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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에이핑크 김남주 (3) 걸그룹 팬픽 3(씨스타,에이핑크)



 영화는 원래 지난주에 제법 근사한 이벤트와 함께 남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볼 생각으로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이야 어차피 다 틀린일이 된 것이고, 다시 일주일이 지난 금요일. 다시금 그와같은 이벤트를 마련하진 못해도 제법 진지하게 프로포즈의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이야기 주제가 어떻게 하다보니 남주의 집안 가정사 이야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듣게되는 분위기로 가게되어 어째 이런식으로 하다간 오늘도 영 제대로 고백할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것 같다. 차라리 다음기회로 다시 미룰까 잠시 속으로 고민도 해 보았지만, 그런식으로 계속 연기만 하다가 영영 기회를 놓칠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이쯤에서 자신이 정말 남주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꺼내보기로 했다. 긴장이 되자 영화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물을 한 모금 마신다.

 “ 남주야... ”

 그와같이 부르는 영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주. 사실 두 사람이 직장생활을 함게 하며 동료로 지내온게 5년 세월이니, 그쯤되면 서로의 마음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것같은 그런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을까. 남주가 머리가 나쁜 아이도 아니니 이쯤되면 자신을 향하는 영화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지도 않았을터이고, 영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주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가운데 그의 말이 이어진다.

 “ 그러고보니 어느덧...너와 함께 한지도 5년의 시간이 흘렀구나. ”

 “ 선배... ”

 제법 목소리를 내리깔며 이와같이 나오는 영화. 사실 지난주의 일도 있고 또 오늘의 분위기도 뭔가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는것을 보면, 뭔가 중요하고 진지한 고백 하나쯤은 하려는것 아닌가 그 정도 짐작은 남주에게도 들 법하다. 남주도 공연히 긴장이 되는지 그를 부르는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는 가운데 영화의 말은 이어진다.

 “ 지금까진 정말 너와 참 마음도 잘 맞고...일할때마다 참 환상의 명콤비 같은 동

  료로 많은 일을 해오기도 했는데... ”

 “ ...... ”

 “ 그렇게 너와함께 했던 지난 5년의 시간이 나에겐 참 의미 깊었던 시간이었던것

  같아. ”

 괜시리 쑥스러워지는 것일까. 남주의 얼굴빛이 약간 발그레해진다. 살포시 고개를 숙이는 남주를 바라보며 영화의 말은 계속된다.

 “ 어찌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이 내가 너에 대해서 알아가는...그리고 내가 너에게

  한계단 한계단 다가가는 그런 시간이었다면... ”

 “ ...... ”

 “ 이젠 너에게 본격적으로 정말 중요한 의미의 그런 존재로...그런 남자로 남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 ”

 “ 선배...지금 그 말은... ”

 영화는 그렇게 남주에게 프로포즈를 하고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이쯤 진척이 되었으면 남주도 영화의 그런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지는 않았을터이고. 영화는 물끄러미 남주를 바라보며 자신이 하고싶었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 어떤 노래가사에 그런 구절이 있더라. ‘그대를 만나기 위해...많은 이별을 했었

  는지도 모른다’고... ”

 꽤 오래된 노래인데. 영화의 취향이 그렇게까지 구닥다리는 아닐터인데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입에 담기에는 좀 오래된 노래가사를 언급하고 있다. 아마 저 노래가 한참 인기일때는 현재 30대 초반인 영화는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였을터인데. ‘그대를 만나기 위해 많은 이별을 했는지 몰라... ’

 “ 뭐 나에게 이전에는 그렇게까지 깊이 사귀었다던가 하는 그런 인연은 없었어.

  적어도 학창시절까진...그저 대학동창...학교 동아리 친구...그 정도의 인연 그 이상

  의 여인은 없었지만 여하튼... ”

 “ ...... ”

 “ 그래, 그때의 만남들은 그저그런 스쳐지나가는 그런 만남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면... ”

 영화는 다시금 침을 한번 꿀꺽 삼킨다. 남주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대꾸도 하지 않는다. 이 의미. 영화의 고백을 그런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이해해도 되는것일까.

 “ 이젠 진정...내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할수있는... ”

 “ ...... ”

 “ 그런 내 삶의 동반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

 “ 선배... ”

 나지막히 영화를 불러보는 남주. 감동이라도 된 것일까. 목소리가 살짝 젖어있다. 손수건을 꺼내 살짝 입 언저리를 닦아보는 남주. 영화의 말이 계속된다.

 “ 그리고 그 내 삶의 동반자로... ”

 “ ...... ”

 “ 지금 내 앞에있는 남주 너를 선택하고 싶구나. ”

 “ 선배... ”

 남주는 가슴이 뭔가 크게 한번 요동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단순한 두근거림이나 설레임. 그 이상의 것이었다. 이 감정. 이 느낌. 한두마디의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힘든 순간의 감정이고 감동인것일까. 영화의 고백의 말을 본격적으로 듣게된 남주는 가슴 깊은곳에서부터 뭔가 부르르 떨려오는 감동이 자신의 팔과 다리를 온통 감싸며 전율을 느끼게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울 일이 분명 아닌데 대체 왜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당황한 영화가 남주의 눈물을 닦아준다.

 “ 선배... ”

 “ 남주야... ”

 자신의 고백을 과연 남주가 어찌 받아들일지도 모르는 판에 그녀에게서 흘러내린 눈물. 영화로선 살짝 당황이 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혹여 남주가 자신이 싫어서 우는것은 아니겠지 ? 그런 오해가 될 지경인 영화. 그런 가운데 남주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 고마워요 선배... ”

 “ 남주야... ”

 “ 솔직히 그동안 많은 시간 고민했어요... ”

 “ 고민을...했다구 ? ”

 “ 선배의 자상한 마음씨...그리고 절 생각해주는 선배의 마음을 제가 모르지는

  않는데...그러면서도 혹여... ”

 “ ...... ”

 “ 제가 너무 경솔하게 다가가면 선배가 제게 실망하고 멀리 달아나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그런 걱정 때문에 선배에 대한 제 감정은 제 가슴속 깊은 한켠에

  숨겨두고만 있었어요. 헌데 지금 선배의 말을 들으니... ”

 남주는 울먹거리는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어도 남주도 나름대로 혼자 가슴앓이 하며 애태웠던 시간이 많았던것 같다. 피차 이렇게 서로를 간절히 원하는 시간이 길었음에도 왜 그동안 괜히 긴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런 후회감이 될 지경이다. 남주가 가까스로 자신을 진정시키고 말을 이어간다.

 “ 이제 저도 확실히 알거 같아요. 선배를 향한 제 감정이 어떤것이었는지... ”

 “ 남주야... ”

 “ 사랑해요 선배... ”

 영화가 남주를 꼭 안아보고 남주는 그 품에 안긴다. 이 분위기를 눈치챈 레스토랑 직원이 알아서 선곡이라도 한 것일까. 귀에 익은듯한 발라드풍의 이성에 대해 프로포즈를 하는 내용의 가사가 담긴 노래가 레스토랑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옆 좌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다른 손님들이 박수를 치며 영화와 남주 커플을 격려해주기도 한다.



 영화가 남주에게 그렇게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하고,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 시작된지 두달여쯤 시간이 지났을때, 영화는 남주를 자신의 부모님께 인사시켜 드리기 위해 직접 집으로 데리고갔다. 사전에 미리 어머니한테 말씀은 드렸고, 약속시간은 주말은 토요일 저녁시간으로 잡았다. 영화는 위로 각기 두 살과 네 살 터울이 지는 두명의 손윗누이가 있으나 지금은 모두 시집을 갔고, 원래 올해 연세가 65세이신 어머니 이미영 여사와 아버지가 함께 남주의 인사를 받기로 했지만, 영화 어머니보다 다섯 살이 많은 아버지의 경우엔 전날 지방에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겨 내려가시는 바람에 어머니 혼자서 영화의 결혼상대자이자 여자친구인 남주를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교회 동료의 도움까지 받아서 아들이 사랑한다는 여자인 남주를 대접할 저녁상을 정성스레 차려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영화가 남주와 함께 집안에 들어섰을때 영화 어머니 이미영 여사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남주를 맞이했다.

 “ 어서와라. 어서와요. 이쪽이 그러니까...우리 영화가 사귄다는 아가씨인겐가 ?

 ”

 아들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서는 젊은 여인을 보며 미영이 그와같이 말했고, 남주는 깍듯이 남자친구 영화의 어머님께 인사를 드린다.

 “ 처음뵙겠습니다. 김남주라고 합니다. ”

 “ 오...그래요...이름이...정확히 뭐라고 ? ”

 남주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정확히 알아듣지를 못했는지 확인차 미영이 다시금 되묻고 남주는 또렷하게 다시한번 어머니에게 답한다.

 “ 김남주라고 합니다. ”

 “ 오...그래 ? 김...남주라고 ? ”

 그렇게 아들의 여자친구 이름을 한번 되뇌어보고는 미영은 남주의 얼굴을 한번 물끄러미 바라본다. 며느리감의 자태라도 한번 살펴보려는듯 위아래로 훑어보기도 하고. 그러더니 남주에게 한마디 건넨다.

 “ 눈이 참 예쁘고 선해보여요. ”

 “ 예 ? ”

 순간 미영의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은듯 남주가 어리둥절해하며 되묻고, 그런 남주에게 미영이 다시금 말을 건넨다.

 “ 참으로...참하고 착해보인다고요. 특히 아가씨...김남주라고 했죠 ? 눈이 참 예뻐

  요. ”

 여하튼 대체로 미영의 첫 인상에 남주가 마음에 들어보이나보다. 미영은 영화와 남주를 거실 소파에 편히 앉게하고, 영화는 잠시 자기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그리고 나란히 앉은 남주와 영화. 미영이 간단하게 남주에게 궁금한것을 물어본다.

 “ 우리 영화 이야기가...우리 아들과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사이라고 들었는데

  ... ”

 “ 예, 영화 선배님하고는 5년전부터 한 직장에서 일한 선,후배 동료였습니다. ”

 “ 오, 그랬었구먼. 그럼 서로 안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영화는 이렇게 예쁘고 멋

  진 아가씨와 사귀고 있었으면서...진작 좀 집에 데리고 오지 그랬니. 난 혹여 네

  가 장가도 못가고 총각귀신으로 늙어죽으면 어쩌나 몹시나 노심초사 했단다. ”

 평균 결혼연령대가 대체로 늦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이 서른둘이면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이미 딸 둘을 시집보내고 마지막 아들 하나만을 남겨놓은 어머니의 입장이라면 그 막내아들의 결혼이 늦어지고 있는점에 제법 초조해 했을만한 그런 나이다. 그래서일까. 미영은 대체로 서른둘의 아들이 이제야 데려온 색시감이 대체로 마음에 들어보이는지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미영이 남주에게 다시 질문을 건넨다.

 “ 그래, 가족관계는 그럼 어떻게 되나 ? 부모님은 무엇을 하시고 ? ”

 “ 위로 두 살터울 언니가 있고요 밑으로 역시 두 살 터울 남동생이 한명 있습니

  다. 그리고 아버지는 대기업에서 30년 근속하시다 몇 년전 정년퇴임을 하시고

  지금은 동네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계시고요, 어머님은 주부대학에서 클

  래식 음악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어머니가 음대를 나오셨거든요. ”

 “ 오오...그래요 ? 어머니가 음대를 나오셨다고 ? ”

 그건 영화도 오늘 처음 알게된 사실이라서인지 다소 뜻밖인듯 남주를 잠시 바라보기까지 한다. 남주는 지금까지 적어도 자신의 가족관계에 대해 아무런 숨김없이 영화의 어머니 이미영 여사의 물음에 솔직하게 사실대로 모든 것을 대답했다. 여하튼 다른것은 몰라도 남주 어머니가 음대를 나와 주부대학에서 클래식 음악을 가르친다는것은 영화에게도 미영에게도 다소 뜻밖으로 놀라워할만한 사실이다.

 “ 네, 원래 어머니께서 음대를 나오셔서...젊은 시절엔 잠시 교편을 잡기도 하셨

  는데...그러다 결혼후에는 그냥 저희 3남매 키우시면서 전업주부로 쭉 일해오셨

  는데요. 그러다 지금은 노후에 여가선용으로 그와같이 주부대학에서 클래식을

  가르치시는 일을 시작한것입니다. ”

 “ 그러셨구먼. 그러고보면 아버지는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시고 어머니는 음

  악강사라니. 꽤나 교양이 출중하신 부모님이신가 보구먼. ”

 “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어머니. ”

 겸양의 말까지 입에 담는 남주가 더 마음에 들어 보이는지 미영의 얼굴은 함박웃음이 되기까지 한다. 흡족한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 참으로 거짓이 없고 꾸밈이 없어 보이는 자매님이로구먼. 영화 네가 어쨌든 색

  시감 하나는 잘 고른것 같다. ”

 “ 어머니도 참. 그러게 제가 평소에 뭐라고 말씀드렸어요 ? 어머니가 그렇게 닦달

  하고 성화를 부리지 않으셔도 언젠가 제가 아주 근사하고 멋진...어머니 눈에 쏙

  들고도 남을 색시감. 언젠가 꼭 데려온다고 하셨죠 ? ”

 무엇보다 어머니가 남주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영화도 흡족하고 어떤 자신감 같은것이라도 생겨서일까. 제법 자신이 데려온 남주가 아주 자랑스럽다는듯 미영에게 그와같이 말하고 있고, 미영은 그런 아들의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다소 어이가 없는지 ‘피식~!’ 헛웃음을 터트리기까지 한다.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여전히 화기애애하고 흐뭇하다.

 “ 원 녀석도...색시감 한번 데려오더니 아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그래,

  장하다 이녀석아. 아주 장하고 기특해 우리아들 !!! ”

 비꼬거나 놀리는 말투가 아닌 여하튼 나이 서른을 넘겨 참 예쁘고 참해 보이는 아가씨를 색시감이라고 데려온 아들이 정말 대견스러워 보이는듯 하는 말이다. 미영과 영화-남주 커플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 헌데, 참 아까 이야기가...형제관계가 위로 언니가 하나 있다고 했던가 ? ”

 “ 위로 언니 밑으로 남동생이 각기 한명씩 있습니다. 그러니까 총 1남2녀죠. 제가

  그 가운데고요. ”

 “ 어머...그랬었구먼. 그러니 형제관계가 딸 둘, 아들 하나인 3남매가 되는것이로

  구먼. 우리집도 그래요. 오호호호~~~!!! 우리집도 영화 이 아이가 막내고 지금

  은 시집을 간 손윗누이가 둘이 있어요. 그러니 우리집도 애들이 딸 둘, 아들 하

  나 3남매가 되는 것이지요. ”

 그러고보니 참 우연찮게도 남주와 영화가 형제관계가 일치한다. 남주도 형제관계는 총 딸 둘, 아들 하나인 2녀 1남, 그리고 영화도 위로 누나가 둘이 있는 2녀 1남중 막내. 다만 서열은 차이가 있어 여자인 남주는 그 3남매중 둘째가 되고, 영화의 경우는 위로 누나가 둘인 막내아들이다. 이런것도 참 기가막힌 우연인지라 미영은 그 역시 다소 놀라우면서도 흡족한지 웃음을 터트려보인다.

 “ 오호호호...그것참. 세상에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이렇게 형제관계가 같은 사람

  끼리 만나 커플이 되는것도 흔치 않을텐데 말이야. 그러고보면...이런게 다 처음

  부터 다 인연이 되려고 그런것 같아. 호호호호~~~!!! ”

 “ 권사님, 식사준비 다 끝났는데요 ? ”

 교회 권사이기도 한 미영은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 동료집사 두명에게 도움을 청해 오늘 며느리감이 인사를 오니 식사대접을 좀 도와달라고 했다. 그 집사 두명이 그때까지 분주하게 저녁식사를 준비중이었고 그것이 마쳐졌다는 말을 전한것이다. 그 말에 미영은 함께 저녁을 먹자며 영화와 남주와 함께 부엌 식탁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러면서 남주는 미영의 저녁식사 대접을 도와준 교회집사 두명으로부터도 인사를 받게된다.

 “ 어서와요. 우리 이권사님 막내아들 며느리감이 과연 어떤분이 올지 참 궁금했

  는데. 참으로 참해보이고 어여쁜 자매님이네요. ”

 “ 봐요, 윤집사. 그러게 내 뭐랬어요. 하나님이 예비해주신 근사한 며느리감이 들

  어올거라 말했죠. 우리 이 남주자매 눈빛을 봐요. 얼마나 선하고 예뻐보이는지.

 ”

 “ 호호호...차린것은 없지만 많이 드세요. ”

 미영은 저녁식사 준비를 도와준 동료 집사들 앞에서도 며느리감 남주가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는듯 칭찬의 말을 입에 담았고 다른건 몰라도 남주의 눈빛이 예뻐 보인다는것은 두명의 집사도 대체로 동의를 하는듯했다. 식사 분위기 역시 대체로 화기애애하게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식사가 거의 다 마쳐갈때쯤 일이다.

 “ 자아...이제 그럼 저녁도 다 먹었고... ”

 무슨 다른 문제라도 있는것일까. 미영이 잠시 난처한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듯 하더니 영화에게 뭐라고 한마디 건넨다.

 “ 그...인사야 이제 대충 나눌만큼 나눈거고...실은 우리 남주자매하고는 단둘이 좀

  하고픈 이야기가 있는데...영화는 좀 잠시 나가주겠니 ? 아니, 그럴게 아니라 남

  주자매가 나랑 같이 좀 산책을 하는게 어때요 ? 영화가 없는 자리에서 별도로 좀

  하고픈 이야기가 있어서. ”

 남주하고만 무슨 다른 은밀하게 하고픈 이야기가 있는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나 음식준비를 도와준 동료집사들보고 자리를 피해달라고 하는것도 예의가 아닌것 같고. 미영은 잠시 난처해하는 표정을 짓다가 자신이 잠시 남주와 인근 산책을 좀 하고 오겠노라고 한다. 동료집사들에겐 되었으니 뒷정리는 자신이 알아서 할 터이니 신경쓰지 말고 이만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한다. 집사 한명이 별 걱정을 다 한다는듯 농담조로 미영에게 한마디 한다.

 “ 아유 권사님도 참. 뭐 그런걸 다 신경쓰고 그러세요. 우리사이에. 저희가 남은

  음식 집에 깨끗이 다 싸갖고 갈테니 그런건 아무 걱정 마시고 며느님과 더 나누

  고픈 말씀 있으시면 얼마든지 두분이서 편안하게 오붓한 데이트 나누세요. ”

 동료집사 두명은 미영과는 한 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대체로 허물없이 지내온 사이다 보니 그 정도의 가벼운 결례는 피차 양해가 되는듯 하다. 뒷정리 문제나 그런것들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농반진반의 말을 집사 두명이 웃으면서 건네고. 미영은 그럼 남주와 잠시 좀 산책을 하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녀와 함께 집을 나선다.

 남주가 큰할머니 상을 당한것이 두달여전인 5월의 일이니 지금은 어느덧 여름도 7월을 지나 8월로 접어드는 후덥지근한 때다. 영화 가족이 사는곳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고 아파트숲이 빽빽이 늘어선 단지내 조금 조용한 풀숲쪽으로 자리를 옮겨 그곳의 벤치에 앉아 두 사람은 이야기를 좀 더 나누게 된다.

 “ 남주자매...남주...라고 했었죠 ? ”

 이름이야 지금까지 한두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수도없이 듣고 부른 이름인데, 미영이 아직 치매걸릴 나이도 아닌데 잊어버렸을리는 없을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확인이라도 하듯 그 이름을 입에 담고있는 미영. 살포시 남주의 손을 한번 잡아본다.

 “ 실은...내가 남주자매한테...뭐 하나만 간단하게 분명히 확인을 하고 넘어가고픈

  문제가 있어서...그래서 우리 영화나 다른 동료집사들이 없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함께 나오자고 한 거에요. ”

 도대체 무슨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단둘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 것일까. 남주는 의아함과 함께 공연한 긴장감까지 드는 가운데 미영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잊지 않으며 남주에게 말을 건넨다. 가까운곳에 가로등불이 켜져있으니 미영의 표정이야 남주의 육안으로 얼마든지 충분히 확인할 수가 있다.

 “ 아까 뭐 대충...집에 들어올때부터 분위기로 짐작했지만...우리집은 하나님을 믿

  는 그런 가정이에요. ”

 남주를 대접할 저녁식사 준비를 도와준것이 미영의 같은교회 동료 집사들이라고 했고, 무엇보다 미영은 초면인 남주가 기독교인인지조차 확실하지도 않은데 ‘자매’란 호칭을 지금까지 수도없이 입에 담았고. 게다가 남주의 눈엔 아까 집안에 들어섰을때 거실 한쪽에 성경구절이 서예로 쓰여져있는 족자가 걸려있는 모습이며 역시 십자가 형상 그리고 진열대에 정중히 놓여진 성경책과 신앙서적 몇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쯤되면 아주 눈치가 없는 사람이거나 기독교 신앙에 대한 기본 상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기독교 가정’이란것 쯤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을것이다. 헌데 그런 이야기를 지금 남주 앞에서 왜 하는것인지. 미영은 나름대로 어떤 착잡한 회한 같은것이 밀려드는 표정을 잠시 지어보이다 천천히 말을 이어간다.

 “ 내가 남주에게 지금 이 자리에서...내 지나온 인생을 구구절절 다 이야기할 생각

  은 없지만...여하튼 난 젊은 시절 꽤나 오래 방황하는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런

  사람이었고...그런 과정에서 우연히 아는 선배의 권유로 한 기독교 동아리에 나가

  게 되면서 신앙생활을 시작한 사람이에요. ”

 “ ...... ”

 “ 우리 권사님... - 영화 아버지도 교회 권사님이시기 때문에 난 보통 그분을 ‘우

  리 권사님’이라 부르곤 해요. - 도 그렇게 젊은시절 활동하던 기독교 동아리에서

  의 인연으로 알게된 사람이기도 하고. 여하튼 그분과 결혼해서 지금까지 30년 넘

  는...아니 30년이 아니라 어느덧 40년 가까운 세월이군. 그렇게 영화의 손윗누이

  두명과 그리고 우리 영화까지. 그렇게 3남매를 신앙안에서 키우며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기도 하고요. ”

 남주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독교 신앙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탓일까. - 그렇다고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교회다니는 친구나 동료를 전혀 사귀거나 만나보지 못하진 않았겠지만 - 조금 난데없이 신앙과 관련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자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헌데 미영은 말을 빙빙 돌리지는 않고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남주에게 들려준다.

 “ 무엇보다 내가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나 나름대로 기도제목으로 정하

  고 주님께 기도해온것이 있어요. ‘건전한 그리스도의 가정이 대대손손 이어지는

  그런 가정이 되게 해주십사’하는...그게 40년 가까이 신앙생활을 해 오면서 제가

  하루도 빠짐없이 일관되게 주님께 기도하며 간구한 내용이에요. ”

 남주는 긴장감에 침을 한번 꿀꺽 삼킨다. 헌데 무슨 의미일까. 미영이 남주를 살짝 안아보기까지 한다. 하지만 분위기가 이렇게 흐르다보니 영화의 어머니 미영의 그와같은 포옹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미영의 말이 이어진다.

 “ 하지만 난 그렇다고 해서...신앙에 대해...자녀들에게 굳이 고집스레 강요하거나

  하지 않았어요. 신앙이란게 누가 억지로 강요하고 잡아 이끈다고 되는것이 아닌

  나 자신만의 하나님과의 교제에서 자연스레 영접하게 되는것임을. 내가 주님을

  영접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깨달은 부분이거든. ”

 “ ...... ”

 “ 그래서 날 잘 모르거나 이해못하는 이들은 ‘저 권사는 신앙이 좀 흐리멍텅한것

  같다.’는 그런말을 하기도 해요. 뭐 신앙관이야 사람에 따라 다 다른것이니...내

  속마음을...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네 생각대로 마음대로

  왈가왈부하는것은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가만 그나저나...이거 내가 남주자매

  를 붙들고 너무 괜한 소리를 자꾸 지껄이고 있는것은 아닌가 모르겠군. 호호호...

  부담스러워할것 없어요. 미안해요. 내가 괜히 우리 남주자매에게 부담감만 느끼

  게 해준것은 아닌가 모르겠네. ”

 “ 아...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어머님. ”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남주가 미영의 말에 부담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미영은 남주를 바라보며 그녀가 하고픈 말을 계속 이어간다.

 “ 방금전에 잠시 이야기했지만...난 뭐...너무 완고하게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신앙

  을 강요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어차피 신앙은 스스로 깨닫는것이지 누가 강요

  한다고 되는것이 아니니까...따라서 나도 지금 이 자리에서...무슨 남주자매에게

  ‘우리집은 다 예수 믿는 집안이니 너도 시집 오려거든 교회 다녀야한다.’ 그렇게

  강요한다거나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

 그 속내야 어찌되었든 남주보고 자신의 또는 자기 집안의 신앙을 굳이 강요하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는것이 미영의 말이다. 그 부분만은 자신의 진심이니 안심하고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입에 담는다. 그리고 뒤 이어서 남주의 손을 다시한번 굳게 잡아보며 사뭇 결연한 표정으로 말한다.

 “ 단 이것 하나만 충족시켜 주면 되어요. 난...거듭 말하지만...며느리감에 대해 큰

  욕심 부린것 없어요. 무슨 우리집이 뭐 그리 잘나가거나 대단한 집안이라고 아주

  무슨 떵떵거리며 잘사는 그런 집안과 사돈이 된다거나 그런걸 바라지도 않았고.

  그저 며느리감이 될 자매 하나만...정히 우리 영화가 사랑하고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흔쾌히 허락해줄 그럴 심산이었어요. ”

 무엇보다 아까 집안에서 남주를 대하는 미영의 태도는 그녀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하는 그런 태도였다. 그리고 적어도 그런 미영의 진심만은 지금도 별다른 변함은 없어보이는듯 하다. 하지만 그래도 딱 하나 충족시켜주었으면 하는 조건이 있다는것이다. 대체 그게 뭘까. 남주도 순간 의아하고 궁금해질수밖에 없는 가운데 미영은 대체로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 이상한거 믿는 그런 집안만 아니면 되어요. 무슨말인지 알겠나요 ? ”

 “ 예 ? ”

 “ 무슨 이단이나 사이비 같은...그런 종교 믿는 그런 집안만 아니면 된다. 그런 이

  야기에요. 무슨 무신론자나...아닌말로 무슨 진보신당이나 정의당 같은데를 열렬

  히 지지하는 사회주의자라도 상관없어요. 뭐 어차피 그런 정치문제는 나도 깊이

  알지도 못하니까...그런걸로 논쟁할 생각도 없고. 다만. ”

 “ ...... ”

 “ 이상한 이단종교나 사이비...그런거 믿는 집안만 아니면 된다는 이야기에요. 무

  슨말인지 알아듣겠어요 ? ”

 미영의 말을 어찌 이해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주는 지금 이 순간엔 일단 별다른 대답이 없다. 남주가 아직 자기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나보다 생각한 미영은 부연설명을 좀 더 덧붙여준다.

 “ 나도 하여튼...인생을 60 넘게 살아온 사람이고...신앙생활도 40년 가까이 해온

  사람이지만...무슨 돈이나 가문,권력 이런건...그리 크게 신경쓸 문제가 아니더라

  고. 하지만 종교문제에 대해서...다른 종교 믿는 사람들끼리 결혼하게 되거나

  혹은 무슨 이단이나 사이비 같은거 믿는...그런 집안과 엮이게 되면...그건 진짜

  골치아파 지는 일이더라구. 그러니...이단이나 사이비 믿는 그런 집안만 아니면

  되어요. ”

 남주는 아직 별다른 말이 없는 가운데, 미영이 그 부분에 대한 확인을 거듭 요구하는 말을 건넨다.

 “ 뭐 설마 그럴분들은 아닐거라 생각하지만...아까 얼핏 남주 부모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으니...그런대로 대체로 인생을 건실하게 살아오신분들 같고. 여하튼

  행여...그런쪽하고 연관되어 있거나 그런 분들은 아니겠지요. ”

 “ 저...저희 부모님은...원래 그런데 관심 없으세요. 무신론자시거든요. ”

 괜한 긴장감 탓일까. 거짓 대답은 분명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주는 순간 말을 더듬거리기까지 했다. 여하튼 ‘무신론자’라는 남주의 대답에 그 정도면 대충 안심이라는듯 미영은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랬구먼. 뭐 무신론자라면야...여하튼 그건 그분들 인생이 지금껏 그런 사고와

  가치관으로 살아오신 분들이니 뭐 어쩌겠나. 그렇다고 남주 부모님들도 다 인생

  사실만큼 사신 분들일텐데...그걸갖고 이 늙은이가 주책맞게 왈가왈부 할 수는 없

  는일이고. 여하튼 그러면 되었어요. 호호호호...남주자매 많이 긴장했나보네요 ?

 ”

 “ 아, 아닙니다. 그런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머님. ”

 다만 이렇게 독실한 신앙을 가진 크리스찬 집안과 인연이 맺어지는것은 남주로서도 첫 경험이다보니 자연스레 긴장이 되었던걸까. 여하튼 자신의 신앙관에 대해 좀 길고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남주에게 ‘신앙을 강요하진 않겠다. 다만 이상한거 믿는(가령 이단이든 사이비든) 그런 집안만 아니면 된다.’ 그렇게 말한 미영. 다른것은 몰라도 남주의 아버지와 어머니야 평소에 종교문제 같은데는 별로 관심이 없는 ‘무신론자’ 인것만은 분명한 사실인데. 헌데 그 사실을 정직하게 대답해놓고도 왜 이리 긴장이 되는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남주의 긴장감을 풀어주려는듯 미영이 한번 다시 그녀를 안아본다.

 “ 호호호...미안해요. 이 늙은이가 아무래도 너무 주책을 부린 모양이네. ”

 괜히 남주만 겁나게 해준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일까. 남주의 어깨까지 주물러주며 거듭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며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 여하튼...이 늙은이가...지금까지 소망해온 기도제목이 그런것이라 (건전한 그리

  스도의 가정이 대대손손 이어지기를 바라는) 행여라도 이상한 집안과 엮이거나

  하는 그런 일이 있으면 어쩌하 하는. 한조각 주책맞은 노파심이 있어서 그걸 좀

  확인해보려고 이렇게 불렀던거에요. 이제 그 한조각 근심은 나도 사라졌으니 남

  주자매도 안심해도 되어요. ”

 미영은 다시금 예하 그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며느리감 남주의 손을 꼭 잡아본다. 미영의 손길이 따사롭다는것을 남주는 느끼게 된다.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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