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운동선수 팬픽 - 성지현 (7) 운동선수 팬픽




                                   부제 : 2016 신(新) 오셀로





 하루는 퇴근길에 현우를 뒤에서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다름아닌 임도균이다. 원래 두 사람 사이가 좋기는 커녕 불편한 편에 속하는 쪽이라서인지 현우는 조금 느닷없는 그의 부름에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색이 된다. 퇴근길에 다른 사람도 아닌 하필 도균의 부름과 마주침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현우. 하지만 도균은 이례적인 아부를 떨어대며 현우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 자네가 대체 어쩐일로 날 다 부르고 그러나 ? ”

 “ 에이 선배님도...우리사이가 어디 그렇게까지 서먹한 사인가요 ? 저 그리고 이

  제와 드리는 말씀이지만 저 사실 선배님 진심으로 존경했습니다. ”

 “ 허허 참... ”

 무엇보다 두 사람 사이에 과거 어떠한 악연들이 있었는지는 당사자인 둘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헌데 이제와서 난데없이 다른사람도 아닌 도균이 자신보고 ‘존경했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이 나오는것은 진심으로 받아들여지긴 커녕 오히려 어이없게 느껴질 지경이다. 도균과 별로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현우는 그를 비켜가려 하는데 도균은 그런 현우를 거듭 막아세운다.

 “ 허 참...이 사람 오늘 왜 이러나 ? ”

 “ 선배님, 그러시지 말구요. 저 선배님께 실은 저녁 한끼 대접해드리고 싶어서 그

  럽니다. 별일 없으시면 오늘 제가 한턱 내고 싶다고요. 저 진짜 진심으로 한번쯤

  은 이런 자리 만들고 싶었습니다. ”

 도균의 이런 태도가 확실히 이례적이긴 하지만 워낙 아부쟁이인 그인지라 조금 느닷없을지언정 혹 무슨 아쉬운 부탁 같은것이라도 할게 있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우는 처음엔 도균의 그런 제안이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도균이 거듭 현우를 보채며 아부를 떨어대자 결국 마지못해 그의 제안에 응하고 만다. 도균은 자신이 봐놨다는 근래에 새로 생긴 한 술집으로 현우를 안내하고 그곳에서 식사겸 술겸 해서 함께 저녁을 들게 된다.

 “ 헌데 선배님. ”

 “ 왜 ? ”

 아무래도 이 친구 나한테 무슨 아쉬운 부탁할게 있기라도 한가보다. 지금 현우 입장에선 도균의 그런 태도가 그것 외엔 다른 의도로 해석되지가 않는다. 설마 돈 문제 같은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살짝 불안해지기도 하면서 도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데 도균은 묘한 미소를 흘리며 좀 엉뚱한 이야기를 입에 담는다.

 “ 헌데 사모님과는 대체 어떻게 만나신 사이신거죠 ? 저 사실 그게 너무나 궁금

  했습니다. ”

 “ 아내와 ? ”

 열여덟살 어린 국가대표까지 잠시 지낸 배드민턴 선수와의 결혼은 무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의 스캔들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A일보는 물론 이웃의 다른 언론사 동료 기자들에게까지도 소문이 날 정도로 뭇 노총각들의 부러움을 사게 만들기까지 한 그런 결혼이기도 했다. 헌데 그 정도의 화제를 뿌린 결혼이라면 아무리 서먹한 사이인 두 사람이라도 도균도 구체적인 사연을 듣지 못하지는 않았을텐데, 의아하면서도 아무래도 자세히는 모를수도 있는 일이라서인지 현우는 대충 그 사연을 도균에게 들려주긴 한다.

 “ 여하튼 그렇게 취재차 방문하게된 한국체대에서 그런 과정에서 알게된 사이야.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아내는 처음부터 내 마음이 끌리게 만든 묘한 매력이 있

  던 그런 여자였지. ”

 사실 지금 아내와의 사이가 다소 불편한 상황인 현우로선 좀 이례적인 아내에 대한 찬사의 말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도균에게 그런 구체적인 자신의 부부간의 문제를 노출시키고 싶지야 않을터이고 그래서 지현과의 첫 만남 당시의 일은 대체로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 현우. 도균은 소줏잔을 한잔 기울이면서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 헌데 선배님 그럼 말입니다. ”

 “ ??? ”

 “ 솔직히 사모님...대학시절 사귀던 남자라던가 그런 사람이 있을수 있겠네요. 뭐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사모님을 넘보거나 흠모하던 그런 대학시절 선배나 동

  료...뭐 요즘은 연상연하 커플도 흔하니까 후배가 있을수도 있는거구요. ”

 “ 이 사람...별 소릴 다하는구먼. ”

 좀 느닷없이 나온 도균의 이야기에 현우는 살짝 마음이 상하지만 벌써 술기운이라도 올라 도균이 헛소리를 하나싶어 일단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한다. 헌데 도균은 슬슬 현우의 속마음을 자극시키고 있다.

 “ 아닌게 아니라 사모님 입장에선...참, 선배님. 솔직히 사모님께 진지하게 물어본

  적은 있으셨어요 ? 자신의 구체적인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 ? 어떤 매력을 느

  겼는지 ? ”

 “ 이 사람이 진짜 점점 별 소리를 다 하는구먼. 서로 마음이 맞으면 그것으로 된

  거지 그걸 뭐 굳이 꼬치꼬치 물을 필요가 있기나 한건가 ? 이 사람이 진짜... ”

 “ 에이...선배님...그건 아니죠. ”

 도균은 손을 내저으며 사뭇 진지한 태도로 말을 이어가고 현우는 원래 술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소주는 한잔 정도 겨우 입에 대는둥 마는둥 한다. 그러자 도균은 현우에게 거듭 술을 권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 사실 사모님께선...어쨌든 두분 나이차이도 있고...솔직히 어떤 아쉬움 같은게 느

  껴지실수도 있지 않겠어요 ? 선배님이야 사모님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는지 몰라도

  사모님 입장에선 안 그럴수도 있겠다. 전 그 말씀을 드리는겁니다. ”

 “ 아니, 근데 이 사람이 진짜 ? ”

 듣자듣자하니 도균은 현우를 점점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잖아도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두 사람 사이가 그리 좋지도 않은 상태이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도균의 이런 말은 현우의 마음만 더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촉매제가 되기라도 했음일까.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도균의 말에 괜한 귀가 기울여져 도균의 말을 좀 더 들어보기로 한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사실 선배님...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것 불쾌하게 느껴지시긴 하시겠지만...사실

  선배님은 제가 봤을때 외모적으로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그런 매력적인 스

  타일은 결코 아니에요. ”

 사실 그런 말은 도균이 굳이 하지 않아도 현우 스스로도 어떤 자격지심처럼 꽤 오래전부터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터였다. 20대때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생각은 하지 않은채 느닷없이 지방으로 내려가 웬 3류무당 하수인 노릇을 하겠다고 결심한것도, 그리고 그런 무당이 무슨 선물이라고 내어준 ‘마법의 헝겊’을 지금껏 반신반의 하면서도 소중히 간직해온것도 현우의 자신의 외적인 면에 대한 콤플렉스가 강하게 작용한 터이다. 헌데 그런 현우가 지금 잔뜩이나 아내로 인해 마음이 상해있는 상태에서 도균으로부터 이런 말까지 들으니 되려 마음이 묘하게 흔들리기까지 하는것이다. 도균의 말을 그저 실없는 헛소리로만 여겨 넘기기가 쉽지 않은 지금의 현우. 그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한다.

 “ 그러니...어쩌면 사모님 입장에선...그런 선배님을 선택한게 단순히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수도 있다 이 말이죠. 누가 압니까 ? 그저 단순히

  선배님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 그런게 탐이 났을수도 있고... ”

 현우의 눈빛이 묘하게 흔들린다. 사실 그런말은 현우도 연애시절 지현에게 한번은 했던 말이기도 하다. 자신은 오래전에 이도령보다는 변학도처럼 살기를 바랬던적이 있다. 이도령처럼 진실한 사랑을 하기엔 한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여러 가지로 부족한 영혼이기에 그보다는 변학도처럼 어떤 돈이나 권력 또는 사회적 지위 같은것을 차지한뒤 자신이 갖고싶은것을 능히 취할수 있는 그런 위치로 올라가길 바랬었다는. 그런 현우임을 생각하면 도균으로부터 그야말로 자신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듯한 그런 정곡을 찔린 모양새가 아닌가. 그래서 더욱 자리를 쉬이 떠나지 못하고 있는 현우. 떨리는 손으로 소주 한잔을 반쯤 비우기까지 한다.

 “ 하지만 만약 사모님께서 정말 단순히 그런 돈이나 권력 같은게 탐이 나서 선배

  님을 택한거라면... ”

 “ ...... ”

 “ 한편으로는 다른 후회를 지금쯤 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이거죠. 누가 압니까? 선

  배님이 막상 이렇게 출근하시고 나면 혼자서 대학시절 좋아하던 선배나 동급생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과 아쉬움에 깊은 탄식과 한숨이라도 내쉬고 계실지...아니면

  또 누가 알아요 ? 또는 그런 대학시절 좋아하던 선배오빠와 몰래 만나기라도 하

  지 않을지... ”

 “ 거 좀...자네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할수 없나 !!! ”

 듣자듣자하니 더 참을수 없는 지경이 되어 결국 소리를 버럭 지른 현우. 도균이 바로 사과를 하긴 하지만 현우의 상한 마음은 이미 주체할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도균은 그날 그러잖아도 심란한 현우의 마음을 잔뜩 흔들어놓아 버렸고, 현우는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상해버린 속내인 상태로 귀가를 하고 말았다. 물론 그날도 아내 지현을 별로 보고싶지 않아 혼자 각방을 쓰는 빈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영문을 모르는 지현 입장에선 안타까운 시간이 거듭되는 중이다.





 얼마후엔 수진이 성호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수진은 얼마전 지현에게 연락을 취했을때가 그녀의 결혼후 처음 연락을 시도한 것이기도 하지만 성호와도 지현의 결혼이 있은뒤 사실상 첫 만남이 되기도 한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 반년 넘게 연락이 없었다기 보다는 그냥 피차 자기 사는데 바빠 신경을 쓰거나 하지 못했다고 보는쪽이 정확할것이다. 여하튼 그 두사람도 실로 7개월여만에 하게된 재회. 수진은 수진대로 성호가 사뭇 걱정이라도 되는듯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 선배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 그보단 괜찮은거에요 ? ”

 “ 괜찮다니 ? 뭐가 ? ”

 수진의 질문 의도가 바로 이해가 가지 않는것인지 의아한 말투로 그와같이 물은 성호. 수진의 말이 이어진다.

 “ 지현이 말이에요. 이제 괜찮은거냐구요 선배 ? 사람이 마음을 정리하는게 그리

  쉬운일은 아닐텐데... ”

 “ 녀석...별소릴 다하는구나... ”

 사실 바로 한달전쯤 지현에게 연락을 취해 만나기도 했던 성호가 아닌가. 그리고 그제서야 대학시절 자신이 지현을 짝사랑했음을 말하며 그런 지현을 놓친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까지 했던 그. 하지만 지현은 그런 자신을 불편해하며 그런말을 할거면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달라 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까지 했다. 지현의 그 너무나 단호한 태도에 더더욱 상처를 받았던 성호이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날일은 더 입에 올리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스스로를 감추며 덤덤한척 하는 반응을 보이는 성호. 하지만 수진은 이런 성호를 만나고자 한 의도가 있는지라 슬쩍 성호를 부추기는 말을 꺼내본다.

 “ 선배 그러지 말고요... ”

 “ ??? ”

 “ 어차피 우리끼리니까 그냥 솔직히 말해 볼래요 ? 지현이...아직 좋아하고 있죠

  ? ”

 “ 갑자기...그게 무슨소리냐. ”

 성호가 적어도 여자문제에 있어서 특히 지현에 대해선 너무나 순결한 천사로 여겼기 때문에 차마 고백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늘 그저 ‘유난히 아끼는 후배’ 정도의 의미로 대해줬기 때문에 적어도 그런면에선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그 대신 또 한편으로는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을 숨기는 쪽하곤 좀 거리가 먼 그런 성격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람이 순수하고 솔직하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수진의 저와같은 물음 앞에 제대로 답은 하지 못한채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당황하며 흔들리는 성호의 눈빛을 놓치지 않는 수진. 다시금 성호의 마음을 부추겨보려한다.

 “ 선배, 그냥 솔직하게 말해봐요. 선배 아직...지현이 못 잊고 있는거 맞잖아요. 그

  래요 ? 안 그래요 ? ”

 “ 수진아... ”

 수진의 하는 말을 봐선 이건 좀 아닌듯 싶은지 살짝 나무라려는듯 정색을 하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성호. 하지만 수진은 사뭇 작심한 듯한 말투로 거침없이 자기 하고픈말을 이어간다.

 “ 선배, 정히 선배가 그렇게 지현이를 못 잊겠고...미련을 버리기 쉽지가 않거든요

  ... ”

 “ ...... ”

 “ 언제까지 그렇게 혼자만 가슴앓이하지 말고...혼자만 울지말고...차라리 적극적으

  로 나서봐요. 차라리 그게 낫지 않겠어요 ? ”

 “ 너 지금 대체 무슨말을 하는거냐 ? ”

 성호는 순간 기가막히다는듯 수진을 바라본다. 대체 지금와서 적극적으로 나서라니. 그래서 뭘 어쩌라는 말인가. 말도 안 된다는듯 성호는 수진을 나무라듯 한마디 한다.

 “ 지현인 이제 결혼한 몸이야. 남편이 있는 유부녀라고. 근데 지금와서 대체 뭘

  어쩌라는 이야기야. ”

 “ 선배 저는... ”

 “ ...... ”

 “ 솔직히 제도나 관습보다 더 중요한것은 사람의 마음이라 생각해요. 가령 예를들

  어 사랑하지 않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하는 결혼생활이라면 그게 얼마나

  불행하겠어요 ? 그렇지 않아요 선배 ? 또 사랑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고도 제대로

  고백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또 얼마나 안타깝고 딱한 일이냐구요.

  안 그래요 선배 ? ”

 기가막히다는듯 성호는 수진을 바라보고 있다. 수진 입장에서야 나름 성호가 안타까와서 꺼낸 말일수도 있고 여하튼 열여덟살이나 나이차가 나는 지현과 현우 커플이 정상적인 조화라고 보긴 어려우니 ‘그 두 사람이 과연 진심으로 사랑해서 한 결혼이겠느냐 ? 현우란 사람은 몰라도 지현이 과연 현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겠느냐 ?’ 뭐 대충 그 정도의 의미를 담아 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속사정을 모르는 제3자가 지나가다 얼핏 봤다면 그 무슨 ‘불륜 옹호론’쯤으로 비칠수도 있는 그런 위험한 발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성호는 더더욱 펄쩍뛰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자꾸 하지 말라며 손을 내젓는다.

 “ 그만해라. 그런 이야기 자꾸 하려거든 나 만나러 오지 마 !!! ”

 제법 단호하게 나름대로 어떤 사회적 정의감을 내비치며 나온 말일수도 있겠지만 수진은 성호의 마음이 적잖이 흔들리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다. 다른건 몰라도 눈치 하나는 빠른 여자라는 소리를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수십번은 들었던 그런 여자가 여기 이 이수진이란 여자이기도 하다. 그녀의 말은 계속된다.

 “ 선배 제 생각은요...선배가 정히 지현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겠다면...한번

  쯤 진정한 지현이의 행복을 위해 또다른 선택을 해볼수는 없겠냐 그 말을 하고픈

  거에요. 선배, 그럴만한 용기도 없는 사람이에요 ? ”

 “ 대체 너 지금... ? ”

 다시 발끈하는 성호. 하긴 수진의 말이 듣자하니 좀 기가막힌 소리긴 하다. 그래서 성호보고 뭐 어쩌라는 말인가. 나이많은 남편을 버리고 젊은 내 품에 안기라고 당장 지현이를 찾아가서 그렇게 말하기라도 하란 소린가. 하지만 어쩌면 성호의 진짜 속마음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러고 싶은 그런 심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의 도덕률 때문에 인내하고 있을뿐 여전히 지현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남아있는것은 분명한 남자가 여기 이 신성호란 남자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자꾸 수진과 나누는것은 불편한지 손을 내저으며 화제를 돌린다.

 “ 수진아...나 그보다는... ”

 “ 선배... ”

 “ 기왕 이렇게 너랑 만난거 너하고 좀 상의하고픈 문제가 있다. 사실 그러잖아도

  마땅히 주위에 의논할만한 상대가 없어서 고민중이었는데 잘되었다 싶기도 하고

  ...너랑 의논좀 하자. ”

 “ 무슨 말이에요 이건 또 갑자기 ? 무슨 의논을 하자는건데요 ? ”

 “ 실은 나 얼마전에 김대현 선생님을 만났어. ”

 “ 김대현 선생님을요 ? ”

 김대현 선생이란 다름아닌 성호의 체대 시절 배드민턴부 코치다. 수진도 물론 배드민턴부였기 때문에 김대현 코치를 모르진 않지만 다만 수진에겐 직속 코치는 아니었다. 다만 여하튼 김대현을 아주 모르는 수진은 아닌지라 갑자기 그 선생님 이야기가 왜 나오나 싶어 일단 의아한 마음으로 대현의 이야기를 듣는다.

 “ 실은 김대현 선생님이 지금은 배드민턴 협회 이사로 계시는데, 얼마전에 실은

  날 좀 만나자고 부르시더라. 그러면서... ”

 성호가 말한것처림 김대현은 현재 한국 배드민턴 협회 이사로 재직중이기도 하다. 그 대현이 졸업후 이런저런 실업팀을 전전하다 지금은 백수로 있는 신성호를 안타까운 마음에 부른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로하며 술 한잔을 사기도 했다.

 “ 어서 술이나 들게. 내 자네 소식은 그동안 대충 들으며 지켜보곤 있었네. 사실

  세상에 자네처럼 운없는 선수도 아마 없을거야. 아니, 자기가 소속한 실업팀이

  해체되는걸 연거푸 세 번이나 겪었으니 그만큼 운없는 일이 또 세상에 어디 있

  겠나. ”

 대현이 말한것처럼 성호는 사실 선수시절 실력도 그리 좋은편은 아니었지만 학교 졸업후의 진로가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입단한 실업팀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해체가 되었고, 그후 다른 팀으로 옮기긴 했지만 그 팀마저 다시 1년이 채 못가서 해체가 되었다. 그래서 1년 가까이 백수로 있다가 새로 배드민턴팀을 창단한다는 실업팀으로 옮기기도 했는데 그 팀마저 모체(母體)인 기업이 경영문제로 창단을 중간에 포기하는 바람에 성호는 졸업후 입단한 실업팀마다 모두 해체되는 그 일을 세 번 연거푸 겪은 비운의 사나이기도 하다. 그런 성호를 대학시절 코치인 대현이 위로차 부른것이고 그러면서 다른 제안을 했다.

 “ 실은 내가 그래서...자네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하나 맡기고 싶어 부른거야. ”

 “ 일거리를요 ? ”

 “ 실은 협회에서 국제 배드민턴 대회를 유치하려고 준비중이야. OO시측과도 손

  을 잡고 일종의 기초단체의 국제 스포츠 유치 형식으로 준비하려는 대회인데...

  여하튼 막상 그렇게 준비를 하려면 유치위원회도 결성해야하고 간단한 연락사무

  소도 두어야 할것 아닌가. 무슨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갖은 거창한 대회는 아니

  더라도 대략 한 중(中)규모 정도는 되는 국제대회이니 그만한 준비위도 필요하고

  간단한 연락사무소도 필요하고 그런거니 말이지. ”

 “ 그래서요 ? ”

 “ 연락사무소를 조만간 개설할 예정인데 그래서 성호 자네가 그 일을 좀 맡아주

  었으면 한단말이지. 국제 배드민턴대회 유치위 사무실을 좀 자네가 맡아주었으

  면 한단 말이야. ”

 “ 제가요 ? ”

 “ 자네뿐만 아니라 실제 선수경험이 있어서 배드민턴과 관련한 이런저런 전문

  성도 있으면서 행정실무도 함께 맡아할수 있는 그런 능력있는 사무원을 한 2-3

  명 둘 생각으로 있어. 그래서 자네 외에도 여선수 출신 한두명 정도를 연락사무

  소 직원으로 물색중에 있네. ”

 성호가 수진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대략 그와같은 김대현 코치(현재는 협회 이사)의 제안이었다. 그러니까 국제대회 유치위가 곧 결성될거고 사무실을 두어야하니 그 사무간사를 맡아달라는 제안 아닌가. 그러면서 사무처 여직원을 한두명 정도 더 둘 생각이니 기왕이면 선수출신이라서 배드민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그런 사람이 일을 해주었으면 하는게 김대현 이사의 생각인듯 하다. 성호는 단도직입적으로 수진에게 바로 김대현이 자신에게 해온것과 같은 제안을 한다.

 “ 수진아, 기왕 이렇게 된거 니가 좀 나랑 같이 그 일을 해봤으면 어떨까 ? 기왕

  유치위 사무처에서 일하게 된다면 나 너하고 같이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말이야.

 ”

 “ 저하고요 선배 ? ”





 성호로부터 그와같은 이야기를 들은 수진은 그 자리에서 확답은 하지 않고,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지현에게 연락을 취해 만나자고 한 뒤 그 이야기를 전했다. 다만 성호로부터 그와같은 제안을 받은 이야기는 뺀채 자신이 그런 제안을 받은양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김대현 코치님께서 그런 연락을 해오셨다구요 ? ”

 바로 대현이 성호에게 했다는 제안 배드민턴 국제대회 유치를 위한 유치위가 조만간 조직되니 그 연락사무소를 맡아달라는 이야기. 그것을 수진은 지금 마치 자신이 직접 대현에게서 그런 제안을 받은양 말하고 있는것이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 그래서 사실은말야 지현아. ”

 “ 네, 선배. ”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지금 자신한테 왜 하는것인지. 지현 입장에선 의아해지는 가운데 수진의 말이 이어진다.

 “ 니가 한번 그 일을 해보는건 어떨까 해서말야. ”

 “ 제가요 ? ”

 지현으로선 조금 뜻밖의 일인지라 눈이 좀 휘둥그래졌다. 사실 지현과 수진의 관계는 굳이 따지자면 안 좋은 사이였다기 보단 좋은 사이에 가까웠었다. 지현 입장에서 수진은 그저 이따금 좀 잔소리나 하는 그런 선배같은 모습이 대학시절 이미지였고, 그러다 성호 문제 때문에 잠시 두 사람의 사이가 미묘해졌던것 뿐. 여하튼 두 사람의 사이는 적어도 그 시절까지는 대체로 무난한 편이었다고 보는게 맞을것이다. 그걸 감안한다면 수진이 지현을 이런일에 추천하는 상황이 그렇게까지 자연스럽지 못한일은 아니다. 지현 입장에서도 마음이 끌리긴 하는지 대체로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긴 한데, 수진은 그런 지현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을 이어간다.

 “ 그리고 지현아, 지금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말야. ”

 “ ...... ”

 “ 나 너 좀 솔직히 아깝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어. 여하튼 너 그렇게 결혼 앞두고

  선수생활 갑자기 그만둔거잖아. 너 그래도 한때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국제대회까

  지 나가 입상한 경력도 있는 그런애가말야. 갑자기 그렇게...한참 그렇게 떠오르는

  기대주고 유망주였던애가 갑자기 그렇게 배드민턴 그만둔것 나 많이 아쉬웠었다.

 ”

 지현은 지금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것일까. 수진의 말에 일단 별다른 대꾸는 없는 모습. 입술을 지그시 깨물어 보이는 지현에게선 사뭇 어떤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수진은 그런 지현의 손을 잡아보며 사뭇 진정성을 담아 다시금 설득의 말을 이어간다. 이쯤되면 이런 말들이 수진의 진심인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흉계의 일환인것인지 그 조차도 혼동이 될 지경이다.

 “ 사실 요즘세상에...여자가 시집간다고 갑자기 일을 그만두는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고...게다가 운동선수도 요즘은 결혼하고나서도 30,40 될 때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람 수두룩한데 너 좀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드니. 그냥 평범한 전업주

  부로 썩히기엔 니 인생도 재능도 너무 아깝잖아. 안 그래 지현아 ? ”

 “ 선배... ”

 수진의 거듭되는 설득에 지현이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연다. 진지한 그녀의 표정엔 나름대로 어떤 결단이 서려있는 느낌마저 든다.

 “ 사실 저 배드민턴 갑자기 그렇게 그만둔건요. ”

 “ 왜 ?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속사정이라도 있었던거야 ? ”

 적어도 표면적으로 볼때는 그렇게 한참 잘 나가던 선수 성지현이 갑자기 은퇴를 한것은 결혼을 앞두고 바로 그런 이유로 그만둔 것으로 밖에 생각될수 없는 그런 모양새였다. 심지어 지현과 그런대로 가까운 편이라 할 수 있었던 성호나 수진과 같은 이들이 볼때도. 헌데 그런 자신들조차도 몰랐던 또다른 속사정이라도 있었던것일까. 문득 그에 대한 궁금함마저 일어 수진이 그와같이 물은 것인데, 지현은 주문한 음료수를 한모금 마셔 목을 축인뒤 말을 이어간다.

 “ 제가 아저씨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

 “ 사랑 ? ”

 물론 일반적으로야 남녀간에 사랑해서 결혼하는게 당연한 것이겠지만, 요즘 세상에 무슨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집안끼리의 약속으로 시집가는 그런것도 아니고, 중매로 만난 상대와 어쩔수없이 결혼하게 되는 그런 경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짜 어떤 개인적인 상처나 아픔 같은게 있어 부득이하게 나이많은 남자한테 시집가는 그런 경우도 아닌 지현과 현우는 적어도 두 사람이 진심으로 좋아해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고 결혼에까지 이른 케이스로 보는게 맞다. 헌데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입에 담자 수진이 다시금 의아해지기까지 하는데 수진은 일단 별다른 말 없이 지현의 이야기를 좀 더 경청해 보기로 한다.

 “ 어쨌든 아저씨는 나이도 많고...또 언니는 모르겠지만...아저씨와 연애하면서 아

  저씨한테 들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것이 절 감동시켰고...그래서... ”

 “ ...... ”

 “ 그래서 제가 진심으로 아저씨의 소중한 내조자가 되어주고 싶었기 때문에 포기

  한거였어요.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고요. ”

 “ 소중한...내조자라... ”

 그 의미를 지금 수진이 어찌 받아들일련지는 모르겠지만 말하는 태도로 봐서는 지금 다시 협회에서 일을 한다던가 할 그럴 생각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일단 그런 뜻은 아닌듯 지현의 말은 다시 이어진다.

 “ 하지만...배드민턴에 대한 미련이 아주 없는것은 아니니까...정 제가 협회를 위해

  도울만한 일이 있다면... ”

 “ ...... ”

 “ 제가 힘닿는 대로 도와드릴께요. 그 정도는 저도 할수 있는 일이니까요. ”

 “ 그럼...사무처 일 맡아 주겠다는 소리지 지현아 ? ”

 “ 네, 선배. ”

 지현의 승낙의 말에 수진은 진심으로 감격한듯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녀의 손을 잡아본다. 하지만 지현 몰래 그녀는 살짝 회심의 미소를 다시금 지어보인다.



- 8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