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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다비치 강민경 (9.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6(브아걸,미쓰에이)



                            

 그 사이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었다. 해리는 민경의 문제를 어찌 처리를 해야할지 나름 그간 한 열흘 가까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고, 그러다 나름대로 어떤 해법을 찾았음일까. 해리의 엄명대로 방안에서 두문불출하던 민경을 불러냈다. 해리의 말대로 민경은 화장실 갈때만 방에서 나오고 밥은 해리가 간단하게 넣어주는 것으로 요기만 하며 지금껏 지내왔다. 그래서인지 많이 초췌해 있기까지 한 민경의 모습. 하지만 지금 해리가 부른 1층 거실 테이블 위엔 따끈한 유자차 한잔이 놓여있기도 하다. 미운X 떡하나 더주는 심산인걸까. 제법 예쁜 찻잔에 정성스레 준비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민경에 대한 심사만은 좋을 리가 없는 해리. 마시라고 권하는 해리의 말에 민경은 그녀의 눈치를 보며 가까스로 마시고, 해리는 그런 민경을 살짝 쏘아보다 한참만에 입을 연다.

 “ 너... ”

 그렇게 운을 떼운 해리. 민경은 한모금 든 찻잔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해리가 무슨말을 할지 사뭇 긴장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해리의 말이 짤막하게 한토막 나온다.

 “ 벌 받아. ”

 밑도 끝도 없이 나온 해리의 한마디. 민경의 한짓이 잘한짓은 분명 아니니 해리가 상을 내릴리야 없겠지만 대체 무슨 벌을 어찌 받으라는 것인지. 민경으로선 여전히 해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고 긴장된 기색이 역력하고 그런 민경을 바라보며 그래도 마음만은 많이 진정이 되어있음인지 차분한 어조로 해리는 말을 이어간다.

 “ 널 어떻게 하면 제대로 골탕먹일수 있을지...널 어떻게 하면 제대로 벌을 줄수

  있을지 나도 지난 열흘간 참 고민을 많이했어. 솔직히 처음엔 진짜 나 너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차마 그렇게까지 못 할바에얀 널 그냥 이 집에서

  내쫒아버리자...그리고 영원히 보지말자 그런 생각까지 했는데... ”

 그러다 다시금 한숨을 내쉬는 해리. 나름 여러 가지 착잡한 감회와 회한에 찬 얼굴이다. 감정을 좀 가라앉히려는듯 다시금 숨을 고르고 해리의 말은 이어진다.

 “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면...또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까. 가령 아침

  드라마 같은데 나오는 여주인공마냥 어디 형부와 비슷한 업종의 기업에 취직해

  서 너랑 부적절한 관계였던 형부까지 모두 철저하게 파멸에 이르게 하는 그런

  방법을 택해볼까. 그 생각도 해봤는데...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건 내 능력 밖

  의 일이더라. 그건 진짜 드라마 여주인공이니까 가능한 일이고. ”

 그렇다면 대체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민경의 입장에서 들으면 죽이는 것이든 내쫒는 것이든 파멸에 이르게 하는것이든 모두 잔인한 일인것만은 분명하다. 해리가 정말 자신을 그렇게까지 하고픈 심정인것을 확실히 확인한 셈이니 민경은 가슴이 다 아파올 지경이다. 그래도 어쨌든 자신을 친동생처럼 아껴주었던 해리였고, 그런 해리를 민경도 좋아했는데 두 사람의 관계가 결국 이렇게 파국으로 마무리 된다는 생각을 하니 참담하기까지 하다. 그런 민경의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해리는 자기 생각을 이어서 계속 이야기한다.

 “ 그래서...생각해보니 그런건 내 능력상 이루기 힘든일이고...또 솔직히 그걸 실행

  에 옮긴다고 해서 드라마 주인공처럼 시나리오대로 다 된다는 보장이 있는것도

  아니니... ”

 “ 그럼 뭐 어쩌겠다는건데 ? ”

 해리가 무슨 말을 해도 그저 죽을죄를 지은 죄인으로 말문을 닫고 있어야할 민경이건만 해리가 자꾸 뜸을 들이니 답답한 생각이 들었음일까. 사뭇 어떤 원망의 감정까지 담아 민경이 그와같이 묻고, 해리는 조금은 감정이 풀어진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하지만 뭔가 단단히 작심한 말투로 입을 연다. 괜시리 긴장이라도 되는것일까. 그녀의 입술과 눈자위가 파르르 떨리기까지 한다. 사뭇 어떤 대단한 결단이라도 내린듯한 그녀의 표정. 이윽고 해리의 입이 열린다.

 “ 너...우리 애들 맡어. ”

 “ 뭐 ? ”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린가. 애들을 맡으라니. 민경으로선 해리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여전히 의아하기만 한 가운데 해리의 설명은 다시금 이어진다.

 “ 듣자하니 남의 애들 거두어 키우는게 그게 진짜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

  그러니...니가 우리 애들 맡아 키우란말야. 나와 형부 애들 지금부터 니가 맡아

  키우라고. ”

 “ 어...언니... ”

 “ 그래도 우리 애들이 지금껏 너 이모라 부르면서 비교적 잘 따른 셈이니 아이들

  과의 사이에 그렇게 큰 문제까지 생길일은 없을것 같고. ”

 하지만 세명이나 되는 해리의 딸을 자신보고 맡아 키우라는것 자체가 민경으로선 엄청 부담이 가는 일일것이다. 게다가 민경은 지금 자신의 아이도 임신중인 상태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어찌해야하나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아 입이 제대로 열리지 않고있는 민경. 해리는 그런 민경을 바라보며 말을 계속 이어간다.

 “ 여하튼 너도 가사일 하는건 제법 취미가 있는거잖아. 그건 나도 인정하니까...여

  하튼 우리 애들 셋 니가 맡아 키우란말야. 어차피 나도 형부랑 이혼하기로 결심

  한 마당이니 그게 생각해보니 가장 간단한 해법일것 같더라. 공연히 양육권 갖고

  지저분하게 또 그 사람이랑 싸우느니... ”

 자신의 남편을 ‘그 사람’이라 부르며 그와같이 말하고 있는 해리. 하지만 민경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부담이 가는 일이라서일까.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죽인다느니 어쩌느니 그런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차라리 차악인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것 같은 모습도 보인다. 해리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분명히 말하지만 너 이뻐서 우리애들 맡기는건 아냐. 너 믿고 신뢰하기 때문에

  맡기는건 더더욱 아니고. ”

 풀죽은 표정으로 별다른 대꾸가 없는 민경. 해리의 말은 계속되고 있다.

 “ 이게 내 나름대로의 복수야. 니 배 아파 낳은 아이도 아닌 전처소생 딸 셋을 거

  두어 키우는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한번 절절히 느껴봐. 내 말 무슨말인지

  알겠어 ? ”

 “ 어...언니... ”

 막상 해리의 그와같은 말을 듣고보니 진짜 보통일이 아니라는걸 깨닫게 되어서일까. 불안한 눈빛으로 민경은 해리를 불러보고 있고, 해리는 그런 민경을 쏘아보며 묻는다.

 “ 왜 ? 싫어 ? ”

 “ 아...아니...그런건 아니지만... ”

 죽여버리고 싶었던게 해리의 처음 마음이었는데 그래도 이쯤되면 많이 누그러진 차차선 정도의 조치다. 그런데 어찌 민경에게서 싫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사치스런 말이 나올수가 있을까. 하지만 여하튼 해리의 딸 셋을 자신이 떠안는다는것은 분명 부담가는 일이기에 여전히 쉬이 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민경. 해리는 그런 민경을 바라보며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대신...내가 페어플레인 할게. ”

 “ ??? ”

 “ 무슨 치사하게...우리 애들보고 너 골탕먹이라느니 괴롭히라느니 그런 소린 안

  하고 떠날게. 난 니 형부랑 성격차이로 이혼하고 떠나는거야. 무슨말인지 알았

  어 ? 그러니 애들한테도 그렇게 알게하고 키워. 알겠지 ? ”

 여전히 쉬이 무슨 대꾸를 못하고 있는 민경. 해리는 아직 할말이 남아있음인지 조금 더 호흡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본다.

 “ 그리고 또 한가지. 여하튼 우리 애들 친자식 못지않게 잘 키워야해. 알겠어 ?

  니 그 뱃속에 있는 애보다 우리애들한테 더 끔찍이 잘해주고 신경써야 한단말

  야. 그래야 니가 지은 죄에 대한 댓가를 받는게 되지. 그래, 안 그래 ? ”

 “ 그...그거야 뭐... ”

 듣고보니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는 말이라서일까. 자기 애보다 전처애를 더 성실하고 열심히 잘 키워야 민경이 자신이 지은죄를 해리한테 속죄하는 길이 된다는것. 민경은 나지막하게 수긍하는 대답을 겨우 한다. 그리고 민경은 그녀 나름대로 해리의 앞날이 걱정되기라도 하는지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을 건넨다.

 “ 언니는...그럼 이제 어떻게 할건데 ? ”

 “ 떠나야지 뭐 어쩌겠냐 ? 떠나서 자립해서 혼자 살아야지. ”

 “ 괜찮겠어 언니 ? ”

 그래도 옛정이 남아있기에 진심으로 걱정되어 묻는 민경. 하지만 그런 태도가 더 얄밉게 느껴져서인지 해리는 한마디 톡 쏜다.

 “ 니가 지금 내 걱정 할 처지야 !!! ”

 “ 아...아니 난 그냥... ”

 “ 걱정마. 난 내 한몸 의탁할 친구도 많고...지금 다시 새로운 일 시작하려면 할

  수 있는일도 없는건 아냐. 난 그래도 결혼하기 전에 그런대로 괜찮은 직장에서

  한 몇 년 직장생활도 해봤고 지금도 연락하고 사는 친구도 많아. 그러니 니가 그

  런것까지 걱정하진 않아도 돼. ”

 하긴 실제로 해리는 학창시절 왕따를 당해 친구도 없었고 학교를 졸업한뒤엔 청주에서 유흥업소를 전전해왔던 민경과는 달리 학창시절 교유관계도 원활했고 아버지 추천으로 일하게 된 서울의 대기업에서 한 몇 년 직장생활도 했다. 그러니 자립할 능력이라면 해리가 민경과는 비교도 안 되게 높은 편이라고 보는게 맞다. 그러니 이런 해리가 (나름 민경에 대한 복수심으로) 아이들을 민경에게 맡기고 떠나는것을 그녀가 걱정할 처지는 아니다. 해리는 자신이 아이들을 민경에게 맡기는것이 자기 나름대로 정태와 내연관계까지 된 그녀에게 복수하는 방식임을 다시한번 강조하듯 밝히고 그쯤에서 대화를 마무리하고 민경을 들여보낸다.



 며칠후, 해리는 결국 짐을 싸들고 집을 떠나기로 했다. 정태와는 이미 이혼수속을 마친 상태다. 양육권이나 기타 위자료 같은 문제로 법정소송을 할 일도 없이 마무리 된 이혼이라 법원에 서류접수 한 장만으로 싱겁게 마무리된 이혼이다. 그리고 짐을 싸들고 집을 나서는 날. 해리는 마지막으로 아이들 얼굴이나 한번 더 보려는 생각으로 자신의 딸 셋을 모두 불러세웠다. 엄마가 짐을 싸들고 옷까지 다 챙겨 입은 모습에 아이들도 뭔가 심상찮음을 이미 느끼고 있다. 해가 바뀌었으니 어느새 아이들도 한 살씩 더 먹어 첫째 현희는 11살, 둘째 정희가 8살, 그리고 막내 경희는 6살이다. 그러고보면 둘째 정희는 올해 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막내 경희는 아직 미취학 아동인 상태다. 이제 막상 이렇게 떠나면 이 아이들을 또 언제보나 하는 생각에 해리도 가슴 한켠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첫째 현희가 궁금한듯 해리에게 묻는다.

 “ 엄마, 왜 그래 ? 어디 가 ? ”

 “ 응...그게 말이다. ”

 적어도 이혼 사실만큼은 아이들에게 정확히 밝히려 하는 해리. 그래야만 온전히 상황정리가 될것 같아서 이러는 것이다. 현희는 물론 정희,경희도 번갈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말한다.

 “ 이제, 엄마 너희랑 안 살어. 왜냐하면 아빠랑 헤어지기로 했거든. ”

 “ 어 ? 왜에...왜 아빠랑 이혼해 ? ”

 어느덧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인 둘째 정희도 ‘이혼’이란 말을 어디서 주워들은게 있는지 놀란 눈매로 그와같이 묻고 해리는 다시금 아이들을 한번씩 감싸안아보며 이와같은 사실을 다시금 아이들에게 상기시키려 한다. 적어도 자신이 아이들 아빠인 정태와 헤어졌다는것만은 분명히 알려주기 위해.

 “ 실은 그게...엄마가 사실...이젠 아빠가 싫어졌어. 그래서 떠나는거야. 그런걸 어

  른들 말로는 성격차이로 이혼한다고 하는거거든. 어쨌든 그러니까 이제 엄마는

  아빠가 싫어져서 떠나는거니까 그렇게 알아. ”

 “ 싫어, 싫어...엄마 그러지 마. 떠나지말고 그냥 우리랑 살어. ”

 아이들이야 당연히 저희들 엄마한테 들러붙으려 하지만 해리는 정떼기라도 하듯 사뭇 매정하게 그런 아이들을 밀쳐내기까지 한다. 전에 없던 그런 엄마의 행동에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리기까지 하고 보다못한 민경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을 달래주려하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해리는 사뭇 냉정해진 말투로 바뀌어 아이들에게 다시금 설명해준다.

 “ 걱정마. 엄마가 없더라도...이제부터 여기 민경이 이모가 너희들 잘 돌봐주실거야

  . 그러니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

 “ 이모가 ? ”

 지금껏 민경을 ‘이모’라 불러왔던 아이들. 해리와 민경이 지금껏 한 집에서 언니-동생 하며 지내오는것을 봤으니 특히 아직 어린 정희나 경희는 민경이 엄마의 진짜 친동생으로 자신들에게 이모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하튼 민경과 해리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아직 이 상황이 제대로 적응이 안 되는 모습들이다.

 “ 걱정마. 민경이 이모 좋은분이시니까 너희들 아무런 걱정 안 해도 돼. 이모 지

  금까지 너희들 잘 돌봐주셨으니까. 너희들 밥도 해주시고 빨래도 청소도 해주고

  잘 돌봐주셨잖아. 알고있지 ? ”

 엄마의 거듭되는 말에 ‘민경 이모’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저희들끼리도 서로 번갈아 바라보며 아직도 이 상황이 잘 파악이 안 되는 눈빛들이다. 해리가 그런 아이들에게 설명을 더 덧붙여준다.

 “ 앞으로도 민경이 이모가 너희들 잘 돌봐주실테니까 너희들은 엄마 없다고 아무

  걱정 안 해도 돼. 비록 엄마는 아빠가 싫어져서 성격차이로 헤어지는거지만...민

  경이 이모는 앞으로도 너희들에게 잘 해주실거야. 그렇지 민경아 ? ”

 그러면서 입가에 미소까지 지으며 해리는 민경의 등을 사뭇 툭툭 쳐보기까지 한다. 그 표정은 마치 민경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듯한 그런 의미가 담겨있는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그게 지금 어디 해리의 진짜 속마음이랴. 민경을 죽여버리고 싶다고까지 하던 해리가 아닌가. 그걸 생각해보면 그런 자신의 속마음을 꼭꼭 숨기며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이는 해리가 무섭고 살벌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민경으로 하여금 되려 소름까지 끼치게 만드는 해리의 미소띤 얼굴. 그녀가 거듭 민경을 툭툭 치며 ‘우리 애들 잘 돌봐줄거지 ?’ 하며 미소띤 얼굴로 묻자 민경은 얼떨결에 그대로 대답하고 만다.

 “ 응...으응...당연하지. 내가 언니애들을 아무렴 구박하겠어. 정말 친자식처럼 잘

  돌봐줄테니 언닌 아무 걱정 안 해도 돼. ”

 잔뜩이나 불안한 얼굴로 답하는 민경의 모습은 해리의 미소띤 얼굴과 사뭇 대조적이기까지 하다. 어찌보면 그렇게 표정에서 자기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보이는 민경이 오히려 솔직하고, 자신의 심사를 꽁꽁 숨긴채 아이들 앞에선 마치 아무일 없다는듯 태연자약한 표정을 짓는 해리가 더 섬뜩하다고 봐야하는것일까. 해리는 한술 더떠 민경을 한번 안아보기까지 하며 사뭇 이전같은 다정한 친자매나 다름없는 모습을 연출해 보이기까지 한다.

 “ 그래, 그럼 난 민경이 너만 믿고 떠난다. 우리 민경인 정말 우리 현희,정희,경희

  친딸이나 다름없이 잘 돌봐줄 그런 착한 이모니까. 아니, 이제 이모가 아니라 너

  희들 민경 이모를 엄마처럼 여기고 살아야 해. 무슨말인지 알겠지 ? ”

 아이들한테 거듭 그렇게 강조하는 해리. 불과 얼마전 이게 바로 자신만의 복수하는 방식이라고 말한것을 기억하고 있는 민경으로선 이런 해리가 더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지금 이 자리에서 괜한 서툰짓을 했다가는 해리가 진짜 자신을 어떻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경은 차마 무슨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해리의 당부대로 하겠다며 ‘응,응’ 하는 대답만 반복하며 해리는 그런 민경에게 ‘아이들을 그럼 친딸이라 생각하고 안아보렴’ 하는 주문까지 한다. 민경은 그 말에 해리의 세 딸을 꼭 안아보기까지 한다.

 상황연출을 대충 그 정도까지 한 해리는 이윽고 짐을 싸들고 집을 나선다. 막상 엄마가 진짜로 그렇게 현관을 나서니 아이들은 다시 동요하는 눈빛을 보이고, 민경이 일단 그런 아이들을 진정시키려 하며 달래보려 한다. 그러는 사이 이미 현관을 나서 정문까지 가고있는 해리. 민경은 그제서야 이대로 그녀를 보낼수는 없다는듯 그 뒤를 따라나선다. 다급한 마음에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덧 집을 나선 해리를 쏜살같이 달려가서 따라잡은 민경. 그녀를 뒤에서 와락 안으며 울음을 터트린다.

 “ 언니... ”

 “ 놔 !!! 이거. ”

 하지만 조금전까지 미소띤 얼굴은 이미 간곳없고 매몰차게 민경을 내치는 해리.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 내가 분명히 이야기했지. 이건 내 나름대로 너한테 내리는 벌이라고. 내 나름대

  로 너한테 하는 복수라고. ”

 “ 아...알고있어 언니. 하지만... ”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해리를 보내는것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라도 드는것인지 다시금 간곡하게 해리를 만류해 보려는 민경. 하지만 해리의 태도는 단호하기만 하다.

 “ 너...서툰짓 할 생각 하지마. ”

 “ 어...언니... ”

 “ 내가 말한대로 하란말이야. 이제부터 우리 현희,정희,경희 니 친딸처럼 잘 돌보

  란 소리야. 니 뱃속에 있는 그 애 이상으로 더 헌신적으로 돌보란말야. 내 말 무

  슨말인지 그래도 모르겠어 ? ”

 “ 어...언니... ”

 해리는 민경에게선 등을 돌린채로 그녀를 쳐다보기조차 싫은듯 그와같이 말하고 있는중이다. 정말이지 이렇게 냉정하게 돌아서버린 해리를 생각하면 민경은 가슴이 쥐여 짜이는듯 아프기까지 하다. 그리고 돌이킬수 없는 실수를 해버린 자신이 원망스러워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해리의 민경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단호하고 차갑기만 하다.

 “ 속죄하는 마음으로 내 아이들 돌봐야 해. 무슨말인지 알겠어 ? 만의 하나 우리

  애들 구박하거나 소홀히 대한다는 소리 들려오는 날엔 그땐 진짜 천벌받게 될거

  야. 무슨말인지 알겠지 ? ”

 천벌받는다는 말에 진짜 덜컥 겁이라도 나는지 민경은 다시금 해리에게 언니가 말한대로 하겠다고 한다. 해리의 딸 셋을 자신(민경)의 친자식 이상으로 잘 돌보라는 해리의 말.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해리에게 속죄하는 길이라는 그녀의 말에 민경은 다시금 막막해져오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막상 그 점을 생각하니 아직 이제 임신 3개월 정도까지 밖에 안 된 자기 뱃속의 아이의 앞날까지 걱정되어올 지경이다. 아직 민경은 자신의 뱃속의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조차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그 아이보다 해리의 딸 셋을 더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것으로 속죄하라는게 해리의 당부 아닌가. 그럼 자기 아이는 앞으로 대체 어찌하라는 말인가. 그걸 생각하면 다시금 눈이 캄캄해오는 민경. 해리는 여전히 민경을 돌아보지도 않은 상태로 있고, 더 이상 이러고 있는게 시간낭비란 생각이라도 드는지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 하지만 민경은 안타까운 어조로 간곡하게 다시 그런 해리를 불러본다.

 “ 언니... ”

 그 부름에 무슨 이유인지 멈칫하는 해리. 하지만 여전히 등을 돌린 상태로 그냥 허공만 한번 바라보는 그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연다.

 “ 생각해보면... ”

 “ ...... ”

 “ 너하고 나 사이도 참 복잡한 인연이었던것 같다. ”

 처음 고향마을에서 첩의딸이라고 사생아라고 초등학교 동창 아이들로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던 그런 민경을 구해주고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 아닌가. 아무리 그런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라도 구박하거나 따돌리면 못 쓴다고 심지어 집안 어른들까지 민경이란 아이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그렇게 주의를 주었는데도 한사코 그녀를 싸고돌았던 해리. 그리고 급기야 성인이 되어서는 혼자 된 민경의 처지를 뒤늦게 알고 서울로 불러서는 한 집에 살게 한 그녀. 헌데 그 두 사람의 인연이 이렇게 파국으로 마무리 되는것이다. 해리도 분명 이렇게 끝나버리는 두 사람의 인연에 마음은 편치 못할것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인연은 악연이라 봐야할지 남다르거나 복잡한 인연이라 봐야할지, 어떤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는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해리는 그것이 그녀 나름대로의 복수의 방식이라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자기 아이들을 친딸처럼 돌보라는 명령이나 다름없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것이다. 해리의 이와같은 자신만의 복수이자 민경에게 내리는 형벌. 과연 적절한 것일지 아직은 두 사람도 제대로 판단은 서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 잘있어 강민경. ”

 “ 언니... ”

 “ 어쨌든 너와나의 인연은 마무리 되는것 같다. 내가 널 다시 볼일은 없겠지. 아니

  없는게 아니라 다시 보고 싶지가 않아. 하지만 그대신... ”

 “ ...... ”

 “ 대신 우리 아이들 잘 부탁해. 현희,정희,경희를 친자식 못지않게 훌륭하게 잘 키

  우는게 니가 나한테 속죄할수 있는 길이니까. 우리 딸애들 다 친자식 못지않게

  훌륭하게 키워 대학까지 보내고 좋은데 시집까지 보냈을때쯤 그때 니가 죄사함

  받을수 있을거야. 내 말 무슨말인지 명심해. 알았지 !!! ”

 “ 알았어 언니...알았어... ”

 등을 돌린채 서있는 해리가 자신의 얼굴을 볼수는 없을테니 제법 목소리를 드높여 그와같이 답하고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해리가 그런 민경의 모습을 볼수는 없고, 어느새 해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그 속도를 높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저만치 가버리는 해리를 보며 민경은 가슴이 쥐여짜이는 아픔을 느끼며 현기증같은 어지러움을 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바탕 대성통곡을 해댄다

.


 민경은 망연자실하게 자기방에 누워 있었다. 따지고보면 정태로 인해 해리와 자신의 관계가 이렇게 돌이킬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것이니, 해리가 떠났다고 해서 민경이 바로 정태와의 관계를 진전시키거나 할 수 있는 그런 정신상태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정태는 민경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 왔으나, 그때마다 민경은 해리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아니면 본래 우유부단한 성정 탓인지 쉽게 정태의 마음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설이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남의 부탁을 그렇게까지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 할 정도로 민경의 성질이 모질지 못했던 탓일까. 성관계까지 원하는 정태의 바람을 그만 몇 번 받아들이고 만것이 사태를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던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애초에 정태의 그와같은 제안을 단호히 뿌리치지 못한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할 지경인데, 하물며 지금 해리가 떠난 마당에 ‘잘 되었어요. 형부, 이제 우리 같이 살아요.’ 그러면서 그의 품에 덮석 안길수도 없는 마음상태다. 민경의 성정이 근본적으로 그렇게까지 뻔뻔스럽지 못한데다가 언니 해리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라도 차마 그렇게까진 못하고 있는것이다. 더욱이 정태로 인해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점을 생각한다면 그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까지 생길 지경인데 어찌 지금 민경이 덮석 정태의 품에 안길수가 있을까. 따라서 해리가 떠난 이후에도 민경은 그냥 자기 방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있었다. 다만 여하튼 해리도 떠난 마당이니 집안에서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는 그 정도만 달라진 정도다. 애초에 민경보고 당분간 방에서 자기 허락없이는 화장실 가는것 제외하곤 함부로 나오지 말라고까지 했던 그런 해리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이야 어차피 해리도 떠난 마당이니 그런 구속이나 제약이 있을수는 없었다. 다만 민경 스스로의 자격지심과 자책감 때문에 이렇게 방에서 망연자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것이 거듭되고 있는것이다.

 “ 저기... ”

 그런 민경의 방문을 하루는 정태가 노크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어색하게 헛기침을 두어번 하는 정태. 무엇보다 지금 민경에 대한 호칭을 뭐라고 해야할지부터가 헷갈릴 지경이었다. 일단 해리와는 이혼한 상태인데다가 애초부터 두 사람이 무슨 혈연관계로 이어진 친자매도 아닐진대 지금 그녀를 ‘처제’라고 부르는것은 우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일단 정태는 조심스럽게 애초에 자기가 지어주었던 애칭으로 그녀를 불러보았다.

 “ 경아... ”

 하지만 그 말에 민경이 순간 발끈 침대에 있는 베개를 정태에게 내던져버린다. 그야말로 정태에 대한 분노와 원망의 감정이 가득 담긴 그러한 내던짐이었다. 가냘픈 민경의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다 나오는지 순간 놀랄 지경이기까지 하다. 정태는 일단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면서 슬며시 민경에게 다가와 앉기까지 한다. 그러나 민경은 그런 정태에게서 조금 떨어져 앉는다. 정태가 민경에게 말을 건넨다.

 “ 뭐 어쨌든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수만은 없는것 아냐. 안 그래 ? ”

 “ 전 아무말도 하고싶지 않아요. ”

 “ 그러지말고 경아... ”

 “ 그 호칭 함부로 부르지 말아요 !!! 소름끼치니까 !!! ”

 생각해보면 해리와의 사이가 이렇게 헝클어진 발단이 정태가 민경을 그와같은 호칭으로 부를때부터였던것 같아 민경은 ‘경아’란 애칭은 듣기만 해도 기겁을 하며 펄쩍뛰고 발악을 한다. 하지만 정태 입장에선 호칭 문제라도 제대로 정리를 해야할것 같다는 생각에서인지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입에 담는다.

 “ 어쨌든 호칭 문제는...다시 정해야 할것 아닌가. 어쨌든 난 이해리 그 사람과 이

  제 이혼까지 한 상태야. 그러니... ”

 그러니 민경을 ‘처제’라 부르기도 뭣하고 그리고 어쨌거나 연인관계로 발전하기까지 한 두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체 민경을 어찌 부르란 말인가. 정태가 민경의 눈치를 보며 다시 조심스레 말을 이어간다.

 “ 정 뭐...그런 애칭이 싫으면...그냥 이름 부르는것은 상관없겠지 ? 민경이라 하든

  민경씨라 하든...어쨌든 부를만한 호칭은... ”

 “ 그만 나가주세요. ”

 “ 저기...그러지 말고. ”

 “ 그만 나가달라구요 !!! 지금은 아무말도 하고싶지 않으니까. ”

 그리고는 벌렁 드러누워버리는 민경. 아무래도 정태가 민경의 이런 태도를 누그러뜨리는것은 당분간 쉽지 않을것 같다. 그래서일까. 추후 다시 기회를 엿보자는 생각인지 정태는 일단 이쯤에서 물러나고 만다. 민경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정태와의 관계는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지속되고 있었지만 아이들 문제는 해리의 엄명 때문이기도 해서일까. 아이들만은 민경도 나름 신경써서 잘 보살피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민경은 지난 1년반동안 ‘이모’라 부르던 사람이니 함께 이렇게 지내는데 별다른 거부감과 어색함이 없었고, 민경도 사실상 1년반전부터 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던터라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또는 혹 어디가 불편하거나 아픈지 싫어하는것은 무엇인지 그런것들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터였다. 그러니 다행히 아이들과의 소통은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정태와의 사이는 어색한채로 아이들은 정성스레 돌보고 있는 그런 시간이 민경에게 지속되고 있었던것이다.

 “ 언니... ”

 그러던 하루는 세 딸중 큰아이인 현희가 그렇게 물었다. 어쨌든 해리가 떠나면서 아빠랑 헤어지는거란 말도 했고 이제부터 ‘민경 이모’가 잘 보살펴주실것이니 너희도 친엄마처럼 여기고 잘 따르라는 당부도 했으니 이제 좀 세상 물정을 조금씩 알아가는 나이라 할수있는 큰딸 현희나 둘째 정희는 조금씩 분위기를 파악해가고 있는듯 했다.

 “ 이제 그럼 이모한테...새엄마라고 불러야 하는거에요 ? ”

 현희에 이어 정희도 번갈아가며 미리 입이라도 맞춘듯 그렇게 물었다. 막상 아이들한테서 그런 물음을 듣자 민경은 순간 가슴이 턱 막혀오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의 이런 물음에 어찌 대답해야 하는지, 순간 해리가 엄포처럼 말하던 이야기가 뇌리에 떠오른다.

 “ 너 벌 받어. 내 남편 건드린 대신 그 벌로 우리 애들 니가 보살피라고. 우리애

  들 친자식처럼 돌보면서 그걸로 니 속죄하는 삶을 살란말야. 무슨말인지 알았어

  ? ”

 해리의 그 이야기가 뇌리를 스쳐가자 민경은 아이들의 ‘새엄마라 불러야 하는거냐’는 물음에 나지막히 긍정하는 답변을 해준다. 어찌보면 이 자체가 자신의 운명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을 한번 품에 안아보는 민경. 착잡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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