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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가수 팬픽 - 장윤정 (10.마지막회) 솔로가수 팬픽



 
                                         부제 : 장윤정 트위스트



 민지가 1년만에 다시 대진교 청운회의 동계 수련대회에 참석하러 간 동안 강석과 아영 내외는 집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퇴근을 해 집에 들어온 강석이 우선 아내 아영에게 물었다.

 “ 민지는 또 그 회관인가 뭔가 하는데에 갔다구 ? ”

 회관의 정식 종단 명칭이야 ‘대진교’지만 일반적으로 집회장소인 ‘회관’이란 표현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대진교에 다니는 신도를 친척이나 친구로 둔 주변인들은 ‘대진교’란 종단 명칭보다는 ‘회관’이라는 그네들의 종교집회장소 명칭이 더 익숙하게 인식되어 있었다. 만약 은지,민지의 경우처럼 자녀들만 신자고 부모는 신자가 아닌 경우에는 부모들은 아마 ‘회관’보다는 또 ‘청운회’라는 대진교 청소년,청년 단체 명칭을 더 익숙하게 들어 알고 있을것이다. 여하튼 회관이든 청운회든 민지가 다시 그곳 집회에 참석했다는 말에 강석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 허허 참... ”

 “ 그냥 놔두세요. ”

 강석에게서 다시금 못마땅해하는 기색이 역력하게 나타나자 아영이 그와같이 말하고, 아영의 그와같은 태도에 이제 강석은 아내 아영까지 우려가 되는듯 한마디 한다.

 “ 설마...당신도 그 회관인가 뭔가 하는데 마음이 끌린다던가 하는건 아니지 ? 그

  런건 아닌거니 ? ”

 “ 아니, 참 당신도 별 말씀을...제가 뭐 어디 그런데 관심이나 갖는 사람인가요.

  다만...애들 너무 또 강압적으로 반대하고 그러면 오히려 더 비뚫게 나갈것 같아

  서 허락한거에요. 그리고 또 어차피 방학때고 오랜만인거잖아요. ”

 “ 그래도 그렇지... ”

 하지만 강석은 청운회 수련회가 되었건 그 무엇이 되었건 아이들이 그런데 다니는게 못마땅하다는듯한 반응을 계속 보이고 있었다. 아영이 그런 강석에게 말을 건넨다.

 “ 그리고 어차피 이전처럼 그렇게 며칠씩 지들끼리 몰래 나가서는 집에 며칠씩

  안 들어오고...그런식으로 말썽부리는것에 비한다면 그보다야 낫지 뭘 그래요 ?

 ”

 “ 허허 참... ”

 하지만 강석은 여전히 떨떠름한 기색을 쉬이 지우지 못하고 있고, 아영은 그런 강석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며 말을 건넨다.

 “ 여보...그리고요... ”

 “ 왜 ? 또 다른 무슨 할말이라도 있소 ? ”

 “ 그러고보니 제가 당신하고 결혼한지도 어느덧 6년 세월이고, 그렇게 은지,민지

  새엄마가 된지도 6년 세월이지만... ”

 “ ...... ”

 “ 솔직히 은지나 민지 영원히 내 품으로 안을수 있는 자식들은 아니로구나. 가면

  갈수록 그 한계를 느껴요. 은지도 그렇고 민지도 그렇고 어쨌든 제가 새엄마된

  처지로서 할 도리는 다 하고 있긴 하지만...이 아이들을 영원히 내 자식으로 만

  들수는 없는거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한계가 느껴지더라구요. ”

 “ 당신... ? ”

 아영에게서 다시금 또 그와같은 소리가 나오자 강석은 우려가 되는듯한 투로 그와같이 아내를 부르고, 하지만 아영은 그런 강석을 안심시키려는듯 살짝 그의 손을 잡으며 어루만져본다.

 “ 걱정마세요 여보. 그렇다고 제가 이제와서 뭘 어쩌겠다는것은 아니구요... ”

 “ ...... ”

 “ 아무튼...애들 인생은 애들 인생이니 제가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관여할수는 없

  는거로구나...그런걸 느낀다는 이야기에요. 가령 애들 학업문제나 진로문제...그

  리고 보다시피 이렇게 심지어는 종교문제까지도... ”

 “ ...... ”

 “ 허허 참... ”

 강석은 아내의 그와같은 태도에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아영은 그런 남편 곁에서 말을 이어가고 있다.

 “ 결국 그 어느것하나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것이 없잖아요. 애들이 공부를 어떻

  게 하든...또는 대학을 진학하든 안 하든...또는 심지어 종교를 뭘 믿는지 하는 문

  제까지도... ”

 “ ...... ”

 “ 결과적으로 새엄마인 제가 개입하거나 간섭해서 될 수 있는것은 하나도 없었어

  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나요 ? ”

 은지는 현재 재수까지 해서 다시 대입수능을 본 상태고, 아직 지원한 대학 합격자 발표는 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은지는 대체로 이번만은 그런대로 자신있어하는 분위기고, 허나 그것은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는일. 한편 민지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간다. 허나 민지에게 대학 진학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은 여태 아영도 제대로 확인해보지 못 한 상태다. 다만 회관에 나가는 문제는 아빠와 새엄마의 적극적인 반대가 있자 한 1년은 그곳에 나가는것을 자제하는듯 하더니, 1년 가까운 시간이 다 지나 연말이 되어서는 이와같이 결국 겨울 수련회에 참석하지 않았는가. 그러고보면 아영으로선 아이들의 진로나 학업은 물론 종교적인 문제까지 그 어느것 하나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새엄마’로서의 한계를 느낄수밖에 없는것. 그 또 한 자연스러운 한 인간이자 여인으로서의 심리상태일것이다.

 “ 어쨌거나 전...아이들 시집갈때까지만이라도...제가 새엄마로서 엄마 역할은 다

  해주기로 약속한거긴 하지만요...또 그래야 당신을 사랑하는 여인으로서의 의

  무를 다한것이라는 생각도 들고...또 훗날 애들 친엄마를 만나더라도 그 앞에

  서 면목이 설것같아 그렇게 하는거지만... ”

 “ ...... ”

 “ 후우...그래요 전 어쨌든...어디까지나 아이들 새엄마일뿐 아이들 엄마가 될 수

  는 없는건가봐요. 그래서 그런 말씀을 드리고 있는것뿐이에요. ”

 “ 피곤하구려...난 방에 들어가 좀 쉬겠소. 배고프니 어서 저녁이나 차려줘요. ”

 아내를 살짝 밀어내고 강석은 방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아영은 그런 남편이 들어간 방쪽을 보며 공연히 입술을 살짝 삐죽이 내밀어보고, 어쨌거나 저녁때인 만큼 남편 저녁준비를 위해 부엌으로 들어간다.



 약 1년여후.

 1년...아니 1년 1개월 후라고 말하는게 정확할것 같다. 청운회 동계 수련회가 매년 12월 하순경에 열리고, 서울회관 청운의 밤은 1회 청운의 밤을 그럭저럭 개최한후 매년 1월 둘째주 일요일에 계속 개최되게 되었다. 따라서 동계 수련회 이후 서울회관 청운의 밤이 열리는때까지 약 보름 정도의 시차가 있다. 그래서 이때쯤의 시간 흐름을 언급하기가 조금 애매모호하다.

 어찌되었거나 그 사이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 민지는 고2 시절을 지나 드디어 입시생인 고3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고, 민지 언니 은지는 그해 초에 대학에 합격 현재는 대학생이 되어있다. 그리고 동계 수련대회가 끝나고 그 사이 해가 바뀌어 다시 1월초가 된 것이다. 민지는 대체로 2년전 동계 수련대회 이후에도 새엄마 아영의 눈치 때문에 적극적으로 청운회 집회에는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어 갔고, 한편 영지는 그 문제로 집에서 별다른 제재는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 뒤에도 서울회관 청운회 집회에는 꾸준히 참석 고2때는 ‘중,고등부 재무사(중,고등부 재정,회계 담당일을 전담하는 간부)’ 까지 맡게 되었다. 청운회의 경우 청년부 혹은 중,고등부 자체로 회장과 부회장을 비롯한 총무사,재무사,교화사(敎化 : 교화(전도) 업무 담당)등 5명 안팎의 간부조직을 두고 있다.

 어찌되었거나 그 사이 다시 해가 바뀌었고, 은지는 현재 대학생 민지는 고3을 눈앞에 두고있다. 하지만 민지의 경우 이때쯤 대학에 진학할 의사가 없음을 간간이 밝혀 새엄마 아영과 또다시 작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한편 서울회관 청운회 중,고등부는 그들대로 ‘제3회 청운의 밤’ 행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 하지만 어차피 민지는 자신이 직접 주도해 만들었고 연극 극본까지 직접 썼던 ‘1회 청운의 밤’ 이후로는 어차피 청운회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어려운 사정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청운의 밤’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청운의 밤 행사를 며칠 앞둔 어느날 민지가 언니 은지에게 조금 엉뚱한 제안을 했다.

 “ 김밥을 팔자구 ? ”

 “ 응, 그러니까 내 말은...그날 ‘청운의 밤’에 참석하러 오시는 분들을 위해...저

  녁식사를 겸한 간단한 요기로 김밥을 팔자는 이야기야.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가격은 대략 도시락 한 개당 2천원내지 3천원 정도로 하면 될거고... ”

 ‘청운의 밤’ 행사는 보통 밤에 진행하게 되지만 보통 사람들이 오후때부터 행사장인 회관에 도착하게 된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의 경우에는 행사 시작보다 좀 일찍 회관에 도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보통 어영부영 회관내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따라서 그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요기거리로 김밥을 팔자는게 민지의 제안이었다.

 ‘청운의 밤’은 보통 청년회나 중,고등부등 서울회관 청운회원의 주위 친구나 가족,친지들 또 그 외 일반신도들도 구경하게 되지만, 지방의 다른 회관 청운회나 성직자,신도회 간부들중에서도 축하해주러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청운의 밤’을 관람하는 관객은 그래도 족히 100명은 넘어서게 된다. 그런데 특히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은 어차피 각 지역 사정에 맞춰서 출발을 하게 되기 때문에, 막상 회관에 도착하고 나서는 행사가 시작할때까지 다소 어정쩡해 지는 경우가 많다. 여하튼 이런저런 사람들을 위해 ‘김밥’을 팔자는게 민지의 제안이었다. 은지도 대체로 동생의 제안이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 흔쾌히 응했다. 그래서 행사 전날인 토요일 오후. 두 사람은 시장에서 김밥 재료들을 잔뜩 사갖고 와서는 집 거실 한가운데 잔뜩 늘어놓고 김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행사를 구경하러 올 사람들 예상 숫자에 맞춰 대략 100인분 정도의 김밥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는것이다.

 “ 아니, 너희들...대체 이게 다 뭐니 ? ”

 대낮부터 한바탕 이와같은 소동을 벌이는 은지와 민지를 보자 아영이 다소 놀란듯 그와같이 물었고, 민지가 그런 아영에게 답한다.

 “ 아, 이거요 ? 내일 ‘청운의 밤’ 행사때 나눠줄 김밥을 만드는거에요. ”

 “ 김밥을 만든다구 ? 너희들이 ? ”

 “ 네, 내일 행사때 오시는 분들 식사겸 간식으로 준비하는 거라구요. ”

 “ 허허 참... ”

 어쨌거나 여전히 민지가 그 회관에 다니는것이 마땅치는 않은 아영이다. 다만 너무 적극적으로 말리면 애가 혹여 더 비뚫게 나갈까봐 약간의 눈치만 줄뿐 대놓고 막지는 않았는데 또 무슨 ‘청운의 밤’ 행사를 준비한답시고 김밥을 만든다며 한바탕 수선을 피우는것을 보니 아영의 마음은 그리 흡족치가 못하다. 잠시 은지와 민지의 김밥 만드는 모습을 별 생각없이 지켜보다가, 아영은 자기 볼일을 보기위해 잠시 자리를 떴는데, 그러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이쪽으로 온다.

 “ 좀 비켜봐라 은지야. ”

 가까운쪽에 앉아있는 은지보고 옆으로 좀 비켜달라고 하며 다가오는 은지. 의아해진 두 사람이 묻는다.

 “ 엄마, 왜요 ? ”

 “ 엄마가 좀 도와줄까 해서...아무리 그래도 어린 너희들이 김밥 만드는것은 많이

  서툴텐데... ”

 아영이 은지,민지의 김밥 만드는것을 그것도 잔뜩이나 못마땅해 하고 있는 그 회관이란곳 행사 준비용이라는데, 그 작업을 아영이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은지와 민지로선 뜻밖의 일이라 감사의 말을 전하고. 그렇게 아영까지 자리를 잡아 셋이서 함께 김밥을 만들게 된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정겨운 엄마와 두 딸 세 모녀의 한 자리같은 그런 풍경이다.

 “ 근데 민지 너... ”

 딸들 김밥 만드는것을 한참 도와주다가 민지에게 말을 건네는 아영. 민지가 아영을 바라본다.

 “ 민지 넌 앞으로도 그 회관에 계속 다닐 생각이니 ? ”

 “ 그...글쎄요... ”

 “ 괜찮으니까 솔직히 말해봐. ”

 일단 은지,민지중 은지는 상대적으로 그동안 회관쪽에는 관심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고3과 재수생 시절에는 공부하느라 그랬고, 대학에 진학한 이후론 대체로 대학생활에 더 신경을 쓰지 굳이 청운회고 뭐고 그쪽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민지는 여전히 새엄마 아영의 눈치를 보고있긴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회관과 청운회쪽에 가 있다는것을 충분히 그녀가 느낄수 있었다. 그래서 묻는 질문. 민지는 망설이는듯 하다 괜찮으니 솔직히 말해보라는 아영의 말에 결국 입을 연다.

 “ 솔직히 전...그냥 거기가 좋아요. 청운회 나가서 언니,오빠들 만나고...그러는게

  재미있고...같이 어울리는게 재미있고... ”

 민지의 하는말은 그러고보면 몇 년전 은지에게 했던 이야기와 대략 비슷하다. 민지가 직접 ‘청운의 밤’ 행사를 주도하고 거기다 연극극본까지 직접 썼던 그 해. 은지가 민지에게 말했다. 그 ‘대진교 청운회’에서 신앙생활을 계속 할 생각이냐고. 그때 민지가 말했다.

 ‘ 그냥 이상하게...회관에...청운회에 나가면 좋아...그곳 언니,오빠들...친구들 만나

  면 좋고...가슴설레고...그리고 헤어지면 뭔가 아쉽고 허전하고...지금 내 감정 상

  태가 솔직히 그래...그 감정...뭐라고 한두마디로 표현하긴 힘들지만...지금은 그

  렇게 청운회 언니,오빠들 만나는게 좋아... ’

 그때 은지 앞에서 했던 말과 새엄마 아영 앞에서 하는 말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것을 보면 확실히 민지의 청운회에 대한 그런 묘하고 이상야릇한 감정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는것 같다. 아영은 살짝 한숨을 내쉬는것 같더니 입을 연다.

 “ 솔직히 엄마는... ”

 “ ...... ”

 “ 그래 뭐...니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지금은 아직 나이가 어리니

  까 그냥 놔두고 있지만... ”

 혹여 민지 마음이 상하지나 않을까 해서 조심스럽게 꺼내는 말이다. 민지와 은지는 김밥 만드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 조금 나이 든 뒤엔...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했으면 좋겠다. 다른것은 몰

  라두 특히 종교문제는... ”

 “ ...... ”

 “ 여러 가지로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거든. 더욱이 가족관계일수록 더더욱

  ... ”

 더욱이 아영으로선 그런 문제에 더더욱 신경이 가지 않을수가 없는 처지다. 무엇보다 자신이 은지,민지의 친엄마가 아니지 않는가. 먼훗날 언제든 은지,민지를 자기 친엄마와 만나게 해줘야할 날이 있을것이다. 그런데 그때 은지와 민지가 어디 이상한 종교 같은데 빠져있다 그런 사실을 두 사람의 친엄마가 알게되면 또 자신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아영의 근심의 범위는 이미 거기에까지 닿아있는 것이다. 그런 아영이 다시한번 민지를 바라본다.

 “ 그리고 대학진학...너...어쨌든 대학은 갈 생각 없고 다른길을 가고 싶다고 하던

  데... ”

 근래들어 대학등 민지의 진로와 장래문제를 몇 번 의논하기도 했는데 여하튼 그때마다 민지는 대학은 갈 생각이 없다고 밝혀왔다. 겸사겸사 역시 신경이 쓰이는 그 부분까지 입에 담는 아영.

 “ 대학 진학 문제도 다시한번 좀 신중하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고... ”

 “ ...... ”

 “ 단순히 새엄마로서의 내 체면 때문에 그러는것만은 아니야. 중요한것은 너희

  인생이니까 그러는거야. ”

 아영의 깊은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은지와 민지는 그저 말없이 김밥만 계속 만들고 있다.



 다음날.

 은지와 민지는 간밤에 새엄마 아영과 함께 정성스럽게 만든 김밥 도시락을 큰 통에 담아갔고 집을 나섰다. 여자애 둘이서 100인분이 다소 넘는 김밥 도시락이 담긴 통을 운반하는것은 아무래도 무리인지라 아영이 도와주지 않으랴고 말했지만 두 사람은 괜찮다고 했다. 아영의 집에 본래 남편 강석이 운전하는 차가 있긴 한데, 어차피 오늘은 휴일이라 남편도 출근을 안 하니 차도 집에 있고, 아영도 운전을 할 줄 아니 아영이 직접 운전을 해서 김밥 도시락이 든 통을 회관까지 날라주면 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은지와 민지는 서울회관 청년부 회원 한명이 차를 몰고 와주기로 했다며 되었다고 했다. 실제 김밥을 회관까지 운반하는 일을 은지와 민지는 사전에 차가 있는 청년부 회원 한명에게 연락을 취해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차를 몰고 오기로 한 청년부 회원과는 집 앞 큰길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김밥 도시락 100여개가 담긴 통이니 그 통만 4-5개가 되고 그것을 여자 두명이 일일이 다 옮기는것은 무리. 하는수없이 민지가 다른 학교친구 두명에게 급히 연락을 취해 그들보고 그 작업을 도와달라고 했다. 중,고등부 재무사 일을 맡고 있는 영지는 이미 청운의 밤 행사준비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회관으로 간 상태라 은지와 민지를 도와줄수 없었다. 여하튼 큰길까지 김밥통을 운반하는 작업을 다 마치고, 잠시후 오기로 한 청년부 회원이 자가용을 몰고 도착 거기에 김밥통들을 실었다. 그리고 은지와 민지도 함께 차를 타고 서울회관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두시쯤부터 하나하나 ‘청운의 밤’ 행사를 보기위한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보통 지방 회관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각 지역에서 아침일찍 기차나 고속버스등을 타고 올라와 서울의 다른 일반 신도나 외빈들과는 달리 일찌감치 회관에 도착하게 된다. 총무원에서도 부장과 국장급 간부 몇몇이 청운의 밤 행사를 축하하러 와 주었다. 민지와 은지는 어서 김밥을 팔기위한 판매대 준비를 서둘렀다. 겨울이라서 밖에서 김밥을 팔기는 다소 적절치 못해 하는수없이 현관 조금 뒤쪽에 판매대를 설치하고 그곳에서 김밥을 팔았다.

 총무원에서 올라온 간부들은 대개 서울회관 성직자들과 신도회 간부들이 회관 사무실에서 영접을 했다. 총무원 간부들은 사무실에서 서울회관 관계자들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헌데 그렇게 한참 ‘청운의 밤’ 행사가 분주하게 준비되고 있던 무렵이었다.

 “ 그게 무슨소리에요 ? 당장 중지시키도록 하세요 !!! ”

 사무실 안에서 카랑카랑한 여성 목소리가 밖에까지 들릴정도로 크게 나왔다. 방금 소리를 친 여성을 만류하는 말소리도 들렸다.

 “ 아니 저...법사님...그래도 애들 하는 행사인데... ”

 “ 아니, 그래도 이건 안 돼요. 모양새가 너무 안 좋아요. 팔긴 대체 뭘 판다는 거

  에요 ? 안 됩니다. ”

 그리고 잠시후 사무실 안에선 머리가 희끗희끗한 키 작은 한 나이많은 여성이 나왔다. 안에서 나온 사람은 총무원 자경부장(慈敬部長)을 맡고 있는 중산법사(重山法師)란 사람이었다. 자경부(慈敬部)란 대진교에서 이른바 생로병사(生老病死)에 해당되는 ‘천도,제사,결혼,생일,임신,출산’등과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였다. 자경부는 총무원 12개 부서중 서열상으로는 7위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지만, 정작 자경부장을 맡고 있는 중산법사는 종단에서 꽤나 목소리가 크고 영향력이 높은 실세였다. 종교의 성격이 결국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내세와 구원에 관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생로병사’와 관련된 업무를 맡는 부서의 장(長)이 영향력이 큰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실제 자경부장은 나이가 60대 후반인 여성으로 총무원 부장들중에도 나이가 많았고, 종단 법사들 중에도 원로급에 해당되었다. 그런 법사의 엄명이니만큼 쉬이 거역하거나 이의를 제기할만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 그...너희들 이거 당장 치워 !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니 ? 어서 치워라 !!! 당

  장 치우라는데두 !!! ”

 중산법사는 막내딸보다도 어릴 그리고 사실상 초면인 은지와 민지를 마치 익숙한 어린아이들 대하듯 다그쳤고, 민지와 은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다그치는 노(老) 할머니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민지와 은지도 총무원(창원회관)에서 개최하는 수련대회도 몇 번 참석하고 했던 사람들이긴 했지만, 총무원쪽은 두 사람이 평상시 그리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자경부장은 사실상 오늘 처음 대하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으로선 그야말로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키 작은 웬 할머니가 자신들의 일을 훼방놓는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중산법사는 더 말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다는듯 거의 강압을 하듯 판매대를 발길로 툭툭 쳐가면서까지 당장 치우라고 했다.

 “ 그...OO 교사님, 그리고 OO 교사님 이거 당장 치우라고 하세요. 더 말할 필요

  없어요. 이거 안 됩니다. 모양새 안 좋아요 !!! 당장 치워요. 명령입니다 !!! ”

 중산법사의 명령(!)에 젊은 교사(성직자) 몇 명이 황망히 다가와서는 바로 김밥 판매대를 치우기 시작했고, 민지가 일시적으로 저지해보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민지는 방금 당한 일이 너무나 기가막히고 어이없는지 혼자 조용히 회관 건물에서 나와 마당으로 향하는 계단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그러고보면 민지가 회관과 인연을 맺은지도 어느덧 약 4년 반, 거의 5년이 되어가는 시간이다. 중학교 1학년 여름경부터 알게된 대진교와 회관. 그리고 민지가 어느덧 고3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까. 헌데 생각해보면 청운회 모임에 참석하는것은 재미있고 즐거웠지만 회관측과는 늘상 불편한 관계였다. 처음 ‘문학의 밤’ 행사를 하고 싶다고 할때 회관측과 부딪힌 일부터 시작, 막상 그 행사를 ‘청운의 밤’으로 명칭을 정하고 준비하려 했으나 그 일주일을 앞두고 경산에서 올라온 청운회원들을 보살피는 과정에서 엄마가 회관으로 와서는 한바탕 항의를 하는 소동이 빚어지고. 이후에는 새엄마 아영의 눈치 때문에 한동안 청운회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다 실로 2년만에 ‘청운의 밤’ 행사에 뭔가 어떤 방식으로라도 참여하고 싶어 생각해본 ‘김밥행사’ 그러나 총무원 실세 간부의 방해로 그 조차도 못하게 된 셈이다. 민지로선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런곳에 다니고 있나 깊은 회의감이 이는 순간이다.

 “ 미...민지야... ”

 은지가 동생이 걱정되어서 1층에서 마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민지에게 다가와보았다. 이제 행사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어 ‘청운의 밤’을 구경하거나 축하하러 와주는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는 중이라 계단에 혼자 걸터앉은 민지의 행위는 그들에게 다소 방해가 되는 행위기까지 했다. 걱정되어 동생 곁으로 와 본 민지. 헌데 민지는 혼자 골똘히 뭔가 생각하는듯 하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회관 안으로 들어간다.

 회관 한쪽에서는 청운회 중,고등부와 청년부 회원들이 분주하게 계속 행사준비를 하고 있고, 일찍 도착한 손님들은 회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일단 2층 숙소나 식당등에서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헌데 민지는 자신의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북북 찢고 있다. 실은 그것은 회관과 관련된 이런저런 경전이라던가 책자등이었다. 민지의 그와같은 행동에 놀란 청운회원 몇몇이 그녀에게 다가오고, 헌데 그들이 보라는듯 민지가 소리친다.

 “ 회관 다시 안 와 !!! ”

 소리가 워낙 커서 1층은 물론 2층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다 들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소리치고 난 민지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었다. 나름대로 지난 4년반 이곳에서 겪은 일들에 대한 회한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민지는 다시한번 소리친다.

 “ 내...두번다시 여기 오나 봐라. ”

 “ 미...민지야... ”

 민지의 행동이 좀 심하다고 생각된 중,고등부 회원 한명이 그런 민지를 만류하러 들었다. 허나 민지는 그 회원의 손길마저 뿌리치며 악에 받쳐 소리친다.

 “ 해준건 하나도 없으면서 자기네들 명분만 내세우고 있잖아 !!! ”

 쩌렁쩌렁한 민지의 고함이 회관 전체에 다 들릴 지경이었고, 1층,2층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민지가 있는쪽을 바라보았다. 민지는 방금 찢어버린 종단 책자들을 전부 회관 바닥에 보란듯이 내팽개치고는 가방을 챙겨 회관을 나서려했다. 은지가 그 뒤를 따라 나서려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청운회원들에게 말한다.

 “ 우리가 여기 안 오면 되는건데...더 말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즐거웠어. 다들

  그럼 잘 있어 ! 안녕 ! ”

 은지 역시 회관측의 처사를 심하다고 생각한듯 민지와 함께 가방을 챙겨서 회관을 나선다. 두 사람이 그와같은 태도를 보이자 난감해진 영지. 일단 그 둘을 만류해볼까 하지만 두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던 영지는 일단 얼떨결에 둘을 따라나선다. 헌데 그런 영지를 뒤에서 다른 청운동지들이 부른다.

 “ 허영지 동지, 뭐해요 ? 그러지말고 들어와요. ”

 이미 은지와 민지를 따라 현관문 앞까지 나선 영지. 그런 영지를 만류하려는듯 부르는 다른 동지들의 소리다. 영지는 망설이는데 다른 동지 몇몇의 말소리가 더 들려온다.

 “ 영지야, 뭐해 ? 그러지말고 들어와. ”

 “ 허영지 동지 ! 들어오세요 ! ”

 순간 영지도 그녀 나름대로 머릿속으로 짧은 번민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 사이 은지,민지는 이미 대문앞까지 다다라있고 이제 밖으로 막 나가려 하는 참이다. 1층건물 계단 몇 개를 내려와서 대문까지 거리는 불과 10미터도 채 안 되는 짧은 거리. 몇발자국 거리밖에 안 되는 그 걸음을 은지와 민지가 걸어가고 있는동안 영지 머릿속엔 그야말로 수많은 번민과 고민이 스쳐지나갔다. 허나 그랬던 영지는 더 고민할것 없다는듯 자신도 바로 가방을 챙겨갖고 나온다.

 “ 언니, 같이 가요 !!! 민지야 !!! 같이 가 !!! ”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자신들이 사는 동네 근처의 전철역까지 가면서 은지,민지,영지 이들 ‘3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녀들 머릿속엔 대진교 회관 청운회 집회에 참석하면서 겪은 지난 4-5년간의 일들이 그야말로 한편의 영화 하이라이트처럼 스쳐지나가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 일들은 세 사람의 가슴속에 적잖은 회한과 착잡함으로 맴돌고 있다.

 “ 아니, 너희들 왜 이렇게 일찍 와 ? ”

 ‘청운의 밤’ 행사니 글자그대로 밤에 하는 행사니까 아이들은 밤늦은 시간에나 들어오려니 아영은 생각하고 있었다. 헌데 아직 저녁때도 한참 남은 시간이건만 벌써 집에 들어온 은지와 민지를 보니 아영으로선 눈이 휘둥그래진다. 민지는 풀죽은 목소리로 아영에게 말한다.

 “ 그냥...몸이 좀 아파서 일찍왔어. ”

 “ 아프다구 ? 아니, 갑자기 대체 어디가 아픈건데 ?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했잖

  아. 그리고 김밥은 ? ”

 “ 다...팔았어요... ”

 그 일까지는 굳이 아영에게 언급하고 싶지 않은지 거짓으로 그와같이 은지가 대답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가버리고 아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방금 두 사람이 올라간 계단쪽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본다.

 “ 흑흑...흑흑흑흑~~~!!! ”

 어느새 밤이 되었고, 민지는 자기방 침대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우는것일까. 회관과의 시종 불편하기만 했던 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이런식으로 막을 내린것에 대한 서러움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대진교란 종교단체 모임에 나간것이 실수였다는 어떤 후회감일까. 민지의 지금 복잡한 심리 상태를 짧은 단 한두줄의 글로 다 묘사하긴 어려울듯 하다. 하여튼 민지는 지금 긴 시간 혼자 서럽게 흐느끼고 있는중이다.

 ‘ 똑똑~~~!!! ’

 노크소리가 들리고 방안으로 들어선건 민지의 언니 은지였다. 꺼져있는 방의 불을 켜고. 언니 은지가 자기방으로 들어온것을 본 민지가 침대에 걸터앉는다.

 “ 좀...괜찮니 ? 민지야 ? ”

 은지의 물음. 민지는 크게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물끄러미 언니를 바라보는 민지의 두 눈엔 여전히 눈물이 고여있다.

 “ 언니...나...나...그 그냥... ”

 동생의 지금 심리상태가 어떤것일지 은지도 무척이나 궁금하긴 하다. 일단 별다른 토를 달지않고 묵묵히 동생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한다.

 “ 그냥...뭐랄까...꿈...꿈 ? 그래...아주 재미있고 이상야릇한 꿈... ”

 “ ??? ”

 “ 한 지난 몇 년간...그래...한 지난 4,5년간 나... ”

 떨리는 목소리로 그와같이 말을 이어가는 민지. 목이 메이는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지난 4,5년 그냥...내가 좀 재미있고 이상야릇한 그런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고

  싶어. ”

 “ ...... ”

 “ 지난 4,5년 내가 그냥...어떤 좀 재미있고 이상야릇한 그런 꿈을 꾼 것 같아. 나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말래. ”

 은지가 다가와서 그런 민지를 살며시 안아본다. 방안에는 새엄마 아영이 틀어놓은 보일러 온기만이 가득할 뿐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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