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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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티아라 보람 (3) 걸그룹 팬픽 2 (티아라)


                                      부제 : 신들의 만찬 성도희 외전



19년후.


“ 아니, 병남아. 넌 도대체 어떻게 된애가...여태 가스렌지를 하나 켤줄을 모르니

? ”

“ 무서우니까 그러지이... ”


다소 칭얼거리는 말투로 대답하는 스무살 청년의 이름이 임병남. 그리고 그런 동생 병남을 살짝 핀잔을 주며 흘겨보는 여인은 큰누나 임명희다.


“ 넌 진짜...아닌말로...다행히 나라도 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에 망정이지...

만약 내가 다른곳이나...만약 서울이나 이런데서 직장생활 하고 있으면 어쩔려 그

랬어 ? 아무리 막내누나가 없어도 그렇지. 혼자 라면하나 끓여먹을줄을 모르니...

어떻게... ”

“ 미안해 누나... ”


직장생활을 하느라 피곤한 큰 누나를 보채 배가 고프다며 저녁을 지어달라고 부른 동생 병남이다. 하지만 명희 역시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한 처지라 밥을 지어준다거나 그럴만한 시간이나 힘은 없어 간단히 라면을 끓여주고 있었던것이다. 그런 누나에게 미안한듯 병남은 머리를 긁적인다.


“ 그래도 미안한건 아냐 ? 이 녀석아. ”


전주대 법학과 1학년에 재학중인 임병남은 고향인 정읍에서 전주로 올라와 살고있는 중이었다. 원래 셋째누나 정희가 먼저 대학에 입학 현재 4학년이라 병남도 전주로 올라오면서 셋째누나 집에서 같이 살게 되긴 했지만, 정희가 오늘은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늦게 들어오는 날이었기 때문에 병남이 역시 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누나 명희에게 전화를 해 밥을 지어달라 조른것이다. 그래서 명희가 직접 찾아와 동생 병남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었고. 그러면서도 여지껏 라면은 고사하고라도 가스렌지불 하나 켤줄 모르는 동생을 핀잔을 주듯 말했던것이다.


“ 하여튼 난 참 이해할 수가 없어. 넌 도대체 누굴 닮아 그렇게 불을 무서워하냐

?... 어머낫~! ”


그와같이 말하다 순간 실수를 깨달은듯 명희는 손으로 자기입을 막았다. 사실 병남은 입양아인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9년전. 딸을 낳으면 한국관을 이어갈 훌륭한 3대 한식조리 명장이 될터이니 훌륭하게 잘 키우고, 하지만 아들을 낳으면 한국관에 해를 입힐 마군이가 될터이니 낳자마자 죽이라는 무당의 예언을 들었던 전보람. 바로 그녀가 아들을 낳고는 옆자리의 산모이자 미혼모 신세가 된 이해리와 아이를 바꾸었고. 그 이해리는 미혼모 신세가 된 자신을 돌봐주고 있었던 친구 민경에게 자초지종과 함께 아이를 부탁했고, 그 아이는 당시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임동철이란 독실한 크리스찬에게 입양이 되었다. 2대독자이지만 결혼후 딸 셋만 낳고 아들이 없었던 동철이 아들은 입양을 하기로 결심하고 한 고아원을 찾았는데 그때 입양한 아이가 바로 해리의 친구 민경에 의해 맡겨진 보람의 아이였던 것이다. 동철은 아이를 입양한후 이름을 병남이라 지었다. 그러나 병남은 이와같은 사실을 아직까지 전혀 모르고 있다. 한편 80년대엔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동철은 90년대 들어선 식구들과 함께 고향인 정읍으로 내려와 작은 농장을 하나 경영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 벼...병남아 아무튼...좀 사내아이가 용기있게 이제...혼자 스스로 가스렌지불도 켜

고 그래봐. 사내아이가 그렇게 용기가 없어가지고 너...그래서 장가는 어떻게 갈래

? ”

“ 장가야 뭐...언젠가 때가되면 인연이 생기겠지. ”

“ 불도 무서워서 가스렌지 하나 켤줄 모르는 애한테 요즘애들이 잘도 시집오겠다.

요즘은 그리고 다들 맞벌이 하기 때문에...아닌말로 퇴근한 아내를 위해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해줄줄 아는 남자가 일등신랑감이야. ”


큰 누나 명희의 핀잔을 들으며 병남은 그녀가 차려준 라면을 묵묵히 먹는중이다. 명희는 그런 동생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임병남. ”

“ 응, 누나 ? ”

“ 넌 어쨌든 아빠,엄마가 너 각별히 생각하신다는거나 알고있어. 너 우리집 3대

독자인건 알지 ? ”


입양아지만 어쨌든 병남의 아버지는 대를 이을 목적으로 사내아이를 입양한것이다. 그리고 그 병남을 집안의 3대독자라며 귀하게 키운 병남의 집안이다.


“ 하여튼 세상이 아무리 변했어도...우리나라 남자들...대를 이어야한다는 의식은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다니까...아...아니다 병남아. 내가 오늘 이거 자꾸 괜한

이야기를 하는것 같네. 그냥 밥이나 먹어. ”


아무래도 자신이 괜한 소리를 지껄인것만 같은 미안한 마음에 동생에게 사과하는 명희. 헌데 병남이 그런 명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 누나... ”

“ 왜 ? 병남아. ”

“ 그런...우스개 있잖아. 그... ”

“ 우스개 ? 무슨 이야기가 있는데 ? ”

“ 어떤...명문대를 나온 굉장히 머리좋은 남자가 하나 있는데. 그 남자가 미스코리

아 출신인 어떤 여자를 짝사랑했다. 하지만 워낙 이 남자는 외모가 딸려서 차마

고백을 못하다가. 하루는...그 미스코리아가 사실은 굉장히 머리가 나쁜 여자라는

걸 알고 이렇게 한번 프로포즈를 해봤대. ‘아가씨, 당신이랑 제가 결혼하면 당신

의 미모와 내 명석한 두뇌를 닮은 아주 근사한 아이가 나오지 않을까요 ?’ 그러

자 그 미스코리아가 이렇게 응수했다더라. ‘이봐요 아저씨. 하지만 정 반대로 당

신 외모와 내 머리를 닮은 2세가 나오면 그땐 어떡하죠 ?’ 그랬다는... ”

“ 썰렁하다 얘. 그게 벌써 언제적 유먼데 그걸 우스개라고 말하고 있냐 ? 친구들

이나 여자애들 웃기고 싶거든 좀 최신 레퍼터리를 찾아보든가. ”

“ 누나...내 말은 그런게 아니라... ”

“ ??? ”

“ 그 이야기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어. 유전이란게...우성인자들끼리 결합을

할수도 있지만...진짜 그 우스개처럼...하필이면 남자와 여자의 열성인자만이 합

쳐져 그런 아이가 세상에 나올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

“ 나 원 별...웃자고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갖고 심각하게도 고민했다. 근데...

그런 이야긴 갑자기 왜 하는건데 ? 아닌말로...열성인자끼리 합쳐지면 그럼 뭐

어떻게 된다는 소린데 ? ”

“ 그런게 아니라...유전이란것도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을 많이 만들 수

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거든. ”

“ 아이러니한 상황 ? ”

“ 응, 방금 열성인자끼리만 뭉쳐진 참 난감한 상황을 놓고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가령 부적절한 관계에서 아이가 생겼는데...그 아이가 하필 아빠,엄마의 우성

인자끼리 뭉쳐져서...더 뛰어난 인재가 나오는...그런 상황이 나올수도 있지 않

을까하는... ”

“ 무슨소리야 그게 도대체 ? ”


병남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것일까. 조금은 짜증스럽게 되묻는 명희에게 병남의 설명을 덧붙인다.


“ 가령말야...연예계에서 어떤 가수와 연기자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아이가 생겼

다고 치자. 헌데...그 2세가 공교롭게도 그 가수와 연기자의 우성인자만 딱 물려

받아 생긴거지. 그래서 그 아이가 성장해서 나중에 굉장히 훌륭한 만능 엔터테이

너가 되는...그런 경우도 생길수 있지 않을까하는... ”

“ 나 원 별...너도 참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다 하고 그러냐 ? ”

“ 말이 안되는게 아니라 충분히 논리적으로 성립될수 있는일 아냐 ? ”

“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저녁이나 먹어. 그러다 라면 다 식겠다. ”


명희의 그와같은 말에 하던 식사를 마저 하게되는 병남. 헌데 오늘따라 동생 병남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지는 참 의아하기 짝이없는 노릇이다. 설마 자신이 입양아인걸 눈치라도 채고 있는것은 아니겠지. 물론 병남은 갓난아기때 입양이 되었고, 게다가 집안에서도 친자식처럼 키웠기 때문에 병남의 식구들을 제외하곤 주위 그 누구도 눈치챌수가 없다. 따라서 정황상 병남이 자신이 입양아란 사실을 눈치챌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는 생각에 일단 스스로를 위안하며 명희는 애틋한 눈빛으로 저녁을 먹는 막내동생 병남을 바라본다.



서울. 보람이 의사인 남편 석진에게 핀잔을 주듯 말하고 있다.


“ 당신도 참...사람이 어쩜 그래요 ? ”


아침부터 남편 석진을 사뭇 원망하듯 쏘아보고있는 보람. 하지만 석진은 사뭇 능글맞게 씨익 웃어보이며 아침을 들고있다.


“ 아니, 도대체...무슨 사람이 나이 50이 넘도록 가스렌지 하나 켤줄을 몰라 ? 그

리고...요즘 세상에 그 나이 먹도록 라면 하나 끓일줄 모르는 남자가 대체 누가

있어요 ? ”

“ 허허...참 이사람아...한상 잘 차려주고선 왜 또 그러나 ? 먹자구 그만... ”

“ 당신 솔직히 이야기해봐요. ”

“ 솔직히 ? 뭘 ? ”

“ 당신 정말 어릴때 불에 크게 데이거나...아니면 큰 화재같은거 당하거나 그런

일 없어요 ? 남들도...심지어 심리학 전공한 교수도 그러더라구요. 어릴때 크게

그런일 겪거나 한 사람이 아닌 다음엔 있기 힘든 일이라 그러더라구요. ”

“ 허허...참...그...유전인가보지 뭐...여하튼 우리 아버지도 어릴때부터 불을 무서

워하셨고...그래 우리 할아버지도 그러셨다니...그런걸보면 유전인가보지 뭐...

그리고 그 이야긴 정말 당신이랑 25년 살아오면서 천번도 넘게 했던것 같네. ”

“ 당신네 집안이 양반집안이었던건 분명한것 같네요. 하인이라면 불 다룰 일이

많았겠지만...양반이라면 불 다룰일이 뭐가 있었겠어요 ? 아닌말로 글을 읽을

때도 정 뭣하면 하인불러서...‘얘, 이리와. 불좀 켜다오.’ 그랬겠지요. 하긴 제방

의 호롱불 하나 켤줄 모르는 양반이라면...하인들이 골치 꽤나 썩었겠지만... ”


아내의 말투가 약간 빈정거리는 투라 석진은 다소 마음이 상한다. 하지만 아침부터 얼굴 붉히고 싶진 않아서인지 아내 보람의 그와같은 말에 더 이상 대꾸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람은 여전히 남편에 대한 야속한 감정이 좀 남아있는지 투덜거린다.


“ 아니, 도대체...남들처럼 급할땐 혼자 간단히 라면 끓여먹고 나가고...그럼 좀 좋

아 ? 아니, 도대체 무슨 남자가 25년을 이렇게 한결같이 자기 마누라를 성가시게

만드냐구요 정말. 나도 바쁜사람인데... ”

“ 이사람이 근데...마누라가 그래도 세상이 다 아는 대한민국 대표 한식당을 경영

하는 한식조리명장인데...그 남편되는 사람이 기껏 라면이나 끓여먹고 나가면...그

건 또 사람들이 뭐라고 흉을 보겠나. ”

“ 그것도 다 일이라구요. 더욱이 오늘은 외국인 교수들 초청 만찬일정이 잡혀진

날이라 아침부터 준비할게 많다구요. 그런데 당신 때문에 제 출근이 늦어지고 있

는거잖아요 !!! ”

“ 요즘은 그래도 정팀장이 알아서 잘 한다며 ? ”

“ 정팀장한테 다 맡기고 어디 안심이나 할수 있어요 ? 그래도 제가 나가봐야죠. ”


‘한국관’은 단순한 한식당이 아니라 전통혼례라던가 전통공연 그 외 전통 공예상품 및 문화상품 판매라던가 한국문화 체험,강의등의 이벤트도 벌어지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전통문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복합 전통문화 공간’이다. 그리고 전보람은 한식조리명장이자 ‘한국관’대표로 엄마 이미영에 이어 2대째 그곳을 물려받아 운영해오고 있는중인것이다.


“ 근데...당신말야... ”


기왕 말이 나온김에 이야기나 더 하고싶은 생각에서일까. 석진은 아내 보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 당신 정말 인주를 ‘한국관’의 3대 후계자로 키울 생각인건가 ? ”


인주는 보람의 딸. 더 정확히는 20년전 그녀가 무당의 예언을 듣고 아들을 낳았을때, 아들을 낳으면 죽이라는 예언이 마음에 걸려 옆자리의 미혼의 산모와 바꾼 바로 그 딸이다. 그리고 당시 해외파견근무중이었던 남편이 돌아왔을때 보람은 그 아이를 보여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여보...미안해요. 아들을 낳아 집안 대를 있게해드려야 하는건데...보시다시피 딸

이에요. ”

“ 허허...그렇구먼...딸이구먼. 하지만 괜찮아. 뭐 어머님,아버님은 서운해 하시겠

지만...난 딸이라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아닌말로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낳아 잘

기르자를 넘어 둘도 많다고 하나만 낳자는 세상에...그런 아들,딸 가려서 뭐해

? 그리고 누가아나 ? 진짜 나중에 세월이 흐르면 딸 키우면 비행기타는 그런 세

상이 올지. ”

“ 후훗...정말 그런 세상이 올까요 ? ”


남편이 위로로 하는 소리인줄 잘 알면서도 그래도 자신을 위해주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어떤 막연한 기대감과 두려움. 기타등등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뒤섞이어 보람은 그와같이 말했다. 그리고 딸 이름을 인주(仁珠)라 지었다.


“ 당연하죠 여보. 저 정말 우리 엄마 그리고 저...그리고 인주...그렇게 3대째 이어

가는 한국관의 3대 ‘한식조리명장’으로 보석같이 키울거에요. 그래서 이름도 ‘구

슬 주(珠)’자를 넣어 인주라 지은거구요. ”

“ 허허...그 이야기야말로 벌써 천번도 더 넘게 들은 이야기구먼. ”


20년전의 일을 회상하며 석진은 약간 착잡한 감회에 잠겨본다. 물론 석진은 아내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꾼 사실은 아직까지 꿈에도 모르고 있다. 그가 미국의 병원에 파견근무를 나가있을때, 보람의 출산이 이루어졌던것 아닌가. 그리고 보람은 병원에서 그렇게 바꾼 딸을 석진의 딸이라하고 20년째 살아오고 있는것이다.


“ 그래요 뭐...당신뜻이 그런거라면야 말릴생각은 없지만... ”


그래도 석진은 보람의 그와같은 의도가 마땅치는 않아보인다.


“ 하지만...그걸 가지고 나중에 세상사람들이 뭐라고 하지는 않을까 ? 아닌말로 재

벌가의 족벌세습에...요즘은 연예계도 세습이 이루어진다하고 병원이나 로펌 심지

어 교회까지 세습이 이루어지는 세상...헌데 한국관까지 그렇게 세습으로 이어져

가면...허허...이젠 저런데까지 족벌세습이 이루어지는구나.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

진 않을까 ? 그것도 부계도 아닌 모계로 이루어지는 세습. 참 여러 가지로 모양

새가 안 좋고 말이 많아질수 있는일인데. ”

“ 여보, 그게 무슨 세습이에요. 세습이 아니라 인주는 엄마와 외할머니가 이어온

가업을 계승해가는거라구요. ”

“ 뭐 좋게말하면 가업을 계승하는거고 나쁘게 말하면 세습인거지. 허허...그러고

보니 정 반대되는 이미지의 말임에도 결국 똑같은 이야기가 되는건가. ”


착잡한 심정으로 석진은 한숨을 내쉰다.


“ 하긴...뭐 요즘은 대형병원들도 병원장이 자기 아들 의사 만들어 후계자로 키

우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대학병원 같은 경우라면 몰라도 그런게 아닌 일반

대형병원이라면 그런일이 종종 일어날 수 있는거지 뭐. 그러고보면 아무리 사

회가 바뀌어도 그런 세습문화는 결국 바뀌지 않는건지말야. ”

“ 여보... ”


아무래도 남편은 자신이 딸 인주를 한국관의 후계자로 키우려 하는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것 같아 보람이 다소 마음이 상한듯 말한다.


“ 그렇게 꼭 나쁘게 생각하실것 없잖아요. 따지고보면 정치인들도 아버지 대 이어

정치하는 사람도 많은데...그리고...당신도 방금 연예계 이야기도 하셨지만...요즘은

연예계도 심지어 3대째 연예인 집안도 나오는 실정이라면서요. 그런데 한국관을

그것도 모계로 3대로 이어가겠다는데 그게 대체 뭐가 문제인건데요 ? ”

“ 알았어요 알았어. 그만합시다 이제. ”


아침부터 괜히 피차 마음 상하는 이야기 더 듣고 싶지도 않고, 보람이나 석진이나 피차 출근준비를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석진은 아침식사에 속도를 붙인다.




“ 인주야, 지금 뭐하니 ? ”


인주가 한참 부엌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의아해하며 엄마 보람이 다가와 묻는다. 인주가 보람이 들어서는것을 보고 대답한다.


“ 음식공예를 하는중이에요. 부침개로 7색 케이크를 만들어보려구요. ”

“ 음식공예 ? ”


그러고보니 부엌에는 밀가루뿐만 아니라 주로 부침개나 국수의 원료로 쓰이는 가루 여러 가지가 쭉 늘어서있었다. 그리고 인주는 그것으로 여러 가지 알록달록한 색을 낸 뒤 그것으로 부침개를 층층이 쌓아 원형의 케이크같은 모양을 만들고 있었던것이다. 보람은 다소 놀라워하며 묻는다.


“ 이걸...니가 만드는 중이라고 ? ”

“ 네. 원래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거라고 하잖아요.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 사

람들은 음식을 주로 맛과 양에만 치중을 하다보니 음식을 보기좋게 만드는데는

별로 신경을 안 썼던것 같아요. 특히 요즘 아이들은 한식을 잘 안 먹으려고 하잖

아요. 그게 안타까와서. 한번 부침개를 여러 가지 빛깔을 내서 칠색 케이크 모양

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걸 생각해보았거든요. ”

“ 인주 넌 어쩜... ”


인주의 발상이 다소 엉뚱해 보일수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른바 ‘음식공예(다른 말로는 푸드아트)’쪽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인주에 좀 묘한 감회와 충격을 받는 보람이다. 괜시리 가슴이 뭉클해지는데 그런 보람에게 인주가 말을 이어간다.


“ 엄마, 저는요 꼭 음식을 잘 만드는 요리명장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음식을

보기좋게 만드는데도 더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요즘은 이른바 ‘푸드 스타일리스

트’도 뜨는 직업이라는데. 음식을 예쁘게 잘 그리는 ‘한식조리명장’ 그것도 괜찮

을것 같지 않아요 ? ”

“ 하하...그래...그것도 좋은 생각인것 같구나. ”


아닌게 아니라 실제 인주는 어릴때는 그림 그리는데 좀 관심이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한때 보람은 인주가 혹 미술계통으로 가려고 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인주는 음식공예 이른바 푸드아트쪽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것이었다. 아무래도 엄마가 한식 조리사다보니까 엄마가 요리하는 모습을 늘 옆에서 지켜보며 자랐을것이고, 거기다 미술쪽에 재능이 있는 인주다보니 자연히 그런쪽으로 발상이 돌았나보다. 아무튼 보람으로선 음식공예 쪽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인주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인주야...이건 다 뭐니 ? ”


하루는 인주 방에 들어왔을때, 한방 또는 한방음식과 관련된 책자들이 여러권 책장에 놓여져있는것을 보고 의아해서 보람이 물은것이다. 인주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 약선요리를 연구해 보려구요. ”

“ 약선요리 ? ”

“ 네, 원래 우리나란 예부터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 해가지고 약과 음식은 본래

그 뿌리가 같다고 했었잖아요. 약으로 병을 치료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게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하는것이다. 그래서 그런 한방음식, 약선요리쪽으

로 우리 한식을 더 발전시키고 개발하는 그런 방법을 연구해보려구요. ”

“ 어머...그래 ? 니가 그런 생각을 다 했어 ? ”

“ 네, 엄마. ”


인주는 사뭇 스스로 뿌듯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하고, 보람은 그런 인주의 손을 잡아본다.


“ 인주야...그럼... ”

“ ??? ”

“ 너 하는 이야길 들어보니까...그럼 정말 엄마 대 이어서 ‘한국관’ 이어갈 한식조

리명장이 되기로 마음을 굳힌건가 보구나 ? ”

“ 네, 엄마. 당연하죠 ! 제가 누구딸인데요. ”


보람의 딸이라는게 진짜 자랑스럽다는듯이 대답하는 인주. 보람은 진심으로 감격이 되었다. 사실 행여 자신이 딸에게 싫은길을 억지로 강요하는 모양새가 되면 어쩌나 내심 우려하고 있었던 보람이기도 했다. 헌데 인주는 사실상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보람의 뒤를 이어 한국관의 대를 이어갈 3대 ‘한식조리명장’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것이다.


“ 참, 그리고 인주야. ”

“ 네, 엄마. ”

“ 그...니가 한방음식을 연구한다고 하니 그건 엄마야 좋지만, 혹 아빠 앞에선 한

의학에 대해 지나치게 예찬한다던가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다. ”

“ 왜요 엄마 ? ”

“ 왜긴 ! 아빠가 의사시잖아. 넌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의사들은 한의학 별로 좋아

하지 않아. 정작 의학의 본질을 왜곡시키는게 한의학이라고 비난을 많이 한단다.

아빠도 가끔 그런 말씀 하시기 때문에 나도 대충은 알아. 뭐 엄마야 가급적 아빠

신경 안 거스르게 하시려고...거기에 별다른 대꾸는 하고있지 않지만... ”

“ 그래요 ? ”


이런 소린 인주로선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인지 잘 이해가 안간다는듯한 말투로 묻는다. 그런 딸에게 보람이 설명을 덧붙여준다.


“ 그래도 니 아빤 비교적 점잖으신 편이야. 전에 엄마가 pc통신 토론방에서 보니

까 심지어 어떤 의사는 한의사들은 ‘한약장사’에 불과하다는 극언까지 하더라. 아

무튼 그러니까...아빠앞에선 한방음식 어쩌구 그런 이야가 너무 자주하진 않는게

좋을거야. ”

“ 그렇구나...가만 근데...엄마가 pc통신을 한적이 있었다구요 ? ”


1952년생인 보람이 2005년 현재 나이가 만 53세. pc통신이 붐이던 90년대라 해도 이미 40대의 나이인데 그때 pc통신을 했다는게 좀 믿겨지지 않아서 인주가 묻는것이다.


“ 얘는...엄마야 늘 한식에 대해 연구도 하고 정보도 수집하는 그런 사람 아니니 ?

그래서 그런 방면으로 혹 유용한 자료나 얻을까 하는 생각에 가끔 했었던거지.

어쨌든 하이텔 토론방에도 그때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야. ”

“ 그렇구나. 알았어요 엄마. 무슨말인지... ”


어쨌거나 의사들이 대체로 한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인주로선 처음 안 사실이라 다소 이해도 안 가고 의아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튼 그런면이 있다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모녀간의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 그런데...참 인주야... ”

“ 네, 엄마. ”

“ 근데...니가 음식공예 쪽에도 관심을 갖고...약선요리쪽에도 관심을 갖는다니 엄

마야 고마워해야할일이지만...사실 그 둘은 서로 상반된 길이잖아. 음식공예는 글

자그대로 사람들 눈에 보기좋게 만드는게 주 목적이고 약선요리란 맛이나 멋보다

는 건강을 중시하는쪽으로 연구를 해야하는건데...그 상반된 두 길을 니가 다 같

이 갈수 있겠어 ? ”


생각해보니 두 분야가 전혀 길이 다른 상반된 방향이긴 하다. 인주가 보람에게 솔직하게 자기 고민을 털어놓는다.


“ 실은 바로 그게 제가 가장 고민하는 길이기도 해요. 푸드아트는 시각을 중시하

는 예술이고, 약선요리는 건강을 중시하며 음식을 만드는것인데, 서로 다른 그 두

길에서 어떤 절충점과 대안을 찾을수 있을까. 고민은 많이 하지만 쉽게 그 대안

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

“ 그래 ? 니가 그런 고민까지 하고 있는지는 정말 몰랐구나. 하긴 그래. 말이야

사람들이 누구나 다 쉽게 할수있지. 하지만 대안을 마련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그러니 그런 문제는 가끔씩 엄마와 대화도 하고 고민도 나누고 하면

서 함께 연구해보기로 하자꾸나. ”

“ 네, 그렇게할께요 엄마. ”


보람이 인주를 꼭 안아본다. 딸아이를 안아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보람이다. 사실 어떤 인주인가. 무당의 그와같은 예언이 있었기에 병실에서 옆 산모와 아이를 바꿔 그래서 거두어 키우게 된 인주 아닌가. 그 인주를 친딸처럼 키워오긴 했지만, 그 아이가 과연 어떤길을 가게될지, 또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따라와줄지. 고민하고 근심했던 시간들이 분명 있었었다. 헌데 자신이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자발적으로 따라나서주고, 아니 사실상 보람 자신이 생각했던것보다 더 폭넓은 방향으로 ‘한식조리명장’의 뒤를 잇겠다고 하니 어찌 고맙지가 않으랴. 정말 그때 병원에서 아이를 바꾸지 않았더라면 어찌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때 미혼의 산모에게 맡겼던 자신의 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생각도 선뜻선뜻 들지 않을수 없는 보람이기도 하다.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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