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미는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한참 신명나게 흔들어대고 있었다. 확실히 그녀의 복잡한 속내는 지금도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듯 하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시절 알고 지내던 조폭 유종천을 꾀어내어 돈 많은 남자한테 접근한뒤 한 몫 챙겨서 달아나자는 제안을 했던 그녀. 그리고 실제 자신이 일하던 룸살롱에 종종 들르던 손님중 하나인 윤영권 검사에게 접근 결국 그녀의 후처가 되는일에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영권의 아들 철희에 의해 자신의 모든 정체와 음모가 탄로난 지금. 그야말로 이제 무엇을 어찌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고 눈앞이 컴컴한 그런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편 종천은 언제부터인가 아예 종적을 감추어버렸다. 전화를 해봐도 받지를 않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진 보미가 다시 몰래 종천의 거처를 찾아가 보았는데, 그때 이미 종천은 그곳에 없었다. 철희가 종천을 찾아갔을때 두 번다시 보미나 자신의 집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는 엄포를 놓았는데, 그러고나서 얼마후부터 보미가 연락을 취해보려 해도 받지도 않고 집에도 없는것을 보면 아무래도 철희가 모종의 조치를 취한뒤 종적을 감춘것이 분명해 보였다. - 철희가 종천의 집을 찾아갔을때 두 번다시 자신의 집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하자 종천이 소정의 대가를 요구했고, 철희는 그 부분에 대해 조만간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을 해주었다. 그러니 보미로선 이제 종천에게 연락을 취해볼 길이나 방법도 없고, 이젠 그야말로 끈 떨어진 연 같은 신세라고나 할까. 영권의 집에서 일단 아직 형식적인 결혼생활은 계속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꽤나 어정쩡한 위치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상태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나마 아직까지 영권이 자신의 실체를 비롯한 어떤 내막이 있었는지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것이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걸까.
‘ 이제 두 번다시 그런짓 하지마. 아버지 곁을 떠나지 말아줘. ’
철희가 자신에게 애원하다시피 했던 말이 보미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글쎄, 아직까지 남편인 영권에게조차 들어본적이 없는 소리를 보미는 철희에게서 들은것이다. 어떻게보면 보미가 행여 집을 떠나거나 또다시 아버지와 자신을 배신할까봐 염려하는것은 영권보다 철희쪽의 더 크다고나 할까. 확실히 그날 철희는 보미를 와락 품에 안으며 두 번다시 다른 남자에게 눈길주지 말라며 아버지를 배신하지 말아달라며 간곡한 애원을 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지 영권을 걱정하는 효성지극한 아들 철희의 마음 정도로 생각할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철희의 그와같은 언행은 단순히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 그 이상의 무엇이 보이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래저래 보미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는것이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아~~~!!!! ”
한참을 신명나게 춤을 추고 내려와서는 자리로 돌아와서 술을 마시고 있는 보미. 여러 가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생각에 비명을 질러대며 머리를 흔들어제꼈다. 대체로 시끄러운 분위기의 나이트 클럽이긴 하지만 그래도 보미의 소리가 워낙 컸기 때문일까. 주위 다른 테이블 손님이나 지나가던 사람 몇몇이 흠칫 놀라 보미를 쳐다보기까지 했다. 순간 무안해진 보미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 무슨...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보네요 아가씨 ? ”
보미가 다소 민망해진 모습으로 몸을 움츠리고 있는데, 보미 앞에 마주앉는 남자가 있었다. 조명이야 대체로 흐릿해보이니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볼수는 없었고, 대체로 건장해 보이는 체구를 가진 남자가 자기앞에 와 앉은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무슨 수작인가 싶어 ‘칫~!’ 하는 코웃음을 내뱉는 보미. 남자는 제법 꽤나 노련한 말투로 보미에게 다가갔다.
“ 아까 무대에서 춤추시던 아가씨 맞죠 ? ”
“ 네 ? ”
“ 아까 춤실력이 꽤나 대단해보이던데...제가 슬쩍 파트너라도 되어드릴까 해서
끼어들어 보았는데 전혀 눈길을 안 주시더라구요. ”
“ 아...아니 ? ”
그러고보니 아까 혼자 무대에서 춤을 출때 슬쩍 눈 앞에 얼씬거리는 남자가 하나 있긴 했었다. 보미야 워낙 여러 가지로 심란한 상태에서 스트레스나 한번 풀기 위해 나이트클럽을 찾은것이고, 한참 혼자 정신없이 춤을 추다보니 남자가 끼어들든 뭘 하든 거기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남자는 그런 보미를 눈여겨보다 여기까지 다가온 모양이다. 보미는 당혹스러우면서도 순간 묘한 호기심이 생겨 남자에게 말을 건네본다.
“ 저한테 뭐 궁금한거라도 있으세요 ? ”
“ 궁금한게 있다기 보다는...그러고보니 혼자이신것 같은데...같이 온 친구분이나
남자친구 같은건 없으신건가요 ? ”
“ 칫~! ”
보미도 이런식으로 수작을 걸어오는 남자는 꽤나 겪어본 일이 있는지, 이런식의 가벼운 수법에는 안 넘어간다는듯 코웃음을 내뱉는다. 하지만 남자는 쉽게 물러설만한 이로 보이지는 않고, 다시금 씨익 한번 웃어보이고는 보미에게 말을 건넨다.
“ 그러지말고...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
“ ...... ”
“ 한번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조용한 시간을 가져보는건 어떨까요 ? ”
“ 마음을 나눈다구요 ? ”
어차피 잔뜩이나 심란한 상태에서 찾아온 나이트 클럽이니만큼 보미도 남자의 수작이 그런대로 싫지만은 않았다.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단호하게 뿌리칠만한 그런 마음상태도 아니라고나 할까. 그렇게 보미와 남자는 대충 통하는 면이 있는듯 서로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인다. 보미가 남자에게 술을 한잔 따라준다.
“ 나... ”
“ ...... ”
“ 이 밤 그냥 한번 미쳐버리고 싶어... ”
술이 알딸딸하게 취한 보미가 남자에게 건넨 말이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든 간에 꽤나 서로간에 정서적 공감대가 오간듯한 분위기에서 나온 이야기다. 남자가 보미를 부축해서 나이트 클럽을 나온다.
“ 이봐요...OO씨 ? ”
나이트 클럽에서 나와서는 꽤나 취해있는 말투로 자신을 부축해 데리고 나온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보미. 헤픈 웃음을 흘리고 있다.
“ 택시라도 잡아드릴까요 아가씨 ? ”
아직 젊은 보미를 남자는 미혼여성으로 판단한것인지 ‘아가씨’라 부르고 있고. 보미는 그런 남자의 양 팔을 꽉 붙든다.
“ 아니...그런거 말구... ”
“ ...... ”
“ 자기가 나 오늘...미치게 좀 만들어줘봐... ”
평일 오전.
영권이 출근을 하기위해 집을 나서고 있고, 보미가 그런 영권을 배웅하고 있다. 철희도 그 뒤를 따라나온다. 영권은 자신의 차를 타기전 아내 보미에게 출근인사를 겸해 살짝 그녀를 안아본다.
“ 그럼 다녀오리다 여보. ”
“ 네, 당신도 오늘하루 수고하세요. ”
제법 다정스러운 한쌍의 부부처럼 그렇게 출근인사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젊은 아내 보미를 영권은 새삼한번 사랑스레 안아보고 있고. 철희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게 다소 무안하기라도 한지 살짝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있다. 영권은 철희에게도 인사겸 한마디 건넨다.
“ 아, 참 그리고 철희 넌 얼마전 본 신문사 시험에 합격했다면서 ? ”
“ 네, 얼마전에 합격했어요. ”
“ 허허허...그래 그것 참 잘 된 일이로구나. 이제 머지않아 수습기자로 출근하는
네 모습을 볼수 있겠구나. ”
실제 신문사 기자가 되기위해 준비중이던 철희가 얼마전에 한 신문사 시험에 합격을 했다. 그리고 조만간 해당 언론사에 출근을 하게 될 예정이다. 아들 철희가 그렇게 취직을 하게 된 것에 아버지로서의 뿌듯함을 담아 영권은 철희도 한번 살짝 안아보고 그리고 차를 타고 출근을 하기위해 운전을 시작한다. 영권의 배웅을 마무리한 철희와 보미는 함께 집으로 들어온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 보미는 거실 청소라도 하는지 바닥을 닦으며 한참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편 영권의 아들 철희와는 요즘은 대체로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태라 이전처럼 자주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노닥거리는 경우가 별로 많지 않다. 거실바닥 청소를 대충 마무리 한 보미. 목이 마른지 부엌으로 간다. 처음엔 정수기에서 냉수 한잔이나 따라 마실까 하다 갑자기 술생각이라도 났는지 냉장고에서 소주 한병을 꺼낸다. 그리고 한잔을 따라 마실때의 일이다.
“ 커억... ”
술을 급히 마시려 한 것도 아닌데, 사래라도 들린것일까. 재채기 비슷한것을 하며 술을 약간 토해내기까지 한 보미. 그러다 속이 잠시 울렁거린다. 그러다가...
‘ 우욱~~~!!! ’
뭔가 속이 이상해 황금히 욕실로 뛰어들어갔다. 헛구역질이 거듭되었다. 뭔가 느낌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 그게 무슨 소리야 ? ”
저녁때 퇴근을 한 남편 철희에게 보미가 조심스레 임신사실을 알렸다. 낮에 간단히 임신 테스트기로 테스트를 해본결과 임신이 맞다는 결과가 나온것이다.
“ 당신이 그러니까...아이를 가졌단 말인가. ”
“ 네, 여보. ”
하지만 영권과 보미 부부의 지금 분위기는 예사 임신을 한 사실을 알았을때의 부부 갖지가 않다. 보미는 그렇다치고 영권도 딱히 밝아보이는 표정이 아니다.
“ 허허...그것 참... ”
“ 제가 아이를 가진게 기쁘지 않으신건가요 ? ”
다소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남편 영권에게 말을 건네는 보미. 영권은 너털웃음을 한번 내뱉고는 보미에게 말을 건넨다.
“ 허허...거 참...내가 뭐 기쁘지가 않다고 말하기라도 했소 ? 그...참...별소리를 다
하는구려. ”
“ 근데 왜...표정이 그리 밝지가 않으세요 ? ”
“ 허허 참...아니오 그냥...좀 피곤해서 그런가보오. 나 좀 잠깐 바람이나 쐬고 오리
다. ”
그리고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는 영권. 거실에 있는줄 알았더니 아예 집 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보미는 보미대로 침대로 돌아와서는 걸터앉아 뭔가 고민스러운 얼굴로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 임신을...하셨다구요 ? ”
영권이 아들 철희에게도 보미의 임신 사실을 알려 결국 철희도 그것을 알게 되었다. 헌데 철희의 반응은 영권의 그것보다 한층 더 심각해 보인다.
“ 그러니까...아버지 아이를 가지셨단 말씀이신거죠 ? ”
언제부터인가 보미를 ‘새어머니’라고 부르고 있지 않는 철희. 그런지가 이미 꽤 되었다. 그런 철희는 보미의 임신 소식을 듣고서도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건네고 있다. 언제였던가. 되려 아버지나 집안을 위해서도 동생 하나쯤은 꼭 낳아달라고 흔쾌히 권유하고 부탁하던 그런 철희와는 완전히 딴판인 모습이다.
“ 왜...그런 눈으로 저를 보세요 ? ”
보미가 한 짓들도 있기 때문에 괜히 가슴 한켠이 켕기는 것일까. 철희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보미는 다소 따지는듯한 말투로 그와같이 묻고. 철희도 철희대로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이면 좋을지 몰라 꽤나 고민이 되는듯한 그런 표정이다.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성큼성큼 거실 창가쪽으로 걸어가는 철희. 뭔가 한참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 보미씨... ”
‘새어머니’가 아닌 ‘보미씨’라 호칭하고 있는 철희. 그러면서 그녀에게 다가온다.
“ 제 눈을 한번 똑바로 바라보세요. ”
“ 네 ? ”
철희의 의도가 바로 이해가 가지 않아서일까. 다소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으로 되묻고 있는 보미. 철희가 그런 보미에게 거듭 말한다.
“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어요 ? 저 한번 똑바로 바라보시라구요. ”
“ 뭐...바라보는거야...어렵지 않은 일인데... ”
그러면서 고개를 들어 철희를 바라보는 보미. 철희의 강렬한 눈빛이 보미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듯 그렇게 강렬한 눈빛이 한동안 오가는데 결과는 보미가 지고 말았다. 눈에 힘이 먼저 풀린것인지, 아니면 철희의 강렬하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견뎌내기 쉽지 않은지. 가쁜숨을 내쉬면서 철희 앞을 살짝 벗어난다. 그리고 짜증스럽게 한마디 한다.
“ 그만해요 이제. ”
“ ...... ”
“ 이게 지금 대체 뭐하는거에요 ? ”
철희의 그와같은 태도는 분명 보미를 의심하고 있는 모습 아닌가. 웬만큼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도 충분히 이해할법한 상황이니 하물며 그래도 머리가 제법 좋은편인 보미가 그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을리는 없다. 사뭇 불쾌하다는듯 철희에게 항변조로 내뱉는다.
“ 아이가 생겼다는데...대체 지금 이게 뭐하는 거냐구요 ? 마치 제가 무슨 부정한
짓이라도 저질러서 아이가 생긴것 마냥...절 의심하는 태도잖아요 !!! ”
사뭇 억울하다는듯 철희에게 그와같이 따지며 나오고 있는 보미. 철희는 소파에 앉아서 다소 떨어진 위치에 서있는 보미에게 말을 건넨다.
“ 아니란...말씀이신건가요 ? ”
“ 뭐라구요 ? ”
“ 제가... ”
“ 제가 뭐요 ? ”
“ 보미씨를 믿게끔 해주세요. ”
“ 네에 ? ”
철희의 그와같은 말이 더더욱 기가막히고 황당하다는듯 나오는 보미. 철희가 그런 보미에게 다가온다.
“ 제가 한 말 아직 잊어버리진 않았겠죠 ? 보미씨 정체를 알고난뒤...보미씨를 어
찌해야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했던 이야기를요. ”
보미가 실은 종천이란 조폭출신 사내와 짜고 돈을 노리고 영권에게 접근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분노로 치를 떨면서도 철희는 일단 이 상황을 묻고 가려는 태도를 취했다. 자칫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지가 충격받으실까봐 그 점을 우려해서. 그리고 얼마후, 한밤중에 잠 못 이루는 보미를 차에태워 인근 공터까지 데려와서는 그런 당부도 한 철희였다.
“ 두 번다시 다른 사람 만나지 마. 두 번다시 우리 아버지를 배신하거나 뒷통수
치는일이 있어서는 안 돼. ”
그렇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보미에게 애원하듯이 말했던 철희이기도 하다. 그 철희가 임신을 했다는 보미를 바라보며 지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믿어...드릴까요... ? ”
“ 뭐라구요 ? ”
“ 일단은 믿어드릴께요. 아직은...보미씨의 인격을 - 솔직히 믿을만한 인격인지 여
전히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 믿어드리도록 하지요. ”
“ ...... ”
“ 하지만 만약 또다시... ”
철희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보미에게 경고라도 하는듯한 말투로 하려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 또다시 저와 아버지를 배신한거라면...그땐 진짜... ”
“ ...... ”
“ 그땐 진짜...네 X을...용서하지 않을거야... ”
늦여름의 집중호우라도 되는것인지 장대비가 세차게 퍼붓고 있었다. 영권은 지방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할 일이 생겨서 오늘 귀가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사전에 하고 출근을 했고, 철희는 자기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따라서 밤늦은 시간에 혼자 대체로 쓸쓸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보미. 혼자 어떤 번민이나 고민이라도 하는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 여보세요... ”
전화를 건 상대가 받은듯 하다. 보미는 통화를 한다.
“ 나야...자기... ”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자기’라고 부르고 있는 보미. 그녀의 말이 계속된다.
“ 그렇다니까...자기 아이라고... ”
“ ...... ”
“ 지우기는 !!! ”
갑자기 당치도 않다는듯 펄쩍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하는 보미. 그리고는 상대에게 뭔가 안타까운 어조로 설득을 하고 있고.
“ 그러지말고 내 이야기좀 잘 들어봐. 자기...내 말 잘 들으면...우리 한 몫 제대
로 챙길수 있어. 그러니까...그 늙은 검사 아이인걸로 해서...여보세요...여보세요
? ”
상대방이 전화를 끊은것인지 보미는 ‘여보세요’를 반복하다가 통화가 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뭔가 허탈하고 복잡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는 보미. 머릿속이 잔뜩이나 복잡해져서인지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싼채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다 겨우 진정을 한 보미. 고개를 살짝 들었을때 그녀는 기겁을 하고 만다.
“ 끼야아아아악~~~!!! ”
방문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철희였다. 언제부터 거기 와서 자신의 통화하는 내용을 다 듣고 있었던것인지. 보미는 너무나 놀라 무섭고 떨려 무엇을 어찌할줄 모르고 있는 가운데 철희가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다.
“ 뭐야 방금 ? ”
“ 드...들었어 ? ”
철희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잔뜩이나 떨리는 목소리로 그와같이 말하고 있는 보미. 철희가 대뜸 그녀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붙잡고 따진다.
“ 말해봐 !!! 방금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 대체 무슨 소리야 ? 늙은 검사는 뭐
고...자기아이라니...대체 누구 아이란 소리야 ? 그럼 그 아이가...역시 우리 아버
지 아이가 아니라는 이야기야 ? ”
“ 처...철희씨... ”
“ 으아아아아아아아아~~~!!! ”
철희는 절망스러운 상태가 되어 온 몸을 쥐어짜듯 감싼다. 실성이라도 한 사람처럼 있는대로 비명을 지르며 어쩔줄을 모른다. 설마 윤보미 이 여자가 이렇게까지. 그녀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다시한번 극도로 치솟는 중이다.
“ 내가 분명히 이야기했지 ? 한번만 더 나와 우리 아버지를 배신하는 날에는 그
땐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 ”
“ 처...철희씨... ”
보미는 거의 실성이라도 한 사람처럼 발광하고 있는 철희의 모습이 너무나 무서워 차마 무슨 이야기를 꺼내지조차 못하고 있고, 가까스로 그의 이름을 다시금 입에 담아보기만 할 뿐이다. 철희는 눈에 온통 핏발이 서서 다시금 보미를 다그치듯 따져든다.
“ 어떻게 이런짓을 할 수가 있어 ? 자기아이라니...그럼 결국 다른 X 아이라는 소
리잖아. 우리 아버지와 날 배신하고...또 다른 X이랑 그런짓을 하고 돌아다녔던
거야 ? ”
“ 그...그게... ”
“ 이...천하의 쳐 죽일 화XX !!! "
철희는 보미의 뺨을 세차게 후려갈겼다. 어차피 이미 철희는 이성을 잃은 상태다. 그의 눈 앞에 보미는 그저 부정한 짓을 저지른 그런 한 사람의 부도덕한 젊은 여성으로 비쳐질뿐이다. 그 외에는 다른것은 생각하고 뭐고 할 것도 없다. 보미의 멱살을 꽉 붙잡는듯 하더니 이번엔 양 손으로 보미의 목을 움켜쥔다.
“ X어...이 X아 !!! ”
“ 처...철희씨...커억~~~!!! ”
“ 이런 음탕하고 더러운 X인줄 알았으면...나라도 처음부터 우리 아버지 재혼 말
렸을거야. 정말이지...내가 미국에 있었을때 한 재혼이라...아버지를 적극적으로
만류하거나...당신에 대해 좀 더 알아보지 못한게 후회가 될 지경이야. 다른건 몰
라도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는데...얼마나 당신을 아꼈는데 !!! ”
“ 커...커어억... ”
“ 게다가 나도...어쨌든 아버지와 재혼한 여자랍시고...어떻게든 새어머니로 깍듯
이 존중해 주려했는데...니가 그런 나와 우리 아버지를 배신하고 이런 화냥질을
하고 돌아다녀 !!! 이 천하의 죽일 X !!! ”
“ 아악~~~!!! ”
철희는 보미를 방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는 여전히 분이 안 풀리는지 쓰러진 보미를 두 주먹과 발길질로 마구 때리고 후려차고 주먹으로 내리쳤다. 머리채를 휘어잡고 이번에는 벽쪽으로 가서 그녀의 머리통을 몇 번이고 벽에 처박는다.
“ 악 !!! 아아악~~~!!! 사람살려요 !!! ”
“ 죽어 !!! 죽어버려 이 X아 !!!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 당신을 절대 살려두지
않을거야 !!! 천하의 화XX !!! 이 천하의 음탕한 X...천하의 더러운 배신자 !!! ”
정말이지 철희는 보미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극도로 치달아 그 분노의 감정을 있는대로 발산해내고 있는것이다. 그래도 애초에 보미와 종천의 사이를 알았을때만 해도 행여 아버지가 받으실 충격을 우려해 어떻게든 이 일 자체를 묻고 종천과 보미의 사이만을 떼어놓은채 그녀에게 기회를 한번 더 주려했던것인데. 지금 보미는 철희의 그 마지막 기대마저도 철저하게 짓뭉개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가졌다는 아이가 영권의 아이가 아니라지 않는가. - 확실하게 지금 보미 뱃속의 아이는 종천과의 사이를 철희가 떼어놓은뒤 여러 가지로 절망스럽고 복잡한 감정으로 나이트 클럽에 갔을때, 그곳에서 만나 알게된 남자와 가진 관계를 통해 생겨난 아이다. 그러니 보미는 그야말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영권과 철희 부자를 두 번 배신한셈이 되는것이다.
“ X어 !!! 죽어버려 !!! 어서 X져버려 !!! 이 천하의 더럽고 음탕한 화XX아 !!! ”
있는대로 욕설을 퍼부으며 보미의 목을 조이고 머리통을 벽에다 쳐박는 철희. 그 바람에 보미는 벽에 머리를 부딪힌 충격으로 인해 거의 실신하다시피 되어있고, 약간의 피도 나고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는지 철희는 두 손의 힘을 있는대로 모아 보미의 목을 조른다. 보미의 두 팔과 다리가 한동안 버둥거리더니 그 버둥거리는 속도가 점차 느려진다. 보미의 눈에 흰자위가 크게 드러나는듯 하더니 그녀는 결국 숨이 끊어지고 만다.
“ 흑흑~~~!!! ”
보미의 숨이 끊어진것을 확인하자 철희도 그 자리에 허망한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고 만다. 자신의 눈앞에 숨이 끊어진채 쓰러져있는 보미의 눈을 감겨준다. 그리고 그녀의 자태를 한참 말없이 살펴본다.
“ 이 바보... ”
보미의 시신을 품에 안은 철희. 흐느끼는 말투로 그와같이 내뱉는다.
“ 왜 그랬어...이 바보야... ”
숨이 끊어진 보미야 무슨 대꾸를 할 리가 없고, 철희는 그런 보미의 뺨이며 머리카락 그리고 두 손과 두 발 두 다리까지 여기저기를 손으로 어루만져보고 있다. 간간이 입을 맞추기도 한다. 그리고 산 사람에게라도 하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 내가 그랬잖아. 두 번다시 우리 아버지 배신하지 말라고. 두 번다시 다른 남자
만나지 말라고... ”
“ ...... ”
“ 그랬으면 정말...그랬으면 정말... ”
흐느끼는 목소리로 철희의 말이 이어진다.
“ 행복하게 해주려고...했었단말야... ”
뭔가 형언할수 없는 좌절감과 절망감으로 철희는 질끈 눈을 감는다. 있는대로 비명을 질러댄다. 잠시후 철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자수를 하기위해 경찰서에 전화를 건 것이다. 사람을 죽였으니 와 달라고. 그리고 경찰차가 도착할때까지 철희는 보미의 시신을 품에안고 한참을 울부짖는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아~~~!!! ”
어여쁜 보미의 얼굴이며 팔,다리를 한참이고 얼굴로 비벼보며 비명을 토해내며 울부짖고 있는 철희. 그러면서도 보미와 떨어지고 싶지는 않은지 그녀의 시신을 와락 끌어안은채 철희는 한참동안 대성통곡을 하고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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