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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티아라 보람 (6) 걸그룹 팬픽 2 (티아라)



                                    부제 : 신들의 만찬 성도희 외전



“ 인주...거기서 뭐하니 ? ”


밤늦은 시간. 인주가 1층 거실 창가에서 말없이 바깥을 내다보며 상념에 잠겨있는듯 하자, 자다가 잠시 방에서 나온 보람이 의아해하며 묻는다. 엄마의 말소리를 들은 인주가 뒤돌아 그녀를 본다.


“ 어...엄마...깨셨어요 ? ”

“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

“ 아뇨...고민은요. 그런건 아니고...뭐 좀 생각을 하느라... ”

“ 생각 ? 무슨 생각을 ? ”


그러면서 모녀는 자연스럽게 거실 소파에 앉게된다. 보람이 작은 전등을 하나 켜고 모녀간의 대화가 이어진다.


“ 엄마...사실은요... ”

“ ...... ”

“ 그 임병남이란 사람 말이에요. ”

“ 임병남 ? ”


임병남이란 이름을 보람은 아직 모르는듯했다. 인주는 순간 ‘아차~!’하며 설명을 덧붙여준다.


“ 아,참...엄마한텐 아직 말씀을 못 드렸구나. 왜...저번에 우리 한국관 금지구역 촬

영하다 우리가 제지해서 실랑이가 붙은 사람 있잖아요. ”

“ 응, 그래. 그런일이 있었지. 그런데 그게 왜 ? ”

“ 실은...아무래도 이상해서 뒷조사를 좀 해봤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시민단체 사람

이더라구요. 그리고 임병남이구요. 이름이. ”

“ 그때 그 사람 이름이 임병남이었다구 ? ”

“ 네... ”


불과 얼마전에 있었던 일이니 보람도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일. 헌데 그때 그 남자의 이름까지 인주가 알아두었고, 게다가 시민단체 사람이라니 보람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가 없다. 의아함을 담아 인주에게 묻는다.


“ 그런데...방금...그 임병남이란 사람이 시민단체 관계자라 했잖아. 헌데...시민단체

사람이 대체 왜... ? ”

“ 대충 알아보니까...아무래도 그쪽에서 우리 뒤를 캐려하는것 같아요. ”

“ 우리...라면...우리 집안을 캔다구 ? ”

“ 아뇨, 엄마도 참. 아무렴 우리집안 뒤를 캘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런건 아니고

‘한국관’ 뒤를 캐나보더라구요. ”

“ 아니, 한국관 뒤를 캔다니 ? 우리 한국관이 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고 시민단체

에서 뒷조사를 한다는거야 ? ”


이야기를 듣다보니 보람도 기가막혀 표정에 노기가 서린다. 인주가 그런 보람에게 설명을 덧붙여준다.


“ 그...요새 우리가 하는 한식 세계화 사업...그걸 갖고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루머

가 많잖아요. 그리고 역시 우리가 협력업체로 하고있는 그 ‘한국포럼’이란 외국인

한류 카페도요. 뭐 여하튼 그런 문제들에 대해...시민단체쪽에서 의혹을 갖고 본

격적으로 뒷조사를 하는것 같아요. ”


보람도 한식에 관한 좋은 정보나 자료라도 얻을까 하는 생각에 90년대 중반부터 pc통신을 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인터넷도 어느정도는 아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녀 역시 인터넷에 떠도는 한국관에 관한 이런저런 루머들을 접해보긴 했을터이고. 헌데 그런 문제들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본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니. 보람으로선 여간 불쾌해지지 않을수 없는 일이다.


“ 그런걸 갖고 뒷조사를 하려 들다니...하여튼 시민단체들도 참...그나저나 그날 왔

던 임병남이란 사람도 영 질이 안 좋은 사람 같아 보이더구나. ”

“ 아무래도 그렇죠 ? 저도 처음부터 느낌이 안 좋았어요. ”


인주로선 주말에 스트레스 해소차 나이트클럽에 갔을때 벌어졌던 작은 실랑이도 있고, 게다가 한국관에서의 일. 병남에 대해선 이래저래 감정이 안 좋을수밖에 없다. 헌데 임병남이란 남자를 안 좋게 보는것은 엄마 보람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사업체 뒤를 캐려는 시민단체 사람이라니 누군들 감정이 좋을수 있겠는가. 보람은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보고는 딸 인주에게 말을 건넨다.


“ 그 임병남이란 사람은 아무래도 한국관에 출입금지 시켜야겠다. 이 X들이 이제

보니...감히 누구 뒤를 밟으려고 해. 그 임병남이란 사람 아무튼...두번다시 우리

식당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고...너도 그런 사람 상종하지 마 !!! ”

“ 알았어요 엄마. 그러잖아도 저도 그 임병남이란 사람한테 감정 안 좋아요. 그러

잖아도...얼마전에 직접 그 임병남이란 사람 만나 뒤 캐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었

구요. ”

“ 임병남이란 사람을 직접 만났었다구 ? ”

“ 네, 엄마. ”


그런 사람을 딸 인주가 직접 만났다니. 보람으로선 그냥 기분이 좀 복잡하다. 물론 인주는 병남에게 자신들 뒤를 밟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위해 만난것이라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자꾸 자기딸과 엮이는것. 과히 유쾌하지는 않은듯 하다.


“ 아무튼...뒤를 밟는것이든...뭘 하는것이든. 앞으로 그 임병남이란 사람과 엮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어째 처음 봤을때부터도 인상이 영 안 좋더라. ”


밤늦은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딸과의 대화다. 자다가 깨어나 잠깐 거실로 나왔다가 딸이 거실 창가에 있는 모습을 보고 말을 걸어 시작된 대화이긴 하지만, 보람은 다시 졸음이 밀려오나보다. 크게 하품을 한다.


“ 엄마, 그만 들어가서 주무세요. 밤이 많이 늦었네요. 저도 이만 2층으로 올라갈

께요. ”

“ 그래, 그러려무나. 그럼 내일 보자 인주야. ”

“ 안녕히 주무세요 엄마. ”


모녀간에 잠시 다정한 포옹까지 해보이고 인주는 2층 자기방으로 그리고 보람은 1층에 있는 침실로 들어간다.



보람은 서울에 있는 한 고급호텔에 들어서고 있었다. 때는 역시 평일의 밤늦은 시간이다. 호텔에 들어선 그녀는 그곳에 있는 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보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 아이구, 이거 어서 오십시오 전보람 명장님 !!! ”


한 남자가 먼저와 자리를 해서는 보람을 기다리고 있었고, 보람은 남자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다.


“ 오랜만에 뵙네요 실장님. 그간 별고 없으셨나요 ? ”

“ 허허...실장이라뇨. 비서실장 그만둔게 언젠데 아직도 실장입니까. ”

“ 그래도 실장님이라 불러드리는게 편하지 않나요 ? ”

“ 허허...참 별말씀을... ”


보람의 말에 약간 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남자는 OO대 OO실장을 지낸 윤민석이다. 이어 잠시후 그 자리에 이번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남자와 비교적 정정해보이긴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역시 얼굴에 주름이 꽤 보이는 두 남자가 당도하게 된다.


“ 인사드리시지요 전명장님. 알고 계시겠지만 이쪽은 민정당 시절 국회의원을 역

임한바 있는 이인섭 전 의원이시고, 이쪽이 바로 허승규 대령이십니다. ”

“ 아, 예 반갑습니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

“ 하하...저희도 이렇게...생전에 한국관 명장과 다시 만나게 될 일이 있을줄은 꿈

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이게 얼마만인지... ”


‘대령’이라고 소개를 받은 허승규란 사람도 나이로 봐선 이미 현역은 아닌듯 하고, 보람에게 그와같이 말을 건네는 허승규의 표정엔 웬지 감회어린 눈물이 서려있다.


“ 그래도 예전에...저희가 사업을 할때...그 시절 한국관이 좋았었는데... ”


여러 가지 착잡한 감회가 많은듯 감상에 젖는 승규의 표정.


“ 그 시절이 참 좋았어요. 이미영 명장님께서도 저희에게 참 신경을 많이 써 주셨

고요. ”


이미영은 바로 보람의 어머니이기도 한 한국관의 창립자이며 1대 한식조리명장이다. 승규의 말이 이어진다.


“ 이 명장님께서 세상을 떠나신지도...그러고보니 꽤 되었잖습니까 ? ”

“ 10년전에 돌아가셨죠. ”


승규의 물음에 보람은 다소 또렷한 목소리로, 그리고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인지 비교적 담담하게 대답한다.


“ 그랬군요. 그때 실은 찾아뵈었어야하는데...그땐 아무래도 주위 눈들이 신경이

쓰이더군요.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나마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

“ 문상이 참 빠르시네요 대령님. ”


보람이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을 한다. 윤민석 실장은 우선 주문부터 하자고 해서 식사를 주문한다. 그리고 자리에 함께한 이들의 대화가 계속 오가게된다.


“ 여하튼 이번 ‘한식 세계화’ 사업은 영부인께서도 많이 신경을 쓰시며 추진해온

사업입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더 크고 번창하게 해나가야할 사업이기에

그 문제를 상의하고자 명장님을 이리 뵙자고 한 겁니다. ”

“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 역시 한국관을 앞으로 더 번성하게 발전시켜 나가려

면...앞으로도 계속 높으신 분들의 도움이 필요한걸요. ”

“ 그렇지요. 당연한 이야기지요. ”


보람은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이 자리에 있는 윤민석 실장과는 친분이 두터운가보다. 허승규 (前) 대령이 한마디 끼어든다.


“ 여하튼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이전의 한국관. 이명장님께서 하시던 그때 한

국관이 참 좋았습니다. 그땐 참 낭만도 있고...흥겨웠는데...지금 한국관은 참 많이

달라졌지요 ? ”

“ 많이...바뀌었지요. ”


다소 착잡한 그 무엇이 있는듯 보람이 그와같이 말한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어머님께서 원래 저희 한국관을 세우셨을때 취지는 우리나라에 정말 최고급 한

식 요리를 만들며 높으신 어른들을 대접하는 그런 식당을 만들고자 하시는것이었

어요. 그게 저희 외할아버지 - 그러니까 제 어머니의 아버지죠 - 때부터의 뜻이

기도 했고요. 어머니가 그 유지를 받들어 전쟁이 끝난 서울 한복판에 한국관을

세우신건데... ”

“ ...... ”

“ 여하튼 지금은 참...너무 많이 변질이 되어...참 뭐라고 더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그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이는 보람. 어떤 절망섞인 비애가 느껴진다.


“ 시절이 한국관을 그렇게 변질시킨것을 어쩌란 말입니까. 그래도 여기 허대령님

만 계시면 한국관을...예전의 그 모습을 다시 되찾을수 있게 만들겁니다. ”


그와같이 거들면서 한마디 하는 사람이 민정당 시절 국회의원을 지낸 이인섭 전 의원이다. 그 역시 이미 80이 가까운 고령이다.


“ 그래요, 정말...그때의 한국관으로 돌아갈수만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


인섭의 그와같은 말에 어떤 기대와 희망같은것이 보이기라도 하는듯 표정이 밝아지며 말하는 보람. 그렇게 오붓한 분위기속에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이번엔 허승규가 자신에게 걸려온 휴대전화 한통화를 받는다.


“ 어...그래 자넨가 ? 허허...이 사람...좀 빨리 와야지 이리 늦으면 어떡하나. 여긴

벌써 명장님도 와 계시고 다들 와 있네. 그래, 어서와 이 친구야. 너무 늦었어.

“ 누구...또 올 사람이 있는건가요 ? ”


그와같은 통화에 의아함을 느끼며 보람이 물은것인데 석민도 누구인지를 알고 있는듯 보람에게 설명을 덧붙여준다.


“ 예, 원래 한명이 더 이 자리에 오기로 했는데, 길이 막히는지 실은 늦어지고 있

네요. 좀 빨리 와야 이 사람까지 해서...사업 이야기를 좀 더 진행시킬텐데... ”


한국관이 추진하는 사업과 관계가 있는 또다른 사람인가 보람은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민석이
다시금 설명을 덧붙여준다.


“ 전명장님 댁과도 인연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어머니대...아니 더 정확히는

외할아버지대부터 인연이 있는분이죠. ”


도대체 누구길래 보람의 외할아버지때부터 인연이 있다는 것인지. 여전히 의아해하고 있는 가운데,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을때 그 자리에 들어서는 사람이 있다. 승규가 먼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손짓을 한다.


“ 아...저기 오는군. 허허허...어서와 이 사람아. 아니, 왜 이렇게 늦었어 ? 빨리 와

야 우리가 이야기를 진행시킬게 아닌가. ”


자리에 들어선 사람은 뜻밖에도 꽤나 젊어보이는 사람이었다. 헌데 이번엔 이인섭 전 의원이 젊은 남자를 보람에게 소개시키며 이와같이 말한다.


“ 이분이 바로 이미영 명장님의 따님이신 한국관 2대 명장이자 대표 전보람 선생

님일세. 자네도 알지 ? ”

“ 아, 예 알다마다요. 정말 이렇게 다시 뵙게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그리고 오랜만

이구요. 생전에 이명장님 모습 그대로시네요. ”

“ 아니...자...잠깐만요. 절 아신다구요 ? ”


여전히 의아해하고 있는 보람에게 남자는 자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 송태권 교수님을 아시죠 ? ”
“ 아 !!! 송교수님 알아요. 저희 어머님과는 고향 선후배 사이시죠. 헌데...송교수

님과는 대체 어떻게... ”

“ 이쪽이 바로 송태권 교수님의 외아들 송창진 교수입니다. 지금은 아버지의 뜻

을 이어받아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지요. ”

“ 가...가만 그럼...니가 창진이...니가 그 창진이라구 ? ”

“ 네, 명장님. 제가 바로 송창진입니다. ”

“ 어머, 그럼 대체 이게 얼마만이야. 어머, 너무 반가워. 누나가 너 아주 애기때

봤는데...세상에...기억하니 ? ”

“ 전명장님 얼굴보다는 이미영 명장님 얼굴을 더 잘 기억하고 있지요. 이명장님

께선 제가 한 초등학교 다닐때까지만 해도 저희집에 자주 오셨었으니까요. ”

“ 그랬구나. 하긴...생각해보니 송교수님 아들이면 나이가 벌써 그 정도 되었겠구

나. 그 생각을 했는데. 세상에...어머 니가 창진이었구나. ”

“ 허허허...이거 참...생각했던대로 꽤나 감격스러운 상봉의 자리가 되었구먼. 자자

...어쨌든 다시 앉아 식사나 계속하며 이야기를 마저 나눕시다. 아직 우리가 사업

과 관련 해야할 이야기들이 많아요. ”


윤민석 실장의 그와같은 말에 다시 자리하게 되는 허승규 전 대령과 이인섭 전 의원. 그리고 나이 40대 초반의 젊은 송창진 교수(역사학과) 이들이 식사를 계속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대화가 어느정도 마무리될때쯤 보람이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낸다.


“ 저...그리고 이건 약소하지만 윤실장님과 이의원님께...많이 신경써주시고 도와주

십사하고 이렇게... ”

“ 하하...이거 뭘 이런걸 다...요즘 세상에...어쨌든 감사히 받겠습니다. ”


보람이 핸드백에서 꺼내 건네준것은 노란색 대봉투다. 헌데 꽤나 두툼해보인다. 보람이 건네준 그것을 민석과 인섭이 건네받고. 보람은 이번엔 승규에게도 뭔가를 건네준다.


“ 그리고 이건 약소하지만 허대령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약소하지만 받아주세요

. 그리고 앞으로 많이 살펴주시구요. ”


승규에게 건네준것은 작은 상자였다. 보석이나 반지같은게 들어갈만한 정도 크기의. 승규는 그것을 받고 보람은 이번엔 창진에게 미안하다는듯 말을 건넨다.


“ 누나가 그런데 오늘 우리 창진이 줄 선물은 준비 못했네 ? 미안해 창진아. 진작

알았으면...누나가 우리 창진이 선물도 신경 썼을텐데...미안해 창진아. 대신 다음

에 창진이건 누나가 따로 준비해줄게. ”

“ 하하...아닙니다 누나. 전 오늘 이렇게 누나 다시 만나보게 된것만으로도 영광인

것을요. ”


보람과 네 남자는 제각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대체로 오붓하고 화기애애했던 식사자리다.



밤늦은 시간. 한국관의 뒤쪽 다소 어둡고 후미진쪽에 있는 건물에 불이 켜져있고, 그리고 그 안에서 간간이 풍악이 울려퍼진다. 건물은 비교적 낡아보이고, 청소나 정리도 오래 하지 않은것인지 어두운 밤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녹슨 부분이나 무성히 자란 잡초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안 불이 켜져있는 방에서 판소리와 가야금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몇몇 인사들이 한상 잘 차려진 주안상과 함께 술을 즐기고 있다. - 바로 얼마전 임병남이 몰래 촬영을 하려다가 인주와 보람에게 ‘촬영 금지구역’이라며 제지를 당한곳이다. 방은 앞쪽은 무대 그리고 거리를 약간 두고 술상이 차려져있는 무슨 극장식당같은 분위기며, 술자리에선 이인섭 전의원과 허승규 전 대령 그리고 그 두사람과 엇비슷한 연배의 70대 인사 두어명 정도가 더 자리하고 있다. 송창진 교수와 비슷한 나이의 40대 젊은 교수 몇 명도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술자리의 사람들은 흥겨운 국악공연을 가락을 맞춰 즐겨가며 술을 나누고 있는중이다. 그리고 어려보이는 여자아이 몇명이 불려져와 술을 따라주기도 한다. 술을 따라주는 여자애들도 물론 다들 한복차림이다.


“ 허허허...이것참 고맙습니다 전보람 명장. ”


이인섭 전 의원이 다소 오른 취기를 깨기위해 잠시 밖으로 나왔다가 인사를 하러온 보람과 마주쳤다. 보람이 다소곳이 인섭에게 인사를 건넨다.


“ 너무 오랜만에 높으신 분들을 모시고 마련한 자리라...접대가 만족하시려는지 모

르겠습니다. 저도 어머니로부터 귀동냥으로만 들은 소리지 직접 전수받지는 못한

거거든요. 그래서... ”

“ 하하하...별말씀을...이명장님께서 생전에 마련한 자리보다 훨씬 훌륭합니다. 더

좋아요. 그리고...내가 진짜 이런 자리를 지난 20년 넘게 얼마나 그리워 했었는

데... ”


그와같이 말하는 인섭의 말투엔 어떤 감회와 착잡함 같은것이 서려있다. 보람과는 대충 인사말을 나누고 도로 자리로 가는 인섭. 한편 허승규는 여자애들이 따라주는 술에 이미 많이 취해있는듯 하다.


“ 이봐, 허대령. 많이 마셨어 ? ”

“ 어어...아니...좀...괜찮아...걱정마 이의원. ”


횡설수설하며 손을 내젓는걸 보니 이미 술이 꽤 취해있는 모습이다. 그 모습이 걱정스러운듯 인섭이 승규의 안색을 살펴본다.


“ 이봐...이제 그만하지 그래. 그러다 또 예전처럼 실수하면 어쩌려구 ? ”

“ 이 사람아 실수는 무슨 ! 내가 언제 실수를 했다고 그래. 아니, 그리고...말이 났

으니 말이지만 이 의원...내가 왕년에...나 처럼 우리 각하 마음 잘 알아주던 사람

이 어디있었나 ? 예전에...우리 각하 맘 나 처럼 잘 이해해드린 사람이 또 누가

있었냐구 ? ”

“ 그래,그래. 하지만 그게 다 언제적 일인가. 하지만 다 화무는 십일홍이고. 벌써

그동안 강산도 두 번이상이 변했어. 그 시절 이야기 뭐 이제와서 새삼하면 뭐해

? ”

“ 그런데 왜 자네는 하필 옛날 이야긴 꺼내서 사람 심기를 건드렸나. 그러지말고

얘...거기 아가 ! 이리온. 이리와서...오빠한테 술이나 좀 따라준나. ”


이미 많이 취해있는 승규. 술시중을 담당하고 있는 한복차림의 앳된 여성이 약간 불편해하는 기색을 내비치며 조심스레 다가가 술을 따라준다. 헌데 승규는 그런 여자아이를 와락 안는다.


“ 어이구 요것...어이구 너 몇 살이냐 ? ”

“ 어머낫 ! 왜 이러세요 ? ”

“ 왜 이러긴...우우웅...이 오빠가 너 재미있게 해주려 그러지. 이 오빠가 너한테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테니 들어주랴 ? 어...그래 무슨 이야길 해줄까 ? 그

래, 각하 이야기 너...오늘 이 오빠가 작정하고. 우리 각하의 아무도 모르는 아

주 은밀한 이야기 들려주마. ”


‘아주 은밀한 이야기’라는 말을 할때 승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보기까지 한다. 하지만 여자는 싫다며 승규를 뿌리치려 한다.


“ 어머, 싫어요. 이거 놓으세요. ”

“ 싫기는...이것아...오늘...내가 아무도 모르는...각하의 아주...은밀한...아주 어두

운곳의 이야기 하나 들려준다니까. 이건 정말 이 아저씨만 알고있는 아주 찐

하고 화끈한 이야기야. ”

“ 어머, 싫어욧 ! 이거 왜 이러세요 ? ”


하면서 거듭 승규를 뿌리치려 하는 여자. 술기운도 올라있는 상태라 승규는 여자의 거부하는 태도에 약이 올랐다.


“ 아니, 근데 이X이...무슨 이야긴지 들어보지도 않고 왜 화를 내 ? 우리 각하...

우리 각하 이야기 들려준다고. ”

“ 싫어요. 저 이만 나가겠어요. ”

“ 싫기는 이년아 ! 가긴 어딜가 ! 돈받구 왔으면 끝까지 시중을 들어줘야지. 가긴

어딜 간다구 그래 ? 이리와 이X아...하하...이리 오래두 ? ”


승규를 뿌리치고 일어나서 자리를 피하려는 여자를 기어이 막아서며 그는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는다.


“ 너 이X아 그럴게 아니라...우리 각하...너 우리 각하가 어떤분인지 아니 ? ”

“ 몰라요 ! 저 그리고...이거 놓으세요 정말 !!! ”

“ 이 X이 근데...너 이리와. 너 진짜 오빠한테 맴매좀 맞아야겠다. 너 누굴 닮아서

이리 버릇이 없어. 에잇~! 찰싹~! 찰싹~! ”


그러면서 여자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기까지 하는 승규. 여자가 거듭 화를 내고 인섭이 안 되겠다는듯 다가와 만류하려 한다.


“ 허허...거 참...왜 이래 ? 내 그러기에 그만 적당히 마시랬더니...이봐요 미안해요.

아가씬 그만 나가보구...앉아. 허대령은 앉아서 나랑 이야기나 좀 해. ”

“ 이 사람아 ! 내가 여기서 자네랑 무슨 이야길 더해. 나 오늘 자네같은 노땅들하

고 이야기하러 온거아냐 !!! 여기 어린애들 !!! 여기 어린애들 붙잡고 좀 할 말이

있어 온거라구. ”

“ 아니, 근데 이 사람이 정말 취했나 ? 애들한테 무슨 말을 한다는거야 ? 그만 들

어가. ”

“ 놔 이거...너...거기 서라 이 기집애야. 이 아저씨가 오늘 작정하고 은밀한 이야

기 들려주고 간다. 너 이리와 이 기집애야. 너 우리 각하가 5천억을 왜 모으신

건지 알아 ? 1조원을 왜 모으신건지 아냐구 ? ”


진짜 무슨 작정이라도 한것인지 이미 자리를 피해 어느새 옷까지 갈아입고는 밖으로 나가려는 여자를 막아서고는 계속 횡설수설 늘어놓는 승규, 여자는 승규를 떼어내려 발버둥을 친다.


“ 너 이리와. 너 그거...사실은 만주땅 사려구 모아둔 돈이란 말야 이 X아 !!! 니

가 그 각하 마음을 알아 ? 29만원 ? 야 !!! 이 XXX들아 !!! 사실은 우리 각하가

만주땅 사려구 그 시절에 모아둔 1조원 !!! 그 1조원이란 말야 !!! 이 XXX들아.

“ 이 사람아 그만해. 지금 그 이야길 그 아가씨 붙들고 해서 뭐 어쩌겠다는 거

야 ? 그만 놔줘 !!! ”


보다못한 인섭이 승규를 만류하려하고 자리가 이미 흥겹게 술마시며 놀 분위기가 아닌지라 다른 손님들도 이쪽으로 와 승규를 만류하려 하거나 자리를 뜨려한다. 하지만 승규는 여전히 아가씨를 놓아주지 않은채 계속 그녀를 품에 안은채 횡설수설 내뱉는다.


“ 만주땅 사려고 모아둔 돈이다. 그 돈이. 우리 각하께서 그래도 힘있는 시절에

만주땅 사둬야 된다고 모아둔 1조원이이야. 근데 김OO, 김OO, 노OO 그 XXX

들이 우리 각하 1조원을 죄다 어디다 삥땅쳐놓고. 29만원밖에 안 남은거란 말야.

그걸 니들이 알아 !!! ”

“ 아악 !!! 사람살려 !!! 사람살려요. ”


술에 취한 칠순노인이 방금전까지 술시중을 들어주다 자리를 뜨려는 아가씨를 한사코 붙잡고 와락 품에 안은채 대관절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수 없는 이야기를 계속 내뱉고 있으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여자는 한사코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지만, 승규는 이 참에 오늘 아주 이 여자 세뇌교육이라도 시켜야 겠다는듯 작정하고 더더욱 발악을 한다.


“ 29만원 ? 그 29만원이 사실은...만주땅 사려고 그 시절에 1조원 모아둔걸 !!!

그걸 김OO,김OO,노OO 그 XXX들이 다 삥땅쳐놓고...이제 남은게 29만원이란

말야 이 XXX아...근데 이 미친X들이...알지도 못하면서...크흐흐흑 !!! ”


그러더니 승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서럽게 통곡을 한다. 정말 이 세상에서 이토록 서럽고 원통하게 통곡을 하는 칠순노인은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서럽게 우는 승규. 인섭이 다가와 그를 만류한다.


“ 이 사람아...제발 그만해. 지금 와서 그런 이야길 하면 뭐 어쩌자는거야 ? 지금

그런 이야기 애들 붙잡고 늘어나봐야 무슨소용 있냐구 !!! ”

“ 만주땅 사려고 모아두신 돈이란 말이다 이X들아 사실은...우리 각하께서 고구려,

발해가 다스리던 그 드넓은땅...설마 돈으로는 살수 있겠지. 그 생각으로 모아두신

1조원인데...뭐 ? 비자금 ? 정치자금 ? 야 !!! 이 김OO,김OO,노OO 이 XXX들아 !

!! 그러는 니들은 도대체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역사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냐 ? 우리 각하는 그래도 그 시절에...고구려,발해 옛땅 되찾아야 한다고 1조원

모아두셨는데...니들은 그 많은돈 다 어쩌구 지금 29만원 밖에 안 남았냔말이다.

그게 29만원이란 말이다 이X들아 !!! 아이고...우리 각하께서 고구려,발해땅 되찾

으려고...만주땅 사려고 모아두신 1조원이란 말이다 이 X들아. 그 1조원 다 어쩌

구...29만원밖에 안 남았냔 말이다 이X들아 !!! 으흐흐흑~~~!!! ”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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