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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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블랙핑크 로제 (8.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선문법사 이야기 

 


 이때 도사의 거처는 뜻밖에 서울이었다. 서울 혜화동 주택가에 있는 한 2층짜리 개인주택이 도사의 거처였던 듯 한데 이곳의 한 큰 방에 모여있는 이들이 있다. 모두 열명으로 남자는 7명, 여자는 3명이었는데 연령대는 대략 40-50대로 추정되는 그런 사람들이다. 대체로 좀 긴장한 분위기속에 함께 있는 그들. 헌데 그중에 성인으로선 중간키에 둥글둥글한 얼굴. 그리도 다소 짙은 허스키한 음색의 남자 하나가 이렇게 물었다. 

 “ 성현님... ” 

 도사(道師)라고 하더니 이들은 또 그를 성현(聖賢)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어쨌든 도사든 성현이든 바로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임은 분명해 보였는데 그중 한 남자가 이렇게 물은 것이다. 

 “ 그 여인이 과연 찾아올까요 ? ” 

 반신반의하는 듯 남자가 이렇게 물었고 허나 도사는 차분한 음성으로 그러나 사뭇 확신에라도 찬 듯 이렇게 말한다. 

 “ 올걸세. ” 

 도사의 음성이 묘하게 방안을 울리고 다른 열명은 그저 차분하게 도사를 바라만 볼 뿐이다. 또 다른 남자가 이번엔 약간의 서운함을 담아 이렇게 물었다. 

 “ 그 여인이 오시면 정말 ‘제1 천도법사’를 주실 작정이십니까 ? ” 

 “ 그만한 역량을 갖춘 부인(* 대진교는 나중에 일반 여성 신자들을 부르는 명칭을 

  ‘OO부인’ 이렇게 부르는 것으로 정하게 된다.)이라고 하지 않았나. ” 

 “ 하지만 성현님... ” 

 그렇게 뭔가 서운한 표정이 가시지 않는듯한 반응의 남자. 허나 옆의 또 한사람이 ‘그만하라’는 듯 그런 남자를 옆에서 쿡 찔렀다. 그러자 남자는 더 이상의 이의는 제기하지 않았다. 

 ‘ 지이이이~~~!!! ’ 

 벨소리가 울렸다. 바로 그런 도사의 거처를 어렵사리 찾아온 여인 다름아닌 강성희다. ‘누구세요 ?’ 인터폰을 받고 한 여자가 밖으로 나가보았다. 젊은 여성으로 아마 이 거처에서 여직원이나 여비서 같은 역할을 하는 듯 했다. 사복차림이다.  

 “ 누구신가요 ? ” 

 “ 저...여기...도사님이라는분...아니 저 OOO 선생님이라고 하는걸로도 아는데... ” 

 호칭을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이던 강성희는 일단 명함에 쓰여진 실명을 언급해보았다. 그냥 막연히 ‘도사’라고 하면 상대가 못알아듣거나 어리둥절해 할수도 있고 또 자신이 생각해도 막연한 호칭이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렇게 실명을 ‘OOO 선생님’이라 언급하자 다행히 여직원은 알아듣는 듯 했고 바로 그녀를 도사에게 안내했다. 

 “ 오호...왔어요 왔어. ”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것일까. 도사와 함께 있던 다른 열명은 마침내 강성희 그 여인이 도착을 하자 무척이나 놀라워하는 반응이었고 일단 그녀를 환영하듯 맞아들였다.  

 “ 어서오세요 부인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 부인...어서오세요. 저희 성현께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나중에 대진교가 일반신자를 부르는 명칭이 종단에서 지어준 신자의 호(號)를 따서 ‘OO도인’,‘OO부인’ 이렇게 부르게 되긴 하지만, 일단 아직 정식으로 종단을 창립하지 않은 과도기적 상태 – 일종의 준비위원 단계쯤 된다고나 할까. - 에서 그것도 미혼에 아직 20대 중반밖에 안되는 여성을 ‘부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좀 어색하긴 하다. 강성희는 무안하고 민망해하는 가운데서도 도사와 함께 있는이들의 안내대로 그에게 큰 절을 올렸다. 

 “ 이렇게 와주실줄 알았습니다 선문법사님. ” 

 허나 그때부터 도사는 그녀를 자신이 직접 지어준 호를 따서 ‘선문법사’라 부른것이고 그때부터 그녀는 법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대진교가 정식으로 창립이 되었는데 열명의 법사(法師)가 정해지고(* 순도사(殉道師)가 정해지는 것은 좀 더 나중의 일이다.) 선문법사는 종단에서 천도의식을 도맡아하는 ‘제1 천도법사’가 된 것이다. 

 한편 창원회관은 대진교가 창립이 된지 1-2년쯤 시간이 지난뒤에 세워졌는데 어떻게 땅을 구입하게 되었는지 그 경위까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경남 창원의 도시와 농촌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한 야산을 구입하고 그곳의 중턱을 깎아 일종의 불교의 절간이나 사찰 비슷한 분위기로 그런 ‘회관(會館)’을 만들어 종단의 집회장소이자 ‘기도터’로 정한 것이다. 회관의 위쪽 중간쯤에 커다란 성전을 짓고 그곳을 ‘대성전(大聖殿)’으로 하고 양 옆에는 기도를 하러오는 신자들이나 이곳에서 회관일을 보며 상주할 사람들의 거처가 될만한 ‘방’을 만들었다. 양 옆으로 앞뒤로 두칸이 되어있는 방 총 세 개 그렇게 사실상의 ‘여섯개’의 방이되는 건물을 지은것이고 – 그러니 방 개수는 좌우 합해 총 12개가 된다. - 그리고 그 왼쪽으로 내려와 좀 아래쪽에 식사를 할수있는곳을 지었다. 식사를 하는 장소의 정식명칭은 ‘후원’이다. 그리고 그 후원 뒤쪽으로도 사람들이 거처할만한 방 몇 개를 더 지은것이고 그리고 회관 혹은 총무원으로 할 사무실을 만든 것은 시간이 좀 더 지난뒤의 일이다. 

 “ 여기서 이 다음에 젊은 사람들 결혼식도 올리고 행사나 파티같은것도 하면 좋겠 

  네요. ” 

 성전 조금 아래쪽으로는 ‘광장’같은 넓은 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넓이는 위의 성전과 양 옆의 방까지를 다 합한 넓이와 비슷한 규모였다. 그러니 그 광장을 앞으로 그런식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게 선문법사의 의견이기도 했다. 한편 초대 창원회관장부터 선문법사가 했던 것은 아니고 첫 창원회관장은 도사의 다른 측근 법사중 한명이 맡아 했는데, 초대 회관장이 한 2년쯤 역임하다 그만두고 그 뒤 대진교 내부에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1-2년동안 회관장이 무려 세차례나 바뀌는 사태가 있었다. 그런 사태가 어느정도 수습이 되고 난 뒤에 대략 89년 중반경부터 당시 공석이던 회관장자리를 ‘임시’로 맡아하고있던 대진교 ‘제1 천도법사’인 선문법사가 그때부터 정식으로 ‘창원회관장’에 임명이 되었던 것이다. 

 “ 무슨 5만년동안 이어져 내려갈것이라더니 3년만에 벌써 5대째 창원회관장이네요. 

 ” 

 중간에 좀 복잡한 속사정이 종단 내부적으로 있었고 그 사이에 창원회관장이 세 번이나 교체되던 사태를 그 뒤를 이어 회관장이 된 선문법사가 너스레를 떨며 농담처럼 말했다. 그렇게 70년대부터 무당이 되겠다며 사춘기를 보냈고 또 육영수 여사나 박정희 대통령 서거를 알아맞히는 예지력을 갖추기도 헀던 여인 강성희가 대진교에 입교 법사가 되고 창원회관장까지 된 내력이 대략 이와같은 것이다. 

 


 준식이 들려준 이야기를 다 들은 세아. 어떻게 보면 세아같은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평범한 보통 여고생에겐 그야말로 너무 먼 안드로메다 외계행성 같은데서 벌어진 일과 같아서 한편으론 좀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라서 지루하다 느끼지 않고 지금까지 들어준것만도 고마워해야할판인 것일까. 헌데 세아는 여하튼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준식이 이해 안간다는 듯 이와같이 물었다. 

 “ 근데 그런 이야기를...나중에 무슨 제가 현역 드라마작가나 이런 사람을 만나면 한 

  번 전해주었으면 좋겠다...그렇게 말씀하신거잖아요. ” 

 마치 ‘강물에 빠져죽는 백수광부’를 보며 하염없이 우는 백수광부의 아내. 그 모습을 보고 자기아내에게 들려준 곽리자고. 그리고 곽리자고의 처가 이웃친구 여옥 이웃친에게 다시 들려주어 ‘공무도하가’가 만들어진것처럼 세아에게 그와같은 ‘곽리자고의 처’ 같은 역할을 해줄수 없겠느냐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다. 따라서 다시금 이해가 안간다는 듯 이와같이 묻는 세아에게 준식은 나름의 어떤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 

 “ 사실 내가 진짜 어느정도 유명한 드라마 작가나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면 언젠 

  가 한번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보고픈 그런 이야기이기도 했어. ” 

 “ ...... ” 

 “ 헌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했으니...그렇게 누구에게라도 이런 이야기를 한번 

  쯤은 들려주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게된거지. ” 

 “ 여하튼 그 선문법사인가 하는...그 분은 돌아가셨다면서요 ? ” 

 “ 바로 엊그제 그분 문상을 다녀온 길이야. ” 

 바로 20여년전 준식이 대진교 총무원에 몸담고 있을 때 그곳에서 교류하던 한 청운회의 연락을 받고 그렇게 선문법사 부음소식을 전해듣고 문상을 다녀와서는 시작된 이야기 아닌가. 그래서 새삼 다시 착잡한 감회섞어 이렇게 말하고 세아는 세아대로 다시금 궁금해져서 묻는다. 

 “ 근데 뭐...그 문제의 천인가 뭔가는 버리셨다면서요 ? ” 

 “ 맞아. 그때 대진교를 떠나면서 선문법사님한테 받은 천은...나한테 더 필요도 없 

  고 의미도 없을 것 같아 하이텔 동아리 활동할 때 잠시 알던 어떤녀석에게 주었 

  지. 허허...무엇보다 그 녀석 그 천이 어떤 의미를 가진천인지나 알고 건네받은 것 

  인지 그 조차 궁금해지는 일이긴 하지만말야. ” 

 그때 하이텔 동호회 회원들에겐 자신의 신분을 정직하게 밝히지 않고 적당히 얼버무리곤 하던 준식이다. 따라서 동호회의 청소년 회원에게 준 ‘문제의 천’과 관련된 사연을 그 청소년이 제대로 알아듣진 못했을터. 여하튼 원래는 그렇게 선문법사가 창원회관에서 천도제를 지내거나 밤에 기선을 할 때 ① 억울하게 죽은 처녀귀신이나 ② 어려서 과부가 된 여인들의 영혼이 찾아오면 그 천도제를 지내줄 때 썼다는 천. 그리고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 천을 이따금 청운회원이나 총무원의 젊은 교사들에게 한조각씩 잘라 나누어주곤 했다는 것이다. 헌데 그렇게되면 무슨 징크스인지 선문법사에게서 그와같은 천을 받은 청운회나 총무원의 교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종단을 떠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고, 그러면서도 그 천을 받고 떠난 청운회나 교사들은 대개 그 이후로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거나 결혼을 해서 애 낳고 잘살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다. 대진교를 떠나게 되긴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떠나고 나서도 무탈하게 잘살게 된 그런 약간 양면성의 징크스를 갖고있는 처녀귀신과 젊은 과부들의 한이 깃든 천. 헌데 준식은 그 천을 계속 간직하고 있지 않고 누군가를 줘버렸으니, 물론 지금 이렇게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빌라 세채를 무탈하게 잘 운영해가고 있긴 하니 경제적으론 큰 문제는 없지만, 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느덧 나이 50이 다 되도록 장가를 못간 그런 윤준식. 혹시 정말 성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거나 성격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선문법사에게서 받은 문제의 천을 함부로 남에게 줘버렸다는게 혹시 화를 입은 근원이 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수도 있는일이다. 세아는 세아대로 새삼 다른 궁금함이 생겨 묻는다. 

 “ 헌데 그 선문법사란 분도 그 대진교인가 하는 종교단체는 떠났다면서요 ? ” 

 “ 내가 그곳을 그만두고 난 뒤에 벌어진 일이니 이후의 일은 대체 어찌된것인지 알 

  수 없지만 대략 내가 그것을 떠나고도 한 10년 가까이가 지나서 선문법사 역시 그 

  곳을 떠났다는거야. 여하튼 창원회관장만 한 10년 넘게 하면서 그 종단 입장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한동안 그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그런분이건만 결말이 그렇게 났다 

  는 이야기지. 그리고 유가족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이후로는 한 10년 평범한 일 

  반 사회생활을 하다 어느덧 나이 60을 넘겨 그렇게 세상을 떠나게 되신거지 뭐. ” 

 준식이 대진교를 떠난게 벌써 20년 이상이 지난 일인데, 그로부터 한 10년쯤 지나서 선문법사 마저 그곳을 떠나고 말았고 그 선문법사는 이후 한 10년은 (홀몸으로) 평범한 직장생활,사회생활을 하다 나이들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원래 사춘기때부터 ‘무당이 되겠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설쳐대기도 했고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나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을 예견하기도 한 ‘무서운 예지력’을 갖춘 그런 여인이기도 했다. 그런 여인이 그렇게 집을 떠나 한동안 그런 과정을 거치다 인연을 맺게된 대진교. 그곳에서 창원회관장과 천도전문법사(제1 천도법사) 그리고 순도사까지 역임했음에도 결국 나중엔 그곳을 떠나고 평범한 사회인으로 생을 마감한, 그런 그녀의 인생은 또 어찌 평가하면 좋을까. 새삼 다시 준식으로선 선문법사에 대한 묘한 애증의 감정과 함께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히는 순간이기도 하다. 

 “ 그럼 그때 그 천 되돌려받을 방법은 없는거에요 ? ” 

 혹시 자신이 장가를 못간 이유가 그때 선문법사에게서 받은 천을 계속 고이 간직하지 않고 남을 줘버렸기 때문에 그 저주(?)라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약간 씁쓸한 감회를 토로하기까지 했던 준식. 그래서인지 세아가 괜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담아 그렇게 물었다. 허나 준식은 당치도 않다는 듯 손을 내젓는다. 

 “ 이미 남을 한번 줬던건데 어떻게 지금와서 다시 돌려달라고 하나. 게다가 그때 그 

  하이텔 동아리 회원들과의 인연도 벌써 20년 이상이 지난일이야. 지금은 어디서 어 

  떻게 사는지도 모르는데...하물며 그런 어디서 뭘하며 사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이제 

  와서 어렵사리 연락을 취해 고작 그런 이야길 한다는 말인가. 그건 더더욱 당치도 

  않은 일이지. ” 

 게다가 애초에 그 천과 관련된 사연까지 감안한다면 그때 그 하이텔 동호회 회원이 그 천에 대해 어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는판에 그걸 돌려달라고 하는 이야기. 여러 가지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준식의 설명을 들으니 세아가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세아와는 대충 그 정도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헌데 막상 집으로 돌아와서는 다시금 생각을 해보니 그때 그 회원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러니까 90년대 중반의 일은 분명 아니고 준식이 대진교를 떠난뒤인 후반경의 일. 90년대 중반부터 가입해 활동하던 하이텔의 ‘삼국지클럽’이란 동아리에 당시 10대 사춘기 학생이던 소년. 그 소년에게 마치 농반진반같은 말로 ‘처녀귀신의 영혼이 간직된 천이니 잘 간직하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당시 준식의 신분을 정확히 모르던 그 회원은 아무래도 농담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그 일도 이미 20년 이상이 다 지난 일이니 지금와서 그 회원의 연락처나 소식을 알아낼 방법도 없고 또 안다고 해도 이제와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도 민망한 일이다. 여하튼 새삼 준식으로선 궁금해지는 일이기도 하다. 원래는 선문법사가 창원회관에서 천도제를 지낼 때 찾아오곤 했다는 ① 억울하게 죽은 처녀귀신이나 ② 어려서 과부가 된 여자들의 원귀가 깃들기도 한 천. 그리고 선문법사에게서 그 천을 받은 청운회나 젊은 교사들은 대개 머지않아 종단을 떠나게 되었고 그러나 막상 종단을 떠나서는 대개 무탈하게 평범하게 직장생활 잘 하고 결혼까지 해서 애낳고 잘살고 있더라는 그와같은 징크스가 있는 천. 그 천이 과연 대진교나 청운회등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pc통신 하이텔 동아리의 당시 10대 사춘기 청소년이 받았다면 그 천을 준식으로부터 건네받은 소년은 이후의 일이 어찌 되었을까. 확실히 궁금해지는 일이긴 하다. 

 밤늦은 시간이 되었다.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심란한 생각에 또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준식. 하는수없이 오늘도 편의점에서 소주 두병을 더 사와 과자 안주와 함께 들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곯아떨여저버린 준식. 그러고보니 방에 불도 끄지 않은채 그대로 잠들어버린 셈인데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 어엇~~~!!! ” 

 웬 환영 같은 것이 갑자기 눈에 펼쳐졌다. 얼핏 보니 무슨 희뿌연 안개같은 것이 자욱하게 퍼져있고 그리고 웬 여인 하나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대체 뭐하는 여자지 ? 일단 준식으로선 생전 처음보는 낯선 얼굴이긴 하다. 그리고 대진교에서 성직자들이 입던 의복인 하얀 두루마기 보단 차라리 교회 성가대원 복장에 가까운 그런 옷차림을 한 젊은 여인이 준식의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 누...누구요 당신... ” 

 놀라고 기겁한 준식이 소리를 질러보려 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리고 교회 성가대원 복장같은 옷을 입고있는 웬 젊은 여인 하나가 평온하게 앉아 미소짓고 있는 모습. 그것이 한동안 준식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 으허허허헉~~~!!! ’ 

 대충 짐작했겠지만 역시 꿈이었다. 눈을 떠보니 성가대원 복장을 하고 야릇한 표정으로 준식을 바라보던 의문의 젊은 여성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간밤에 마신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아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손으로 어루먼져보고 있었다. 무엇보다 조금전 그 상황이 결국 꿈이었음을 깨닫고 어떤 아쉬움이라도 생기는지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라도 쐬러 밖으로 나와보았다. 어차피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아 지금 바로 아침을 먹긴 그렇고 산책이라도 좀 하고 온뒤 목욕을 하고 난 뒤에 천천히 먹을 생각이다. 빌라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101호의 단세아는 아직 나와있지 않았다. 공연히 어떤 아쉬움을 느끼며 주변을 한바퀴 삥 둘러보았다. 동네 한바퀴를 쭉 돌아본뒤 집으로 돌아와서는 목욕을 한뒤 참치캔과 김치를 꺼내 대충 하얀 쌀밥과 함께 아침식사로 먹는다. 

 그러잖아도 어제 세아에게 선문법사에 대한 이야기를 긴 시간 들려주며 ‘문제의 천’에 관한 이야기까지 해준터라 공연히 그 일이 마음에 걸리기까지 하다. 여하튼 선문법사 입장에선 자신이 천도제를 지낼때마다 썼다는 주로 (1) 억울하게 죽은 처녀귀신이나 (2) 어린나이에 과부가 된 여인들의 원혼이 깃들어있다는 천. 여하튼 그 천을 받은 청운회나 젊은 교사들은 종단을 떠난뒤에도 대개는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는데 준식은 그 천을 남에게 준 탓인지는 몰라도 나이 50이 다 되도록 장가도 못가고 여전히 혼자 살고 있다. 그래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빌라건물 세채를 관리하고 있는 건물주라 경제적인 어려움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나이 50이 다 되도록 혼자 살고 있고 게다가 큰 이변이 없는한 앞으로도 쭉 이런식으로 살다 여생을 마무리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준식은 근래들어 여러 가지로 착잡한 심경에 사로잡히곤 한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을 해 보았다. 페이스북에 들어가 좀 뜬금없는 검색을 한번 해 보았다. 하이텔 삼국지클럽 시절 회원 이름을 한번 검색해본 것이다. 허나 ‘사막에서 바늘찾기’ 내지 ‘서울에서 김서방찾기’나 다름없는 짓이다. 일단 SNS 사용인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니 동명이인이 워낙 많아 그중에 어떤이가 하이텔 삼국지클럽 시절 어울리던 회원 아무개인지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떄문이다. 그나마 사진이나 구체적인 프로파일이 있는 사람은 평상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그래도 자주하는 사람이지만 SNS에 가입만 하고 거의 사용을 않는 사람의 경우엔 프로필은커녕 사진하나 올라와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그런 SNS에서 하이텔 동호회 시절의 아무개나 아무개를 찾아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일이기 때문이다. 

 체념을 하기도 했고 공연한 짓을 한것같아 후회도 되었다. 지금 그때 하이텔 동호회 시절 회원을 만나서 뭐라고 할 것인가. 이제와서 그 문제의 천을 건네준 회원을 찾아보기라도 할것인가, 또 설사 그 회원 연락처나 근황을 알게된다 한들 이제와서 뭘 어쩔것인가. 결국 아무의미없는 짓이란 결론을 내리고 SNS 접속을 종료하고 컴퓨터를 껐다. 

 건물 관리나 할겸 빌라 세채의 수도며 가스,전기 혹은 상,하수도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쭉 한번 돌아보고 한두시간여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SNS에서 평상시 어울리는 페친들이랑 수다를 좀 떨다 다시 무료해져서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자리에 누워 다시 상념에 잠겼다. 

 여하튼 준식이 대진교를 떠난 것은 벌써 20여년전의 일이다. 대략 97-98년경에 그곳과 결별하고 나온것이니 이제 좀있으면 그 시절의 일도 4반세기전의 과거일이 될 판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접한 선문법사의 별세소식. 여하튼 그녀도 그런 남다른 과정을 거쳐 대진교와 인연을 맺어 법사까지 되었고 그리고 지금은 그곳을 나와 이렇게 세상을 떠났다. 다른 청운회나 총무원 젊은 교사들에겐 각별히 잘해주는 편이었으나 자신과는 좀 이런저런 악연이 겹쳐져있는 애증의 관계였던 선문법사. 그런 그녀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문상까지 하고 돌아오니 이렇게 심경이 복잡해진 것이다. 

 교회에 한번 가 보았다. 이런 준식의 심리를 어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대진교 총무원을 떠난뒤 한 2-3년 정도는 보조연기자 알바를 좀 하다가 그리고 2천년대 초반경부터는 아버지 소유의 경기도 위성도시의 빌라건물 관리인으로 살았고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뒤 그 건물을 물려받아 건물주로 살고있는 것이다. 그리고 막상 그렇게 대진교를 떠난뒤 어떤 심적 공허감을 느꼈던것일까.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의 일이다. 

 가까운 동네에 있는 교회에 출석한게 그때부터 벌써 20년의 일이다. 사실 교회에 나갈때는 여전히 초신자 같은 기분이긴 한데 그런 느낌이건만 어느뎟 그 시간도 2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그러니 윤준식의 인생 자체에서도 대진교에서 몸담고 있었던 시간보다 이미 교회에 다닌 시간이 더 길다고 봐야할판. - 고등학교때 대진교와 첫 인연을 맺었을때부터로 계산해도 8-9년정도의 시간이지만 동네 교회에 출석하게 된지는 어느덧 20년이 넘는다. 다만 요즘은 코로나사태 때문에 준식의 교회도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고 있는지 오래된지라 준식도 대략 작년 이맘때부터는 주일예배에 직접 참석하는 것 보다는 CTS 설교방송을 시청하거나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는 대형교회들의 인터넷 예배영상을 드리는 것으로 주일성수를 대체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에 가는것도 좀 애매하긴 하다. 오늘은 주일도 아닐뿐더러 게다가 준식이 다니는 교회 역시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게 된지 꽤 되었는지라 지금 교회에 간들 거기 있을만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공연히 교회건물 근처만 좀 배회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우연히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 어...윤준식...씨 ? ” 

 사실 준식은 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이미 서른이 다 되어 있었기 때문에 청년부에 가입한다던가 그럴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그렇게 그냥 애매하고 어정쩡한 상횡에서 쭉 이 교회에 출석해왔다. 그렇다고 무슨 집사니 권사니 하는 그런 직분이 있는것도 아니니, 헌데도 용케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나이는 가늠이 되지 않는데 한 서른 좀 넘은듯한 여성이었다. 

 “ 오랜만에 뵈네요. 그간 잘 계셨어요 ? ” 

 “ 아, 네...뭐... ” 

 사실 오히려 준식이 상대 여성을 바로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좀 무안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여인이 준식에게 말을 건넸다. 

 “ 코로나 때문에 OO 감리교회도 요즘은 온라인 예배로 하고 있는데... ” 

 “ 네, 그건 알고 있어요. ” 

 아마 코로나 사태 이후론 준식이 더 이상 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여성이라서인지 그런식으로 겸사겸사 알려주는 듯 한데 일단 준식이 그와같이 대꾸하긴 했다. 여인의 말이 이어진다. 

 “ 아쉽죠 ?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 ” 

 “ 예 ? ” 

 좀 어리둥절하고 의아하게 여인을 바라보며 물은 준식. 여인의 말이 이어졌다. 

 “ 코로나 때문에 주일예배도 드리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한다는게 말이에요. 아 

  무리 그래도 예배는 역시 직접 교회에 나와서 드리는게 정석이고 제맛인데... ” 

 “ 하하...뭐 그렇죠. ” 

 대꾸할말이 마땅치 않아 적당히 이런식으로 얼버무리긴 하는데, 일단 여인의 말은 좀 더 이어지고 있다. 

 “ 빨리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야 정식으로 다시 주일예배도 드리고 그럴수 있을텐 

  데 말이죠. 그렇죠 ? ” 

 “ 하하...글쎄요... ” 

 허나 준식은 그 부분에 대해선 좀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다. 

 “ 솔직히 어려울거에요. 코로나란게 결국 세균이고 바이러슨데...사람이 세균을 어떻 

  게 이기나요 ? 따지고보면 인류문명이 시작되기도 전에...어쩌면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하기도 전에부터 존재했을게 바이러스니 박테리아니 하는 그런 세균일텐데... ” 

 무엇보다 생명체의 진화과정이 처음 단세포동물부터 시작해서 차츰 그와같은 진화과정을 거친것이라면 어쩌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도 인간보다 훨씬 먼저 지구상에 존재했던 대선배격이고 조상격이 되는 그런 생명체가 된다. 허니 코로나가 되었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바이러스를 상대로 인간이 싸운다는 것. 일단 상식적으로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싸움이다. 물론 질병이란 것은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예전엔 중병이었던 병들이 차츰 고치기 쉽게 되는 것으로 그런 과정을 거쳐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병(病)’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래도 코로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혹 정말 코로나를 좀 더 쉬이 치료할수 있는 그런 신종백신이 앞으로 더 개발이 된다면 모를까 사실상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발생한 이상 이제 앞으로 장기간 인류와 함께 공존해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 중세유럽의 페스트가 수백년 이어간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어쩌다 이야기 주제가 코로나 이야기로 번진것인지 모르겠지만 OO 감리교회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30대 초반의 자매와는 그 정도 수준의 이야기만 간단히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준식은 눈을 감고 다시금 상념에 잠긴다. 

 ‘ 어...어... ’ 

 어떤 알 수 없는 공간을 다시금 준식이 거닐고 있었다. 어쩌면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고 또 어떨땐 도시 한복판을 거닐기도 했는데 무슨 ‘교회도시(?)’이기라도 한지 서울시내에서 종종 보는 ‘대형교회’ 같은 큼직한 건물의 교회가 여기저기 수두룩하게 세워져있는 그런 이상한(?) 도시 한복판이었다. 그런 이상한 교회도시(?)를 걸어가다 갑자기 다시 하늘을 오르는 듯 하다 장면이 바뀌었다. 이번엔 웬 어두컴컴한 공간. 마치 우주공간이라도 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어떤 어두컴컴한 허나 주위 여기저기에 불빛이 반짝이는 그런 공간을 날고 있었다. 그야말로 우주 한가운데를 헤엄치기라도 하는 기분이다.  

 준식은 우주공간을 계속 헤엄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꿈에서 쉬이 깨어나지 않는다. 장자의 이야기던가. 꿈속의 내가 진짜인지 아니면 지금 현실의 내가 실체이고 꿈은 그냥 꿈일뿐인것인지. 여하튼 분간이 쉽지 않은 가운데 준식은 마치 안드로메다 은하처럼 보이는 어느곳으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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