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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과 약간의 유감 정치,시사




 제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4.13 총선을 42일 앞둔 지난 3월2일 밤늦게야 야당의 국회 필리버스터가 끝난뒤 겨우 통과되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17대 총선이후 매 선거때마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를 약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야 오만 진통을 거친뒤 겨우겨우 확정되곤 했는데, 17대 총선의 경우엔 4.15 총선을 37일 앞둔 3월 9일에, 18대의 경우 4.9 총선 47일전인 2월 22일에, 19대는 2.11 총선 44일전인 2월 27일에야 확정되었으니 이번 20대 총선도 그런대로 평균치(?)는 맞춘 셈이다.


 다만 이번 총선의 경우 지난 2014년 10월 30일 헌재가 도농간 인구편차가 1:3이 되는 현재의 선거구가 헌법불합치라며 2015년 12월 31일까지 1:2로 조정하라는 판결을 내린 상태라서 이미 그때부터 한바탕 선거구 대란이 예고되었던 상태다. 참고로 선거구 도농간 인구편차 문제는 90년대 중반부터 언론과 정치권이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해온 사안으로 따라서 한때 도농간 인구편차가 1:4 이상까지 되었던 선거구는 이어 2천년대 초반에 1:3 그리고 이번 20대 총선이 치러지는 2016년에는 2년전 헌재의 권고사안에 따라 1:2로 조정되기에 이른것이다.


 여하튼 헌재의 그와같은 판결이 있었기에 정치권은 일찌감치 정개특위를 구성 선거구 조정을 논의하였으며 중립기구인 선거구 획정위도 일찍 만들어졌으나 아니나 다를까 정치권은 선거구 문제에 대해 애초에 헌재의 권고날짜였던 작년 12월31일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다가 그로부터 두달 이상이나 지난 3월 2일이 되어서야 겨우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 확정될 수가 있었다. 그나마 선관위가 융통성을 발휘 예비후보등 정치신인들이 19대 총선 선거구를 기준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 최악의 선거구 대란 사태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면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전에없는 진통을 거친 끝에 최종 확정된 선거구이니만큼 이제와서 총선도 한달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괜한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 어차피 세상에 완벽한 제도도 모두를 만족시킬수 있는 법안이나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선거구 획정안을 살펴보면서 약간의 남는 아쉬움이 있어 그 심경을 조금만 토로하고자 한다.


 사실 보통 정치권 관련 뉴스 댓글들을 보면 국회의원 수나 줄이라느니 부패한 정치인들 어디로나 보내버렸으면 좋겠다느니 그런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리곤 해 우리나라 일반국민 대다수의 기성 정치권에 느끼는 염증을 그대로 보여주는듯 하다. 실제 헌재의 2년전 1:3 선거구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며 1:2로 조정하라는 판결이 나왔을때도 네티즌들은 아마 정치권이 크게 한번 헌재로부터 골탕먹는 일쯤으로 생각했음인지 통쾌하다느니 고소하다느니 그런 댓글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때 이미 필자가 지적한것처럼 사실 저와같은 선거구 조정은 결과적으로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나는 일이지 줄어드는 일이 아니라 정치권은 손해볼일이 없다. 실제 우리나라 의원정수는 299명 정수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IMF때 다들 구조조정을 했는데 정치권은 구조조정도 안하냐는 비난여론이 일부 있어 일시적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274명으로 소폭 감소시켰으나 1:4 선거구 인구편차가 헌법에 불합치 된다며 1:3으로 조정하라는 권고안이 나오자 그 다음 총선이었던 17대 총선에서 본래의 299명으로 환원시켰다. 따라서 1:3을 다시 1:2로 조정하라는 권고안이 나오자 필자는 의원정수가 이번에 다시 소폭 늘어나게 되겠구나 예상했으나 다행히 의원정수가 늘어나진 않고 다만 지역구를 7석 늘려 253석으로 하고 대신 비례대표를 54석에서 7석을 줄여 47석으로 조정하였다.


 헌데 막상 헌재의 저와같은 판결이 있고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선거구 조정작업에 들어가자 특히 지방 언론들이 자기네 지역 선거구가 줄어드는 문제에 꽤나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들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농촌 선거구 감소가 예상되는 강원,전라,경상도 지역언론들은 지역 학자,지식인까지 필진으로 내세워 자기 지역내 농촌 선거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적극 저지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며, 반면 인구가 늘어나 경우에 따라선 최대 10석 이상 지역구가 늘어날수도 있는 경기지역 언론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 언론들도 정치권이 영,호남 선거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놓고 밀실거래가 거듭되면서 혹여 그 역풍으로 되려 경기 선거구가 애초에 기대했던것만큼 늘어나지 못하는것 아닌가 싶어 시간이 갈수록 경기지역 언론들도 선거구 획정 진행과정을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반응을 내보이기도 했다.


 결국 언론이든 일반국민 여론이든 대체적으로 평상시엔 정치권 전체에 식상하는 모습을 보이며 ‘차라리 국회의원 수나 줄이라’며 비아냥대지만 막상 자기지역 선거구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선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였다고 말할수 있을것이다.

 

 이번 선거구 1:2 조정으로 농촌은 지역구가 줄어 강원,경북,경남등에선 최대 4-5개군이 한 개 지역구가 되는 경우까지 생겨났고, 반대로 수도권 도시지역은 늘어난 인구수에 맞게 합리적 조정이 쉽지 않다보니 기존에 존재하는 행정구를 무시한채 갑,을,병,정 같은 방식으로 분구한 기초단체가 꽤 늘어났다. 권선,장안,영통,팔달구가 존재하지만 이를 무시한채 갑,을,병,정,무 다섯 개 선거구가 생긴 수원의 경우나 역시 덕양구와 일산 동구,서구를 무시한채 고양 갑,을,병,정 4개로 분구한 고양시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선거법 제25조 2항에는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서 ‘자치구의 시,군을 일부 분할 다른 지역구에 속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게리맨더링 방지와 기존의 행정구역을 존중함으로써 주민들의 생활권과 다른 선거구가 만들어짐으로써 생길수 있는 유권자의 혼동을 없게하기 위함이다. 다만 지리상 불가피한 경우가 있어서 두 개의 선거구를 합친뒤 갑,을 둘로 나눈 지역구가 종종 있었다. 인구 30만이 넘어 상한선이 초과한 도시 지역구가 있는 반면 이웃 지역구는 하한선에 훨씬 미치지 못해서 불가피한 경우였다. 96년 총선때 생긴 해운대-기장 갑,을이나 인천 계양-강화 갑-을 같은 경우가 그 사례다. 참고로 계양-강화 갑,을 선거구가 생긴 15대(96년) 총선 당시 계양과 강화는 거리가 멀어 생활권이 맞지 않는다는 계양구민들의 반발이 있었고 따라서 16대 총선에선 다시 서구-강화 갑,을로 재조정 되었다. 도시지역인 부산 해운대나 인천 계양,서구등은 모두 인구가 30만이 넘으나 인근 지역구인 강화나 기장 같은 경우가 하한선인 10만에 훨씬 미달되어 불가피한 경우였다. 다만 부산 기장군은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늘어 이번 20대 총선에 와서야 기장군이 해운대 갑,을과 분리될수 있었다. 그러나 강화 같은 경우엔 여전히 애매한데 이번엔 중-동-옹진군과 합쳐져 네 개 구,군이 하나의 지역구가 되었다. 강화는 설사 경기도로 환원시킨다 하더라도 김포가 또 인구 30만이 넘는 바람에 경기도로 돌아가면 다시 지역구를 김포-강화 갑,을로 분할해야 할 판이다.


 선거법에 의하면 자체단체의 구,군을 분할할수 없도록 할 수 있으나 기초단체의 행정구(行政區)는 그 해당사항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치구 분할금지 원칙이 선거법에 명시되어 있는것은 역시 게리맨더링 방지와 행정구역의 존중으로 유권자인 주민들에게 혼선이 생길수 있는것을 막기 위함일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선거법의 분할금지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기초단체의 행정구도 그와같은 선거법 정신에 맞게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19대 총선 이전까지는 기초단체의 행정구 같은경우엔 인구가 늘어났을 경우 기존 행정구에 맞춰 갑.을 지역구가 분구되어 왔다. (예 : 부천 원미 갑/을, 전주 덕진 갑/을, 청주 흥덕 갑/을 등)


 지난 19대 총선때 애초에 선거구 획정위 권고안에 따르면 인구가 늘어난 수원 권선구와 용인 수지,기흥구는 분구대상이었다. 대신 획정위는 인구가 줄어든 영,호남의 지역구 몇곳을 합구 할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영,호남 지역구 감소 문제 때문에 여야가 끝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다가 선관위가 보다못해 차라리 신설된 세종시 한곳만 선거구가 늘어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 선거구는 18대 선거구를 그대로 적용 의원정수가 한명 늘어난 299명에서 300명을 의원정수로 하자는 참으로 기가막힌 중재안(!)을 내놓았었다. 헌데 그 바람에 무슨 나비효과마냥 엉뚱한 게리맨더링 피해를 본것이 수원과 용인이다. 수원 권선, 용인 수지,기흥은 늘어난 인구 상한선 30만을 초과 획정위 권고안에 따르면 분구 대상이었다. 하지만 선관위가 선거구 합의를 못 보는 정치권에 18대 총선 선거구를 (세종시만 제외하고) 19대에 그대로 적용하자는 중재안을 내놓는 바람에 수원,용인은 자칫 인구 상한선을 넘은 지역구가 그냥 유지되어야 할 판이었다. 그래서 애초의 수원,용인의 행정구인 권선구나 수지,기흥구를 무시한채 그냥 임의대로 인구수에 맞춰 선거구를 재조정하느라 만들어진게 수원 갑,을,병,정과 용인 갑,을,병 선거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행정구 위주의 선거구 분구로 돌아가지 않고 이번 20대 총선에선 오히려 여기에 선거구를 하나씩 더 늘려 수원은 무(戊), 용인은 정(丁) 선거구가 신설된 것이다. 원래는 연도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10간12지 천간(天干)명이었던 갑,을,병,정,무,기,경,신이 졸지에 선거구 명칭으로 계속 쓰여지는 판이다. (참고 : 19대 총선 당시 선거구 획정위(중립기관)의 선거구 조정 권고안 : 합구 - 전남 여수(갑,을), 부산 남구(갑,을), 대구 달서(갑,을,병),서울 노원(갑,을,병),서울 성동(갑,을), 분구 - 수원 권선, 용인 수지,용인 기흥, 경기 파주, 강원 원주, 경기 여주-이천, 천안 을 * 해운대-기장의 경우 기장군을 해운대 갑,을에서 떼어내 독립 선거구로 분구해줄것을 권고)


 이와같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당연히 나오고 있다. 특히 수원의 경우 지난 19대에 이어 두 번 연거푸 게리맨더링의 희생양이 되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실제 수원시의 경우 이번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기존 행정구인 권선,팔달,영통은 갑,을 두 개 선거구로 분구하고 장안구는 단일 선거구로 하여 총 7개 선거구로 하면 좋겠다는 ‘의견서’를 내놓기도 했으나 이와같은 의견이 깡그리 무시되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이번 갑,을,병,정,무로 분구된 수원 선거구엔 한 지역구내 두 개 구청이 있는경우도 있고 영통동등 신도시 생활권도 완전히 무시된 지역구가 만들어졌다며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고양,천안등의 경우도 생활권 문제등과 맞물린 반발여론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사실 고양시의 경우엔 기존 덕양구는 갑,을구를 인구 상한선에 맞춰 경계만 조정한채 놓아두고 동구와 서구가 모두 상한선을 초과한 일산을 행정구를 무시한채 갑,을,병 3개 선거구로 하는 방안도 있을텐데 왜 덕양구까지 엮어서 이런 복잡한 선거구를 만들어 놓았는지 진짜 이해가 안 간다.


 선거구 획정에 있어 기초단체인 시(市)내에 행정구가 있는 경우 대개는 그 행정구를 중심으로 지역구가 만들어지거나 분구되어왔다. 행정구역을 존중하고 유권자들의 편의를 생각한 선거구 획정이라 볼 수 있을것이다. 헌데 지난 19대 총선때 선거구 획정 문제를 놓고 끝까지 결론을 못 내다가 ‘세종시 한곳만 지역구가 늘어난걸로 하자’는 선관위의 기가막힌건지 기도 안 찬건지 여하튼 이런 중재안에 졸지에 수원과 용인이 피해를 보았다. 인구상한선을 초과한 행정구가 있음에도 선관위 중재안에 맞추다보니 기존 행정구를 분구해야하는 애초 선거구 획정위 권고안을 무시하고 갑,을,병,정 같은 게리맨더링형 기형 선거구가 만들어진것이다. 이와같이 잘못된 선례를 20대에서 다시 바로 잡아야할것임에도 오히려 천안,전주,고양등의 지역구도 저와같은 방식으로 분구함으로써 잘못된 선례가 더 늘어나고야 말았다.


 애초에 선거구 조정 문제는 도농간 선거구 인구편차 문제가 90년대 중반부터 논란이 되어왔다가 헌재의 판결대로 2천년대 초반엔 1:3으로 그리고 2014년 헌재의 판결에 따라 이번 20대 총선에선 1:2로 도농간 선거구 인구편차 문제가 조정되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수도권과 도시 선거구 증가와 농촌 선거구 감소다. 여기에 비수도권 지역에선 선거구 면적 불균형 문제를 인구 불균형 문제의 일종의 반론격으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지만 선거란게 근본적으로 사람 즉 유권자가 하는것이지 산이나 강,물,바위,모래가 하는것이 아닌데다가 헌재의 판결취지도 결국은 ‘인구중심’ 선거구 조정이니만큼 면적 불균형 문제는 법적 논리적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것 같다.


 헌데 농촌 지역구 문제는 그렇다 치고 도시 지역구에선 이런 뜻하지 않은 게리맨더링형 기형 선거구가 만들어진것이다. 19대엔 수원,용인에만 한했던 선거구가 20대 들어선 고양,천안,전주까지 그 해당 지역이 더 늘어나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사실 기초단체의 인구가 늘어나 신설되는 행정구(行政區)의 구 명칭은 과거엔 지방도시의 인구가 그리 많지 않아서였는지 구 이름이 대체로 무성의하게 지어졌다. 가령 북구,남구,중구 이런식이었다. 그러다 대략 90년대 이후 들어선 지방 도시들의 인구도 늘어나고 특히 지방 분권화가 이슈화되면서 기초단체의 행정구 명칭도 부천시 소사,원미구니 성남시 수정,중원,분당구니 하는식으로 해당지역의 특성과 전통을 살린 새롭고 예쁜 구 이름이 만들어져왔다.


 이와같은 행정구들은 대개 해당 지역민들의 생활권이나 지리,전통등을 고려해서 만들어지는것이므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선거때 유권자들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무작정 갑,을,병,정...식으로 12천간을 사용 지역구명을 만드는것보다는 해당지역의 행정구 위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구 상한선을 초과하여 부득이하게 2-3개 정도로 분구 하는 경우에나 어쩌다 갑,을 경우에따라선 병(丙) 정도로까지만 사용하고 웬만하면 도시지역의 행정구를 존중하는 선거구 획정을 해주었으면 한다. 다음 총선때 이 점을 다시한번 심사숙고 고려하여 선거구를 획정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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