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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다비치 이해리 (6) 걸그룹 팬픽 6(브아걸,미쓰에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철규가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병실에 누워있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고, 해리는 나름대로 눈물겹게 철규를 간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인것인지 철규는 아주 가끔씩이나 겨우 의식을 회복하는듯 손가락을 좀 까닥이거나 해리를 바라보는 정도, 그 이외에는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해리로선 그런 남편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집에서 잠시 휴식이라도 좀 취하기 위해 철규는 간병인에게 맡긴채 병원을 나오는 길이었다. 병원 정문을 막 나서려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해리를 막아섰다. 다름아닌 승호였다.

 “ 해리씨... ”

 “ 헉...왜 이래요 ? ”

 갑작스런 그와같은 승호의 막아섬에 해리가 당황하고, 철규는 철규대로 나름 간곡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애원하고 있었다.

 “ 그냥 잠깐...그냥 잠깐 이야기나 좀 해요 해리씨. ”

 “ 사적인 대화는 나누고 싶은 생각 없다고 분명히 말 했었죠 ? ”

 “ 해리씨 그러지말고...차나 한잔...잠깐 차나 한잔 하며 이야기나 좀 해요. 네, 해

  리씨 ? 그것조차 안 되는거에요 ? ”

 승호는 나름대로 끈질긴면이 있었다. 일전에 해리가 승호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뭔가 심상찮은 느낌을 받아 ‘이러지 말라’고 단호하게 거절한것이 벌써 한달여전의 일이다. 하지만 승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인지 해리에게 이와같이 조금만 틈이 나면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오고 있었던것이다. 해리는 환자에 관한 문제 이외에 사적인 이야긴 나누고 싶지 않다며 늘상 거절했지만, 그럴수록 승호의 안타까움과 간곡함은 더해가기만 했다. 병원 정문앞에서 바로 자신을 막아서며 이러는 승호로 인해 해리도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다. 무엇보다 어쨌든 병원 사람들이나 환자 보호자들도 드나드는 그런 장소 아닌가. 해리든 승호든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난감한 일이란 생각도 들어 일단 그럼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곳으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해리가 제안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병원에선 제법 거리가 떨어진곳에 있는 커피숍으로 가서는 마주앉게 된다. 승호야 퇴근한 후라서인지 사복차림이다.

 “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건데요 ? ”

 “ 전 그냥...해리씨에게... ”

 “ ...... ”

 “ 자신의 인생을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지...그 말씀을 좀 드리고 싶었을 따름입니

  다. ”

 “ 아니, 근데 이 사람이 정말... ”

 그저 단순히 해리의 인생을 걱정하는 주변 지인의 말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지만 승호의 의도는 지금 그게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해리로선 더더욱 기가막힐수밖에 없고, 그래서 다시금 승호에게 쏘아붙인다.

 “ 그래서...대체 지금 저보고 뭘 어쩌라는건데요 ? ”

 “ 그동안...나이많은 남편의 병수발을 그렇게 들어야 하는 해리씨를 바라보는 제

  마음...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

 “ 이것봐요, 김승호씨 ! ”

 그 사이 해리는 승호의 성까지 정확히 알게 되었는지 그와같이 승호를 부르고 있고, 그리고는 정색을 한 얼굴로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승호는 승호대로 속이 타는지 주문해서 나온 커피대신 냉수 한모금을 들이킨다.

 “ 그러니까 안타까와서 저보고 뭘 어쩌라는거냐구요 ? 병든 남편 버리고 그쪽 품

  에 안기기라도 하라구요 ? 그게 지금 말이나 되는 일이라 생각하세요 ? ”

 “ 해리씨,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잘못된 선택을 할수도 있어요. 하지만... ”

 “ 뭐가 어째요 ? ”

 ‘잘못된 선택’이라니 이건 또 무슨말인가. 자신이 25살이나 많은 철규를 남편으로 선택한것이 잘못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물론 평범한 부부라고 보기는 어려운 철규와 해리의 사이긴 하지만, 적어도 해리에겐 그렇게 되기까지 철규의 딸 민경이와의 각별한 일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그러는 사이에 진심으로 철규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게 되었다. 그래서 한 결혼. 그것을 ‘잘못된 선택’이라고 하다니. 해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기도 해서 그녀는 더더욱 발끈한다.

 “ 참...정말 듣자듣자하니 큰일낼 사람이네. 지금 도대체 자신이 무슨짓을 저지르고

  있는건지 알고는 있는거에요 ? ”

 “ 해리씨... ”

 “ 그리고 좋아요. 아닌말로 내가 그쪽 마음을 받아들여서...우리가 교제라도 한다

  고 칩시다. 그래서 결혼약속이라도 한다고 쳐요. 그리고나면 그쪽 부모님한테 저

  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실건데요 ? 원래 스물다섯살이나 많은 나이많은 남편과 살

  던 여잔데...지금은 그 남편이 병이 들어서 그 남편 버리고 자신한테 오게되었다.

  그렇게 이야기 하실래요 ? ”

 승호의 부모님이나 집안 배경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야 해리로선 알 길 없는 노릇이지만 만약 그와같은 해리의 과거를 안다면 승호의 부모님도 결코 쉽게 수용하기 힘든 여자가 바로 이해리란 여자일것이다. 헌데 승호는 그 점을 생각하는지 못하는지 그야말로 앞뒤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해리에게 다가오고 있는것이었고, 해리 입장에선 그런 승호가 너무 무모하고 철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고보면 승호는 해리에게 연하남이기도 하다. 민경과 해리의 나이차이가 다섯 살이고, 승호는 그 민경보다 세 살 나이가 많으니 해리는 승호보다 두 살 연상이 아닌가. 헌데 정작 문제는 단지 해리가 두 살 연상이란 점때문이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해리는 그녀대로 승호의 이와같은 무모한 행동이 그저 기가막힐 따름이었다. 정말 어쩌면 이렇게 생각이 없고 철없는 남자가 다 있을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지경이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미칠지경인 승호. 해리의 손을 덮석 잡아보기까지 한다.

 “ 해리씨... ”

 “ 어머낫...왜 이래요 ? ”

 승호의 행동에 기겁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해리. 하지만 승호는 이대로는 더 못 참겠다는듯 오히려 더 저돌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온다. 해리를 와락 안아버리는 승호.

 “ 아악~! 무슨 짓이에요 !!! ”

 “ 미칠것 같아요 해리씨 !!! 이대로...이대로 해리씨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해리씨

  의 지금 이런 모습을 제가 더 보고만 있을수 없다고요. ”

 해리를 와락 끌어안은채로 안타깝게 애원하는 승호. 하지만 해리는 있는 힘껏 승호를 떠민다. 그리고 ‘철썩~!’ 하며 승호의 뺨을 후려갈긴다.

 “ 해...해리씨... ”

 설마 이 정도로까지 완강하게 자신을 거부할줄은 몰라서였을까. 막상 따귀까지 맞고 나니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승호는 해리를 바라보고 있고, 해리는 그런 승호를 바라보며 노기띤 음성으로 말한다.

 “ 경고하겠어요. 한번만 더 이러면...그땐 승호씨의 일을 전부 민경이한테 말할수

  도 있어요. ”

 “ 해...해리씨... ”

 바로 다름아닌 얼마전까지만 해도 민경이를 좋다고 쫒아다니던 그런 승호 아닌가. 그런점을 생각해본다면 이 승호라는 남자 그저 여자라면 아무나 맘에들면 좋다고 다가가는 그런 경박한 남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민경의 일을 입에담자 승호도 일단 겁은 나는지 주춤하고 있고, 해리는 그런 승호를 바라보며 쐐기라도 박듯 다시금 한마디 한다.

 “ 무슨말인지 알겠어요 ? 두 번다시 이런일 있으면 이 이야길 민경이한테 알리든

  아니면 저 나름대로 무슨 조치를 취하든 그렇게 할테니 앞으로 조심하세요. 병원

  에도 담당의사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줬으면 한다고 요구할수도 있어요. 그러니

  앞으로 조심해서 처신하도록 하세요. 무슨말인지 아시겠어요 ? ”

 그렇게 경고한뒤 해리는 커피숍을 나가버리고 승호는 승호대로 그런 해리의 뒷 모습을 한참동안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민경은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보통 토요일이나 일요일 시간을 이용 아버지가 입원한 병실에 들르곤 했다. 한편 이 무렵 승호는 다른 의료팀으로 합류가 되었고, 철규쪽의 의료진도 한두명 변동이 되어 있었다. 승호가 다른 의료팀으로 옮겨간것은 해리가 별도로 병원에 당부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리는 병원에 이야기할때는 기왕이면 좀 더 경험있는 의료진이 남편 철규를 맡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민경은 그간의 속사정을 알지 못하기에 의료진이 바뀌어 있는것에 약간 의아해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그러나 승호 문제는 신경쓰지 않기로 그녀 나름대로도 마음 정리를 하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기 때문에 승호가 다른곳으로 간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의 상태를 보기위해 병실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그녀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다름아닌 승호였다.

 “ 강민경씨... ”

 정중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승호. 아마 그도 퇴근길인것인지 사복차림이었다. 순간 약간 당혹스러워하는 민경. 승호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조심스레 민경에게 말을 건넸다.

 “ 좀...괜찮으세요 ? ”

 “ 네 ? ”

 승호의 질문이 좀 뜬금없이 들려서였을까. 어리둥절해하며 민경이 그렇게 묻고, 승호가 그런 민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아버님 문제 때문에요.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서. ”

 “ 아...그거야 뭐... ”

 어차피 아버지 철규가 장기 입원해 있어야 한다는것은 민경이나 승호나 피차 아는 사실이고, 그런 상황에서 무슨 답을 어찌 해야할지 몰라 민경은 난감해하고 있는 중이다. 승호가 그런 민경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건넨다.

 “ 민경씨, 기운내세요. ”

 “ 고마워요. ”

 으레 있을법한 위로의 말쯤으로 여기고 짤막하게 답하는 민경. 하지만 승호는 민경을 이대로 보내는게 아쉽기라도 한지 뭔가 주저하는듯 하다 다시 말을 건넨다. 어디 조용한데로 가서 함께 이야기나 좀 했으면 한다는 승호의 말에 민경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흔쾌히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병원 인근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근데... ”

 “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건데요 ? ”

 “ 이야기는 대충 들었습니다만...그 이해리씨란분... ”

 승호의 입에서 새엄마 해리가 언급되자 민경은 살짝 의아해진다. 어쨌든 해리야 철규의 보호자 자격으로 늘 병실에 와 있고, 얼마전까진 승호도 철규의 담당 의료팀이었으니 그러면서 해리와 환자 상태 문제든 다른 문제든 짤막한 대화 정도는 나누었을법 하다는것까진 민경으로서도 충분히 짐작 가능할것이다. 헌데 지금 이 자리에서 해리 이야기가 왜 언급되는것인지. 민경으로선 승호의 의도를 알 수 없는 가운데 그의 말이 이어지고 있다.

 “ 원래 민경씨와 언니,동생 하던 사이였다면서요 ? ”

 “ 네, 맞아요. ”

 그거야 어디까지나 사실이니 승호 앞에서 굳이 숨길일도 아니라고 판단해서 사실대로 솔직하게 대답해준다. 하지만 승호는 그런 민경을 바라보며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듯 말을 건넨다.

 “ 왜 근데 하필이면... ”

 “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건데요 ? ”

 승호의 태도로 봐선 이와같은 자신들의 가족관계가 이해 안 간다는 말을 하고 싶은것 같아서 민경은 살짝 짜증을 낸다. 그러면서 승호를 향해 한마디 톡 쏘듯 말을 건넨다.

 “ 다른건 몰라도...저와 해리언니와의 관계를 색안경쓰고 보진 말아주셨으면 해요.

  해리언니...아니 새엄마하고 전...각별한 사이니까요. ”

 “ 그...강민경씨 ? ”

 “ 네, 말씀하세요. ”

 승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거야 뭐 어렵지 않다는듯 민경이 그와같이 답하고. 승호는 여전히 뭔가 답답한듯 한숨까지 내뱉는다. 냉수 한모금을 들이킨 승호.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해리씨한테...너무 못할짓을 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

 ”

 “ 뭐라구요 ? ”

 무슨 생각으로 민경에게 지금 이런 말을 하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민경은 살짝 불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라면 이미 해리와도 충분히 했던것 아닌가. 처음 아버지가 그렇게 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민경은 해리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정히 자신없으면 지금이라도 아버지 곁을 떠나도 좋다는 말까지 했었다. 그러나 그때 해리는 당치도 않다며 함께 아버지를 지켜드리자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그런 이야기까지 해리가 한 마당에 민경 입장에서 승호의 말은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라 되려 불쾌한 감정만 거듭 증폭될뿐이다. 승호는 승호대로 이거 뭔가 대화 주제가 자꾸 어긋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 방향을 살짝 다른쪽으로 돌려본다.

 “ 그것보단요 민경씨. ”

 “ 대체 무슨 말씀이 하시고 싶으신건데요 ? 제게 무슨 이야길 하고 싶으신거냐구

  요 ? ”

 “ 민경씨의...저에 대한 입장을 알고 싶었습니다. ”

 “ 네에 ? ”

 그런 승호를 민경은 약간 어이없다는듯 바라본다. 사실 지금 두 사람의 사이는 꽤나 애매하다면 애매하다고 할 수 있는 관계다. 애초에 두 사람의 인연은 승호가 민경의 직장상사 친구 자격으로 회식자리에 잠깐 참석했던것에서 시작이 되었고, 그때부터 승호가 나름 민경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던것이다. 그래서 직장선배도 민경에게 승호란 남자 어찌 생각하느냐고 묻기까지 했었고, 그후 퇴근시간에 맞춰 승호가 직접 민경의 회사까지 찾아오기까지 했었다. 그쯤되면 제법 적극적인 구애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하지만 민경은 승호란 남자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서인지 그런 고민을 해리한테 털어놓기까지 했었고, 해리보고 승호란 남자를 만나도 괜찮은 남자일지 좀 알아봐 달라는 부탁까지 했었다. 하지만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는 변고를 당해 그런일들은 한가하게 생각할수 있는 겨를이 아닌지라 전부 흐지부지 되어버렸고, 근데 하필 공교롭게도 바로 승호가 민경의 아버지 철규가 입원한 병원의 담당 의사가 되어있지 않던가. 그래서 진짜 애매하고 어색하게 꼬여버린 민경과 승호의 사이. 승호는 승호대로 아무래도 그 문제에 대한 적잖은 답답함이 그간 있어왔던것 같다.

 “ 그냥 좀 민경씨의 저에 대한 마음을 확실하게 알고 싶어요. ”

 “ 그...말씀 드렸었잖아요. ”

 “ ??? ”

 “ 제가 아직...연애나 그런 문제에 관심 없다고 말씀 드렸던것 같은데요 ? ”

 사실 정확히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민경의 마음은 흔들리는 중이었다.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승호의 마음을 받아주어도 좋을지 말지 하는. 아버지가 쓰러지는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승호와 민경의 사이는 보다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엇보다 승호의 기억에 민경이 연애에 관심이 없다거나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는것 같다. 그래서 민경의 이런 태도가 더더욱 납득 안 가고 이해 안 간다는듯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말한다.

 “ 민경씨 저도... ”

 “ ...... ”

 “ 물론 사람이 외적인 조건이 전부인것은 아니지만...저 이만하면 그런대로 직업

  도 괜찮고...집안 환경도 남들이 봤을때 그렇게까지 꿀리진 않을 그런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자부하며 살아왔습니다. ”

 사실 집안이라면 진보진영에서 그런대로 이름난 출판사까지 운영해온 강철규를 아버지로 둔 민경의 집안도 잘 나가는 집안이라 말할수 있을것이다. 승호의 집안 배경이 어느정도 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집안 배경이라면 민경도 누구 앞에서도 꿀리지 않을만한 그런 환경. 따라서 승호의 이와같은 이야기에 괜히 실소가 머금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민경이 지금 승호에겐 별다른 마음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별로 승호와 더 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듯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민경은 이만 자리에서 일어난다.

 “ 아니 저...민경씨...민경씨... ”

 이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리는 민경 때문에 승호는 다급해져서 그녀를 부르지만 민경은 이미 빠른 걸음으로 커피숍을 나서고 있고, 승호가 그 뒤를 쫒아가보려 하지만 민경은 이미 저만치 사라져버린뒤다. 승호는 여전히 어떤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뒤섞인 복잡한 심리상태로 공연히 커피숍 건물 벽만 한번 발길로 툭 차볼뿐이다.





 밤 늦은 시간.

 해리가 잠은 오지 않는지 침실에서 그냥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방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두 식구밖에 없는 집이니 이 시간에 해리의 방을 열고 들어올 사람이야 한 사람밖에 없지 않은가. 민경이 헌데 좀 이례적으로 베개를 하나 들고 방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 민경아... ”

 “ 엄마, 지금 뭐 해요 ? ”

 이 시간에 할말이라도 있나 싶었는데 베개를 들고 있는 민경의 모습에 의아해지기까지 한 해리. 그녀가 무슨 말을 할 사이도 없이 이미 민경은 그녀 가까이 다가와 앉아있다.

 “ 엄마 심심하죠 ? 저랑 오늘 같이자요. ”

 “ 뭐어 ? ”

 “ 허락해 주세요. 저 한번쯤 진짜 엄마랑 같이 자보고 싶었는데... ”

 보채듯이 말하는 민경. 그거야 뭐 어렵지 않은 일이라서인지 해리는 허락하고 민경은 침대 한쪽에 자기 베개를 갖다놓고 눕는다. 어차피 두 사람 다 아직 잠은 오지 않는지 바로 눕지는 않고 수다를 떨면서 노닥거리고 있다. 민경이 뭔가 궁금한듯 해리에게 묻는다.

 “ 엄마...근데 솔직히 하나만 말해줄래요 ? ”

 “ 솔직하게 ? 뭘 말인데 ? ”

 “ 사실...아빠 저렇게 병원에 입원하시고 나서 많이 힘들었죠. 이렇게 혼자 자는

  거... ”

 “ 뭐라구 ? ”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것인가. 좀 어이없다는듯 피식 웃어보이는 해리. 말이 좋아 모녀지간(?)이지 사실 다섯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해리가 철규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언니,동생 하며 지냈던 그런 사이가 아닌가. 만약 그런 사이라면 그런 질문이 한번쯤 오간다고 해서 그리 이상할것도 없겠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선 민경의 질문이 좀 짖궂게 느껴지기도 하고 괘씸해 보이기도 한다.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는듯 일단 해리는 민경의 말을 일축한다.

 “ 뭐...힘들고 뭐고 할게 있겠니. 그리고 민경아... ”

 되려 정색을 하고선 민경을 바라보는 해리.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전에도 말했지만...어쨌든 내가 한 선택이고 지금은 나 진정으로 너희 아버지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

 “ 엄마... ”

 괜한 미안한 마음에서일까. 민경은 해리를 꼭 안아본다. 해리도 민경을 안은채 그녀를 한번 다독여주고 훈훈한 분위기가 두 여인 사이에 감돌고 있다. 침대에 마주 앉은채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 엄마, 근데요... ”

 “ 또 왜 ? ”

 “ 다중우주란 말 들어봤어요 혹시 ? ”

 “ 다중우주 ? 그게 뭔데 ? ”

 해리로선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개념이라서일까. 그녀는 진짜 모르는듯 그와같이 묻고 민경이 그런 해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요...‘다중우주’란게 존재한데요. 뭐...좀 공상과학 같은 허무

  맹랑해 보이는 이야기긴 한데...여하튼 이 우주밖에는 이 우주와 흡사한 또다른

  우주가 존재한대요. ”

 “ 뭐어 ? ”

 이 세상이란게 대체 어떻게 생겼으며 우주는 도대체 어찌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끝나는 것일까. 이런 막연한 궁금증은 아마 어린시절 한두번쯤 품어봤음직도 하다. 헌데 우주 밖에 또다른 우주가 있다니. 어찌보면 다소 황당해보이는 그 말에 해리는 일단 관심이 쏠리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민경이 그런 해리를 바라보며 다중우주론(?)에 대한 약간의 설명을 덧붙여준다.

 “ 그런...우주밖에 존재하는 우리 우주와 흡사한 또다른 우주를 다중우주라고 한

  대요. 그리고...그 다중우주엔 우리 지구와 똑같은 별이 있을수도 있고...또 우리

  와 똑같은 존재가 살아갈수도 있다는거에요. ”

 “ 무슨소리야 ? 그게 대체 ? ”

 “ 그러니까...가령 강민경이랑 이해리란 사람이 있다고 친다면 다중우주의 또다른

  지구별에도 우리 두 사람과 흡사한 또다른 강민경이나 이해리가 존재할수도 있다

  는거에요. ”

 “ 이를테면 그 뭐냐...도플갱어 비슷한거야 ? 무슨 나하고 똑같은 존재가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

 그런 이야기는 해리도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는듯 그와같이 묻고, 민경은 그런 해리를 바라보며 마저 말을 이어간다.

 “ 뭐 비슷한 이야길수도 있는데...여하튼 다중우주에 사는 또다른 강민경과 이해리

  하지만 그 강민경과 이해리는 우리 이 지구에 사는 강민경과 이해리와는 또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는거에요. ”

 “ 뭐야, 그건 또 ? ”

 좀 이해가 가지 않는 소리라서인지 해리가 다시금 황당해하며 그와같이 묻는다. 어찌보면 좀 실없는 이야기 같이 들려서일까. 해리는 다중우주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그리 진지하게 귀담아 들으려는 모습은 아닌듯하다. 민경의 말이 이어진다.

 “ 그러니까...이를테면...강민경과 이해리가...다른 우주에선...반대로 제가 가난한 집

  에서 태어나고 엄마가 부잣집에서 태어나 자랄수도 있는거고요...또 다른 우주에

  선...강민경과 이해리가 새엄마와 의붓딸 사이가 아닌 진짜 친모녀 사이일수도 있

  는거고...아니면 친자매 사이일수도 있는거고...아니면 정 반대로 아주 원수지간일

  수도 있는거고 등등...여하튼 다중우주에선 또다른 강민경, 또다른 이해리란 존재

  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에요. ”

 “ 그런데...그게 대체 어쨌다는건데 ? ”

 “ 그냥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 어떤 ? ”

 “ 만약 정말 그런 다중우주란게 존재한다면...그 다른우주의 강민경과 이해리는

  어떤 사이일까. 문득 그런 궁금함이 생겼어요. ”

 따지고보면 참 기묘하다고 할수도 있는 두 사람의 관계 아닌가. 원래 인터넷 동아리를 통해 알게되어 5년간을 언니,동생 하며 절친하게 지내온 두 사람의 사이. 그러다가 민경이 해리에게 혼자되신 자기 아버지의 재혼상대, 그러면서 자신의 새엄마가 되어주었으면 한다는 부탁을 해서 지금은 이렇게 철규의 아내이자 민경의 새엄마로 있는 해리다. 이렇게 기묘한 사이로 엮여져버린 두 사람. 헌데 또 다른 우주에도 강민경과 이해리가 이같은 기묘한 운명으로 역여져 있기라도 할까. 민경은 지금 그와같은 궁금증이 있는것이다.

 “ 글쎄 뭐...그거야... ”

 민경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해리를 바라보는 가운데 해리는 약간 실없이 한마디 내뱉는다. 다중우주니 뭐니 어찌보면 좀 허황되어 보이는 이야기를 너무 깊이 파고들고 싶진 않은 모습이다.

 “ 한치앞도 못내다보는게 우리네 인생산데...하물며 그렇게 머나먼 우주의 일을

  어찌 알겠니. ”

 “ 그럴까요 ? ”

 해리를 바라보며 묘하게 씨익 웃어보이는 민경. 마치 방금 한말처럼 또다른 우주의 또다른 세상에서도 강민경과 이해리가 이렇게 기묘한 인연으로 역여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라도 가슴 한켠에 있는것일까. 여하튼 지금은 강철규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에서 한방에 함께 있는 강민경과 이해리. 훈훈한 정이 샘솟아 나는듯한 두 사람의 분위기다. 해리와 민경은 그날밤도 정겹게 밤늦은 시간까지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노닥거리다가 침대에서 나란히 잠이 들어버린다.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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