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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다비치 이해리 (5) 걸그룹 팬픽 6(브아걸,미쓰에이)



 민경은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보통 퇴근후에 잠깐 병원에 들러 아버지의 상태를 보고 가곤 했고, 평일에는 일반적으로 해리가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어차피 해리와 민경 단 둘이서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을 거의 가누지 못하는 철규를 24시간 돌보는것은 무리기 때문에 간병인을 두기까지 했다. 그렇게 철규가 입원한지도 한 두어주쯤이 지난 어느날. 강철규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중 막내격인 젊은 의사가 잠시 병실에 들렀다. 다름아닌 원래 민경을 좋아한다며 쫒아다녔던 민경의 직장 선배의 친구가 되는 박승호였다. 민경에게서 듣기로는 그의 직업이 의사라고 했는데, 바로 우연치고는 묘하게 철규가 입원해있는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인데다가 신경외과 의사이기도 해서 철규까지도 담당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 승호가 저녁 늦은 시간에 병실에 잠시 들른것이다. 헌데 의사복 차림은 아닌 평상복이었다. 그런것을 보면 퇴근길에 잠깐 들른것같기도 한데 승호는 일단 환자의 상태에 대해 간단하게 한두가지 물어본뒤 주의할것 몇가지를 해리에게 당부하였다. 헌데 그리고나서 의아한듯 해리에게 말을 건넸다.

 “ 헌데...환자분과는 어떤 사이시죠 ? ”

 처음 철규가 입원했을때 환자의 상태를 보러왔을때 승호는 바로 민경을 알아보긴 했다. 하지만 민경과 함께 있는 해리에 대해선 환자와의 관계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는 중이었다. 허나 의사의 몸으로 그런 사적인 질문까지 하기는 난감한 입장이기에 참고 있었는데, 그러다 궁금했는지 결국 물어본것이다. 해리야 숨길일은 아니라는듯 짧게 승호의 물음에 답해준다.

 “ 저희 남편이에요. ”

 “ 예 ? ”

 해리가 나이에 비해 좀 더 조숙한 인상이라서 비록 아직 서른이지만 일반적으로 그녀를 처음 본 사람은 그보다 나이를 좀 높게 짐작하거나 하는일이 종종 있긴 했다. 하지만 해리의 나이를 한 30대 중,후반 정도로 본다 하더라도 50대 중반의 강철규 환자와는 스무살 가까운 나이차이 아닌가. 그러니 승호 입장에선 이해가 가지 않을수밖에 없는 일.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자신이 얼마전까지 쫒아다니던 민경의 아버지 강철규 환자와 관련이 있는 사람 같은데 다름아닌 철규의 아내라고 하니 승호로선 더더욱 놀랄수밖에 없는것이다. 해리 역시 승호가 바로 민경을 좋아한다며 쫒아다니던 그 남자라는것은 그녀에게서 들어 알고 있는지라 그냥 솔직하게 답을 해준다.

 “ 실은 저희 선생님에게 후처가 되어요. 그러니까...선생님께서 얼마전에 재혼을

  하셨는데 그 대상이 저죠. ”

 “ 어...아아...네에... ”

 하지만 막상 이렇게 설명을 해주고나니 승호가 자신을 어찌 볼지도 좀 알수없는 일이기에 혹 오해가 있을까 하여 좀 더 구체적인 사연도 마저 들려준다.

 “ 실은 원래 민경이하곤 언니,동생 하던 사이였어요. 그런데 민경이가...자신이 어

  릴때 혼자 되신 아버지를 많이 안타까와하고 딱해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저보고

  아버지와 한번 결혼해줄수 없느냐고 여러차례 애원을 하지 뭐에요. 그래서...민

  경이가 저하고 선생님을 연결해준 매개체 역할을 해준 셈이죠. ”

 “ 아...그런일이 다 있었군요. 허...어떻게 그런일이. ”

 승호야 원래 민경을 친구의 직장 동료들 회식자리에 우연히 참석했다가 알게된 것이고, 그때부터 민경에게 관심이 가 진지하게 한번 사귀어볼까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민경의 구체적인 가정사까진 잘 알지 못했다. 사실 민경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릴때 부모님이 이혼하신 그러한 가정사는 동료들에게 거의 말하진 않았다. 민경은 직장에서 동료들과는 대체로 잘 어울리는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공연히 자신의 어두운 가정사를 노출시키고 싶진 않아서 그와같이 한 것이다. 따라서 민경의 직장 선배인들 그녀의 특별한 가정사에 대해선 알 수가 없는일. 따라서 그 선배의 친구가 되는 승호로선 더더욱 모를수밖에 없을것이다. 지금까진 그저 민경을 조금 잘 사는 집 딸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승호로선 남다른 그와같은 가정사를 가진 민경에 대해 조금 놀라고 충격을 받은듯한 모습이다. 그점이 염려되어서인지 해리가 한마디 더 덧붙인다.

 “ 어떻게 받아들이실진 모르겠지만 너무 편견갖고 바라보진 말아주셨으면 해요.

  어쨌든 저도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했기에 한 선택이고 민경이도 나름

  대로 여러 가지로 고민한 끝에 결정한것이니까요. ”

 “ 아, 네...뭐 저야... ”

 승호는 지금 이 여인 앞에서 자신이 민경이를 좋다고 쫒아다니던 바로 그 남자요 하고 사실대로 밝히는것이 적절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처음에 철규가 입원을 했을때 새로 들어온 환자를 맡게된 의료팀의 일원으로 병실에 들어왔을때, 그때 민경을 알아봤던 것인데 따라서 그때야 민경이하고든 해리하고든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상황은 아니었을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좀 여유가 생긴편인 상황에서 승호로선 졸지에 알게된 민경의 다소 특별한 가정사에 대해 얼떨떨한 느낌을 받을 따름이다. 승호는 여전히 멍한 얼굴로 해리를 바라본다. 미인형의 얼굴이라곤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조숙한 이미지의 해리. 무엇보다 대체로 큰 키에 늘씬한 체형이 잠시 그의 눈길을 사로잡기까지 한다. 하지만 잠시 넋을 잃었던 자신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그리고 정신을 가다듬고는 이만 가보겠다며 해리에게 말을 건넨다.

 “ 어쨌든 전 이만...가보겠습니다. 내일 회진때 뵙죠. 어쨌든 환자분에겐 안정이

  중요합니다. ”

 그리고는 허겁지겁 승호는 병실을 나가고 해리는 그런 승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여하튼 민경과는 그런 인연이 있는 남자라서인지 신경을 쓰나보다 해리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참으로 묘하게 맞닥뜨리게 된 승호라는 남자. 원래 민경이 자신보고 만나봐도 괜찮을 남자일지 자신보고 직접 만나서 판단을 해달라고 부탁했던 바로 그 상대가 아닌가. 하지만 그 이후 이런 갑작스런 돌발상황이 벌어져 민경의 그 부탁은 들어주고 어쩌구 할 경황이 아니었는데, 그러고나서 우연치곤 공교롭게도 바로 승호가 철규가 입원한 병원 의사고 게다가 담당 의사까지 되다니. 해리도 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말없이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철규를 바라보고 있는 해리. 시선을 허공을 향한채인 철규는 의식이 있는것인지 없는것인지 여전히 멍한 상태로 있다.

 “ 여보... ”

 대답이 없는 철규. 해리가 다시금 철규를 가만히 불러본다.

 “ 괜찮으신거에요 여보 ? ”

 살짝 눈에 눈물이 맺히는 해리. 가슴을 손으로 어루만져보며 스스로를 진정시킨다.





 얼마후.

 하루는 해리가 병원에서 남편을 돌보고 있던 도중 잠시 병실에서 나와 병원 건물 앞 한적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등이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 휴식을 취하거나 가벼운 운동 같은것을 즐기기도 하는 그런 공간. 의사나 간호사들도 이따금 휴식시간엔 나와서 자기네들끼리 노닥거리기도 하는 그런곳이다. 해리가 그곳 한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 상념에 잠겨있는데 그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다름아닌 승호였다.

 “ 저어... ”

 손에 뭔가를 하나 들고 다가온 승호. 들고있는것은 음료수 캔이다. 그것을 건네며 승호가 말을 건넨다.

 “ 날도 더운데 시원한거라도 드시지 그래요. ”

 “ 조금전에 마셨는데... ”

 괜히 사양하는 말이 아니라 음료수캔 하나가 실제 해리 옆에 3분의2 정도가 비워진채로 놓여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일단 성의라서 받기는 하지만 바로 마시지는 않고 옆에 놓아두는 해리. 승호가 그 옆에 앉고 헛기침을 두어번 하는듯 하더니 말을 건넨다.

 “ 헌데... ”

 “ ...... ”

 “ 남편분하고는 어떻게 만나게 되신거에요 ? ”

 전에 승호가 밤에 병실에 잠깐 들렀을때 해리가 간단하게 설명을 하긴 했지만 그 사이 잊어버렸을수도 있을터. 해리는 기억을 일깨워 주려는듯 말한다.

 “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실은...민경이와 원래 언니,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사

  이였는데... ”

 “ ...... ”

 “ 근데 민경이가 아무래도 엄마없이 자란 아이다보니 여러 가지로 많이 정에 굶

  주려있는 그런 모습이더라구요. 그러다가... ”

 실제 해리는 민경과 언니-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낼때 민경에게서 그런면을 느낀적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차츰 민경의 가정사를 알아가면서 그런 민경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고, 잠시 그때의 일이 떠올려져서인지 살짝 감상에 젖는듯한 표정이 되기도 하다 나머지 설명을 이어간다.

 “ 여하튼 그러다가...민경이가 원하더라구요. 저보고...자기 아빠랑 결혼해서 새엄마

  가 되어주었으면...그래서... ”

 “ ...... ”

 “ 꼭 민경이가 그런 부탁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더라도...저 진심으로 민경이 아버

  지를 존경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러다보니... ”

 씨익 미소지어보이는 해리. 승호를 바라보며 하던 말을 마무리한다.

 “ 존경심이 사랑으로 발전할수도 있다는 이야기 정도는 아마 들어보셨겠죠 ? ”

 “ 아, 네에... ”

 막상 해리로부터 구체적인 사연을 들어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것일까. 살짝 묘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승호. 한숨을 약간 내쉬는듯 하다 해리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건넨다.

 “ 근데...솔직히 강철규 환자의 경우... ”

 “ ??? ”

 “ 뭐 저도 담당의사니...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만...많이 힘든 상태에요 지금.

 ”

 “ 알고 있어요. ”

 그 정도의 이야기야 보호자인 해리가 담당 의료팀으로부터 익히 들었을 이야기다. 따라서 그중 막내격인 승호에게 굳이 다시금 설명을 들을 필요까진 없을터. 해리의 표정에는 사뭇 어떤 결기와 각오까지 담겨있는듯 하다. 일전에 민경에게 말했던것처럼 이대로 철규의 곁을 지키면서 민경과 함께 살아가기로 그와같은 결심을 굳힌것인지. 헌데 승호가 그런 해리를 문득 안타깝게 살짝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연다.

 “ 제 말씀은...물론 뇌졸중이란게...환자에 따라 다 천양지차이긴 합니다만... ”

 “ ...... ”

 “ 민경이 아버님...그러니까 강철규 선생님의 경우엔... ”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은것인지 해리가 살짝 의아해져 있는 가운데 철규가 그런 해리를 딱하다는듯 바라본다. 무더운 여름철이라 그 열기가 두 사람을 잠시 휩싸는듯 하다. 철규의 말은 다시 이어진다.

 “ 이런 표현 좀 민망하긴 합니다만...차라리 돌아가시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될 정

  도로... ”

 “ 예 ? ”

 “ 어쩌면...앞으로 한 오랫동안 저런 상태로 계속 계셔야 할지도 몰라요. 여하튼

  신경의 중요한 부분이 마비되어 저렇게 된 것이니까요. 물론 저희도 의료진으로

  서 최선을 다하긴 하겠습니다만... ”

 “ ...... ”

 “ 경우에 따라서 한 10년,20년 저런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계셔여 할

  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제 말은. ”

 막상 승호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까 겁이라도 나는것일까. 해리의 인상이 살짝 일그러지는것 같다. 그런 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승호. 무더운 여름철이라 짧은 반바지 차람이기도 한 그녀. 늘씬한 양 다리가 승호의 시선을 끈다. 살짝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가리기까지 하는 해리. 하지만 이미 다 드러나있는 다리를 무릎쪽만 살짝 가린다고 뭐가 달라질까. 다른것은 몰라도 해리의 각선미만큼은 뭇 남성들을 설레게 하고 자극시키고도 남을만큼 일품이다. ‘꿀꺽~!’ 침을 한번 삼켜보는 승호.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정말...자신 있으시겠어요 ? ”

 “ 네 ? ”

 “ 성함이 아마 해리씨라 하셨었죠. 여하튼 강철규 환자분의 지금 상태가... ”

 “ ...... ”

 “ 젊은 여자분이 그렇게 오래 환자분 곁을 지킬수 있다고 자신할만큼...그렇게 간

  단하게 말씀하실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

 “ 최선을 다해야죠. ”

 아직까지는 그저 단순히 중환자를 보호해야하는 가족에 대한 우려와 안타까움으로 그와같은 말을 하는것쯤으로 여겨서였는지 해리는 여전히 결연한 각오가 되어있는 여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승호는 그런 해리를 다시금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는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보고는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연다.

 “ 해리씨... ”

 뭔가 의미심장하게 해리를 불러본 승호. 그러자 해리도 ‘이 남자가 지금 왜 이러나 ?’ 하는 정도의 뭔가 심상찮음을 직감하게 된다. 헌데 설마 했는데 결국 승호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듯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 자신의 인생이 아깝다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 ”

 “ 예 ? ”

 “ 이대로 이렇게...나이많은 남편의 병수발이나 하며 젊은 시간을 보내는거...아깝

  다는 생각 안 드시냐구요. ”

 “ 지금...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대체 ? ”

 “ 해리씨 그러니까 제 말은... ”

 해리가 다른것은 몰라도 눈치 하나만은 빠른 여자다. 지금까진 그저 환자의 가족을 염려하는 의사의 태도 정도로만 여기고 받아들였는데, 하는 이야길 계속 들어보니 그게 아닌것 같다. 더욱이 승호라는 남자가 본래 민경과 어떤 인연이었는지를 아는 해리인지라 이런 승호의 태도를 더더욱 기가막혀한다.

 “ 이것봐요 !!! 지금 대체 무슨소릴 하시는거에요. 정신차리세요 !!! ”

 “ 해리씨... ”

 뭔가 안타깝고 다급하게 그녀를 부르는 승호. 하지만 해리는 화가나서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만다.

 “ 이것봐요, 대체 지금 무슨소릴 하시는거에요 ?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

  는건진 알고는 있는거에요 ? ”

 “ 아...아니 저 해리씨... ”

 발끈하는 해리의 모습에 당황했음인지 승호가 그녀를 진정시켜보려 한다. 자신이 너무 성급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일단 좀 냉정을 되찾아 침착하고 차분한 감정으로 다시금 말을 붙여보려 하는데, 하지만 해리는 지금 승호와 별로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듯 외면한다.

 “ 그만하세요. 보자보자하니 너무하네요. 어쨌거나 전 환자의 아내에요. 환자의 아

  내한테 대체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죠 ? ”

 “ 아니...저 제...제 말은... ”

 “ 그리고...민경이한테 이야길 대충 들었는데...원래 저희 민경이 좋아서 쫒아다니

  던 분이라면서요 ? ”

 “ 아니 저 그건... ”

 민경이 그 사이 해리한테 그런 이야기까지 했을것이라곤 승호가 생각 못했던것인지 해리의 그 말에 적잖이 당황을 하고, 해리는 놓치지 않을세라 바로 승호를 쏘아붙이듯 한마디 더 던진다. 불쾌함이 역력한 해리의 반응이다.

 “ 미안하지만 그런 이야기 하시려거든 두 번다시 사적으로 이렇게 찾아오지 마세

  요. 앞으로 저희 신랑 상태와 관련된 이야기외에 다른 이야길 그쪽과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네요. ”

 그야말로 단호하게 승호의 다가섬을 잘라버린 해리의 기세. 그리고 휙 돌아서는 빠른 걸음으로 이미 저만큼 가보리고 있다.





 밤늦은 시간.

 직장에서 또 회식이 있었는지 민경의 귀가가 늦고 있었다. 해리는 남편 철규를 간병인에게 맡기고 잠깐 집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인데, 귀가가 늦는 민경으로 인해 살짝 화가 나 있는 중이었다. 잠시후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민경. 해리가 집에 있는것을 보곤 반갑기라도 한지 인사를 건넨다.

 “ 어...엄마 와 있었네...헤헤...나 사실은 술 한잔...아빤 괜찮으세요 ? ”

 민경이야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하게된 철규의 병간호는 대체로 해리가 맡거나 그 외의 시간은 간병인을 두어 철규를 돌보게 하고 있었다. 해리의 경우는 근래 들어선 대체로 철규를 돌보는 문제 때문에 2-3일에 한번정도 집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청하곤 했는데, 따라서 민경은 해리가 아마 집에 지금 없으려니 짐작을 한 것이다. 헌데 밤늦게 귀가를 했는데 해리가 있는것을 보고 좀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겸사겸사 그와같은 인사말을 건넨것이다. 헌데 해리는 그녀대로 적잖이 화가 나 있는 얼굴로 민경을 부른다.

 “ 민경이 너 이리와 좀 앉아봐. ”

 “ 어...엄마 왜요 ? ”

 사실 민경도 대체로 술은 약한편이라 소주 두어잔만 걸쳐도 많이 취하게 된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대체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듯한 민경의 모습. 그런 상황에서 해리가 부르니 좀 성가시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해리는 해리대로 이건 아니다 싶은지 민경을 불러 앉혔다. 적잖이 취한 상태인 민경이 지금 해리의 잔소리가 제대로 귀에 들어오려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녀 앞에 앉는 민경. 해리가 주의를 주듯 말한다.

 “ 민경이 너...좀 긴장하며 살아야겠다. ”

 “ 네 ? ”

 “ 다른일도 아니고...아빠도 이렇게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신 상태인데...니

  가 이렇게 흐트러지게 살면 어떻게 해 ? 앞으로 이런일은 좀 자제했으면 한다.

  무슨말인지 알겠어 ? ”

 “ 어...엄마는... ”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민경이 아버지가 아프니까 이때다 싶어 아주 제멋대로 사는 아이쯤으로 오해할수도 있을듯한 말이다. 사실 민경이 근래들어 꼭 직장회식 때문은 아니더라도 귀가가 대체로 늦어지는 편이긴 했다. 아버지도 안 계시고 거기에 해리까지 아빠 병간호 문제 때문에 집을 비워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확실히 어느정도 흐트러져 있는 민경의 상태이긴 한데, 그러니 해리 입장에서 주의를 주는 말이 나올법도 하다. 하지만 민경은 사뭇 억울하다는듯 한마디 한다.

 “ 엄만는...오랫만에 회식자리에서 한잔 한거 가지고...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았

  어요. 그리고...내가 뭐 그렇게 술을 자주 하는 사람도 아니고... ”

 실제로 민경은 술을 그렇게 자주 하는것도 아니고, 또 설사 술자리가 있더라도 술이 약한 편이라 그리 많이 마시지도 못한다. 그래서인지 되려 해리의 핀잔에 약간 자존심이 상한듯한데, 해리는 그런 민경을 주의라도 주듯 거듭 한마디 한다. 정말이지 이쯤되면 해리는 진짜 민경의 엄마라도 된 듯한 그런 모습이다.

 “ 여하튼...아버지도 저리 되신 마당에...좀 중심을 잡고 살란말야. 회식자리라도 그

  렇지...지금 집안 분위기가 이런데...한가로이 술이나 마시고 그러지 못할것 같습

  니다. 그만한 양해 정도는 구할수 있을거아냐. 그만한 양해도 못 구하는 그런 직

  장인거야 ? ”

 “ 그...그런건 아니지만... ”

 “ 이만 들어가 쉬어라. 여하튼 앞으로 이런 모습 너무 자주 보진 않았으면 해. 내

  말 무슨말인지 알겠지 ? ”

 여하튼 취중인 민경과 길게 이야기하는것은 별 소용이 없을것 같아 그녀를 2층으로 올려보낸다. 민경은 해리에게 미안해하는 인사를 건네고 2층으로 올라가고 해리는 그녀대로 뭔가 생각에 잠긴다.

 다음날.

 아침 생각이 없어 그냥 출근을 하고싶다는 민경의 말에 그래도 속이라도 달래라며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을 끓여내준 해리. 그것을 드는 민경을 보며 말을 건넨다.

 “ 근데 민경아. ”

 “ 네, 엄마. ”

 다른 무슨 할말이 있는것인가 싶어 민경이 해리를 보며 대답하고 해리는 그런 민경을 바라보며 말한다.

 “ 그...이전에 그 승호란 남자 말이야. ”

 승호가 현재 철규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란 사실은 피차 알고 있는터이고, 그런 상황에서 승호에 대한 언급이 해리에게서 나오자 민경은 살짝 긴장이 된다. 무슨말을 하고 싶은것인지 민경은 그녀대로 의아한 가운데 해리의 물음이 이어진다.

 “ 그...여하튼 너하곤 몇 번 만나본 사이라니까 묻는데...대체 어떤 남자디 ? 니가

  보기에 ? ”

 “ 뭐...만났다고 할수도 없는거죠 뭐. ”

 대체로 보면 승호가 민경이란 여자에 대해 관심이 가서 쫒아다녔던 그런 상황. 하지만 민경의 마음이 결정을 내리지 못해 지금까지는 일종의 튕겨온 그런 상황이지 않는가. 그래서 해리의 물음에 그와같이 답을 하고, 해리가 그런 민경을 보며 진지하게 말을 이어간다.

 “ 내 말은...혹 좀...카사노바 같거나...아니면...아무 여자나 보면 그냥 대시하는 그

  런 경박한 사람이라던가...그런 느낌 안 들더냐구 ? ”

 “ 글쎄요 뭐... ”

 민경은 이전에 승호와의 인연을 잠시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고 있다. 사실 애초에 승호란 남자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며 해리에게 그 사람을 좀 만나봐 달라고 애원하던 그런 민경이 아닌가. 헌데 그 뒤의 집안 상황이 그런 한가한 이야기나 나누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서 두 사람 다 잊어버렸던것 뿐, 여하튼 승호와의 인연이 다시금 이렇게 묘하게 엮이자 민경도 그녀 나름대로의 좀 복잡한 심경이 있긴 있는것 같다. 여하튼 지금 해리 앞에선 특별히 숨길것은 없는지 솔직담백하게 대답을 해준다.

 “ 뭐 특별히...나쁜 남자 같다던가 그런것은 못 느꼈어요. 그렇다고 뭐 딱히 좋은

  사람 같다는...그런 생각도 안 들었지만... ”

 “ ...... ”

 “ 그래서 엄마보고 좀 한번 만나달라고 했던거잖아요. 제가 만나봐도 괜찮을 사람

  인지 엄마가 직접 만나보고 판단을 해 달라구. ”

 여하튼 승호가 지금 철규를 담당하는 의사로 있으니 그 사이 해리와도 몇마디 말 정도는 나누어 보았을 터. 헌데 그러면서 해리 나름대로의 어떤 판단이나 생각이 있었던건가 싶어 민경도 결국 해리의 이런 태도에 관심이 간다. 민경이 이번엔 해리에게 묻는다.

 “ 왜요 ? 엄마가 보기에...무슨 문제라도 있어보였어요 ? ”

 “ 아...아니 뭐 꼭 문제가 있었다기 보담은... ”

 헌데 민경의 물음에 살짝 당혹스러워 하는 해리. 대답을 어찌 해야할지 좀 난감해진다. 일단 약간의 변명을 섞어 둘러대듯 말하는 해리. 식은땀이 살짝 흐른다. 어차피 무더운 여름철이기도 하지만.

 “ 그 뭐...의사로서야 별로 나무랄것 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같긴 하지만...그냥 느

  낌이... ”

 “ ...... ”

 “ 좀 경박하거나 경솔한면이 있는 그런 남자 아닌가 그런 생각이 좀 들었어. ”

 “ 그래요 ? ”

 해리가 그와같이 말하는것을 보니 여하튼 그녀 나름대로 뭔가 지켜본게 있긴 한가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 민경이다. 어쨌든 철규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 승호가 원래 민경을 좋아한다며 쫒아다녔던 사람이라면 그런쪽으로 신경을 쓰며 지켜봤을수는 있는일이 아닌가. 그걸 생각해보면 해리의 말이 그런대로 납득이 안 가는것은 아니다. 해리의 말을 어찌 받아들이고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민경의 얼굴에 살짝 우울한 빛이 든다.

 “ 왜 ? 막상 아쉬워 ?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 ”

 여하튼 승호란 남자에 대해 조심하거나 좀 신중했으면 한다는 의미로 말한 해리 아닌가. 헌데 막상 그렇게 말하니 시무룩해진 민경을 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그와같이 말하고 있는 해리. 민경의 말이 이어진다.

 “ 아뇨...그냥 뭐...아쉽다기 보담도... ”

 “ 그럼 ? ”

 “ 이야기했었잖아요. 여하튼...혼자 결정내리기가 쉽지 않아서 엄마한테 그런 문제

  상의를 해보려 했던거라구. 그리고 엄마가 그렇게 판단을 했다면야... ”

 새엄마와 딸 사이 이전에 5년간 언니,동생 하며 살아왔던 그런 두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 사이임을 감안한다면 민경과 해리 사이의 신뢰감은 퍽 두텁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래서인지 해리의 의견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워하는 빛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 민경. 해리가 그런 민경을 설득하듯 말한다.

 “ 민경아, 그리고 무엇보다두. ”

 “ ...... ”

 “ 지금은 일단 아버지가 저리되신 상태이니...아버지를 지켜드리는 문제가 더 중

  요하잖아. 그러니 당분간은 남자문제나 그런건 2순위로 미뤄두기로 하자. 남자

  사귀는 일이야 이 다음에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수 있어. 하지만 아버지는 지

  금 이럴때 우리가 지켜드리지 않으면 언제 지켜드리겠니 ? 그러니 승호가 되었

  든 다른 누가 되었든...남자문제는 좀 더 후에 생각해보기로 하자. 내 말 무슨말

  인지 알겠지 강민경 ? ”

 “ 알았어요 엄마. ”

 민경이 해리의 말에 수긍하는듯 그와같이 답하고 해리가 그런 민경의 손을 한번 잡아본다. 하지만 미소가 피어오르는 해리의 표정과는 달리 민경에게선 뭔가 아쉬워하는 얼굴빛이 쉬이 사라지지가 않는다.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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