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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팬픽 - 한지민 (5)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부제 : 정순왕후 스토리 현대판 버전 재해석



 그로부터 다시 6년후.

 병일은 대학은 심리학과를 전공했고, 학교를 졸업한뒤 한 몇 달정도는 특별한 하는일 없이 백수로 지내다가 얼마후 서울시내에 있는 한 호텔에 취직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지민은 병일이 기왕이면 할아버지 기선의 뜻을 이어받기를 바라며, 특히 병일이가 정치쪽으로 가서 이 세상을 한번 바꾸어봤으면 하는것이 그게 할아버지의 바램이었던것 같다며 그토록 신신당부했는데, 헌데 정작 그후의 병일의 행보는 할아버지의 바램이나 지민의 말과는 전혀 동떨어진 매우 엉뚱한 행보를 보여온 셈이다. 무슨 정말 정외과 같은곳을 갔다던가 언론계쪽으로 진출하기 위해 신방과를 간다던가 또는 법조계에서 먼저 기반을 닦은뒤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법학과를 택했다면 혹시 모를까, 아니면 차라리 어쩌면 할아버지가 창업하여 십수년전까지 일구어오신 경원그룹을 자신이 다시 되찾는것이 할아버지의 뜻을 있는것이라 생각하고 경제나 경영과 관련된 학과로 진학했다면 혹시 몰라도 ‘심리학과’는 정말 너무 뜬금없는 선택이었다. 헌데 심리학을 전공한것도 너무 뜬금없는 선택이었는데, 그렇다고 그것과 관련된 어떤 일을 하는것도 아닌 실제로 학교를 졸업한뒤엔 이후의 진로에 대해선 전혀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몇 달을 백수로 지내다가 난데없이 호텔에 취직한것이다. 병일이 정식으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것도 아니니 무슨 호텔리어가 되기위해 그런곳에 취직한것도 아니고, 다만 서울시내에 있는 한 호텔에서 임시직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바로 지원 취직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일종의 비정규직인 셈이다. 그와같은 병일의 대학졸업후의 과정은 그야말로 누가봐도 평범한 20대 청년이 대학을 나와 한동안은 마땅히 갈곳이 없어 대졸 실업자로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다가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일을 찾아보려 하다가 어떻게 하다보니 용케도 비정규직을 뽑는 한 업체에 들어가게 된 그 자체였다. 따라서 병일은 그런 문제들로 인해 지민과 크게 부딪힐수밖에 없었다. 지민은 진심으로 병일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받기를 바랬건만 병일의 행보가 그와는 너무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진심으로 그에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치는듯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1년전의 일. 병일은 지금은 호텔의 비정규직 서비스원으로 일하는 중이었다. 호텔이 서울시 중심가에 있기 때문에 강남의 저택에 사는 병일에게 그렇게 부담스러운 출퇴근 거리는 아니었다. 다만 병일의 평상시 옷차림이 워낙 수수했고, 게다가 병일은 여태 운전면허도 차도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 출퇴근을 해 호텔 직원들은 물론 그 외 다른 누가 봐도 그가 한때 국내 굴지의 기업이던 경원그룹의 창업주이자 총수였던 황기선 회장의 손자이며 3대독자라는 생각은 꿈속에서조차 상상할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병일은 호텔에 낸 이력서에는 가족관계를 부모님은 어릴때 사고로 돌아가셨고 누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했고, 호텔에서 일하며 알게된 동료들이 혹 가족관계에 대해 물어봐도 역시 그와같이 대답을 했기 때문에 심지어 그가 정말 어릴때 부모를 여의고 누나와 단둘이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온 그런 사람인줄로 여기고 있었다. 여하튼 그렇게 병일이 호텔의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지도 어느덧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어느날. 병일은 일반적으로 오전시간에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을 하게 되는데, 어쩌다보니 오늘은 일찍 귀가를 하게 되어 늦은 오후시간에 집에 들어서게 되었다. 병일이 사는 3층짜리 저택은 정문은 보안시스템이 되어있고 비밀번호를 알아야 문을 열고 들어갈수가 있게 장치가 되어있다. 병일은 언제나 그렇듯 비밀번호를 누르고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고, 그 뒤엔 제법 넓은 마당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집 건물에 당도하게 된다. 병일의 집 저택 마당과 정원은 집채가 있는곳까지 걸어서만 한 3-4분 정도가 걸릴 정도로 공간이 넓고, 거기에는 제법 다양한 종류의 화초가 심어져있기도 하다. 다만 지금은 어느덧 늦가을로 접어드는 무렵이라 봄이나 여름에나 볼수있는 무성한 나무이파리와 꽃들의 풍경은 보기 힘들고, 바닥의 풀밭도 어느덧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다소 두꺼운 잠바로 추위를 달래고 있는 병일은 다소 서두는 발걸음으로 집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헌데 웬만해서 별다른 하는일이 없을때는 집에 있어야할 지민이 오늘은 안에 보이지 않았다.

 지민이 말한것처럼 그녀는 기선이 세상을 떠난뒤에는 그가 남긴 호남의 농장이며 그 외 황회장 소유였던 빌딩,건물등의 관리를 맡아하는 일을 주로 해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일종의 부동산 재벌이나 재벌가 상속녀 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어쨌든 그와 관련된 일을 보는것만도 보통이 아니긴 해 지민도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경우는 많았다. 따라서 이 시간 정도에 지민이 집에 없으면 그런 일들을 보기위해 외출을 한 것이려니 생각을 할수도 있다. 그러려니 생각하며 병일은 2층 자기방으로 올라가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직 저녁식사때도 되기 전이라 배도 별로 안 고프고 무료함이나 달래려 잠시 나와보았다. 그래도 어느덧 해는 기울어 날은 차츰 어두워질 무렵이다. 괜시리 집 건물 근처를 한바퀴 삥 돌아보고 있는데 뒤쪽에 인기척이 보였다. 혹시 낯선 사람이라도 침입했나 병일로선 순간 경계심이 들 수 밖에 없었고. 사람을 쫒아내가 위해 무기라도 삼기위해 주변에 보이는 아무 집기를 대충 집어들기까지 했다. 병일이 운동을 잘 하거나 힘이 센것은 아니기에 아무리 20대 중반의 청년이라도 만약 낯선사람의 침입이 있다면 그를 퇴치하는것은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따라서 잔뜩 긴장하고 겁먹은 표정으로 인기척이 보이는 집 건물 뒤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가보는데, 헌데 수상한 사람이라도 들어온줄만 알았던 병일은 순간 당혹감과 허탈감이 뒤섞인 감정이 되고야 만다.

 “ 어엇...누...누나... ”

 집 건물 뒤쪽에 있던것은 다름아닌 지민이었던 것이다. 안에 없길래 외부의 일을 보기위해 외출을 했으려니 생각했는데, 그 지민이 집 건물 뒤에 있었던 것이다. 의아함과 잠시나마 의심을 했던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섞어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 누나...근데 거기서 뭘 하고 있었어요 ? ”

 헌데 그렇게 병일과 마주친 지민도 순간 적잖은 당혹스러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양 손가락 사이엔 뭔가가 끼워져있었는데 얼핏봐도 담배는 분명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멀찌감치서도 분명 연기같은게 피어나는게 보이기도 했었는데. 대체 이 시간에 지민은 여기서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지민은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억누르며 그녀 역시 다소 허탈한 모습으로 한숨을 내쉰다. 어떤 체념의 분위기도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말투로 지민이 말을 건넨다.

 “ 이런...이렇게 어이없이 들키고 말았네 ? ”

 “ 네 ? ”

 “ 마리화나야. 피우던중이었어. ”

 “ 네에 ? ”

 의외로 싱겁게 그리고 순순히 솔직하게 대답하는 지민의 태도도 뜻밖이지만 병일로서도 놀랍지 않은일이 아닐수 없었다. 아무렴 병일이 마리화나가 무엇인지를 모를까. 헌데 그런 물건을 지민이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것을 또 순순히 시인하며 정직하게 대답하는 태도도 다소 얼떨떨하고 어이없는 일이다. 지민에게 이런면도 있었단 말인가. 지금까지 그녀를 정말 친누나처럼 생각하고 함께 살아왔던 병일로선 정말 적잖이 놀라고 황당해질수밖에 없는 일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함께 지내온 지민의 모습에선 전혀 느껴지지 못한 그런 일탈행위가 아닌가.

 “ 황병일... ”

 비록 이런 모습을 병일에게 들킨 순간엔 제법 적잖이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마리화나를 피우는 중이었노라 순순히 시인하고는 의외로 빨리 평정심을 찾는 모습의 지민. 그리고 말을 건넨다.

 “ 너 이건 그냥 못본체...모른척 해라. 그냥 이건...누나 쾌락이고 일종의 취미생활

  이야. 기호품이라구. ”

 “ 누나... ”

 마리화나를 기호품이자 쾌락삼아 즐기는거라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는 지민을 보니 병일로선 그저 얼떨떨하고 어이없을뿐이다. 그런 병일의 순진함이 귀엽게 느껴지기라도 했는지 지민이 피식 웃으며 말을 건넨다.

 “ 야, 임마 황병일... ”

 “ ...... ”

 “ 그러잖아도 너도 언젠가 그런말 한적 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젊은 나이에...그렇

  게 할아버지 후처였다가 혼자되고...어떻게 너 혼자만 바라보면서 지금까지 살아

  올수 있었냐구. ”

 아마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때쯤이던가 병일이 실제 지민에게 그런말을 한적이 있었다. 어쨌거나 지금까지는 할아버지 유언도 있었고 하니 그것도 지킬겸 자신을 돌봐주는 일을 해왔다치더라도 젊은 여자가 그렇게 나이많은 노회장의 후처가 되었다가 혼자가 되고 그 손자가 되는 어린아이를 지금까지 혼자 키우며 이 넓은 집에서 살아왔다는것. 보통의 인내심과 헌신성이 없으면 사실 하기 어려운일 아닌가. 적어도 병일은 그 부분에 대해선 ‘지민이 진짜 대단한 여자인것 같다’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는데, 그 환상 한조각 정도는 여지없이 깨져나간 순간이라고나 할까. 지민은 자신이 언제부터 마리화나를 피우기 시작했는지도 대체로 별다른 망설임없이 솔직하게 들려준다.

 “ 아무렴...내가 이 넓은 집에서...니 말마따나 젊은 나이에 혼자되고...나도 나 나

  름대로 즐기며 사는 재미도 있어야지...순전히 너 혼자만 보고 살았을거라 생각

  했냐 ? 마리화나 손에 대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되었어. 너 초등학생이던 무렵

  그때부터였으니까. 다만 그땐 니가 미성년자니까 가급적 니 눈 피해서 피우곤

  했었는데...상대적으로 너 유학가 있는동안에는 보다 수월하게 자유롭게 피울수

  있었고...너 들어오고 나서도 대체로 가급적 너 없을때 혹은 니 눈 피해가면서

  피워왔던 것인데...오늘은 여하튼 이렇게 결국 보기좋게 걸리고 말았네. 적어도

  지난 10여년은 너만은 새카맣게 모르는 나 혼자만의 은밀하게 즐기는 사생활

  이었는데말야. ”

 “ 누나... ”

 지민의 이런 생각지 못했던 일탈적인 모습. 실망했다기 보다는 어떤 안쓰러움이 순간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런 감정을 담아 병일이 지민을 불러보고, 지민이 그런 병일에게 말한다.

 “ 병일이 너 그리고...방금도 말했지만...이건 너 어디가서 함부로 말하거나 그러진

  마라. 이건...아닌말로 너 무덤속까지 가져가줘야할 비밀야. 특히 경찰같은데 고발

  하거나 그러는건 더더욱 안 되는 일이고... ”

 “ 미쳤어요 ? 아직은 그래도 제가 누나만 의지해서 사는 처지인데 어떻게 그래요.

 ”

 되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듯 펄쩍뛰는 병일. 하긴 방금 그가 한 말처럼 병일이 비록 이제 성인이고 어엿한 직장생활까지 하는 몸이지만 아직 완전히 혼자 독립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보긴 어려운 처지다. - 무엇보다 현재는 지민이 관리하고 있는 할아버지가 남긴 그 많은 재산을 어찌해야할지 그것도 아직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는 처지고 - 그러니 적어도 아직은 병일이 지민의 보호를 받으면서 이 집에서 살아야 하는 처지니, 설사 지민이 마리화나가 아닌 그보다 더한 일탈행위를 한다 치더라도 묵인해줘야할 판이다. 그런 병일의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려는듯 지민이 그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그러면서 말을 건넨다.

 “ 어쨌든 그만 들어가자. 너도 방금 퇴근한것 같은데...들어가서 그만 쉬고. ”

 피우던 마리화나를 주섬주섬 정리까지 하고는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는 지민. 병일은 그런 지민의 모습에 실망감과 안쓰러움이 교차하는 그런 감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본다.

 밤늦은 시간. 잠이오지 않는것인지 병일이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왔다. TV라던가 컴퓨터등 병일이 혼자 보거나 사용하며 즐길만한 것들은 2층에도 다 마련되어 있으니 사실 특별히 1층으로 내려오거나 할 이유는 많지 않은데, 그렇다면 그저 적적해서 괜시리 내려온것쯤으로 봐야할 것이다. 헌데 1층 거실쪽으로 와서는 엉거주춤 혼자 서성대고 있는데 부엌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는게 보인다. 의아해서 병일이 그쪽으로 다가가보고. 헌데 거기서 또 놀라운 광경을 하나 목격하게 된다. 이 밤늦은 시간에 지민이 혼자 부엌 식탁에 양주병과 잔을 가져다놓고 마른안주 몇조각을 집어먹으며 술을 들고 있는것이 아닌가.

 “ 아니...누나 ? ”

 마리화나 피우는 모습까지 본 마당이니, 술을 마시는 지민의 모습까지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충격받거나 놀랄일은 아닐터인데. 실제 지민이 술을 마시는 모습 정도는 병일이 어릴때도 종종 목격하긴 했다. 무엇보다 지민은 양주병 수집가였다. 거실 한쪽 진열대에 이런저런 수많은 양주병들을 쭉 모아놓고 가끔씩 한잔 하는것 정도는 병일도 알고 있었다. 다만 누가봐도 그 고급스럽고 비싸보이는 양주병을 다 어디서 구하는것인지는 병일로서도 궁금하고 의아한 일이기도 했다. 혼자 양주를 들고있는 모습. 이런것을 들키는것은 지민에게도 그리 당혹스럽거나 한 일은 아닌것인지 다가오는 병일을 슬쩍 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바라보고 있다.

 “ 어...병일이...왜 ? 뭐 마실거라도 가져다줄까 ? ”

 “ 아...아뇨. 그냥 심심해서 내려와본거에요. ”

 “ 그래 ? 그럼 누나랑 술이라도 한잔 할래 ? ”

 병일도 성인이니 지민과 양주 한잔 정도 나누는 일은 이제 그리 망설이거나 할 일은 아닐터이고. 별다른 거부반응이나 사양의 말 없이 지민과 마주 앉게된 병일. 그녀가 잔을 하나 고급스러운 새것을 가져와 거기에도 한잔가들 따라준다. 하지만 병일은 괜시리 이 순간 또 지민이 걱정되기까지 한다. 마리화나도 꽤 오래전부터 피어왔다는 지민이 아니던가. 마리화나든 양주병 수집이든 그게 젊은 나이에 혼자된 지민이 즐기는 쾌락의 도구이자 스트레스 해소감이라면, 뭐 심리적으로 그런대로 이해해줄수 있는 면이 없는것도 아니지만, 웬지 지금까지는 지민의 그와같은 실체를 전혀 몰랐다는 점에 약간의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 미묘한 감정을 섞어 지민을 바라보는 병일. 일단 건배를 하고 술을 한모금 든다. 그리고 병일이 기왕 이렇게 된것 궁금했던 차에 질문 한가지를 건넨다.

 “ 근데 누나. ”

 “ 응, 왜 ? 말해봐 병일아. ”

 “ 그...기왕 이렇게 된거...궁금해서 물어보는건데요. 누나 대체 저 많은 양주병은

  다 어디서 수집하는거에요. 설마 전부 다 돈주고 사온거에요 ? ”

 “ 그건 아니지. 아무리 니 할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수천억대라 한들...내가 그렇게

  까지 생각없이...오로지 양주병 수집하는데만 다 쓰고 있었겠냐. 솔직히 말하자면

  직접 사 모은것도 있고, 선물로 받은것도 있고...인터넷 같은데서 매니아들끼리

  서로 교환도 하고...그런식으로 모은 것들이야... ”

 “ 선물요 ? 선물은 어디서...누구한테서 받는데요 ? ”

 “ 녀석...내가 지금 니 할아버지 명의로 되어있던 건물과 빌딩 관리하고 있는것

  잊었니 ? 그 입주해있는 사람들중에 종종 누나가 가면 선물로 주는 분들이 계

  셔. 가끔 누나가...그런 취향이 좀 있다는것을 흘리곤 했거든. 그러면...관리비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뇌물삼아 슬쩍 바치기도 하고...그냥 진짜...어쩌다

  해외여행이나 출장이라도 잠시 다녀온 양반들이 선물로 주기도 하고. 그런것들

  이야. ”

 “ 그랬...었군요... ”

 병일은 괜시리 입맛을 쩝쩝 다진다. 지민이 설마 지금까지 오로지 자신에게만 헌신하는 그런 순결한 천사일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살아온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지민의 미처 몰랐던 이면을 보니 다소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리화나에 양주병 수집. 확실히 젊은 여자가 20대 초반에 혼자가 되어 순전히 늙은 남편의 유언만을 받들겠다며 병일을 돌보고 살아온것은 아니었고,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이런 생활을 하며 즐기는 쾌락의 대상이 있긴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것. 병일은 지민에게 한가지를 더 물어본다.

 “ 누나... ”

 “ 왜 또 ? ”

 이젠 병일의 물음이 다소 성가셔지기라도 하는지 약간 귀찮다는듯이 되묻고. 병일은 그런 지민에게 말을 건넨다.

 “ 이렇게된거...좀 더 솔직하게 나에게 말해봐요. 마리화나...양주병 수집...그 외에

  또 뭐 즐기는거 있어요 ? ”

 “ 어...그건... ”

 병일의 물음에 망설이던 지민은 어느덧 취기가 오르는 목소리로 역시 별다른 망설임 없이 말을 건넨다.

 “ 가끔 인터넷 게임도 즐겨. 가령 고스톱이나 포커같은것. ”

 “ 인터넷으로 포커,고스톱까지 한다구요 ? ”

 “ 그래. 누나도 이래봐도 고스톱은 제법 한다. 포커는 익히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그것도 도사가 된지 꽤 돼. ”

 “ 허허 참... ”

 알고봤더니 지금까지 할짓은 다 하며 살아왔던 어느덧 나이 30대를 지나 40줄에 접어든 지민. 그러고보면 스무살 나이에 기선의 세 번째 부인이 되었던 지민이 황기선 회장의 죽음으로 젊은 미망인이 되고 그때부터 병일이를 맡아온게 어느덧 19년 세월이다. 그 19년 세월을 지민은 이 넓은 집에서 마치 재벌가 상속녀같은 삶을 살면서 병일은 병일대로 돌보면서 자기 즐기는것은 또 즐기는만큼 즐기고 그런 시간을 살아왔던 셈이다. 그런것을 생각해보면 지민은 이 넓은 집에서 어린 병일을 맡아 키우면서 황기선 회장의 남은 재산을 관리하면서 그리고 자신은 즐기고 싶은것도 원없이 즐기면서 그런대로 그다지 불만족스럽지는 않은 시간을 살아왔다고나 할까. 병일은 말없이 지민이 따라준 술을 꿀꺽꿀꺽 마신다.



 병일은 현재 호텔에서 비정규직 신분이긴 했지만 다행히 병일의 업무숙지와 수행능력이 좋아 1년이 넘도록 비교적 안정된 고용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처음에 병일이 맡게된 일은 호텔 객실 서비스의 일종의 보조요원 같은 일이었다. 그러면서 간간이 호텔 객실내부나 복도 같은곳에 문제가 생겼을때는 수리일 같은것도 보기도 하는 그야말로 각종 잡무를 도맡아하는 그런 일이었다. 하지만 여하튼 호텔에 취직한지 어느덧 1년여의 시간, 병일이 대체로 성실하게 자신의 직무를 수행했고 다양한 잡무에 군소리없이 그리고 성실하게 임하는 중이라 그런 방면에선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오전에 호텔 객실 서비스를 위해 객실을 돌고있을때였다. 한편 손님들이 퇴실한 객실은 청소직원들이 방 정리작업을 하는 중이었는데, 그중 방 한쪽에서 작은 실랑이와 함께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병일의 눈에 뜨였다. 병일이 객실 서비스를 마치고 나왔을 무렵에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다른 객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란이었기 때문에 바로 병일의 눈에 뜨일수 있었다. 무슨일인가 의아해하며 병일이 그쪽으로 다가가보았다.

 “ 손님, 글쎄 오해십니다. 전 정말 그런일이 없어요. 이건 원래 제가 갖고있는 물

  건이에요. ”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있어. 간밤에 내가 여기 묵었을때 갖고있던 물건

  이랑 분명히 똑같은 거란말야 ? 그리고 무엇보다 방금 이 물건이 여기서 나왔는

  데...어디서 시치미를 떼고있어 ? 오라 그러고보니...호텔에서 청소부 아줌마들이

  가끔 손님 물건을 훔쳐가는 일도 있고 그렇다던데...보니까 아줌마도 딱 그런 경

  우인가 보구먼 ? 여기 지배인 어디있어 ? 지배인 나오라고 해 !!! ”

 “ 아니, 손님 무슨말을 그렇게 하세요 ? 무슨 그런 당치도 않은... ”

 말쑥한 정장차림의 젊은 아가씨가 청소부 아줌마와 그와같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실랑이 과정에서 아가씨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고있는 청소부 아주머니는 병일의 눈에도 낯익은 사람이었다. 한 두달전쯤부터 새로 청소부로 들어온 아주머니로 알고있는데, 여하튼 대충 두 사람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아마 젊은 여자손님이 자신이 묵었던 방에서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듯 한데, 그 문제로 아주머니를 몰아세우는 중이었던것 같다. 병일이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 무슨 일이십니까 ? ”

 “ 뭐야 ? 당신은 빠져요 !!! 아니, 그게 아니라 지배인 나오라니까 !!! 지배인 오

  라니까 어디서 말단 쫄병을 보내오고 있어 ? ”

 병일이야 호텔 제복을 입고 있었으니, 젊은 여성이 그가 호텔 직원임을 못알아볼리는 없을테고, 다만 딴에는 이미 지배인 나오라며 큰소리 치는 중이었는데 말단 서비스원 하나가 다가오니 괜시리 짜증이 더 나고 약도 올랐나보다. 하지만 병일은 침착하게 다시 아가씨에게 말을 건네며 상황을 파악해보려한다.

 “ 무슨일인지 저한테 말씀하시죠. 굳이 지배인님까지 오시지 않아도 되는 문제인

  것 같은데...대체 무슨 문제가 있으신겁니까 ? 손님. ”

 “ 에이씨...지배인 불러오라니까. 아니, 좋아요 아무튼 아저씨...이 아줌마가 글쎄

  이 방에서 제 물건을... ”

 “ 확실합니까 ? ”

 “ 뭐라구요 ? ”

 “ 손님이 바로 이 호텔방에서 아가씨 물건을 잃어버린게 확실하냐구요 ? ”

 “ 아니, 이 아저씨가 근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 아니, 그럼 내가 지

  금 없는 사실 지어내서 아침부터 호텔에 들어와선 행패라도 부리고 있다는거야 ?

 ”

 “ 진정하시죠 손님. 제가 일단 방에 들어가 잘 찾아보겠습니다. ”

 병일이 그렇게 나오자 젊은 여자도 더 이상 뭐라 시비를 걸긴 뭣한듯 그 정도에서 일단 순순히 수긍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일은 젊은 여성이 잃어버렸다는 물건에 대해 대충 설명을 들은후 객실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잃어버렸다는 물건을 찾아보는 중이었다. 헌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 어, 언니...무슨일이야 이시간에 ? 뭐어 ? 그게 지금 거기있었다구 ? 아...알았

  어 언니. 고마워. 그럼 내가 지금 바로 그리로 갈게. 아...아니 저 이봐요 아저

  씨... ”

 병일이야 객실안에서 여성이 잃어버렸다는 물건을 찾는 중이었기 때문에 객실 현관 앞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는 여인의 말소리를 듣기는 어려웠지만, 여하튼 여성은 아마도 아는사람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아 통화를 하는중이었다. 그리고는 당혹해하는 기색을 보이며 그 정도에서 통화를 마무리하고는 방안의 병일을 불렀다.

 “ 이...이봐요 아저씨. 그 물건 더 이상 안 찾아보셔도 될것 같아요. 저 이만 바빠

  서 가볼께요. ”

 “ 손님, 잃어버리신 물건은...괜찮으시겠어요 ? ”

 “ 아...아니 글쎄...찾았대두요. 미안해요. 이만 전 바빠서 가볼께요. ”

 그리고는 황망하게 자리를 뜨려하는데 대충 상황이 짐작이된 병일이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선 불러세운다.

 “ 이봐요. 바쁘시더라도 잠깐만요. ”

 “ 뭐...뭐에요...되었다는데...저 바쁘다니까... ”

 “ 그...보아하니 아마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여기와서 다그치다가 아마

  다른곳에서 물건을 찾았다는 전화가 걸려온 모양인데...거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러시는게 아닙니다. ”

 “ 아...아니 근데 이 아저씨가...아 아무튼 전 바쁘니까... ”

 “ 저희 아주머니한테 사과는 하셔야죠. 저희 아주머니 도둑으로 몬것 사과는 하

  고 가세요. ”

 “ 아, 글쎄 나 지금 바쁘다니까. 정말 왜 그래 ? 이 아저씨가... ”

 “ 이것봐요 아가씨 !!! ”

 다른건 몰라도 자신의 호텔 직장동료이기도 한 청소부 아주머니를 그런식으로 몰아붙인것은 그냥 넘어갈수 없다는 생각을 했는지 병일이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는 여인을 나무라는듯한 말을 입에 담는다.

 “ 보아하니 아무래도 떳떳하게 이런데 오가는 아가씨도 아닌것 같은데...거 젊은

  사람이 그러면 못 써요. 인생 똑바로 살란말입니다. ”

 “ 아니, 근데 이 아저씨가 정말 ? 무슨말을 그렇게해 ? 떳떳한게 뭐 어쩌구 저째

  ? 아니 그럼 내가 뭐...이런데서 부정한 짓이라도 저지르고 다니는 그런 여자라

  도 된다는 소리야 ? ”

 “ 아, 미안합니다. 그런뜻으로 말한것은 아닌데. 여하튼 조금전 경솔하게 저희 아

  주머니한테 한 것은... ”

 자신의 표현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병일도 그 부분에 대해선 바로 사과의 말을 건네고, 여자도 이런일로 여기서 더 길게 시간끌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적당히 상황을 마무리하고자 청소부 아주머니한테 대충 사과의 말을 건넨다.

 “ 그래요, 아주머니 좀전에 미안했어요. 사과할께요. 그럼 전 진짜 바빠서 이만...

 ”

 진심이라기 보다는 어쨌든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해 퉁명스럽게 건넨 인사말같아 보이긴 하지만 병일도 이런걸로 공연히 시끄럽게 만들어봐야 피차 이로울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건성으로 사과의 말을 건네고 빠른걸음으로 사라지는 여자를 그 정도에서 보내준다. 그리고는 조금전의 그 청소부 아주머니를 바라본다.

 “ 고...고맙습니다. ”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는지 꾸벅 머리숙여 감사의 말을 건네는 아주머니. 그나저나 확실히 한 두달전부터 이 호텔에 새로 청소부로 들어온 아주머니가 분명한것 같다. 그때 얼핏 인사를 나눈 기억도 나고. 이쯤에서 돌아가긴 아쉬운 생각이라도 드는지 병일이 아주머니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도둑으로 몰려 마음이 많이 상해있을 아주머니를 위로라도 해줘야겠다는듯 가까이 다가가서 손을 잡으며 다정스레 위로의 말을 건넨다.

 “ 너무 상심 마세요 아주머니. ”

 “ ...... ”

 “ 한달여전쯤에 새로 오신 아주머니죠 ? 그때 인사 나눈 기억이 나요. 그리고 호

  텔이란데가 알고보면 별의별 사람이 진짜 다 드나드는곳이에요. 여기서 일하다

  보면 이것보다 더한 봉변을 겪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니 오늘 그저 좀 재수없

  는일 겪었다 생각하시고 마음을 달래보세요. ”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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