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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속의 새엄마들 - 그 두번째 이야기 재혼가정의 문제점




 재혼가정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문득 이웃나라 일본의 드라마에선 새엄마를 어찌 묘사하는지가 궁금해져서 그와 관련한 자료들을 좀 찾아보았다. 대개는 일본드라마 매니아들의 블로그나 카페를 중심으로 자료를 찾아본 한계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근 10년 이내에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중 재혼가정 그중에서도 특히 ‘새엄마’가 등장하는 약 20-30편 정도의 드라마 자료를 수집할수 있었다. 그리고 이와같은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조금 뜻밖의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일본 드라마’에서는 뜻밖에도 ‘악한 새엄마’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 아주 없는것은 아니다. 간혹 있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착한(?) 새엄마’가 등장하는것도 아닌. 어떻게보면 새엄마가 생긴 상황인 재혼가정에서 벌어질법한 갈등구조를 비교적 잔잔한 톤으로 대체로 공감가게 그리고 있다는 평을 할수 있을것도 같았다.


 일단 수집한 자료를 중심으로 보니 일본 드라마에 등장하는 ‘새엄마의 전형’은 크게 3-4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나눌수 있을것 같았다. 그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발랄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젊은 여성이 어린 아들이 있는 이혼남이나

    사별남과 결혼 어린 아이의 새엄마가 되어 아이와 친해지며 잘 살아가는

    이야기


      예) 엄마가 요리를 하는 이유, 못말리는 엄마, 새엄마 두리틀 등


  (2) 아버지가 부재(사망,행방불명 등)한 상태에서 새엄마와 의붓딸이 남게되어

     이전까지는 불편한 관계였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화해하게

     되는 이야기


      예) 마이 리틀 세프, 49일의 레시피, 타이트로프의 여자 등


  (3) 청소년 드라마의 경우 왕따문제와 관련되어 서로 어색한 관계였던 젊은

    새엄마와 사춘기 소년인 의붓아들이 가까워지거나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예) 금붕어 클럽, 우리들의 교과서, 천사의 몫 등.


  (4) 또 하나 특이한 전형(?)이 있다면...아주 이따금 좀 엽기적인 형태의 가족설

    정의 새엄마가 등장, 그러면서도 사소한 갈등이나 다툼을 겪어가면서도 전체

    적으로는 궁극적으로 훈훈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나가는 코믹터치의 밝은

    분위기의 드라마

 

      예) 11명의 가족, 우리집 남자들


 우선 근본적으로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새엄마, 그리고 갈등구도를 풀어나가는 시각과 방식 자체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느낄수가 있었다. 기껏해야 이복(異腹) 형제나 자매 사이에 이성(異性) 한 사람을 끼워넣어 극단적인 갈등구도를 형성하거나, 또는 재벌가나 고위층 집안내의 권력갈등 구도나 재산다툼 같은 이야기나 다루는 우리나라 드라마에 비해선 재혼가정이나 새엄마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른것 같아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또 한가지 생각해볼 부분은 저와같은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오고 있다는 것은 그와같은 성격의 드라마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이야기고, 또 저런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진이나 출연진들도 드라마의 성격이나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기에 그와같은 드라마가 계속 제작되고 출연한다는 이야기가 되는것 아닌가. - 요즘은 배우가 자기가 출연하는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나 스토리가 납득이 안가면 중도하차 선언까지 할 정도로 배우들 콧대가 높아진 세상이다


 또한 드라마가 현실사회를 상당부분 반영한 창작물임을 감안한다면, 저와같은 드라마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일본사회는 재혼가정이나 특히 새엄마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방증인것 같기도 해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일본은 선진국이니 재혼가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보다는 많이 진보되어 있는것 아닌가. 그와같이 단순한 해석도 가능하긴 하겠지만.


 드라마 제작진들은 흔히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이라며 그냥 작품으로만 봐달라며 드라마에 대한 변명을 해오곤 한다. 하지만 가령 한의학을 띄워주는 드라마(예를 들자면 ‘허준’ 같은)가 인기리에 방영되었을때는 그해 한의학과 지망생이 몰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야인시대’나 ‘친구’ 같은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리에 방영,상영되었을때는 학생들이 드러내놓고 ‘이 다음에 조폭이 되고싶다’고 말하곤 해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 지도에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는것을 보면 드라마가 시청자들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수 없는 부분인것만은 분명하다.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일뿐’이라는 식의 이야기. 솔직히 어떻게 보면 책임회피 같아 보이기도 해 그리 유쾌하지 못하게 들린다.


 늘상 이복형제나 자매간의 극단적인 삼각관계 갈등구도 형성이나 재벌가의 권력다툼 같은 드라마나 그리는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진들도 좀 발상의 전환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보았다. 재혼가정이나 새엄마를 바라보는 편견. 심지어 왜곡되는 부분까지도 분명 드라마 제작진들이 미치는 적잖은 영향이 있기에 이와같은 지적을 하는것이다. - 가령 다른 예를 들자면 어릴때 잃어버린 딸이 나중에 며느리가 될 뻔 하는 식의 설정이 한 수년전쯤 모 드라마에서 만들어져 꽤 사회적인 충격과 논란거리가 된 후, 요즘은 웬만한 드라마에서 그와같은 설정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새엄마가 전처자녀에게 잘해주는 식의 설정의 드라마가 있으면 시청자들이 ‘저 드라마도 혹시 남자주인공 여자친구가 알고보면 새엄마 친딸인것 아니냐 ?’ 하는식의 상상을 곧잘 한다. 실제 그런식의 드라마가 너무 자주 만들어지다보니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는것도 무리는 아닐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현실에서 대체 그런 말도 안 되고 기가막힌 일이 대체 몇백만명중 한명꼴이나 일어나겠는가.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0.1%도 안 되는 설정을 툭하면 일일극이나 주말극의 갈등구도로 설정해놓는 이와같은 모습. 아무리 그런 설정이 흥행코드 공식에 맞고 극적 갈등과 긴장구도를 높이는데 효과가 그만이라고 해도 이런식의 드라마가 또 다른 왜곡된 편견의 의식마저 만들 우려가 있기에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일뿐’ 하고 넘어갈수 있는 문제가 분명 아니다. (이러다간 현실에서도 전처자녀에게 잘해주는 새엄마가 있으면 ‘혹시 저 여자도 어릴때 잃어버리거나 버리고 나온 친자식이 있는것 아니냐 ? 그래서 의붓아들에게 잘해주는것 아니냐 ? ’ 이런식으로 비뚫어지게 보는 왜곡된 시각이 형성될 수도 있는것 아닌가)


 일본드라마속에 묘사되는 새엄마의 유형중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의붓아들을 도와주다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식의 설정이라던가 ‘아버지가 부재(사망 또는 실종)한 상황에서 이전까지 어색한 관계였던 새엄마와 의붓딸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감이 형성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설정 이외에 또다른 유형으로 눈길이 갔던것은 역시 새엄마가 있는 가정의 이야기를 코믹터치나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드라마였다. 대표적인 작품이 ‘우리집 남자들’과 ‘11명의 가족(아마 원제를 그냥 번역하면 ’11명이 있어‘ 또는 ’11명이나 있어‘가 되나본데, 굳이 우리식 정서나 문화에 맞게 의역(!)하지만 ‘11명의 가족’으로 하는게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이다.


 ‘우리집 남자들’은 카드빚에 시달리는 무직의 젊은 여성이 자신의 빚을 갚아준다는 조건하에 돈 많은 남자의 후처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집에는 이미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장성한 아들이 여섯명이나 있어 그 집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해프닝을 재미있게 그려나간 요절복통,포복절도의 시트콤형 드라마다. ‘11명의 가족’은 7남매가 있는 사별남이 재혼 아이들에게 새엄마가 생겼고, 그 새엄마가 낳은 아들까지 합해 8명의 자녀가 있는 집안에 알고보면 이미 죽고 없는 아이들 친엄마의 유령까지 떠돌고 있어 사실상 ‘11명의 가족’이 동거하고 있는 상태가 된 집안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무엇보다 새엄마는 전처자녀 7남매를 거두어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죽은 ‘친엄마의 유령’은 새엄마가 낳은 아들과 뭔가 통하는 구도(?)가 있어 묘한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그와같은 설정의 드라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시트콤형 드라마인 ‘우리집 남자들’이나 7남매를 키우는 새엄마가 있는 집안의 이야기를 밝고 경쾌하게 그려나간 ‘11명의 가족’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나라라면 저와같은 설정의 드라마나 시트콤을 제작하는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드라마 작가들이나 제작진의 작품 발상 동기를 생각해본다면, 저와같은 드라마를 제작할만한 마인드를 가진 작가나 연출자는 거의 없을것 같다. 또한 새엄마가 생긴 가정의 이야기를 시트콤이나 밝고 경쾌한 구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과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거나 배우들 출연섭외를 했을시 당사자가 작품취지에 공감을 하고 캐스팅에 응할지.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깊은 회의와 의문이 생기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쉬운점은 우리나라도 새엄마나 재혼가정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발상의 전환을 좀 가져보면 안 되는 것일까 하는 부분이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고 하지만, 또 드라마가 시청자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같은것을 생각하면 드라마 자체가 재혼가정이나 새엄마에 대한 또다른 편견을 조장하는 부분이 있는 우리의 현실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수 있는 부분은 아닌것 같아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나 정서의 차이를 논하다보면 그것만으로도 책 한권 분량이 넘는다고 한다. 헌데 드라마에서 재혼가정이나 새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시각이나 방식 마저도 두 나라의 드라마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참 여러 가지 면에서 묘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현실이다.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중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꽤 되고, 한일 대중문화 개방 이전에는 대놓고 일본 드라마 표절한 작품도 많았는데. 가령 ‘우리집 남자들’이나 ‘11명의 가족’ 또는 ‘금붕어 클럽’ 같은 드라마는 혹 한국식으로 재해석해서 리메이크 하는것은 불가능할까. 근본적으로 재혼가정이나 새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진이 발상의 대전환을 좀 가져다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 그것이 ‘일본 드라마속에서 묘사되는 새엄마’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보다가 내리게 된 결론이었다.


 참고자료 : ‘한국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새엄마’와 ‘일본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새엄마’ 대조되는 모습을 한눈에 알아볼수 있는 대조되는 한드와

           일드의 한 장면


 1. 한국 청소년 드라마 : 정글피쉬 2 (2010년작) 3화 중에서


     주인공이 시장을 봐갖고 귀가 새엄마에게 인사를 하러 방에 들어갔다가

    때마침 옷을 갈아입는 중이던 새엄마에게 오해를 받게 되고, 아버지한테

    뺨을 맞게 되는 장면. (17분 9초 - 56초 까지)


      http://www.youtube.com/watch?v=Xl0QmsB-_Vs


 2. 일본 드라마 : 금붕어 클럽 (2011년작) 9화 중에서


     여자친구를 놀리는 학생들을 때린뒤 근신처분을 받은 주인공. 새엄마도

    충격에 꽤나 기가막혀하고 답답해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아들편을 들

    어주는 장면 (8분 40초 - 10분 30초 까지)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36228263




      


     



덧글

  • 우림관 2014/01/04 13:19 # 답글

    일본 드라마의 또 하나의큰축인 2시간 드라마와 낮드라마가 빠졌네요.

    우리나라에서 인기없어 안 돌아다녀 그렇지
    일본방송국의 주요 시청률 지킴이들인 저 드라마들에선
    언급하신 한국드라마의 새엄마들을 만날수 있죠.
    한국에서 보던 이복형제의 암투나 권력 재산 싸움의 삐뚤어진 묘사만이 아니라 가장 삐뚤어진 관계일수도 있는 근친까지 저 시리즈들에선 기본이죠.

    일본드라마에선 한국같은 새엄마를 안 다루는것이 아니라 글쓴이가 보시는 드라마 장르에선 안 보였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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