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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걸그룹 팬픽 - 전혜빈 (8.마지막회) 1세대 걸그룹 팬픽




                                    교육원에서 생긴일 - 3. 오월의 신부





 “ 야, 너 대체 뭐야...너...너 도대체 뭐야 ? ”

 준식으로선 나름대로 혜빈에게 도움을 주고싶어 한 일이었는지 몰라도 막상 그와같이 수정이 된 대본을 본 혜빈은 화를 내고 만다. 어쨌든 혜빈으로선 어린시절 외할아버지로부터 들은 그 동네 젊은시절 알고 지내던 지인과 관련된 다소 특이한 이야기. 그것을 지금까지 마음속에 소중하게 고이 담아두고 있다가 이렇게 성인이 되어서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어본것 아닌가. 헌데 그 이야기를 이렇게 준식이 자기 마음대로 고쳐버렸으니 화가 어지간히 날만도 했다. 하지만 준식은 준식대로 전혀 예상못한 그와같은 혜빈의 반응에 당황하며 일단 해명을 해보려 한다.

 “ 누나...전 그게 아니라...누나 드라마 스토리가 너무 빈약해 보여서... ”

 “ 이거 어릴때 우리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란말야 !!! 어릴때 외할아버지한

  테 들은 사연을 니가 뭔데 마음대로 바꿔 !!! 니가 뭔데 맘대로 이렇게 훼손을 하

  냔 말이야 !!! ”

 “ 누나 그게 아니라 내 말은...누나 일단 진정하고 내 이야기부터 좀 들어봐요...

 ”

 그날 합평회가 대체로 그리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끝나고, 그리고 준식이 다시 혜빈과 별도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을때 준식이 혜빈에게 나름 조언삼아 그리고 딴에는 그녀가 걱정되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한 이야기의 요지는 그것이었다. 준식이 보았을때 혜빈에게 부족한것은 결국 상상력이라고. 설사 그것이 어린시절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사연이든 누구로부터 들은 이야기든 그것이 수필이나 수기라면 문제될것이 별로 없을것이다. - 물론 수필이나 수기도 어느정도 기승전결의 스토리구조를 갖춰야 하는것은 마찬가지지만. - 근데 문제는 드라마라는 점이다. 드라마나 소설은 실화는 아니고 픽션이다. 하지만 픽션이니만큼 실화와는 또 달리 작품을 보는 독자나 시청자가 이해하고 납득이 갈만한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야하는 문제가 있다. 실화야 실화 그 자체뿐일때는 설사 아무리 납득이 안가거나 심지어 너무 허무맹랑하거나 미스테리한 이야기일지라도 실화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것이 없다. 실제 그런일이 있었다는데 어쩔것인가. 하지만 소설이나 드라마는 다르다. 픽션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독자나 시청자가 납득할수 있게끔 그만한 스토리와 이야기구조를 갖춰줘야 하는것이다. 준식이 보았을때 혜빈의 작품이 혹평을 받은 중요한 문제는 결국 그 부분이었다. 설사 그것이 어린시절 외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일지라도 또는 그 외 다른 누구의 이야기일지라도 그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시켜 납득이 가는 이야기구조를 갖춘 드라마로 재탄생시켜야 하는것이다. 헌데 혜빈은 그 점을 망각하고 있었다. - 방송작가 교육원 강의를 제대로 듣지않아 그런 치명적인 실수를 한것일수도 있지만 - 바로 준식은 혜빈에게 그와같은 점을 일깨워주고 싶어 한번 준식 나름대로 그 스토리 얼개구조를 갖고 좀 더 납득이 가고 그럴듯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새로운 작품으로 재구성해본것 뿐인데 혜빈은 준식의 그런 행동 자체를 납득하지 않았다. 아니 납득이 안 가거나 상처를 받은 정도가 아니라 이와같이 불같이 화를내고 있는것이다. 당장이라도 다시 울음이라도 터트릴것 같은 얼굴이 되어 혜빈은 준식에게 따지고 있엇다.

 “ 니가 뭔데 날 훼손해 ? 니가 뭔데 날 이런식으로 우롱해 ? 그거 우리 할아버지

  로부터 들은 이야기란말야. 우리 외할아버지한테 어릴때들은 그런 소중한 이야기

  ... ”

 “ 누나...그게 아니라...그...제 이야길 좀 제대로 차분하게 들어줘봐요. 난 기왕이면

  누나가 좀 더 상상력을 키워서 좀 더 짜임새있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 보았으

  면 하는 그런 바램에서... ”

 “ 시끄러워 !!! 아무말도 듣고 싶지 않아 !!! 니가 김수현보다 더 나빠 !!! ”

 심지어 대본을 뒤늦게나마 제출했던날 대본을 아예 보지도 않고 ‘X같은 것’이라는 막말을 퍼붓고 눈앞에서 혜빈의 대본을 찢어버렸던 그런 망동을 한 김수현보다 준식이 더 나쁘다고 말하고 있는 혜빈. 그런 말까지 들은 준식은 더더욱 기가막혔다. 자기 딴에는 그래도 혜빈이 걱정이 되어 그렇게 합평회 자리까지 마련해주었고, 심지어 그 합평회가 혹평속에 좋지않게 마무리되자 다시금 혜빈에게 개인적으로 조언이라도 해주고파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까지 별도로 마련했었다. 헌데 그런 준식보고 김수현보다 더 나쁘다니. 아닌말로 준식이 혜빈에게 김수현마냥 무슨 모욕이나 욕설을 퍼붓거나 대본을 찢어버리거나 한것도 아니고. 오히려 혜빈에게 도움을 주고파서 호의로 했던 행동들인데, 그 결과가 기껏 이런 소리나 듣고있는 상황을 만들어버렸으니 준식도 기가막히고 화가났다. 두 사람 사이에 그런 실랑이갸 계속 오가고 있었다.

 “ 누나도 참...난 진짜 누나한테 도움을 주고 싶어서... ”

 “ 그 대본이 얼마나 소중한건데...그게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건데...니가 그딴식으

  로 더럽혀 !!! 니가 뭔데 내 소중한걸 그딴식으로 훼손하냔말야 !!! 도대체 니가

  뭔데 !!! ”

 그렇게 실랑이가 오가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준식의 멱살을 덮석 나꿔챘다. 그리고 준식이 자신의 멱살을 잡은 사내가 누군지 알아볼 겨를조차 없이 주먹 한방이 준식의 얼굴을 후려갈기고 준식은 바닥에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아닌밤중에 홍두깨격으로 날벼락을 맞은 준식은 기가막히기만 한 가운데 그런 준식에게 다시 다가와 멱살을 잡아채는 이는 바로 다름아닌 상기였다. 상기는 준식을 보며 핏발까지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한다.

 “ 너...너 이자식 뭐하는 수작이야 !!! 우리 혜빈이한테 대체 무슨 희롱을 하고 있

  는거야 !!! ”

 “ 네에 ? ”

 혜빈과 정식으로 결혼을 약속하고 한참 결혼준비가 진행중이던 터라 상기는 그 문제로 상의할 문제도 있고 해서 그 무렵 혜빈의 집을 찾는일이 잦았다. 그날도 마침 혜빈 부모님과 상의드릴일이 있어 그녀집을 찾아오는 길인데 오는길에 혜빈의 집 가까운곳까지 다다랐을때 상기는 운전하는 차안에서 혜빈이 어떤 커피숍 안으로 들어가는것을 보았다. 상기는 그저 이웃사람이나 친구라도 잠깐 만나나 싶어 일단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자신은 우선 혜빈의 집으로 갔고, 그리고 혜빈 부모님과 결혼준비 상의할것을 의논하며 혜빈이 오기만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혜빈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려가 된 상기가 집을 나와서 조금전 혜빈이 들어가는 것을 봤던 그 커피숍으로 와본것이다. 헌데 상기가 커피숍에 들어섰을때 혜빈이 웬 젊은 사내와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것이 아닌가. 더욱이 혜빈은 울상이 다 되어 뭔가 억울하고 서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사내는 사내대로 그런 혜빈에게 뭔가 해명 비슷한말을 입에 담고 있었으니, 상기 입장에선 그 젊은 사내가 혜빈에게 무슨 수작이나 희롱을 하는 것으로 오해한것이다. 상기로선 그야말로 혜빈을 지키려는 정의의 사도답게 자신의 정혼녀를 희롱(?)하는 준식을 응징하기 위해 다시한번 주먹을 높이 치켜들었는데, 그제서야 상기가 뭔가 오해하고 저러고 있구나 깨달은 혜빈이 그런 상기를 만류했다.

 “ 오빠...오빠 왜 그래요 ? 진정해요. 진정좀 해 봐요. ”

 “ 혜빈아 걱정마. 널 괴롭히는 나쁜X들은 이 오빠가 언제든 이렇게 응징해줄게.

  이 천하의 나쁜 불한당 X. 너 따위가 뭔데 감히 우리 혜빈이를... ”

 “ 오빠 !!! 그런게 아니고...저렁 같이 교육원에서 강의듣던 동료 수강생이에요 !!!

 ”

 “ 뭐...뭐라고 ??? ”

 혜빈의 말을 듣고는 실수를 깨달은 상기는 주춤하며 올렸던 주먹을 내리고는 준식에게서 다소 떨어져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다. 그 사이 준식도 정신을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상기는 여전히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지 어찌된것인지 통 영문을 모르는듯한 모습이고 혜빈이 그런 상기에게 설명을 더 보충해준다.

 “ 그...제 작품 합평회 주도했던 사람이 바로 이 학생이에요. 그래서 오빠 찾아갔

  던 그날...낮에 바로 그 합평회가 있었던거고... ”

 “ 그...그래 ??? ”

 이제 그런대로 오해는 풀린듯 했으나 상기는 아직 좀 석연찮은 부분이 있는듯 준식과 혜빈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여전히 뭔가 떨떠름해 보이는 모습이다.

 “ 헌데...아무리 그래도...니가 왜 이 시간에 이 친구를 만나 ? ”

 교육원에서 함께 강의를 들었던 동기 수강생이고 그리고 혜빈의 합평회까지 주도했다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것도 지금 한창 결혼을 준비중인 여성과 만나는 젊은 청년에 여전히 석연찮아하는 모습인 상기고 혜빈이 마저 그 부분에 대한 오해도 풀어준다. 준식이 건네줘서 읽어본 문제의 드라마대본까지 보여주면서.

 “ 이것 때문에...그래서 좀 다툼이 있었던거에요. 준식씨...이 친구 이름이 윤준식

  인데요...아무튼 제 드라마를...뭐 수정을 한다면서...저보고 상상력이 없네 어쩌

  네 하면서...그러면서 제 드라마를 이렇게 대본을 잔뜩 수정해서는 가져왔어요

  . ”

 준식 입장에선 나름대로 혜빈의 원래 대본에 살을 더 붙여서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해 놓은것을 혜빈은 ‘잔뜩 수정해왔다’고 표현했다. 아무래도 준식의 그와같은 행동에 대해 불쾌해하는 기색이 여전히 역력해보이는 반응이다. 한편 준식과 상기,혜빈 두 사람은 일단 적당히 테이블에 마주앉은 그런 모습이 되고, 그런 가운데 상기가 혜빈이 건네준 대본을 대충 한번 살펴보며 준식과 혜빈을 다시금 번갈아 바라본다. 그리고 뭔가 생각에 잠기는듯 하다 말을 건넨다.

 “ 그러니까 그쪽이 저희 혜빈이 대본을 이렇게 수정을 해놓았다는 말씀이신건가

  요 ? ”

 “ 인사가 늦었습니다. 윤준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 어디까지나 혜빈이 누나와

  는 교육원 동기생으로서...혜빈이 누나 작품에 뭔가 좀 도움을 줄까해서... ”

 “ 이름까지 내가 굳이 알 필욘 없는것 같고... ”

 “ 예 ? ”

 상기는 여전히 이 시간에 어쨌든 혜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준식이란 남자를 불편해하는 기색이다. 사실 이쯤되면 상기도 소위 ‘오버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준식은 어디까지나 교육원 동기생인 혜빈의 작품이 다른 수강생들에게 평가를 받아볼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기위해 그런 합평회를 주선해준것이고 오늘 이렇게 혜빈의 대본에 살을 더 붙여 가져온것도 이른바 상상력을 키우는 훈련이라던가 여하튼 혜빈의 작품활동에 뭔가 도움을 주고픈 선의로 한 행동일뿐이다. 헌데 상기는 준식의 이와같은 행동 전체를 모두 의심하고 있는 그런 형국 아닌가. 혜빈을 완전한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픈 상기임을 생각하면 그런 초조함이 드는것을 이해 못할것도 없지만. 여하튼 상기는 여전히 뭔가 불편해하는 기색으로 준식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근데...우리 혜빈이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당신이 잘못한게 맞는것 같네 ? ”

 “ 예 ? 뭐라고요 ? ”

 “ 무슨말인지 못알아 듣겠나 ? 이건 분명 당신이 잘못한거야. 당신이 뭔데...당신

  이 뭐라고 우리 혜빈이 대본을 이렇게 수정을 해. 그 대본은 우리 혜빈이 땀과

  눈물과 피와 영혼이 한데 들어간 노력의 결실이야. 우리 혜빈이 그 충만한 감성

  으로 그리고 영롱한 보석같은 그 재주로 이 백옥같고 예리한 손가락 하나하나를

  움직여 밤새 피고름으로 만든 주옥같고 영롱한 그런 작품이라고. 그런데 당신이

  뭔데 우리 혜빈이를 더럽혀 ? 우리 혜빈이의 그 다이아몬드보다 소중한 그 보석

  보다 귀한 작품을 당신이 뭔데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냐구 ? ”

 “ 아...아니 저 이것보세요. ”

 근데 이쯤되면 상기가 혜빈의 대본을 읽어보긴 했는지도 조금 의심이 간다. 사실 상기는 혜빈이 김수현한테 면박을 당한날 혜빈이 무작정 전화를 걸어 그보고 와달라고 했고 김수현 선생이 찢어놓은 대본을 혜빈이 보여주며 그녀가 한바탕 울며불며 난리를 쳤었다. 그리고 그날 상기가 그 대본과 함께 혜빈을 집으로 데리고 가 찢겨진 대본을 손수 정성스레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주기까지 했었다. - 헌데 어차피 원본파일이 혜빈의 컴퓨터에 있어 합평회날에 몇부를 추가 인쇄하 가져오기도 했고, 또 지금도 원본파일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본은 더 추가로 인쇄할수도 있는일이니 정말 상기의 그 작업은 공연한 수고만 한 셈이다. 무엇보다 정황상 상기가 혜빈의 대본을 직접 읽어보지 못한것은 100퍼센트 확실하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기는 혜빈의 대본에 대한 찬사를 그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미사여구란 미사여구는 있는대로 다 갖다 붙이며 늘어놓고 있는것이다. 상기 딴에는 그만큼 혜빈이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이기에 혜빈이 썼다는 그 A4 용지 20장 정도의 드라마 대본도 그렇게 소중해 보일지 몰라도 정작 대본도 읽어보지 않고 그런 으레적 찬사만 입에 담고 있는것이라면 사실 그게 더 문제가 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여하튼 혜빈의 대본은 처음에 김수현이 읽어보지도 않고 늦게 대본을 제출한 문제만 책망하며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고 합평회때 참석한 수강생들은 모두 혜빈의 작품 스토리가 이해안가고 결말도 납득이 안 간다며 혹평을 했었다. 헌데 그런 대본을 지금 상기는 그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할법한 온갖 미사여구를 전부 갖다붙이며 그에대한 찬사를 늘어놓고 있는것이다. 정작 대본은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단지 혜빈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기에 사랑하는 혜빈을 위해 일단 무작정 늘어놓고 보는 찬사와 미사여구. 이런 상기의 태도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것일까. 일단 준식은 준식대로 그런 상기를 약간 멍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데, 상기는 그런 준식을 보며 나름 작심한듯 하고픈 말을 좀 더 이어간다.

 “ 우리 혜빈이의 주옥같은 작품이야. 아무도 함부로 건드릴수 없고, 아무도 함부

  로 욕보이고 훼손할수 없어. 우리 혜빈이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데...그 혜빈이가

  밤새 혜빈이의 피와 땀과 영혼과 눈물을 모두 한데 쏟아...그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혜빈이의 피와땀이 묻어있는 혜빈이의 영혼과 숨결이 담겨있는 대본

  그걸 누가 마음대로 건드려 ? 닥쳐 !!! 우리 혜빈이의 작품은 너같은 시정잡배가

  함부로 더럽히고 함부로 훼손할수 있는 그런 작품이 아니야. 니까짓게 뭔데 감히

  우리 혜빈이의 순결을 더럽히냐구 ? ”

 “ 아니, 뭐...뭐라구요 ? ”

 이쯤되면 준식도 화가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다. 조금전 그러잖아도 다짜고짜 영문도 모르는채 상기한테 얻어맞은 일도 있거니와 준식보고 시정잡배 어쩌구 하며 심지어 ‘혜빈의 순결을 더럽혔다’는 말까지 입에 담고있다. 이쯤되면 상기의 표현도 좀 과하지 않는가. 아무리 혜빈을 위하고 아끼기 때문에 입에담고 있는 표현이기로 순결을 더럽히다니. 만약 모르는 사람들이 봤다면 준식이 무슨 혜빈을 육체적으로 건드리기라도 한 것으로 오해할수 있는 그런 표현 아닌가. 준식이 지금 상기와 혜빈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이인지까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런 상황을 대충 봐서는 두 사람이 연인관계인것만은 분명해 보이고, 헌데 상기의 태도는 그야말로 자신이 혜빈을 괴롭히는 어떤 불한당이나 시정잡배 취급을 하고 있는것 아닌가. 준식은 어디까지나 동료 수강생인 혜빈이 그날 김수현한테 그런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마음도 좀 달래주고 호의를 베풀어주고 싶어 합평회도 열어주고 작품에 도움이 될만한 충고까지 해준것인데, 대체 이 김상기란 남자는 그런 자신에 대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것이란 말인가. 준식도 평소 성격이 그리 온순한 편은 아닌지라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 참고만 있을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공연히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싸움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다는 판단이라도 한 것인지 일단 이쯤에서 상황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 저도 이만 바빠서 그만 가보긴 하겠습니다만...그리고 두분 아무리봐도 연인관

  계인게 틀림없어 보이긴 합니다만... ”

 “ 우리 두 사람 다음달에 결혼합니다. 그러니 허튼수작일랑 부릴생각 말아요 !!!

 ”

 마치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듯 보란듯이 그렇게 말한 상기. 혜빈이 순간 당황해서 얼굴이 다 화끈거릴지경이고, 준식 입장에선 나름 혜빈에게 보여주고팠던 호의가 이런 엉뚱한 결말이 되어버린것에 잔뜩이나 화가나 있는 상태이지만 혜빈이란 여자에게 단단히 빠져있는것이 분명한 이 김상기란 남자와 공연히 말싸움을 해봤자 별 득될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쯤에서 자리를 빠져나오려 한다. 혜빈과 상기에겐 간단한 인사말을 보낸다.

 “ 제가 뭐...실수한거라 생각하신다면 거기에 항변하진 않겠습니다. 그리고 두분

  결혼하신다니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선생님도 말씀을 좀 앞으로 가려가며 하셨

  으면 좋겠습니다. 좀전에 무슨 제가 혜빈씨 순결을 더럽혔다느니 어쩌느니 그

  표현 솔직히 화가났고 무척 불쾌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

 “ ...... ”

 “ 혜빈씨가 앞으로도 작품활동을 계속 하고싶은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작

  품에 주는 충고나 조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사람은 발전이 없

  게되어요. 그 말씀 하나만은 드리고 싶네요. 뭐 혜빈씨가 그냥 이렇게 작가의 길

  은 포기하고 그냥 평범한 결혼생활을 일구길 원한다면...그건 뭐 제가 만류할 이

  유도 없고 다 혜빈씨 선택입니다만... ”

 준식은 그쯤에서 숨을 고른다. 살짝 상기의 눈치도 보면서. 공연한 말을 너무 늘어놓아 다시 싸움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싶어 사실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나서 준식은 마무리 인사말을 건넨다.

 “ 전 어쨌거나 혜빈씨 작품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어 벌인 행동

  이었어요. 그 진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런 엉뚱한 결과만 만들어놓고

  말았으니 그것만은 정말 유감입니다. ”

 그 정도로 하고 준식은 커피숍을 빠져나온다.





 교육원에서 1년간 그런 곡절의 과정을 거친 혜빈이 상기와 결혼식을 올린것이 그로부터 한달뒤인 5월말의 일이다. 혜빈의 결혼식때 교육원 동기생중 참석자가 없었던것은 대체로 혜빈이 교육원 교육에 임하는 자세가 불성실한 편이라 결석,지각도 잦았고 따라서 다른 수강생들과 특별히 친분을 나누거나 한 일도 별로 없었기에 그녀의 결혼에까지 신경을 쓰며 굳이 결혼식에 참석할 필요를 느낀 수강생이 거의 없었던것을 이유로 보면 될것같다. 사실 혜빈 입장에서도 그렇게 상기와 조금은 갑작스레 일사천리로 진행된 결혼준비 과정이고, 게다가 그땐 혜빈도 더 이상 교육원 강의를 듣는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더 이상의 수강은 포기한 상태라 굳이 자신의 결혼사실을 교육원이나 수강생들에게 알린다던가 청첩장까지 보낼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따라서 어차피 20여명에 달하는 혜빈의 교육원 동기생 대다수는 그녀의 결혼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 다만 윤준식만이 뒤늦게 그렇게 혜빈의 대본을 수정한것을 들고 그녀를 만나러 갔다가 두 사람의 만남을 오해한 상기한테 얻어맞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준식만이 혜빈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된것이다. 하지만 준식이 평소 붙임성이 있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사교같은것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성격도 아니었던지라 혜빈의 결혼 사실을 다른 수강생들에게 알린다거나 할 생각까진 하지 못했던것이다. 다만 그날 합평회에 참석을 했었고 혜빈과도 몇 번 식사나 술자리를 갖는 정도의 친분이 있었던 전봉림과 김종아 정도에게만 혜빈의 결혼사실까진 말하지 않고 넌지시 이야기를 좀 꺼내보았으나 두 사람은 다 대체로 5월말에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만 해 혜빈의 결혼날짜까지 알려준다던가 할만한 분위기가 이미 되어있지 않았다. 따라서 그렇게 혜빈은 이미 1년간의 교육원 수강 과정은 모두 마무리(사실상 중도포기)한 상태에서 그러나 정작 1년동안 다녔던 교육원 동기생중에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윤준식 이외엔 단 한명도 없는 그런 결혼식이 진행된것이다.

 하지만 교육원 수강생중 참석자가 없다고 해서 혜빈과 상기의 결혼식이 쓸쓸한 분위기로 치러졌다던가 그랬던것은 아니고 전직 국회의원 출신인 혜빈의 아버지나 중견 기업인인 상기 아버지나 다 그만한 사회적 지위를 갖춘 사람들이고 혜빈이나 상기의 학교친구,사회,직장 동료들도 적잖이 참석 대체로 많은 축하객속에 성대한 분위기로 결혼식이 치러졌다. 따라서 혜빈이 1년동안 수강한 방송작가 교육원 수강생중 결혼식 참석자가 없다는 사실은 결혼식 그 자체에서도 또 혜빈의 입장에서도 굳이 그렇게 큰 의미둘일은 되지 않았다. 실제 혜빈은 교육원 수강생중 자기 결혼식에 와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고, 다만 뜻밖에 자신의 합평회를 열어주었던 준식이 참석해준것을 약간 고마워했을 뿐이다. 상기도 비록 그날 잠시 불편한 만남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결혼식에 참석하러 와준 준식에게 덤덤한 표정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던것이다.

 그리고 혜빈과 상기는 신혼여행을 떠났다. 동남아 한 휴양지로 1주일에 걸친 신혼여행. 그리고 호텔방. 분위기가 있는 호텔 방안에서 술 한잔을 나누며 두 사람이 다정한 분위기속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혜빈의 모습은 그야말로 마냥 행복에 겨운 ‘오월의 신부’ 그 모습 그 자체다.

 “ 혜빈아... ”

 상기 입장에서도 첫 번째 프로포즈때는 무안할정도로 거절을 당해버렸고 그리고 다시 열달이 지나 그야말로 전혀 계획에도 없이 즉흥적으로 했던 자신의 프로포즈가 받아들여진 셈이라 그런면에서도 여러 가지 감회가 새로울수밖에 없고, 한두마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것 같은 지금의 자신의 감정과 상황속에서 차분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며 혜빈을 바라본다. 바로 그 두 번째 프로포즈날 혜빈보고 ‘네가 내 인생의 드라마 작가가 되어줘. 난 얼마든지 흔쾌히 네 인생의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줄게. 그렇게 우리 둘이 우리만의 인생의 드라마를 일궈나가자’고 말했던 바로 그 김상기가 아닌가. 헌데 그 상기를 바라보며 혜빈은 좀 뜻밖의 말을 건넨다.

 “ 오빠 나... ”

 혜빈은 무슨 말을 하고싶은것을까. 상기가 나름대로 의아한 마음을 가진채 혜빈을 바라보고 있는데 혜빈은 대체로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말을 이어간다.

 “ 저 그냥 지난 1년동안... ”

 “ ...... ”

 “ 마치 한 여름 더위속에 꾼 무척이나 찐득하고 후덥지근한...그런꿈을 꾼것같은...

  마치 그런 꿈을 꾸었다고 생각할래요. ”

 “ 무슨말이야 그게 ? ”

 혜빈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것인지 상기가 그와같이 묻고, 혹시 혜빈이 자신과의 결혼을 별로 기뻐하지 않는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순간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상기의 그런 섣부른 짐작과는 달리 혜빈은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 교육원에서 있었던일 말이에요. ”

 “ 아...난 또... ”

 무슨 한여름의 찐득하고 후덥지근한 어쩌구 하는 표현까지 하면서 한 이야기가 혹시 자신을 두고 하는 이야긴가 싶었는데 혜빈은 교육원에서 있었던일을 염두에 두고 한 표현이다. ‘한 여름 더위속의 찐득하고 후덥지근한 꿈.’ 혜빈은 지난 1년 방송작가 교육원에서 겪었던 일을 그와같이 표현하고 있는것이다. 김수현한테 자기작품이 찢겨져나가는 수모를 겪고 - 그전에도 김수현은 혜빈의 불성실한 태도를 면박주는 말을 여러번 했었고 - 그리고 합평회에서 참석한 수강생들에게서 조차도 자기 작품 혹평을 들었던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지금 혜빈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것이다.

 “ 한여름에...막 더위속에 뒤척이다 겨우 잠이들면...이상하게 참 여러 가지로 복잡

  하고 뭐라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웬지 기분 안좋은...진짜 찝찝하고...찐

  득하고 기분 몹시 더러운...그런 꿈을 꿀때가 간혹 있어요.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

  도 꿈 자체의 느낌에 그러잖아도 더운 한 여름의 기운 때문에 사람의 기분이 그

  끈끈하고 찐득찐득한 찝찝한 느낌 그게 쉽게 몸에서 뗠쳐나가지가 않아요. ”

 “ ...... ”

 “ 제가 방송작가 교육원에서 겪었던 1년간의 그런 일들이... ”

 상기는 별다른 말이 없고 혜빈이 와인 한모금을 제법 분위기있게 음미한다. 그 모습이 상기 눈에 그런대로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와인잔을 내려놓은 혜빈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 전 정말 교육원을...제 나름대로는 방송작가 일이 저의 역량을 한번 마음껏 떨

  쳐보고 싶은 그런 일이 아닐까 하는...막연한 기대를 갖고 교육원에 등록을 했던

  거에요... ”

 고등학교때 문예반 활동을 했고, 대학때도 학보사 기자생활을 좀 했었다는 혜빈의 이력을 보면 그녀 역시 문필쪽에 어느정도 소질이 있는것만은 분명한것 같다. 하지만 그런 혜빈이 나름대로의 바램과 소망을 갖고 등록했던 방송작가 교육원에서의 지난 1년간의 일. 결과적으로 그녀에겐 그다지 좋지않은 기억만을 남겼던것 같다. 그 좋지않았던 일련의 과정들을 혜빈은 그 한마디로 요약 말하고 있는것이다.

 “ 하지만 지나고보니...그야말로 한 지난 1년...마치 한 여름 무더위로 쉬이 잠을

  못 이루다 겨우 잠들었는데...그렇게 잠들었건만 꾸게된 너무 복잡하고 이상야릇

  한 그리고 기분만 괜히 찝찝한 그런 꿈... ”

 “ ...... ”

 “ 한참 그렇게 쉬이 깨지않는 꿈에서 헤매다 겨우 깨어났음에도 그러잖아도 더운

  한여름 무더위에 거기에 기분 찝찝한 그런 꿈까지 꾸고나서 그 두가지 불쾌한 감

  정이 겹쳐져...그 찝찝하고 끈덕지근한 그런 기분이 몸에서 쉽게 떨쳐내지지가 않

  는 그런 느낌...그런 불쾌감... ”

 “ ...... ”

 “ 지난 1년 전 그냥...그런 꿈을 꾸었던것 같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

 혜빈은 말없이 자신의 잔에 와인을 하나가들 따라붓는다. 그리고 그것을 소리없이 마셔댄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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