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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정화 (7)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5년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이준은 그 사이 군대도 다녀오고, 대학은 3학년으로 복학을 했으나 요즘은 학교에 가는날보다 가지 않는날이 더 많았다. 한편 이준이 ‘김이장네 일기’ 아역과 라디오 보조진행에서 하차한 것이 고3무렵의 일이니 이후엔 더 이상 방송활동을 하지 않은지도 어느덧 6년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이다. 헌데 이때 이준은 학교는 잘 나가지 않고 그 대신 다소 엉뚱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실은 언젠가부터 스포츠 경기장을 자주 찾고 있었다.

 사실 이준이 원래 운동(運動) 같은데 관심이 있거나 하는편은 아니었다. 다만 야구정도는 남들 다 좋아하니까 가끔 관람이나 TV 시청을 하는 그 정도였는데, 그러던 이준이 요즘은 엉뚱하게도 잠실에 위치한 한 배구경기장을 종종 찾고 있었다. 그렇다고 배구경기 자체를 관람하는것도 아니라 실은 이준은 시합을 뛰는 한 ‘여자 배구선수’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준이 그 배구선수한테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에서 가끔 TV나 스포츠신문 같은데서 배구시합이나 관련 선수 인터뷰를 두어번 접해보았을 때 부터다. 이두희라는 이름도 다소 특이한 그리고 요즘 한참 잘 나가는 실업팀의 베테랑급 선수이기도 했는데, 나이는 대략 이준과 엇비슷한 그 이두희에게 이준은 관심을 갖기 시작하다 그녀가 출전하는 경기를 직접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그렇게해서 찾게된 배구 경기장. 이준은 사실상 이두희선수가 소속된 팀이 경기를 하는날만 골라서 그것도 시합 그 자체보다는 이두희를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게 된것인데 그러다 한번은 다소 용기를 내서 좀 엉뚱한짓을 저질렀다. 실은 꽃배달 서비스를 이용 이두희 선수에게 꽃다발을 한번 배달해보기로 한 것이다. 다만 자신의 실명으로 직접 하는 것은 민망해서인지 익명으로 두어번 그와같은 꽃배달 서비스를 이용해보았는데, 이두희 입장에선 그저 흔한 팬중 한명정도로 생각하고 그리 대수롭지는 않게 여기고 있었다. 헌데 그러다 하루는 아예 이준은 경기가 끝나고 락커룸에서 나오는 이두희에게 직접 접근을 시도해보았다.

 “ 저...이두희 선수이시죠. ”

 “ 네, 그런데요 ? ”

 갑작스러운 웬 젊은 남자의 다가옴에 순간 약간 당황하기도 한 이두희는 혹시 싸인이라도 받으러온 팬인가 싶어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헌데 이준은 그런 두희에게 용기내어 거듭 말을 건넸다.

 “ 저...실은 제가 몇 번 일전에 꽃다발을 배달 서비스로 보낸적이 있는데, 기억하시

  나요 ? ‘침묵의 기사’ 라고. ”

 “ 아...그럼 아저씨가 바로... ”

 ‘침묵의 기사’가 바로 익명으로 꽃배달 서비스를 보낼 때 이준이 사용한 닉네임이었다. 바로 그와같은 닉네임으로 전해온 꽃다발을 몇 번 받아본 경험이 있는 이두희라서 바로 기억이 나긴 했다. 두희가 일단 이준에게 말을 건넨다.

 “ 보내주신 꽃다발은 감사하게 받았습니다만...헌데 무슨일로... ”

 “ 저...실은... ”

 어떻게 말해야하나 잠시 망설여지긴 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것 공연히 빙빙 말을 돌리는것보다 바로 정면돌파를 시도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선수단이야 이제 곧 합숙소로 가든 집으로 돌아가든 팀이 이용하는 버스를 타고 갈것이기 때문에 오래 지체할 시간도 없다. 그래서 이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서 바로 고백을 했다.

 “ 저...실은 한번 개인적으로 좀 만나볼수 없을까 해서요. ”

 “ 네 ? 저를요 ? ”

 다짜고짜 이와같이 나오는 이준으로 인해 당황했는지 이두희는 일단 주의를 두리번거리며 경계를 했다. 허나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인지 이준은 좀 더 적극적으로 두희에게 다가갔다.

 “ 오래전부터 이두희 선수를 지켜본 사람입니다. 그래서 한번 좀 직접 만나 진지하

  게 이야기라도 나눠보고 싶다 그 생각을 했고요. ”

 “ 아...저 지금 바쁜데... ”

 두희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실제 이제 그만 빨리 돌아가야겠기에 그런식으로 그 자리를 빠져나가긴 했다. 이준은 안타깝게 두희가 탄 팀 버스가 출발하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았는데, 허나 그 정도에서 물러날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몇 번 그 뒤에도 시합을 관람하고 난 뒤 두희를 찾아왔었다. 결국 두희는 마지못해 그와같은 이준의 만남제안을 승낙하고 말았다.

 “ 헌데 언제부터 그럼 저한테 관심을 갖기 시작하신거에요 ? ”

 경기장은 아닌 별도의 다른 공간에서 만나보자는 두희의 말에 약속장소를 따로 정하고 그 시간에 이준은 두희와 만남의 시간을 갖게되었다. 아무래도 사복을 입고 나왔으니 처음에 이준은 순간 두희를 몰라볼뻔하기가지 했다. 게다가 유니폼이 아닌 일반적인 옷을 입은 두희의 모습은 유니폼을 입었을때보다 매력이 약간 반감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렇게 마주하니 그저 길가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20대 중반의 여성을 만나는 느낌 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두희는 원래 미모는 약간 떨어지는 편이었기 때문에 그런 그녀의 사복차림의 모습은 이준을 살짝 실망시키기까지 했다. 허나 어쨌든 어렵사리 갖게된 만남의 자리. 허무하게 마무리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준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 실은 원래 어릴때부터 운동하는 여자들한테 관심이 많았었어요. ”

 “ 운동하는 여자들한테요 ? ”

 “ 뭐 그냥...어릴때부터...대략 한 국민 학교 5-6학년 (* 국민 학교가 초등학교로 명칭

  이 바뀐게 95년부터이긴 하지만 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습관적으로 ‘국민 학교’란 표현

  을 더 많이 썼다.) 때부터 배구라던가 농구 이런거 하는 여자들한테 좀 관심이 많았

  었어요. 그래서 가끔 그런 시합을 지켜보기도 하고, 관련 기사같은 것을 유의깊게

  살펴보기도 했는데... ”

 ‘운동하는 여자를 좋아했다’는 이런 남자는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라서인지 두희가 되려 이준을 신기하게 여기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일까. 두희가 정색을 하고나서 이와같이 묻는다.

 “ 그럼 뭐...저한테 관심이 있으신게 아니라 운동선수 그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 그

  런 뜻인건가요 ? 그냥 여자운동선수 한테요 ? ”

 “ 아...아뇨 뭐...꼭 그렇다기 보담도... ”

 당황했는지 일단 손을 내저은 이준. 허나 해명삼아 답변삼이 일단 말은 이와같이 이어간다.

 “ 원래 운동하는 여자들 그 자체에 관심이 많아 여자농구나 여자배구 이런 시합을

  좀 즐겨보기도 했고 또 그런 선수들에 관심이 갔던것도 사실이지만...그래도 어느

  선수 개인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경우는 그렇게 흔하진 않아요. 아니 사실 이두

  희 선수에게 관심을 가져보는게 사실상 처음인 듯 같습니다. 어느 특정한 운동선수

  개인에게 관심을 가져보는것은요. ”

 “ 그래서 저랑 직접 만나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셨던거에요 ? ”





 이준은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한 대학 캠퍼스를 찾고 있었다. 오늘 이준이 이 캠퍼스를 찾은 것은 자신과 같은 아역 연기자 출신인 정연이란 여학생을 만나기 위해서다. 아역시절 농촌드라마와 라디오프로 심야 보조진행을 맡았던 이준은 따라서 비슷한 또래의 아역배우들과 어울릴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래도 가끔 광고촬영장 같은데서 만나게 되는 아역배우들은 간간이 있긴 했다. 그렇다고 딱히 그네들과 친분이 있는 정도도 아니고 그저 촬영장에서 우연히 보면 인사정도나 나누는 그 정도 사이의 아역배우가 몇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유정연인 것이다.

 정연은 이준보다 다섯 살 아래로 현재 대학 1학년 신입생이다. 나이차이가 그 정도 나니만큼 이준이 고등학생일 때 정연은 그때 겨우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따라서 이준의 눈에는 아직 ‘어린아이’ 정도로만 보일 그럴때이기도 했는데, 여하튼 그 정연도 어느덧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최근 접한 것이다. 그래서 그 정연이 지금은 얼만큼 변모해있고 자랐는지 또 소식도 궁금하고 해서 만나러 온 것인데 이준의 전혀 뜻밖이고 예상치못한 방문에 정연은 일단 반갑게 이준을 만나보러 그가 기다리고 있다는 캠퍼스내 모처로 찾아왔다. 정연은 환하게 웃으며 이준에게 인사한다.

 “ 오빠, 저 정연이에요. 그간 잘 지내셨어요. ”

 어느덧 대학생인 정연인 화사한 정장에 구두와 스타킹까지 신고있는 모습이 어엿한 성인여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만 단발의 커트머리에 작고 동그스름한 얼굴은 약간 선머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그런 여자이기도 한데, 사실 그런 이미지는 어린시절 정연도 마찬가지였다. 정연의 경우엔 아역배우로는 일일극이나 주말극 같은데 단역으로 몇 번 출연한 경력이 전부인데, 대개 좀 성격이 괄괄하거나 까칠해 보이는 그런 역할을 맡았었다. 그래서인지 아역배우 정연을 기억하는 어른들의 눈에도 ‘기집애가 저렇게 선머슴 같은 아이가 다 있나 ?’ 이런식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 정도의 아역배우 출신. 헌데 여하튼 그 정연도 어느덧 화사한 옷차림의 성인여성이 되어 지금 이준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이준은 순간 몰라볼뻔할만큼 달라진 정연의 모습에 사뭇 놀라면서 말을 건넨다.

 “ 나야 잘 지냈지. 그나저나 대학생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서 궁금해서 찾아와보았

  는데 몰라보게 많이 달라졌구나 정말. ”

 “ 그렇게 많이 달라졌나요 ? ”

 이뻐졌다는 뜻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인지 곱씹어보니 좀 묘한말이기도 해서 살짝 야릇한 미소를 보이며 되묻는 정연. 등나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음료수 캔 하나를 나누며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 근데 정연이는 철학과에 진학했다구 ? ”

 “ 네, 그렇게 되었어요. ”

 아역배우 출신이라고 다 커서 연기를 한다거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철학과에 진학했다는 것은 다소 뜻밖이기도 해서 의아해서 그와같이 물은 이준. 궁금함이 한층 더해져서 다시금 질문을 건넨다.

 “ 연기활동은 그럼 이제 더 할 생각이 없는거야 ? ”

 “ 잘...모르겠어요. ”

 아직 어떤 마음의 결정을 한 것은 없는지 그런식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정연. 사실 연영과에 진학한 이준이긴 하지만 더 이상 방송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그도 마찬가지다. 그러고보면 두 사람 다 아역배우 출신이긴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방송이나 연기활동은 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기도 한데, 이준은 잠시 말없이 정연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느덧 화사한 숙녀가 되어있으면서도 약간 선머슴 같은 스타일이 있던 어린시절 아역때의 이미지가 남아있기도 한 그런 정연의 자태. 그 정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 왜요 오빠 ?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 ”

 이준의 시선이 너무 한참동안 자신을 향하고 있자 정연이 순간 당황해서 그렇게 물었는데, 이준은 그 물음에조차 대꾸가 없이 되려 엉뚱한 말을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 다르다 참... ”

 마치 어떤 명화(名畫)라도 감상하는듯한 모습으로 정연을 한참동안 응시하고 있다 그와같이 내뱉은 이준. 정연 입장에선 거듭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는 이준의 태도라 더더욱 의아해서 묻는다.

 “ 무슨말이에요 갑자기 그게 ? ”

 “ 느낌이 참 달라... ”

 “ 네 ? ”

 “ 정연이 느낌이...참 어떤 여자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어. ”

 “ 오빠... ”

 자꾸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 이준을 보니 괜시리 불안해지기까지 한 정연이 그와같이 묻는데, 아무래도 설명이든 해명이든 좀 해야할 것 같아 이준의 부연설명이 좀 더 이어진다.

 “ 그냥 잠시...정연이의 이미지를 어떤 다른 사람과 좀 비교를 해 보았어. 그런데...

  정연이 느낌은 참 다르다는 생각을 했던거야. ”

 “ ??? ”

 “ 그 여인은 마치 거친 들판에 혼자 자라난 이쁘지는 않지만 나름의 매력을 갖춘

  어떤 질긴 풀꽃같은 느낌이라면 정연이는 원래 그렇게 가꿔진 그런 이미지라고나

  할까. 처음부터 타고난... ”

 “ 오빠,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에요 ? ”

 대체 누구와 뭘 비교하고 있길래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연의 입장에선 이준의 의도를 더더욱 알 수 없어 의아함만 더해갈 수밖에 없는데, 이준이 잠시 다른 일상적인 대화로 말을 좀 돌리다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

 “ 정연아...유정연... ”

 다른 일상적인 대화 두어마디를 주고받다 다시금 정색을 하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이준인지라 정연이 살짝 긴장까지 되는판인데, 그런 정연을 바라보며 이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 우리...만날래 ? ”

 “ 네 ? ”

 “ 그러니까 내 말은...그냥 같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알고 지내는 그 정도 사이 말고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고 만나는 그런 사이 말이야. 그렇게 한번...해보고 싶어서

  ... ”

 바보가 아닌이상 이런식으로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할 여성은 세상에 거의 없을듯하고, 다만 막상 작심하고 하는 고백이다보니 긴장이 되어서인지 이준은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기가 쉽지 않다. 다만 그래서인지 진정성은 더더욱 느껴질듯한 그런 말투이긴 한데, 순간 당황한듯한 정연이 조심스레 묻는다.

 “ 오빠, 아직 여자친구 없어요 ? ”

 “ 여자친구 ? 아하하핫... ”

 그 말이 괜히 웃기기라도 한것일까. 갑자기 이상한 폭소같은 웃음을 터트리는 이준. 씁쓸히 미소지으며 정연에게 이와같이 말한다.

 “ 없으니까 너한테 이런소리 하는거지...있으면 내가 왜 이런말을 하겠냐 ? ”

 “ 어...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거에요 ? ”

 이준과 정연의 인연은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광고촬영장에서 우연히 가끔 만나 인사나눈 그 인연이 전부. 무엇보다 이준은 한동안 개인적인 힘든시간이 좀 있었기 때문에 정연이든 다른 누구든 사적인 만남을 가질만한 기회는 거의 없었고, 그 사이 군대까지 다녀왔으니 정연과의 인연은 그 수년간은 거의 끊겨져 있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헌데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그것도 대학에 진학한 정연의 소식을 수소문해 이렇게까지 직접 찾아와서는 이런 고백을 하고있는 이준. 정연의 물음에 이준은 침착하게 답한다.

 “ 뭐...언제부터라기 보단... ”

 “ ??? ”

 “ 오빤...솔직히 정연이같은 스타일이 좋았어. 원래부터... ”

 “ 저...같은 스타일이라뇨 ? ”

 “ 그...뭐랄까...흔히 그런 이야기 하지. 여자앤데...좀 선머슴 같은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오히려 성격이 좀 괄괄하고 그런면이 있는. 오히려 여자애지만 이미지는 되

  려 남성스러운...오빤 그런 스타일의 여자를 마음에 들어했거든 어릴때부터. ”

 “ 오빠... ”

 실제 정연이 아역배우 시절 맡았던 역할도 대개는 그런 역할이긴 했는데, 다만 그때는 정연도 아직 어린나이였을때고 그럼 그 초등학교 5,6학년이던 정연이를 당시 고등학생이던 이준이 그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소리인지. 다소 판단이 안 가는 혼란스러운 말을 이준이 입에담고 있는 가운데, 이준은 마치 모처럼 오기 쉽지 않은 좋은 기회를 허투루 놓쳐버리고 싶지 않은지 나름의 간절함을 담아 거듭 정연에게 말한다.

 “ 솔직히 어릴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어. 만약 이 다음에 여자친구를 사귄다면 너

  무 이쁘거나 공주같은 그런 스타일의 여자말고 오히려 좀 선머슴 같은 기질이나 괄

  괄한 면이 있는 그런 여자를 한번 사귀어보고 싶다는... ”

 “ ...... ”

 “ 오빠한테 그 기회를 한번만 주면 안될까 정연아 ? ”





 두희를 만날 때 이준은 한번은 다소 이채로운 제안을 하나 했다. 다소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였다.

 “ 두희씨... ”

 “ 네, 이준씨. ”

 나이도 비슷하고 아직 그렇게까지 친해진 사이는 아니라서인지 존대말을 써가면서 대체로 아직은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눌때였다. 그러다 어느날 이준이 문득 이와같이 말한 것이다.

 “ 희롱하는 모양새가 될 것 같아서 좀 망설이긴 했는데...언제한번 유니폼 차림으로

  나와주시면 안되겠어요 ? 사복으로 입지 말고 운동할 때 입는 운동복 차림 그대로

  요. ”

 “ 운동복 차림으로요. ”

 상식적으로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간호사라던가 여타 제복을 입고 일하는 여성들이라 할지라도 밖에서 사적으로 누굴 만날 때 제복을 입고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운동선수라고 해서 다를게 있을까. 헌데 그런 사복차림으로 만나게 되는 두희를 결국 유니폼 차림으로 보게 되는 기회는 일부러 경기장을 찾았을때외엔 없어서인지 그와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 어떻게 보면 이준은 막상 운동선수를 사귀게 되니 정작 운동복 차림의 모습을 보게될일은 거의 없어서 그런쪽으로 실망하는 중이었다. 데이트할 때 시합용 유니폼을 입고 나올 사람은 없을 것 아닌가. - 그래서 이와같은 요구를 한것인데 두희는 의아해하면서도 별다른 문제될일은 없을것이라 생각했는지 순순히 이준의 제안에 응했다. 그래서 한번은 주말에 함께 교외로 놀러갔을 때 유니폼차림으로 이준과 함께 그곳으로 가게된 두희. 이준은 가져온 카메라를 꺼내서 두희에게 이와같은 요구를 했다.

 “ 저쪽에서 한번 자세좀 취해주세요. 한번 유니폼을 입은 두희씨 모습 사진으로 담

  아두고 싶어서 그랬어요. ”

 그러한 이준의 요구에 두희가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응해서 이준은 유니폼 차림의 두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두는데 성공할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음료수를 한잔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원래...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

 “ 어떤...생각을요 ? ”

 “ 그게...그러니까 대략 20대로 접어들면서부터 한 생각인데...일단 군대는 빨리 가

  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만보니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연애를 하든 취직준비를

  하든 결국 가장 걸림돌이 되는게 군대문제잖아요. 그러니 일단 군대문제부터 빨리

  해결을 보고... ”

 “ ??? ”

 “ 그리고나서 군대 다녀온뒤에 나머지 20대의 시간은 한번 ‘후회없는 사랑’을 해보

  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

 “ 후회없는 사랑...이요 ? ”

 실제 현재 이준은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와 지금은 어느덧 나이 20대 중반에 접어든 상태. 그런 상황에서 배구선수인 이두희를 만나는 자리에서 이런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헌데 ‘후회없는 사랑’을 하고싶다는 이준의 말의 의미가 바로 이해가 잘 안가서인지 두희는 그 말을 곱씹어보며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이준을 바라본다. 그런 두희를 바라보며 이준의 말은 이어진다.

 “ 뭐...한마디로 말해서...남들 하는만큼...후회없는 사랑을 한번쯤은 해보자. 20대때

  는 그렇게...뜨겁게...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그런 사랑을 원없이 해보자 이거죠. 그

  리고 무엇보다 기왕이면... ”

 “ ...... ”

 “ 내가 원하는...내가 바라는 이상형에 맞게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내가 바라는

  타입의 그런 여자는 좀 원없이 만나보자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

 “ 그래서 절 선택하신거란 말씀이신거에요 ? 제가 그렇게 이준씨가 바라는 이상형

  에 딱 부합되는 그런 여자라서 ? ”

 언제부터인가 운동하는 여자에게 관심이 많아졌고 그래서 그런 여자를 한번쯤 사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배구선수인 두희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말은 이미 이준이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한 적이 있었고, 그런식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이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준의 설명이 대략 그와같자 두희가 그와같이 말한것이고 여하튼 자신을 마음에 들어한다니 두희 입장에서도 그리 싫지는 않은지 살짝 미소를 지어보기도 한다. 헌데 그러다 문득 다른 궁금증이 생겼는지. 이번엔 두희가 이준에게 묻는다.

 “ 참, 근데 이준씨 과는 무슨과라고 했었죠 ? 그걸 못 물어봤던 것 같네요. 학번은

  아마...나이는 저랑 동갑이라 하셨던 것 같은데. ”

 “ 처...철학과에요. 91학번...OO 대학의... ”

 헌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준은 두희의 물음에 ‘거짓대답’을 했다. 일단 이준이 두희와 동갑인것도 그리고 91학번인것도 사실이다. 허나 지금 다니는 대학은 연극영화과이지 철학과가 아니지 않는가. - 사실 철학과는 정연이 다니는 학과다. - 게다가 이준은 자신이 아역배우 출신이란 사실도 여태까지 두희에게 밝히지 않고 있었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것인지 아니면 그와같은 자신의 전력을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것인지. - 하주희,하주연 사건을 겪으면서부터 연예계 생활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이준이기도 하다. - 연영과에 다닌다는 사실까지 숨기고 되려 ‘철학과’라고 그것도 자신과 같은 아역배우 출신인 유정연이란 여자아이가 다니는 학과를 들먹이기까지 한 이준. 그러면서도 또 대학명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으로 맞게 대답했다. 그러니 이준은 지금 두희 앞에서 실제 자신이 다니는 대학명을 앞세워 ‘OO대학 철학과 91학번 하이준’이라고 말한것인데 이중 대학과 학번은 사실대로 말한것이나 학과는 사실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이준이 다니는 대학에는 ‘철학과’는 존재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생각인지 엉뚱하게도 연영과에 다니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것까진 그렇다치더라도 철학과를 언급해버린 이준. 심지어 이보다 더 시간이 지난뒤에는 두희의 물음에 이런 답을 하기도 했다.

 “ 참, 근데 이준씨 부모님 직업은 뭐라고 하셨죠 ? 그건 여태 못 물어봤던 것 같네

  요. ”

 “ 아, 그게...아...아버지는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계세요. 그리고 어머니는

  음대출신으로 OOO 합창단을 지내신 분이시고요. ”

 어떻게보면 이준의 심리 내면에는 자신이 아역배우 출신임을 숨기고 싶은 정서가 깔려있는 것으로 봐야할지 모른다. 이종태 피디에게 양자로 입양이 되면서 오히려 그 양아버지 종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역배우로 데뷔하기까지 한 하이준. 한때 방송사의 농촌드라마에 아역배우로 출연하기까지 했고 라디오 프로 보조진행까지 맡았던 이준이긴 하지만 어느덧 성인이고 다 자라서인지 아역배우 시절 농촌드라마에 출연하는 이준의 모습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두희는 운동선수라서 일단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연습하랴,시합에 출전하랴 대개 바쁘게 시간을 보낸데다가 원래 TV도 잘 안 보는 편이라서 ‘김이장네 일기’에 출연하는 ‘순둥이’라는 극중 이름의 아역배우가 있다는 것은 대충 귀동냥으로 어른들이나 주위에서 하는 이야기로 들어본 기억은 있어도 그 ‘순둥이’란 아역배우 자체를 TV를 통해서도 본적이 없다. 그런 이두희다보니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숨긴채 아버지가 대기업에 다니시고 어머니가 성악하시는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평범한 중산층 집안 자녀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버린 것이다. 그런 두희에게 이준은 하루는 이런말을 했다.

 “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엔 기자를 해볼까 생각중이에요. 보니까 철학과 나와서 기

  자쪽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나보더라구요. ”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귀동냥으로 들은적이 있기라도 한것인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그냥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장래희망에 대해서도 이와같이 밝힌 이준. 다만 두희는 두희대로 이런 이준의 만남을 진지하게 여기기 시작했는지 하루는 이준에게 이런 고백을 하기도 했다.

 “ 제가 볼때는 우리나라 남자들은 저같은 운동하는 여자들을 보는 시각이 좀 양면

  적인 것 같더라구요. ”

 “ 그건 또 무슨 이야기죠 ? ”

 “ 가령 여자가 무슨 운동을 한다...그러면 마치 어떤 특별한 별세계에 존재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좀 특이하고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라구요. 그러다가도...가령

  농구나 배구처럼 상대적으로 인기가 좀 있는 종목엔 거기서도 선수중에 더러 얼굴

  도 좀 이쁘고 그런 선수가 있을 것 아니에요 ? 그러면 그런 선수에게 좀 일시적으

  로 관심을 갖기도 하고 – 일단 이두희는 미인에선 약간 거리가 있는 얼굴이다. -

  뭔가 그런...운동하는 여자 자체를 좀 별스런 여자 정도로 바라보면서 그래도 가끔

  개중에 좀 괜찮은 여자선수가 있으면 관심좀 갖고 그러는 딱 그 정도 수준의 관심

  만 갖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운동하는 여자들

  미래는 대체로 좀 암울해요. ”

 “ 암울...하다구요 ? ”

 “ 딱 보면 알잖아요. 가령 남자선수들은 선수생활 마치고 감독이나 코치로 가기도

  하고 협회 임원이나 해설위원쪽으로 나가는 길도 있지만 여자들중엔 그러는 사람

  이 얼마나 있나요. 그나마 농구나 배구처럼 인기라도 좀 있는 스포츠라면 모를까

  그 외 나머지 비인기 종목이라던가 정말 올림픽에라도 출전할만큼 베테랑급 실력

  을 갖춘 선수가 아닌 저처럼 그냥 그저그런 수준의 실력만 갖춘 그런 선수는...

  아닌말로 적당한 나이 되면 좋은사람 만나 시집가는 것 빼곤 별다른 갈길이 없는

  그게 솔직히 대한민국 여자 운동선수들의 현실이에요. (* 실제 90년대까지만 해도

  스포츠계에서 여자 코치나 감독을 볼수 있는일은 거의 없었고 심지어 해설위원도

  여성은 거의 없던 시절이다.)

 그렇게 어쩌면 자신의 현실적 문제를 덧붙여서 그와같은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볼수있기도 한 이두희. 그리고 그런 처지(그나마 인기가 좀 있는 배구선수이긴 하지만 딱히 실력이 좋은것도 아닌 그저그런 정도의 위치에 있는)에 있는 선수이다보니 이제 어느정도 나이들어 현역으로 더 뛸수 없을때가 되면 시집가는 것 빼곤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겠구나. 아먀 대충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만한 연령대(20대 중반)인 이두희이기도 하다. 그런 두희라서일까. 자신을 좋다고 하는 이준을 적어도 진지한 감정으로 만나고 있는것만은 분명해 보이는데, 이준은 살짝 그런 두희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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