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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 팬픽 - 성지현 (4) 운동선수 팬픽




                                    부제 : 2016 신(新) 오셀로



 현우는 지현과 모텔방에 있었다. 이전에는 현우가 종종 지현의 학교를 찾아 그곳에서 둘이 데이트를 즐기곤 했으나, 그런것이 자꾸 소문이 나다보니 지현도 신경을 쓰는듯 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턴 학교보단 외부에서 데이트를 즐기곤 했고, 그러다 가끔 모텔방에서 하룻밤을 자는일도 생기곤 했다. 그날도 그래서 두 사람이 하루종일 데이트를 즐기고 모텔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것이다. 현우는 침대에 누워서 은근한 목소리로 지현을 불러본다.

 “ 지현아... ”

 “ 네, 아저씨. ”

 두 사람의 나이차이(18살 차이)도 있고하니 지현은 보통 현우를 ‘아저씨’라 부른다. 원래 두 사람의 인연은 현우가 스포츠신문 기자로 특히 탁구나 배드민턴,핸드볼 같은 비인기 종목이지만 올림픽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이나 입상이 유망한 스포츠 분야 취재를 전담하게 되면서 그 과정에서 배드민턴 신예 유망주 성지현을 추천받아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부터다. 그와같이 시작된 인연도 인연이거니와 아무래도 두 사람의 나이차이 때문에 지현은 현우에 대한 호칭이 대체로 ‘아저씨’가 익숙해진듯 하다. 여하튼 두 사람이 서로를 알게된지도 인터뷰 인연으로부터 시작된 첫 만남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느덧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젠 사실상 이런 깊숙한 관계로까지 와버린 도로 물르거나 헤어지기도 난감한 그런 사이가 되어버린 두 사람. 현우는 나름대로의 어떤 착잡한 감회가 있는지 지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약간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연다.

 “ 너 혹시...이도령과 변학도에 대해서 아니 ? ”

 “ 이도령과 변학도요 ? ”

 아무리 지현이 단순한 성정의 운동선수라 할지라도 무슨 어려운 서양고전이나 오페라,뮤지컬도 아닌 춘향전 같은 우리의 유명한 전통 고전소설을 모를까. 게다가 그 소설의 두 남자주인공인 이도령과 변학도에 대해서. 다만 지금 좀 뜬금없이 이도령과 변학도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는 현우의 의도를 모르겠어서인지 지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와같이 묻고 현우는 그런 지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아저씬 사실 이도령보다는 변학도이고 싶었던적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

  부터... ”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 ”

 지현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말투로 현우에게 그와같이 묻고 현우는 한숨을 한번 내쉰뒤 지현의 손을 살짝 잡아본다. 그리고 그녀의 귀여운 눈매에 눈을 맞춰보며 자신의 속내를 솔직히 토로해본다.

 “ 아저씬 보다시피 그다지 잘생긴 얼굴도 아니고...전체적으로 볼때 여자들의 마

  음을 끌리게 만들 그럴만한 매력이 없는 그런 사람이란걸 잘 알아. 여하튼 이 세

  상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알수 있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일테니까.

  그래서 아저씬...이도령 - 비단 이도령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소설이나 드라

  마,영화속 남자주인공이 그럴테지만 - 보다는 변학도이고 싶었어. 여자의 마음

  을 사로잡을 만한 그런 남성적인 매력이 전혀 없는 나. 그러니 어차피 이도령

  처럼 진실한 사랑을 나눌만한 그런 남자가 되긴 틀린몸이지... ”

 “ ...... ”

 “ 차라리 그런 이도령보다는 돈과 권력으로 자신이 원하는것을 취할수 있는 그

  런 변학도가 되고 싶었던게지. 어차피 이도령처럼 진실한 사랑을 나눌만한 그

  런 남자가 되지 못할바에야...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그런 매력있는 남

  자가 되기엔 너무나 부족하고 모자란 몸일바에야... ”

 지현은 지금 현우의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시선은 여전히 현우를 응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꾸가 없다. 그런 지현의 손을 꼭 잡은 현우에게선 어떤 절실함이 느껴지기까지 하는 가운데 그의 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차라리...내가 원하는것을 힘으로 얼마든지 취할수 있는 그런 돈과 권력. 그것을

  손에 쥐어보자. 힘이 있어서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것을 얼마든지 가질수 있는 그

  런...어쩌면 때로는 춘향이의 생사여탈권까지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그런 변학

  도가 되어보자. 그런 생각을 했던게지. ”

 그리고는 살짝 다시금 한숨을 내쉬는 현우. 그런 현우의 표정에는 자신의 40년 지나온 시간에 대한 나름의 회한과 비애가 담겨있는듯 하다. 지현은 그런 현우의 깊은 속내를 제대로 이해할수 있을까. 현우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실제 20대때 한 두어번 사랑에 실패한적도 있었어. 뭐 허망한 짝사랑으로만 끝

  난...남들에게 어디가서 이야기하기도 창피한 수준의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긴

  하지만...여하튼...섣불리 여자에게 다가가려 했다가 되려 상처입은 그런일도 있

  고...그래서 더더욱 결심을 굳혔지. 아무래도 내가 한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을만

  한 그런 몸은 못되나보다. 그러니 차라리... ”

 “ ...... ”

 “ 정말 내가 원하는것을 취하고플때 언제든지 취하고픈 그런 변학도처럼 살아보

  자. 돈과 권력을 일정부분 차지하고 그런 힘이 생기면 그땐 여자든 무엇이든 내

  가 갖고픈것을 언제든 취할수 있겠지. 그러니 어차피 이도령처럼 살긴 글른 몸

  이라면 - 그렇게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매력을 갖지못한 그런 남자라면

  - 차라리 변학도의 삶을 살아보자고. 그리곤 앞만보고 달려오다 어느덧 아저씨

  도 나이 40에 이르고 있구나. ”

 지현은 여전히 대꾸가 없는 가운데 현우는 여전히 그런 그녀의 손을 꼭 쥐고 있다. 숨이 좀 차기라도 하는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모텔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캔 하나를 벌컥벌컥 마시기도 하는 현우. 그리고는 다시 지현 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하지만 지금은...솔직히 지금은 말이다... ”

 A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하다 엄청난 오보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포츠 신문 기자로 좌천이 된 그런 현우이기도 하다. 정치부에서 일했을진대 나름 그런 방면에 야심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어려우리라. 하지만 그러다가 스포츠신문으로 좌천되어 버린몸. 게다가 맡은 분야도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같은 세상의 주목을 받고 대중의 인기를 끄는 그래서 매일 기사거리가 있는 그런 분야도 아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때나 사람들이 주목하는 그런 비인기 구기종목을 전담하게 된게 정현우다. 헌데 이것도 어떤 남다른 신의뜻이라도 되는것인지 그런 비인기 종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인연인 성지현. 그런 여자와 지금 이렇게 깊은 관계에까지 이른것이다. 현우는 지현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간다.

 “ 다시금...이전에 하지못한 사랑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

 “ 새로운 사랑...이요 ? ”

 지현은 아직 현우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지 다만 그가 내뱉은 말을 반복해서 따라하기만 할 뿐이다. 곱씹는다기 보단 그저 앵무새처럼 단순히 따라했다고 보는쪽이 가깝다. 그런 지현을 바라보며 현우의 말은 계속되고 있다.

 “ 이전에는 제대로 해보지 못한 진실한 사랑. 그걸 지금이라도...부족하지만 지금

  이라도 다시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 무슨말인지 알겠니 지현

  아 ? ”

 그러면서 지현을 바라보는 현우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다. 지현은 말없이 그런 현우의 품에 안긴다.





 수진은 성호에게 제안했던것처럼 한번 지현의 마음을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해보기로 했다. 지현이 사귀는 남자가 대체 어떤 남자인지는 수진으로서도 궁금한 사안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현을 마음에 두고있는것은 확실한것 같지만 그 마음을 지현이 몰라주는것 같아 늘 답답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성호선배에 대한 지현의 생각도 좀 알아보고자 마련한 계획이다.

 수진은 우선 지현에게 요즘 자신의 기량이 너무 떨어진것 같다며 자기 훈련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연락을 취했다. 이런일이야 같은 동료 운동선수끼리야 흔히 있는 일이니 특별히 이상할일은 없다. 지현과는 체육관에서 만나기로 하고 성호에겐 살짝 문자를 보냈다. 지금 지현과 함께 있으니 이쪽으로 오라고. 그리고 지현과 훈련을 한참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자며 곁의 휴게실로 지현을 데리고 갔고 성호에게도 다시 문자를 보내 그쪽으로 오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일단 성호가 휴게실 문앞까지 올때쯤까지 시간을 벌기위해 일단 사소한 잡담을 좀 나누고 있었다. 지현은 한참 운동을 하고나서 좀 지치는지 별다른 이야기보다는 그냥 침대형 의자에 누워 몸을 쉬고 있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지현을 좀 일어나 앉을것을 권한뒤 수진이 말을 건넸다.

 “ 근데 지현아. ”

 “ 네, 선배. ”

 수진과도 네 살차이가 나는 지현은 그녀에게도 역시 ‘선배’라고 부른다. 성호의 경우엔 그래도 그간 많이 친숙해진 사이여서인지 오빠와 선배의 호칭을 뒤섞어가며 부르는 지현인데 반면 수진은 상대적으로 좀 어렵게 느껴지는지 ‘선배’란 호칭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수진이 미소띤 얼굴로 지현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 나 근데 진짜 궁금해 죽겠어서 그런데 너 사귀는 남자 대체 어떤 남자인거야 ?

 ”

 지현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소문은 이미 그녀를 알만한 학생들 사이에선 이미 파다하게 퍼져있는 일이고, 따라서 지현으로서도 부인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란것쯤은 알것이다. 다만 일전에 지현보고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적도 있는 수진이라서인지 지현은 살짝 불편한 기색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든 선배의 물음이니만큼 숨기진 않고 사실대로 답해준다.

 “ 네 맞아요. 저 사귀는 사람 생긴거 맞고 실은 기자에요. ”

 “ 기자라구 ? ”

 지현이 사귀는 남자가 있다는 소문은 이미 날만큼 난 상태이지만 지현의 상대남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고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현우는 이때 자신의 담당이 여하튼 비인기 종목이라 그에관한 취재차 한국체대에 자주 들르지만 어차피 그런식으로 이 대학에 출입하는 스포츠신문사 기자는 수두룩하다. 따라서 학생들 입장에서야 그 수많은 기자중 한 사람에 불과한 A신문 계열의 스포츠신문 기자 정현우를 구체적으로 알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다. 따라서 수진으로서도 지현이 사귀는 남자의 구체적인 직업에 대해선 오늘 처음 안 것이고, 일단 궁금한 기색을 거듭 보이며 지현에게 다시금 말을 건넨다.

 “ 근데 너 그 남자 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은거니 ? ”

 “ 그냥 뭐...그냥 좋아요. ”

 지현은 수줍은듯 살짝 얼굴을 붉히며 대체로 솔직하게 그와같이 답했다. 어차피 소문까지 난 이상 굳이 숨기거나 할 이유가 없다는 나름대로의 판단인걸까. 수진은 여전히 지현이 납득이 잘 안 간다는듯 말을 건넨다.

 “ 그냥 좋다는게 아니라 구체적으로...뭐 얼굴이 잘생겼어 ? 아님...잘해준다는 뜻

  이야 ? ”

 “ 사실...그래요. 맞아요. 잘해줘요. ”

 “ 잘 해준다니 ? 구체적으로 대체 어떤 ? ”

 잘해준다는 말 자체가 너무 추상적인데다가 경우에 따라선 다른 상상이 들게 해줄수도 있는 표현이라서인지 수진으로서도 살짝 답답함을 느끼게 되기까지 한다. 거듭 대체 지현이 지금 사귀는 남자가 어디가 어떻게 좋다는것인지 캐묻고, 그러자 지현은 별다른 망설임없이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

 “ 언니...저 사실... ”

 “ ??? ”

 “ 그 아저씨랑 *스 할때가 가장 좋아요. ”

 “ 뭣...뭐라구 ? ”

 지현의 입에서 너무나 망설임이나 거리낌없이 그와같은 말이 나오자 수진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일단 지현의 하는 말로봐선 그 상대남자와 이미 그런 깊은 관계까지 갔다는것은 시인한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순간 당황한 수진은 휴게실 입구쪽을 잠시 바라보기도 했다. 아마 지금쯤은 성호가 도착해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을터인데,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다 싶어 적잖이 당황까지 되는 수진. 무엇보다 스물두살 어린 지현이 이런 표현을 에둘러 말하거나 은근한 비유법을 쓰지도 않고 그냥 직설적으로 말해도 되는것인지. 당황해서 오히려 4학년인 수진이 더 얼굴이 벌개질 지경인데, 지현은 아랑곳없이 미소띤 얼굴로 거듭 말을 이어간다.

 “ 실제로 그랬어요. 언니 저 진짜...아저씨랑 처음 *스 할때 말이에요. ”

 ‘성관계를 가졌다’던가 아니면 그조차도 사실 입에담기 민망해서 다른식으로 은근하거나 비유적 표현을 쓸수도 있을것이다. 헌데 지현은 그런식의 표현방식을 아예 모르는 것인지 별다른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채 ‘*스’란 표현을 태연자약하게 입에 담고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현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성격적 결함이라 할수 있는 부분이 이런 부분일것이다. 성격이 단순해서인지 에둘러 말하는 법을 잘 모르고 웬만하면 직설적으로 바로 표현해버리는 지현. 다른 일반적인 주제의 대화를 잘 모르는 사이거나 어색한 사이에서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혹 문제가 되는일이 발생할수도 있을터인데 하물며 지현은 그런 일상적인 생활적 주제도 아닌 성관계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너무 태연하게 ‘*스’란 표현을 입에 담고 있는것이다. 이걸 순진하다고 봐야하는것인지 솔직하다고 봐야하는것인지 아니면 되려 머리가 나쁘다고 봐야하는것인지 그 조차도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을 지경인데 지현 입장에선 나름대로 수진선배의 궁금해 하는 부분을 더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일까. 그 태연한 이야기는 계속 그녀의 입에서 직접 술술 나오고 있다.

 “ 사실 처음엔 좀 당황하기도 했어요. 아저씨가 절 안을때 ‘정말 이래도 되는걸

  까.’ 하면서 망설이기도 했고...하지만 이게 어쩌면 정말 내 운명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에... ”

 “ 지...지현아... ”

 “ 아저씨의 툭 튀어나온 *지가 제 *짓살을 파고들때 순간 어떤 짜릿한 아픔을

  느끼면서 뭐랄까...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어떤 감촉...그 미묘한 아픔. 고통스러

  우면서도 짜릿한...아저씨의 튀어오른 *지가 제 *짓살을 파고들때 제 느낌이

  그랬어요. ”

 “ 아...아니 저 지현아. ”

 밖에 이미 성호가 와 있다는것을 짐작하고 있을 수진으로선 ‘이것 진짜 큰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리없는 지현은 여전히 태연자약하게 말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이 아이 입을 막아야 하나 어째야하나. 수진은 너무 당황해서 어쩔줄을 모르고 있다. 지현의 말은 계속되고 있다.

 “ 저 그냥 이대로 아저씨한테 중독된것 같아요. 아저씰 볼때면 이제 그날 그 순

  간의 일부터 생각이 나요. 락커룸에서 아저씨랑 처음 *스 했던날 느낀 그 짜릿

  함. 그 오묘한 절정. 제 온 몸을 불타오르게 만든 아저씨의 그 힘찬 피스톤을 박

  는듯한 그 느낌. ”

 “ 지...지현아... ”

 “ 그냥 전 요즘은 아저씨가 저한테 *스 해주시는 그 순간이 가장 좋아요. 그냥

  이전에 맛보지 못한 어떤 활홀감이랄까. 그 절정을 느끼는것 같아요. 아저씨만

  보면 저 막 그 생각부터 나는거 있죠. ”

 “ 그...그만해 지현아 !!! ”

 이러다 진짜 큰일나겠다 싶어 수진이 결국 소리를 버럭 지르며 지현의 말을 제지한다. 그대로 두었다간 이 천진난만한 아이한테서 무슨말이 더 나올지 몰라 일단 입을 막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한 수진. 하지만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른 수진으로 인해 지현은 순간 당황한다.

 “ 선배...왜 그러세요 ? ”

 수진이 화내는 이유를 진짜 모르겠는듯 지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와같이 묻고 수진은 가까스로 평정심을 되찾으며 마치 후배를 가르쳐야겠다는 자상하면서도 엄격한 선배처럼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 지현아...너 좀 배워야 할것 같다. ”

 “ 배우다뇨. 뭐가요 ? ”

 “ 여자가 그런 표현 함부로 하고 다니는것 못써. 아무리 그래도...너 진짜 다른데

  가선 그런 이야기 함부로 하지마라. 자칫하다간 니가 이상한 여자로 보일수가 있

  어. ”

 “ 아니, 선배 전 그냥. ”

 애초에 수진이 지현이 지금 사귀는 남자 어떤면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기에 지현 입장에선 그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것 뿐인데 거기에 화를 내는것을 지현은 진짜 이해할 수가 없다는듯한 태도고, 수진은 진짜 이 아이 좀 제대로 가르쳐야 겠다는 사명감까지 생겨 다시금 점잖은 말로 잘 타일러보려한다.

 “ 그런건 진짜...아주 친한 사람들끼리나 은밀한데서 나누고 그러는거지. 이렇게

  이런데서 함부로 이야기하고 그러는게 아니야. 그리고 여자애가 수치심도 없이

  그런 표현을 함부로 입에 담고 그러면 어떡하니 ? 다른 여자애들은 너처럼 그런

  관계에 대해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사람 없어. 아무튼 앞으로 지현이 너 좀 조심

  해야겠다. 진짜 이건 나니까 이해해주는거지 어디 밖에 나가서 그런 이야기 함

  부로 하고 다니지마. 알겠지 ? ”

 “ 아...알았어요. 주의할께요 선배. ”

 수진이 정색을 하고 나니까 그제서야 자신이 정말로 실수한것 같다는것을 깨달은것인지 지현이 사과의 말을 건네며 조심하겠다고 하고, 수진으로선 성지현이란 아이가 정말 얼마나 천진난만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아인지를 제대로 확인한것 같아 그저 기가막힐 따름이다. 남자와의 관계를 가진 일이나 그 느낌조차도 조금의 부끄러움이나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다 말해버리는 이런 여자. 성호의 문제도 문제지만 이 아이 자신이라도 제대로 잘 타이르던가 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 지경이다. 수진은 한숨을 내쉰뒤 지현은 외면한 상태에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성호가 휴게실 문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수진도 지금 순간 깜빡 잊어버리고 있다.





 잠시 혼자 감정이라도 추스를겸 허공을 바라보며 별다른 말이 없던 수진은 그러다 정신이 번쩍났다. 바로 문앞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을 성호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현이 그 사실을 알면 안 되겠기에 지현보고는 휴게실 정돈좀 해놓고 나오라고 일을 시킨뒤 바로 밖으로 나가보았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당연히 휴게실 앞에 와 있을줄 알았던 성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성호가 휴게실로 오지 않았던것인가. 그렇다면 되려 다행이긴 하지만, 수진으로선 어찌된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어 의아해하면서도 혹시나 몰라 불안한 마음도 채 놓지 못하고 있었다. 헌데 복도 저쪽에서 다른 학생 두어명이 자기네들끼리 노닥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그중 한명은 자신과도 면식이 있는 학생이라서 수진이 다가가 물어보았다.

 “ 얘들아, 너희 혹시 신성호 선배 보지 못했니 ? ”

 “ 배드민턴부의 신성호 선배요 ? ”

 수진과 면식이 있는 학생도 있긴 했지만, 또 다른 학생은 아예 성호를 아는지 그와같이 물었고, 그리고는 부연설명을 덧붙여주었다.

 “ 조금전 저쪽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는거 봤는데 저희가... ”

 “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다고 ? 성호선배가 ? ”

 휴게실로 오랬더니 뜬금없이 이게무슨. 순간 어리둥절해하다 수진은 불길한 생각이 잠깐 스쳐지나가 바로 성호가 올라갔다는 계단쪽으로 뛰어올라가 보았다. 방금전 수진이 성호를 보지 못했냐고 물어보았던 그 학생들이 화들짝 놀랄정도로 빠른 발걸음이었다. 단숨에 옥상까지 올라가본 수진. 아니나 다를까. 저쪽에 난간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뒷모습만으로도 바로 성호임을 알수 있었다. 화급히 그를 불렀다.

 “ 선배...지금 뭐하는거에요 ? ”

 혹시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어 다급하게 그를 부르며 달려갔고, 성호는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뭔가 눈가에 힘이 잔뜩 빠지고 핏기잃은 모습이었다.

 “ 선배...선배... ”

 “ 수진아... ”

 자신을 부르는 수진을 바라보며 입을 여는 성호. 헌데 아마 진짜 자살할 의도는 없었던것인지 수진의 잡아당김에 별다른 저항없이 그대로 끌려오고 있었다. 수진은 십년감수한 사람처럼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 선배 대체...대체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에요 ? ”

 하지만 별다른 대꾸가 없는 성호의 안색을 살펴보니 뭔가 넋을 잃은듯한 그런 사람 같았다. 정신이 지금 있는것인가 싶어 수진은 성호의 눈앞에서 손을 저어보기도 하고 정신을 차리라고 말을 건네보기도 했다. 헌데 한참을 말이없던 성호가 얼마만에 천천히 울먹거리며 입을 열었다.

 “ 수진아... ”

 “ 선배, 괜찮은거에요 지금 ? ”

 아무래도 성호의 지금 상태가 걱정이 되어 수진이 그와같이 물었고, 성호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것만 같은 표정으로 다시 수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건넨다.

 “ 지현이...도대체 어떤 아이니 ? ”

 “ 선배... ”

 “ 말해줘 지현아 !!! ”

 뭔가 답답한 그 무엇이 가득한 목소리로 성호는 수진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태도로 봐선 휴게실까지 와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것만은 100퍼센트 분명해보였다. 그런 성호는 수진으로부터 뭔가 확인이라도 받고 싶은것이 있는양 애원조로 말하고 있었다.

 “ 말해 수진아. 넌 혹시 알거아냐. 내가 모르는 지현이에 대해서...대체 지현인 어

  떤아인거야 ? 지금까지 내가알던 지현이가 진짜 그 성지현이 맞냐구 ? 니가 아

  는대로 다 말해. 도대체 지현이 그 아이는 어떤 아이니 !!! ”

 “ 선배... ”

 수진은 일단 성호를 달래서 학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인근 식당에서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지난번 함께 술을 마셨던 그 식당이기도 하다. 식사보다는 사실상 술을 마시는게 주목적인듯 소주 두어병을 시키고 식사는 간단한 것으로 시키고 잔을 채운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 수진아... ”

 “ 말해봐요 선배. ”

 어차피 이렇게 된것. 자신이라도 성호의 답답한 속내를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수진이 차분하게 말을 건넸다. 성호는 그런 수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난 정말 지현일 순결한 천사로만 생각했었어. 나 정말...수진이 너 모를거다. 내

  가 지금것 지현이를 대하는데 얼마나 조심스러워했는지. 그 아무것도 모르는 정

  말 마냥 순진하고 천진난만해 보이는 아이. 혹시 내가 섣불리 다가가서 가벼운

  생채기라도 나지 않을까 싶은 조바심에, 혹여 잘못 건드려 지현이가 상처입지 않

  을까. 그 두려움에. 정말 지현인 내게 너무나 소중하고 그래서 함부로 건드려서

  는 안 되는 그런 아이였어. 정말 잘못 건드리면 깨질지도 모르는 그런 소중한 유

  리병이나 유리그릇이라도 다루듯...늘 그렇게 조심스럽게...소중하게 그렇게 다뤄

  왔던...그런 아이가 지현인데... ”

 “ 선배... ”

 “ 하지만 지현인 그런 내 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늘 그냥 날 대학선배 그

  이상의 의미로 대하진 않았지. 그건 뭐 솔직히...나도 지현이가 행여 상처입을까

  봐 함부로 대하지 않고 더더욱 소중하게 조심스레 다루었기 때문에...지현이가

  내 마음을 알지 못한건...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 ”

 식사보다는 어느새 소주를 두어잔 벌컥벌컥 냉수처럼 들이킨 성호인지라 이미 술기운이 확 올라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성호가 원래 술이 이렇게 센 사람이었나 수진은 순간 좀 의구심이 들 지경이기도 하고. 성호는 그런 수진을 바라보며 말을 계속 이어간다.

 “ 그런데...그 착하고...정말 세상물정 모르는듯 천진난만해 보이던 그 아이가...대

  체 뭘 어쨌다고 ? 지현이 그 아이가 대체... ”

 정말 성호가 지현과 수진이 나누는 대화를 다 들었다면 그때의 성호 심정은 어땠을까.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가 그것도 그녀가 정말 순결한 천사일것이라고 막연한 환상을 갖고있던 그 사람이, 그것도 그 여자가 사귀는 남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그리고 그때의 느낌을 너무나 태연자약하게 주절주절 늘어놓는것을 모두 다 들었을것이다. 한 남자로서 과연 그럴땐 어떤 느낌이 들까.

 “ 그 모멸감...그 참담함은 진짜 말로 다 설명못해. 이 세상 어떤 남자도...아마 나

  처럼 참담하고 치욕스러운 일을 겪어보진 못했을거다. 세상에 실연당한 남자도

  많고 버림받은 남자도 많을거야. 사랑에 실패한 남자도 많이 있겠지. 하지만 나

  같은...나같은 참담함을 겪어본 남자는... ”

 뿐인가. 이미 성호는 그보다 앞서 지현이 웬 남자와 락커룸에서 성관계를 갖는 모습까지 직접 목도하지 않았던가. 그나마 불행중 다행으로 성관계 모습을 직접 본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신음소리 그리고 관계를 갖는 남자의 밑에서 다리가 흔들리는 모습. 거기까진 성호가 분명히 보았다. 성관계를 마친후 절정의 오르가즘까지 올랐던 그 쾌감의 신음소리다. 그리고 그 절정의 신음소리를 토해낸게 바로 성지현이라는것도 자신의 두 눈으로 분명히 목격한 그 신성호다. 헌데 그때 느꼈던 충격에 더해 오늘 지현이 자신이 사귀는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을때의 그 느낌을 수진앞에서 너무나 태연하게 읊어대는 모습은 성호를 그야말로 마지막 그녀에게 가졌던 한가닥 기대와 희망마저도 깨져버리게 만드는 그야말로 형언할수 없는 참담함과 비침함 그리고 모멸감을 갖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이런 참담한 경험을 한 남자를 대체 무슨말로 위로해줄수 있을지 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수진조차도 답답하고 이런 성호를 바라보자니 그저 그가 안타깝기 그지없이 느껴질뿐이다.

 “ 선배... ”

 이미 술을 여러잔 기울여 취할만큼 취한 성호. 설상가상 밖에 비도 내리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날씨만 좀 흐릿할뿐 간간히 해도 좀 나는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비온다는 일기예보도 없었는데 식당에서 나오려 할때쯤엔 한바탕 거센 장대비가 쏟아지는 중이었다. 이 쏟아지는 장대비가 그야말로 성호의 참담한 심경을 대변해주는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성호의 마음속엔 그야말로 사나이의 참담한 눈물과 통곡소리가 울려퍼지며 쏟아지고 있을것 아닌가. 그 성호를 간신히 부축해 식당을 나와서는 수진이 직접 택시를 잡은뒤 성호를 태우고 그리고도 걱정이 되어 자신도 같이 택시를 타서는 성호를 직접 집에까지 데려다 주었다.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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