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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달샤벳 수빈 (3) 걸그룹 팬픽 1 (카라,달샤벳)



 “ 엄마~~~!!! 엄마아아~~~!!! 이 집 굉장히 크다 !!! 이 집 굉장히 크고 넓어

  서 좋아아아~~~!!! ”

 종관이 출근을 하고 난 뒤, 수빈의 여섯 살 난 딸 유빈은 1층 거실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새로 살게 된 집이 굉장히 크고 넓은것이 좋은지 마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헤벌쭉 어쩔줄을 모른다. 사실 종관의 집이 그렇다고 무슨 으리으리한 대저택 정도는 아니고, 그냥 좀 잘 사는 편인 사람들이 사는 2층자리 단독주택 크기 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섯 살난 어린아이의 눈엔 새롭게 살게 된 집이 이전에 살던 집보다 굉장히 크고 넓찍하게 느껴졌나보다. 하긴 이전까진 유빈은 수빈의 친구집에 맡겨져서 키워져왔고, 그 집엔 수빈의 친구내외 외에도 유빈보다 몇 살 많은 수빈 친구내외의 자녀도 두명까지 있었으니 유빈까지 포함 총 다섯식구가 살던 작은 서민아파트에 비한다면 분명 비교도 할 수 없을정도로 크고 넓게 느껴질법한 집인것만은 틀림이 없다. 무엇보다 유빈은 자신이 혼자 쓸수 있는 방이 생겨 그것을 가장 좋아라했다.

 “ 엄마...그리고 여기가 유빈이 방인거지이이~~~!!! 유빈이가 혼자써도 되는 방

  이지이이~~~!!! ”

 이미 종관은 여섯 살난 수빈의 어린딸 유빈이 쓸수 있도록 1층의 방 하나를 배려해 내어주었고, 방은 여섯 살짜리 아이가 쓰는 방에 어울릴법한 이런저런 학습용 그림이나 캐릭터 따위가 붙여져있기도 했다. 유빈은 자기방에 다시금 들어가보며 마치 여기가 제 방인게 자랑스러운듯, 또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은 쉬이 안 믿겨지는듯 엄마 수빈에게 재차 그와같이 말했고, 수빈은 유빈의 저토록 좋아 어쩔줄 모르는 모습이 흐뭇하고 감격스럽기까지 해 눈물까지 고인 얼굴로 딸의 말에 답해준다.

 “ 그래, 이제 거기가 유빈이 방이야. 새아빠가 유빈이 쓰라고 내어주신 방이니까

  거기서 이제 유빈이 마음대로 해도 돼. ”

 “ 응 !!! 알았어 엄마 !!! 유빈이 정말 내 방 생겨 너무나 좋아 !!! ”

 넓고 큰 집에서 살게되고 게다가 자기방까지 생긴것. 어린 유빈은 정말 그것만으로도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것인양 기쁘고 좋아 어쩔줄 모르고 있고, 수빈이 그런 딸에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말을 건넨다.

 “ 유빈이...정말 새 집이 그렇게 좋아 ? 그리고 유빈이 방 생긴것도 그렇게 좋구

  ? ”

 “ 응...엄마 !!! 전에 살던 집은...OO이 아줌마네 집은 OO이 언니, OO이 오빠랑

  같이 써서 비좁고 불편해서 싫었어 !!! 그런데 이제 유빈이 혼자 이 넓은방 다

  쓰게 되어서 너무 좋아. ”

 유빈은 지금까지 수빈의 친구인 ‘OO이(수빈 친구 이름) 아줌마’네서 OO의 두 어린 자녀와 함께 방을 쓰며 살아왔었고, 무엇보다 유빈으로선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오빠뻘 되는 아이들과 함께 방을 썼다는게 여러 가지로 힘들고 불편했었나보다. 그런 유빈에게 이렇게 넓고 큰 집과 제 방이 생겼다니 그 기쁨이 오죽할까. 수빈은 자기 딸 유빈이 이토록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흐뭇하고 감격스럽기만 해 딸아이를 품에 한번 꼭 안아본다.

 “ 사랑해 유빈아... ”

 “ 엄마아아~~~!!! ”

 제 엄마의 지금 깊고 복잡한 심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유빈은 엄마가 안아주니 다시금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수빈은 잠시 안아보았던 딸에게서 몸을 뗀뒤 아이에게 다시 말을 건넨다.

 “ 유빈아... ”

 “ 응, 엄마. ”

 “ 엄마가 약속했었지. 엄마가 꼭 돈 많이 벌어서 유빈이 행복하게 해 준다고. 그리

  고 유빈이 정말 세상 남부럽지 않은 귀하고 훌륭한 아이로 키워주겠다고. ”

 “ 응, 그랬었어. ”

 전 남편의 술주정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결국 이혼까지 했던 상처가 있는 수빈. 그런 상처때문일까. 자신이 양육권을 갖게 된 상태에서 딸아이에 대한 집착과 애정이 더욱더 커져갔던듯 하다. 무엇보다 이혼후의 생계유지를 위해 직장생활을 해야했기에, 그동안 딸 아이를 친구집에 맡기는 불가피한 선택까지 했던 그런 수빈 아닌가. 그런 수빈이기에 돈 많은 사장 종관과 재혼하게 되고, 그리고나서 이젠 경제적 여유가 생겼으니까 굳이 자신까지 돈을 벌 필요가 없으니, 전업주부인 상태에서 오직 딸 유빈을 위해서만 살 수 있게된것. 그것이 무엇보다 흡족한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혼을 한 상태에서 딸을 친구집에 맡겨놓았을때, 아마 아이에게 약속이라도 하듯 몇 번이고 다짐을 주었던 말을 다시금 그와같이 반복해 입에담고 있는것이다.

 “ 그래, 이제부터...우리 유빈이 고생 끝, 행복 시작이야. 엄마가 이제 정말 우리

  유빈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남 부럽지 않은 그런 귀한 아이로 키워줄게. ”

 “ 응...고마와. 그리고 사랑해 엄마아~~~!!! ”

 유빈은 그런 엄마의 애정표현이 마냥 좋은지 자신도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담으며 수빈을 꼭 안아보고. 그런 딸을 다시금 품에 안으며 가슴이 뭉클해져온다. 방안에 있는 휴지로 살짝 눈물을 닦고 딸아이와 함께 방에서 거실로 나온다. 헌데 그때였다.

 “ 어머낫~~~!!! ”

 종관의 아들 영식이 2층에서 내려와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수빈 모녀의 방에서의 대화를 엿듣고 있거나 아니면 방문이라도 막아서거나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것도 아닌 그냥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을 다 내려와서는 엉거주춤 서 있는 상태인것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식이 내려와 있을수도 있다는 점을 별 의식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인걸까. 수빈은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소리를 내뱉는다. 허나 수빈보다 더 놀란것은 유빈이다. 유빈에게 영식도 분명 구면은 아닐텐데 - 상견례도 가졌고, 결혼식때도 분명 보았을텐데 - 헌데도 유빈의 눈에 웬 낯선 아저씨가 1층에 내려와 있는 느낌이라도 받았음인지. 겁이나서 그만 울음을 터트린다.

 “ 우와아아앙~~~!!! 엄마아아~~~!!! 무서워어~~~!!! ”

 영식의 어떤점이 어린아이에게 느닷없이 무섭게 느껴진것인지, 아이가 그와같이 울음을 터트리고 수빈도 순간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일단 아이를 진정시키며 달랜다.

 “ 응...유빈아, 왜 그래 ? 왜 울어. 울지마...울지마 괜찮아. 엄마 있잖아. 울지마.

  그리고 일단 방에 들어가있어. ”

 일단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방에 데려다놓고, 그리고 다시 거실로 나와서는 영식에게 따지듯 말한다.

 “ 아니, 왜 느닷없이 애는 울리고 그래요 ? 난데없이 1층에 내려와서는 ? ”

 “ 아...아니 저... ”

 사실 영식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억울하기도 할 상황일것이다. 대체 자신이 뭘 어쨌다고. 자신이 고의적으로 수빈의 어린 딸아이를 놀래키려고 무슨짓을 한것도 없고. 그냥 1층에 내려와서는 별다른 할게 없는지 엉거주춤 서 있던것 뿐인데, 난데없이 울음을 터트리는 유빈이나 벌컥 화를내는 수빈이나 영식 입장에선 황당해질수 있는 상황일것이다. 하지만 수빈 입장에서는 여하튼 딸을 놀래킨 이 영식이란 사람을 그냥 넘어갈수가 없다는듯 목소리를 한 옥타브 더 높이며 따져든다.

 “ 아니, 왜 난데없이 1층에 내려와서는 그래요 ? 당장 2층으로 올라가지 못해요

  왜 쓸데없이 내려와서는 애를 울리냐구 ? 당장 올라가 !!! ”

 “ 아...아니 저... ”

 수빈의 항의가 영식 입장에서 황당하게 느껴져서 그러는것인지, 아니면 원래 수빈에게 다른 용무나 할말이 있었던것인지. 영식도 당혹스러운지 제대로 말을 내뱉지도 못하고 더듬거리며 웅얼거리는 소리만을 입에 담고 있는데, 수빈은 그런 영식을 거듭 2층으로 올라가라고 채근한다.

 “ 당장 올라가요. 아니, 2층에 제 방 있는 사람이 왜 난데없이 여기 내려와서 애

  를 울리고 지X이야 !!! 당장 2층으로 올라가라는데두 ? ”

 수빈 입장에서는 영식 때문에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는 점 때문에 잔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와진 것인지, 다른것은 앞뒤 재볼 생각도 하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라는 말만 영식에게 반복하고. 영식도 그런 수빈에게 기가 질리는지 더 무슨 말을 붙여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채 말없이 수빈의 말대로 2층으로 도로 올라가버린다.



 밤늦은 시간. 종관과 수빈은 거실 소파에 앉아 와인을 들고 있다. 어디서 마련했는지 촛대까지 하나 테이블에 올려놓고 촛불까지 켰다. 그런대로 제법 서양영화 같은데서 나올법한 분위기를 한껏 살린것이다. 접시에는 마른안주 몇 개가 다소 놓여있고, 둘이 한껏 행복해보이는 표정으로 건배를 한다. 수빈은 와인 한 모금을 음미한 뒤 말을 건넨다.

 “ 와인 컬쳐(wine culture)는...참 고급스럽고 격조있는것 같아요. ”

 “ 와인컬져 ? ”

 ‘술문화’나 ‘와인문화’라는 표현은 종종 쓰지만 난데없이 ‘와인컬쳐’라니 ? 흔히 들을수 있는 표현이 아니라 종관이 다소 어리둥절해하고, 수빈은 미소띤 얼굴로 말을 이어간다.

 “ 문화가 영어로 컬쳐잖아요. 그러니...와인문화라 부르는것 보다는 와인컬쳐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

 “ 허허...되려 그게 또다른 콩글리쉬가 되는것은 아닌가 모르겠군. ”

 “ ...... ”

 “ 아무리 그렇기로 서양사람들도 ‘와인컬쳐’라는 표현은 쓰지 않을거야. 그냥 우

  리식대로 와인문화면 와인문화지 와인컬쳐는 또 뭔가. 그런 표현은 아무래도 어

  색하게 느껴져. ”

 수빈 딴에는 제법 분위기를 살려보려 영어단어를 붙여본 것인데, 하지만 그걸 되려 종관이 면박을 주자 살짝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그걸로는 길게 언쟁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인지 화제를 살짝 다른곳으로 돌려보는 수빈.

 “ 그 속설...원래 잘못알려진거라면서요 ? 고기엔 레드와인이니 생선엔 화이트 와

  인이니 하는... ”

 “ 그건 맞아. ”

 안주 두어개를 집어 입에 가져다 넣으며 종관이 수빈의 말에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설명을 덧붙여준다.

 “ 아마 서양문화가 우리에게 유입된지 얼마되지 않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해외여

  행을 가보거나 하는게 흔치 않았던 시절에...아무래도 서양식 와인문화는 우리에

  게 낯설고 하다보니...그냥 식사때 와인을 가져다놓고 스테이크나 생선같은 요리

  와 함께 드는게...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느낌도 그런대로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 그러다보니... ”

 “ ...... ”

 “ 그냥 우리식대로...무슨 고기엔 레드와인이니 생선에는 화이트와인이니 하는 이

  상한 속설이 무슨 정석인양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왔던것 같아. 실제

  로는 서양엔 그런식의 문화는 없는걸로 보는것이 맞아. ”

 “ 역시...그러네요. ”

 종관의 말에 수긍을 하는듯 고개를 끄덕이는 수빈.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아무튼...확실히 서양식 음주문화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고...참 격조있고 기품있

  어보여요. 우리처럼 무식하지 않고요. ”

 “ 허허...무식이라... ”

 수빈의 사고방식이 원래 서양 우월주의형이었던 것일까. 대놓고 종관 앞에서 서양식 와인문화는 고급스럽다느니 격조있다느니 하면서 반대로 우리식 술문화는 무식하다며 대뜸 갖다붙이니, 아무리 부부간이라도 다소 당혹스러운 느낌이 들수도 있을것이다. 종관이 살짝 그런 수빈을 나무란다.

 “ 아무리 그래도 어디가서 그런 이야기 함부로 하고 그러진 마. 괜히 욕이라도 얻

  어먹을까 겁나는구먼. 아무리 그래도 우리식 문화를 그런식으로 폄하하다니...

 ”

 “ 솔직히 틀린 이야긴 아니잖아요. ”

 자신이 뭐 그리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한것이냐는듯, 수빈 입장에선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이는걸까. 와인이든 술이든간에 어쨌든 한모금을 더 마시고는 수빈의 말은 약간 열변조가 되어간다.

 “ 우리나라 사람들 술먹는게...도대체 그게 술 마시는거에요 ? 그냥 미X거지...그

  냥...소주를 몇병씩 생각없이 2차,3차 처마시지 않나...술주정에...오바이트에...정

  말이지 저 그런거 볼때마다 느끼는건데...우리나라 사람들 진짜 너무 천박한것

  같아요. ”

 “ 허허 수빈이...뭐...우리나라 사람들 잘못된 음주문화를 지적하는것 까지야 뭐 나

  도 어느정도 동의는 하지만...그래도 지금 표현은 너무 격해. 남들이 들을까봐 겁

  나는군. 아무리 그래도 천박하다느니 뭐니 하는것은... ”

 “ 제가 뭐 그리 틀린말 한 것도 아닌데... ”

 종관이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수빈을 거듭 나무라자 수빈은 확실히 기분이 어느정도 상한듯 하고, 그렇다고 술마시면서 남편과 백분토론이라도 벌일 생각이 있는것은 아니니 다시금 살짝 화제를 돌려본다.

 “ 저 솔직히 진짜 이런거... ”

 “ ...... ”

 “ 꽤 오래전부터 꿈꾸어온 결혼생활이기도 했어요. ”

 “ 오래전부터 꿈꿔왔다구 ? ”

 “ 네, 여보. ”

 결혼식까지 올리고 신혼여행지에서도 ‘여보’란 말이 쉽게 입에 붙지 않던 수빈이었는데, 그래도 이제 날짜가 그런대로 며칠 지나고 보니 수빈도 어느정도 많이 익숙해져 있는지 자연스레 종관을 ‘사장님’이 아닌 ‘여보’라 부르고 있다. 그런 수빈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 이렇게...하루일과를 마치고 퇴근한 당신과 밤늦은 시간에 와인 한잔을 마시며

  다정스런 대화도 나누고...또 이렇게 감미로운 음악감상도 같이 하고... ”

 실제로 지금 거실에는 수빈이 틀어놓은 CD 플레이어에서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한 곡 흘러나오고 있다. 아직 젊은편인 수빈이건만 시끄러운 요즘 대중가요보다는 클래식 취향인 것인지.

 “ 허허 참... ”

 종관이 그런 수빈을 바라보며 살짝 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말을 이어간다.

 “ 수빈이가 아마 학창시절에 서양영화를 너무 많이 보았나보군. ”

 “ 예 ? ”

 “ 하긴 어릴때...미국이나 유럽영화 같은데 나오는 서양 사람들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낭만적이고 품격있어 보이지 않는것이 없지. 하지만 서양

  사람들 생활이라고 해서 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

 “ ...... ”

 “ 미국이든 유럽이든 거기도 어쨌든 다 사람사는 곳인데...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또 고급스러운 문화가 있는 반면에 또 어두운 이면도 있고...사람들

  사는 모습은 알고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거야. ”

 아무래도 사업을 하는 종관이다보니 그동안 출장등으로 외국에 나가보거나 외국인 바이어를 접대해본일도 많았을테고, 그러니 아무래도 실제로 접해본 서양의 생활문화나 서양인들에 대해 수빈보다는 아는것이 많을테니 제법 가르치듯 수빈에게 그와같이 말하고. 수빈은 말없이 와인잔의 남은 술을 마저 비운다. 종관이 그런 수빈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 저 어쨌거나요 여보. ”

 “ 말해보구려. 할말이 있거든. ”

 “ 기왕이면 좀 더 로맨틱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해보고 싶어요. 그게 제 작

  고 소박한 바램이에요. ”

 “ 허허...로맨틱한 결혼생활이라... ”

 수빈이 바라는 ‘로맨틱함’의 기준과 구체적인 내용이 어떤것들인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막상 그런말을 들으니 종관에겐 약간 부담감이 느껴지는 것일까. 입술을 살짝 지그시 깨물어본다.

 “ 수빈이... ”

 수빈의 말이 아무래도 부담감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종관이 조심스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수빈은 대체로 평온한 표정으로 종관을 바라보고 있다.

 “ 노파심에서 생기는 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

 “ ??? ”

 “ 혹시 수빈이 내가 무슨 재벌회장급쯤으로 되는줄로 생각하는것은 아니겠지 ? 가

  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좀 우려가 되어서 말하는건데 내가 그렇게 갑부는 아니

  야. 그저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중에 조금 잘나가는 급 정도에 해당되는 정

  도지. ”

 “ 알아요. 제가 당신을 모르나요 ? 근데 갑자기 무슨 그런 말씀을... ”

 수빈의 입장에선 종관의 이야기가 다소 어리둥절하게 느껴져 그와같이 말하고, 그리고는 종관이 뭔가 오해한것은 아닌가 싶어 한마디 덧붙인다.

 “ 전 그냥...기왕이면 좀 더 로맨틱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는 그런 말씀을 드린

  것뿐이에요. 근데 그게...재벌급이고 아니고와 무슨 상관이 있어요. ”

 “ 허허...알았어요. 내가 아무래도 괜한 이야기를 꺼낸것 같군. ”

 “ 당신도 참... ”

 수빈이나 종관이나 피차 실없는 이야기를 내뱉은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인지 그 이야기는 그 정도로 대충 마무리 한다. 아직 와인은 한두잔 정도밖에 하지 않은것인데 벌써 취기가 오른것인지. 수빈이 술 한모금을 더 마시고 말을 이어간다.

 “ 다만 여보...저는요... ”

 “ ??? ”

 “ 그래도 기왕이면 집안에 있는 가구며...인테리어...이런건 조만간 좀 고급스럽고

  분위기 있는걸로 바꾸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여기와서 며칠 살아보면서 느낀거

  지만 식기세트도 그렇고...대체적으로 거의 낡은것들이더라구요. ”

 중소업체를 운영하면서 이만한 2층집에서 살고있는 종관이지만 그래도 살림살이는 대체로 검소하게 해온것인지, 실제 종관의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나 집기들은 대체로 좀 낡은 느낌이 드는것들이 많다. 그에대한 불만을 살짝 토로하는 수빈.

 “ 기왕이면 좀 세련된것들로 바꾸고...당신도 어쨌든 그만한 기업을 운영하는 분인

  데...그에맞는 품격은 좀 갖추고 살아야할것 아니에요 ? 그리고 어떻게보면 그런

  것도 아내로서 당연히 해야할 내조기도 하고요. ”

 “ 허허허... ”

 조금전 약간 대화내용이 어긋나긴 했지만, 로맨틱한 결혼생활 어쩌구 하는 수빈을 보면서 괜한 기우가 들어 자신이 그렇게까지 재벌급 회장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던 종관. 헌데 그 뒤에 이어지는 수빈의 이야기를 들으니, 결국 그런 문제로 고민이 들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하는것 아닌가. 가구며 집기등을 바꾸고 새로들여놓고 또 인테리어 작업 기타등등. 어쨌거나 전부 돈 드는 일이다. 대체로 검소하게 살아온 편이었던 종관의 입장에선 다소 부담감이 들고 곤혹스러워지는 수빈의 생각인것만은 틀림없다.

 “ 왜요 ? 제가 그러는게 싫으세요 ? ”

 “ 아...아니오 뭐. 어쨌든 이 집이 이제 당신 집이기도 한건데...기왕이면 당신 마

  음에 들도록 가구도 새로 들이고 인테리어도 바꾸고 하는거...당신 마음에 드는대

  로 하는게 좋겠지 뭐. 내 그런걸로 너무 책망하진 않을테니, 너무 부담가지 않는

  범위내에서 당신 좋을대로 바꾸어놓구려. ”

 “ 네, 그렇게 할께요 여보. ”

 수빈의 하는말로 보면 어쨌든 결혼생활을 기왕이면 좀 품격있고 격조있는 생활속에 영위하고 싶은 의도가 역력한것 같다. 여하튼 낡은 가구나 인테리어 정도를 새로 하는 일이라면 종관으로서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인지 일단 대체로 수빈의 의사를 받아들이고. 이번엔 수빈이 종관의 빈 잔에 술을 한잔 더 따라준다.

 “ 그리고 여보... ”

 “ 뭐 또 다른 하고픈 이야기라도 있소 ? ”

 “ 그리고 정말 저희 유빈이... ”

 “ ...... ”

 “ 정말 이 세상 남부럽지않은 그런 아이로 자랄수 있게...그리고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는...우리 유빈이가 어딜 가서도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말할수 있는 그

  런 아버지가 되어주세요. 이 부탁은 제가 정말 거듭 당신에게 다짐을 받고 싶은

  이야기에요. ”

 “ 허허 참... ”

 사실 이 이야기는 이제 이쯤되면 짜증이 날 법도 한 이야기기도 하다. 바보나 기억력이 아주 나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수빈이 지금까지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는데 그 바램을 잊고 있었겠는가. 어쨌든 다른것은 몰라도 술주정뱅이에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으로 인해 이혼의 아픔을 한번 겪은 수빈으로서는 그 뒤에 아이를 친구집에 맡기고 혼자 직장생활을 하던 힘든 시간 떄문에라도 자기 아이에 대한 집착이 더더욱 커져있는것 같다. 자기 아이를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남부끄럽지 않고 남부럽지 않은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말. 정말이지 지금까지 종관에겐 한 열 번도 더 한 이야기같다. 이제 그 이야기라면 종관 입장에선 짜증스러움이 느껴질 지경인데, 여하튼 아내의 거듭되는 부탁이니 꼭 그렇게 해주겠노라는 다짐의 말을 다시한번 입에 담는다.

 “ 허허...알았소...알았소. 원...누가보면 당신 할 줄 아는 이야기가 딱 그 이야기

  밖에 없는 사람인줄만 알겠네. 알았어요. 당신 뜻이 무언지 당신 의도가 뭔지...

  기왕이면 유빈이 진짜 훌륭하게 키워서 나중에 좋은 대학도 보내고...뭐 원한다

  면 조기유학도 보내고 다 할터이니...그런건 아무 걱정도 하지말아요. ”

 “ 정말 약속하신거죠 여보 ? ”

 “ 허허...그렇다니까. 사람 원...속고만 살았나. ”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을 몇잔 나누다보니 두 사람은 어느덧 알딸딸하게 취해있고, 이 정도에서 술자리는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종관이 술상을 치운다. 한편 취기가 어느정도 올라있는 수빈은 소파에 다소 흐트러진 자세로 앉아 횡설수설 같은 이야기를 내뱉고있다.

 “ 아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여보 전 아무튼... ”

 “ ...... ”

 “ 전 정말 이 결혼생활은 기왕이면 행복하게...기왕이면 로맨틱하게...끄으윽~~~!!!

 ”

 “ 허허 참...이 사람...이젠 확실히 취했나보군. 자 이제 술은 그만하고 들어가서

  잡시다. 밤도 늦었는데... ”

 “ 결혼생활은 정말...어릴때부터 꿈꿔왔던 그런 로맨틱한 결혼생활...그런 품격있고

  격조있는 생활...그런 시간을 가져보고 싶단말이에요. 아시겠어요 여보 ? ”

 “ 그래요...그래요 알았어요 원. 이 사람도 이제보니...술만 취하면 했던 이야기를

  수도없이 반복하는 습관이 있나보군. 자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 잡시다. 당신말은

  이제 충분히 알아듣고도 남았으니 그만 들어가 잡시다. ”

 “ 아우우웅~~~!!! 까우우웅~~~!!! 행복한 결혼생활...로맨틱한 결혼생활...푸히히

  힛~~~!!! 아하하하하하핫~~~!!! ”

 “ 허허 참...이제 그만 들어가 자자니까 그러네... ”

 그러면서 종관은 하는수없이 소파에 흐트러진 자세로 앉아있는 수빈을 일으켜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려 한다. 헌데 수빈을 부축해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무렵이었다.

 “ 어엇~~~!!! ”

 갑자기 두 사람 앞에 시커먼 물체가 하나 서있는게 보였다. 다름아닌 영식이었다. 수빈도 취기만 알딸딸할 정도로 올라와있는 정도지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한것은 아니기에 영식의 얼굴은 대충 알아볼수 있었다.

 “ 아니, 영식이 너... ”

 수빈은 그렇다치고 아버지인 종관도 이 시간에 언제 소리없이 내려와 거기 서 있었던 영식을 보니 다소 놀랍고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고. 일단 종관이 아들 영식에게 말을 건넨다.

 “ 넌...아니 이 녀석아. 내려와 있었으면 무슨 기척을 하던가...언제부터 거기 내려

  와 있었던거야 ? ”

 헌데 종관의 말에 대꾸가 없는 영식. 물끄러미 종관과 수빈 내외를 바라보는듯 하더니 살짝 시선을 피한다. 종관은 그런 영식의 태도가 이해도 안 가고 어이도없는지 나무라듯 한마디 한다.

 “ 거 참...이 녀석이...새어머니도 놀라시지 않았니 ? 대체 이게 무슨짓이야 ? 무슨

  할말이나 용건이라도 있었던거야 ? ”

 그러나 여전히 대꾸없는 영식. 종관의 말이 이어진다.

 “ 별다른 용건이 없으면 니 방으로 올라가 자던가...대체 한밤중에...이 시간에 사

  람 놀래게 이게 무슨 일이래니 ? ”

 그 말에 영식은 종관과 수빈을 잠시 더 말없이 바라보다가 2층으로 올라가버린다. 수빈은 그런 영식을 다소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종관은 일단 그런 아내를 달래며 둘이 함께 안방으로 들어간다.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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