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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티아라 보람 (5) 걸그룹 팬픽 2 (티아라)


                                      부제 : 신들의 만찬 성도희 외전



한국관의 뒤를 캐보라는 임무를 시민단체로부터 부여받은 병남은 그후 종종 손님으로 가장 한국관에 들르곤 했다.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로 한국관 이곳저곳을 찍어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하루는 한국관내 시설을 찍다 좀 더 은밀한 곳까지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러다 누군가의 제지를 받게 되었다.


“ 이봐요 ! ”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본 병남. 걸렸구나 싶은 생각에 어떻게 변명을 해야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가까이 다가오는 여인의 얼굴을 보고는 바로 놀랄수밖에 없었다.


“ 아...아니 당신은 ? ”


나이트클럽에서 만났을때는 밤중에 어두운 장소이기도 했고, 게다가 지금은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지만 분명 그때 만난 그 여자. 하인주였다. 인주 역시 바로 병남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 뭐...뭐에요 ? 당신이 왜 여기에 ? ”

“ 아니, 그럼...여기서 일하는 여자였던거에요 ? ”

“ 이봐요 !!! 말조심해요. 여기서 일하는 여자라니 !!! ”


병남의 말에 순간 발끈한 인주는 바로 정색을 하고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 저는 이곳 ‘한국관’의 전체를 관리하는 매니저이며 이곳의 대표이자 2대 명장

이신 전보람 명장님의 뒤를 이어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딸 하인주입니다. ”

“ 아...아니 그럼 당신이 ? ”


‘아 ! 바로 그 하인주로구나.’ 그제서야 병남은 시민단체로부터 한국관 일을 부여받았을때 팀장이 해준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는 한국관과 관련한 워낙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관 대표라는 한식조리명장들의 이름이 거명되었고, 그때 스쳐지나가듯 3대째 후계수업을 받는다는 하인주의 이름을 듣긴했지만 바로 잊고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후 나이트클럽에서 그녀의 이름을 들었을때, 이름이 웬지 익숙하다는 느낌은 들었는데, 그 하인주가 바로 이곳 한국관 3대 명장 후계수업을 받고있는 하인주일거란 생각까진 설마 하지 못했던것이다. 여하튼 참 묘한 만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일단 이 상황을 어찌 모면해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 어쨌든 말씀드렸지만 이곳은 사진촬영 금지구역입니다. 죄송하지만 별다른 볼

일 없으시면 여기서 나가주세요. ”

“ 사진촬영 금지구역이라면...여기에 어떤 말못할 사연이라도 있는건가요 ? ”


시간을 좀 끌어볼 요량으로 그렇게 말을 하며 주위를 살펴본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뭐...보면...이곳 한국관내 다른 건물과 별다른 차이없는 한옥건물뿐이고...그리고

이런저런 조형물하며 전통장식...그게 전분데 왜 촬영이 안된다는거죠 ? ”

“ 이봐요 !!! 이곳은 어쨌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한식당 ‘한국관’이고, 엄

연한 공공시설입니다. 혹 관람이 목적이라면 다른 공개되어있는곳을 보세요. 여

긴 비공개 구역이니까요. ”

“ 거 참...아가씨...나이트에서도 그러더니만 진짜 성격 까칠한 아가씨네. 이봐요

. 거 뭐...무슨 엄청난 비밀이 있어서 사진촬영까지 금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

만, 거 너무 그러지 좀 맙시다. 그냥 좀 여기저기 궁금하고 신기해서 찍고 있는

것 뿐인데... ”

“ 뭐라구요 ? ”


성격 까칠하다는 말에 발끈한 인주가 항의하듯 말한다. 그때 이쪽으로 다가오는 여인이 한명 있었다.


“ 무슨 일이니, 인주야 ? ”


인주의 어머니이자 한국관 2대 대표 전보람이었다. 병남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전통한복 차림의 여성을 바라본다. 보람이 이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며 말을 건넨다.


“ 무슨일이신가요 손님 ? ”

“ 어...엄마...이 사람이...여기 사진촬영 금지구역이잖아. 그래서 찍지 말라고 했더

니... ”

“ 어...그래 ? ”


인주의 설명을 듣고 병남을 바라보는 보람.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여긴 일반인 출입도 금지되는 곳이구요 사진도 찍어서는 안되는곳입니다. 한국

관 관람을 원하신다면 제가 다른곳을 안내해드리죠. ”

“ 거...참...알았어요 알았어. 그...사진찍는거 안된다니 그건 제가 안하죠. 하지만

참...아주머니나 따님이나 되게 성격들 까칠하시네. ”

“ 뭐에요 ? ”


자신에 이어 엄마 보람에게까지 그와같이 무례하게 나오자 인주는 더더욱 화가 났다. 항의하듯 뭐라고 한마디 더 하려는 인주를 보람이 일단 만류하고 자신이 나선다.


“ 이것봐요. 대체 어디서 온 청년이고 뭐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대

한민국 대표 한식당 ‘한국관’이고 정부와 보조를 맞춰 한식 및 전통문화 홍보 사

업까지 하는곳입니다. 예의는 지켜주시고, 금지된 사항은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


바로 그런 사업들에 비리가 있는것 같다고 해서 시민단체로부터 뒷조사를 좀 해보라는 부탁을 받고 온 병남 아닌가. 따라서 병남으로선 오히려 보람의 그와같은 설명들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무튼 공연히 여기서 더 실랑이를 벌여봐야 자기 정체가 탄로날 우려도 있고하니 병남도 더는 시비는 걸지 않고 이 자리를 빠져나가려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할 이야기는 더 있는듯 빈정거리며 한마디를 더 한다.


“ 그리고 아주머니...그 아주머니가 이곳 대표이신가 본데...따님 교육좀 제대로 시

키슈. 여기선 이런옷 입고 꽤나 얌전떠나본데...하하하...아마 보기와는 다를걸요

. ”


얼마전 나이트에서 만났던 하인주를 머리에서 떠올리며 사뭇 빈정대며 말하는 병남. 그와같은 태도에 다시금 인주가 발끈하고, 보람은 그런 딸을 다시한번 만류하며 버릇없는 청년을 꾸짖는다.


“ 이봐요. 내 웬만하면...그래도 손님이고 하니 좋은말로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무례함이 정말 심하구먼. 내 딸은 엄연히 이곳 한국관에서 3대 한식조리명장 후

계수업을 받는 아이고, 난 이곳의 2대 대표이자 명장입니다. 말씀을 가려가며 해

주셨으면 하네요. ”

“ 아이고, 네네...알았습니다 아주머니. 제가 이리 사과드리죠. ”


하지만 사과의 말투가 아니라 사실상 비꼬고 있는것 아닌가. 더욱이 한국관의 2대 대표라고 분명히 자신을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람을 계속 ‘아주머니’라 부르고 있다.


“ 이것보세요. 거 젊은 친구가...정말 부모가 뭐하는 사람인지 진짜 버르장머리가

없구만. 아주머니라니. 난 여기 2대 대표에요. 회사로 치면 사장이라구 !!! ”

“ 허허...참...아주머니를 그럼 아주머니라 부르지 아가씨라 부를까요 ? ”

“ 뭐가 어쩌구 어째 ? ”


정말 싸움이라도 날것 같은 기세. 실랑이가 오래가고 언성이 높아지자 지나가던 직원 몇몇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이런식으로 싸움이 켜져봤자 좋을것 하나 없다는 판단을 한 병남은 일단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
온다.




휴일에 집에서 쉬고있던 병남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병남의 고향친구라며 웬 여자가 만나자고 한다. 서울까지 올라와 일부러 자신을 보고싶다고 할 고향 여자애가 없을텐데. 의아해하면서도 자신이 잊고 있었던 사람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병남은 일단 여자가 만나자고 한 약속장소인 커피숍으로 나가보았다. 헌데 자리엔 웬 여성이 뒤로 돌아선채 앉아있었다. 커피숍엔 다른 여자손님은 없는듯하고 딱 그 한사람뿐인것 같은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말을 걸어보았다.


“ 저...혹시 전화주셨던... ? ”


그러자 여자가 뒤를돌아 병남을 본다. 순간 병남은 흠칫 놀랐다. 뜻밖에도 인주였다. 그녀는 바로 병남을 향해 손에 들고있던 종이뭉치 하나를 집어던진다.


“ 참여연대에 전화해서 너에 대해선 이미 알건 다 알아봤어. ”

“ 아...아니 도대체... ? ”


충격과 놀라움에 황망해하고 있는 병남에게 보란듯이 인주는 말한다.


“ 뭐 ? 강남에 살어 ? 하긴...나도 원래 나이트에서 자기소개 하는 남자들 이야긴

원래 안믿긴 하지만. 난 또 그래도 처음엔...진짜 웬 강남백수 하나가 한국관까지

일부러 와서 막걸리에 파전만 시켜먹고 가는건가 했더니... ”


병남은 ‘한국관’을 찾을때마다 보통 막걸리와 파전 또는 감자전 같은 메뉴를 시켰다. 한국관의 메뉴는 대개가 한정식이거나 궁중요리 또는 2인 이상의 단체손님이 왔을때 먹을수 있는 음식이었다. 혼자 시킬수 있는것은 비빔밥과 막걸리,파전 정도가 전부였는데. 그래서 하는수없이 병남은 한국관에 들를땐 늘 막걸리와 파전을 시켰던것이다. 인주의 말이 이어진다.


“ 그날 일 이후에...아무래도 이상해서 직원들한테 너에대해 좀 알아보라 시켰지.

들어보니까 맨날 식당에 와선 막걸리와 파전만 시키고는 뭘 열심히 찍고가더라

하더라고. 그러니 나 아니더라도 누구더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을거야.

헌데 그래도 내가 거기까지 지시하진 않았는데, 내가 그렇게 시키고 나니 직원

한명이 아예 니 뒤를 밟은 모양이더라구. 그리고 니가 참여연대 사무실로 들어가

는것까지 본 모양이야. ”

“ 아...아니 그럼... ”


한마디로 이미 인주는 병남의 뒷조사를 다 한 모양이었다. 하긴 전화를 걸어 병남을 불러낼때 자기 신분을 고향(?) 친구라고까지 한걸보면 병남의 고향이 서울이 아닌 지방이란것까지 알고 있다는 소리 아닌가. 병남이 너무 기가막히고 황망해하고 있는 가운데 인주는 병남의 궁금증이라도 풀어주려는듯 설명을 덧붙여준다.


“ 참여연대 사무실로 바로 전화를 해봤어. 혹시 임병남이란 사람이 거기 직원으로

있냐구 ? 그랬더니 친절하게 니 고향과 지금 사는곳 그리고 휴대폰 전화번호까지

내가 궁금해하는대로 다 가르쳐주더라 ? 그러니 니 신상이야 뭐 식은죽 먹기로

알게된거고... ”

“ ...... ”

“ 시민감시팀 ? ”


병남이 일하는 부서까지 언급하며 인주는 병남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추궁하듯 묻는다.


“ 도대체 이유가 뭐야 ? 한국관에서 대체 뭘 캐내려는거야 ? ”

“ 캐...캐내기는 무슨... ”

“ 캐내는게 아니라고 ? 기업들 뒷조사해 비리 캐내는게 일인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X이 한국관에 와서 매일 이곳저곳을 살펴보는게 뒤를 캐내는게 아냐 ? 누가봐도

뻔히 보이는 상황이구만 뭐. ”

“ 허...어허험... ”


인주가 모든 것을 다 알아버렸으니 이제 모든게 다 틀렸구나 하는 생각에 병남은 하늘이 노래진다. 무엇보다 참여연대에 취직하고 나서 처음 부여받은 업무 아닌가. 그러니 이대로 물러설수는 없는일. 기왕 이렇게 된거 한번 공세적으로 나와보자는 생각에 병남은 엄포라도 놓듯 인주에게 말한다.


“ 너네 그...한식 세계화 재단이랑 한다는 한식 세계화 사업...그거 사기라고 소문

이 자자하던데 ? ”

“ 누가 그따위 헛소리를 해 ? ”

“ 헛소리는...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이미 다 나오는 이야기들이구만 뭐. ”

“ 헛...그랬어 ? 결국 그런거였구만. 그 잘난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는 놈도 결국

그깟 인터넷 찌질이들이 퍼트리는 루머에 넘어가서 멀쩡한 남의 가게 뒤를 밟

아 ? 에라이... ”


인주는 테이블에 놓은 물컵 하나를 당장 병남에게 끼얹기라도 할 기세였다. 하지만 병남도 기왕 이렇게 된거 쉽게 물러서진 않겠다는듯 한마디 한다.


“ 너네 그 세계화 사업...에이전시 해준다는 외국 업체도 실상 사무실도 없고...대

표도 사실은 전과자라던데 ? ”

“ 그 사람에 관해선 이미 몇 달전에 해명 보도자료 냈어. 미국에서 책도 써냈고,

공신력 있는 인사야. ”

“ 책 써냈다고 다 공신력 있는 인물이냐 ? 요즘은 사기꾼같은 X들도 책만 잘 써

내더라. ”

“ 그래서 뭐 어쩌자구 ? ”


한국관의 비리를 캐내겠다는 시민단체 직원과 그 한국관의 후계자 수업을 받고있는 여인의 맞닥뜨림이다. 사실상 양쪽 다 쉽게 물러나긴 힘든자리. 두 사람 사이엔 이미 긴장감이 팽팽히 감돌고 있다.


“ 그리고...한국관이랑 한식 세계화 재단...협력업체로 손잡은 그 ‘한류카페’란 곳도

알고보면 한국 안티카페라던데 ? 배후도 사실은 일본인이고. ”

“ ‘한국포럼’ 두고 하는말 같은데, 한국포럼은 원래 재미교포 2세가 창단한 카페야

. 그리고 지금은 대개 K-pop에 관심있는 미주와 유럽인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

회원도 많이 가입해있지. 이만하면 해명은 다 끝난거 아닌가 ? ”

“ 하지만...그 카페가 한국 여성들의 해외 매춘사례 까발리고...심지어 툭하면 국내

에서 벌어지는 연예인 자살사건이라던가 이런저런 비리들. 그런것까지 확대 해석

해서 유포시키고 있는...그런 문제는 해명 안 했잖아 ? ”

“ 난 모르는일야. ”


인주는 딱 잡아뗀다. 병남이 그런 인주를 어이없다는듯 바라본다.


“ 인터넷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화도 몰라. 소위 ‘한국관’을 3대째 이어

가려한다는 후계자가 그만한것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일단 후계자

자격은 없네. ”

“ 뭐하자는거야 지금 ? ”


병남의 말이 사실상 인주에 대한 인신공격성으로 이어지자 지금까진 비교적 여유를 부리던 인주도 비로소 화가났다. 병남이 그런 인주에게 한발자국 다가선다.


“ 하인주 잘 들어 ! ”

“ 놔 이거... ”


병남이 인주의 팔을 나꿔채자 한 소리다. 하지만 병남은 물러서지 않고 인주에게 엄포라도 놓듯 말한다.


“ 어찌되었든...너희 ‘한국관’ 이래저래 문제가 많은 업체인건 사실인거고. 난 그

전모를 세상에 밝히려는 사람야. 그러니 각오 단단히 해두는게 좋을거야. ”

“ 뭘 단단히 각오해 ? 이미 정체까지 다 탄로난 마당에... ”


하긴 생각해보니 그렇다. 한국관 2대 대표 전보람의 딸이며 3대 후계수업을 받고있는 하인주가 참여연대 직원으로 있는 임병남의 정체를 다 알아버린 상황이라면 이미 게임은 끝난것 아닌가. 하지만 병남은 병남 나름대로 다른 뾰족한 수라도 있는것인지 여전히 지지않고 인주에게 한마디 한다.


“ 여하튼 난 너희 한국관의 비리 반드시 세상에 까발리고 말거야. 그리고 김일성

가문 3대 세습하듯 모계로 대대로 그 자리 물려받는 너희 그 족벌운영 체계도

반드시 박살내버리고 말거고. ”

“ 이 아저씨가 이제보니 웃기네 ? 뭐 ? 족벌세습 ? 그딴소린 재벌가에나 가서 할

소리지...일개 한식당에 무슨 재벌세습이야 ? 무슨...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있어.

“ 소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식당에다 무슨 한식조리명장까지 대대로 혈통으로

세습하고 있고, 게다가 전통공연에 전통공예품 판매에 한방연구까지...그런 사업들

까지 정부와 손잡고 하는 그런 업체면...절대 일개 한식당에서 벌어지는 가내기업

은 분명 아니지 !!! ”

“ 그래서...대체 뭘 어쩌자는건데 ? ”

“ 난 너따위 여자한텐 관심없어. 하지만 기왕 내가 일하는곳에서 부여받은 업무인

이상. 너네 한국관 반드시 끝장을 내버릴테니 각오 단단히 하고 있으라구 !!! ”



월요일. 저녁을 사겠다는 유정아 팀장의 말이있어, 퇴근후에 병남은 그녀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병남이 참여연대에서 일하게 된지는 이제 한달이 조금 지났다.


“ 그래, 한국관 일은 잘 돼가 ? 뭐 좀 큰거 물어온게 있어 ? ”


시민단체의 감시팀에서 일하게 되면서 한국관의 비리를 캐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병남. 그로부터 몇주가 지난일인지라 정아 입장에선 그동안에 무슨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해진것이다. 하지만 성과는 고사하고 자신의 정체까지 후계자라는 인주에게 모두 들통난 상황 아닌가. 쭈볏거리며 대답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공연히 머리만 긁적이고 있다.


“ 너무 걱정할건 없어. 그래도 ‘한국관’ 정도 되는곳의 뒤를 캐는게 그리 쉽지는

않을거란 생각은 나도 하고 있었으니까. ”


병남이 행여 의기소침해할까 우려되어서일까. 그가 무슨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지레짐작이라도 한듯 먼저 위로의 말부터 건네는 정아다. 그런 정아에게 병남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 그런데 팀장님... ”

“ 왜 ? ”

“ 그...‘한국관’ 같은 경우에도 족벌세습에 해당이 된다 말할수 있을까요 ? 어쨌거

나 한국관이 무슨 재벌기업도 아니고. 어쨌든 실력이 있으니까 그만한 한식조리

명장이 된거 아닙니까. 헌데...그걸 갖고 꼭 족벌세습이라 비난하는건... ”


얼마전 자신의 정체를 밝혀낸 인주와 설전을 벌였을때, 그녀의 말에 어느정도 설득이라도 되었던것일까. 바로 인주가 자신에게 반론으로 내세웠던 이야기를 병남이 지금 정아 앞에서 하고있는 셈이다. 정아는 잠시 물끄러미 병남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어보인다.


“ 물론 ‘한국관’이 무슨 재벌기업은 아니자. 하지만 어떤 한국관인가 ? 물론, 공공

기관은 아니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식당이고 종종 정부와 손잡고

전통문화와 전통한식을 계승하는 그런 사업도 벌이는곳이야. 그러니 그런곳의 경

영일수록 더더욱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하지 않겠어 ? ”

“ 하지만 팀장님... ”

“ 됐어. 임병남씨가 지금 뭘 고민하고 있는지는 나도 대충 짐작이 가. ”


병남이 뭘 짐작하고 있다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아가 너무 지레짐작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아는것처럼 이야기하니 병남은 조금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정아는 시민단체에서 10년넘게 일을 해온사람. 그러니 그바닥(?)에 대해서는 신출내기 병남보다야 아는게 많다면 많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 어떤게 족벌기업이고...어떤게 가업계승이냐. 사실 애매한 경우가 많은거 사실이

지. 알고보면 외국에도 대대로 어떤 전문직종이나 업체를 이어오고있는 그런 가

문도 많고...또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그 직업을 대물려 하는 사례. 외국에도 흔히

볼수있는 사례기도 하거든. 또 의사니 법조인이니 선생이니 하는 직업도...물론

그런건 그 무슨 유전같은것과도 연관이 된다고 봐야하겠지만...대대로 그런 직업

을 이어받아 하는것. 그런것까지 색안경끼고 나쁘게 볼수는 없지. ”

“ ...... ”

“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면도 있지. 솔직히 조그만 가게나 식당같은것을 해도

기왕이면 자기 자식에게 물려주고싶지 생판 모르는 남한테 물려주고 싶은 생각

갖고있는 사람 아마 거의 없을거야. 또 자녀 입장에서도 뭐 솔직히 아버지가 작

은 점포라도 하고 있으면...어디 취직시험 보느라 고생하느니 차라리 아버지 가게

에서 빌붙어 일하고 싶다. 그런 생각 드는거 인지상정 아니겠어 ? “


병남은 말없이 정아의 빈잔에 술을 한잔 따라주고 정아는 그것을 마신다. 그리고 이야기를 계속해나간다.


“ 하지만...또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란게 뭔가. 옛날 왕조시절엔 왕자리 차지한 가문

에서 대대로 물려받는것이었지만, 민주주의는 그만큼 한 나라를 다스릴만한 역량

이 되는 사람. 그만큼 국민의 신망을 많이 받는 사람. 그런 사람을 나라의 대표로

뽑자고...그런 취지에서 시작한게 민주주의 아닌가. ”

“ ...... ”

“ 요즘 무슨 경제민주화다 뭐다 말도 많지만...뭐 그런 개념은 실상 보다 전문적이

고 구체적으로 파고들자면 복잡한 이야기긴 하지만. 내가볼땐 경제를 민주화 시

킨다는것도 똑같은 개념 아닌가 생각돼. 결국 기업이나 업체같은것도 족벌계승보

다는 보다 실력이 있는사람, 보다 그 공동체내에서 신망을 받는 사람. 그런 사람

이 이어갈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는것. 그걸 진정한 경제민주화라 할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그렇게 생각해 난. ”


조금 열변이 되어서일까. 정아는 냉수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며 정신을 다소 가다듬는다. 병남이 말없이 그런 정아를 바라본다.


“ 그리고 임병남씨...어찌되었거나... ”

“ ...... ”

“ 전에도 자세히 이야기했지만...한국관은 원래 좀 문제가 많은곳이야. 물론 뭐 군

사정권의 협력을 받으며 성장했다고 꼭 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거지만...여하튼

한국관은 본래 80년대 후반...아니 90년대 초반까지도 그냥 전통한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식당으로 운영되다...문민정부때부터 전통혼례라든가 공연등...그런 전통문

화 복합공간으로 성격을 바꿔갔던거거든. ”


말을 잠시 멈추고 정아는 병남을 바라본다. 별다른 대꾸는 없었지만 병남의 표정만큼은 진지해보였다. 절대 정아의 이야기를 허투루 듣고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 그 뜻을 한번 잘 생각해봐...왜 원래 한식당 운영하는것을 문민정부,국민의 정부

거치면서...성격을 그렇게 바꿔갔는지를... ”

“ 대체...그 시절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는건가요 ? ”

“ 그걸 모르니까 우리가 구체적으로 지금부터 알아보려는것 아닌가. 그리고 무엇

보다...여하튼 90년대 초반부터 복합 전통문화 공간으로 성격을 바꾸어 십수년을

그렇게 이어온 ‘한국관’인데... ”

“ ...... ”

“ 그게 솔직히...이 정부들어 성격이 다시 이상해졌어. 말했지만...그 한식 세계화

사업이란것도 그렇고...한류포럼인가...한국포럼인가 하는 외국인 카페와 손을 잡

고 무슨 일을 한다는것도 그렇고. 여하튼 하나는 알고보면 사기고, 또 하나는 정

작 한국 안티 카페라는곳을...생각해보니 그것도 사기극에 넘어간거구만. 안 그래

? ”

“ 듣고보니 그것도 정말 그러네요. ”

“ 그래서...이 정부 들어서 다시 이상해진 한국관을 바로 잡아보려한다. 그게 우리

의도인거야. 무슨말인지 알아듣겠나, 임병남씨 ? ”

“ 네, 잘 알겠습니다 팀장님. ”


정남은 숯불위에 놓여져 다 익어가는 고기 몇점을 집어먹고 있다. 정아는 어느새 술을 몇잔 해서 얼굴이 벌개져 있지만, 병남은 정아처럼 그렇게 술을 많이 하진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나서 병남이 좀 많이 취한듯한 정아를 부축해 함께 식당에서 나온다.


“ 하아...임병남씨... ”


인근 벤치에 앉아 찬바람을 맞으며 술기운을 깨려 하고있는 정아.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나도 참여연대에서 일한지가 어느덧 10년이 조금 넘지만...사실 시민단체도 이

젠 많이 변질되었어. ”

“ ??? ”

“ 처음엔 진짜 우리사회 잘못되고 부조리한곳을 바꾸고, 억울하게 핍박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대변자가 되어주는 그런곳이 되고 싶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르다

보니... ”


취기가 아직 다 가시지 않은탓일까. 정아는 정아 나름대로 자신의 속내를 내비치며 울분을 토로하는듯하다.


“ 한마디로 지금은 시민단체도...너무 정치논리에 여기저기 이끌리게 되었단말이지.

결국 어느 한쪽 진영에 속해있지 않고서는 자유로울수 없는 시민단체. 나 솔직히

그게 곁에서 지켜보면서 늘 안타까웠어. ”


그리고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어보는 정아. 얼굴에 회한이 서려있다.


“ 하지만 임병남. ”

“ 네, 팀장님. ”

“ 하지만...그래도 그 한국관 비리 밝혀내는일은 꼭 해내야돼. 이건 윗선에서 지시

가 있어 하는일이기도 하지만, 나도 나 나름대로의 사명감이 생겨서 시작한 일이

니까...임병남씨 자네가. 꼭 좀 잘 해내주었으면 해. ”

“ 열심히 하겠습니다 팀장님. ”


목소리에 제법 힘을 주어 병남은 대답하고 정아는 그런 병남이 듬직하게 느껴지는지 엉덩이를 손으로 툭툭 쳐본다.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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