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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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에이핑크 김남주 (7) 걸그룹 팬픽 3(씨스타,에이핑크)



 미영이 어떻게 남주의 그 일을 알게 되었을까. 실은 미영은 남주가 강화의 ‘개천성회’에 고모와 함께 아이 ‘탄생치성’을 드리러 갔을때, 공교롭게도 그때 남주의 친정집으로 전화를 건 것이었다. 탄생치성을 새벽에 드리기 때문에 남주는 전날 밤늦은 시간에 고모와 함께 강화로 출발 다음날 오전 날이 환하게 밝았을때쯤이 되어서야 강화를 떠났고, 헌데 하필 공교롭게도 그 시간에 미영이 전화를 한 것이다. 미영의 입장에선 어쨌든 며느리가 출산을 한지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이니, 며느리와 손녀가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래서 겸사겸사 남주가 안정을 취하기 위해 가 있는 친정집으로 전화를 해 본 것이었다. 오전시간이니 실례라면 실례일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러니 웬만하면 남주가 집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헌데 그 시간에 집에서 전화를 받은 남주의 친정엄마 은정은 뜻밖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 남주는 지금 여기 없어요. 실은...강화에를 좀...갔어요. ”

 “ 네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강화를 가다뇨 ??? ”

 아직 출산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몸조리를 한창 하고 있어야할 여자가 인근에 잠시 외출을 하는것도 부담스러운 일일텐데 강화까지 갔다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잘 납득이 안 가는 일이 아닌가. 은정은 일단 사부인이 되는 미영이 적당히 납득을 할 수 있도록 둘러댔다.

 “ 아뇨 저 실은...저희 시댁 어른들이...오래전부터 치성을 올려오던 절이 하나 있

  어요. 그런데...남주 고모님이 오셔서...남주가 애도 낳고 했으니...치성을 드리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서... ”

 “ 아니, 사부인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치성은 뭐고 도대체 강화는 또 뭐

  에요 ? 이게 다 무슨소리입니까 ? 사부인 ??? ”

 처음 양가 어머니끼리 상견례 자리를 가졌을때,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게 어떻겠느냐는 미영의 제안에 비용도 절감되고 오히려 좋다며 흔쾌히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던 은정이었다. 남주의 말로는 자신의 부모님은 믿는 종교가 없는 무신론자라 했고, 상견례장에서는 은정이 교회에서 결혼하는것을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흔쾌히 응하는 것을 보고 대체로 정서적으로 기독교 친화적인 여성이 아닌가. 은정으로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던 미영이었다. 그래서 적어도 종교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던 미영이었는데, 그야말로 뒤통수를 한 대 크게 얻어맞은 기분 아닌가. 대체 강화는 뭐고 치성은 또 뭔가. 은정은 아무래도 자신이 뭔가 실수한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적당한 변명으로 사부인을 납득시키려 했다.

 “ 아...아니 저 사부인...너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그냥 저희 시댁쪽 먼

  친척어른들이...그냥 어릴때부터 기도드리고 치성드리고 하는 절이에요. 저희랑

  은 아무 상관 없어요. 그러니 그건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

 “ 상관이 없긴 왜 상관이 없습니까 ? 아까 이야기로는 남주 고모되시는 분이 데

  리고 갔다면서요 ? ”

 “ 아...아니 저 사부인...그...그게 실은 고모가 아니라요... ”

 이 상황을 대체 어찌 수습하고 사부인인 미영한테는 어찌 설명해야 할지 순간 눈앞이 더 캄캄해진 은정. 미영은 그런 은정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꼬투리를 잡아 쉬이 물러나지 않고 더더욱 파고든다.

 “ 고모가 아니라니요 ? 아깐 분명히 남주 고모가 데리고 강화에 데려갔다고 하

  시지 않으셨습니까 ? ”

 “ 아...아니 저 사부인...실은 고모가 아니구요... ”

 “ 고모가 아니라니 ? 고모가 아니면 ? 세상에 가짜고모, 진짜고모라도 있다는 이

  야깁니까 ? 그리고...그럼 남주는...이제 막 아이 낳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산모

  가 친척도 아닌 낯선 여자를 따라 한밤중에 그렇게 무턱대고 마음대로 막 따라

  나선답니까 ? 그렇게 생각없는 아이였어요, 남주가 ? ”

 “ 아...아니 저 사부인...일단 진정 하시고요... ”

 미영이 교회 권사임을 감안한다면 남주에게 큰할머니 뻘이 되는 그쪽 친척 이야기는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게 좋을것 같다는게 지금까지의 은정 나름대로의 판단이었다. 그것은 남주도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고. 따라서 강화고 개천성회고간에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는 남주도 은정도 일절 미영에게 한적이 없다. 그러니 이제야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를 처음 알게된 미영으로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것 아닌가. 너무나 기가막히고 놀란 미영은 일단 이런 문제로 사부인과 너무 얼굴 붉히고 싸우는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 그녀와의 통화는 그 정도로 마무리하고 대신 자기아들 영화를 집에 불러 추궁을 한 것이다. 미영이 영화를 자기 집으로 불러들인것은 며칠이 지난 그주 토요일이었다. 그리고 남주를 당장 시어머니인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라고 불호령을 내린 미영. 하는수없이 그 다음날 영화가 남주를 데리고 어머니 미영의 집을 찾았다.

 “ 이 천하의 뻔뻔스러운 계집 !!! ”

 남주를 보자마자 미영은 불같이 화를내며 그녀의 뺨부터 후려갈겼다. 그야말로 이전까지 볼수 없었던 미영의 모습이었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남주를 ‘우리 며늘아이’, ‘우리 복덩이’ 하면서 그토록 금이야 옥이야 하며 예뻐하고 아끼던 그런 시어머니 미영이 아니던가. 헌데 오늘은 남주를 보자마자 세차게 뺨부터 후려갈기는 것이다. 너무 놀란 남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영을 바라보았고, 미영은 그런 남주를 더욱 거세게 다그쳤다.

 “ 다 알고 있으니까 당장 이실직고하지 못해 ? ”

 “ 어...어머니 ? ”

 “ 어디서 ‘어머니’라는 소리가 나와 !!! ”

 ‘어머니’ 소리마저 듣기 싫은지 그 말에 바로 반사적으로 다시 남주를 후려갈긴 미영. 당황한 영화가 일단 그런 어머니를 만류했고, 현관 앞에 이렇게 서서 계속 이럴수는 없는 일이라 미영은 일단 영화와 남주 내외를 거실로 오게해서 앉게 헀다. 테이블 의자 앞에 나란히 꿇어앉은 미영과 남주. 남주의 산후조리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것이니 다소 무리가 가는 자세일수도 있는데. 화가 단단히 나 있는 어머니의 심리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영화인지라, 그런 문제를 좀 배려해달라는 말 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미영은 뭔가 매우 고민스러운듯 손으로 이마를 한번 짚어보고는 한동안 말이 없다. 얼마나 지났을까. 일단 그래도 마음은 다소 가라앉아 평정심을 되찾은 얼굴로 미영이 남주에게 말을 건넨다.

 “ 남주 너... ”

 남주도 영화도 대꾸가 없는 가운데 미영의 질문이 이어진다.

 “ 내가 너한테 뭐 대단한거 바럤었니 ? 뭐 돈많고 잘나가는 그런 집안 며느리 얻

  고싶다 말한적 있었니 ? 그런 욕심 안부리는 사람이랬지. 다만 한가지... ”

 “ ...... ”

 “ 다만 한가지 내 바램에만 맞으면 된다는 말 했니 ? 안 했니 ? 너 내 집에 처

  음 인사하러 왔던날 너 데리고 둘이 밖으로 나가 했던말. 잊었어 ? 안 잊었어

  ? ”

 실제 무슨 세속적으로 돈많고 잘나가는 그런 집안 며느리를 얻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한바 있는 미영. 기독교 신앙도 굳이 강요는 하지 않겠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조차 유연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던 미영. 그 미영이 단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행여나 이상한 종교(가령 이단이나 사이비 등) 믿는 그런 집안과 엮이는 일만 없으면 된다는 그 고백을 남주에게 했던 미영이다. 그리고 그때 남주는 자기 부모님은 둘 다 무신론자라고 - 물론 그것은 분명 남주의 대답이 정확한 사실이다 - 답을 했었고, 따라서 그 부분만은 남주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안심하고 있었던 미영이다. 그러니 그런 미영으로서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단단히 맞은 그런 상황 아닌가. 어찌보면 저 나이어리고 깜찍한 여자애 남주한테 단단히 속아 홀라당 넘어갔다는 생각마저 들어 그 분함에 당장에라도 남주를 어떻게 하고픈 충동마저 일고있는 미영이다.

 “ 영화 너 뭐 하나만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

 그래도 잔뜩이나 치솟아오른 분한 심정을 조금은 가라앉힌뒤, 평정심을 다소 되찾은 목소리로 미영은 남주보다는 아들 영화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너...알고 있었냐 ? ”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영화는 어머니의 물음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고, 다시 약이 오른 미영이 목소리 톤을 높여 영화를 다그쳐댄다.

 “ 남주네가 그런 이상한 종교 믿는 집안이란거 알았냐구 ? ”

 “ 모...몰랐어요 어머니. ”

 “ 뭐어... ? 몰라 ? ”

 기가막히기도 하고 ‘지금 그걸 나더러 믿으라는 소리냐 ?’는듯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미영. 하지만 영화는 영화대로 지금 이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할 지경이다. 물론 영화는 남주 큰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장지까지 함께 따라갔고 장지 근처에 있는 그 집채(처음엔 영화는 그곳이 무엇을 하는곳인지도 정확히 몰랐고)에도 함께 들어가보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영화는 그곳이 무슨 종교의식 비슷한것을 치르는곳이란 생각까지는 해보지도 못했고, 다만 장례의식 같은게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하니 강화 지역의 장례의식엔 이런게 있나보다 그 정도의 생각만 했던것이다. 무엇보다 평상시 보았던 남주는 그런 종교문제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보였고, 따라서 적어도 그런 문제에 있어 자신이나 자기 집안과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영화도 영화 나름대로 지금 이 순간 속이 복잡할 지경이다. 마음같아선 그래도 아내 남주의 역성을 조금은 들어주고 싶기도 하지만, 영화도 대체 뭐가뭔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혼란스럽기도 하고. 또 그 나름대로도 남주에게 속은 기분도 들어 다소 언짢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 때문일까. 아내 남주를 살짝 흘겨보기까지 하는 영화. 한편 미영은 한참만에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내가 언제 너희들더러 나처럼 골수 예수쟁이 되라더냐 ? ”

 “ ...... ”

 “ 내가 남주 너에게도 그리고 영화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어차피 종교 문제

  는 자기 스스로 판단해야할 문제이니 그 문제에 대해 굳이 강요하진 않겠다고.

  남주 너에게도 그저...이상한 종교 믿는 집안 아닌 그런 집안이면 된다고...그 정

  도로까지 유연하게 나와주었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 ”

 다른것은 몰라도 남주 집안이 소위 무슨 민족종교라던가 증산도류 종교단체 그런 비슷한것을 믿는 집안이라면 미영으로서도 보통 꺼림칙한 일이 아닌가보다. 따라서 그 문제만큼은 결코 그냥 넘어갈수 없다는듯 작심한 태도로 나오고 있고. 한참만에 영화가 조심스레 이 상황을 그래도 어쨌든 중재를 하고 싶은지 어머니 미영에게 말을 건넨다.

 “ 어머니... ”

 “ 왜 ? 무슨 할말이라도 있어 ? ”

 “ 그...남주 진짜 아무것도 몰랐던걸수도 있어요. ”

 “ 몰랐다니 그걸 지금 나더러 믿으라는 소리야 ? 출산후 아직 몸도 안 풀린애가

  갓 태어난 아기 무슨 치성을 올린다면서 고모님 따라서 강화까지 갔다 왔다면서

  ? 그 정도로 골수인애를...대체 넌...아니, 넌 도대체 어찌 그리도 사람 볼줄 모르

  니 ? ”

 상황이 이쯤되고 보니 미영 입장에선 남주가 진짜 그 무슨 개천성회인가 뭔가하는 종교단체(?) 골수 신자쯤 되는 것으로 짐작을 했나보다. 하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몸도 제대로 풀리지 않은 산모가 무슨 애기 탄생치성을 올린다며 강화까지 따라간다는것. 쉽지 않은일 아닌가. 미영이 아닌 다른 평범한 사람의 상식으로도 충분히 그런 오해 할수 있었을것이다. 사실 영화도 새삼 남주에 대한 그 부분에 대한 떨떠름한 생각이 드는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설마 남주가 그렇게까지 자신을 철저하게 속일 아이는 아닐것이란 생각에 그 부분에 대한 믿음으로 일단 아내에 대한 역성을 들어보려 한다.

 “ 어머니... ”

 “ 왜 ? 니가 뭐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거냐 ? ”

 “ 어머니...일단 제 이야기 좀 들어보셔요. ”

 “ 그래, 어디 이야기나 해보려무나. 뭐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

  할 지라도 자기 입장 변호할 권리는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나라니까. 사실 변

  명은 너보다는 남주 저 아이한테서 들어야 하는 사안이다만...어디 니 입으로

  한번 이야기 해봐. 정 그렇게 네 색시 역성들고픈 부분이 있거든... ”

 “ 어머니...그 고모라는 분은 남주 친척도 아니에요. 그리고...거기서 무슨 치성

  드리고 했다는 할머니도 남주 직계 할머니도 아니고요. ”

 “ 직계 할머니가 아니라니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

 다른것은 몰라도 남주 집안의 가정사야 남주로부터 이미 여러차례 그리고 분명하게 들었던 영화가 아니던가. 실은 남주 할아버지에게 부인이 둘 있으며 남주 할머니가 두 번째 부인이라는 점을. 그리고 첫 번째 부인에게서 남주 할아버지가 총 2남5녀 7남매를 낳았고,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선 남주 아버지 한명만을 낳았다는. 하지만 그럴지언정 그쪽(첫번째 부인) 집안과 남주 집안은 사이가 그리 나쁜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썩 좋은것도 아닌. 최소한 명절이나 경조사때 정도는 서로 왕래를 하거나 소식 정도는 주고받고. 남주도 어릴때는 그쪽 사촌언니들과 ‘개천성회’ 뒷동산에서 함께 소꿉놀이,인형놀이도 즐기고 했었다는 그 정도 이야기까진 분명 남주에게서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것을 또 어찌 설명할수 있을지. 영화는 다시금 난감해진다.

 “ 직계 할머니가 아니라니 ? 대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

 “ 저...그...그게... ”

 “ 남주가 첩자식이라도 된다는 소리냐 ? ”

 “ 어머니 !!! ”

 순간 너무나 기가막히고 황당해서 발끈하여 영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주도 어안이 벙벙해지는 표정이었다. ‘첩의 자식’이라니. 그리고 그 말은 다름아닌 영화가 남주와 함께 큰할머니 문상을 하러 갔을때, 어릴때 병원에서 사고를 당해 머리를 다쳐 정신이 좀 이상하다는 변재욱이란 남주 사촌오빠가 했던 그 소리 아닌가. 하지만 그 사람이야 어쨌든 어릴때부터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니 그야말로 정신나간 인간의 헛소리쯤으로 여기고 잊어버리면 그만인것이지만. 적어도 정신 멀쩡한 사람 입에서 ‘첩의 자식’이란 말이 나온것은 아마 미영이 처음일것이다. 영화가 다른것은 몰라도 이건 그냥 넘어갈수 없다는듯 눈에 불을 켜며 미영에게 대든다.

 “ 어머니 !!! 무슨 그런 막말을 하세요 !!! 남주가 첩의 자식이라니 !!! 대체 누가

  그래요 !!! 대체 누가 그런 천하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냐구요 !!! ”

 “ 아니, 그런데 얘가... ”

 이렇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자신에게 대드는 아들의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겪어 보는 일이라서일까. 황망해진 미영이 영화의 뺨을 ‘철썩~!’ 후려갈긴다.

 “ 대체 어디서 이따위 버르장머리를 배운거냐 ? 에미한테 이렇게 눈을 치켜뜨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대들라고 대체 누가 그렇게 가르쳐주디 ? 대체 어디서

  이런 못된 버르장머리를 배웠어 ? ”

 “ 어머니는 그러게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세요 ? 첩의 자식이라니 ?

  대체 세상에 어디 그런 막말이 있을수가 있어요 ? ”

 “ 이런 천하의 불효막심한 !!! ”

 대드는 아들의 모습에 더더욱 화가나서 미영이 다시금 영화의 뺨을 후려갈기고. 이러다가 모자간에 진짜 무슨 사달이라도 날것같은 그런 분위기다. 안되겠다 싶은 남주가 일단 영화부터 뜯어말린다.

 “ 자기야...자기야 그만해. ”

 남주가 말려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영화는 일단 그 정도에서 기세가 수그러드는 가운데 영화를 만류한 남주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남주가 울음까지 터트리자 미영은 자신이 여기서 더 화를내면 진짜 무슨 사달이 일어날것만 같은 불안감이라도 생겼는지 일단 그 정도에서 그치고 남주와 영화보고 가서 쉬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혼자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며 잔뜩이나 고민과 근심이 낀 얼굴로 자기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꽤 오랜시간 미영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편 영화는 남주가 배가 고플까봐 간단한 요기라도 시키기 위해 냉장고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꺼내 챙겨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주 속마음도 보통 복잡한것이 아니라 음식이 제대로 입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한편 오랜시간 방에서 나오지 않는 미영이 궁금해서 영화가 방안을 살짝 들여다 보았을때 그녀는 성경책을 앞에 놓고 혼자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 남주와 영화...이야기 좀 다시 더 해보자...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미영이 그제서야 방에서 나오며 두 사람을 불렀다. 하지만 방으로 들어오게 하는것은 아니고 부엌 식탁에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까 거실 테이블에서 꿇어앉은채 미영의 추궁을 듣고 있을때보다는 그런대로 편해진 분위기다.

 “ 내가 아까...‘골수 예수쟁이’ 어쩌구 하는 그런말도 했지만... ”

 무슨 말을 하려는것인지 미영은 서두를 그와같이 꺼냈고, 영화와 남주는 일단 별다른 대꾸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 미영의 말이 이어진다.

 “ 사실 나와 젊은 시절부터 친분이 있어온 신앙의 벗들은 날 보면 종종 이런말을

  하곤 한다. ‘아직 예수그리스도를 온전히 영접하지 못한 영혼’이라고...하지만 또

  한편으론... ”

 “ ...... ”

 “ 그래도 어디서 사회생활 하거나 봉사활동 같은것을 하다 만나게 되는 일반인들

  중엔 날 꽤나 답답한 ‘예수쟁이 할망구’ 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 한마디로 진

  짜 깊이있는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 눈에는 나도 다소 흐리멍텅한 신앙인으로 보

  이는 반면...나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혹은 일반인의 눈으로 봤을때는 나도 꽤나

  신앙심이 깊은 그런 사람정도로 보이더라는 그런소리야. ”

 아들과 며느리 앞에서 자기 신앙자랑을 하려고 이런말을 하는것은 아닐테고. 미영은 목이라도 타는지 찬장에서 컵 하나를 꺼내와 물을 따른뒤 그것을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 뭐...사람에 대한 판단은...자기가 자기자신을 보는것보다...제3자가 보는게 그런

  대로 객관적인 거니까...가령 진짜 독실한 크리스찬들의 눈으로 봤을때는...나도

  꽤나 날라리,나이롱 신자로 보이는 반면 일반인의 눈에는 나 역시 꽤나 독실하

  거나 혹은 외곬인 그런 신앙인으로 보인다는...그런 이야기다. 그러니 나 역시

  그저 내 신앙이 그 정도의 위치에 있나보다...스스로 그렇게 판단하고 살아온 사

  람이란다. 독실한 크리스찬의 눈에는 날라리로 보이고 일반인의 눈으로 봤을때

  는 꽤나 골수 예수쟁이로 보이는...딱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

 “ ...... ”

 “ 하지만 그건 남들의 눈으로 보는 나에 대한 시각이 그렇다는 이야기고...하지만

  어찌되었거나...나 역시 신앙생활을 하면서 몇가지 세운 원칙은 있어. 가령 주일

  성수는 반드시 지킨다던가...금욕이라던가...나름대로 지키고자 노력한 몇가지 원

  칙은 있다. 최소한 그 원칙을 지키고자 스스로 다짐하고 기도해온 그런 사람이기

  도 하고... ”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이렇게 장황하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일까. 영화는 그렇다치고 남주의 눈엔 다소 따분하고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이야기. 일단 미영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무엇보다...다른것은 몰라도...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이 우리 집안에 대대손손

  이어가게 해달라는...그 소망의 기도를 꽤 오랜시절부터...내 젊은날 처음 예수 그

  리스도를 영접하고 얼마되지 않은 그 시점부터...지난 40년 가까운 세월을 기도해

  온 그런 사람이란 말이다. ”

 “ ...... ”

 “ 그렇다고 아이들한테 행여 지나치게 신앙을 강요하려 들었다가는 혹여 반발심에

  애들이 비뚫게 나갈까봐...웬만해선 강요는 하지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느끼게 만

  들고자 놓아두었던 것인데... ”

 그러다 잠시 탄식같은 한숨을 내뱉고 있는 미영.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 그래도 다행히...딸 둘은 다 믿는 사람의 집안으로 시집가...그래도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시는구나...그렇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

 그러다 미영의 시선이 결국 남주에게 향한다.

 “ 그런데...그 기도를 네가 이렇게 망치려 들어 !!! ”

 남주에 대한 미영의 분노와 실망감이 아무래도 적지 않은것 같다. 그래도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고, 방에서 그녀 혼자 기도하며 많은것을 생각해 보았을테니 그래도 지금은 많이 누그러진 상태이려니 영화나 남주나 막연히 그런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결코 그렇지는 않은것 같다.

 “ 남주 넌...내 기도를 끊게 만든 그런 계집이다 !!! 무슨 말인지 알겠어 ? 니가

  내 기도가 끊기게 만들었단 말이다.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이 세상 끝날때까지

  이어지게 해달라는 그 기도를 말이다 !!! ”

 “ 어...어머니... ”

 이야기를 듣고보니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남주가 발끈한다. 아무리 그래도 시어머니로써 며느리에게 하는 이야기치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은것일까. ‘기도를 끊게한 계집’이라니. 어찌되었거나 남주로선 참으로 견디기 힘든 모욕적인 말인것만은 분명할것이다.

 “ 너희들... ”

 미영이 영화와 남주 내외를 번갈아 쳐다본다. 그리고 뭔가 작심한듯 말한다.

 “ 우리 연(緣) 끊자 !!! ”

 “ 예 ? ”

 영화도 남주도 순간 당황한것일까. 아니면 미영이 말한 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것일까. 사뭇 당황한 표정으로 둘이 동시에 그와같이 되묻고, 미영이 그런 두 사람에게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 무슨말인지 모르겠어 ? 우리 안보고 살잔말이다. 인연 끊자구 !!! ”

 “ 어...어머니... ”

 “ 무엇보다 내가 이제 남주 너를 두 번다시 보고 싶지가 않구나. ”

 이제 더 이상 미영은 남주가 영화와 함께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러 왔을때 보던 그렇게 자상하고 온화해 보이던 그런 시어머니가 아니었다. 남주보고 ‘선한 눈빛’을 가졌다며 이런 며느리가 집안에 들어온것만으로도 한없이 기뻐하고 감사해하던 그런 미영은 더 이상 아니었다. 더욱이 결혼식날 미영이 출석하는 교회 담임목사 이동인은 주례설교에서 남주를 처음 보았을때의 느낌을 ‘아주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자매님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점까지 염두에 두고 생각해본다면 지금의 이와같은 미영의 태도. 남주로선 정말 억장이 무너지지 않을수 없는 일일것이다.

 “ 그렇다고...이미 이렇게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은 너희를 갈라서라고 할 수는 없

  는 일 아니냐 ? - 적어도 나 그렇게 막 돼먹은 시어미는 아니다 - 그러니...내가

  너희들을 안 보고 사는것...그것이 피차 속 편하게 살수있는 대안이 될수 있을것

  같구나. 우리 안 보고 살자. ”

 “ 어머니... ”

 미영의 사뭇 단호한 그와같은 태도에 남주가 울상까지 되어 안타까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보긴 하지만 미영은 그런 남주를 아예 외면한채 말을 이어간다.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이 대대로 이어가게 해달라고 소

  망한 그 기도가 끊기게 만든 너를...남주 너를 진짜...이 자리에서 어떻게 해버리

  고 싶은 그런 심정이구나...하지만 명색이 우리 아들녀석이 사랑하는 마누라라는

  데 그럴수는 없는 노릇이고... ”

 “ ...... ”

 “ 차라리 내가 남자였다면...어디서 바람이라도 피워서 다른 자손을 보기라도 할

  텐데...그럴수도 없는 일이고...60 넘은지 이미 오래인 할망구가 지금 아이를 낳

  을수도 없고...지금 애를 입양해 ‘할머니 엄마’가 될수도 없는 노릇이니... ”

 그러다 시선을 돌려 다시 남주와 영화를 번갈아 바라보는 미영.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 내가 너희보고 갈라서라던가 그런 말은 안 하마. 아무리 그렇기로 그건...시에

  미로서 할소리는 아니지. 다만...이제부터 난 내 자식은 딸애 둘 뿐인걸로 생각

  하마. ”

 “ 어머니... ”

 자식이 딸 둘뿐인걸로 생각하겠다니. 그것은 확실히 남주뿐만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아들 영화하고도 인연을 끊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 소리에 영화도 안타깝고 초조해진 마음에 어머니를 불러보지만 미영은 다시금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뒤 말을 이어간다.

 “ 천번만번 양보해서...내게 인연을 아예 끊고사는 그런 아들이 하나 있을수는 있

  어도...내게 지금 이 시간부터 며느리는 없는거다. 무슨말인지 알겠니 ? 우리 서

  로 안 보고 살잔말이다. 그냥 너희 둘이 행복하게 살어. 그럼 니들도 니들대로

  나 안 보고 사니 신경 안 쓰이고 속편할거고...나도 나대로 남주랑 종교문제로 부

  딪힐 일 없으니...그게 피차 속편한 차선의 대안 아니겠니 ? 그러니 우리 앞으로

  연 끊고 안보고 살자. ”

 “ 어머니...제가 앞으로 잘 할께요. ”

 단호하기만 한 미영의 태도에 안타까와진 남주가 다급해진 말투로 그와같이 말하지만, 그 말이 미영을 더더욱 역정나게 만든다.

 “ 근데 이것이 왜 그리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듣니 ? 내가 너희보고 갈라서라고 한

  게 아니잖아. 갈라서지 않는대신...너희는 그냥 너희끼리 행복하게 사는 대신 나

  와 인연을 끊고 살자는 이야기야. 너도 어차피 시에미인 나 안 보고 살면 어차피

  속편할거 아니니... ”

 “ 어머니... ”

 “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오늘 이 순간 이후로...내게 김남주란 며느리

  는 없다. 앞으로 내게...차영화라는 아들은 있을지 몰라도...또 그 차영화라는 아

  들과 함께 사는 김남주라는 며느리는 있을수 있어도...적어도 이 이미영에게 며

  느리는 없는거야. 무슨말인지 알겠어 ? 너희 두 사람과 나 피차 연 끊고 서로

  안 보고 살자는 말이다. 그래도 내 말이 무슨말인지 못 알아듣겠니 ? ”

 “ 어머니... ”

 남주가 안타까운듯 다시금 미영을 불러보지만 미영은 그런 남주를 향해 손을 내젓는다. 영화 및 남주 내외에게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며느리 남주와는 평생 연 끊고 안보고 살겠다. 그것이 미영이 작금의 사태에 대해 긴 시간 고민하고 생각해보다 내린 결론인것이다.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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