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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다비치 강민경 (4) 걸그룹 팬픽 6(브아걸,미쓰에이)




                                     부제 : 벌받는 여자 1





 해리는 민경의 행방을 수소문해보았으나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창시절부터 따돌림을 당하던 민경이었고, 그녀의 어머니 역시 동네에서 대체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람이었으니 민경모녀와 평상시 가까이 지내거나 했을만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민경 어머니와 왕래가 조금은 있던 사람이 한둘이 있긴 했지만 그녀들 역시 딸 민경이에 대해선 엄마 장례를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를 떠났다는 것 까지만 알뿐 그 이후의 행방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해리는 민경의 학창시절 동창을 다시 이잡듯이 뒤져서 그나마 겨우 고등학교 동창중 민경의 연락처를 안다는 사람이 있어 겨우 그녀의 행방을 알아낼수 있었던것이다. 그리고 그 알아낸 연락처로 민경을 찾아가서야 민경이 청주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다는것을 알 수 있었던것이다.

 “ 민경아... ”

 실로 얼마만이라고나 할 수 있을까. 해리가 청주의 대학에 진학한것이 14년전의 일이긴 하지만 그 이후에야 이따금 그래도 소식 정도는 주고받는 사이였고, 그러다 해리가 서울에 올라간 뒤론 민경을 거의 잊고 살다시피 했고, 민경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리고나서 청주로 온 것이니 그때부터 쳐도 대략 6-7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너무나 오랜만의 재회에 두 사람은 반가움과 함께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혔다. 민경은 해리에게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이는것이 미안했고, 해리는 민경에게 너무 무심했던점을 미안해했다. 그래서 해리는 그때부터 민경을 설득하기 시작한것이다.

 “ 이럴게 아니라 민경아. 언니랑 같이 서울로 올라가자. 언니가 너 하나 정도는

  책임져줄수 있어. ”

 남편이 흔쾌히 허락을 해줄지조차 미지수이건만 해리는 아예 민경이를 서울 자기집에서 데리고 살 생각을 한 것이다. 이 세상에 이제 민경이를 잘 돌봐주고 보살펴줄 사람은 이제 자신밖에 없다는 어떤 사명감에라도 사로잡힌것일까. 민경은 미안함과 부담감 때문에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하면서 몇 번이고 사양의 말을 입에 담았으나 해리의 설득이 거듭 간곡해지자 민경도 언제까지 거절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민경은 해리의 당부대로 서울로 올라와 해리의 집에 살게 되었던것이다.

 “ 민경아... ”

 그렇게 서울로 올라와 해리의 집에서 살게된 민경. 해리가 내어준 방에서 첫 밤을 그것도 해리언니와 함께 보내고 다음날이 되어 해리는 민경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

 “ 아무 부담감 갖지 말고 마음 편히 지내. 말했잖아. 나 너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

  다고. ”

 확실히 해리는 자라면서 가족들로부터 받은 외면과 냉대를 그로인해 받지못한 사랑을 대신 민경으로부터 보상받고 싶은 그런면이 있는듯 했다. 가족들로부턴 받지 못한 사랑. 하지만 자신은 정말 피붙이도 아닌 민경을 친동생처럼 아껴주겠노라는 그런 나름대로의 결심이 선것이라고나 할까. 해리에게 있어 민경은 그야말로 ‘정신적 가족’이자 의제(義弟)나 다름없는 그런 존재였다. 해리는 민경의 손을 잡은채 말을 이어갔다.

 “ 그리고 가능하면 너 서울에서 일할만한곳은 내가 한번 알아보도록 할게. 아니

  그보단 취업학원 같은데 먼저 등록해보는게 어떨까 ? 민경아, 내가 내일부터 이

  런저런 학원 팜플렛 같은거 구해 가져다줄테니 그중에서 니 맘에 들고 하고싶은

  것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언니가 너 학원비 정도는 대줄수 있으니까. ”

 “ 아니에요 언니. 무슨 그런 말씀을. 제가 어떻게 거기까지 바래요. ”

 그리고나서 민경은 그때부터 해리의 집 살림을 돌보고 아이들을 돌보는 가정부나 다름없는 생활을 시작한것이다. 해리는 이럴것까지 없다며 학원에라도 등록해보라고 몇 번이고 설득했으나 민경은 이렇게 하는것이 자신이 해리의 집에 의탁해 살며 밥값을 하는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 있는 미장원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 쪽지를 보고 그리로 찾아가 거기서 일하겠다고 말한것이다. 처음엔 미장원에서도 청소나 허드렛일 같은걸로 시작하면서 미장원 주인에게 어깨너머로 배워 머리 손질하는것도 차츰 배워나가며 그렇게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해리는 민경의 그런면이 좀 안쓰럽기도 했다.

 “ 민경아. 너무 이렇게까지 하진 마. 내가 너 부려먹으려고 이렇게 부른게 아닌데

  ...언닌 진짜 니가 기왕이면 좀 더 괜찮은 직장이나 일터 같은데서 일했으면 하는

  데...언니가 너 원하면 취업학원이든 영어학원이든 얼마든지 등록시켜 줄수도 있

  어. ”

 “ 아니라니까요 언니. 저 언감생심 거기까진 바라지 않아요. 그냥 전 이정도로 만

  족해요. ”

 자신을 거두어준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거기다 무슨 학원에라도 다니며 공부하기를 바라는것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한 것일까. 해리의 몇 번의 당부와 설득이 있었음에도 민경은 그저 해리의 집에서 가정부 노릇이나 하며 사는걸로 만족하려 했다. 미장원에 나가는것도 꼭 자기가 하고싶어 한다기 보담도 자기 생활비 정도는 스스로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런 일이라도 하는 것으로 봐야할것이다. 하긴 자라온 환경이 그와같았을진대 민경은 학창시절 공부를 그리 잘 했던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배운 기술같은게 있지도 않다. 그런 민경이 동네 미장원에서 어깨너머로 머리손질 하는것이라도 배운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말해야할 판이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민경의 집에서 이런저런 살림이며 아이들 돌보는것을 도맡아하는 그게 민경의 해리의 집에서 사는 모습이었다.

 “ 근데 민경아. ”

 그러던 어느날. 민경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해리가 궁금한듯 민경에게 물었다.

 “ 너 근데 사귀는 남자나 이런건 없어 ? 이제 너도 어차피 나이도 있고 하니 시집

  도 가고 해야할텐데. ”

 그러고보면 해리와 일곱 살 차이인 민경도 어느덧 20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젠 확실히 결혼적령기라고 봐야할 나이. 해리가 민경의 그냥 친한 언니든 아는 사이이든 민경의 결혼 문제에 관심이나 신경이 가지 않을수 없는 입장일것이다. 호기심에서라도 아직 한참 젊은 나이인 민경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혹 있지는 않은지 궁금함이 생길수밖에 없는 사이. 그래서 물은 해리이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민경은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

 “ 뭐야...언니가 묻는데 답도 안 하고. 좋아하거나 사귀는 사람 정말 없는거야 ? ”

 “ 없어요. 보다시피...저야 뭐...제 주제에 어디 남자 사귀거나 할 그럴 처지가 돼

  요 ? ”

 자격지심인지 겸손함인지 민경이 그와같이 말했고 해리는 당치 않다는듯 펄쩍 뛰었다.

 “ 무슨 말이 그래 ? 니가 어디가 어때서 ? 그러지말고 혹 괜찮은 남자나 이상형

  같은게 있으면 말해봐. 언니가 되어서...하다못해 소개팅 같은거라도 한번 주선 못

  해줄까봐. 그러니 괜찮으니 어떤 남자가 좋은지...아니면 어떤 결혼생활을 영위하

  고 싶은지 니가 바라는걸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해보라니까 ? ”

 “ 아니에요 언니. 저 진짜...지금은 그런거 없어요. 그러니 너무 그렇게까지 신경

  쓰시지 않아도 돼요. ”

 자신을 거두어주기까지 한 해리가 이제 자신의 결혼문제까지 신경쓰는것은 너무 해리에게만 많은 부담을 지워주는 일 같다는 생각을 하는것일까. 이제 남자 문제에까지 신경을 쓰는 해리의 모습을 보면서 민경은 그럴것 없다며 거듭 사양의 말을 입에 담았다. 실제 지금껏 민경이 살아온 시간을 생각해보면 진실하게 남자를 만나고 사귀고 한다거나 그럴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을것 같고, 여하튼 아직까진 남자 경험이 없다는 민경을 해리는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해리의 남편 정태가 자신이 이 집에 사는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것을 눈치로 아는 민경이었기에 해리의 집에 얹혀살면서 민경은 막연히 놀고만 있으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 돌보는 일이며 식사준비,청소,빨래 등 가사에 관한 일들은 웬만한것은 자신이 다 직접 나서서 하려고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휴일이라 출근을 하지 않는 정태가 1층 거실에서 신문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민경은 거실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청소기로 쓰는 작업을 대충 끝내고 여기저기 지저분한데를 걸레로 닦는 중이었는데, 그러다 무슨 뾰족한 모서리에 찔리기라도 했는지 민경이 비명을 질렀다.

 “ 아얏~! ”

 “ 아니, 왜 그래요 ? ”

 민경의 비명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꼭 거실에 있지 않아도 조금 거리가 떨어진곳에 있었더라도 능히 들릴법한 그녀의 비명소리였다. 정태가 놀라고 당황한듯 그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아, 아니에요 형부. 그냥 좀...청소좀 하다 모서리에 찔렸나봐요. 괜찮아요. ”

 “ 거...조심좀 하지 않고...괜찮기는...피가 다 나는구만. 조금만 기다려봐요. ”

 평소 지켜보기론 무뚝뚝한 성격에 자신을 좀 못마땅하게 여기는 정태로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자상한 면이 있는것인지 피가 나는 민경의 손가락을 보고는 솜과 반창고를 가져왔다. 그리고 솜으로 핏자국을 닦아준뒤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여준다.

 “ 고...고맙습니다 형부. ”

 뜻밖의 호의에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민경. 하지만 정태는 민경의 행동이 여전히 뭔가 못마땅하긴 한듯 한마디 한다.

 “ 거...그리고 그러게 뭐하러 오지랖은 떨면서 청소는 하고 그래요 ? 보니까 어제

  도 거실청소는 한거 같더만. ”

 “ 혀...형부 전 그냥... ”

 “ 거...괜히 그러니 정신 산란하게 청소 한답시고 청소도구 들고 왔다갔다 하고 그

  러지 말란 말이에요. 나 원...전생에 청소 못하고 죽은 귀신이 쓰인것도 아니고...

 ”

 민경으로선 나름 이 집에서 밥값이라도 한답시고 가사일을 돌봐주는 것인데, 그걸 정태가 못마땅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니 어찌 대처를 해야할지 몰라 당혹스럽기만 할 따름이다. 그런 당혹스런 눈빛을 대충 눈치챘는지 정태의 말이 더 이어진다.

 “ 거...괜히 정신 산란하게 어슬렁거리지 말라구요. 난 그게 더 싫으니까...정 할거

  없으면 여기 앉아서 텔레비전이나 보던가 해요. 내가 있는게 불편하면 내가 2층

  으로 올라가주던가 할테니까. ”

 “ 아, 아니에요 형부. 그냥 제가 방에 들어갈께요. ”

 정태의 말에 민경은 걸레며 청소기등을 대충 치우고 그리고는 실제로 쪼르르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정태는 여전히 뭔가 못마땅한듯 헛기침을 한두번 하고 소파에 앉는다. 한편 민경은 민경대로 그래도 방에 쳐박혀 있기는 좀이 쑤시는지 어느덧 나와 이젠 밖으로 나가서 화단에 물을 주고 있었다. 한편 그때까지 별다른 말없이 신문을 보는듯 하던 정태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화단에 물을 주는 작업을 하고 있는 민경을 잠시 바라본다. 날은 어느덧 차츰 더워져가고 있는 무렵이고, 그래서인지 반바지 차람인 늘씬한 민경의 각선미가 눈에 들어온다. 뿐만 아니다. 살짝 잘록하게 나와보이는 민경의 유방도 정태의 시선을 잠시 머무르게 한다. 하지만 이내 곧 정태는 헛기침을 하며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하지만 그래도 시선은 민경에게서 좀처럼 떠나지를 않고 있다.

 밤 늦은 시간.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민경의 방으로 들어서는 사람이 있었다. 해리가 보통 민경의 방에 들어와 같이 자자고 하거나 뭐 필요한거 없느냐며 들어와선 민경과 수다를 떨고 돌아가고 한적은 종종 있었는데, 그래서 민경은 그날도 보나마나 해리려니 하고는 ‘들어와 언니’ 하고 화답까지 했다. 헌데 이날 방으로 들어선 사람은 해리가 아니라 뜻밖에도 해리의 남편 정태였다.

 “ 형부, 어쩐 일이세요 ? ”

 정태를 ‘형부’라 부르고 있는 민경. 어쨌거나 해리가 민경과 어릴때부터 언니,동생 하면서 자란 사이고, 그런 해리의 남편이 정태임을 감안한다면 민경 입장에선 ‘형부’란 호칭이 무난할것 같았다. 정태도 평소 그렇게 민경한테 자주 말을 걸거나 하는편은 아니었지만 정 피치못할땐 그녀를 ‘처제’라고 불렀다. 마찬가지로 정태와 해리 사이의 세 딸들도 민경을 ‘이모’라고 부르는 중. 아이들에겐 해리가 처음부터 민경에게 그렇게 부르도록 가르치기도 한 것이지만,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서 본다면 민경이 진짜 해리의 무슨 친 동생이라도 되는듯한 그런 오해를 할수도 있는 호칭인것만은 분명했다. 여하튼 방에 들어선 정태는 민경의 침대에 가까이 다가와 앉으며 말을 건넨다. 민경의 방 침대는 그녀가 이 집에 들어와 살면서 해리가 신경써서 마련해준것이다. 해리가 침대까지 민경의 방에 들일때도 그녀는 부담감에 사양하는 말을 몇 번이고 건네다 마지못해 받기까지 했었다.

 “ 처제...뭐 별다른 용무가 있는것은 아니고... ”

 실제로 딱히 그녀에게 무슨 할 이야기가 있는것은 아니라서인지 헛기침을 두어번 하면서도 입을 쉽게 열진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태. 그러다보니 민경은 정태가 무슨 자신에게 쉽게 말못할 무슨 중요한 용무라도 있나 싶어 걱정까지 다 될 지경이다. 정태는 여하튼 호흡을 한번 가다듬은뒤 다시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 근데...집사람하곤 대체 어떻게 알게된 사이인거에요 ? 집사람 말로는 처제가 어

  릴때부터 고향에서 같이 자란 그런 사이라고 하던데. ”

 “ 아, 그거요. ”

 민경은 옛 생각이 잠시 일어나 무안한 마음에 귀밑머리를 한번 쓸어넘기기까지 해보며 해리와의 첫 인연을 정태에게 살짝 들려준다. 무엇보다 민경이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그런 아이였다니 정태는 다소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 허허...그런 사연이 다 있었단 말인가 ? 처제도 많이 힘들었겠구먼. ”

 “ 아니에요 형부. 그리고 지금은 다 극복했는걸요.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

 “ 원 세상에...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디 마음까지 그러랴 싶어서일까. 정태는 민경의 햐안 다리를 살짝 손으로 톡톡 쳐보며 거듭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리고 민경의 몸매를 잠시 위아래로 훑어보는 정태. 늘씬한 그녀의 몸매며 각선미가 다시금 정태를 두근거리게 하는것 같다. 정태는 살짝 야릇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말을 건넨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처제같이 이렇게 이쁘고 아름다운 학생을 그렇게

  놀리고 괴롭히다니 참으로 몹쓸 친구들이었구만. 내가 만약 처제와 같은반 학생

  이거나 했다면 아주 예뻐해주고 진짜 무슨 심부름이나 부탁도 군소리 없이 다

  들어 주었을텐데 말이지. ”

 “ 형부도 참... ”

 자신의 미모 칭찬에 살짝 민망한듯 얼굴이 붉어지는 민경. 좀 공연한 소리 같다는 생각도 들어 정태의 태도가 약간 불편해지기도 한다. 정태는 호흡을 다시금 가다듬으며 민경에게 말을 건넨다.

 “ 처제, 난 말이죠 실은... ”

 “ ??? ”

 “ 처제가 그동안 날 어떻게 지켜봐왔는지 모르겠지만...나도 은근히 외롭고 힘들게

  살아온 사람이에요. ”

 민경이야 정태를 그저 해리의 남편이고 중소업체를 하는 사장님 정도로만 알지 그 이상은 알지 못한다. 헌데 여하튼 경제적으론 별로 부족할게 없어보이는 정태 입에서 ‘외롭고 힘들게 자라왔다’는 말을 들으니 민경도 살짝 의아한 생각이 든다. 정태의 말이 이어진다.

 “ 나야 원래 어릴때부터...아버지가 사업을 하셔서 경제적으론 별로 큰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온 그런 사람이고...그러다보니 학교때 친구들은 물론 성인이 되어 만

  나는 여자들은...뭐랄까...좀 진실한 인연을 내가 만나보지 못했어요. 뭐랄까...다들

  그냥 우리집안 재력을 보고 나한테 접근하는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마저 들고. 지

  금까지 그렇게...이 노정태란 사람을 진짜 인간 노정태 그 자체만으로 사랑하는

  그련 여자는 만나보지 못한것 같아. ”

 “ 언니는요 ? ”

 뭐 어쨌든 지금은 이렇게 해리와 결혼해 아이도 셋이나 있는 사람이고, 그렇다면 해리와는 사랑해서 결혼한것 아니겠냐는 그런 의미를 담아 나온 민경의 물음이다. 헌데 민경의 그와같은 말에 정태는 살짝 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 허허...언니라... ”

 “ 언니는 형부 진심으로 사랑하셨을것 아니에요 ? 그렇지 않나요 ? ”

 “ 허허...글세 ? ”

 다시금 묘하게 미소를 지으며 민경을 바라보는 정태. 그녀의 길고 늘씬한 하얀 다리를 살짝 어루만져본다.





 하루는 민경이 집에 있는데 조금 뜻밖의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다름아닌 정태의 전화였다. 민경의 휴대폰 번호야 정태가 해리한테 물어봐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니 해리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것이 이상할 일은 없겠지만, 정태가 특별히 자신한테 용무가 있거나 할 일은 별로 없을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의 전화는 분명 뜻밖이었다. 애초에 자신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듯 했던 것과는 달리 근래에는 정태의 해리 대하는 태도가 한결 부드러워져 있기에 민경의 마음도 한켠 가벼워져 있는 상태이긴 했다.

 “ 형부, 어쩐 일이세요 ? 저한테 전화를 다 주시고. ”

 “ 하하...뭐 꼭 일이 있어야 전화를 하는건가. 오늘은 내가 좀 특별히 처제한테 보

  여주고 싶은게 있어서 전화를 했어. ”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저한테 보여줄게 있다니요 ? ”

 의아하게 묻는 민경과 달리 정태의 말소리는 대체로 밝아보였다. 어찌보면 제법 적극적이라 할 수 있을정도로 민경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정태.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언니가 혹 이상하게 생각할수도 있으니, 언니한텐 고향친구가 서울로 올라와 만

  난다고 하고 일단 내가 말하는곳으로 나와. 내 오늘 처제에게 근사하게 저녁식사

  를 대접하고 싶어서 그래. ”

 고향친구라니. 학창시절부터 따돌림 당하던 민경에게 딱히 서울에서 만날만한 고향친구가 없을것이란것은 해리가 누구보다 더 잘 알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해리한테 그것은 절대 통하지 않을 핑계고, 다만 정태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한사코 자신을 밖에서 만나자고 하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일단 사양은 하지 못하고 민경은 정태의 제안에 응하고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간다. 아직 서울 지리에 익숙치 못한 민경이긴 하지만 정태가 지하철 OO역 O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해서 정태를 찾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야기한것처럼 정태는 약속장소인 전철역 출구 앞에서 민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 형부, 근데 대체 어쩐일이세요 갑자기 ? 밖에서 절 다 만나자고 하시고. ”

 “ 일단 따라오기만 해. 아무 이야기 하지말고. ”

 빙그레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하고 있는 정태. 민경을 차에 태운채 강남에 있는 제법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자리에 앉은뒤 메뉴판을 보여주며 무엇을 먹고 싶은지 말해보라며 권하기까지 하는 정태. 민경으로선 생전 처음보는 낯선 음식들 뿐이라 대체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을 지경이었다. 한참만에 정태와 상의하다시피 해가며 겨우 음식 주문을 하고, 별도로 정태가 와인도 시켰다. 와인 한잔을 나누며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 헌데 참...처제 이름이 뭐라고 했던가 ? 민경... ? 아니 민정이었나 ? 민경이가

  맞지 ? ”

 민경이 해리의 집에서 살게 된지는 이제 두달정도가 조금 지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태는 그녀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있지 못한듯 했다. 정태야 늘 그녀를 ‘처제’라 불렀지만 해리는 늘상 ‘민경아’ 이런식으로 불렀을텐데도 이름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건 좀 납득이 안 가는 일이기도 하다. 정태의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면 민경에게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었을 사람은 아니었을것 같은데. 여하튼 민경은 ‘강민경’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제법 힘주어가며 정확히 정태에게 가르쳐주고, 이름이 제법 이쁘게 들리는지 정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민경이라...근데 참...민경인 처음 봤을때부터 느끼는거지만... ”

 “ ??? ”

 “ 이미지가 참 서구적이야. 뭐랄까...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몸매도 늘씬하고 외모도 참...뭐랄까... ”

 “ 아이 참...형부도... ”

 자신의 외모를 칭찬하는 말에 민망하기라도 한지 민경의 얼굴이 살짝 빨개지고 정태는 그런 민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솔직히 내가 처제...아니 민경이한테만 하는 말이지만... ”

 “ ??? ”

 “ 우리 집사람은 처음 봤을때부터 촌티가 딱 철철 넘쳤어. 뭐 지금도 마찬가지지

  만... ”

 와인 한 모금을 살짝 음미해보며 입과 목을 축이는 정태.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나야 뭐 할아버지 그 윗대부터 쭉 서울에서 살아온 토박이기도 하지만...그렇다

  고 시골이나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그러진 않으리라고 나름대로 다짐

  해온 그런 사람이긴 했거든. 근데 집사람의 경우엔 정말 처음 봤을때부터... ”

 “ ...... ”

 “ 내가 주변사람 소개로 처음 지금 집사람을 만난것이긴 하지만...처음에 집사람

  만났을땐 느낌이 딱 그랬어. OO에서 자랐다더니 완전 시골뜨기 여자네. 뭐 이런

  촌스런 여자가 다 있나. 그런 느낌이었거든. ”

 “ 아이 참...형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 ”

 그러고보니 자신 앞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해리언니 흉을 보는것 아닌가. 이런 정태의 태도가 좀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그런 정태를 놀리듯 민경이 한마디 한다.

 “ 그런말씀 자꾸 하시면 저 언니한테 다 이를거에요. 형부가 저 만나자고 해서는

  언니 흉만 봤다구. ”

 “ 하하...이런...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끔찍한 농담을. 그리고 민경이가 내 말 의

  도를 오해한것 같은데...내 말은 언니 흉을 보자는게 아니야. 그만큼 언니에 비해

 ”

 “ ...... ”

 “ 같은 고장 출신임에도 민경인 언니에 비해 훨씬 서구적이고 도시적인 외모에...

  한마디로 매력이 넘친단 말이지. 솔직히 하는 이야기지만 집에서도 민경이와 우

  리 집사람이 나란히 서 있으면 외모가 진짜 대비되었어. 뭐랄까...비유하자면 시루

  떡과 꽃떡이 나란히 서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

 누굴 시루떡이라 하고 누굴 꽃떡이라 비유하는건지는 머리가 나쁘지 않은 이상 알 터이고, 다만 자신 앞에서 해리와의 미모를 비교하는 정태를 보니 민경의 기분도 좀 야릇해진다. ‘아이 좋아라’ 하며 맞장구를 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화를 내거나 기분이 나빠질 그럴 이야기는 아니지 않는가. 다만 슬몃 걱정이 된다는 말투로 민경이 한마디 건넨다.

 “ 형부, 혹시 언니랑 무슨 문제 있으신거 아니죠 ? ”

 “ 문제 ? ”

 그 단어를 잠시 묘하게 곱씹어 보는 정태. 민경 입장에선 농담처럼 툭 던진 말인데 정태의 표정이 약간 진지해진다. 한숨을 살짝 내쉬는듯 하더니 와인을 다시 한모금 하는 정태. 그리고는 민경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간다.

 “ 일전에 내가 민경이한테 했던말 기억하련지 모르겠지만... ”

 “ ??? ”

 “ 사실 나...지금 집사람 솔직히 사랑하지 않아. ”

 “ 네 ? ”

 이건 또 무슨말인가. 민경으로선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는 소리. 이전에 한번 정태가 한밤중에 자기방에 들어와서는 ‘지금껏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준 사람이 없었다’느니 ‘진실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느니 이런 소리를 지껄인적은 있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그리 마음에 담아두진 않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찌보면 지금도 대충 비슷한 의미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것 아닌가.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해리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니. 이게 갑자기 대체 무슨 소린가.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자신앞에서 왜 하는것인지 민경으로선 정태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의아해질수밖에 없는 상황인 가운데 그의 말은 계속되곤 한다.

 “ 사실 난 집에서 독자(2대나 3대독자 이런 경우인것은 아님)이기도 하고...또 아

  버지가 하시던 중소업체를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는 그런 사람이기도 하지

  만... ”

 “ ...... ”

 “ 그런 집안환경이다보니 결혼에 있어서도 사랑보단 어쩔수 없는 의무감에서 선택

  을 한 그런 성격이 짙어. 그러니까 뭐랄까... ”

 살짝 어두워져있는 정태의 표정. 어찌보면 남들에게 쉬이 털어놓기 힘들었던 고백을 지금 민경앞에서 하는 셈인데, 정태의 이런 태도를 보니 민경도 살짝 불안해진다. 일단 말없이 정태의 이야기를 좀 더 경청해보기로 한다.

 “ 집안 대를 이어야 한다는 의무감...또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더더욱 번창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무감...그런것들 때문에...뭐 그렇다고 꼭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

  지가 나한테 그런걸 강요하거나 하신것은 아니었지만...어릴때부터 자라면서 대충

  집안 분위기에서 눈치로 받아들인 그런것들이 있어. 여하튼 나중에...공연히 자유

  롭게 살고 싶다느니...혼자 살고 싶다느니 이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른들

  이 원하실 때 적당한 나이 되면 그런대로 주위에서 소개해주는 여자중 그리 큰

  무리없고 무난한 사람이면 선택해서 같이 살아야겠다. 그 정도의 생각을 했던거

  거든. 그리고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서...주위 사람 소개를 통해 만난 그게 지금의

  집사람이지. ”

 “ 형부... ”

 “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그저 이렇게 돈도 많고 또 이렇게 아내와 딸 셋 데리고

  사는 모습 보며 부족한것 없이 그냥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 그 정도로 생각하겠

  지만... ”

 “ ...... ”

 “ 솔직히 나 지금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 이런 이야기 진짜 언젠가 한번은 누구

  앞에선가는 하고 싶었는데...그러고보니 이 이야기를 내가 오늘 처음...처제...아니

  민경이 앞에서 하게 되는군... ”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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