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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걸그룹 팬픽 - 전혜빈 (4) 1세대 걸그룹 팬픽




                                   교육원에서 생긴일 - 3. 오월의 신부





 헌데 이쯤되면 혜빈의 태도도 다소 황당하고 어이없는 면마저 있다. 원래 애초에 상기가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을때 상기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결혼 자체가 아직 생각이 없던 그녀는 그의 프로포즈를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기는 혜빈에 대해선 미련을 쉬이 놓지 않았는지 두 사람의 만남은 그후에도 계속 이어져와 혜빈과 상기는 그저 단순히 친한 오빠,동생 사이로만 지내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것도 아닌 다소 어정쩡한 사이가 지난 9개월동안 지속되어왔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혜빈은 누구든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며 누구에게든 위로받고 싶다며 다짜고짜 상기보고 와달라고 한 것이다.

 물론 프리랜서인 상기야 일반 직장인처럼 평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내내 일터에 못박혀 있어여 하는 몸은 아닌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처지이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만약 지금 일을 하는 중이라면 몸을 움직이는것이 쉽지는 않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빈은 그런 배려없이 무작정 상기보고 와달라고 한 것이다. 그나마 자신이 있는곳이 어디인지 위치라도 대충 말해줬으니 다행이라고 봐야하는것일까. 그러나 상기는 마치 혜빈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갈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처럼 그녀의 애원을 듣고는 일하는 곳에서 바로 출발해버렸다.

 그나마 상기가 본래 프리랜서 일을 하며 여기저기 일이 있는곳마다 다니는 몸이었기 때문에 국회의사당 위치 정도는 평소에 알아두고 있는것이 다행이었다. 적어도 국회의사당 근처까지 상기가 차를 운전해 오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만 여기서 착오가 생겼다. 국회의사당 앞 거리 구조는 국회의사당 맞은편으로 삼거리가 있다. 그리고 좌우 양쪽으로도 그리고 앞쪽으로 나있는 길로도 그 양 옆에 이런저런 빌딩이나 상가건물들이 쭉 늘어서 있다. 혜빈은 금산빌딩의 위치를 ‘국회의사당 맞은편’이라고 했는데 상기는 그 말의 의미를 어쨌든 국회의사당 바로 앞에 있는 것으로 이해한것이다. 아주 틀린것은 아니지만 정확히 혜빈이 나와있는곳은 국회의사당 정면의 여의도광장쪽으로 향하는 대로 그 오른쪽 길에 있는 벤치에 나와 앉아있는 것이다. 금산빌딩 정문 위치가 바로 그쪽이다. 그러나 상기는 그냥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있는 건물’로만 이해하고 한참을 그쪽만을 돌아다녀 여의도 광장 방향으로 있는 대로는 생각하지 못한것이다. 한참을 엉뚱한 방향에서 헤매다가 혜빈을 찾을수 없자 그때서야 혹시나 싶어 방향을 여의도 광장쪽 도로로 틀어보았다. 헌데 그때서야 금산빌딩 앞의 작은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혜빈을 찾을수가 있었다.

 “ 오빠... ”

 상기를 알아본 혜빈이 그보다 더 놀랐다. 먼저 전화를 해서 와달라고 애원한것이 혜빈이긴 하지만 그렇게 통화를 해놓고 시간이 좀 지난뒤엔 자신이 괜한짓을 한것같아 민망함에 바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 30분전 까지만 해도 정말 누구라도 곁에 있지 않으면 죽을것만 같은 그런 심정이었는데 시간이 그래도 좀 지나고 차분히 감정정리가 되면서 조금전 상기한테 전화를 한것에 괜한짓을 한것같다는 후회가 든 것이다. 그래서 그쯤에서 마음을 추슬르고 이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상기에겐 다시 전화를 해서 안와도 된다고 말을 할까말까 망설이는 중이었다. 헌데 그때 상기가 도착해서 혜빈을 발견한것이다.

 “ 혜빈아... ”

 상기는 혜빈을 보자마자 달려들어선 그녀를 꼭 안아보았다. 어찌되었거나 이렇게까지 한달음에 달려와준 그의 지성과 정성엔 혜빈도 순간 감격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공연한 짓을 한것같은 후회감과 미안함도 조금은 들고. 상기는 대체 어찌된 영문이냐며 혜빈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혜빈은 무슨말을 어디서부터 꺼내야할지 몰라 다만 울먹이고만 있었다. 상기가 일단 그런 혜빈을 달래며 자신의 차로 데려갔다. 저녁을 사주겠다고 하면서 여의도를 벗어나 인근 지역에 있는 제법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 혜빈아... ”

 상기는 정말 혜빈이게 무슨 큰일이라도 닥치거나 문제라도 생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여전히 그녀의 상태를 염려하고 있었다. 안쓰러운 표정으로 혜빈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상기. 차분히 그의 말이 이어진다.

 “ 그런데 대체...무슨일이 있었던거야 ? 누구랑 싸우기라도 했어 ? 아니면...어떤

  몹쓸놈이 널 괴롭히기라도 했니 ? ”

 상기 입장에선 아까전 혜빈의 그 전화에 정말 혼자 별의별 상상이 다 들었었다. 그래서 진짜 혜빈이 무슨 몹쓸 봉변이라도 당한것은 아닌가 그런 걱정까지 되는 지경이었고, 상기가 그와같이 나오니 이제 혜빈이 되려 무안해질 지경이다. 사실 상기는 아직까지도 혜빈이 방송작가 교육원에 다닌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부모조차도 자신이 그런데 다닌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터라 혹시 상기가 자신이 어떤데 다니고 있는지를 알면 자신을 어찌 생각할지 몰라 더더욱 무안한 마음에 그런 이야기는 지금껏 일절 꺼내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혜빈이 대체 요즘 무슨 공부를 하는지 통 알길이 없는 상기로선 정말 낮에 어디서 몹쓸 인간들에게 못된짓이라도 당한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이고. 그런 상기 앞이라 혜빈은 대체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할지 막막해질 지경이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주문한 저녁식사가 나오고. 혜빈은 여하튼 자신을 걱정하는 상기의 우려감이라도 조금은 덜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무슨일이 있었는지를 털어놓기로 한다.

 “ 저...이거... ”

 혜빈은 우선 가방에서 아까 김수현이 찢어놓은 대본을 꺼내 보여준다. 아까 엘리베이터 앞에서 겨우 찢겨져 널려진 것을 수습해서 가방에 여태 넣고있던 그 대본이다. 상기로선 대체 혜빈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고 걱정되어 미칠것 같은 지경인데 난데없이 웬 종이뭉치따위를 건네자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혜빈이 그런 상기를 바라보며 설명을 덧붙여준다.

 “ 대본이에요... ”

 “ 뭐라구 ? ”

 “ 대본이라구요. 제가 쓴 드라마 대본. ”

 혜빈은 새삼 김수현에 의해 무참히 찢겨진 자신의 대본을 보자 다시 아까일이 떠올라 울컥하는 심정까지 치밀어 오르기까지 한다. 그런 혜빈의 속마음을 모르는 상기로선 자신이 혹시 실수한것이라도 있나 싶어 공연히 미안해지기까지 하고. 혜빈이 그런 상기를 바라보며 마저 이야기를 덧붙인다.

 “ 그동안 저...사실 방송작가 교육원에 다니고 있었어요. 저 진짜...제 능력과 역량

  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는 공간이 거기가 아닐까...그런 생각을 하고 선택한건데...

 ”

 “ ...... ”

 “ 제가 교육원 숙제라서 밤새 피고름으로 쓴 제 습작 드라마 대본이에요. 단막극

  분량이긴 하지만...여하튼 제가 쓴 대본인데... ”

 “ ...... ”

 “ 그걸 김수현 선생님께서 저렇게 찢어놓으신거에요. 제겐 정말 생명과도 같은건

  데...그걸 X같은 거라느니 뭐라느니 하면서...저 김수현 선생님한테 진짜 수모 굉

  장히 당했어요. 다른건 몰라도...김수현 선생한테 그런 수모를 겪으니 저 자신이

  너무 비참해지고 참담해질 지경인거 있죠. ”

 다른것은 몰라도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라는 평을 받는 김수현이 읽어보지도 않고 찢어버린 대본이라면 적어도 수강생 입장에선 두말할 필요도 없는일이 아닌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끝나버리고 망한것만 같은 그런 막막함. 그 암담한 심정이 지금 혜빈의 마음인것이다. 혜빈은 다시금 아까일로 인한 서러움과 분함에 울음을 터트리고 당황한 상기가 그런 혜빈을 달랜다. 혜빈이 그런 상기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간다.

 “ 오빠 저...진짜...너무 비참하고...너무 절망적이고 참담해서 뭐라 말을 못하겠어

  요. 오빠...저 이제 어떻게하면 좋아요...엉엉엉엉~~~!!! ”

 “ 혜빈아... ”

 나름 혜빈을 달래며 위로의 말을 형식적이나마 건네보는 상기이긴 하지만 그도 조금은 놀라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혜빈이 방송작가가 되겠다며 그런 교육원에 다닌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안 일이라서 더더욱 그렇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상기는 정말 혜빈이 어떤 몹쓸 인간한테 봉변이라도 당한것인가 그런쪽으로 우려를 하는중이었다. 하지만 일단 그런것은 아니니 안도하는 가운데서도 상기는 조금전 혜빈이 내놓은 찢겨진 대본을 바라보고 있다.

 “ 그러니까...이게 혜빈이 니가 직접 쓴 드라마 대본이란 말이지 ? ”

 “ 네...오빠... ”

 상기는 테이블 위에 놓여진 찢겨진 대본과 혜빈을 번갈아가며 바라본다. 다른것은 몰라도 혜빈에게 그런 재주가 있다는것 만큼은 상기도 오늘 처음 안 사실이라 그게 더 뜻밖이기도 하다. 여하튼 그런데 그녀 말로는 그런 대본을 누가 찢었다는 소린데 어찌된 영문인지 자초지종을 알아보기 위해 상기가 다시 혜빈에게 말을 건넨다.

 “ 그런데...대체 누가...대체 누가 니 대본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는 이야기야 ?

 ”

 “ 김수현 선생님이요. ”

 “ 누가 ? ”

 “ 김수현 선생님요. ”

 상기가 제대로 못알아 들은것 같자 혜빈이 다시금 그 이름을 강조하듯 목소리를 높이고 헌데 상기는 여전히 의아하다는 투로 혜빈에게 말을 건넨다.

 “ 김수현 ??? 대체 그게 누군데 ??? ”

 “ 네 ??? ”

 상기는 마치 김수현이란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것처럼 그와같이 묻고 있고 혜빈은 순간 상기가 자신을 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잠시 마음이 상하기까지 한다. 그녀가 약간 뾰루퉁해진 말투로 말을 이어간다.

 “ 김수현 선생님요. 김수현 선생님이 저희 연구반 담임선생님이세요. 그런데 습작

  품을 과제로 제출한건데...그걸 X같은 거라면서...막말까지 하면서 제가 보는 앞

  에서 찢어버렸다구요. ”

 “ 근데 김수현이 누군데 대체 ? ”

 “ 네에 ? ”

 혜빈은 순간 다소 황당해지는 느낌까지 들어 다시금 상기에게 되물었다. 다른것은 몰라도 그 유명한 드라마작가 천하의 김수현을 모른다는게 말이 되나. 혜빈은 여전히 상기가 자신을 놀리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화까지 나고 그런 상기를 사뭇 원망하듯 말을 건넨다.

 “ 뭐에요 오빠 ? 저 놀려요 ? 거짓말 아니에요. 진짜 김수현 선생님이 저희반 담

  임 선생님이시라구요. ”

 혹시 상기가 혜빈이 김수현 정도 되는 유명한 방송작가 밑에서 수강생으로 지도를 받는다는 사실이 안 믿겨져서 자꾸 놀리는건가 싶어 혜빈은 진심 정색을 하고 화가나고 있고, 하지만 상기는 더더욱 영문모르는 소리인듯 그런 혜빈을 바라보며 다시 질문을 건넨다.

 “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야 대체 ? 그리고 김수현이 대체 뭐하는 앤데 ? 뭐하는 사

  람이야 ? ”

 “ 오빠...정말 김수현 선생님 모르세요 ? 드라마 작가 김수현 선생님이요.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

 혜빈은 실제 김수현이 집필한 한때 시청률 최고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거듭났던 유명 작품들을 입에 담으며 설명을 덧붙이지만 상기는 혜빈이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영문모르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몰라 난 그런사람. 나 원래 드라마 잘 안 보니까...몰라 난 하여튼... ”

 “ 오빠... ”

 혜빈은 아직까지도 상기가 정말로 김수현 같은 유명 작가를 모른다는것이 믿겨지지 않는듯 그에대한 사뭇 원망의 감정까지 담아 그를 불렀다. 혜빈은 진짜 상기의 이런 태도가 자신을 놀리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적어도 전혜빈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드라마작가 김수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이거나 엊그제 휴전선을 통해 월남한 귀순용사쯤 될거라 생각했다. 헌데 그런쪽하고는 아주 거리가 먼 그렇다고 어디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온 유학생이나 교민도 아닌 30년을 다소 넘는 시간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온 30대 초반의 김상기가 모른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아직도 혜빈은 상기가 김수현을 모른다는 사실이 쉬이 믿겨지지 않는듯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었고, 하지만 상기는 그런 혜빈의 태도가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는듯 자신의 말을 이어간다.

 “ 글쎄 김수현이고 뭐고 난 그런 사람 모른다니까. 남자가 뭐 그리 그런 드라마

  같은데 관심이 많겠냐...여하튼 난 모르는 사람이야. 헌데...뭐 어쨌든 그 김수현

  이란 사람이 니 대본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야 ? ”

 김수현이 뭐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상기의 판단에는 그게 중요한것이 아니라 정작 자신이 주목해야할 부분은 김수현이든 누구든 어떤 여자가 혜빈이 정성들여 쓴 대본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상기는 정말 진심으로 그 점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혜빈의 상한 마음을 달래주어야겠기에 그는 목에 힘을 주어 말한다.

 “ 김수현이란 사람이 대체 뭐하는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

 “ ...... ”

 “ 아주 돼먹잖은 3류 쓰레기 저질 막장 작가인것만은 분명하구나. 근데 그 김수현

  이란 여자 드라마 작가인건 맞는거야 ? 혹시 작가 행세 하고 다니면서 괜히 너

  같은 작가 지망생들한테 돈이나 뜯으려고 사기나 치는 그런 여자 아니니 ? 혹시

  그런 사람한테 사기당한거 아냐 ? ”

 “ 오빠... ”

 아무리 김수현을 몰라도 이건 좀 너무한다 싶었는지 혜빈이 살짝 그런 상기를 만류한다. 아닌말로 진짜 김수현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당장 명예훼손으로 고소라도 하고 남을 그럴 소리 아닌가. 여하튼 다른것은 몰라도 평상시 드라마를 잘 보는 편이 아닌 30대 초반의 남자 김상기기 김수현이란 작가를 모르는것은 분명해 보이고, 상기는 여하튼 김수현이 뭐하는 사람이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하에 나름 혜빈에게 다시 위로의 말을 건넨다.

 “ 혜빈아... ”

 “ 네...오빠... ”

 살며시 혜빈의 손을 잡아보지까지 한 상기. 혜빈의 가슴이 살짝 두근거린다. 상기는 일단 조금전 혜빈이 보여준 그 찢어진 대본을 조심스레 한쪽에 잘 정리해놓는다. 그리고 혜빈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용기내...그리고 걱정마 혜빈아... ”

 “ 오빠... ? ”

 혜빈의 입장에선 상기의 의도를 아직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해 의아한 감정인 가운데 혜빈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상기의 온화한 옥음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혜빈은 그런 상기를 바라보고 있다.

 “ 다른건 몰라도...혜빈이 니가 그토록 정성들여 쓴 작품. 네가 그토록 혼신의 힘

  을 다해 너의 열과 성을 다해 한자한자 만들어간 이 소중한 작품... ”

 “ ...... ”

 “ 이 영롱하고 주옥같은 이 보석같은 너의 소설...아니 너의 드라마를... ”

 이런것도 일종의 반전이라면 반전이라 할 수 있을까. 조금전까진 김수현이란 작가가 뭐하는 사람인지 통 모르겠다는 상기의 말에 혹 상기가 자신을 놀리나 싶어 마음까지 상했던 혜빈이었는데 그 뒤를 잇는말이 이와같은 혜빈의 작품에 대한 극찬으로 이어지자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것 같다. 상기는 혜빈의 찢겨진 대본을 조심스레 손으로 어루만져보기까지 하며 혜빈을 향해 말을 이어간다.

 “ 이런 소중한 너의 작품을...한자한자 그야말로 네 영혼과 피와 땀과 눈물이 서

  린 그런 너의 작품을 몰라주는 그런 3류 더러운 쓰레기 막장 저질작가는... ”

 “ ...... ”

 “ 너 전혜빈...전혜빈의 그 순수한 영혼과 진실한 마음 그리고 혼신을 다한 열정

  으로 한올한올 만들어간 이 보석같고 주옥같은 이 순결하고 고귀한 작품. 이 고

  결한 드라마... ”

 “ ...... ”

 “ 이런 너의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몰라주는...김수현 ??? 김수현이라고 했니 ?

  그래 뭐...오빠는 원래 드라마 같은데 별로 관심없어서...김수현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그야말로 듣도보도 못한(약칭 ‘듣보잡’) 그런 작가이지만...여하튼 그

  런 사기꾼 같은 3류 쓰레기 막장 저질작가는... ”

 어찌되었거나 혜빈의 작품에 대한 극찬과 김수현에 대한 비난을 묘하게 대조시키며 말을 이어가는 상기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런대로 상해있던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는것 같다. 그러고보면 상기란 남자를 부른것 그런대로 잘한 판단 같다는 생각도 들고, 혜빈의 입가에 살짝 미소까지 번지는 가운데 상기의 말은 계속되고 잇다.

 “ 혜빈이 너의 작품의 진가를 몰라주는 그런 김수현 같은 사기꾼 3류 쓰레기 막

  장 저질 듣도보도 못한 그런 더러운 작가는...혜빈이 네 발가락 사이에 낀 때나

  파먹으며 기생하는 기생충의 발톱 끝 만큼의 가치도 안 되는거야. 알았어 ? 그

  런 김수현 같은 사기꾼 3류 쓰레기 저질 막장작가는 혜빈이 너의 그 순결한 영

  혼...그토록 아름답고 영롱한 보석같은 가치를 지닌 혜빈이 너의 발가락 사이에

  낀 때...그 때나 파먹고 사는 기생충의 발톱끝 만큼의 가치도 못되는 그런 보잘

  것없는 더러운 존재라고. 무슨말인지 알겠지 혜빈아 ? ”

 사실 상기가 아직 혜빈의 작품을 직접 읽어본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입에발린 아첨이나 예의상 해보는 인사성 찬사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혜빈을 위로해주기 위해 그와같은 말을 입에 담고있는 것이긴 하지만 여하튼 불과 두어시간전 김수현으로부터 그와같은 심한 모독을 당했던 혜빈이라서인지 상기의 그와같은 칭찬에 그런대로 위안이 되는것 같다. 한편 상기는 상기대로 혜빈의 찢겨진 대본을 다시금 손으로 어루만져보며 그녀에게 말을 건네다.

 “ 그런데...이게 니가 직접 쓴 대본이라구 ? ”

 “ 네, 오빠. ”

 상기는 말없이 그 대본과 혜빈을 번갈아가며 바라본다. 어찌보면 혜빈에게 이런 재주가 다 있었나 싶어 그녀를 다시 보는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일단 상기는 그의 대본을 챙겨 자신의 가방속에 사뭇 소중하게 집어넣은뒤 그리고 혜빈에게 말을 건넨다.

 “ 일단 밥부터 먹자. 그리고 먹고나서 오빠 집으로 가자. ”

 “ 예 ? ”

 그러고보니 상기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주문해서 나온 저녁식사는 여태 제대로 먹지도 못 한 상태인데, 그거야 그렇다 치고 난데없이 상기네 집으로 가자니. 순간 어리둥절해진 혜빈에게 상기가 설명을 덧붙여준다.

 “ 오빠가 집에서 이 대본 스카치테이프로 싹 다 붙여줄게. 그럼 되는거지 혜빈아

  ? 그러니 우선 밥부터 먹자고. ”

 상기의 말에 일단 저녁식사부터 마저 하게되는 혜빈. 그렇게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찢겨진 대본을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주겠다는 상기의 말도 있고해서 일단 그의 차에 타게 된 혜빈. 차를 운전하고 가면서 상기가 혜빈에게 말을 건넨다.

 “ 근데 혜빈아... ”

 “ 네, 오빠. ”

 조금전 레스토랑에서까지만 해도 김수현 선생이 자신의 드라마 대본을 읽어보지도 않고 찢은 문제 때문에 받은 충격으로 이만저만 상심이 아니었던 혜빈이건만 지금은 그래도 심리상태가 많이 안정이 되었는지 대체로 평범한 어조로 상기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근데 혜빈이 너...정말 방송작가가 될 생각이었니 ? ”

 그러고싶어 교육원에 등록한것이긴 하겠지만, 막상 상기 앞에서 대답하자니 다시금 민망한 생각이라도 들어서일까. 쉬이 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혜빈. 한편 상기가 아무리 평상시 드라마를 잘 안 보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아무리 그렇기로 방송작가 특히 드라마 작가란 직업에 대해서 아주 모르는 사람은 아닐것이다. 어찌보면 혜빈에게 그와같은 재능이 있다는 점을 이제야 알게되어 새삼 놀란듯한 그런 모습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웬지 상기 나름대로의 고민도 좀 엿보이는 그런 얼굴이다. 혜빈이 말이 없자 상기가 다시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 아니 저...오빠말은...그럼...일전에 오빠 프로포즈 거절했던것도 결국 그런 이유

  때문인건가 해서 ? 그랬던거야 ? ”

 “ 죄송해요 오빠. ”

 실제 약 9개월전인 작년 여름. 평일 낮에 혜빈을 서울 강북의 한 호숫가 공원으로 불러 함께 데이트를 하고 그녀를 서울 인근 외곽지역의 한 전시관으로 데려가 제법 근사한 프로포즈를 하기까지 했던 상기. 하지만 그때 혜빈은 상기의 프로포즈에 받아들이는것도 거절하는것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취했었다. 그것 때문에 상기도 혜빈에게 꽤나 서운해하고 실망하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두 사람의 사이는 어정쩡할지언정 이런식의 만남은 계속 이어져오고 있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제 상기도 혜빈의 진짜 속 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된 상태라 나름대로 좀 심경이 복잡해져 오나보다. 묵묵히 운전을 계속하다가 상기가 다시 혜빈에게 말을 건넨다.

 “ 혜빈아... ”

 “ 네, 오빠. ”

 “ 뭐 요즘 세상에...요즘이야 여자가 결혼했다고 해서 직장을 그만두거나 하는일도

  별로 없고...오히려 여성일수록 더 자기인생 구현이나 자기인생 성취를 해야한다

  는 그런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고...뭐 솔직히 오빠도 젊은 사람인데...여자가 꼭

  결혼해서 집안에서 살림만 해야한다거나...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정도로 고리타분

  한 사람은 아니야. 다만... ”

 “ 다만 뭐요 ? ”

 무슨말을 하고 싶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웬지 자신에게 꽤나 내키는 이야기가 나올것 같지는 않다는 지레짐작이 들어서일까. 혜빈은 약간 시빗조로 되묻고 있고, 네거리에서 신호등 신호를 기다리느라 차가 잠시 멈춰서있는 동안 상기가 다시 혜빈에게 말을 건넨다.

 “ 다만 오빠는 혜빈이가... ”

 “ ??? ”

 “ 자신의 인생이나 미래를 좀 더 현실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여자가 되어주었으

  면 해서. 그래서 하는말이야. ”

 “ 현실적이면...뭐 어쩌라는 이야긴데요 ? ”

 듣고보니 좀 묘하게 들리는 이야기라 혜빈은 다시금 기분이 상하는듯한 그런 느낌이다. 이랬다간 상기가 해준 칭찬으로 김수현에게 들었던 모욕으로 인해 상한 마음이 풀렸던것이 다시금 도로 상할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다. 웬지 그걸 직감해서였을까. 상기는 그쯤에서 더 무슨말을 하진 않고 차를 계속 운전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상기가 사는 아파트 앞에 도착한다.

 상기는 중견기업을 하는 아버지의 2남중 둘째이긴 하지만, 현재 아버지로부터는 독립해 나와 산지가 따로 있다. 상기 아버지가 하는 기업은 현재 장남이면서 상기의 형이 그 기업을 물려받을 경영수업을 하고있는 상태고, 그 형은 이미 몇 년전 결혼을 한 몸이기도 하다. 여하튼 그것은 상기 아버지와 형의 인생이고 상기는 상기대로 독립해서 조금은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싶다는 생각에 20대 중반 시절부터 이렇게 따로나와 살고 있는것이다. 사실 상기의 지금 사는집을 마련해준것이 그의 아버지와 형이니 만큼 100퍼센트 완전한 독립의 의미로 보기는 무리가 있지만, 여하튼 지금 상기는 다른 식구들과는 떨어져서 혼자 나와 따로 살고있는 상태라는 이야기다. 그런 자신의 집으로 혜빈을 들인 상기. 상기가 혼자사는 집은 20평은 좀 넘는 평수라 혼자 살기엔 오히려 넓어보이는 느낌까지 든다. 어쨌든 자신의 집에서 상기는 혜빈의 대본을 스카치테이프로 일일이 다 붙여주고 그 정성스러운 손길에 혜빈은 다시금 감격이 될 지경이다. 상기는 테이프를 다 붙인 대본을 혜빈에게 보여준다.

 “ 자...봐아... ”

 사실 요즘 세상(90년대 후반)에 이런 대본이나 원고는 웬만하면 컴퓨터 문서(가령 글 등)로 작성 파일로 따로 보관해 놓았을것이다. 그렇다면 찢겨진 원고라면 원본 파일을 다시 인쇄해 버리면 그만인것이니 굳이 이런 작업까지 하는것은 좀 무의미해보이기 까지 한다. 하지만 여하튼 상기 입장에선 혜빈을 위하는 자신의 마음을 보이는 행동이기도 하고, 해서 손수 이런 수고로움을 자처한것이다. 혜빈 입장에선 여하튼 그런 상기의 정성이니만큼 감격이 다 될 지경인 것이고. 상기가 건네준 테이프로 붙여놓은 대본을 바라보는데 순간 가슴 한켠이 울컥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눈에 고인 혜빈의 눈물을 본 상기가 그런 눈물을 손수 닦아주고, 그러면서 살짝 혜빈을 안아본다.

 “ 혜빈아... ”

 감격한 혜빈은 말이 없는 가운데 상기가 그런 혜빈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아까도 말했지만...그런 김수현인지 뭔지 하는...그런 3류 쓰레기 저질 더러운 막

  장 작가따위는 잊어버려. 다른것은 몰라도 너의 그 소중한 대본, 네가 온 몸과 혼

  신을 다해...열과 성을 다해 쓴 너의 소중한 대본을 함부로 찢으며 그런 막말을

  퍼부으며 모욕을 준 그런 3류 쓰레기 더러운 저질 막장 작가는... ”

 “ ...... ”

 “ 너의 발가락 사이에 낀 때나 파먹고 사는 그런 기생충 털끝만도 못한 그런 더럽

  고 하찮은 존재인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

 혜빈은 살짝 눈을 감은채 별다른 대꾸는 없고, 상기는 그런 혜빈의 손을 살짝 잡아본다. 그의 말이 계속된다.

 “ 내겐 혜빈이 니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야. ”

 “ ...... ”

 “ 무슨말인지 알겠니 ? 혜빈이 니가 내겐 너무나 주옥같고 보석같은 그렇게 영롱

  하게 빛나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

 “ ...... ”

 “ 네가 만든것은 내겐 드라마 대본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그 어느것 하나 소중

  하지 않은것이 없어. 무슨말인지 알겠니 혜빈아 ? ”

 어찌보면 혜빈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그와같이 표현하고 있는 셈인 상기. 그런 상기의 고백을 어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혜빈도 그녀 나름대로 지금 이 순간 만감이 교차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상기를 지금 자신이 어찌 대해야 하는가. 머릿속과 마음이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워지지 않을수 없는 가운데 상기의 옥음은 다시한번 그윽하게 울려퍼진다.

 “ 그런 소중한 너를 영원히 내 곁에 있게 하고싶다 혜빈아... ”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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