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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역사왜곡을 해서 망한게 아니라 흥행공식에 맞지 않아 망했다 방송,연예



 SBS 월화 사극 ‘비밀의 문’이 지난 9일(화) 24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비밀의 문’은 부왕(父王)의 명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비운의 왕자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겠다는 취지하에 만들어진 사극이다. 무엇보다 ‘사도세자’ 이야기는 탕평책으로 유명한 명군 영조가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는 점에서 너무나 충격적인 궁중비극이면서, 바로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에 의해 그 당시의 이야기가 너무나 구구절절하고 애절하게 후세에 알려져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시대이자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SBS ‘비밀의 문’은 그 유명한 일화를 드라마로 담는다는 취지가 무색할만큼 시청률 평균 5%대에서 허덕이다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요즘 드라마중 특히 주중 미니시리즈가 대체로 시청률이 저조하게 나오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간간이 10퍼센트대를 기록하는 작품들도 나온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5% 시청률은 정말 해도 너무한 초라한 성적이다.


 사실 ‘비밀의 문’은 드라마 시작전부터 사도세자와 영조와의 갈등을 ‘공화정(共和政)’을 꿈꾼 획기적인 개혁가와 왕권을 지키려한 부왕간의 갈등으로 꾸며 이야기를 그려나가기로 기획했다는 점에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사도세자의 죽음 자체가 조선시대의 몇몇 궁중비극(장희빈,폐비윤씨,단종,인목대비 등등)중에서도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논란과 분석이 분분한 사건이기도 하다. 특히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꽤 오래전부터 ‘당쟁의 희생양’이었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그 아내가 쓴 ‘한중록’은 물론 실록이나 여러 야사에도 사도세자의 ‘광적인 행태’가 수도없이 기록되어 있거나 전해져 내려온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무리 역사소설이나 사극이 역사기록속의 행간을 읽어보는 묘미가 있다 하더라도 18세기 조선시대의 인물을 그 무슨 ‘공화정을 꿈꾼 개혁가’로까지 묘사한다는것은 앞서나가도 너무 앞서나갔다는것이 역사왜곡 논란의 핵심이었다.


 헌데 그렇다면 ‘비밀의 문’의 실패원인은 ‘역사왜곡’을 한 사극이었다는 점에서 문제를 찾아야 하는걸까 ? 그건 분명히 그렇지가 않다. 불과 8개월전에 막을 내린 MBC 월화 사극 ‘기황후’ 역시 고려 최악의 폭군 충혜왕을 미화하고 기황후 역시 그녀의 집안인 기씨일가가 고려의 몰락을 앞당겼다는 점에서 둘 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힘든 인물이란 점에서 ‘역사왜곡’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기황후’는 시청률에서 참패는 커녕 전체적으로 드라마 평균 시청률이 하락추세인 요즘 상황에서도 시청률 30퍼센트에 근접하는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었고,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란 여론조사에서도 당당 1위에 기록되는등 적어도 시청률이나 화제성면에서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었다. 이러한 ‘대성공’을 미리 예감(?)이라도 했는지 MBC는 이미 지난해 ‘2013 MBC 연기대상’에서 기황후의 주인공이자 타이틀롤인 하지원에게 ‘대상’의 영예를 안아주고 그 외 작품상,남자 우수상, 여자 신인상,작가상등 7개 부분에 달하는 상을 하사하는등 대대적으로 사극 ‘기황후’의 공로를 치하하였다. 한마디로 똑같이 ‘역사왜곡’을 했으면서도 ‘기황후’는 성공했는데 ‘비밀의 문’은 실패한것이다. 그럼 그 차이와 이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것일까 ?


 MBC 사극 ‘기황후’가 거의 드라마 종반부로 치닫고 있을 시점에 KBS 계열 케이블사인 ‘KBS N’의 자체제작 프로인 ‘시청률의 제왕’에서는 기황후의 화제성을 다루면서 이때 출연한 한 방송평론가가 ‘스토리텔링이 참 잘 된 드라마’라는 평을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기황후는 시청률,화제성,작품성 모든 면에서 ‘성공한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똑같이 역사왜곡을 했고 특히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할수 없는 인물을 극도로 미화했다는 점에서 분명 비난의 여지가 많은 사극임에도 ‘기황후’는 성공했고 ‘비밀의 문’은 실패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 ‘기황후’를 ‘스토리텔링이 참 잘 된 드라마’라고 평한 ‘시청률의 제왕’에 출연한 평론가의 말에 대입해 본다면 ‘비밀의 문’은 ‘스토리텔링이 참 잘못 된 드라마’여서 망한것일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 실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더 정확히 따지자면 ‘스토리텔링’이 잘못 되어서 실패했다기 보다는 ‘드라마 흥행공식’에 맞추지 못해서 실패한것이다.


 지난 십수년 이른바 ‘성공한 드라마’의 일반적인 흥행공식이 그와 같았다. 대개는 재벌2세와 가난한집 신데렐라의 사랑이야기,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부잣집에서 태어나 부족한것 없이 자라서인지 시건방진 면이 있거나 혹은 내면에 상처가 있는 그런 부잣집 도령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억척스러운 개념녀를 만나 철들게 되는 그와같은 드라마가 일반적인 ‘드라마 흥행공식’의 설정이었다. 그리고 그 현대물의 흥행공식을 사극으로 옮기면 재벌2세의 자리를 왕이나 왕자 혹은 양반집 도령이 대체하게 된다. 퓨전사극이었던 ‘해를품은달’도 따지고보면 그와같은 ‘재벌2세의 이루지못한 사랑’의 사극버전이었던 셈이다.


 바로 ‘기황후’는 그 흥행공식을 제대로 읽어 성공한 것이란 이야기를 필자는 이미 지난 4월에 쓴 ‘역사왜곡과 흥행공식 사이에서 (http://whaedra.egloos.com/5227386)’란 글에서 한 바 있다. 원나라 황자(皇子)이지만 황실 권력다툼에 시달리며 살아 내면에 상처가 많은 왕자 타환, 그리고 이 타환을 철들게 만드는 고려에서 온 개념녀 승냥이(기황후). 여기에다 승냥이와의 사랑은 비록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 승냥이를 끝까지 곁에서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 왕유까지. 그야말로 현대물에서 흔히 보는 재벌2세와 가난한집 여자의 사랑이야기 4각관계 공식을 무대만 고려말 원 간섭기로 옮겨 절묘하게 꿰어맞췄기에 성공했던것이다.


 거기에 비해 ‘비밀의문’은 적어도 그 흥행공식에 대입해보면 뭔가 초점이 빗나가도 너무 빗나갔다. 무슨 ‘공화정을 꿈꾼 개혁가’ 운운하는 이야기를 기획의도에서 밝히더니, 극 초반은 마치 무슨 추리물을 보는듯 난해하게 스토리가 전개되었고, 드라마가 중반부에 이르면서 사도세자는 그야말로 무슨 ‘평등주의’의 세상을 바라는 개혁가의 모습을 보이고 ‘혜경궁 홍씨’는 나름대로 정치적 야심은 좀 있어보이는데, 늘상 위태로운짓만 하며 돌아다니는 남편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적어도 ‘재벌2세와 가난한집 개념녀’ 캐릭터에선 벗어나도 너무나 한참 벗어난 주인공 설정이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비밀의 문’ 실패 원인이 꼭 ‘흥행공식’에 맞추지 못한점에만 있다고 볼수는 없다. 애초의 난해했던 추리물같은 스토리에서부터 18세기 중반의 왕자라기 보다는 그보다 백수십년후에나 있을법한 구한말 개화파 인사에게서나 나올것 같은 이야기가 소위 ‘사도세자’를 통해 술술 나오는 어색함. 게다가 일부 조연 여성 연기자의 연기미숙(문숙의,성인 지담). 마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니 그 다음부터가 전부 어그러지는것처럼 이른바 ‘드라마 흥행공식’에서부터 뭔가 잘못 어긋난듯 하더니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헝클어져버린 ‘총체적 실패작’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아쉬움이 느껴지는것이 ‘사도세자’를 그 무슨 공화정을 꿈꾼 개혁가로 묘사하느니 차라리 역사대로 부왕(父王)의 압박이나 당파싸움을 지켜보며 느낀 환멸 끝에 정서적으로 차츰 망가져가는 그런 왕자의 모습을 그려나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만약 그랬다면 최소한 ‘드라마 흥행공식’엔 맞아 떨어지는 셈이니까. ‘부잣집에서 남부러울것 없이 자랐지만 내면의 상처가 많은 재벌2세와 이 문제많은 왕자 어떻게든 사람 만들려고 애쓰는 가난한 집 개념녀’. 생각해보니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에 딱 맞아 떨어지는 조합 아닌가. (* 거기에 혜경궁 홍씨를 어릴때부터 사랑했지만 그녀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대신 내관이나 궁궐무사로 들어가 혜경궁을 끝까지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형 서브남주까지 설정되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뻔 했다.) 


 똑같이 역사왜곡을 하고서도 ‘기황후’는 성공했고 ‘비밀의 문’은 실패했다. 헌데 정작 여기에서 발견할수 있는점은 다른곳에 있다. 역사매니아나 사극매니아 정도 된다면 모를까 정작 대다수의 일반 시청자들은 ‘사극의 역사왜곡’ 문제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황후’의 경우도 역사왜곡 문제를 지적하는것은 대개 역사매니아나 사극매니아들이었을뿐 일반 시청자들이야 그저 ‘재미있게 잘 보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비밀의 문’의 경우도 역사왜곡 그 자체보다는 스토리 전개 그 자체에서의 어색함이나 모순을 지적하는 쪽에 무게가 더 실렸지 ‘역사왜곡’ 그 자체를 크게 문제삼은 의견은 상대적으로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는 수학이나 화학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꼭 소위 ‘흥행공식’에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꼭 실패한다는 법은 없다. 실제로 그냥 어설프게 대충 ‘재벌2세와 개념녀’ 공식에 끼워맞춰 캐릭터 설정을 해 만든 드라마가 되려 시청자들로 하여금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어 초라하게 막을 내린적도 종종 있었고, 아주 가끔씩은 그런 소위 흥행공식 같은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과감하게 새로운 소재와 내용으로 드라마 제작을 시도해서 호평을 받은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까.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와같은 ‘흥행공식’에 맞추지 않았음에도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고, 어쨌든 소위 ‘재벌2세와 가난한집 개념녀’ 스토리라던가 ‘바람난 남편에게 이혼당한 여자가 그 뒤 새로운 남자의 도움을 받아 복수하는 이야기’ 같은 소위 흥행공식이나 거기에 출생의 비밀같은 막장드라마 코드를 적당히 끼워넣어주면 최소한 기본 시청률은 나와 흥행에서 참패할 염려가 없는 그것이 서글프고도 안타까운 오늘날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환경의 현실이다.


 방송사 입장에서야 역사왜곡을 했어도 시청률에서 대박을 친 사극이 있다면 그 작품을 칭찬해주고 싶을까 ? 아니면 역사왜곡을 하지않고 진지하고 무게있는 정통사극으로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았건만 덕분에 시청률에서는 참패한 그런 작품을 칭찬하고 싶을까 ? 답이야 너무나 자명하고, 그렇다면 드라마 제작진 입장에선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너무나 불을보듯 뻔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적어도 방송사 간부급 이상 되는 사람들 입장에선 ‘사극의 역사왜곡 논란’ 같은 문제는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는 문제가 될 것이다.


 똑같이 역사왜곡을 했건만 시청률은 잘 나와 칭찬받은 MBC의 ‘기황후’. 역사왜곡을 했지만 ‘흥행공식’에 맞지 않아 실패한 SBS의 ‘비밀의 문’. - 그러고보니 둘 다 공교롭게도 월,화에 방송되는 하나는 장편(기황후. 51부작) 하나는 중편(비밀의문. 24부작) 드라마였다. 사극을 받아들이는 우리나라 대다수 시청자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느껴볼수 있는 현실인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비밀의 문’ 작가에겐 안타까운 면이 있다. ‘비밀의 문’의 작가 윤선주 입장에선 사도세자의 입을 통해 무슨 우리시대에 필요한 ‘이상적인 개혁정치’나 ‘새로운 진보정치 지도자’ 캐릭터라도 만들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역사왜곡이란 비난은 비난대로 받으면서 시청률에서도 참패한 최악의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사도세자를 역사대로 광증이 있는 왕자로 그려 ‘성격파탄자인 재벌2세(사도세자)와 그 재벌2세를 어떻게든 사람 만들려고 애쓰는 가난한 집 개념녀(혜경궁 홍씨)’ 구도로 갔다면, 그런대로 역사왜곡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런대로 흥행공식에도 맞춘 작품이 되어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수 있을것 같았기에 하는 소리다. ‘비밀의 문’은 사도세자를 어설픈 개혁 아이콘으로 재창조 해보려다가 역사왜곡 논란에 시청률에서도 참패한 최악의 작품이 되어버렸다.







덧글

  • ㅂㅎ 2014/12/11 13:46 # 삭제 답글

    그 명작 뿌리깊은 나무제작진이 실패해서 더 아쉽네요.

    그러고보니 그 나인의 제작진 역시 삼총사로 망했군요. 역시 넘 아쉽다는...
  • 훼드라 2014/12/11 20:14 #

    그러네요. 그러고보니 뿌나 제작진의 작품이었군요...
  • ㅂㅈㄷ 2014/12/11 18:14 # 삭제 답글

    흥행과 별개로 노론놈들의 작태는 눈앞에 있으면 죽빵을 갈기고 싶을 정도로 얄밉긴 했습니다.
  • 훼드라 2014/12/11 20:15 #

    대체로 영,정조 또는 사도세자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사극은
    정순왕후 또는 노론이 악의축으로 설정되는듯

    이산도 그렇고 백동수도 그랬고...
    다행히 이번 작품은 그래도 정순왕후는 그리 나쁘게 그리진 않은
    느낌이더군요. 뭐 어차피 후반에 잠깐 등장했으니...그리 큰
    비중도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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