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얼마후. 이번엔 남주와 남주 어머니 그리고 영화와 영화 어머니까지 네명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를 갖게 되었다. 가족간의 정식 상견례의 성격까지 되는것은 아니고, 다만 영화 어머니인 미영이 남주 어머니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이와같은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래도 시내의 제법 고급스런 레스토랑에 미리 예약을 하고 영화 모자와 남주 그리고 남주 어머니 한은정 여사까지 네명이 함께 자리를 하게되었다.
“ 어서오세요.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영화 에미되는 사람입니다. ”
식사자리에 들어서면서 네 사람이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고, 영화 어머니 미영과 남주 어머니 은정도 서로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다. 분위기 탓일까. 남주 어머니 은정은 다소 긴장된 표정도 보이는 반면 미영은 예하 그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계속 입에 담고 있었다. 미영이 은정에게 말을 건넨다.
“ 남주 자매가 누굴 닮아서 저리 미인일꼬. 참 궁금해했는데...이제보니 어머니를
많이 닮았나 보네요. 남주 어머니도 남주를 닮아서 그런지 참 기품있어 보이십
니다. ”
“ 아유...별 말씀을 다 하시네요. 과찬이십니다. ”
나이 50대 후반에 이른 여인이건만 여자는 나이가 젊건 많건을 따지지 않고 미인이란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나보다. 다소 쑥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미영의 칭찬이 과히 기분나쁘지는 않은지 긴장했던 표정이 풀어지며 역시 미소를 띠게되는 은정. 그러면서 미영에게 말을 건넨다.
“ 사실 지금까지 남주보다는 큰애가 절 많이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곤 했는데
...보통 애들 어릴때부터 주위 친척분들이나 친구들도 남주 언니 은주 - 남주 언
니 이름이 은주거든요 - 가 절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구요. 남주가 절 닮았다는
이야긴 상대적으로 그리 많이 듣지는 못했었어요. ”
“ 남주도 보니까 어머님을 참 많이 닮았어요. 특히 저 선해보이는 눈매하며...참
고운게 어머니를 딱 그대로 빼다박았다니까요. ”
“ 아휴 별 말씀을...사실 보통은 큰애가 눈이 크고 얼굴이 동글동글한게 어릴때
부터 그게 절 빼다박았다고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많이 이야기하곤 했었어요.
반대로 남주의 경우엔...어릴땐 별로 그렇게 느끼지 못했는데...커가면서 보니까
성격이 절 많이 닮았나봐요. 그렇게 큰애는 얼굴이 작은애는 성격이 절 닮았다
고 그렇게들 말하곤 하더라구요. ”
“ 호호...그러시군요. 저도 딸애를 둘이나 키워봤지만. 둘 다 절 닮아서 그런지
성격이 좀 고집스러운 면이 있더라구요. 뭐 자식키우는 부모 마음이야 다 똑
같은것이겠습니다만은요... ”
은정이나 미영이나 피차 똑같이 2녀1남 총 3남매를 낳고 키워본 여인이다. 따라서 그런 면에서 생각보다 서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대화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영이 다시 은정에게 말을 건넨다.
“ 헌데...남주 이야기가 어머님께서 음악을 전공하셨다고 하던데... “
“ 예, 맞아요. ”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은정. 큰딸을 닮았다는 동그랗고 큰 눈이 순간 번득이기까지 한다. 마치 기다렸다는 이야기라도 되는듯.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대학을 음대를 나왔고요...학교를 졸업한뒤엔 KBS 합창단에서도 한 2-3년 정도
활동했어요. 하지만...애들 아빠 만나고 나선 KBS 합창단 일은 그만두고 아이 셋
낳고 키우고 그렇게 30여년 세월을 살아온거죠. ”
“ 아, 그러시군요. ”
“ 아이들 아빠와는 중매결혼이었고요. 뭐 저희때만해도 연애결혼 보다는 중매결혼
이 많던 시절이긴 했지만요. ”
“ 예에...그러셨군요. ”
미영은 물 한모금을 마셔 목을 살짝 축이고, 한편 은정은 기왕 나온 이야기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약간 덧붙인다. 어찌보면 그 부분에 대한 나름대로의 회한 같은게 있는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 그렇게 30년 넘게 살아왔는데...이제 아이들 다 크고...다들 이제 직장다니며 제
몫 다 하면서 살고...또 이렇게 남주처럼 시집갈때도 되어가고...그러니 이젠 저도
제 일을 따로 찾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어요. 그래서 몇 년전에 음악강
사 자격증을 땄지요. 아무래도 음대전공이고 실제 KBS 합창단 활동 경력도 있고
하니까 자격증 따는건 대체로 수월했어요. 그래서 그 뒤로는 지금처럼 주로 주부
교실 같은데서 클래식 강좌를 맡아 하고 있는거고요. ”
“ 아아...그러시군요. ”
어찌되었거나 이제 곧 사돈이 될 사람이 음대출신에 방송국 합창단 경력까지 있는 음악강사라니 미영으로서도 그녀에 대한 묘한 호기심이나 이끌림 같은것이 생기나보다. 자식들 결혼을 앞둔 어머니끼리의 대화에서 나올만한 이야기 같지는 않지만, 여하는 미영은 은정의 이야기에도 대체로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확실히 미영은 남주는 물론 그녀의 어머니에 대해서도 꽤나 만족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편 미영은 그쯤에서 결혼준비와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한 상의의 말을 하기위해 이야기를 꺼낸다.
“ 남주에게서 이야기는 들으셨나 모르겠지만 저희 집안은 기독교 집안입니다. 그
래서 기왕이면 결혼식은 저희 식구가 오래전부터 출석해온 교회에서 올리고 싶
습니다. 하지만 혹 부담스럽거나 내키지 않으신다면 일반 예식장에서 하는 결혼
도 뭐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
“ 아뇨, 뭐 저도 교회에서 식을 올리든 뭘 하든 그런 문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
요. 되려 교회에서 식을 올리면 그만큼 비용부담도 적고 하니, 오히려 저희가 더
흔쾌히 들어드릴 일이죠. 오히려 감사하네요. ”
“ 고맙습니다 남주어머니. ”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문제를 남주 어머니 은정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흔쾌히 받아들이자 미영은 고맙다는 감사의 말을 건네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 그리고 아이들은 분가해서 따로 살게 하는게 좋겠지요 ? 뭐 솔직히 저도...나
이가 드니까...글쎄요...뭐 지금보다 더 늙어서 아주 거동도 할수 없을 지경이
될 때라면 또 모를까...지금은...이제 딸 둘 시집보내고 우리 막내 영화만 남은
입장에서...아이들 다 결혼시켜 내보내고 여생은 저희 권사님과 단둘이 오붓하
게만 살고 싶네요. 그러니 영화와 남주는 신혼때는 저희 둘이 오손도순 깨소금
볶으며 살수 있도록 분가해 따로 나가 살게 하고 싶습니다. ”
“ 아유. 분가라면야 저희가 더 감사할일이죠. 여하튼 사부인께서 그렇게까지 저
희 남주에 대해 배려해 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고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벌써 ‘사부인’이란 말까지 입에 담는 은정. 그렇게 남주 모녀와 영화 모자가 함께 한 자리의 대화도 대체로 화기애애하고 흐뭇한 분위기에서 마무리 되었다. 두 사람의 결혼준비는 대체로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남주 어머니와 영화 어머니가 인사를 나누는 그와같은 자리를 가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정식으로 양가 가족들의 상견례까지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한두달쯤 지났을때 남주와 영화는 정식으로 결혼식 날짜까지 잡게 되는등 결혼식 준비는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교회 권사이기도 한 영화의 어머니 미영이 결혼식을 교회에서 치렀으면 한다는 바램에 남주 어머니 은정이 별다른 거부감이나 거리낌을 갖지 않고 흔쾌히 응해 그 부분도 그렇게 결론이 났고. 그때쯤해서 남주는 영화와 그의 어머니 미영과 함께 자신이 결혼식을 올리게 될 교회에 주례를 서게될 목사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기 위해 찾아뵙게 되었다.
미영이 젊은 시절부터 40년 가까운 세월 신앙생활을 해왔다는 교회. 담임목사인 이종인 목사의 목사실에 미영은 영화와 남주와 함께 들어섰고, 이종인 목사는 반갑게 세 사람을 맞이한다.
“ 어서오세요. 이미영 권사님께서 참으로 예쁘고 착한 며느리감을 얻게 되었다며
그토록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으셨던데, 우리 이권사님께서 칭찬을 아끼지 않던
바로 그 자매님이 이 자매님이신가 ? ”
종인이야 미영이나 그의 아들 영화의 얼굴은 알고, 그 영화와 함께 들어서는 젊은 여인이 있자 바로 그와같이 짐작하고 말을 건넨다. 남주가 그런 이종인 목사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다.
“ 김남주라고 합니다. 이렇게 목사님을 뵙게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
초면인데다가 신앙생활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남주로선 교회 목사에게 인사를 올리는 자리는 처음 해보는 낯선 경험이기도 할텐데. 그럼에도 별다른 스스럼이나 거리낌없이 종인을 ‘목사님’이라 부르며 인사를 올리고. 그러한 남주의 정중하면서고 깍듯한 모습에 종인도 무척이나 흡족한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교회 사무실 여직원 한명이 잠시후 차를 내오고, 목사실에서 이종인 목사와 영화와 남주 그리고 미영까지 네명이 환담을 나누게 된다.
“ 헌데...그러고보니 영화형제는 결혼할때나 되어서야 얼굴을 보게 되는군요. ”
영화를 살짝 바라보며 종인이 그와같이 말하고, 미영이 그런 종인에게 다소 변명같은 말을 입에 담는다.
“ 아유, 목사님도 무슨 말씀을. 영화도 중,고등부때는 교회 열심히 다녔었어요. 하
지만 대학때야...대학을 지방에서 다녔으니 불가피했던거고...그리고 학교 졸업하
고 군대 갔다와서는 직장생활 하느라 바빴던거고요. ”
“ 허허...내 기억에는 영화 형제가 학창시절에도 그리 교회에 열심인것 같지는 않
았던것 같은데. ”
실제로 영화는 신앙생활에 대체로 소홀했던 것인지, 종인이 그 부분을 꼬집는듯한 놀리는 말을 그와같이 입에 담은것이고. 미영이 그런 종인에게 사과겸 변명겸 섞어서 한마디 덧붙인다.
“ 이제 영화도...이렇게 장가도 가게되고 그랬으니...이제 다시 마음잡고 열심히 교
회 출석할겁니다. 그러니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목사님. ”
“ 허허...예,예 알겠습니다. 다른분도 아닌 우리 이미영 권사님 말씀이시니 제가 신
뢰하기로 하죠. ”
고개를 끄덕이며 차 한잔을 음미하는 종인. 그리고 남주를 바라본다.
“ 그리고...이권사님께 듣기로는 자매님과는 같은 직장을 다니다가 사랑하게 된
사이라고 들었는데. ”
“ 예, 그렇습니다. 같은 직장에서 5년동안 동료로 지냈습니다. ”
“ 어이구 ? 5년이나요. 그럼 생각보다 꽤 교제기간이 길었군요. 그리고 이제야 이
렇게 결혼까지 결심을 하게된건가요 ? ”
실제 직장 선,후배 사이로 만나게 되어 5년의 시간을 함께 보낸 두 사람. 하지만 정식으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기에 이른지는 그리 얼마되지 않았고, 마치 ‘친구이상 연인이하’ 같은 말처럼 직장동료 그 이상의 어떤 애매한 사이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셈인데, 그러나 종인의 입장에선 ‘직장에서 5년동안 동료로 지냈다’는 말이 교제기간이 그만큼 길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 것인지 그와같이 말하고. 미영이 이번엔 종인에게 말을 건넨다.
“ 남주가 볼때마다 느끼지만 참 요즘 보기 드물게 참하고 착한 아이에요. 우리 영
화에겐 정말 너무나 좋은 신부감 같습니다. ”
“ 예,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권사님. ”
무슨 자식자랑 하는 팔불출도 아니고 며느리도 아닌 ‘예비 며느리’감 자랑을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미영은 남주에 대한 칭찬의 말을 정말 아끼지를 않고. 종인이 이번엔 사뭇 진지하고 근엄한 자세로 영화와 남주쪽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그...영화 형제도 그렇고...제가 남주 자매도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
“ ...... ”
“ 그리스도 안에서의 결혼은 단순히 세상에서 생각하는 결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한마디로 하나님의 주관하심하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나되는 하나
의 거룩하고 성스러운 가정을 이루는 것이에요.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알고보
면 태초부터 계획하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뜻 하에 이루어지고 이어온 것이니
까요. ”
“ ...... ”
“ 남주자매... ”
진지한 표정으로 남주를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종인. 웬지 모를 강렬한 느낌이 보이는 종인의 눈빛 탓일까. 남주는 순간 다시 긴장이 될 지경이다. 종인이 남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 남주자매도 과연 그런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을...기업을 이루는데 일조할 그
런 자세가 되어있는 자매님인가요 ? 한번 그 자세를 여쭈어보고 싶네요. ”
“ 옛 ? ”
신앙생활 경험이 없는 남주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질문이라서일까. 남주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고. 질문이 너무 어려웠나 생각이 드는 종인은 표정을 풀면서 미소띤 얼굴로 다시금 말을 건넨다.
“ 허허...이거 참...내가 질문을 너무 어렵게 했나보군. 너무 그렇게 긴장할것 없어
요.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 영화 형제의 든든한 배우자이자 내조자로 함께 하면서
또한 신앙생활도 함께 영위하며 따라올수 있는 그런 자세가 되어있는지 그걸 물
은거에요. ”
“ 원...목사님도...별 걱정을 다 하시네요. ”
남주에게 물어본것이지 미영에게 물어본것도 아닌데. 그런 부분까지도 감싸주고 싶은 미영의 마음인걸까. 대답을 쉬이 하지 못하는 남주를 대신하여 미영이 그와같이 끼어든다.
“ 우리 영화도 그렇고 남주도 다 약속했어요. 다 함께 신앙안에서 건실한 그리스
도의 가정을 영위하고 일구어가기로요. 그렇지 남주야 ? ”
“ 네, 네에... ”
다소 얼떨떨한 표정이 되어 남주는 순간적으로 미영의 물음에 그와같이 답하고. 종인은 그런대로 이런 분위기가 그리 불만스럽지는 않은지 말없이 차 한모금을 더 음미한다. 그리고 다시 남주를 바라보는 종인.
“ 그리고 남주자매. ”
“ 예, 목사님. ”
“ 제가 남주자매에게 이런 이야기까지 하는것은 좀 부담스럽게 들릴수도 있겠지
만...신앙생활 경험이 아직 없다면 우리 교회에서 세례를 받아보도록 하세요. 우
리 OO 교회도 그동안 건실한 그리스도의 형제,자매들을 참 훌륭하게 양육해낸
그런 모범적이고 따뜻한 교회니까요. 어...그럴게 아니라 오늘 아예 교회에 신자
등록을 하는건 어떨까요 ? 어차피 우리 영화형제와 결혼하게 되면 같이 우리 교
회에 출석을 하게 될 터이니, 그때가서 괜히 바빠서 신자 등록하는것을 잊거나
그러는것 보다는 오늘 등록하는게 어떻겠어요 ? ”
“ 예 ? 예...아...네에... ”
남주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것일까. 당혹스럽고 긴장한 표정은 역력함에도 불구하고 그러면서도 전혀 거부의사를 보이지는 않은채 ‘예’라고 대답을 한다. 이종인 목사와 이미영 권사 그리고 자신의 결혼상대자인 차영화까지 있는 자리에서 어떤 분위기의 위압감에 눌리기라도 한 것일가. 별다른 거부의 말을 입에 담지 못한채 이종인 목사의 권유에 남주는 그날 신도카드에 등록까지 하게된다. 종인도 미영도 그런 남주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남주와 영화의 결혼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따라서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신랑으로서의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다가오고 있는 결혼식날이 어느덧 일주일 정도를 남겨두고 있던 어느날. 저녁때 집에서 남주는 언니 은주의 방에 살며시 들어와본다. 자기방에서 특별히 하는일 없이 노닥거리며 시간을 때우고 있던 은주는 결혼을 앞둔 동생의 들어섬에 다소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이며 말을 건넨다.
“ 이 시간에 왜 ? 나한테 무슨 할말이라도 있어 ? ”
“ 아니...그런건 아니고 그냥... ”
언니 앞에서 괜한 무안함이라도 생기는것인지 귀밑머리를 한번 쓸어넘겨보는 남주. 그러다 잠시 두 살터울의 언니 은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와락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안긴다.
“ 언니이이~~~!!! ”
“ 어머낫 !!! 얘가 ? 갑자기 왜 이래 ? ”
와락 달려들긴 했지만 남주의 표정이 그다지 심상찮아 보이거나 한 것은 아니었기에 약간 당황하긴 했어도 그리 놀라지 않은 모습으로 은주는 자신의 품에 안긴 동생의 어깨를 한번 토닥거려보고는 그녀를 살며시 자신에게서 떼어낸다. 그리고 침대쪽으로 옮겨가는 두 사람. 침대에 마주앉아 남주와 은주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미안해 언니... ”
다소 뜬금없이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담는 남주. 약간의 의아함으로 은주가 그런 동생에게 말을 건넨다.
“ 미안하다니...갑자기 뭐가 ? ”
“ 언니보다 먼저 시집을 가게 되어서말야. 아무리 그래도 언니가 먼저 시집을 가
야하는건데... ”
“ 원...애두...별소리를 다 한다. ”
자신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이 먼저 시집을 가는것이 은주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것인지, 사뭇 언니다운 대범함까지 보이며 대수로운일도 아니라는듯 담담한 어조로 말을 건넨다.
“ 나야 어차피...아직 결혼이나 남자나...그런쪽으로 인연이 없는거 알잖아. 그러
니...이전에도 했던 이야기지만 난 신경쓰지 않아도 돼. ”
“ 그래도 언니... ”
은주가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 여태 결혼을 못했거나 그런것은 아니고, 다만 일에 바쁘게 살다보니 시기를 다소 놓친것 뿐이다. 그녀가 말한것처럼 그야말로 아직은 그런쪽으로 인연이 닿지 않았던것일수도 있고. 그러다 동생 남주에게 먼저 그런 결혼의 인연이 다가온것쯤으로 볼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이렇게 동생을 시집보내게 된다니, 함께 30년 세월을 한 집에서 살아온 동생을 이제 곧 떠나보내게 된다는 생각에 은주에게도 새삼 착잡한 감회가 밀려든다. 은주가 동생 남주의 얼굴을 어루만져본다.
“ 어릴때부터... ”
“ ...... ”
“ 넌 참 똑똑한 아이란 소리를 친척어른들로부터 많이 들었는데... ”
“ 친척...어른... ? ”
‘친척어른’. 그 표현을 공연히 한번 입으로 되뇌어보는 남주. 은주의 말이 이어진다.
“ 너야 애기때니까 잘 기억하지 못하겠지만...내가 한 대여섯살때부터 친척 고모나
삼촌들...그분들끼리 모이면 너랑 나 비교하면서 하시는 말씀. 난 어릴때부터 기억
나는게 있어. 대여섯살 때 정도면...그 정도의 대화...어렴풋이 기억 못할 나이때도
아니지 뭐. 아무튼 삼촌들도 고모들도 한결같이 그러시더라. ”
“ ...... ”
“ 남주랑 은주중...외모는 눈도 왕방울만큼 크고 한게 딱 은주가 제 엄마를 닮았
고, 하지만 똑똑하고 총명해 보이는것은 남주가 똑똑한것 같다고. 그렇게들 말
씀하시곤 했었어. ”
은주가 5-6세때쯤의 했던 이야기들이라면 남주는 3-4세 정도때일텐데, 그만한 애기가 총명함을 보였으면 뭐 얼마나 보였을것인지. 하지만 어른들 눈에 아직 어린 애기라도 어떤 싹수 같은게 그때부터 느껴졌던 것으로 볼수도 있을것이고. 여하튼 은주는 동생 남주의 손을 살포시 잡아보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한다.
“ ‘은주는...제 엄마 닮아서 눈만 크고...울기만 하지...여하튼 똑똑한건 남주라니까
...솔직히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나 친척어른들 그 말씀 알게 모르게 상처였었
다 ? ”
“ 언니도 참... ”
시집가는 동생 앞에서 새삼 그런 푸념이라도 늘어놓고 싶은 심산인것인지. 남주가 그런 은주를 살짝 흘겨보고. 은주는 그런 남주를 대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잠시 바라보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 그리고 솔직히 내가 보기에도... ”
“ ...... ”
“ 넌 확실히 어릴때부터 똑똑하고 총명한 아이였어. 내가 이런 이야기 하는건 좀
우습게 들릴수도 있겠지만...내가 볼때도 확실히 넌 그런 싹수가 좀 보였었다.
”
두 살 차이의 동생의 어릴때 모습에서 대체 어떤 싹수를 언니가 보았다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보면 어릴때부터 똑똑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은 남주대신 제 엄마를 많이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들은 은주는 똑똑한쪽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로 받아들일수도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 또 은주 자신도 확실히 그런 부분은 스스로 인정하고 살아왔던 것인지 - 여하튼 은주의 말은 계속되고 있다.
“ 막내삼촌...약혼식때였을거야... ”
“ 막내...삼촌 ? ”
그 단어를 남주가 다시금 되뇌어보고. 은주는 갑자기 뭐가 우습기라도 한 것인지 ‘칫~!’ 하고 코웃음을 한번 터트려보이기까지 하고.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약혼식...그러니꺄 요즘으로 치면 양가 부모,친지들 상견례를 갖는 그런 자리였
던거지. 우리 친척들, 사촌들 막내 삼촌 약혼식...상견례 자리에 모두 참석을 했
고. ”
“ ...... ”
“ 아마 순서가...양가 친지들을...신랑쪽도 또 신부쪽도 한명씩 대표로 사회를 맡
아 자기네쪽 친지들을 소개하는 그런 순서였었어. 우리쪽의 경우엔 친척 아저씨
한분이 그 소개를 맡았고. 여하튼 그래서 순서대로 할머니부터...쭉 삼촌,고모들
하나하나 소개를 하고 있었지... ”
은주가 똑똑한쪽과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하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남주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듯한 그때의 일을 두 살 터울의 은주는 그런대로 생생하고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반면 남주는 대체 무슨일이 있었다는 이야긴지 영문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언니 은주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 한편 우리랑 사촌들은 다 어릴때고 하니까...구석에서 어른들이 준 장난감이랑
과자 하나씩 손에 쥐거나 입에 물고 노닥거리고 있었을거야. 다만 중학생 정도
되는 큰 오빠랑 언니 정도는 자리에 앉아있긴 했지만...여하튼 그 언니랑 오빠들
도 어색하긴 마찬가진지 그저 멀뚱멀뚱 자리에 앉아있기만 했는데... ”
“ ...... ”
“ 친척들 소개를 쭉...신랑의 큰 누님 되십니다...작은누님 되십니다...그렇게 아
저씨가 쭉 하고 계시고...거의 맨 마지막 순서는...우리 같은 꼬마애들 그냥 하나
로 뭉뚱그려서...‘그 옆의 애들은 조카들이고요...’ 그렇게 한마디로 간단하게 소
개하고 넘어가려 그랬어. 근데... ”
“ ??? ”
“ 그때...조용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던 니가 살포시 일어났었어. 그리고 다
른 친척어른들 하셨던것처럼 너도 신부쪽 친지분들한테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
면서 자기소개를 하는거야. 이렇게...‘신랑의 조카되는 OO 국민학교 O학년 김남
주입니다.’ 이렇게... ”
“ 내가...그랬었다구 ? ”
남주는 정말 기억도 하지 못하는 일인것인지 다소 놀라고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하고 황당하고 대견스럽기까지 한지 잠시 묘한 표정이 되어버리고. 은주는 ‘정말 그랬다’면서 그때의 상황설명을 좀 더 덧붙여준다.
“ 너무 놀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라...우리쪽 친척 어른들도 놀라워 하셨지만
그쪽...사돈댁 식구분들도 모두 대견해하고 놀라워했었어. 그 조그만 꼬맹이가 어
른들 상견례를 갖는 약혼식장에서 정중하게 일어나서 자기소개를 하니 얼마나 놀
라셨겠니 ? 사돈댁쪽에선 박수까지 터져나올 정도였고...우리쪽 친척어른들도 다
너 대견하고 기특하게 바라다 보셨지. ”
“ 근데 그걸 언니가 기억한다구 ? ”
남주는 정말 그 일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듯, 여전히 묘한 표정이 되어 언니 은주를 바라만보고 있다. 그런 남주를 동생 은주는 미소띤 얼굴로 바라보며 감회어린 눈빛으로 말을 건넨다.
“ 그런데...그랬던 총명한 꼬맹이 김남주가 이제 시집을 갈 때가 되었다니... ”
“ ...... ”
“ 정말 세월이 빠르구나... ”
여러 가지 감정이 한번에 북받쳐 오르는듯 은주의 눈엔 눈물까지 고일 지경이 되어있다. 자신은 기억조차 못 하는 어린시절의 일을 입에 담은 언니로 인해 공연히 무안해진 남주는 얼굴만 빨개지고 있고. 은주가 그런 남주를 한번 꼭 안아본다.
“ 남주야... ”
“ ...... ”
“ 결혼 축하해 남주야... ”
“ 언니... ”
이렇게 언니와 한 방에서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는일도 이제는 쉽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이제아 자신이 ‘시집을 간다’는 것이 정말 실감이 나는것인지 남주의 감정도 북받쳐 오른다. 남주와 은주. 두 살터울의 자매는 그렇게 서로를 꼭 끌어안고 감회어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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