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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티아라 보람 (2) 걸그룹 팬픽 2 (티아라)



                                         부제 : 신들의 만찬 성도희 외전



보람은 태식의 소개로 찾아가게된 옥련보살이란 무당의 점집에서 들은 예언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하며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왔지만, 그래도 그 무당의 예언이 어느정도 들어맞긴 맞는 모양이었다. 여하튼 태식의 말로도 70년대에 육영수 여사의 서거까지 맞췄다는 신통한 무당이라지 않는가. 실제 보람은 그 점집을 찾아갔다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을 하게 되었다. 결혼후 5년이 지나도록 특별한 무슨 문제가 있는것이 아님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보람이었는데 참으로 신통한 일이라 하지 않을수 없는 일이었다. 결혼 5년만에 사랑하는 남편 하석진(직업 의사)의 아이를 갖게된 보람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 여보...나 왔어. ”


의사인 보람의 남편 석진은 늦게 퇴근하는날이 많고, 게다가 보람 또한 엄마 이미영의 뒤를 이어 ‘한국관’이란 전통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처지니 평일에는 보통 밤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함께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부부금슬은 좋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석진은 결혼 5년만에 드디어 노심초사하던 아이가 들어서게 되자 하늘을 날듯 기뻐하고 있던 처지였다.


“ 어디보자...우리애기...우리 애기 오늘도 엄마랑 별 일 없이 잘 있었어요 ? ”

“ 당신도 참...아직 임신 3개월짼데...아이가 무슨 반응을 하겠어요. 아직 태동도

하기 전인데...여하튼 우리 아이 별탈없이 잘 있어요. ”


하긴 석진으로서도 나이 서른을 훨씬 넘겨 보게된 아이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더욱이 3대독자 집안이라 이러다 언제 집안의 대를 잇겠냐며 부모님의 눈치도 그간 이만저만이 아니었던터다. 오죽했으면 보람이 어릴적 동네오빠의 소개로 점짐까지 찾아가 보았겠는가. 여하튼 이제 아이가 생겼으니 석진이나 보람이나 그 문제에 대해선 한 시름 놓은 셈이었다.


“ 여보 그런데... ”


하지만 보람은 다소 근심스러운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말을 건네본다. “딸을 낳으면 모계혈통을 이어받아 ‘한국관’을 잘 이끌어갈 훌륭한 3대 한식조리명장으로 성장할것이니 보석처럼 잘 키우고, 하지만 아들을 낳을 경우 훗날 한국관에 해를 입힐 마군이로 성장할것이니 반드시 죽이게.’ 그와같은 옥련보살의 예언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지 않을수 없었다. 물론 그녀 역시 그날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펄쩍뛰며 점집을 뛰쳐나오긴 했지만, 어찌되었거나 결과적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보람이 임신을 했으니 점쟁이의 예언이 어느정도 들어맞은 셈 아닌가. 그러니 나머지 예언마저도 들어맞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불길한 예감이 보람에게 생겨나고 있었다.


“ 왜 ? 무슨일이 있소 ? ”

“ 아뇨, 무슨일은요. 그런건 아니고... ”


차마 그 끔찍한 예언을 남편에겐 말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남편이나 시부모님이나 얼마나 아들을 바라고 있었던가. 헌데 그 아들을 낳으면 죽이라는것이 점쟁이의 예언인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딸이라면 보람으로선 다행일것이나 - 아니 게다가 딸이면 한국관을 훌륭하게 잘 이끌어갈 3대 한식조리 명장으로 성장할 것이라지 않던가. - 아들이면 그땐 대체 어찌하는가. 남편과 시댁식구들은 그토록 오매불망하는 아들인데, 점쟁이는 죽이라는 것이다.


“ 여보...만약에 말이에요...만약에... ”


대체 아내가 무슨 말을 하고싶어서 이러는 것인가. 석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보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 이 아이...그런데 만약 아들이 아니고 딸이면 어떡하죠 ? ”

“ 뭐 ? ”

“ 당신이나 어머님,아버님이나 그토록 바라시는 아들이 아니에요. 3대독자라 손이

귀한 집안인데...만약 이 아이가 아들이 아니고 딸이라면... ”


하지만 보람의 그와같은 말에 세상에 별 걱정을 다한다는듯 석진은 호탕하게 웃는다.


“ 하하하핫...아니, 그럼 지금까지 겨우 그 걱정을 하고 있었단말이야 ? ”

“ 웃을일이 아니잖아요 여보. ”

아직 보람은 점쟁이의 그 끔찍한 예언은 차마 남편에게도 꺼내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남편이나 시부모님이 바라는것은 아들인데, 딸일 경우 보람에겐 (그 아이를 죽여야할 일이 없으니) 차라리 다행일지 모르나 남편이나 시부모님 얼굴은 또 어찌 보는가. 보람으로선 이래저래 속마음이 복잡할수밖에 없었다.


“ 여보...걱정마... ”


석진은 아내 보람의 손을 꼭 잡아본다.


“ 아무리 그렇기로...설마 딸이라고 해서 내가 서운하게 생각한다거나 그럴일이 있

겠나. 뭐 솔직히...어머님이나 아버님은 좀 서운해 하시겠지. 아무리 그래도... ”

“ ...... ”

“ 내가 그렇다고 해서...설령 당신이 딸을 낳는다고 해서...또 아들을 못 낳는다고

해서 버릴일은 없으니. 그건 진짜 걱정마 여보. ”

“ 저...정말이에요 ? ”


남편의 그와같은말에 믿겨지지 않으면서도 감격해 마지않는 보람이다. 사실 보람은 점쟁이의 예언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차라리 이 아이가 딸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언제부터인가 해오고 있었던것이다. 그러면서도 불구하고 차마 그와같은 속마음을 남편에겐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고 있는 터였다.


“ 그래 여보. 아무리 그래도...요즘 세상에 아들을 못 낳는다고 아내를 내쫓는다는

게 말이나 돼 ? 아닌말로 둘도 많다며 하나만 낳자는 세상이고...아니 오죽하면

세상에 정부에서 내놓고 ‘잘키운 딸하나 열아들 안 부럽다.’하는 그런 구호까지

만들어 떠들고 다니겠나. 그만큼 우리나라...우리사회 남아선호 사상이 심각하다

는 이야기도 되는거고...그러니 당신이 설사 딸을 낳는다 하더라도 내가 서운하

게 생각한다던가...당신을 버린다던가 하는 그럴일은 없을테니 걱정마. ”

“ 고...고마와요 여보... ”


남편의 그와같은 말이 그저 고맙기만해 감격해서 석진의 품에 안기는 보람. 눈에선 눈물이 고인다. 그러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바라본다. ‘제발 아들이 아니기를...’,‘그리고 차라리 딸이기를...’ 그와같은 바램과 간구가 언제부터인가 보람에게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보람은 마침내 만삭이 되고, 출산예정일이 가까워졌다. 한편 이때 석진은 미국 한인타운내에 있는 병원에 파견근무를 나갈일이 생겨 몇 달간 한국땅을 떠나있어야만 했다. 보람의 출산예정일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을때 일이다.


“ 여보...미안해. 아마 내가 돌아왔을때쯤엔 이미 당신은 아이를 출산한 뒤가 되

겠지 ? ”


만삭의 아내를 두고 떠나야 하는 미안한 마음에 석진은 몇 번이고 보람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보람은 그런 석진을 안심시키기 위해 빙긋이 웃어보였다.


“ 걱정마세요 여보. 다 일 때문에 그런건데요 뭐. 그대신 당신이 돌아왔을땐...당

신이 바라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기다리고 있을게요. ”

“ 하하...그래...그리고 난 딸이라도 상관 없다니까 그러네. 그럼 우리 아가 아빠

돌아올때는 엄마 고생시키지 말고 순산해서 건강하게 세상에 잘 나와있으렴. ”


뱃속의 아이에게 그와같은 인사말을 건네고 출국한 석진. 그리고 보람은 출산일이 임박해서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간호사로 일하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한편 보람이 입원한 병실엔 그녀 외에도 또다른 젊은 산모가 한명 더 있었다. 우연히도 바로 보람이 입원한 당일날 출산을 하게된 여인. 이름이 이해리라고 하는 산모는 누가 봐도 앳되어보이는 얼굴이었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순산을 한 나이어린 산모는 아기만 부둥켜안은채 하염없이 울고만 있는것이었다. 의아한 보람이 해리에게 말을 건넸다.


“ 이봐요... ”


부르는 소리에 보람을 바라보는 해리. 걱정되는 표정으로 보람이 물었다.


“ 많이...아파요 ? ”


대답하기가 난감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보람의 말뜻을 제대로 못알아 들은것일까. 답이 없는 해리에게 보람이 거듭 물었다.


“ 아니 난...산모가 아이를 낳았는데도...기뻐하지도 않고 울기만 하고 있어서...왜

요 ? 많이 힘든거에요 ? ”


보람도 초산이기 때문에 첫 출산때는 원래 저렇게 아픈것인가 걱정도 되고, 하여튼 이래저래 궁금함에 물은것인데 하지만 보람의 그와같은 물음에 해리는 여전히 대꾸없이 그저 그녀를 슬쩍 흘겨보기만 한다. 보람 입장에선 그래도 나이 어려보이는 산모가 걱정이 되어 물은것인데, 묻는말에 대답도 않고 그러고만 있자 살짝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아니면 진짜 무슨 말못할 사정이 있는 여자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고보니 아이를 낳았는데도 산모의 병실에 찾아오는 식구 하나 없었다. 물론 보람도 지금 남편이 해외파견 근무중이라 혼자 출산을 해야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혹시 그런것인가 하는 궁금함에 보람은 이번엔 질문을 달리 해 보았다.


“ 남편은...안 와요 ? 어디 출장이라도 갔어요 ? ”

“ ...... ”

“ 미안해요. 난 그냥...그래도 이렇게 한 병실 쓰게된것도 인연인데...실은 저희 남

편도...직업이 의사인데 지금 해외파견 근무중이거든요. 한달전에 떠났는데...아마

이 아이 태어나고도 두달은 더 지나 돌아오게 될거에요. ”

“ 아주머니... ”


하지만 그와같은 물음에 다소 기가막혀하는 표정을 지으며 해리가 어렵사리 말을 꺼낸다. 그녀는 어느새 울먹이고 있었다.


“ 전...남편이 없어요. 이 애 아빠가 없다구요. ”

“ 네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이 아빠가 없다니 ? 무슨 사고라도 났어요 ?

죽기라도 한거에요. ”

“ 아니, 그런게 아니라...실은 미혼모에요. 죄송해요 아주머니. ”

“ 네에 ? ”


아직은 미혼모에 대한 세상에 대한 편견이 꽤나 있을 시절(80년대 중반)이다. 보람은 자신이 괜한 질문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미안한 마음에 어쩔줄을 모른다. 해리에게 사과한다.


“ 미...미안해요. 난 그런줄도 모르고... ”

“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 사정을 모르는 분일테니 어쩔수 없는거죠 뭐. ”

“ 그런데...세상에 어쩌다가...어쩌다 젊은분이 그렇게 되었어요 ? ”


초면에 실례가 되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똑같은 산모의 처지고 게다가 한 병실을 쓰게 된것도 인연이라면 인연 아닌가. 해리 입장에서도 어디 하소연할곳도 없는 딱한 처지라서인지.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술술 잘도 늘어놓는다.


“ 유부남인줄도 모르고 어린 나이에 남자와 깊은 관계까지 갔어요. 전 아버지 없

이 자란 처지라...나이많고 자상한 남자가 세심하게 잘 챙겨주는데 그만 반했던

것이거든요. 그래서 그만 깊은 관계에까지 가고...그만...흑흑... ”


해리는 이내 서럽게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아무래도 상처가 많은 여인의 심기를 내가 괜히 건드렸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은 미안한 생각뿐이다. 거듭 해리에게 사과한다.


“ 미안해요 아가씨. 아...참 그런데...참 이거 어떻게 불러야하나. 미혼모라니 결혼

도 안한 젊은분한테 아주머니라 부르는것도 실례일테고...하지만 이렇게 아이까지

낳은몸이니. ”


아가씨라 부르기도 아주머니도 부르기도 애매한 상대방. 하지만 해리는 괜찮다며 보람 편한대로 부르라고 한다. 생각보단 그래도 성격이 좋은 여자인것 같다.


한편 다음날엔 이번엔 보람이 진통이 와 출산을 하게되었다. 애초의 출산예정일보다는 이틀정도 앞당겨진 출산이다. 별탈없이 순산을 했고, 아들이었다.


“ 여보...잘 다녀올게. 내가 다녀왔을땐 이미 당신은 순산을 한 뒤겠군. 우리 떡두

꺼비같은 아들이 태어나 있을테고말야. 아...아냐 하하하...난 딸이라도 괜찮아. 당

신을 꼭 닮은 예쁜 공주님이라면야 난 더 말할나위없이 기쁘지. ”

“ 아이가 딸일 경우 모계혈통을 이어받아 한국관을 이끌어갈 3대 한식조리명장으

로 훌륭하게 성장할것이니 보석처럼 잘 키우게. 하지만 아들일 경우 한국관에 해

를 입힐 마군이가 될터이니 낳자마자 가차없이 죽이게. ”

“ 3대독자 집안이라 어머님,아버님은 당연히 아들을 보길 원하시지만...걱정마 여

보. 아니, 둘만낳아 잘기르자 하는 세상에 누가 그렇게까지 아들을 밝힌다고. 여

보 걱정마. 난 딸이라도 상관없으니까말야. 하하하하... ”

“ 보람아, 옥련보살님 예언 허투루 듣지 마 ! 육영수 여사 서거까지 맞췄던 아주

용한 무당이라니까. ”


보람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자신이 낳은 사내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3대독자 집안에 시집와서 그야말로 5년이 지나 6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낳게된 아들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어릴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오빠 소개로 무당집까지 찾아갔을까. 하지만 그 무당이 내놓은 믿기지 않는 예언. 딸이면 훌륭한 3대 한식조리 명장이 될 것이니 잘 키우고, 하지만 아들이면 반드시 해가 될 터이니 없애라는. 보람이 원래 점이나 예언 같은것을 잘 믿는 그런 성격은 아니었지만, 워낙 답답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찾아간 보살에게서 들은 예언인데다가 무엇보다 자신이 낳게된 아이를 두고 한 예언이니만큼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가 없었다. 어찌하나. 정말 이 아들이 나중에 한국관에 해를 입힐 그런 존재로 성장하게 된다는 말인가. 에이 설마 아무리 그렇기로. 한두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수십번씩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옆자리에 미혼모 산모인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낳은 아이는 딸이었다.


“ 이봐요... ”

“ 네, 아주머니. ”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는 해리. 불과 하루,이틀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병실에 단 둘이 있는 처지인데다가 해리는 미혼모 처지고 보람은 남편이 해외출장을 간 상황. 찾아오는 식구 없이 혼자 출산을 해야만 하는 똑같은 처지가 되어서인지 그새 피차간에 어느정도 친분이나 교감이 많이 쌓인 모양이다.


“ 그 아이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거에요 ? ”

“ 모르겠어요. ”


이제 막 출산을 한 미혼모의 처지로 무슨 대책이 있을수 있을까. 보람은 순간 지금 자신의 심정이 아무리 막막하기로 지금 저 여인 만큼이나 할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아들이든 딸이든간에 어쨌든 보람은 남편도 있고 친정엄마도 있다. 하지만 지금 저 여인은 정말 아무도 그녀를 돌봐주지 않는 상황에서 저 아이와 단둘이 어떻게 살아야할지 그 고민에 얼마나 막막할것인가. 보람은 한참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듯 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 이봐요 아가씨. ”


보람은 웬만하면 그냥 해리를 아가씨라 불렀다. 젊은 여자가 미혼모 신세까지 되어 아무래도 자신의 그와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을것이란 생각에 나름 배려심에 그와같이 부르는것이다. 해리는 보람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 그...아무리봐도...그쪽 사정이 참 딱해보여서 그러는데... ”

“ ...... ”

“ 그러지말고 우리 아이를 바꾸는게 어때요 ? ”

“ 네 ? ”


아이를 바꾸자니 이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기가막히기도 하지만 해리 역시 워낙 막막한 상황에서일까. 보람의 그와같은 말에 그래도 내심 한줄기 희망이 보이는듯한 표정이다. 보람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사연을 해리에게 들려주었다.


“ 아니, 세상에 어떻게 그런... ”


딸이면 잘 키우고 아들이면 죽이라니. 무슨 그런 황당한 예언이 다 있는가. 해리도 기가막혀하며 믿겨지지 않는 표정이다. 보람의 말이 이어진다.


“ 사실 나도 원래는 그런 점이나 예언 같은거 잘 믿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워낙 절박한 상황에서 찾아가본 점집이고...또 워낙 유명하고 용한 무당이라니까

계속 신경이 쓰이지 뭐에요. 그래서 고민 끝에 이런 제안을 해보는거에요. ”


아이를 바꿔서 대체 뭘 어쩌자는것인지. 평상심이었다면 해리 그녀 역시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모를일이지만, 지금은 그녀 역시 워낙 막막하고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라서인지 보람의 제안이 어떤 한줄기 희망처럼 느껴지는지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본다.


“ 어쨌든 이 아이가...뭐...한국관에만 해를 입힐 아이라는거지...다른곳에 해를 입

힐 아이는 아니라는거잖아요. 그러니...물론 그쪽에선 아이를 키울 상황은 못 될

테고...그러니 이 아이를 입양을 보내든 고아원에 맡기든 해리씨가 하고 싶으신

대로 하세요. 그리고 해리씨 딸은...어차피 지금 해리씨가 키울수 없는 처지. 그렇

다고 자기가 낳은 아이를 해리씨 손으로 직접 내버릴수는 없을거 아니에요. 그러

니 그 아이를 제게 주세요. 그럼 대신 그 딸을 제 손으로 훌륭하게 키워드릴테니

까... ”

“ 아...아주머니... ”


정말 그래도 되겠느냐는듯 여전히 보람의 말이 믿겨지지 않아 해리는 멍한 표정으로 보람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 해리야 지금 정말 이 아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눈앞이 막막하기만 한 상황. 어쨌든 자기 아이를 대신 맡아주겠다니 마음같아선 ‘네 ! 그렇게 해주세요. ’ 그렇게 대답해버리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말을 대놓고 할수도 없는 상황 아닌가. 해리는 여전히 걱정스럽고 우려되는 마음에서 보람에게 확인차 묻는다.


“ 정말 그럼...아주머니가 이 아이 맡아주시겠다구요 ? 우리 아이 대신 키워주시

겠다구요 ? ”

“ 네, 제가 그렇게 할께요. 저 이래뵈도 대한민국 대표적인 전통 한식당 ‘한국관’

대표의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에요. 그 아이 하나쯤 고이 잘 키우는거 그리 어

렵지 않은일이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


자신의 아이를 맡아주겠다는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해리는 그야말로 어둠속에서 새로운 광명을 보는 기분이 들어서인지 앞뒤 재볼것도 없이 그리 하겠다고 했다. 보람의 말이 이어진다.


“ 대신 이 아이는...해리씨가...어디 고아원에 맡기든 입양기관에 맡기든 해리씨 좋

을대로 마음대로 하셔도 돼요. 그저 그 아이가 어디에 맡겨지든 잘 자랄수만 있

게 그렇게만 처리해주세요. 그 외 다른건 저 안 바래요. ”

“ 고마워요 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제 아이를 맡아주시겠다는데 아무렴 제가 그만

한 부탁을 못 들어드리겠어요. 걱정마세요 아주머니. 그 아인 제가 무사히 어디

다른 좋은곳에 맡길수 있게 조치를 취할때니...그럼 아주머니...제 불쌍한 딸...이

름도 제가 못 짓고 맡기게 되는 딸...꼭 잘 부탁드려요. ”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든 입양기관에 맡기든 그건 뭐 어렵지 않은 일이 아닌가. 게다가 보람은 해리의 아이를 자신이 직접 맡아 키워주겠다니 해리로선 결코 손해보는 거래가 아니다. 아니 그야말로 해리가 이 절박하고 막막한 상황에서 한줄기 빛을 본 것이니 보람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큰절이라도 해야할일 아닌가. 해리는 거듭 보람에 고맙다며 감사의 말을 건넨다. 정말 너무 고마워 감격의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 그럼 제 아이는 해리씨가 꼭 어디 좋은곳에 맡겨주세요. 그럼 해리씨 딸은 제

가 제 아이로 거두어 정말 제 친자식처럼 소중하게 잘 키우도록 할게요. ”


그리고 두 사람은 그날밤 서로의 아이를 바꾸었다. 그렇게 해리의 딸은 보람의 품에 보람의 아들은 해리의 품에 안겨지게 되었다.



보람보다 앞서 입원과 출산을 한 해리가 당연히 퇴원도 먼저 하게 되었다. 자신을 병원에 입원시켜준 민경이란 이름의 친구 도움을 받으며 퇴원수속을 밟아 병실을 나오면서 해리는 보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보람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았던 문제를 해리로 인해 해결을 보게 된 셈이니, 그녀 입장에서도 오히려 해리에게 고맙다고 해야할 판이지만. 여하튼 해리와 보람은 그렇게 병실에서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애틋함의 감정을 담아 눈빛을 주고받았다.


퇴원을 한 해리는 친구 민경의 집에 가 있었다. 원래 해리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임신을 하게 되면서 그 수치심에 자기 엄마한테조차 말을 못하고 집을 나와 친구 민경의 집에 피신해있었던것이다. 다행히 민경의 집이 어느정도 사는집이었기 때문에 해리가 산부인과에 입원할수 있도록 배려까지 해줄수 있었던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다시 민경의 집으로 오게된 해리. 친구 민경으로선 여전히 친구 해리와 그 아이의 앞날이 걱정되어 안타깝게 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민경에게 해리는 산부인과 병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뭐어 ? ”


민경은 극도로 놀랐다. 아무리 그렇기로 같은 병실에 입원한 옆자리의 산모와 아이를 바꾸었다니. 그와같은 사실도 사실이거니와 그와같은 제안을 한 보람의 사연 역시 놀랍고 충격적인것 아닌가. 민경은 순간 소름이 끼쳐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 어쩐지...좀 이상하다 했더니만...그러고보니 이 아이가 사내아이잖아 ? ”


해리가 출산을 할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친구 민경이었다. 그래서 여자아이였음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와서보니 사내아이였다. 자신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었던건가 하며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해리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의문이 풀린것이다.


“ 어찌되었거나 그 아주머니...그렇게 유명한 한식당을 운영하는 분이라니...우리

애기 밥은 굶고 자라진 않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 그래서 그 아주머니

제안대로 응해준거지 뭐. ”

“ 그랬구나...하긴... ”


어차피 퇴원을 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아이를 앞으로 어찌할것인지 퍽이나 난감하고 눈앞이 캄캄했을 해리가 아닌가. 그걸 생각해보면 옆자리의 산모 부탁을 듣고 그와같이 아이를 바꾼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수 있을것 같다. 민경은 친구 해리의 손을 잡아본다.


“ 민경아... ”


해리가 그런 민경에게 당부의 말을 건넨다.


“ 이제...마지막으로 어려운 부탁 하나 더 해야할것 같은데...이 아이를 어디 니

재량껏 어디 아는 고아원이나 입양기관같은데 맡겨줘. 그게 그 아주머니 부탁이

기도 했으니 들어드려야지. ”

“ 그래 뭐...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니까...엄마한테 부탁해도 그런 고아원이나 입양

기관 하나쯤 알아내는건 어려운일도 아니고말야. ”


해리의 그와같은 부탁을 들어주겠노라 말하며 민경은 다시금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이는 세상 모른채 민경과 해리의 가운데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다. 민경도 해리를 퇴원시켜 데리고 나올때 얼핏 보람과 잠시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그러니까 이 사내아이가 그 아주머니의 아이란 소리인가. 그 아주머니 부탁이나 해리 부탁이나 어쨌든 아이를 고아원이나 입양기관에 맡겨달라는 소린데. 그 말을 다시금 되새겨보며 착잡한 표정으로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는것이다.


“ 어쨌거나 우리 아이나 저 아이나... ”


해리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연다.


“ 참...기묘한 운명이고 팔자이긴 한것같다. 어쨌든 우리 애긴...뭐 우리애기가 아

니라 이젠 잊어버려야지.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지. 그...‘한국관’ 대표로 있다는

전보람이란 아주머니 한테서 잘 키워지기만 바라면서말야. ”

“ 그래. 그렇게 하고...그럼 니 아이는 잊어버리렴. 너도 아직 어린데...앞으로 살

아가야할 날이 더 많잖아. 앞으로 니 인생이 가장 중요한건데... ”


친구 해리의 딱한 신세에 대한 안타까움이 북받쳐 민경은 그만 흐느끼고 만다.


“ 해리 넌...원래는 꿈많고 밝은 그런 여자아이였잖아. 그림실력도 좋아서...화가

가 되는게 꿈이었지. 그런데...그런 해리 니가...어쩌다 남자하나 잘못만나서...

신세가 이 지경이 될 수가 있니. ”

“ 이제부터라도 다시 잘 살 생각하면 되는거지 뭐. 어쨌든 아이 문제는 이렇게

해결을 본거잖아. 걱정마 민경아. 이제부터 다시 마음 단단히 먹고 잘 살려고

노력할테니까. ”

“ 그래...부디 그러려무나 해리야... ”


민경은 친구 해리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흐느낀다. 해리도 역시 하염없이 울고있다. 그렇게 서로를 얼싸안고 울고있는 절친한 친구사이인 해리와 민경 두 사람. 그리고 민경은 그 다음날 엄마와 함께 집을 나와 해리가 데려온 사내아이를 민경의 집안에서 종종 후원을 하는 한 고아원에 맡겼다.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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