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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티아라 보람 (8.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2 (티아라)



                                    부제 : 신들의 만찬 성도희 외전



한국관 직원의 전갈을 받고, 몸이 불편한 보람을 대신하여 자신이 나가보겠다며 인주가 한국관으로 가보았다. 직원의 말대로 한국관 정문 앞쪽은 차량이며 사람이 일절 지나갈수가 없을정도로 하나가득 시위대로 꽉 메워져있었다. 수백명이 아니라 천명이 넘는다고 말해도 믿을 지경인 대규모의 시위대였다. 그리고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사람 역시 임병남이었다. 시위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국관의 해체 그리고 전보람 명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연신 외치고 있었다. 인주가 시위대 앞에서 이들을 선동하고 있는 병남에게 다가가보았다.


“ 이것봐요 ! ”


부르는 소리에 병남이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고 인주를 바라보았다. 시위대의 시선도 일순간 그녀에게 쏠렸다. 개중 전보람의 딸 하인주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듯, 수군거리는 사람도 몇몇 있었고 지난번 전보람의 임병남 따귀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은지라 그 일에 대해 수군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병남과 마주하자마자 인주는 대뜸 따져든다.


“ 이것봐요 !!!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요 ? ”

“ 뭘하긴요 ? 보시다시피 당신 어머니 전보람 명장의 퇴진과 이곳 한국관 해체를

요구하는 이 열화와 같은 소리, 시민들의 분노에 찬 함성이 안 들리시오 ? 상황

이 이쯤되면 사태파악을 하고 물러날 생각을 해야지. 대체 무슨 이유로 여태 버

티는거요 ? ”

“ 혐의사실은 검찰에서 이미 다 무혐의 결론이 났어요. 그런데 대체 뭐가 또 남

았다는거죠 ? ”

“ 이것봐 !!! 지금 그 수사결과를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사태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른것 아냐 ? 오죽했으면 한국관 해체와 전보람 명장 퇴진을 요구하는 안

티카페까지 생겨났겠냐구. 이래도 시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당신네들 한국관

식구에겐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 이 하늘을 찌를듯한 분노의 목소리가 ? ”


인주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마음같아선 정말 지난번 보람처럼 병남의 따귀를 자신도 세게 후려갈겨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일단 꾹꾹눌러 참았다. 지난번 시위대때 엄마 보람이 시위를 주도하는 병남의 따귀를 때린일이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올라가 일파만파 퍼져 보람을 비난하는 여론에 더 기름을 붓는 결과를 만들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 이번엔 그 딸인 인주마저 병남을 때리면 어찌되는가. 부르르 떨며 주먹쥔 손을 일단 풀어놓았다.


“ 이것봐요 하인주씨. 사실 당신보다는 당신 어머니 전보람씨가 알아둬야할 사안

이지만. 지난번 한국관에서 허승규란 노인한테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그 국악예

고생의 피눈물어린 글이 아직도 인터넷에 떠돌고 있어. 헌데 당신들은 대체 언제

까지 발뺌만 할 생각이야 ? ”

“ 무슨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 대체 누가 성접대를 했다는거야 ? ”

“ 증인이 멀쩡히 시퍼렇게 눈뜨고 있는데도 계속 시치미 뗄거야 ? ”

“ 인주야 ! 그만해. ”


병남과 인주의 설전이 계속되는 동안 이쪽으로 걸어오는 여인이 하나 있었다. 다름아닌 전보람이다. 보람의 나타남과 다가섬에 다시한번 시위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 엄마...왜 나오셨어요 ? 몸도 불편하신데... ”


인주가 만류하려하지만 오히려 보람은 그런 인주를 제지하고는 병남 앞으로 나아갔다.


“ 이것봐요 임병남씨. 그러지말고 우리 차근차근 이야기나 합시다. ”

“ 제가 아직 그쪽과 할 이야기가 남았던가요 ? ”


지난번 보람으로부터 뺨을 얻어맞은 일도 있고해서 병남 역시 보람에 대한 감정이 좋을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보람과 병남의 맞닥뜨림은 오늘이 딱 세 번째다. 첫 만남은 지난번 병남이 한국관에서 금지구역 촬영을 하다 인주에게 제지당했을때, 그리고 두 번째는 병남이 시위대를 데리고 와 여기서 시위를 벌일때. 그리고 오늘. 보람이 병남에게 말을 건넨다.


“ 그러지말고...일단 저 시위대만 철수해줘요. 그쪽에서 요구하는게 뭔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으니까...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내 집으로 가 조용히 이야기하자구요

. 무슨말인지 알겠죠 ? 집으로 가서 조용히 이야기나 합시다. ”

“ 우리가 할 이야기는 별로 없을것 같은데요. ”

“ 글쎄, 시위대나 좀 물리쳐줘요. 정말 이렇게 언제까지 남의 가게 장사 방해할

생각인건가 ? 그러지말고 그쪽이 어쨌든 계속 이런 시위를 주도하는것 같으니까

그쪽은 시위대 대표 자격, 나는 한국관 대표 명장 자격으로...그렇게 협상이나 대

화 상대로는 이정도면 충분한것 아닌가요 ? ”

“ 그럼...우리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용의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 ”


보람의 그와같은 이야기에 병남도 조금 누그러드는 듯한 모습이다. 아무리 그래도 한국관을 박살내려고 작정하고 이런 시위까지 벌이는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다니. 그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인주는 만류하려하지만 보람은 괜찮다며 그런 인주를 안심시킨다.


“ 시위대부터 해산시켜주세요. 그리고 내 집으로 가 차근차근 이야기합시다. ”

“ 좋아요 뭐...정 여기까지 직접 나오셔서 그리 말씀하시는데...못들어줄 이유는 없

지요. 좋아요 여러분. 자, 오늘은 이만 이 정도에서 해산하도록 합시다. 오늘 이

시위에 처음 참석하시는 분들도 많을텐데...이렇게 금방 돌아가시게 해서 죄송합

니다. 아무튼 저렇게 전보람씨가 대화를 제의하는걸 보니, 우리 요구사항을 들어

줄 의향이 있는것 같네요. 그러니 오늘은 일단 이 정도에서 해산합시다. ”


병남의 그와같은말에 시위대는 해산된다. 그리고 보람은 병남의 안내를 받아 그녀의 집에 들어서게 된다.


“ 인주야...넌 임병남씨 마실 차나 한잔 내오너라. 아니...그게 아니라 날도 더우

니 시원한 음료수가 좋겠구나. ”


보람이 그와같이 말했지만, 여전히 병남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인주는 음료수를 내오면서도 병남을 한번 쏘아본다. 인주가 내온 음료수를 마실것을 권하고 보람이 병남에게 말을 건넨다.


“ 이봐요 임병남씨. ”

“ 네...뭐 말씀하시죠 전보람 선생. ”


어쨌거나 한국관의 대표이자 명장이라는 여자를 지난번처럼 ‘아주머니’라 부를수는 없어서인지 어느정도 나이는 있는 사람이란걸 고려해 병남은 보람을 ‘선생’이라 호칭한다. 보람의 말이 이어진다.


“ 임병남씨는...우리 한국관이 그렇게나 못마땅한가요 ? ”

“ 한국관은...군사정권 시절엔 주로 정치인 및 고위층 인사들에 대한 술접대,성접대

를 하며 성장해온곳으로, 하지만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런 요정정치의 현장이

었던 성격에서 완전히 탈피시키고자, 대신 전통한식을 다루며 그 외 전통공연,전

통혼례식등을 치르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복합공간’으로 성격을 바꿔왔지요. 국

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는...특히 한때는 ‘한국관’에서 한방연구사업을 하

는것까지 고려될 정도로요. 하지만 이 정부 들어서는 그 성격이 다시 과거로 퇴

행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걸 막으려 한 것 뿐입니다. 그 ‘한식 세계화 사

업’도 모두 사기인것이 밝혀졌고요. ”

“ 증거있어요 ? ”


한국관의 역사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병남에게 오히려 보람은 당당한 태도로 대꾸한다. 그와같은 태도에 오히려 병남이 당혹스러워질 지경이다. 보람의 말이 이어진다.


“ 그쪽에서 찍었다는 호텔 레스토랑 돈봉투 현장도...결국 전혀 근거없음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고, 또 성접대 의혹 역시 근거없는 한 나이어린 여고생의 일방적

인 주장으로 밝혀진것 아닌가요 ? 그런데 더 무슨말이 필요하죠 ? ”

“ 하하...참... ”


하지만 보람의 그 당당한 태도에 병남은 더더욱 기가막혀하며 말한다.


“ 그럼...그런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전직 고위 정치인사들과 만나 건네준 봉투

가 정말 단순한 서류였단 말입니까 ? 돈이 있었던게 아니고 ? ”

“ 어쨌든 지금은 증거가 드러난게 없잖아요. ”


보람은 어디 한번 해볼테면 해볼테라는 투다. 그와같은 보람의 태도가 병남을 더더욱 화가나게 만들고있다.


“ 그리고 그 성접대 의혹도...말이 났으니 말이지. 그 일은 제가 직접 그날 피해를

입은...술자리 참석 여고생을 직접 만나 취재하고 인터뷰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 당신 ? ”


하지만 병남의 그와같은 말에 이번엔 보람이 더 격분한다.


“ 그러고보니...당신 아주 그동안 내 뒤를 철저히 밟고 계셨었군 ? 그날 연회일까

지 알고 있는걸보면. ”

“ 그날 이인섭 전 의원과 허승규 전 대령등을 초청 비밀 아지트에서 연회를 열었

다는건 인정하시는건가요 ? ”

“ 흔히 볼수있는 귀빈접대의 자리일뿐입니다. 고위층 인사는 식당에 와서 밥도 먹

어선 안 되고, 술도 마셔선 안 된다는 말인가요 ? ”

“ 이것봐요 아주머니 !!! 지금 그런 이야길 하는게 아니잖아요 ? ”


병남이 기어이 격분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보람은 전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공이 보통이 아닌 여인이다.


“ 그럼...아주머니 이야기대로라면...그 나이어린 국악예고생이...어쩌면 자기 인생에

큰 걸림돌이 될수도 있는 문제를...어린 여학생이 있지도 않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인터넷에 저렇게 퍼트리고 다닌다는 이야기입니까 ? 대체 무슨 이유로 어린 여고

생이 그와같은 일을 벌인단 말입니까 ? ”

“ 그거야 전 모르죠. 제가 그 사람 마음속을 들어가볼수 있는것도 아닌데. 그 여자

아이 속 마음을 제가 어떻게 아나요. ”

“ 당신...정말 뻔뻔스러운 여자로군. ”


노기가 가득한 얼굴로 병남은 보람을 노려보고 있다. 기껏 저런 여자의 제의에 응해 대화나 해보자고 여기까지 들어온 자신이 후회가 될 지경이다. 차라리 해산시킨 시위대를 다시 돌아오라고 해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거나, 아니면 기왕 보람의 집까지 들어온 이상 이 집이라도 확 뒤집어버릴까.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 이봐요 임병남씨. ”


한참만에 이번엔 보람이 병남에게 말을 건넨다. 병남은 여전히 노기가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보람을 바라보고 있다.


“ 가업(家業)을 잇는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 ”

“ 가업...이요 ? ”


나이 20대 후반에 대학까지 나온 병남이 가업이란 말의 뜻을 모를리는 없고, 다만 그와같은 말을 입에 담는 보람을 참 뻔뻔스럽다는듯 바라보고 있다. 가업이라니. 어쨌거나 한국관이 보람이 그녀의 어머니대부터 운영해온 가업이라 치고, 그래서 이 판국에 그걸 대체 뭘 어쩌겠다는 소리인지. 어디 들어나보자는 생각에 병남은 일단 묵묵히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 한국관은...6.25로 폐허가 된 서울 한복판에 저희 어머니 이미영 여사께서 그래

도 전통한식을 살려야 한다는 신념하에 차린 고급 한식당이었어요. 그리고 그 ‘한

국관’을 어머니의 대를 이어 저 전보람이 2대 한식조리명장이자 한국관 대표로

이끌어가고 있는것이고요. ”

“ ...... ”

“ 그리고 이제...제 피를 이어받은 제 딸 인주가 ‘한국관’을 이어갈 보석같은 3대

‘한식조리명장’으로 그 뒤를 이어갈겁니다. 그렇게 한국관은 엄연한 저희집안의

가업이에요. 누구한테도 줄수도 빼앗길수도 없는... ”

“ 하지만...그 한국관에 이렇게 문제가 많아 하는 소리 아닙니까 ? 제가 보았을때

절대 한국관은 대한민국의 전통한식을 이어가는 대표 한식당으로 자리잡을수 없

어요. 이런곳이 우리나라의 대표 한식당으로 있는것 자체가 국가와 민족의 수치

입니다. ”

“ 크하하핫~~~!!! ”


병남의 이야기가 어이없게라도 들린것일까. 제법 시니컬하게 웃기까지 하는 보람이다.


“ 그 아저씨...참 되게 거창하게도 나오시네. 어쨌거나 아무리 그래봐야 소용없어

요. 이 기업이 어떻게해서 여기까지 내려온 기업인데...아무한테도 내줄수 없으니

그렇게 알고 돌아가요. 시위 ? 그딴거 아무리 백날 해봐야 눈하나 깜짝할 이 전

보람도 아니고... ”

“ ...... ”

“ 아가야...그러니...아줌마 이제 그만 귀찮게하지 말고...두번다시 이런 시위대일랑

끌고오지 말아라. 응 ? ”


병남을 놀리는것인지 마치 어린아이를 얼르는듯한 투로 그와같이 말하는 보람. 병남은 이런 여자와는 정말 더 이상 이야기해봤자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 자리에서 일어난다.


“ 아무래도 당신같은 여자와는 도저히 더 이상 이야기해봐야 소용이 없을것 같군.

그만 가렵니다. 하지만 전보람씨...이것만은 명심해두시오. ”


그러면서 보람을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며 제법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 당신같은 사람이 이런 한국관을 지키는 이상 이곳도 결코 오래가지 못할겁니다.

그러니 제발...이런곳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헛된꿈일랑 이제 버리세요. 내가 결코

이런짓들은 용납하지 못합니다. 반드시 바꿔놓고야 말거에요. ”


보람은 병남의 그와같은 말을 들으며 되려 ‘피식~!’ 헛웃음을 흘리기까지 한다. 어디 니까짓게 제아무리 그래봤자라는 투다. 한편 병남은 보람에게 가까이 저벅저벅 다가온다.


“ 뭐 또...할 이야기가 남았나요 ? ”


간다고 하더니 자신한테 다가오는 병남이 의아해 묻는 말이다. 병남은 그런 보람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한참을 바라본다. 그리고 손을 살며시 그녀의 턱에 가져가본다.


“ 무...무슨짓이에요 이게 ? 무례하게시리... ”


자신의 얼굴을 슬쩍 어루만져보는 병남의 태도에 무례함을 느껴 그와같이 말하는 보람. 당장 사람을 불러 쫓아낼까. 그런 생각까지 드는데. 헌데 그 순간이었다.


‘ 철썩~! ’

“ 악 !!! ”


갑자기 병남이 보람을 온 힘을 다해 있는힘껏 후려쳤다. 그 바람에 보람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병남은 그런 보람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외친다.


“ 지난번 당신이 내 뺨을 때린데 대한 보답이야. 그렇게나 알고있어. ”


하도 갑자기 벌어진 일에 놀란 인주도 다가와 병남에게 뭐라 항의를 하려하지만, 병남은 이제 이 집안에서의 볼일은 다 보았다는듯 빠른걸음으로 집에서 나가버린다. 화가난 보람은 그러한 병남의 뒤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 야 !!! 이 XXX아 !!! 내가 너 진짜 가만 안둘거야 !!! ”



하지만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보람은 결국 ‘한국관’의 대표이자 2대 한식조리명장 자리에서 물러날수밖에 없었다. 물론 보람의 딸 인주 역시 도의상 엄마인 보람과 함께 한국관을 떠날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국관 2대 대표를 역임해오며 사용해오던 거처마저 반납하고 두 사람은 서울을 떠나 지방의 한 작은도시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게 되엇다. 그래도 보람의 남편이 대형병원의 중견 의사였기 때문에 지방에 작은 거처를 마련하는 일까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보람과 인주는 그곳에서 당분간 사람들의 눈을 피하며 자중하는 은둔생활을 보낼수밖에 없었다. 한편 한국관은 이후의 운영방식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마련될때까지 정부와 시민단체가 공동운영하는 것으로 임시조치가 취해졌다.


“ 인주야... ”


지방의 소도시로 쫓겨온 보람은 딸 인주를 끌어안고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무엇보다 딸 인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앞서 견딜수가 없었다. 딸을 누구보다 훌륭한 한국관을 능히 이끌어갈 ‘한식조리명장’으로 키우고 싶었고, 무엇보다 인주가 엄마인 자신의 뒤를 이어 그와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는것을 고맙고 기특하게 여겼던 보람이 아니던가. 헌데 그 바램과 꿈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린것이니 그 참담함과 좌절감이 오죽할까. 보람은 인주의 손을 부여잡고 거듭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건넨다.


“ 미안하다 인주야...엄마가 네게 뭐라고 더 할말이 없어... ”

“ 그런말씀 마세요 엄마. 저 엄마 추호도 원망하지 않아요. ”


오히려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딸을 바라보니 더 가슴이 미어질것 같은 보람. 사실 어떻게 거둔 딸이던가. 아들을 낳으면 한국관에 해가될것이니 죽이고, 딸을 낳으면 한국관을 이어갈 훌륭한 3대 명장이 될터이니 귀히 키우라던 점쟁이의 끔찍하고 무서운 예언. 그것이 마음에 걸려 아이를 갖게된뒤 병실에서 사정이 참 기구한 옆자리의 산모와 아이를 바꾸었고. 그리고 그 아이엄마를 위해서라도 딸 인주를 누구보다 훌륭한 ‘한식조리명장’으로 키우고자 했던게 보람의 다짐이고 결심이었다. 그리고 오직 그 길만을 위해 지난 20여년 세월을 달려온 보람이 아니던가. 헌데 그것이 다 물거품이 되었으니. 딸 인주에게도, 그리고 그녀를 낳은 생모에게까지도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것이다. 하지만 그와같은 출생의 비밀은 남편 하석진에게까지조차도 말하지 않고 살아온 보람이다. 물론 딸 인주도 자신이 보람의 친딸이 아닐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세상에는 그와같은 진상을 아는 사람이 현재 아무도 없다. 만약 있다면 그날 함께 아이를 바꾼 옆자리의 산모. 그리고 그 어린 산모를 도와주던 친구 그 정도. 아직 세상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이제와서 누구한테 발설할수는 더더욱 없는일이고. 그래서 자신의 신세보다는 인주의 처지가 더 딱하고 가슴이 미어지게 된 것이다. 다른건 몰라도 인주만은 누구보다 훌륭한 한국관을 이끌어갈 보석같은 후계자로 키우고 싶었던것이 보람의 마음이었던것이다.


“ 인주야... ”


인주를 몇 번이고 끌어안고 미안하다는 말만을 거듭 입에 담는 보람. 하긴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가 인주에게 무슨말을 더 할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보람을 인주는 오히려 더 위로하며 달래고 있다. 그것이 보람을 더욱 아프게 하고있다.


“ 엄마 걱정마세요. 그리고 저...아무도 원망안해요. 그까짓 한식조리명장...그리고

한국관...안 하면 어때요 ?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하면 돼요. 전 아직 젊잖아요.

얼마든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수 있어요. ”

“ 인주야... ”


단지 보람을 위로하기 위해 하는말로만 들려서인지 사실 인주의 그와같은 태도는 보람은 쉽게 믿기지가 않기도 한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앞서서 자신해서 외할머니 이미영과 엄마 전보람의 대를 잇는 3대째 한식조리명장이 되겠다는 의지가 뜨겁게 불타올랐던 인주가 아니던가. 헌데 그 인주가 쉽게 자신의 꿈을 포기할수 있단말인다. 보람이야 어차피 이제 나이 60이니 어느정도 인생을 정리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할수있지만. 아직 젊은 인주가 그것을 포기한다는것은 결코 쉽지않은일일것이다.


“ 엄마, 걱정마세요. 충분히 여기서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수 있을거에요. 물론

지금은 그렇게 20년을 달려왔던 한식조리명장의 길 다 포기하는것...안타깝고 애

통해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저 다시 시작할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어떻게든 다

시 살길이 트일수 있을거에요. ”

“ 인주야... ”


아직 인주에게 구체적으로 대체 어떻게 재기를 하겠다는것인지 구체적인 방도까지 떠오른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여하튼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것만으로도 보람은 인주가 한없이 고맙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절망의 나락에 빠져있을 인주일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엄마 보람을 위로하며 그와같이 하는말. 덕분에 보람도 조금은 그와같은 딸의 태도를 바라보며 위안을 삼게 되는것같다.


“ 임병남... ”


대신 보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것은 자신들을 이와같이 몰락시킨 임병남의 얼굴이었다. 한국관의 뒤를 그렇게 철저히 캐서 비리를 밝혀낸것은 물론 시위대를 몰고와 한국관에서 여러날을 그렇게 시위까지 벌였고. 집으로 들어오게해서 조용히 이야기나 하려고 했을때는 자신의 뺨까지 후려갈겼던 병남이었다. 도저히 용서할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임병남 너 이놈...네놈은 내가 아니라...내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결코 용서하

지 않을거야. ”


그리고 얼마후 보람은 서울로 올라와 한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보람의 대학후배인 미선이란 여자였다. 하지만 평상시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닌 여자다.


“ 언니가...날 어쩐일로 보자고 한거야 ? ”


미선 입장에선 참 뜻밖의 만남이었다. 보람과 미선은 그렇게 친한 선후배간은 아니었고, 왕래도 잦은편은 아니었다. 더욱이 미선도 보람이 그렇게 한국관 대표자리를 사임하고 잠시 종적을 감춘것 정도는 알고있는터. 그 보람이 다시 서울에 나타나 그것도 자신을 찾는다는것. 의아하지 않을수 없는일이었다.


“ 단도직입적으로 뭐 하나만 묻자. 너 아직도 참여연대 후원하고 있니 ? ”

“ 나 ? 나야 뭐...참여연대에 수많은 후원회원중 한사람일뿐이지. 그런데 그건 갑

자기 왜 ? ”

“ 그럼 뭐 하나 부탁만 좀 하자. 거기 시민감시팀에서 일하고있는 임병남이란 사

람삼있잖아.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봐줄수 있겠어 ? ”

“ 임...병남 ? 아...그러고보니...그 임병남이란 사람이 이번에 그 한국관 문제를 제

기했던 사람이잖아. 헌데 그 사람은 왜 ? 언니...그 사람한테 이번일로 무슨 원한

같은거라도 생긴거야 ? ”

“ 당연히 생기지 안 생길수가 있겠니. 그러니 미선아. 어려운 부탁인줄은 알지만

그냥...그 임병남이란 사람 어떤 사람인지나 좀 알아봐줘. 그냥 좀...그 사람...대체

뭐하는 사람인지나 좀 알고 싶어서그래. ”

“ 뭐...알아보는거야 어려울건 없지만... ”


미선으로선 그래도 어렵게 찾아온 보람선배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는 않아서였는지, 얼마지나지 않아 임병남이란 사람의 간단한 신상관계를 알려주었다.


“ 고향은 전북 정읍이고...거기서 쭉 나고 자랐나봐. 그리고 대학은 전주에서 법학

과를 나왔고, 그 뒤 군대갔다와서 서울로 올라와 참여연대에서 일하게 된 친구던

데 ? 그리고 위로는 누나가 셋있고...아버지는 원래 젊었을땐 서울에서 사업을 좀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했던 사람인데...그러다 나이 한 40쯤 되어서는 그냥

정읍으로 내려가 농사지으며 애들키우며 그러고 살았나봐. ”


미선이 알려준 정보로 알만한 다른 특이할만한 사항은 없었다. 무엇보다 임병남 역시 입양아라는 사실은 당사자도 모르고 병남의 부모와 누나들만 아는 사실. 무엇보다 병남의 아버지 동철이 아이를 입양했을땐 동철이 서울에서 사업을 하느라 가족들이 모두 그곳에 있을때. 이후 90년대 들어서 동철이 서울에서의 사업을 정리하고 고향 정읍으로 내려온것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병남이 입양아란 사실을 알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것이다.


“ 임병남...어쨌거나 네놈을...결코 가만두지 않을거야. ”


시간이 갈수록 보람에게 쌓여만간것은 자신들을 몰락시킨 임병남이란 사람에 대한 원한이었다. 정말 보람으로선 엄마 이미영 그리고 딸인 자신 그리고 3대째로 자신의 딸(비록 친딸은 아니지만) 하인주에게 한국관을 훌륭히 이어갈 후계자로 3대세습을 해주고 싶었던것이다. 헌데 그 모든 것을 무산시켜버린 임병남.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용서할수 없는 괘씸한 작자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 누님이 저희는...왜 보자고 하시는거유 ? ”


이번엔 보람은 이전에 약간 교류가 있었던 조폭 조직원 몇몇을 불렀다. 한국관을 그렇게 수십년을 해오면서 어떤 사람과는 인연이 없었겠는가. 보람은 일단 그들에게 돈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비록 한국관 명장자리에선 물러났지만, 무슨 부도가 나거나 채무관계가 있어 그리된것은 아니기에 보람에게 아직 그정도의 재력은 있었다.


“ 쥐도새도 모르게...해치워줄 사람이 하나 있어요. ”

“ 사람을...해치워달라고요 ? ”

“ 세상에서 가장 예술적이고 세련된 방법으로 해치워줘요. 세상에서 가장 예술

적이고 세련된 방법으로...그리고 가급적이면... ”

“ ...... ”

“ 기왕이면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요. ”


얼마후. 퇴근을 한 병남에게 집으로 택배 한통이 배달와 있었다. 열어보니 뜻밖에 웬 케익과 샴페인 한병이었다. 그리고 거기엔 다음과 같은 쪽지가 적혀있었다.


‘ 병남아. 서울에서 돈버느라 고생이 많지 ? 누나가 특별히 병남이 위해 케익을

선물했어. 맛있게 먹어. 큰누나 명희가. ’


큰누나가 보낸 소포라기에 병남은 기쁜 마음에 아무런 의심없이 케익상자를 열어보았다. 마침 오늘따라 퇴근은 늦었고, 저녁은 아직 먹지 않은 상태라 배가 많이 고팠다. 무엇보다 평소 가스렌지 같은것 하나 켤줄 모르고 라면하나 끓일줄 모르는 병남이니 누나들이 한번쯤 동생 위해서 이런 선물도 해다줬구나 그런 생각부터 들었던것이다. 배가 고픈 병남은 바로 식탁으로 케익을 가져가 그것을 썰어먹었다. 샴페인도 잔에 가득 따라서. 꿀꺽꿀꺽.


‘ 커억~~~!!! 커어어어어어억~~~!!! ’


얼마나 정신없이 그것을 먹어댔을까. 뭔가가 잘못된것일까. 병남은 갑자기 고통스럽게 배를 움켜쥐었다. 약간의 구토물이 토해져나왔다. 그리고 병남은 방바닥에 정신을 읽고 쓰러지고 만다. 두어번 더 구토를 하는듯 싶더니 병남은 이내 곧 정신은 잃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불이 켜진상태인 병남이 자취를 하는 단칸방. 병남은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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