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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걸그룹 팬픽 - 박정아 (4) 1세대 걸그룹 팬픽




                                    부제 : 나는 누구인가





 “ 회관장님, 누가 왔어예 ? ”

 사무실에서의 요란함과 분주함이 잦아질때쯤 서인이 저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나오던 회관장이 그런 서인을 불러세운다.

 “ 서인아, 잘 되었다. 니 이리좀 온나. ”

 “ 와예 ? 무슨일이신데예 ? ”

 보통 회관장이 자신을 부를때는 차량운행이나 심부름 혹은 회관의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시킬일이 있을때다. 으레 그런 용무려니 생각하고 서인은 회관장 앞으로 다가온다.

 “ 니, 숙소 저 오른쪽 맨 끝방있제 ? 그 방좀 치운나. ”

 “ 방을요 ? ”

 회관 후원 뒤편에 있는 앞뒤 방 10여칸 정도가 있는 숙소 건물. 평상시에는 장기 기거하는 성직자나 간부등이 쓰는 방이고 왼쪽 뒤 맨 끝방은 윤서인이 쓰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보통 반의 절반 정도가 비어있긴 한데, 중앙의 큰 행사가 있어 각 지역에서 신도들이 행사에 참석하러 올때는 그곳도 임시 숙소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도 아니고, 느닷없이 그중 오른쪽 가장 끝 방 청소를 하라니. 무슨 영문인가 싶어 서인은 어리둥절해한다.

 “ 서울에서 기도하러 온 청운동지가 하나 있거든. 그 동지 쓸 방을 그쪽에 내주

  기로 했다. 그러니 니가 그 방 좀 치워준나. ”

 서인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그러고보니 아까 그 삐까번쩍한 차량이 도착하고 남자 둘이 차 안에서 내리고 그런 어수선함이 있더니 그게 서울회관에서 온 신도 차량인가. 그렇게까지 짐작은 되지만 기도하러 오는 신도라면 성인이든 청운회든 일반적으로 성전 양 옆의 신도용 숙소를 쓰게 하기 마련이다. 근데 성직자들이 쓰는 숙소를 서울에서 온 청운동지에게 내준다니. 이례적인 일이라서 서인은 어리둥절해 할 따름이다.

 “ 기도하러 온 신도들은 대개 성전 옆 숙소 쓰게 되어있는거잖아요 ? 근데 왜 ?

 ”

 “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니 잔소리말고 어서 청소나 서둘러. ”

 서인은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일단 회관장이 시키는 일이라면 웬만하면 군소리 없이 하는게 서인의 성격이기도 하다. 대충 빗자루와 쓰레받기 그리고 걸레등을 챙겨 회관장이 지칭한 성직자용 숙소 오른쪽 맨 끝방문을 연다. 오랫동안 빈 방이라서였는지 열자마자 먼지가 풀풀 난다. 서인은 일단 별다른 군소리없이 바로 청소작업에 들어가고, 한창 청소를 하고 있을때쯤 회관장이 이쪽으로 왔다.

 “ 서인아, 잘 하고 있나 ? ”

 “ 네, 지금 열심히 걸레질 하는거 안 보이세요 ? ”

 먼지를 쓸고 쓰레기들을 주워담고 치우고 하는 작업들은 대충 마무리가 되었는지 그때쯤에 서인은 실제 걸레질을 하는 중이었다. 방이야 한 2-3평 정도 되는 작은 방이고, 빈방이어서였는지 이불장겸 옷장으로 쓰는 작은 장 하나만 방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을뿐 그 외 다른 가구나 물품 따위는 없다. 회관장은 일단 그 방안에 들어서서 안을 한번 돌아본다. 뭐 돌아본다 한들 숙소용으로 쓰는 방들이 대개는 그다지 특별할것은 없는 평범한 방들이지만.

 “ 그...최광일 동지 여기서 덥고 주무실 이불 정도는 마련해야겠구마. 근데...이불

  을 당장 어디서 구한다. ”

 여하튼 그 서울에서 왔다는 청운동지란 사람이 숙소로 쓴다니 이부자리 정도는 마련해야 할 것 같아 회관장이 그와같이 말하고 있고, 회관장이 대체 무엇 때문에 이 정도로까지 신경을 쓰는지 서인으로서도 궁금함이 일지 않을수 없다. 대진교가 아무리 군소규모의 신흥종교 단체라지만 전국 열곳 회관의 신도수를 다 합하면 그래도 5,6백명 정도 규모는 되고 청운회 회원도 일단 명단에만 있는 회원명부만 따지면 회원수가 200명은 족히 넘는다. 그러니 그런 수백명 신도중 여기 창원에 기도하러 오는 신자가 한둘도 아니고 실제 때론 개별적으로 때론 몇몇 내지 어떨땐 열명 단위로 집단으로 그렇게 기도하러 오는 신도야 1년 내내 종종 있어왔는데, 회관장이 서울에서 기도하러 오는 일개 청운회 회원을 놓고 저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경우는 지금껏 없었다. 그래서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오기에 이 난리인지 윤서인으로선 더더욱 궁금함이 일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다시금 회관장에게 묻는다.

 “ 회관장님, 근데 얼마나 대단한 친구이길래 그리 신경을 쓰세요 ? 그리고 그...아

  까 이름이 뭐라고예 ? ”

 “ 최광일이라고...니는 아마 잘 모를끼다. 여하튼 대단한 동지시다. 서울대를 3대를

  나온 집안이라 안 하나. ”

 “ 네 ? 어디서 뭘 나와요 ? ”

 “ 아버지도 서울대 나오시고 할아버지도 서울대 나오신 그런 집안인데...이번에 그

  집안 3대인 그 최광일이란 동지도 서울대 철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안 하나.

  그러니 니같은 반푼이는 꿈속에서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대단한 집안의 동지

  다. 알겠나 ? ”

 서울대를 3대째 나온 집안이라니. 순간 윤서인도 놀랐다. 서인이 아무리 이런 군소규모 종교단체에서 쭉 자라온 학력도 일천한 단순무식한 성정의 그런 청년이라도 서울대가 어떤곳인지 아주 모르지는 않을것이다. 여하튼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수재급은 되어야 갈수있는 그런곳 아닌가. 게다가 서울대 출신들이 이 나라를 움직인다는 그런 말이 있을정도인 나라가 대한민국. 헌데 그런 서울대 출신이 집안에서 한 사람만 나왔다 해도 대단한 일일텐데, 그것도 조부때부터 3대를 서울대를 나왔다니. 윤서인도 듣고보니 놀라지 않을수가 없는 일이다. 아까 사무실 앞에서 있었던 작은 소란함과 분주함을 봤을때만 해도 그저 가끔씩 있는 기도나 인사차 다른 지역에서 들른 신도가 있나보다 그렇게만 짐작했는데, 3대가 서울대를 나온 그런 대단한 집안이라니.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대단한 집안이 대진교의 신도로 있다는것도 놀라운 일인지라 윤서인의 정신적 충격은 더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 받은 충격탓일까. 다소 멍한 표정으로 얼떨떨하게 서있던 서인은 그러다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회관장에게 묻는다.

 “ 그래서 이렇게까지 특별대우 해주시는거에요 ? 서울대까지 나온 그런 대단한 집

  안 아이라서...웬만해선 신도들한테 잘 안 내주는 성직자용 숙소까지 쓰라고 내주

  고...3대가 서울대 나온 그런 대단한 집안이면 그 정도의 로열패밀리 대우는 해줘

  야 하는거에요 ? 우리가 ? ”

 “ 그...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

 회관장이 살짝 서인에게 주의를 주듯 한마디 하고는 어서 청소작업이나 마저 할것을 재촉한다. 회관장은 그녀대로 서울에서 기도하려 왔다는 최광일이란 청운동지가 여기서 기거하는동안 덥고잘 이부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어디론가 가고. 서인은 하던 청소작업을 마저 분주히 서두르고 있다.





 종교단체의 청년,학생회가 대개 그러하듯이 대진교의 청년,학생회 단체인 ‘청운동지회’도 보통은 대진교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성인 신자들의 자녀들이 부모 영향을 받아 그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청운회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 외 친구의 소개나 기타 인연등으로 청운회에 가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성인 신자의 자녀라고 해서 꼭 다들 청운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거나 하는것은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부모가 교회 다닌다고 해서 그 자녀까지 꼭 열성적인 기독교 신자인 경우가 아닌 경우도 많지 않은가. 대진교도 그 사정은 대략 비슷하다. 대체로 대진교 성인신자중 그 자녀가 청운회로 가입해 있는 비율은 한 20-30퍼센트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 솔직히 노골적으로 말해서 부모가 그런 듣보잡급의 군소규모 종교단체에서 신앙생활을 하는데 그 자녀가 기꺼이 부모 따라 거기서 신앙생활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다만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민족종교’를 표방하고 있고 그 무슨 인류를 구원할 대 철학이 한반도 배꼽땅에서 탄생하여 오만년동안 온 지구인류를 구원한다는 ‘매우 국수주의적인’ 핵심교리를 채택하고 있는 종교단체라서인지 그런식의 교리에 경도되어 적극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청운 동지도 꽤 되긴 된다. 여하튼 서울,인천,부산등 전국 열곳에 산재되어 있는 회관 청운회에 적극적으로 집회에 참석하는 경우가 서울이나 인천처럼 많은곳은 20-30명 정도가 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적극 활동 멤버가 적은 청운회 지역도 집회가 열리면 참석자수가 평균 열명 안팎 정도가 되니까.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신도수가 그리 많지 않은 종교단체이다보니 특히 청운회의 경우는 몇 번 전국규모 집회(가령 청운회 수련회등)나 기타 개인적 이유로 기도를 하러 오거나 하는식으로 왕래를 하며 친분을 나누다 보니 청운회 멤버들끼리 친분은 비교적 두터운 편이다. 윤서인의 경우는 청운회에서 비록 열외긴 하지만 그래도 청년회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멤버들은 어느정도 윤서인과도 친분이 있는 그런 사이니까.

 따라서 그런 윤서인의 기억에 생소한 이름이라면 확실히 청운동지회 모임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하던 사람은 아닌것만은 분명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대진교의 성인 신자라고 해서 그 자녀들이 전부 다 청운회 모임에 나오는것은 아니고 굳이 그 비율을 따지면 대략 20-30퍼센트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진교 청년회 단체 명칭이 ‘청운동지회’고 그 멤버들끼리 부르는 호칭이 ‘동지’이다보니 일반적으로 성인 신자의 학생 자녀거나 또는 젊은 신자가 처음 대진교에 왔을때도 일반적으로 회관에선 잠정적 청운동지로 인정하고 ‘청운동지’, ‘아무개 동지’ 정도로 부르곤 한다.

 최광일의 경우에는 그 아버지가 대진교 신자인것만은 분명해 보이나, 확실히 그 아들이라는 최광일이란 이름이 윤서인에게 생소한것을 보면 청운회 모임에 그리 적극적으로 참석하거나 했던 사람은 아닌것만은 분명하다. 뭐 서울대 정도를 나올 정도로 그렇게 학창시절엔 공부만 하며 시간을 보낸 사람이라면 한가하게 그런 군소규모 종교단체 모임에나 나오고 할 사람도 아니었을터이고. 여하튼 그런데 회관장의 말로는 그렇게 ‘서울대 철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그 할아버지,아버지도 모두 서울대를 나온 그런 신도 집안의 자손인 최광일이란 친구가 대학을 졸업하고나서 이곳 창원회관에서 백일기선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언뜻 좀 이해가 가지 않아 서인이 그날 저녁 짬을 내서 사무실로 내려가 회관장에게 물었다.

 “ 근데...그 최광일이란 청운동지 말이에요. ”

 서인은 본래 대진교에서 쓰는 종교명칭이나 용어를 사용하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하튼 20대 중반의 자신과 비슷한 성인 청년이고, 게다가 초면인 사람에게 ‘얘.쟤’ 이런식으로 부를수도 없는일 아닌가. 그래서 내키지는 않지만 일단 편의상 최광일에게 ‘청운동지’ 혹은 ‘동지’란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서인의 말이 이어진다.

 “ 정말로 서울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친구에요 ? ”

 “ 그렇다니까. ”

 안 믿겨지느냐는듯 회관장이 묻고, 여하튼 아버지,할아버지도 모두 서울대를 나오고 그 손자까지도 서울대에서 철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니 참 대단하다면 대단한 집안이라는 생각에 서인은 공연한 부러움과 시샘까지 생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듯 다시 회관장에게 질문을 건넨다.

 “ 그런데 그런 친구가 뭐가 부족해서 이런데까지 와요 ? ”

 “ 얘, 말하는것좀 봐라 ? 이런데라니 ? ”

 대진교에서 회관장이고 법사급이면 그야말로 그 종교단체의 핵심 성직자고 간부다. 그런 회관장이라서인지 서인의 그와같은 표현 방식에 바로 발끈하며 그를 나무란다.

 “ 니는 참...그리 구업(口業) 지어갖고 이 다음에 우얄라꼬 그라노 ? 이런데라니

  ? 창원회관이 어디가 어때서 ? ”

 “ 아뇨...제 말은... ”

 아무래도 자신이 실수했나 싶어 서인은 일단 변명을 해보려한다. 여하튼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 대한 궁금함도 함께 담아서.

 “ 그렇게 좋은 대학 나오고 그런 사람이라면...어디 현대나 삼성같은 대기업에 취

  직하거나 그럴일이지...왜 이런데까지 와서 백일기도를 하냐 이 말이죠. ”

 지금이 어느덧 4월말. 최광일이란 청운동지는 회관장으로부터 듣기로는 내일부터 백일기도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백일기도는 8월초에나 끝날터이고. 학교를 졸업하고 한창 취직시험을 준비해야할 소중한 시기에 아무래도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좀 납득이 안 가는 일 아닌가. 서인은 여전히 그러한 최광일이란 친구가 이해 안간다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회관장은 그런 서인을 바라보며 정색을 하며 말한다.

 “ 사람이란게 다...누구나 자기 마음에 신심의 의지처를 갖고싶기 마련이란다. 사

  람들이 다 니 같은줄 아나 ? ”

 “ 아니, 제가 뭐 어디가 어때서요 ? ”

 뭐 대충 아버지가 이런 종교단체 신자고, 이제 대학도 졸업하고 앞날의 진로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 겸사겸사 마음정리나 할 겸 이런데 기도하러 내려온것이다. 대충 그런 의도로 이해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백일은 너무 긴 시간 아닌가. 무려 석달열흘이다. 그런 명문대를 나와서 이제 취직시험 준비를 해야할 사람 치고는 너무 한가롭고 무모한 선택을 한것만 같은 생각이 윤서인에게 드는것이다. 최광일에 대한 그의 궁금증은 아직 다 풀리지 않았는지 그의 질문은 다시 이어진다.

 “ 군대는...다녀왔대요 ? ”

 대학은 그렇다치고 군대를 가야 하는것은 이땅의 모든 청년들의 신성한 의무. 물론 개인적인 이런저런 사정으로 군대를 안 가거나 못 가는 사례도 많이 있긴 하지만, 역시 상식적으로 물어볼수 있는 수준의 질문이다. 그러고보니 서인은 아직 최광일의 정확한 나이도 모른다. 대충 자신과 비슷한 나이라고 했는데, 1971년생인 윤서인이 1995년 현재 우리나라 나이로 정확히 25세다. 서인이야 정상적으로 학업을 마친 사람은 아니지만 정상적으로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까지 나왔다면 이 무렵이 졸업할 시기가 맞다. 하지만 남자의 경우는 여하튼 군대에 가야하지 않는가. 그걸 감안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나이와 상황이 맞아떨어지지 않는것 같아 그와같은 질문을 한 것이다. 헌데 서인의 그런 질문에 회관장은 되려 그에게 톡쏘듯 한마디 한다.

 “ 니도 군대는 안 갔잖아. ”

 “ 회관장님 !!! ”

 순간 발끈하는 서인. 회관장이 자신을 놀리는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자신의 약점을 잡아본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서인은 군대 면제대상이었다. 부모님도 살아계시지 않고 학력도 일천한 무엇보다 자라온 성장환경이 이와같은 그는 아마 군대 소집대상에서 제외되나보다. 아니면 어영부영하다 장기 대기자로 처리되었을수도 있는일이고. 그 정확한 내막까진 알 수 없지만 여하튼 서인이 군대를 안 간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광일에 대한 궁금증을 묻는 질문에 대체 거기서 자기 이야기가 왜 나오는가. 듣자하니 황당해서 바로 발끈하는 서인. 회관장은 여전히 사뭇 서인을 놀리듯이 한마디 한다.

 “ 그러니까 니도 너무 남의 사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캐지 말란 말이다. 니도 여하

  튼 사연많은 아이 아니가. ”

 “ 그럼 뭐...그 최광일이란 친구도 사연이 많은 놈이라도 된다 이런 말씀이세요 ?

 ”

 윤서인이야 최광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여하튼 서울대 철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친구고 그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 서울대를 나온 그런 정도라면 적어도 윤서인 같은이의 입장에서 볼때 되게 빵빵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이기엔 부족함이 없다. 물론 광일에게 서인이 모르는 또다른 이면이 있는것인지 그것은 그로서도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적어도 사연이나 한이 많다는 소리는 윤서인 앞에서는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그것도 적어도 아버지,할아버지가 모두 서울대를 나오고 그 3대째인 본인까지 서울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런 무엇하나 부족할것 없어보이는 ‘엄친아’ 과에 속하는 인물이라면. 여하튼 윤서인 입장에선 내일부터 창원회관에서 백일기도를 하기로 하고 오늘부터 이곳 생활을 시작한 최광일이란 친구에 대한 괜한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고있다. 어떤 콤플렉스나 시샘 같은것이라도 느껴지는 것일까.





 두어주 정도의 시간이 지난 어느 주말이다. 5월도 어느덧 초순을 지나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고, 부산회관 청운회 청년부 몇몇이 창원회관으로 오기로 해 서인은 그들을 맞이하러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 있는중이다. 대진교 청운회는 일반적으로는 각 지역 회관별로 한달에 한번꼴로 ‘법회’라는 형식의 집회를 열고, 그 외 1년에 두차례 동,하계 전국 청운회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수련대회’를 개최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개별적으로 엠티 비슷한 모임을 자기네들끼리 갖기도 한다. 보통 거리가 가까운 지역의 회관 청운회들끼리 자주 뭉치는 편인데 서울은 인천과 부산은 창원회관과 자주 뭉치는 편이다. 무엇보다 창원회관은 근본적으로 기도터인지라 부산회관에선 일반 신도들뿐만 아니라 청운회중에도 기도하고픈 사람들은 와서 며칠씩 기도를 하고 가기도 하고 저희들끼리 친목모임을 갖기도 한다. 오늘도 마침 중간고사를 마친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부 몇몇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번 모처럼만에 창원회관에서 기도회겸 모임을 갖고싶어 가기로 한 것이다.

 오늘 부산에서 온 청년회는 남자 네명에 여자 세명으로 모두 일곱명이었다. 서인은 일단 그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며 일행을 맞이한다. 비록 윤서인이 청운회에선 열외지만 자주 활동하는 멤버들과는 어느정도 면식이 있는 터이다. 헌데 서인은 이날 부산에서 온 청운회중 한 여성 회원에게 좀 관심을 보인다.

 “ 여, 박현경. 오랜만이다. ”

 그러면서 마치 한번 안아보기라도 할듯한 자세로 다가간 상대는 박현경이라는 서인보다는 세 살 어린 20대 초반의 부산 청운회 회원이다. 그녀의 경우는 어머니가 10여년전부터 대진교 부산회관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고, 그러면서 자신의 두 딸도 함께 회관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두 딸도 자연스레 청운회에 가입 활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둘째딸이 박현경이다. 현경과 그 언니 현정의 경우엔 청운회 처음 가입했을때부터 청운회 모임 자체의 훈훈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에 쉽게 이끌려 그때부터 지금껏 역시 대진교 청운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중이다.

 헌데 현경을 반기는 윤서인과는 달리 현경은 뭔가 불편한지 살짝 그를 피한다. 그리고 함께 온 청운회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체 하면서 일단 봉고차에 탄다. 어찌보면 자신을 무시하는듯한 현경의 태도에 마음이 좀 상한것일까. 서인이 현경에게 한마디 한다.

 “ 야...너 왜 그래 ? 오빠가 이렇게 반기는데 인사도 안하고... ”

 “ 했잖아요 인사... ”

 하지만 현경은 그런 서인에게 사뭇 퉁명스러운 말투로 그렇게 한마디 하고, 현경의 그런 태도에 서인은 한결 더 마음이 상한듯한 모습이다. 괜히 분위기만 흐릴것 같아 다른 남성 청운회원이 만류한다.

 “ 야, 왜 그래 서인아. 좋은날에...그만해라. ”
오늘이 뭐 특별히 ‘좋은날’이라고까지 할것은 없지만 예부터 논어에 ‘친구가 멀리서 오면 기쁘지 아니한가’ 하는 말도 있고 여하튼 같은 종교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동지들끼리 모임을 갖게 되는데 그게 나쁜일은 아니지 않는가. 여하튼 대충 괜히 분위기 흐리지 말라는듯 살짝 주의를 주듯이 그렇게 한마디 한것이고, 서인도 괜히 오랜만에 만난 애들과 싸움이라도 붙기는 싫어서였는지 일단 그쯤하고 묵묵히 자신은 운전석에 탄다. 그리고 차를 운전하기 시작한다.

 “ 야, 근데 서인아. ”

 차는 한창 창원회관을 향해 달리고 있고, 헌데 얼마쯤 갔을까. 차에 타고있는 남성 청운회원 한명이 서인에게 말을 건넨다.

 “ 왜 ? ”

 “ 그...서울에서...서울대 졸업한 청운동지가 기도하러 왔다는데 진짜가 ? ”

 대진교가 워낙 군소규모 단체고 그대신 지역 회관들끼리 좀 왕래가 잦다보니 입소문이 빠른편이다. 그 이야기가 벌써 부산에까지 소문이 났나 싶어 서인은 잠깐 헛웃음을 터트리기까지 한다. 일단 서인은 질문을 한 청운회원에게 ‘그렇다’고 짤막하게 대답을 해주고, 어쨌거나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 왔다는데 사뭇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라도 들어서일까. 부산회관 청운회 회원들끼리도 저마다 한마디씩 주고받는다.

 “ 우와...대단하다. 근데 서울대를 어떻게 그것도 수석으로 졸업을 다 했대 ? ”

 “ 게다가 한 집안에서 서울대 가는 사람이 한 사람만 나와도 대단한긴데...3대가

  서울대를 나왔으모 진짜 끝내주는 집안 아니가. ”

 운전석에서 묵묵히 운전하던 서인은 그렇게 자기네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듣다보니 더 들어주기 힘들다는 생각이라도 들어서일까. 괜히 톡쏘듯 한마디 끼어든다.

 “ 서울대를 나왔어도 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 뭐 특별할거라도 있겠냐 ? 아무

  렴 서울대를 나왔으면 눈에 금가루를 칠하고 다니겠냐, 얼굴에 은가루를 칠하고

  다니겠냐. ”

 “ 서인아...니 또 와이캐 ? ”

 뭔가 못마땅하다는듯 투덜거리며 그렇게 내뱉는 서인을 나무라듯 한 회원이 한마디 하고 옆자리에 있는 회원은 하지만 되려 그런 그를 툭 치며 만류한다. 여하튼 워낙 성장과정이 남다르다보니 상처가 많고 어두운 그런 윤서인이 아닌가. 그런 윤서인의 비틀어진 성격을 청운회원들도 알만큼 아니 공연히 그를 건드리고 싶지는 않다. 그쯤에서 괜히 시비걸지 말아달라는듯 눈짓을 주고. 차는 묵묵히 창원회관을 향해 달리고 있다.

 “ 아이고, 니들 어서온나. 오랜만에들 왔네 ? 은영이도 오고, 현경이도 오고...민수

  승규...진수...다들 그간 잘 있었나... ”

 회관장은 그렇게 부산에서 찾아온 청운동지들을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반긴다. 지금이 어느덧 금요일 저녁시간이고 이들 일곱명은 일요일까지 약 2박3일 일정으로 여기서 기도도 하고 자기네들끼리 친목모임도 가지며 그리고 일요일 오후쯤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회관장은 성전옆 신도들 숙소에 그들 잘곳을 마련해주고, 일곱명의 부산 청운회 회원들은 거기서 여정을 푼다. 그렇게 부산 청운회 회원들은 한참 자기네들끼리 시간을 보내고 있고, 서인은 서인대로 자기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쯤에서 저쪽에서 누군가 후원 뒤 숙소건물쪽으로 오고 있었다. 박현경이다.

 “ 뭐야 ? ”

 마침 무료해서 잠깐 밖으로 나왔던 서인이 현경과 마주쳤다. 서인과 마주한 현경은 뭔가 불편해하는 모습이고, 그러다 일단 마주친 서인인 만큼 조심스레 질문을 건넨다.

 “ 그... ”

 “ 그...뭐 ? ”

 아까 인사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은 현경에 대한 상한 기분이 채 가시지 않은것일까. 뭔가 못마땅하다는듯 서인이 그와같이 내뱉고, 현경은 괜한 긴장감에 살짝 뒷걸음질 치는듯 하다가 긴장한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다시 하려던 말을 계속한다.

 “ 그...동지는요 ? ”

 “ 그 동지 ??? 누구 말하는건데 ? ”

 “ 서울대 나오셨다는 그 분 ? ”

 “ 서울대 ? ”

 3대가 서울대를 나왔다는 집안의 최광일이란 청년이 여기서 100일기선을 드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여하튼 부산까지 이미 소문이 난 모양이고, 헌데 좀 어이없고 놀랍게도 현경이 지금 그 서울대 나왔다는 청운동지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것 아닌가. 뭐 혹여 청운회 활동이라도 활발히 하던 사람이라서 이전에 친분이 있던 사이라면 모를까. 잘 알지도 못하는 청운동지에게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것은 좀 이례적인 일이다. 서인은 뭔가 못마땅하다는듯 현경을 살짝 흘겨보며 일단 묻는말엔 답해준다.

 “ 저 방 쓰고있어. 이름이 최광일이라고 했던가. 여하튼...에이씨...서울대 나왔다고

  아주 다들 특별대우를 해주네. ”

 서울대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면 했지 이례적인 회관의 특별 대접이 서인은 이래저래 못마땅하던 중인데, 현경까지 그 서울대 철학과를 수석졸업했다는 최광일이란 청년에게 관심을 보이는듯 하자 서인의 심사가 틀어지는듯 하다. 대충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광일이 묵고있는 숙소 방을 알려주고 서인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그때 현경은 사뭇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광일이 묵고있는 방으로 다가간다.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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