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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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에이핑크 김남주 (5) 걸그룹 팬픽 3(씨스타,에이핑크)



 “ 오늘 모여 찬송함은 형제자매 즐거움 / 거룩하신 주 뜻대로 혼인예식 행하세

   신랑신부 이 두 사람 한 몸되기 원하며 / 온 집안이 하나되고 한 뜻되게 합소서


   세상에서 사는동안 한길가게 하시고 / 맘과뜻이 하나되어 주따르게 합소서

   서로 믿고 존경하며 서로 돕고 사랑해 / 고와낙을 함께하며 승리하게 합소서


   아버지여 우리들이 기도하고 바랄것 / 저들 부부 세상에서 해로하게 합소서

   이 두 사람 감화하사 항상주를 섬기며 / 이 세상을 떠날때에 천국가게 합소서 ”


 마침내 남주가 영화와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 되었다. 영화의 어머니 이미영 권사가 40년 가까운 세월을 신앙생활을 해왔다는 OO교회 소강당에서 신랑 차영화군과 신부 김남주군의 성스러운 결혼식이 진행되게 된 것이다.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는 교회 소강당이었지만, 신랑측도 신부측도 꽤 많은 하객이 결혼식에 참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당 뒤쪽에는 빈 좌석이 심심찮게 보일 정도로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크기의 강당이었다. 양가 부모가 화촉을 밝히고, 잠시후 신랑 차영화군이 입장하고 이어 남주가 자신의 아버지 손에 이끌려 영화 앞으로 나아갔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린 남주가 단상 가까이까지 다가오자 영화가 내려와서는 남주 아버지께 정중하게 예를 올리고 그리고 남주의 손을 잡고 주례를 서는 목사님이 계시는 단상앞에 나란히 섰다.

 “ 이 자리에 와 계신 많은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많은 하객 여러분. 저는 오

  늘 이 성스러운 결혼식의 주례를 맡은 OO교회의 담임목사 이동인이라고 합니

  다. 제가 오늘 주례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소개말씀 드리고 싶은것

  은 오늘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 차영화 형제의 어머니 이미영 권사님께서는 지

  난 40년 세월 젊은시절부터 지금까지 저희 교회에서 참으로 건실하게 착실하

  게 신앙생활을 해오신 그런 분이시라는 점입니다. 제가 이 권사님을 볼때마다

  느끼곤 했던점이 참으로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그리스도의 지체로다. 그것

  이 제가 늘 이권사님을 뵈면서 느껴왔던점입니다. 그래서 전 늘 궁금해 하곤

  했습니다. 특히 이권사님의 아드님이신 차영화 형제가 날이 갈수록 커가고 결

  혼 적령기에 다다르면서 말입니다. 과연 우리 이권사님께선 어떤 자매를 며느

  님으로 맞이하게 되실까...참 궁금해하곤 했었는데... ”

 주례사로는 좀 이례적으로 남주의 어머니 이미영 권사의 신앙심에 대한 칭송의 말이 다소 길게 이어졌고, 이어 이동인 목사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주례사를 이어간다.

 “ 제가 특별히 오늘 결혼식을 올리는 차영화 형제의 신부감인 김남주 자매를 처

  음 보았을때 느낌을 말씀드리자면...‘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자매님이로

  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자매’. 예의상 한번쯤 입에 담아보는 칭송의 말 정도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동인 목사는 이 부분에 꽤나 힘을 주어 그리고 진지하면서도 굵은 저음으로 그 부분을 강조했다. 그냥 ‘아름다운 마음씨’도 아닌 ‘참으로’라는 수식어까지 붙인 표현. 사실 이동인 목사가 남주를 본것은 결혼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무렵 미영이 영화와 남주 두 사람을 데리고 이목사에게 인사를 드리러 왔을때가 처음이고. 그 뒤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오늘까지 동인이 남주를 직접 접해볼 기회는 그리 많지는 않았을테고, 인사를 드리러 온 날에도 그다지 길거나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은 편이었는데. 대체 남주의 어떤면이 이동인 목사로 하여금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자매’라는 찬사를 수많은 하객 앞에서 직접 입에 담을만큼 동인을 매료시킨 것일까. 그 점은 이동인 목사 당사자가 아니고는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여하튼 그날 동인은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자매’라는 찬사의 말로 남주를 처음 보았을때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며 그날의 결혼주례를 이어나갔다.

 “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결혼 역시 하나님의 섭리하심이요, 또한 태초부터 예비해

  두심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

  하실 때 인간을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신 뜻이 그와같고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 역시 그와 같습니다. 자녀가 어린시절엔 부모에 의해 양육되어 자라 마침내

  때가 되어서는 그 배우자를 만나 부모곁을 떠나 새로운 하나의 가정을 이루게 되

  니 이 모든 것이 다 그리스도의 주관이요 섭리하심입니다. 그래서 우리 성경은

  늘 그와같이 말씀하고 계신것입니다. 화목하고 복된 가정을 이루라고, 부부가 되

  었을때는 마땅히 아내된 자로서, 남편된 자로서의 도리를 다 하라고 말입니다.

 ”

 서론이 좀 길었던 탓인지 이동인 목사의 설교는 본론은 상대적으로 그리 길지 않게 진행되고 있었다. 신랑,신부나 하객이 그리 지루하지 않게 하기위한 나름대로의배려인 것인지. 엄숙하면서도 훈훈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결혼식장 안에는 이동인 목사의 낭랑한 주례 설교가 그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저 또한 목회활동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고, 또 많은 신랑,신

  부 또는 많은 부부들을 만나보았지만, 화목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도 있었던

  반면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부부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찌하면

  행복한 부부로 이 세상이 다하는 날까지 하나님이 부르시는 날까지 함께 할수 있

  는것일까요 ? 그 비법을 외람되나마 제가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

 목이 마른것인지 단상위에 놓인 물 한모금을 마셔 목과 입을 축인 이동인 목사. 주례설교는 마저 이어진다.

 “ 그 하나는 역시 서로에 대한 존중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아내는 남편을 주님을

  대하듯이 하며, 남편 또한 아내를 사랑하는것을 교회를 사랑하듯 하라고 말씀하

  셨습니다. 왜 그와같이 말씀하셨을까요 ? 역시 그만큼 상대방을 귀히 여기고 아

  끼며 존중하라는 뜻인것입니다. 믿는 사람에게 주님이란 얼마나 귀한 존재입니

  까. 또한 교회는 자신의 신앙생활의 토대가 되는 얼마나 소중한 장소입니까. 그

  러니 그만큼 아내와 남편을 여기라는것. 주를 섬기듯 남편을 섬기며 교회를 사

  랑하듯 아내를 사랑하라. 그만큼 결혼이 하나님의 섭리와 주관하에 이루어지는

  것인만큼 그 배필 또한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니 주님처럼 교회처럼 소중한 존

  재라는 뜻입니다. 아셨습니까 ? 우리 차영화 형제 ? 그리고 김남주 자매 ? 지

  금 옆에있는 사람은 그냥 평상시 데이트할 때 ‘오빠,자기야’ 하며 아양떨고 애

  교떨고 또 때로는 티격태격 다투는 그런 존재 아니에요 ? 귀한 존재입니다. 하

  나님이 주신 보석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신겁니다. 그러니 그만큼 귀하고

  소중하게 다루고 섬겨야겠지요 ? ”

 이동인 목사의 설교는 대략 그런식으로 진행되었다. 설교가 마무리되고 이어 성혼서약과 선포식등의 순서가 진행되고 결혼축가도 있었다. 사실 영화의 경우엔 미영이 남주와 영화를 데리고 이동인 목사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을때 동인이 말한것처럼, 중,고등부 시절에만 잠시 교회를 다녔지 대학에 들어간 이후 지난 10년 세월은 신앙에서 다소 멀리 있었던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청년부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었다. (물론 대학생시절이야 지방에서 대학을 다녔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미영 권사의 특별한 부탁이 있어 청년부 지체들이 차영화 형제의 결혼식을 위한 축가를 준비해주었다. 축가는 ‘두사람을 위한 기도’ 였다.



 “ 주님 이곳에 오시옵소서 / 주의 사랑으로 하나 되어가는 /

  이 두 사람 지금부터 영원까지 / 이 가정의 주인되소서 

   주님 이 가정을 축복하소서 / 두 몸이 하나되듯 / 성령안에서 두 영혼 사랑케

 하소서

   주께서 교회를 사랑하여 자신을 주심같이 / 교회가 주님을 섬기듯 /

  사랑케 하소서 

   완전한 주의 사랑을 / 깨달아 알게 하시고 / 하나님 성전으로 함께 지어져 

  가게하소서. ”



 결혼식이 끝나고 남주와 영화는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사실 두 사람은 직장일로 해외출장을 가본 경험도 종종 있었기에 외국으로 나가보는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그것도 동남아까지 오는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그것도 ‘신혼여행길’이기에 더더욱 설레는 마음이다. 동남아 해변가의 호텔에 방을 잡고, 그리고 두 사람은 저녁시간에 해변으로 나와 함께 바닷가 모래사장을 거닐고 있다.

 “ 남주야... ”

 이렇게 정식으로 결혼을 해 부부가 되고, 함께 남국의 바닷가를 거니는 낭만. 그 낭만에 가득 취한 영화는 다시금 감회에 젖어 남주의 얼굴을 바라본다. 남주도 살포시 고개를 들어 영화를 바라보고 있다. 영화의 키가 남주보다 약간 크다.

 “ 아까 결혼식장에서 목사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

 “ 넌 정말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미리 예비해놓으신 정말 귀한 선물인것 같다.

 ”

 헌데 막상 이런 표현을 하고보니 공연히 얼굴이 화끈거려온다. 실상 영화는 교회 권사 직분까지 맡고 있을 정도로 독실한 어머니 미영과는 달리 중,고등부 시절에만 잠깐 교회에 나갔을뿐 그후 지난 10여년은 거의 교회에 나간일이 없는 ‘날라리 신자’ 축에도 못 끼는 사람이 아닌가. 그 실체가 이미 남주와 함께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던날 그와같은 영화의 과거(!)가 다 폭로(!)된 마당인데, 그런 영화가 남주 앞에서 ‘하나님께서 예비해주신 짝’ 운운하다니. 누가보면 정말 신앙심 깊은 젊은 크리스찬인줄 착각하기 딱 좋은 그런말을 입에 담는 자신의 능청스러움(?)을 남주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능청스럽다기 보다는 영화 자신도 대체 내 입에서 어떻게 이런 표현이 나왔을까.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어찌되었거나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난 영화다보니 부모님이나 누나들이 평상시 하는 표현들이 자신도 모르게 의식속에 박혀져 버린 것으로 봐야하는것일지. - 여하튼 그와같은 말을 하는 자신을 남주가 어찌 받아들이고 있을지 몰라 살짝 그녀의 표정을 살피고 있는데, 남주는 그냥 무덤덤하게 영화의 그와같은 표현을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는 남주의 손을 한번 꼭 잡아보며 말을 이어간다.

 “ 어찌되었거나...이렇게 너와 부부가 된 이상...정말 이 세상 끝나는 그날까지...

 ”

 “ ...... ”

 “ 널 곁에서 지켜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어. 그리고 너의 상처, 너의 눈물 모든

  것을 감싸주고...정말 너의 상처나 삶의 아픔까지도 모두 보듬어주고 감싸줄수

  있는 그런... ”

 “ 선배... ”

 영화 입장에선 그만큼 남주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말을 한것이지만, 상처니 눈물이니 아픔이니 이런 단어가 영화의 입에서 언급 되는것이 조금 마음에 걸려서일까. 남주가 잠시 영화의 말을 막는다.

 “ 선배가 아무래도 뭔가 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것 같아서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것 같은데요. ”

 그리고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살짝 시선을 돌리는 남주. 뭔가 언짢아하는 기색이 보인다. 두 사람이 시선은 바다쪽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주의 말이 계속되고 있다.

 “ 저 무슨...가정사에 특별히 입은 상처가 있거나 그런건 아니에요. 선배가...아무래

  도 저희집안 내력을 알고나니 자꾸 그런쪽으로만 생각하는것 같은데... ”

 “ 남주야... ”

 자신이 괜한 이야기를 한것인가 싶어 영화가 남주를 불러보는 가운데 그녀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 무슨 상처가 있거나 그런 아이 아니에요. 어쨌든 저희

  할머니가 저희 할아버지 본부인이 아니고, 큰할머니가 따로 계시고 또 그쪽 슬

  하(큰할머니 슬하)에서 나온 삼촌,고모들(즉 큰 할머니의 자제들)이 있는것도

  사실이지만... ”

 “ ...... ”

 “ 다만 거기까지에요. 무슨 특별히 사이가 나빴다거나 서로 상처나 감정의 골이

  깊다던가 그런것도 없고요...다만 그렇게...그 모습 그대로 살아온것이라고나 할

  까요... ”

 남주는 입술을 살짝 깨물어본다.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것은 아니고 본의아니게 다소 열변처럼 되어버린 분위기라 약간 진정을 시키기 위해서다. 숨을 한번 고른뒤 다시금 말을 이어가는 남주.

 “ 그렇게...그쪽이나 저희나...서로 그런 관계인것만은 인지하고 인식한채...그렇게

  서먹하거나 나쁜 사이는 아니지만...그렇다고 그렇게 가까이 지내는 친척도 아닌

  그렇게...서로 명절때나 무슨 경조사때...그리고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가면...혹

  피서철 같은데 바캉스라도 가게되면...혹시 그쪽에서 서운해할까봐 시간되면 연

  락해서 같이 가기도 하고...딱 그 정도의 의미로 지내온것 뿐이에요. 특별히 사이

  가 나쁜것도 아니고 특별히 좋은것도 아닌...그 정도의 의미로... ”

 “ 하지만 그때 그 사촌오빠란 사람은... ”

 하지만 남주와 함께 그 큰 할머니라는 친척 문상을 하러 갔을때 난데없이 빈소로 뛰어들며 남주를 향해 ‘첩의 자식이 어찌 절을 올리냐 ?’며 열을 내던 그 남자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영화다. 그 점은 확실히 영화에게 여전히 걸리는것인지. 하지만 그 오빠에 대한 말이 언급되자 남주는 오히려 더 어이없다는듯 영화에게 핀잔이라도 주듯 말한다.

 “ 선배...그 오빠는 정신이 원래 이상한 사람이라 말했잖아요. ”

 “ 그랬었지. 그 뭐...어릴때 다쳐서 정신이 좀 이상하게 된 친구라며 ? ”

 “ 맞아요. 어릴때...아니, 태어나자마자랬던가...어쨌든 간호사가 병원에서 실수로

  떨어뜨려 그때 머리를 다쳐 정신이 이상하게 된 오빠에요. 그런데 그 사람 말을

  뭐 그렇게 신경을 써요 ? ”

 그래도 ‘첩의 자손’ 어쩌구 하는말을 그것도 할머니 상을 당한날 남주를 향해 그런말을 입에 담았다면 정신이 성한 자신들이 모르는 혹 다른 비밀같은것이라도 아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 의심이라도 드는것인지. 영화는 그래도 여전히 그 변재욱이란 남주의 사촌오빠에게 신경이 쓰이는듯 한마디 더 덧붙인다.

 “ 신경을 쓴다기 보다는...여하튼 그날 나도 적잖이 황당했었으니까...그럼 그 오

  빠는 지금은 뭐하고 지내 ? ”

 “ 저도 잘 몰라요. ”

 어찌보면 시큰둥해 보이고 퉁명스러운 말투로 짤막하게 내뱉는 남주.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원래 어릴때부터 별 관심 없었어요. 그냥...아빠,엄마가 친척오빠중에 어릴때 병

  원에서 간호사가 떨어뜨려 머리를 다쳐 정신이 이상해진 사촌오빠가 있다고...

  그러니 그건 남주 니가 이해해야 한다구...그렇게 말했기에...그냥 그런 사촌오빠

  가 하나 있구나...그렇게 인식하고 살아온것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요. 무슨말

  인지 알겠어요 ? ”

 “ 그래... ”

 하긴 뭐 정신도 성치못한 그런 사촌오빠를 남주가 굳이 신경까지 쓰며 살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무엇보다 생각해보니 자신들의 신혼여행지에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는것 자체가 생뚱맞은 일이기도 하기에 영화는 그 이야기는 그 정도로 접기도 한다. 다만 남주는 남주대로 영화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한마디를 더 덧붙인다.

 “ 선배도 그러니까...저에 대해...그냥 그 모습 그대로 받아줘요. 그렇게...그냥 좀

  관계가 애매한 그런 친척들이 좀 있다는...그 정도로만 생각하지...그 이상은 신

  경쓰지 말아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 상처받은것 없어요. ”

 “ 알았어 무슨이야긴지. 그리고 니가 굳이 그런 이야기까지 하진 않아도 생각해

  보니...내가 뭐 그쪽 사람들까지 신경쓰고 할 일은 분명 아닌것 같구나. ”

 “ 그래요 선배. ”

 예부터 ‘처삼촌 벌초하듯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웬만해선 처가쪽 친지들과는 거리를 두는것이 이 나라의 상식이었다. 그러니 하물며 그렇게 관계조차 다소 애매한 남주쪽 친척을 자신이 신경쓸 이유가 무엇 있겠는가. 듣고보니 그건 확실히 남주 이야기가 맞는 이야기라 영화도 그 부분에 대해선 그와같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 그나저나 남주야... ”

 “ 네, 선배 ? ”

 “ 너 나한테 언제까지 ‘선배’라고 부를거니 ? ”

 “ 예 ? ”

 순간 약간 어리둥절하다는듯 되묻는 남주. 영화는 어이없어한다.

 “ 허허...얘봐라. 야 !!! 이젠 우린 부부야. 직장 선후배도 연인이나 친구사이도

  아닌 분명 어엿한 부부라고. 근데 언제까지 남편한테 ‘선배’라고 부를거니 ? 선

  배가 아니라 ‘여보 !’라고 불러야지 !!! ”

 호칭문제나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려는듯 바로 그 부분을 지적하는 영화. 남주도 막상 ‘여보’라는 단어는 들으니 괜시리 부끄러워지는지 게다가 ‘그렇게 불러야 한다’는 말에 얼굴이 다 빨개진다. 하지만 영화는 이 자리에서 그 부분을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야겠다는듯 부끄러워하는 남주를 거듭 다그친다.

 “ 허허...얘봐라 ? 너 정말 이대로 얼렁뚱땅 넘어갈거야 ? 나 이제 더 이상 니 선

  배 아냐 !!! 선배가 아니라 남편이라구. 그러니 어서 불러봐 !!! ‘여보 !!!’ ”

 “ 아이 참...선배두... ”

 “ 허허...선배가 아니라 여보래두 그러네 !!! ”

 아무래도 이 실랑이가 쉽게 마무리 될것 같지가 않다. 영화는 신혼여행지의 이 낭만적인 첫날 저녁시간에 남주의 입에서 ‘여보’라는 말을 분명히 듣고 싶은지 거듭 요구하고, 하지만 남주는 여전히 부끄러운지 쉽게 그 말을 입에 담지 못한다. ‘어서 여보라 부르라’는 영화의 재촉과 차마 부끄러워 그 말을 쉬이 입에 담지 못하는 남주. 그 실랑이가 잠시 동남아 해변가의 초저녁에 이어지고 있다. 저 멀리 하늘빛이 군청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사내커플이기도 했던 남주와 영화는 결혼후에도 맞벌이 부부로 다니던 직장에서 계속 일을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직장동료들의 경우엔 남주와 영화가 직장 선,후배 관계로 꽤 오래전부터 비교적 가까이 지내왔던 사이임을 잘 알고 있기에 막상 두 사람이 정식으로 결혼발표를 했을때도 그리 크게 놀라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두 사람이 정식으로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사이로 발전하기 전인 단순한 선후배 사이로만 교류가 있던 시절에는 주위의 다소 짖궂은 동료들중엔 ‘그러지 말고 둘이 사귀지 그래 ?’, ‘언제 국수 먹여줄거야 ? 둘이 진짜 결혼하면 잘 어울릴것 같다.’ 이런식으로 놀리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사실 커플이란게 좀 깜짝발표 같은것을 하는 맛도 있어야 하는건데,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서만은 남주-영화 커플의 경우엔 두 사람이 사귄다는것이 회사내에서 그리 크게 놀랄만한 일도 되지 않았던 그야말로 다소 김빠진 결혼발표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막상 그렇게 두 사람이 정식으로 결혼발표를 하고 청첩장을 돌리고 하게되자 주위의 부러움과 시샘은 역시 생길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식으로 결혼식까지 올리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온 두 사람. 그리고 첫 출근을 하는날. 사무실에 들어서자 약 십여명에 달하는 직장 동료들이 박수로 두 사람을 맞이해 주었다.

 “ 우와~~~!!! 남주씨, 영화씨 !!! 신혼여행 잘 다녀왔어요 ? ”

 “ 야...남주 저거 핼쑥해진거봐라. 영화...다시 봐야겠어 ? 응 ??? ”

 “ 언니, 동남아 신혼여행은 어땠어요 ? 아유...난 신혼여행은 둘째치고라도 언제

  한번 그런데 여행이라도 가보냐 ? 나도 진짜 언제 기회있으면 휴가로든 출장으

  로든 그런곳에 가보고 싶다. ”

 “ OO씨도 그러게 평소에 열심히 했어봐. 그럼 왜 동남아 출장기회 주지 않았겠

  어 ? 늘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마냥 그렇게 사고만 치고 다니니 우리가 불안해

  서 해외 출장도 못 보내주는것 아냐 ? ”

 동료 직원들이 그렇게 신혼여행을 다녀와 첫 출근을 하게 된 신혼부부 남주와 영화에게 부러움과 시샘을 섞은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보내고. 영화가 우선 씩씩한 목소리로 답례의 인사말을 한다.

 “ 감사합니다 여러분. 다 여러분이 염려해주시고 성원해주신덕에 결혼식도 무사

  히 올릴수 있었고 신혼여행도 무사히 다녀올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일등커플, 일등부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 고마워요. 정말 다 여러분들 덕분이에요. 저도 정말 앞으로 직장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가정에서도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할께요. 앞으로도 계

  속 지켜봐주세요. ”

 영화에 이어 남주도 그와같이 격려의 말을 건네고. 사내커플 한쌍이 그렇게 탄생을 해서인지 사무실의 분위기는 대체로 훈훈함과 흐뭇함이 넘쳐나고 있다. 그날 회사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게 되었을때,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남주와 영화 부부는 잠시 대화를 나누게 된다.

 “ 아유 근데 OO씨는 진짜 여전히 짖궂더라. 신혼여행 다녀온 사람한테 뭐 그런

  걸 다 묻고 그러냐 ? ”

 “ OO씨야 뭐 늘 그렇잖아. 그래도 악의는 없는 사람이잖아. 그리고 따지고보면

  우리보고 한번 사귀라고 옆에서 늘 부추겼던 사람도 OO씨고 말야. ”

 “ 하긴 그렇지. 그리고 OO인 우리 해외로 신혼여행 다녀온거 진짜 부러워 하더

  라 ? 요즘은 신혼여행 웬만해선 거의다 동남아로 가는데말야. ”

 “ 신혼여행을 간게 부러운게 아니라 해외로 다녀온게 부러운거겠지. 그러고보니

  여태 OO씨가 해외출장 기회가 없었군. ”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귀가를 하게 된 두 사람. 저녁식사를 하고 자리를 펴고 누우면서 영화가 갑자기 남주를 번쩍 안아 한바퀴 돌려본다.

 “ 어머낫~~~!!! ”

 “ 자...어때 ? 오늘 다시한번 근사한 하룻밤을 지내볼까 ? 자기...어때 ? ”

 “ 아유...자기도 참 주책이야. 아유...자기야 나 오늘은 피곤해. 오늘은 그냥 자자

  . ”

 “ 어어...이거 ? 벌써부터 이러기야 ? 그러지말고 이리와 자기야. 나 진짜 미칠

  같단말야. ”

 “ 아휴...싫어. 오늘은 피곤하다니까. 오늘은 그냥 자. 이제 그만 !!! 이제 그만

  자기야~~~!!! 아라찌이~~~!!! ”

 잠자리에서 약간의 앙탈이 일어나고, 신혼부부인 남주와 영화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밤도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남주와 영화. 그야말로 한참 깨가 쏟아지는 행복한 신혼부부의 모습이다.

 남주가 큰할머니 상을 당해 영화와 함께 문상을 갔던것이 5월의 일이고, 영화가 정식으로 남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뒤 어머님께 남주를 인사시켰던것이 7월. 그리고 두 사람은 그로부터 석달후인 가을인 10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두달이 지나 한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다.

 “ 자기...왜 그래 ? 어디 아파 ? ”

 오늘따라 회사에서 업무도중 사소한 실수도 잦았고 웬지 피곤한 인상을 보여주었던 남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걱정이 되어 퇴근길에 남주에게 그와같이 말한다. 하지만 남주는 괜찮다며 적당한말로 얼버무린다.

 “ 아냐...그냥 좀...좀 피곤해서 그랬나봐. 집에가서 좀 쉬면 나아질거야. ”

 “ 그러지말고 아프면 솔직히 말해. 아니면 지나가다 어디 약국에서 약이라도 하

  나 지어먹을까 ? ”

 “ 아...아니야 자기. 약은 무슨...그냥 좀 피곤해서 그런건데...별일 아니니까 걱정

  마. ”

 약이라도 지어주랴는 남편의 말에 살짝 기겁하며 손을 내젓는 남주. 하지만 영화는 남주의 상태가 여전히 걱정이 되는듯한 모습이고. 집으로 돌아온뒤 영화가 남주에게 말한다.

 “ 자기...피곤하면 저녁은 내가 지어줄까 ? 오랜만에 내가 김치볶음밥이라도 한번

  만들어줄게. 그거 먹고 기운차릴게 ? ”

 “ 아...아니야 자기. 나 오늘은 입맛이 없어. 피곤하니 그냥 잘래. ”

 피곤한 아내가 걱정이 되어 자기가 직접 저녁을 지어주겠다고까지 말하는 영화에게 남주는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말하고. 영화는 그런 남주의 모습이 더더욱 걱정이 된다. 남주가 많이 피곤하거나 지쳐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얼마후 남주의 그와같은 증상은 곧 기쁨과 환희로 뒤바뀌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아가본 남주. 뛸듯이 기쁜 마음에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자기 !!! 나 아이가졌어 !!! 임신이래 !!! ”

 “ 뭐 ? 자기가 아이를 가졌다구 ? 그게 정말야 ? ”

 “ 응 !!! 방금 산부인과에서 다 확인하고 나오는 길이라니까. 지금 6주째래. ”

 “ 우와 !!! 자기야 축하해 !!! 그럼 내가 정말...내가 정말 아이 아빠가 되는거란 말

  이지. ”

 “ 글쎄 그렇다니까. ”

 얼마나 기쁜지 남주의 눈엔 눈물이 다 고여있고, 사무실에 있다가 전화를 받은 영화는 다른 동료직원들이 다 놀랄 정도로 뛸뜻이 기뻐 함성을 지른다.

 “ 만세 !!! 만세 !!! 여러분 기뻐해주세요 !!! 저 이제 아이아빠에요 !!! 남주가 아

  이를 가졌대요 !!! ”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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