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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EXID 하니 (9.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7 (마마무,EXID)




                                    부제 : 엄마가 되어줄게





 하니가 친정, 즉 자기 아버지 집을 방문한 것은 해가 바뀐 새해의 일이다. 하니가 재용과 결혼한지는 이제 반년정도가 지났고, 그녀가 인터넷에서 역사 팟캐스트를 진행한지는 어느덧 1년이 좀 넘었지만 그 팟캐스트를 고3이 되는 재용의 아들 준상의 문제 때문에 잠정 중단하기로 한게 작년 연말의 일. 그리고 그 무렵 남편 재용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조만간 친정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게 새해 연초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것을보면 신년 세배차 겸사겸사 잘된일이라고나 할까. 다만 하니는 그 부분까지 신경을 쓰진 않았는지 한복을 차려입는다던가 그렇게까지 요란을 떨진 않았고, 어쨌든 그렇게 연초에 모처럼만의 친정 나들이가 이루어진 것이다.

 “ 어서...오세요. ”

 하니가 아버지 집을 찾았을때는 토요일이었는데 새엄마 유영은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아버지 승윤은 주말과 일요일에도 일이 있는 직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도 집에 없었다. 하니로선 그게 좀 서운하기도 했지만 여하튼 새엄마 유영이라도 집에 있는게 그런대로 안도라도 되는지 그녀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 오랜만에 뵈어요. 잘 지내셨죠 ? ”

 “ 네, 저야 뭐...보다시피... ”

 이전에 하니가 7년만에 집을 찾았을때도 ‘말씀 놓으셔도 된다’는 말을 하니가 했었는데, 하지만 아무래도 나이차이도 별로 나지않고 무엇보다 7년이나 연락이 끊겼던 사이다보니 유영으로서도 그게 쉽지가 않나보다. 오히려 처음 승윤과 결혼해서 한 1년정도 철없이 반항하는 하니에겐 그래도 그땐 학생때라서 만만히 봤는지 거의 반말투로 이야기하곤 그랬었는데, 이미 20대 성인이 된 하니는 유영에게 그렇게 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상대가 아닌가보다.

 “ 아이들도 많이 컸네요. ”

 하긴 한해가 바뀌었으니 유영이 낳은 두 아이들도 한 살이 더 먹었을테고 아이들이야 자라는게 몇 달만에 봐도 그게 금방 느껴지니 하니의 눈에도 두 동생이 그간 자란게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지난번에 왔던 ‘그 누나’를 기억하기라도 하는지 하니를 반겼다.

 “ 그래 오랬만이다. 근데 이름이 뭐라고 했지 ? ”

 그러고보니 지금껏 하니는 자신에게 동생들이 되는 이 아이들 이름도 여태 모른다. 유영이 그런 하니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 큰 아인 동현이고 둘째는 동철이에요. ”

 동현,동철 그게 두 동생들의 이름인가보다. 하니는 하니대로 착잡한 감회로 동현과 동철이라는 두 동생을 한번 안아본다.

 “ 저...그리고 새엄마... ”

 동생들과 친숙해지는 시간이라도 갖고 싶었는지 하니는 방안에서 잠시 아이들과 노닥거려주었고 그리고 나와서는 유영에게 진지하게 말을 건넨다.

 “ 그러지말고 이제 아이들한테 제가 누군지 바른대로 말씀해주시는게 어때요 ? 차

  라리 전 그게 나을 것 같은데... ”

 “ 그게 저어... ”

 하니의 입장에선 어쨌든 유영의 두 아이들에게 사실대로 자신을 알려주는 것이 피차 편할 것 같다는 판단을 했나보다. 가령 뭐 유영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엄마친구’라던가 이런식으로 말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엄마와 아는 사이라는 그 정도 의미로 ‘이모’라고 하기도 난감하지 않는가. 그러니 그런 어색함이나 혼란을 없이하기 위해서라도 사실대로 말하는게 좋겠다는게 하니의 판단인 듯 한데 유영이 잠깐 고민하는 듯 하다 말을 건넨다.

 “ 지금처럼 그냥 ‘누나’로 알고 지내는게 좋지 않을까요 ? 그럼 아이들도 좀 더 시

  간이 지나면 차츰 알게 되겠죠. ”

 이복누나라던가 또는 자신들(동현,동철이)의 엄마가 하니에게 새엄마가 된다는 의미. 그래도 한 일곱 살이라면 새엄마나 계모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테니 말해줘도 문제가 없을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이니 그런 의미가 어찌 받아들여질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하니가 생각해보니 역시 지금처럼 그냥 ‘누나’로 알고 지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알게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유영의 말에 동의한다. 그렇게 모처럼만의 하니의 친정 방문은 이전과 같은 어색한 기류는 다소 사라진 상태에서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 하니야... ”

 아버지 승윤은 저녁때쯤 퇴근을 했고, 하니는 어차피 아버지도 뵙고 갈 생각이었으므로 그때까지 기다렸다. 해가 바뀌기도 했으니 겸사겸사 신년 세배까지 올리고. 유영이 정성스레 차려준 저녁을 들며 승윤은 딸 하니와 모처럼만의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 그래 요즘은 어떻게 지내니 ? ”

 “ 전 뭐...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안하셔도 돼요. ”

 미소띤 얼굴로 하니는 그와같이 답하지만 어찌보면 너무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인사말로 들려서 승윤은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하니의 근황을 물어보기로 했다.

 “ 지금...몇학년이라고 했지 ? 4학년이라고 했던가 ? ”

 “ 아...아니 저 졸업은 했죠. 대학은...아니 한게 아니라 이제 하는거죠 뭐. ”

 거짓말이라고도 참말이라고도 할 수 없는 다소 애매한 대답이다. 하니는 확실히 4년제 대학에 들어갔고 그 대학 4학년 과정도 이제 마쳐가는 졸업을 앞둔 상태이긴 하지만 하니는 대학 4년 생활을 거의 성실히 보내지 않았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준상의 아버지 재용과 사귀게 되어 결혼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재용과의 결혼생활이 시작되고 나서는 남은 대학과정은 사실상 더 이상 마칠 의지가 없었다고 보는게 정확할 것이다. 학사경고만 받지 않았을뿐 자퇴내지는 퇴학을 당한것이나 다름없다고나 할까. 여하튼 하니 입장에선 아직 자신의 상황을 승윤에게 솔직하게 말하는게 난감해서인지 일단 대학은 ‘졸업’을 곧 한다고 답하고 난 뒤 그리고 지금의 근황을 알려주려는 듯 덧붙여 말한다.

 “ 조만간 새로운 알바 시작할거에요. 그러니 너무 각정 안 하셔도 돼요 아버지. ”

 이런식으로 이야기하느니 차라리 인터넷에서 팟캐스트를 한다는 사실이라도 털어놓을까 그 고민도 잠시 해봤다. 사실 그건 말해도 큰 문제될 것은 없지 않은가. 하니는 아버지 승윤 앞에서 지금 자신의 처지를 어떻게 설명하는게 좋을지 몰라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상태고 다만 승윤을 안심은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다음과 같이 말을 건넨다.

 “ 여하튼 학교도 곧 졸업하고 직장도 조만간 잡게 될테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그리

  고 아빠랑 새엄마 자주 찾아뵙겠다는 약속도 꼭 지킬게요. ”

 그렇게 말하고는 승윤에게 행여 자신의 속내를 들킬세라 고개까지 숙인채 속으로 되뇌이는 말이 있다.

 ‘ 죄송해요 아버지. 언젠가 모든걸 사실대로 말씀드릴께요. ’

 하지만 그 언제가 과연 언제가 될지 아니면 사실대로 말할수 있는 날이 오기나 할지 그건 미지수다. 가령 금년 1년만해도 고3 수험생인 준상을 돕는데 전념하기로 마음먹고 팟캐스트까지 쉬기로 했으니, 이런 상황에서 이야길 하기도 난감하다. 무엇보다 아버지 승윤이 지금 현재 하니의 처지를 알았을 경우 어떤 평지풍파가 일어날지 예측불허 아닌가. 최악의 경우 승윤이 어떤 극단적 조치를 취할지도 모르는판에, 지금 고3인 준상을 위해서라도 그건 못할짓이란 판단을 하고있는 중이다. 따라서 최소한 준상이 수능준비를 하는 금년 1년은 하니가 자신의 처지를 사실대로 말하는 시기는 유보가 될 수밖에 없다. 헌데 그런식으로 자꾸 말할시기를 놓치다보면 자꾸 뒤로 미뤄지게 되고 경우에 따라선 영원히 말못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것을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인 하니는 아는것일까 모르는것일까. 승윤은 하니에게 하룻밤 자고갈 것을 권해 그렇게 하기도 했는데, 다만 하니는 승윤과 유영이 그녀를 배려해 내준 빈 방에서 아직까지 아버지에게 자신의 처지를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는 죄송함과 죄책감에 제법 긴 시간을 혼자 흐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준상이 수능시험을 볼때가 되었다. 사실 수능을 보기 얼마전 하니는 준상을 다시 불러서 진로문제를 의논했다. 준상이 한사코 사학과를 가겠다고 하는점이 하니에겐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 준상아...진짜 새엄마고 뭐고 그런걸 떠나서 인생선배이자...누나같은 마음에서라

  도 하는 이야긴데...사학과 진학 문제는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보는건 안 되겠니

  ? 거듭 이야기하지만 사학과는 진짜 전망이 어두워. ”

 “ 하지만 새엄마... ”

 그러나 준상도 그 부분은 쉽게 고집을 꺾으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게다가 역사매니아이기까지 한 하니가 이 부분만큼은 한사코 만류하려드는게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아 그 점이 더더욱 안타깝고 야속하기까지 했다. 준상이 다시금 하니를 설득한다.

 “ 왜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거에요 ? 게다가 다른건 몰라도 새엄마도 원

  래 역사매니아였잖아요. 그런데 왜... ”

 “ 그래서 더더욱 하는 소리야. 무엇보다 날 봐. 솔직히 나도 역사나 역사소설에 관

  심을 갖게된 계기가 그리 좋은 계기는 아니었지만...그래서 지금 겨우 이렇게... ”

 “ 새엄마...팟캐스트 하는거 후회되세요 ? ”

 사실 따지고보면 하니야말로 대학에 들어간 전공과는 무관하게 그렇게 역사매니아로 지금은 팟캐스트까지 운영하며 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하니는 고등학교때 공부를 분명 잘 한편은 아니었고, 그나마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갈만한 실력은 되어서 겨우 이름없는 대학에 들어간 처지다. 게다가 대학시절 전공을 살리는 그런 방향으로 나갔다고 볼수도 없고. 하니의 경우 대학시절 학과는 ‘융합예술학과’라는 조금 생소한 개념의 학과였다. 국내에 신설된지 얼마되지도 않는 학과라서 모집하는 학생수도 그리 많지 않았고, 다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지망하는 학생이 그리 많지 않은편이라 어떻게 요행이 들어가게된 셈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겨우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서도 제대로 공부를 한것도 아니라 결국 대학생활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이렇게 재용과 결혼하고 또 그런 대학 학과와는 별개로 이렇게 역사매니아로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생활해온 것 아닌가. 그런 하니의 처지와 비교한다면 그래도 자기가 원하는 학과에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가진 준상이 되려 낫다고 봐야 할텐데. 하지만 하니는 현실적인 문제를 거듭 이유로 들며 준상을 말리려 했지만 결국 준상의 고집은 꺾지 못했다.

 “ 여보... ”

 그렇게 수능일이 다가오는 어느날. 하니가 걱정되는 듯 남편에게 자신의 고민을 토로했다. 사실 지금은 남편 재용도 준상이 사학과 지망을 원한다는 것은 물론 하니가 역사를 주제로 한 팟캐스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 하니는 처음에 재용과 결혼 집을 마련하면서 ‘팟캐스트’를 하려니 작업실이 따로 필요하다며 자신이 팟캐스트 BJ임을 처음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역사 팟캐스트라는 사실까지는 모르고 인터넷의 흔한 BJ가 그렇듯 대충 입담이나 외모 같은걸로 인기를 모으는 그런류의 팟캐스트인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헌데 그러다보니 오히려 그런쪽으로 재용이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가 없어 하루는 궁금함에라도 대체 어떤 팟캐스트를 하며 자신도 좀 한번 보여줄수 없냐고 했더니 그제서야 하니는 사실대로 말한 것이다.

 “ 뭐 ? 당신이 그럼 그런 주제의 팟캐스트를 하고 있단말이야 ? ”

 사실 너무 뜻밖의 일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재용은 하니가 그저 자신의 미모나 입담 정도를 이용한 대충 그런 정도의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나보다 생각을 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역사 팟캐스트라니. 사실 재용도 원래 역사같은데 딱히 관심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었던지라 그런 하니가 더더욱 놀랍고 엉뚱해보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러고보니 준상까지 한술 더 떠 그런 하니의 역사 팟캐스트 편집일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 아닌가. 하니는 남편 재용에게도 자신이 역사와 역사소설 매니아가 된 동기를 솔직히 밝히기도 했지만, 막상 재용으로서도 듣고보니 오히려 의아하기도 하고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새엄마가 생겨서 반항심에 가출을 했거나 나쁜길로 빠졌다거나 그런것이라면 몰라도 오히려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싶어 그런 역사소설 같은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러다 결국 그런류의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BJ까지 되었다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놀라운일 아닌가. 어찌보면 이 하니란 여자도 좀 4차원 같은 특이한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헌데 그 문제도 그렇지만 그런 하니가 되려 준상이 사학과에 진학하려 한다는 문제로 고민중이라니 재용도 약간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 허허 참...여하튼 준상이 그 녀석이 당신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긴 하구려. 여하

  튼 준상이 그렇게까지 한다면 그건 당신으로서도 다행인일 아닌가. ”

 “ 여보... ”

 자신을 도와주기라도 할줄 알았는데 어찌보면 준상에게 맞장구를 치는 모양새이기까지 해 하니는 더더욱 기가막혔다. 게다가 ‘궁합’ 어쩌구 하는 표현도 하니가 듣기엔 좀 거슬리고. 재용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는 했지만 하니는 다시금 걱정되어 재용을 보며 말을 건넨다.

 “ 저...잘 하고 있는거 맞죠 ? ”

 “ 잘하고 있다니 ? 뭐가 ? ”

 “ 저 준상이에게 좋은 엄마노릇 잘 하고 있는거 맞냐구요. ”

 “ 무슨 그런말을 다 해. 지난 1년 내가 지켜본 당신은 그 누구에도 비교할바가 안

  되는 준상에겐 정말 훌륭한 엄마였는걸. ”

 물론 준상과 하니의 사이는 새엄마와 의붓아들이라는게 전혀 느껴지지 못할정도로 불과 다섯 살차이밖에 나지않는 작은 나이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사이좋은 남매같은 그런 사이로 느껴질수도 있는 그런 사이로 지내오기도 했다. 허나 지금 준상의 사학과 진학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말려야할지 말아야할지 그게 수능을 얼마 남겨두지도 않은 그런 상황에서 여전히 판단이 서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재용이 그런 하니의 손을 잡아본다.

 “ 걱정하지말아요 여보. ”

 하니가 그런 재용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재용의 말이 이어진다.

 “ 당신은 지금까지 한것만으로도 준상에게 누구보다도 좋은 엄마가 되어주었다고 말

  할수 있어. 그만하면 충분히 합격점인걸. 그리고 그렇기에 내가 고마워. 언젠가 당

  신이 그런말을 했던가 ? 내 은혜를 꼭 갚고 말겠다고. 아니, 무슨소리야. 오히려 내

  가 더 고마워해야할판인데. 준상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내간 오히려 백번 더 감사하고 고마워하고도 남을일이 있어. ”

 “ 여보... ”

 재용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데 진심으로 감동하고 감격했는지 하니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재용이 그런 하니의 눈물을 닦아주고 정겨운 한쌍의 부부의 그와같은 훈훈한 분위기가 방안에 감돌고 있다.

 그리고 얼마후 마침내 수능날이 되었다. 하니가 직접 차를 몰고 준상을 수험장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막상 그렇게 준상을 수능시험장까지 데려다주노라니 하니도 자신이 대학입시를 준비할때의 일이 새록새록 떠올려지기도 했다. 그러고보면 하니에게도 불과 몇 년전의 일이 아니던가. 그렇게 오래전도 아닌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간신히 턱걸이해서 들어갈수 있었던 자신의 일이 새삼 떠올려져 하니도 만감이 교차한다.

 “ 준상아. ”

 수험장 가까이 다가온 어느 지점에 차를 세우고 할 말이 좀 있는지 하니가 준상에게 잠시 말을 건넨다.

 “ 어쨌든 넌 나보다 처지가 낫다고 할수 있구나. ”

 “ 엄마... ”

 “ 난 겨우 그렇게 4년제 대학에 간신히 턱걸이해 들어간거지만... ”

 “ ...... ”

 “ 넌 기어이 니가 전공하고픈 분야를 선택해 들어가겠다고 결심한거니까말야. ”

 “ 엄마... ”

 하니를 ‘새엄마’도 아닌 그냥 ‘엄마’라고 부르는 준상. 다른건 몰라도 지난 1년 아니 어느덧 2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지내오면서 무엇보다 하니가 자신에게 진심을 다해 대해준것에 대한 고마움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니가 준상을 바라보며 말한다.

 “ 시험 잘보렴 우리아들. ”

 “ 네, 엄마. ”

 그리고 하니는 준상이 무슨 군대라도 가는것도 아니고 멀리 외국에라도 가는것도 아닌데, 잠시 뭔가 아쉽고 애틋한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빨리 수험장으로 들어가야하니 너무 지체하면 안 되는데 준상이 살짝 초조해지기까지 할 판인데 갑자기 하니가 준상에게 입을 맞춘다. 일종의 기습키스라고나 할까. 순간 놀란 준상. 하지만 하니는 한참을 그렇게 격렬하게 맞춘 입술을 좀체 놓아주지 않고 한참을 입술을 애무하고 있다. 얼마를 그랬을까. 그쯤에서 준상을 놓아준 하니. 준상은 당황함에 빨개진 얼굴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하지만 마냥 감상에만 젖어있을수 있는 시간은 아닌지라 하니가 이제 준상을 재촉한다.

 “ 이제 어서 들어가보렴. 이러다 시간 늦겠다. ”

 “ 네, 네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

 “ 시험잘보렴 우리아들 !!! 파이팅 !!! ”

 격려를 하는 하니의 모습을 뒤로하고 이제 준상은 서둘러 수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하니는 준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한참을 그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준상이 대학에 합격을 했다. - 하니의 수험장 들어가기직전 키스신공이 주효하기라도 한 것일까 ? - 그리고 하니는 이 무렵부터 1년간 중단했던 팟캐스트를 재개했다. 무엇보다 막상 이렇게 대학에 합격한 준상을 보니 하니도 감회가 새로웠다. 집에서 간단하고 조촐하게 열린 대학 합격 축하파티 자리에서 하니가 준상을 바라보며 말한다.

 “ 준상아... ”

 “ 네, 엄마. ”

 이젠 어느덧 하니를 ‘새엄마’도 아닌 그냥 ‘엄마’라고 익숙하게 부르고 있는 준상. 하니도 이제 이 호칭이 낯설지 않은지 오히려 정겹게 들리는지 미소띤 얼굴로 그런 준상을 바라보고 있다.

 “ 내가 그러고보니 참 행운인 것 같다. ”

 “ 뭐가 행운이란건데요 ? ”

 “ 이렇게 벌써 대학생까지 된 듬직한 아들까지 공짜로 생기고...그게 행운이 아니면

  뭐겠니 ? 아무래도 니 아빠를 만난 것 자체부터가 난 행운이었던 것 같아. ”

 따지고보면 그 하니야말로 중학교때 새엄마가 생긴게 싫어 1년만에 집을 나온 그런 과거가 있는 몸 아닌가. 그 뒤 친구집,청소년보호센터등을 전전하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대체로 일용직 알바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며 혼자 살아왔고 – 따라서 대학생활은 거의 제대로 못했다고 보는게 맞을것이고 – 그러다 역사 팟캐스트까지 혼자 하게 된 그런 하니. - 그 팟캐스트를 시작한 목적도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봐야하니까. - 헌데 그렇게 대체로 인생의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있었다고 봐야할 하니가 우연한 계기에 재용과 인연이 닿아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결혼까지 하게되고 무엇보다재용의 아들 준상이 다름아닌 원래 역사카페에서 알던 사이이던 고등학생이었고, 게다가 자신의 팟캐스트 편집일을 도와주곘다고 자원해서 나서기까지 했던 바로 그 소년이 아니었던가. - 만약 그런 인연이 아니었다면 불과 다섯 살차이인 준상과 하니가 그렇게 쉽게 친해지진 못해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애초에 하니가 새엄마가 싫다며 집을 나오지 않았다면 인연이 이와같이 이어지고 연결되진 않았을터이니, 아이러니하게도 하니는 그렇게 8년전 집을 나왔던게 잘한일이라고 봐야하는것인지. 어쨌든 하니는 하니 나름대로 감회에 젖은 얼굴로 그런 고백을 준상과 남편 재용이 보는 앞에서 하고있는 것이다.

 “ 여보... ”

 “ 왜 또 ? ”

 잠자리에 재용과 함께 누워있으면서 하니는 다시금 감회어린 표정으로 재용을 바라본다. 생각해보면 재용의 아내가 된지 이제 한 1년 반 정도가 지난 하니인데, 그야말로 한 수십년 결혼생활을 하기라도 한 그런 주부라도 되는양 하고있는 하니가 아닌가. 무엇보다 재용의 아들 준상의 새엄마가 된지 역시 그 정도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자기가 직접 아들을 길르코 키워 대학가지 보낸 그런 자랑스러운 어머니라도 되는양 그런 뿌듯함에까지 젖어있는 것이다. 그런 하니가 재용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감사드려요 진심으로. 그리고 전 무엇보다... ”

 “ ...... ”

 “ 제 아이 낳지 않고 그냥 준상이에게 올인하기로 한게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

 “ 허허 참... ”

 사실 자기 아이를 낳지않고 전처자녀에게만 모든 정성을 쏟기로 한다는게 여자 입장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헌데 하니는 바로 그런 결정을 그것도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내렸다. 그런걸 생각해보면 하니가 참 보기드문 별난여자같은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하니가 재용을 바라보며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어쨌든 전 이렇게 당신의 아내로 그리고 준상의 엄마로 평생을 살아갈거에요. 그

  것 하나면...그것 하나면... ”

 잠시 목이 메이는듯한 하니.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스스로를 진정시키고는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 전 그것 하나면 제 인생은 만족해요. 그것 하나면 제 인생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

  이라고 말할수 있을테니. ”

 “ 그래요. 그렇게 생각한다니 내가 더 고맙구려.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

 “ 사랑해요 여보. ”

 사실 따지고보면 나이 40대 후반에 스물여섯살이나 어린 아내 하니를 얻을수 있었다는 것, 그렇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오히려 재용이 하니에게 감사해야할 일일 것이다. 그것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다섯 살차이밖에 나지않는 고등학생 아들을 받아들인다는게 어디 쉽게 할수 있는 결정이던가. 그걸 생각해보면 젊은시절에 이혼하고 이렇게 혼자 아들을 키워오면서 – 물론 이혼후 재혼하기 직전까진 준상은 재용이 직접 맡아 키우진 않았고 고모네 집들을 돌아다니며 자라오긴 했지만 – 어쩌면 이대로 외롭고 쓸쓸하게 자신의 인생을 마감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던 재용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나이 40대 후반에 이렇게 너무나 감지덕지한 인연이 찾아온 것이다. 그점만 생각하면 오히려 재용 입장에서 하니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해서 매일같이 업고 다녀도 지나침이 없을것만 같은 그런 대상이 하니다. 그렇게 하니와 재용은 서로에게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존재가 되어 한쌍의 부부로 이렇게 한 자리에 하고있는 것이다.

 한편 하니는 팟캐스트를 재개하면서 준상의 대입합격 소식을 알렸고, 그러자 영상 댓글에는 하니에게 ‘아드님 대학합격을 축하합니다’ 하는식의 댓글이 수두룩하게 쏟아졌다. 과연 하니에게 이런 축하댓글을 달고있는 네티즌들은 대학에 합격한 아들이 있다는 하니의 나이를 어떻게 추정하고 있을지 그게 더더욱 궁금할 지경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니는 팟캐스트에 특별 이벤트를 하나 마련했다. 준상의 대학합격 그리고 팟캐스트 영상 재개를 기념하고 자축하는 정도 의미의 이벤트라고나 할까. 준상의 얼굴을 전격 공개했다. 다만 얼굴 전체를 다 공개하지는 않고 대략 한 반 정도를 흐릿하게 그리고 영상편집을 준비하는 모습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것이다. 그러니 영상만 봐서는 준상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기는 다소 어렵다. 네티즌들은 다소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아들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볼수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지만 거기엔 하니가 답하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예쁜사과(하니의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팟캐스트 아이디)님은 언제 얼굴 공개하실거냐 ?’는 궁금함과 요구를 함께 내비치기도 했지만 하니는 그런 댓글을 보며 씨익 웃어보일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은 여전히 회피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준상과 하니의 정확한 관계와 얼굴과 나이를 네티즌에게 제대로 공개하는 것은 두 사람에게 아직 쉽게 결정내리기 힘든 여전히 남아있는 고민거리임에 분명하다.

 다시 얼마가 지난뒤 밤늦은 시간에 준상이 방에 있었다. 근데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선 사람은 다름아닌 하니. 무슨 용건이나 용무가 있어 불렀나하고 의아하게 준상이 하니를 보고 있는데 하니는 일단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을 닫은뒤 그 앞에 서서는 뒷짐을 진채 손은 문고리쪽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찰칵~!’ 문을 잠근다.

 “ 아니 저... ”

 하니의 이와같은 행동에 순간 의아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준상. 갑자기 무슨 이유로 문을 잠근단 말인가. 헌데 그 궁금증을 물어볼 사이도 없이 하니는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갖다대며 ‘쉿~!’ 하는 동작을 취해본다. 여전히 준상은 의아해서 하니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하니가 천천히 준상에게 다가온다.

 “ 새...새엄마... ”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러는것인지 여전히 준상이 알 수 없는 가운데 하니가 양 팔로 준상의 목덜미를 감싸안는다. 그러더니.

 “ 헉~! ”

 갑자기 준상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하니. 그리고는 자신의 입술로 준상의 입술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당혹함과 얼떨떨함에 어쩔줄을 모르고 있는 준상. 하니가 잠시 그런 준상을 보더니 다시금 ‘쉿~!’하는 손동작을 취해보곤 다시 입을 맞춘다. 그렇게 키스하는 두 사람. 준상은 자신도 모르게 그만 양 팔로 하니의 허리를 감싸안는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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