 많은 사람의 아내란것도 다 날

  견딜기 힘들게 만들고 미치게 만들어. 그러니 지현아. ”

 다시금 지현의 손을 잡아보는 성호. 하지만 지현은 성호에게 지난번 봉변을 당할뻔한 일도 있고 해서 소리를 지르며 그를 뿌리친다. 하지만 그럴수록 성호의 간절함은 더해질뿐이다. 결국 지현을 와락 끌어안는다.

 “ 악...악...선배 왜 이래요 ? 선배 미쳤어요 ? 제발 이러지 말고 이거 놔요 !!! ”

 “ 싫어 지현아. 너 없는 세상은 이제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 이대로 널 가지고

  말거다. 어떤 고통이나 시련이 내게 닥친다 해도 어떤 장애물이 내 앞에 있다해

  도 나 이제 널 반드시 가질거야. 널 다른사람의 여자로 절대 놓아두지 않아. 그

  러니 지현아 제발 내 마음을 받아다오. 내 사랑을 받아다오. 사랑해 성지현 !!!

  사랑해 지현아...그러니...그러니 제발... ”

 “ 악 !!! 악 !!! 누구 없어요 ? 도와줘요. 제발 이러지말아요 선배 !!! ”

 하지만 어느덧 성호는 지현을 바닥에 쓰러트리고 위에서 덮쳐버린다. 다시금 지현에 대한 겁탈을 시도하는 그. 사뭇 간절하고 절실한 손길을 담아 그의 옷을 하나하나 벗기려 한다. 지현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바로 그때였다.

 “ 지이이이~~~!!! ”

 바로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성호 외에 또 있기라도 한단 말인가. 다른 짐작할만한 사람으로는 요 근래 지현을 돕고 싶다며 그녀를 자주 찾아왔던 선배 수진정도. 그리고 또 누가 있나. 사실 거실바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랑이 때문에 지현이나 성호나 문열리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하지만 바로 거실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지현은 기겁해 마지 않을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두 사람보다 지금 집안에 들어선 사람이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더 충격을 받았을것이다. 집안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출장을 갔던 정현우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내일 귀국해야 하는 사람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하루를 앞당겨 지금 집에 돌아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너무나 믿을수 없는 광경이 자신의 눈 앞에 펼쳐져 있는것을 보고 현우는 단단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 이...이게 뭐야 대체 ? 이게 대체 뭐냐구 ? ”

 “ 여...여보... ”

 지현은 성호 밑에 깔려진 상태라 무슨 말도 행동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편 성호는 이렇게 현우와 맞닥뜨리게 되자 차라리 잘되었다 싶은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현우를 주먹으로 냅다 후려갈긴다. 그 바람에 너무 놀란 지현이 일어나 성호를 만류하려 하지만 성호는 작심한듯 바닥에 쓰러진 현우의 멱살을 잡고 사뭇 어떤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 차라리 잘 되었어. 내 오늘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지. 나 당신같은 사람한

  테 우리 지현이 못 줘. 예전에는 내가 바보같아서 지현이를 당신같은 사람에게

  빼앗기고 말았지만 지금은 안 그래. 지금은 나 우리 지현이 절대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아. 당신에게서 우리 지현이를 되찾아 오고 말거라구. ”

 “ 아니...뭐 뭐요 ? ”

 성호로부터 그러한 말을 들은 현우는 단단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고 지현은 기겁하며 그런 성호를 만류한다. 바로 한달여전 있었던 잠자리에서 싸움. 그리고 현우가 젊은 시절 무당으로부터 받았다는 헝겊의 의문의 실종사건, 그런식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꼬여가자 얼마전 현우는 이혼하자는 말까지 입에 담지 않았던가. 지현은 사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어 안간힘을 썼는데, 이제 성호가 아예 이런 소리까지 남편 앞에서 지껄여대면 어쩌란 말인가. 지현이 거듭 성호를 만류하려 들지만 성호는 이미 그런 만류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 선배 미쳤어요. 정말 왜 이래요 ? 제 남편이에요. 근데 지금 대체 무슨 무례한

  짓을... ”

 “ 아냐 지현아. 이러지마. 너도 나 사랑하잖아. 당신 똑똑히 들어. 지현인 분명히

  나의 사랑야. 내 사람이라고 내 앞에서 분명히 말했어. 지금은 어쩔수가 없어

  당신의 허껍데기 같은 아내로 어쩔수 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지현은 언제든 내게

  로 돌아올거야. 나 지금도 여전히 지현이 사랑해, 지현이도 날 사랑한다고 말하

  고 있고. 그렇지 지현아 ? ”

 “ 선배 진짜 미쳤어요 ? 대체 왜 이러는거에요 정말 ? 선배 정말 제 정신 아닌

  사람 같아요. 아무래도 경찰을 불러야 할 것 같아요. ”

 “ 그러지마 지현아. ”
정말 그러면서 지현이 어디로 연락이라도 취하려 할듯 스마트폰을 집어들자 성호가 만류하듯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실랑이가 거듭되고 성호는 거듭 자신이 지현이를 아직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담고 있었다. 결국 너무나 기가막힌 상황에 현우가 한마디 한다.

 “ 이제 생쇼는 그만들 하지. ”

 “ 여...여보... ”

 무슨 의도로 이런말을 하는것인지 지현은 물론 성호까지도 현우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하기만 한데, 지현은 그렇다 치더라도 성호야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불화를 구체적으로 알길은 없으니 그 입장에선 더더욱 영문모를 소리가 되고 있다. 헌데 현우는 현우대로 어떤 작심이라도 했는지 두 사람을 연거푸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내가 출장을 간 사이...이런짓을 벌이고 있을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군. 알았어.

  이제 당신 마음을 알았으니...내가 물러나면 되는건가. 원하면 나 이혼은 얼마든

  지 해줄수 있어. 허허 참...보면 볼수록 기가막히는군... ”

 그러면서 현우는 자리를 박차고 집을 나가버린다. 지현이 안타까운듯 남편의 오해를 풀기 위해 뒤따라 나가려 하지만 성호가 그런 지현을 막아선다. 그리고 다시금 절실하고 뜨겁게 지현을 끌어안는다. 지현은 성호의 품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다.



- 10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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