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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티아라 보람 (4) 걸그룹 팬픽 2 (티아라)



                                     부제 : 신들의 만찬 성도희 외전



7년후.


“ 병남아... ”


어디론가 떠나는듯 짐을 챙겨 집을 나서는 병남을 그의 세 누이 명희,승희,정희와 그들의 어머니 주순영 여사가 눈시울을 붉히며 배웅하고 있다. 둘째누나 승희가 병남의 손을 잡아본다.


“ 병남아...서울 올라가거든 밥 진짜 잘 챙겨먹고...그리고 너 민아누나 알지 ? 서

울로 시집간 누나 친구 류민아말야. 누나가 전화해서 너 가끔 밑반찬좀 챙겨주라

고 이야기해 놓았으니까, 집에서 혼자 맨날 인스턴트 식품만 사먹고 그러지말고

반찬 떨어지면 어려워말고 바로 민아누나한테 전화하던가 해. 알았지 ? 인스턴트

식품, 참치캔,햄,소세지 맨날 이런것만 사먹고 그러면 안 돼 ? 누나 말 무슨말인

지 알았지 ? ”

“ 알았어 누나. 걱정은 원...내가 뭐 한두살 먹은 어린앤가. ”


병남은 서울의 직장에 취직을 하게되어 올라가게 된 것이다. 전북대 법학과를 나온 병남에겐 대학시절 그를 눈여겨보며 아껴주던 한창섭이란 교수가 있었고, 그가 자신이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참여연대’란 시민단체에서 일할수 있도록 주선을 해준것이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어릴때부터 워낙 불을 무서워해 가스렌지 불 하나 켜지 못하고, 라면하나 끓일줄 모르던 병남이었기에 엄마나 누나들이나 그 점이 제일 걱정되는것이다. 전주에서 학교를 다닐때도 늘 같이살던 셋째누나 정희가 밥을 해주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때는 심지어 직장생활을 하느라 바쁜 큰누나 명희에게까지 전화해 밥해달라고 졸르던 병남이 아니던가. 그런 병남이 가까운곳도 아니고, 아는사람도 거의 없는 서울까지 올라가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오죽 걱정이 되지 않으랴. 셋째 정희도 병남이 여전히 걱정되는지 한마디 거든다.


“ 병남이 너...전기밥솥 불 켜는거는 알지 ? 설마 너 그것도 무서워하는건 아니지

? ”

“ 누나도 참...내가 가스렌지 불 켜는걸 무서워하는거지 어디 전기 스위치 켜는걸

무서워하는 사람인가 ? 아무렴...전기 스위치 켜는것까지 무서워하면 그동안 화

장실은 혼자 어떻게 갔을까 ? 걱정마 누나 ! 전기밥솥 켜는건 혼자서도 아주 잘

할수 있으니까. ”

“ 그래,그래. 뭐 걱정말라니까 마음은 놓겠지만...아무리 그래도...흑... ”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래도 워낙 20년 넘게 함께 살면서 막내 동생 병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누나들인지라 안쓰러움과 걱정하는 마음이 쉽게 떠나지는 않는다. 명희도, 승희도, 정희도 병남을 한번씩 꼭 안아본다.


“ 누나...그만들 해. 나 원...누가보면 진짜 어디 전쟁터에라도 동생 떠나보내는 건

줄 알겠네. 정작 나 군대갈때는 별로 울지도 않던 사람들이... ”

“ 이것아 !!! 솔직히 군대갈때보다 지금이 백배는 더 걱정된다. ”


하긴 사지육신 멀쩡하고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 임병남의 중요한 문제는 단지 어릴때부터 워낙 불을 무서워해 가스렌지를 켜지 못한다는것이다. 그 외에는 혼자 빨래도 할줄알고, 청소도 할줄아는 병남이다. 다만 문제는 역시 가스렌지 하나 켜지 못한다는것. 그래서 라면도 제대로 끓여먹지 못한다는것. 따라서 그런 병남이 엄마도 누나들도 없는 먼 서울에서 혼자 살게되면 하루 밥 세끼를 대체 어찌 챙겨먹을지. 지금 그걸 걱정하는것 아닌가. 군대에서야 배식이 나오니 그것 걱정할일은 없지만.


“ 하이고...이것아... ”


26년간 병남을 키워온 순영 역시 막내아들을 꼭 안아보고는 한참을 서럽게 흐느껴운다. 사실 병남은 순영이 직접 낳은 아들은 아니지 않는가. 그녀가 딸 셋을 내리낳고, 2대독자이기도 한 순영의 남편 동철이 그래도 가문의 대를 이어야할 아들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시절 그쪽의 고아원에서 입양을 해온것이 아닌가. (동철이 2대독자, 병남이 3대독자가 되는것이다.) 비록 그와같은 사연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남편이 늘 대를 이을 아들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아이였기에 누구보다 신경을 쓰며 정성을 다해 키워왔던 어머니 순영이었다. 헌데 그런 병남을 떠나보내게 되었으니 어찌 눈물이 나지 않으랴.


“ 어머니...우시기는...제가 어디 죽으러 가요 ? 진짜 오늘...너무들 운다. 그리고 요

즘 세상에...휴대폰도 있고 인터넷 화상통화 같은것도 있는데. 멀리 있어도 연락하

고 얼굴볼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러니 너무들 걱정말아요. ”


정말 객지로 떠나보내는 병남을 안쓰러워하는 어머니와 누나들의 모습이 너무 서럽고 슬퍼보며 병남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그래도 어렵게 취직자리가 난 서울로 가지 않을수는 없는법. 어떻게든 일단 엄마와 누나들을 달래보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 그만...그만들 울어요. 이제 그만...기차 놓치기전에 빨리 가야겠네. 둘째누나 어

서 가자. 그리고 엄마, 큰누나랑 셋째누나 다들 몸 건강히 잘 있어요. ”


둘째누나 승희가 미리 불러놓은 택시 한 대가 병남의 집앞에 당도해있었고, 누나들이 병남 가방 옮기는것을 거들어주어 택시 트렁크에 싣는다. 그리고 승희가 함께 정읍역까지 배웅을 하게 되었다. 병남이 탄 택시가 곧 출발한다.


“ 병남아 ! 잊지마 !!! 민아누나한테 얘기해 두었으니까 밑반찬 꼭 챙겨먹어. 하루

삼시세끼 밥 굶지말고 !!! ”


기차역에 동생을 내려주며 역시 걱정이 되어 다시금 그와같이 다짐을 받아두눈 둘째누나 승희. 막상 이렇게 집을 그리고 엄마와 세 누나곁을 떠나려하니 병남도 그제서야 눈시울이 붉어진다.


“ 임병남 ? ”


서울로 올라온 병남은 취직을 하게된 참여연대 사무실에 첫 인사를 가게 되었다. 우선 사무처장이 병남과 간단한 면담을 갖게된다.


“ 네, 전북대 법학과를 나온 임병남이라고 합니다. ”

“ 그래요, 한창섭 교수님 추천서는 우리가 이미 받아 읽어봤어요. 그리고 학교 성

적이 꽤 좋구만. 공부를 참 잘했나봐 ? ”

“ 잘하긴요...그래봤자 어차피 지방대학인데...과찬이시고 쑥스럽습니다. ”

“ 그래도...이 정도 성적이면 거의 상위권인데...이만한 성적 내기가 쉬운건 아니지

지. 더욱이 법대생 아닌가. 좋아. 마음에 드는군. 외모도 그만하면 호감이 가고.

어쨌든 좋았어. ”


사무장은 격려하듯 병남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준다. 대체로 병남을 믿음직해하고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이다.


“ 그럼...일할곳 발령을 내야지. 우선 시민감시 2팀에 빈자리가 있으니 거기서 일

하기로 하고 내일부터 출근하도록 해요. ”

“ 예, 잘 알겠습니다 사무장님 ! ”


씩씩하게 대답을 하는 병남.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 임병남 !!! ”


병남이 참여연대의 시민감시팀에서 일하게 된 지 일주일여정도가 지났을때. 시민감시팀장 유정아가 그를 불렀다. 정아는 30대 후반의 지적인 이미지의 노처녀였다.


“ 병남씨 혹시 한국관에 대해서 들어봤어 ? ”

“ 한국...관...이요 ? ”


얼핏 들어본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은지 병남은 다소 말을 얼버무리듯 묻고 있는데 정아의 말이 이어진다.


“ 한국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한식당이지. 지금은 정부산하기관인 ‘한식

세계화 재단’과 손을 잡고 한식 세계화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

“ 아, 네에...그런곳이 있었네요 ? ”


‘한국관’이란곳이 이름은 들어본적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곳인지 잘 몰랐던듯 그제서야 그와같이 대답하는 병남. 정아의 말이 이어진다.


“ 근데 사실은...그 한국관에 생각보다 비리가 많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 ”

“ 비리가요 ? ”


시민단체의 감시팀이라는게 통상적으로 그런일들을 감시하는곳. 따라서 아마 그와 관련해 자신한테 어떤 임무라도 주어지려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아는 한국관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들려준다.


“ 사실 그곳이 여러 가지로 좀 석연치가 않은곳이야. 우리도 그런 제보를 잇달아

받으면서 한국관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긴 했는데. ”

“ ...... ”

“ 공식적으로 그곳은 1954년 봄에 전통한식당으로 첫 개원을 한 곳이거든. 그때

설립을 한 분이 초대대표 이미영씨였고. ”

“ 아, 네에. ”


병남으로선 한국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되는것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처음 알게된 정보에 대한 호기심도 가는듯한 반응을 보이며 대답한다. 정아는 안경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을 이어간다.


“ 헌데...문제는...54년이면 그땐 이미영씨도 불과 서른이 채 안 되었을 나이거든.

그런데...서른살도 안 된 젊은여자가 무슨 돈이 있어 그런 식당을 차릴수가 있었

을까 ? 사실 거기부터가 석연치가 않아. 더욱이 그땐 전쟁이 끝난지 1년도 채 지

나지 않았을때잖아 ? 그때가 한식당이나 차리며 여유부릴 정신이 있을때일까 ? ”

“ 하지만...전쟁 끝난뒤에 생계수단으로 밥집을 차리거나 그랬던 분들은 많다고 하

지 않았나요 ? 6.25때 월남한 실향민중에도 냉면집 하면서 여기서 기반잡은분들

이 꽤 많은걸로 아는데. ”

“ 그거하고 이건 경우가 다르잖아. ‘한국관’은 처음 출발부터 고급 한식당을 지향

하고 만들어진곳이야. 무엇보다도... ”

“ ...... ”

“ 사실 그곳이 5.16 군사 쿠데타 직후부터 급성장을 하게된곳이야. 그 전까지는

그저 서울시내에 자리잡은 조금 크고 고급스러운 한식당에 불과했는데... ”


정아는 물을 한모금 마시며 숨을 조금 돌리고는 말을 이어긴다.


“ 한마디로 군사정권때 급성장한곳이란 곳이지. 그리고 80년대 들어선 1대 이미

영씨에 이어 그 딸인 2대 전보람씨가 2대 한식조리명장이자 한국관 대표로 그

운영권을 계승받아 이어온곳인데... ”

“ ...... ”

“ 90년대 들어서 문민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에 ‘한국관’을 단순한 전통 한식당

의 성격에서 벗어나 전통혼례도 치르고 전통공연도 하는...한마디로 우리나라 전

통문화 복합공간으로 성격을 업그레이드 확대시켜 나갔어. 국민의 정부 들어선

그와같은 성격이 더더욱 확대되었고말야. 한방연구사업도 그때(DJ 정부때) 한국

관에서 하는걸로 논의가 되었긴 한데...그건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좀 있어서

흐지부지 되었긴 하지만말야. ”

“ 그런 일들이 다 있었네요 ? 전 오늘 다 처음 알게된 사실이에요. ”

“ 뭐...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야 잘 모를수 있는거겠지. 아무튼...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를 거치면서 한국관을 ‘한국 전통문화 복합공간’으로 확대,계승 발전시켜 나

가려는 시도는 계속되어 왔던거거든. ”

“ 그런데...거기에 어떤 문제가 생긴건가요 ? ”

“ 아까 말했듯이...알고보니 그 한국관에 비리가 좀 많은것 같더라고. 여하튼 그에

대한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고... ”

“ ...... ”

“ 또 하나...이건 진짜 중요한 문제인데말야. ”


정아는 말하기가 조금 조심스러운듯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본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 그...한국관이 이 정부 들어서 새롭게 하고있는 ‘한식 세계화 사업’...그게 사실은

사기극이란 소문이 있어. ”

“ 사기극이요 ? ”

“ 나도...처음엔 인터넷을 통해 접한 이야기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이게

인터넷에서 좀 개념있는 블로거나 논객들 사이에선 꽤 널리 퍼진 소문이더라고.

우선 ‘한식 세계화 재단’의 한식 해외진출 사업을 돕는다는 유럽 업체가...실상 사

무실도 제대로 없고...한마디로 좀 봉이 김선달 같은 곳이다. 그런 이야기가 있어.

그러니...만약 사실이면 한마디로 소위 한식 세계화 사업이란 명분아래 국민 혈세

만 쏟아부어 사기꾼 아가리에 처넣고 있는 상황이 되고있는것이지. 그것도 외국

사기꾼한테... ”

“ 세상에...어떻게 그런일이...? 그건 정말 놀라운 사실이네요. ”

“ 그리고 또 한가지... ”

“ 그 외에 뭐가 또 있나요 ? ”

“ 그...한식 세계화 해외홍보를 맡고있는 인터넷 카페도 실은 일본인들이 배후에

있는 본래는 한국 안티카페란 이야기가 있거든. 처음엔 한류랑 K-pop을 좋아

하는 외국인 네티즌들이 주도해서 만든 카페라고만 들어서 한식 세계화 재단

의 해외홍보사업 협력팀으로 일을 같이하게 된건데...아무튼 진상을 알고보면

그곳이 사실은 한국 안티카페고 배후에 일본인이 있다. 그런 소문도 지금 인터

넷에 꽤 널리 퍼져있어. ”

“ 아니, 세상에 어떻게 그런일들이...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운 일 투성이네요. ”


듣고보니 병남도 기가막혀하는 표정이다. 정아가 그런 병남에게 임무를 부여한다.


“ 그래서 병남씨한테 지금부터 그에관한 일을 맡겨주려는거야. 그 ‘한국관’의 뒤를

병남씨가 지금부터 캐봐. 내 말 무슨말인지 알겠지 ? 오늘부터 한국관 일은 병남

씨가 전담하게 되는거라구. ”

“ 예, 잘 알겠습니다. 팀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


시민단체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후 처음 맡게된 일이라서인지, 병남은 사뭇 의욕에 찬 목소리로 마치 상관에게 대답하는 군대 쫄병처럼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한편 정아는 아직 할 이야기가 좀 더 남은듯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간다.


“ 그리고말야 병남씨... ”

“ 네, 팀장님. ”

“ 이건 뭐...아직 지금 이런말까지 할 단계는 아니지만... ”

“ ??? ”

“ 뭐 이건...금년 대선이 어떻게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지만...만약

금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 ”


정아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킨다.


“ 차제에 아예 한국관의 경영체계를 바꾸는것까지 지금 우리가 논의중에 있어. 물

론 이건 참여연대만 하는게 아니라...이쪽 진영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중인

문제이긴 하지만말야. ”

“ 경영체계를 바꾼다구요 ? ”

“ 한마디로 다른곳에 경영권을 넘긴다는 이야기지. 아까 잠시 설명했지만 원래 한

국관은 전통 한식당으로 출범한 곳이지만...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종

합 전통문화 공간으로 그 성격을 확대시켜온 곳이라고. 헌데 그 대표는 공교롭게

도 소위 한식 조리명장이라는 이미영씨,전보람씨가 대를 이어 물려받고 있잖아.

1대가 이미영, 2대가 그 딸 전보람. 그리고 지금은... ”

“ ...... ”

“ 전보람의 외동딸 하인주가 사실상 3대 후계자로 낙점을 받아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중이야. ”

“ 허허...정말이요 ? 무슨 재벌가 족벌세습 같네요. ”

“ 그러니까 하는소리야. 지금 한국관이 한식만 취급하는곳이 아니잖아. 공연도 하

고...전통공예품도 만들고...게다가 김대중 정부 시절엔 한방 연구사업까지 하려던

곳인데...왜 그런곳을 한식 만드는 요리사들이 계속 대대로 대표를 하냐구. 이거

바꿔야하지 않겠어 ? ”

“ 듣고보니 그러네요 정말. ”

“ 뭐 아무튼 이건 금년에 정권이 바뀌어야 본격적으로 추진할수 있은일이긴 하지

만...따라서 이번에 임병남씨가 한국관 감시를 맡는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그러

니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봐. ”

“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팀장님 !!! ”




주말에 병남은 서울 시내의 한 나이트클럽에 들렀다. 병남도 사실상 정읍에서 자라난 촌놈이었기 때문에, 난생처음 서울에 올라와 즐기는 이런저런 문물과 문화들이 신기하고 흥미롭기만 했다. 물론 요즘이야 지방이라고 해서 서울과 그리 크게 다를것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지방의 소도시에서 자란 사람이 서울에 올라와서 즐기는 그 기분과 느낌만큼은 예전과 크게 달라질것이 없다.


나이트 클럽 무대에서 한바탕 신나게 춤을 추었다. 술도 이미 몇잔 걸친상태라 한마디로 기분이 ‘뿅~!’ 가 있었다. 저만치에서 한바탕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여자 한명이 눈에 들어왔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여자의 신명나게 흔들어대는 춤사위 때문인지 여자가 그런대로 예쁘고 섹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참에 한번 서울여자나 꼬셔보자는 생각에 병남은 바로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 병남은 사실 은근히 여자를 밝히는 성격이다.


웬 남자 한명이 끼어드는 모습을 보고 여자는 신명이 났는지 더 흥겹게 춤을추며 병남의 장단을 맞춰주었다. 둘이 자연스럽게 짝을 지어 춤추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춤을추며 생글생글 웃어보이는 여자의 모습이 예뻤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없이 춤을추고 자리로 돌아온 병남. 아까 그 여자를 찾아보았다. 여자는 저쪽 다소 어두운 자리에서 혼자 홀짝홀짝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조명이 어두웠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까 같이 춤췄던 그 여자임은 금방 알아볼수 있었다.


“ 어이... ”


하지만 병남이 부르는 소리에 여자는 살짝 병남을 흘겨본다. 하지만 병남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법 능글맞게 여자의 앞쪽 의자에 마주앉아 허락도 없이 안주 하나를 집어삼킨다. 여자는 황당해한다.


“ 뭐야 ? ”


자기 자리에 놓인 안주를 허락도 없이 제멋대로 집어먹으며 자리에 앉은 남자가 기가막히다는듯 여자가 말한다. 하지만 병남은 싱긋이 웃어보인다.


“ 우리...아까 무대에서 ? ”

“ 아 ? 아아... ”


그제서야 여자도 조금전 그 남자였음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여자는 곧 손을 내젓는다.


“ 나 남자에 관심 없거든. 그러니 귀찮게 하지말고 가. ”


여자도 술에 어느정도 취한것인지 꼬부라진 목소리다. 그런 모습으로 말하는게 우스워보이는지 병남은 약간 빈정거리는 투로 말을 건넨다.


“ 아까 같이 춤까지 추고는 웬 내숭야 ? 그러지말고 우리 같이 이야기나 하지 ?

“ 나 남자에 관심 없다고 했다. 가 어서. 나 조용히 혼자 술마시고 싶으니까. ”

“ 에이~~~!!! ”


여자의 그와같은 태도를 앙탈로 여겼음인지 병남은 오히려 더 능글스레 다가가본다. 여자를 여전히 빈정거리며 놀려댄다.


“ 아까 내가 장단맞춰줄때는 아주 신나 죽더만. 그러면서 왜 내숭야 ? 그러지말고

아가씨 이름은 뭐야 ? 내 이름은 임병남. 그리고...어...강남살어 !!! ”


정읍에서 올라왔다고 하면 촌놈이라며 무시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병남은 허풍까지 떨어댄다. 실제 병남은 둘째누나 승희의 친구 민아가 도와줘 마련해준 강북의 한 단칸방에서 살고있다.


“ 강남산다구 ? ”


하지만 여자는 병남의 말을 못믿겠다는듯 빈정거린다.


“ 하여튼 이런데 와보면 전부 서울대 아니면 이화여대 나왔고 전부 강남 산다고들

하더라. 니 말을 믿을거 같아 내가 ? ”

“ 어어...왜 이래 ? 이 아가씨 진짜...사람말 못 믿나 ? 내가 우리집 사진 한번 보

여줘봐 ? 보여줘봐 ? ”


그리고는 기왕 이렇게 된거 좀 더 뻗대보자는 생각으로 휴대폰까지 꺼내 진짜 뭐라도 보여줄것 같은 허세를 부려본다. 하지만 여자는 여전히 병남을 비웃고있다.


“ 쓸데없는짓 하지말고 가라. 나 너같은 놈들 아무리 그래봐야 안 넘어가는 여자

니까.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느니, 의대를 나왔다느니 강남의 몇평짜리에 산다느

니...하여튼 이런데 오는 놈들은 허풍 하나는 X나 세요 !!! 시끄러 가 !!! 누난 가

끔 직장생활하면서 주말에 이런데 스트레스 풀러 오는 사람이거든. 너같은 애들

이랑 놀려고 오는 여자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만 가보세요 아가야 ? 네 ? ”


여자의 태도로 봐선 정말 병남의 가벼운 허튼 수작에 그렇게 쉽게 넘어갈 여자는 아닌것 같다. 하지만 그런 여자의 태도에 진짜 한번 꺾어보고 싶다는 호승심이라도 생긴것인지. 병남도 물러서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본다.


“ 직장생활 하다 스트레스 풀러 온다구 ? 잘 됐네 ? 나도 사실은 서울에서 힘들

게 직장생활 하다 주말이라 스트레스 풀러 온거야. 그러니 같은 처지의 친구끼

리 서로 의지하며 살자. ”

“ 아깐 강남 산다며 ? ”

“ 강남에 살면 뭐...직장 안 다니냐 ? ”

“ 강남 백수 아니었어 ? 집에 돈 많아서 이런데 펑펑 돈 쓰러 오는 백수. ”

“ 아냐, 나 백수 아냐 !!! 진짜 직장다닌다니까. 명함 보여줘 ? ”


하면서 병남은 진짜 명함을 꺼내 보여줄 기세였다가 ‘아차~!’ 싶은지 도로 명함을 집어넣는다. 명함엔 버젓이 자신의 직장과 주소가 다 나와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강남에 산다는게 거짓말이었음은 대번에 들통날거구. 더욱이 병남의 직업은 시민단체 일개 말단직원에 불과하다. 요즘세상에 시민단체 일개 말단 직원의 추근댐에 어떤 여자가 넘어갈까. 아닌말로 진짜 어디 서울대 법대,의대쯤 나오고 로펌변호사나 대형병원 의사쯤 된다고 한다면 모를까. 그러고보니 좀전에 ‘서울에서 힘들게 직장생활한다...’운운했던것도 실수다. 서울에서 힘들게 산다고 하는 말이 사실상 지방에서 올라온 촌놈이란 의미가 내포된것이고, 게다가 강남에서 살 정도의 부잣집 아들이면 힘들게 직장생활 할 이유야 거의 없는것 아닌가. 그런데 ‘서울에서 힘들게 직장생활 하며 주말에 스트레스 풀러 온다’니. 짦은 시간동안에 병남은 이미 여자앞에 허점을 너무 많이 드러낸것 같다. 그래서일까. 여자는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듯 자리를 뜨려한다.


“ 됐다. 누난 너같은 유치한 어린애랑은 별로 말섞고 싶지 않거든. 그러니 그만

가봐라. 누나도 이제 그만 가봐야해. ”

“ 야... ”


하지만 아쉬운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여자의 앞을 병남이 막아선다. 여자는 기가막혀하며 기어이 화를낸다.


“ 지금 뭐하자는 짓이야 ! 좋은말할테 비켜라. ”

“ 그...그러지말고...나 진짜 이대로 헤어지긴 아쉽다. ”

“ 아쉬워 ? 이 누나가 그렇게 예뻤나보지 ? ”


남자의 애가타하는 모습이 재미있다는듯 여자는 그와같이 말한다. 병남이 다시한번 애원조로 말을 건넨다.


“ 그러지말고 우리 휴대폰 번호라도... ”

“ 스읏... ”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여자는 바로 거부해버린다. 그러자 다시 병남이 애원한다.


“ 그...그럼 이름만이라도...이름 알려주는건 어렵지 않잖아. 내가 먼저 가르쳐줄게.

난 임병남이라고 해. 임병남. ”

“ 칫~! ”


한사코 막아서는 병남이 재미있기도 하고 좀 짜증이 나기도 하는지 여자는 헛웃음을 내뱉는다.


“ 그러지말고...응 ? 이름만이라도 알면 다음에 와서 찾아볼수 있을거아냐 ? 그러

니까. 내 이름은 임병남이거든. 니 이름은 뭐야 ? ”

“ 나 남자에 관심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 ”

“ 이름만... ”

“ 하하... ”


참 그 녀석 말 안 통한다는듯한 심정으로 다시금 그와같은 의성어를 내뱉는 여자. 결국 하는수없이 이름은 가르쳐준다.


“ 좋아 뭐. 이름 가르쳐준다고 큰일나는것도 아닌데. 내 이름은 하인주야. 하 ! 인

! 주 ! ”

“ 하...인주... ? 이름 예쁘네. ”

“ 어쨌거나 난 남자한테 관심 없으니까 기대말고 다음에 여기 또 오더라도 나

찾진마. 너때문이라도 나 다음부턴 여기로 안오고 다른데로 옮겨야겠다. 그럼

누난 이만 진짜 가본다. ”


그리고 여자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뜬다. 병남도 이제 더 이상 여자를 막아서거나 성가시게 하고 싶지는 않은지 그냥 놓아둔다. 다만 그녀의 이름만 두어본 곱씹어본다.


“ 하...인...주 ? 하인주라고 ? ”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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