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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효정 (8.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젊은 새엄마 1





 허나 얼마후, ‘동수문제에 신경좀 써달라’는 재광의 잔소리덕분에 말다툼까지 벌어지긴 했지만 막상 그래놓고보니 순희도 결국 마음에 걸리지 않을수가 없어 동수와 대화를 시도해보려 했다. 하루는 휴일에 남편은 외출했고 동수는 집에 있는데 그의 방으로 들어가 말을 건네보았다.

 “ 동수야, 우리 잠깐 이야기좀 할수 있을까 ? ”

 새엄마 순희의 이런 모습은 그러고보면 동생 경수가 태어난 이후론 본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뜻밖의 모습이라 동수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순희의 의도를 아직 파악하긴 어려워 좀 의아하긴 했다. 일단 순희가 그런 동수 앞으로 와서 마주앉는다.

 “ 동수 혹시 그동안 나한테 서운했었니 ? ”

 “ 아...아뇨 뭐...그런건... ”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무래도 진심은 아닌 듯 해서 순희는 동수의 얼굴과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재광의 말로는 ‘동수의 얼굴이 다시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다’고 했는데, 솔직히 순희가 지금 동수의 얼굴에서 그런 것을 느껴보진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동수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려 하는데 순간 당황한 동수가 한마디 한다.

 “ 왜...왜 이러세요 갑자기 ? ”

 “ 그러지말고 가만히 좀 있어봐. 새엄마가 뭐 좀 확인해볼게 있어서 그래. ”

 “ 확인...이요 ? ”

 동수로선 여전히 새엄마 순희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하기만 한 가운데, 순희는 동수의 얼굴을 어루만져보기까지 하면서 차근차근 그의 얼굴 여기저기를 살펴본다. 허나 딱히 동수의 얼굴이 어둡다거나 그런 것을 느낄수는 없는 순희. 이런게 결국 ‘새엄마의 한계’인것일까. 그런 생각까지 들어 한숨까지 내쉬는데. 만약 자신이 동수의 새엄마가 아닌 친엄마라면 그런 것을 느낄수 있었을까, 순간 한번 자신이 낳은 경수의 얼굴과 비교를 해볼까. 별의별 생각까지 다 드는데, 동수로선 여전히 새엄마 순희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당혹스러운지, 아니면 긴시간 자신의 얼굴만 계속 말없이 뚫어지게 쳐다만보는 순희로 인해 민망해져서인지 살짝 피하려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허나 그런 동수의 행동에 당황한 순희가 그를 만류하며 붙잡는다.

 “ 가...가만있어봐 동수야. ”

 그러면서 황급히 동수의 양팔을 붙잡는 순희. 이런 순희의 행동. 동수도 뭔가 심상찮음을 느끼긴 하는데 일단 순희는 동수를 거듭 부르며 차분히 이야기나 좀 하자고 말한다.

 “ 그러지말고 가만히 좀 있어봐. 새엄마가 동수에게 하고픈말이 좀 있어서 그래. ”

 그러는 순희의 목소리엔 어떤 간절함과 애절함이 느껴지기까지 하고 그래서인지 동수는 하는수없이 도로 자리에 앉기는 한다. 순희가 그런 동수를 바라보며 다시금 말을 건넨다.

 “ 동수 그러고보면 이제 수능도 얼마 안 남았잖아. ”

 “ 그렇죠 뭐. ”

 확실히 내심 어떤 불만이 없지는 않았던것일까. 다소 퉁명스럽게 내뱉은 동수. 순희의 말이 이어진다.

 “ 사실 그동안...새엄마가 경수에게만 너무 신경이 곤두서다보니 동수에게 별 신경을

  못 쓴 것 같아서...그러고보니 동수도 어느덧 고3이고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

 “ 참 빨리도 신경쓰시네요. ”

 아닌게 아니라 동수는 이제 수능이 열흘도 채 남지않은 수험생이다. 이렇게 순희와 마주앉아 장시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일수도 있는 그런 시기이기까지 한데, 무엇보다 어느덧 고3 시간이 다 지나고 수능이 임박해서야 그걸 신경쓰는 듯 나오는 순희를 보니 그야말로 ‘계모는 어쩔 수 없는 계모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것일까. 빈정대듯이 말하는 동수를 보니 순희는 더욱 안타까와진다.

 “ 그러지말고 동수야...잠깐만 좀 이야기나 하자니까. 사실 새엄마도...그래...너무 늦

  게 신경이 간 것은 맞아. 하지만... ”

 적어도 그 점에 대한 미안하다는 말은 입에담으며 동수에 대한 내심 어떤 안타까운 마음이 새삼 샘솟는것만 같다. 허나 동수는 그런 순희를 살짝 외면하듯 말한다.

 “ 전 아무렇지도 않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

 “ 동수야... ”

 “ 그냥 제가 학교 졸업하면 나가살께요. 그러니 새엄만 저 신경쓰지 마시고 아버지

  와 함께 경수 키우며 행복하게 사세요. 그러시면 돼요. ”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오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수에게서 급기야 이런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순희는 순간 가슴이 턱 하고 막힐 지경이다. 그래도 한때나마 동수와 친하게 지냈던 시간이 있었고, 무엇보다 엄마없이 자란 동수가 그런 모정을 순희에게서 갈구하는 그런 모습도 있지 않았던가. 헌데 그런 동수의 태도가 이렇게 변해 버렸으니 말을 안해서 그렇지 내면의 상처가 그동안 얼마였는지 능히 짐작이 갈 것도 같다. 그래서 순희가 거듭 안타까운 말투로 말한다.

 “ 그러지말고 동수야. 내 말좀 들어봐. 새엄마가 그동안은 경수 키우느라고... ”

 “ 저 그냥 졸업하면 따로 나가 살거라니까요 !!! ”

 “ 동수야... ”

 “ 어차피 대학을 지방에 있는 대학에 다니게 되면 천상 그 근처에서 자취를 하든 하

  숙을 하든 그러면서 학교를 다녀야 할거고...그리고 대학 졸업해서 직장 다닐 때 되

  면...여하튼 그때도 제가 따로 나가 살면서 알아서 할께요. 그러니 전 더 이상 신경

  쓰시지 않아도 돼요. ”

 말하는걸로 봐선 단순한 오기심에서 나온 즉흥적인 말이 아닌 동수 나름대로 어떤 결심을 이미 한것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긴 동수의 경우 학교 성적은 그리 좋은편은 아니라 서울에 있는 대학엔 갈 형편이 못되고 수능성적대로 대학에 원서를 낼 경우 지방대학에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동수 입장에선 이런저런 문제들을 모두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심한 것이라고나 할까. 허나 그래서 순희는 더더욱 안타깝고 간절해진다.

 “ 이러지마 동수야. 새엄마 진심으로 미안해서 그래. ”

 “ 됐다니까요. ”

 “ 동수야... ”

 생각보다 냉담하게 나오는 동수의 반응을 보니 안타까움에 그만 순희는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러고보면 경수에게만 신경쓰느라 동수에게 소홀히 했던것에 대한 동수의 상처가 이 정도였나 하는 생각에 자책감도 들고. 그래서 어쩔줄을 모르고 그만 터트린 눈물인 것이다.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는 것이 그만 동수의 의자 있는곳에 얼굴을 파묻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는데, 어차피 기댈만한 물건이 책상의자밖에 없어 자연스러운 그림이 그려진것일수도 있다. 허나 공교롭게도 그 모양새 자체가 책상 의자에 앉은 동수 앞에 얼굴을 파묻은채 흐느끼는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동수는 여전히 순희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있지만 동수의 책상의자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있는 순희의 모습은 먼발치서 보면 뭔가 이상하고 야릇한 분위기가 느껴질수도 있는 그런 모습이기도 하다. 두 살난 경수가 먼발치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순희도 동수도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동수는 결국 지방의 4년제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었고 인근 하숙집에서 하숙을 하며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학과는 법학과에 지원을 했는데, 그렇게 대학생이 된지 한 두달쯤 되는 어느 무렵. 강의가 끝나고 학교를 나오는데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 동수야, 최동수. ”

 돌아보니 바로 같은학과 동기인 이유진이란 여학생이었다. 대학 신입생이 된지는 어느덧 두달정도 되었으니 같은학과 동기끼리는 어느덧 말도 트면서 친하게 지내는 동기생들도 꽤 되는 무렵인데, 여하튼 그런식으로 친해졌다는 생각 때문일까. 별다른 스스럼없이 말을 놓으며 다가오는 이 동기생을 순간 동수는 당황하면서도 일단 별다른 거부반응없이 인사를 받아들인다. 유진이 동수를 보며 말을 건넨다.

 “ 어디가는길이냐 ? ”

 “ 어딜가긴 ? 집에 가지. ”

 “ 집 ? ”

 이런식의 표현이 다소 실수인 것을 깨닫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현재 동수는 지방의 대학을 다니며 인근지역에서 하숙을 하는 상태. 그곳을 ‘집’이라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 이럴 때 ‘집’ 하면 그냥 식구들과 평상시 같이 사는 집을 의미하는게 되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동수도 난감해졌는지 머리를 긁적이는데 유진은 그런 동수를 바라보며 거듭 말을 건넨다.

 “ 주말엔 뭐할거야 ? ”

 마치 주말에 무슨 용무나 약속 같은게 있느냐는 듯이 물어보는 유진. 동수가 담담하게 대답한다.

 “ 공부해야지. ”

 “ 공부 ? 무슨 공부 ? ”

 동수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고3 수험생인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것일까. 물론 대학에 들어왔어도 고등학교때 일반적으로 하던 말버릇이나 습관이 남아있어 무심결에 그와같이 답한것일수도 있다. 물론 요즘은 대학생도 취직하기가 쉽지 않아 그 취직시험 준비에 바쁜 학생들도 많지만 마치 고3 수험생이라도 되는듯한 이런식의 대답.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납득하기 쉽지 않은 답인것만은 분명하다. 심지어 ‘무슨공부 ?’냐며 이해 안간다는 듯 대답한 유진의 물음에도 동수는 이와같이 답했다.

 “ 시험공부해야지. ”

 동수가 대학에 들어와서 오히려 정신차리고 더 열심히 공부하거나 아니면 취직시험 준비 때문에 더 신경을 써서 시험공부를 하는 것인지까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일반적인 대학생의 대답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대답. 그래서인지 유진은 그 말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그런 동수를 보채듯이 말한다.

 “ 그러지말고 우리 주말에 어디 놀러가지 않을래 ? 요 근처 어디 경치좋은데 나 아

  는데... ”

 “ 나 공부해야한다니까... ”

 일반적으로 남녀간에 프로포즈나 데이트신청 같은 것을 할때는 남자가 여자한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여자가 남자한테 먼저 다가가는 경우는 웬만해선 잘 없다. 허나 동수가 워낙 쑥맥같은 성격인것인지 아니면 내면의 어떤 자격지심 같은 것 때문에라도 여자를 가까이하는 것을 가급적 삼가는것인지 여하튼 그런면 때문에 만약 동수를 마음에 둔 여자가 있다면 동수의 이와같은 태도때문에라도 더 답답하고 애가탈수도 있을 것이다. 유진이 지금 동수에게 어떤 관심이나 호기심같은것이라도 있어 이러는것인지까진 모르겠지만 유진의 이와같은 말붙임에 거듭 ‘공부’ 핑계를 대며 거절하는 동수. 그리고 저만치 사라져가는 동수를 유진이 어떤 안타까움에 뒤쫒아간다.

 동수가 군대에 간 것은 대학을 2년정도 마친 직후의 일이다. 어차피 군대에 가야하는거라면 너무 늦게 가는것보단 가급적 빨리 군대문제는 해결하는게 좋겠다는 판단에 그리한 것 같은데, 어쨌든 그렇게 군에 입대한지 두달쯤 된 어느날 면회를 온 손님이 있었다. 다름아닌 새엄마 순희였다.

 “ 동수야... ”

 지방에 있는 대학에 진학을 한 뒤론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며 대학을 다녀야 헸기 때문에 방학때만 서울에 올라오는 처지가 되었던 동수. 게다가 이제 군대에까지 가버린 동수라서일까. 순희가 어떤 안타까움을 담아 그를 부르고 있다.

 “ 잘...지내고 있는거지 ? ”

 군대에 있으면서 ‘잘 지낸다’고 답하고 싶은 남자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 설사 예의상 또는 그런식으로 묻는 가족이나 친구,애인의 물음에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라도 보통은 그런식으로 대답하리라. 따라서 순희도 이런 물음에 ‘잘 지낸다’는 답을 한 동수를 더욱 안쓰러운 듯 바라보고 그러다 동수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 동수야... ”

 “ ??? ”

 “ 미안해 동수야. ”

 “ 왜...왜 그러세요 ? ”

 면회소에 가족이나 친구,동료인 군인을 면회하러 온 사람이 동수 한사람만인 것은 분명 아닐터이니 이런 다소 어색하고 이상한 분위기. 동수 입장에선 당혹스럽고 신경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터인데, 순희는 그런 부분을 전혀 의식 않는 듯 그저 자신의 안타깝고 애절한 마음을 담아 이와같이 나오는 것이다. 순희의 말이 계속된다.

 “ 내가 조금만 더 너한테 신경을 써줬어야 하는건데...그렇지 못한 것 같아 많이 후

  회했었어. ”

 동수가 중3때 그의 새엄마가 된 순희. 처음 한동안은 동수에게 쉽게 말을 놓지 못하다가 그러다 동수가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먼저 다가와 한동안 친한 사이가 되었던것인데 그러다 순희가 자기 아이 경수를 낳고는 한동안은 경수에게 신경쓰느라 신경을 쓰지못한 동수. 그로인해 멀어진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을 이와같이 토로하는듯한 순희. 허나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동수는 더더욱 당혹스러워지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동수는 애써 침착하려 하며 순희를 달래보려 한다.

 “ 저...전 괜찮아요. 그러니 너무 걱정마세요. ”

 “ 미안해 동수야...내가 너무 미안해... ”

 그리고는 북받치는 감정으로 울음까지 터트리는 순희. 결국 동수는 그런 순희를 어떻게든 달래보려 애쓰고, 이런 요란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다른 면회객들이나 군인들도 그쪽에 시선이 안갈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당황한 동수는 거듭 순희를 달래며 진정시키려 하고, 그나마 겨우 진정된 목소리로 순희가 동수를 바라보며 말한다.

 “ 우리 사이...다시 이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

 “ 아...아니 저... ”

 “ 이전같은 관계로 다시 회복되었으면 좋겠다구 동수야. ”

 “ 너...너무 걱정 마시라니까요. ”

 아무래도 민망해서 면회를 빨리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드는 동수인데 그래서 적당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동수를 그만 순희가 와락 끌어안는다.

 “ 사랑해 동수야. ”

 “ 허헉.,..아...아니 저... ”

 “ 사랑해 동수야...그러니...그러니까... ”

 ‘사랑해’ 라는 표현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뒤에 덧붙일말이 마땅치 않아서일까. 그 이상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순희. 순희 입장에선 어쨌든 동수와 잠시나마 친모자간이나 다름없이 친숙하게 지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하는 말이겠지만, 이런 광경이 모르는이들이 보면 더더욱 오해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 동수는 동수대로 이런 상황에서 사태 수습을 어찌해야할줄 모르고 당황하고, 그렇게 한참을 서럽게 울던 순희를 겨우겨우 달래서 돌려보낸 동수. 부대 막사로 돌아오니 아까 그 광경이 아무래도 이상했던 고참 하나가 동수에게 다가와서 묻는다.

 “ 최동수 이병, 아까 도대체 누가 면회를 왔던거야 ? ”

 “ 아...아뇨 저 그게... ”

 군대처럼 상하 규율이 엄격한 공간에서 상사의 이런 물음에 얼렁뚱땅 얼버무리며 대답할수도 없는일이고 그래서 동수는 더욱 당혹스럽기만 한데, 일단 고참은 그나마 동수의 처지가 난감할수도 있음을 좀 이해하는것일까. 넌지시 말을 돌려 다시 질문을 건넨다.

 “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여자분이신거 같은데...엄마나 여자친구는 분명 아닐테고...

  누나인거야 ? 아니면 이모 ? ”

 사실 군대 면회소에서 면회온 자기 식구나 친구,애인과 시간 보내기도 바쁜터에 남 면회 풍경을 그렇게까지 신경쓸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허나 이렇게 군대 면회소에서 동수와 재회한 순희가 남다른 감회를 쏟아내느라 나왔던 그 요란한 풍경. 그래서 적어도 그날 면회소에 있던 다른 군인이나 군인의 면회객들 대다수에겐 목격될 수밖에 없었던 풍경 아닌가. 다른건 몰라도 동수를 끌어안은 의문의 여인이 대충봐도 나이는 어느정도 들어보였으니 ‘여자친구’나 애인은 분명 아니었을테고 그래서 더더욱 의구심이 들어 고참은 걱정까지 돼서 이와같이 묻는다.

 “ 너 혹시 연상의 유부녀라도 사귀는거냐 ? 설마 그런건 아니겠지 ? ”

 한 10년이나 20년전이었으면 이런식의 질문 자체가 해괴한 헛소리가 되었겠지만 요즘은 연상의 여자나 심지어 이혼녀나 미혼모를 사귀는 남자도 많다. 게다가 열 살이상 많은 여자랑 사귀다 결혼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 군인이라고 해서 연상의 유부녀를 사귀지 말란법이 있는것도 아니니 그래서 더더욱 걱정되어 고참이 물은것인데 난감해진 동수는 결국 사실대로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 실은...저희 새엄마세요. ”

 “ 뭐 ? ”

 “ 아버지가 저 중학교때 재혼하셨어요. 그래서...실은 저희 새어머니시라구요. ”





 4-5년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났다. 그 사이 동수는 제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취직한 기업은 대기업은 아니고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는 중소규모 업체였는데, 그러면서 출퇴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직장 근처 서민형 빌라에 전세로 입주 살게 되었다. 자연스레 아버지 재광과 새엄마 순희와는 따로 떨어져 살게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편 순희의 아들 경수도 그 사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기도 했는데, 그런 상태에서 순희는 이따금 밑반찬이라도 챙겨주고 또 동수의 사는 모습도 돌보면서 사는데 어떤 불편한게 없나 살피러 대체로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방문하는 그런 모습이 만들어져갔다.

 “ 어머니...이젠 그만 오셔도 되는데... ”

 그런 이따금씩의 순희의 방문과 자신에 대한 챙김이 오히려 이젠 불편하기라도 한 것인지 이와같이 말하는 동수. 한편 순희의 나이도 이제 30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이젠 누가봐도 어느정도 나이가 든 아줌마 같은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중학교때 동수가 순희를 처음 보았을때는 대학 도서관 같은데서 두꺼운 책 들고 다닐것같은 모범생 같은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순희가 원래 마른체구였기 때문에 ‘펑퍼짐한 아줌마’ 분위기가 되지는 않았고 대신에 다소 초췌하고 마른 체구의 그런 중년 아줌마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 겸사겸사 너 사는 모습도 걱정되고 그래서 와보는거지 뭐. ”

 그런 동수를 보며 이와같이 말하는 순희. 그러고보면 순희가 동수의 새엄마가 된지도 어느덧 10년 조금 넘는 세월이 흐른것인데 그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한 애증의 감정이 교차되는 그런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순희가 동수에게 말을 건넨다.

 “ 그런데 동수야. ”

 “ 네, 어머니. ”

 “ 뭐 직장 때문에 어쩔수없이 이렇게 따로 떨어져 사는거긴 하지만... ”

 “ ...... ”

 “ 솔직히 난 이전처럼 다시 같이 살았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보곤 해. 어떻게

  그럴 생각은 없니 ? ”

 새엄마 순희가 동생 경수를 낳고 난 뒤에는 경수 돌보는 일에만 신경을 쓰느라 자신에겐 소홀히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엔 따로나가 살까 그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동수. 헌데 대학은 지방에서 다니게 되었고 직장도 경기도에 있는 회사에 다니게 되었으니 자신이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간에 고등학교때 잠시나마 해봤던 그런 구상이 그런대로 이루어진 결과가 되기는 했다. 허나 이렇게 되어버린 동수와의 관계가 새엄마 순희로선 어떤 아쉬움이나 안타까움 같은게 있는지 그와같은 말을 건넨것이고 그런 순희의 말에 동수는 별다른 대꾸가 없었다. 순희가 그런 동수를 보며 거듭 안타까운 감정을 뱉어낸다.

 “ 그리고...경수와도 좀 친하게 지냈으면 하고...어쨌든 경수...너에게도 동생이잖아.

 ”

 그러고보면 동수가 고3때 두세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고, 이후 동수는 대학시절은 지방에 게다가 군대에 있던 시간하며 그리고 지금은 경기도의 서민형 빌라에 나와 따로 살고 있으니 순희가 낳은 이복동생 경수와 함께 한 시간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동수가 고등학교때 겨우 두세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던 경수에게 그 무렵 동수에 대한 기억은 있을리 만무하며, 물론 이후 대학때나 군대에 있을때에 방학때나 휴가때는 집에 들어와 있긴 했지만 그렇게 방학이나 휴가때 집에 들르는 ‘동수형’을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어린 경수가 어떤 눈으로 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어있는 경수에게 최소한 위로 배다른 형이긴 하지만 어쨌든 형이 한명 있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시켜 주고 싶었음일까. 허나 이런 순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수는 머리만 한번 긁적이고는 애매한 말로 답을 대신한다.

 “ 저...경수 미워하지 않아요. 싫어하지도 않고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 동수야... ”

 그런 의미로 했던 말이 아니지 않는가. 어쨌든 순희 입장에선 동수도 자신의 아들로 여기고 싶고 그래서 경수하고도 조금이라도 더 친하게 지내는 그런 사이로 만들고 싶은 것이 순희의 마음인 것이다. 허나 동수는 거듭 새엄마 순희가 낳은 경수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말로 답을 대신하고, 그런 동수를 보니 순희는 다시금 안타까운 감정이 북받쳐 울음을 터트리고야 만다.

 “ 우리가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되었니 동수야... ”

 “ 어...어머니...진정하세요... ”

 울음을 터트리는 순희의 모습에 당황해 그녀를 달래려하는 동수. 그러고보면 동수가 순희의 우는 모습을 본게 생각보다 많다. 순희가 재광과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동수에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그녀를 나무랄 때 억울한 마음에 혼자 방에서 뛰쳐나와 거실에서 우는 모습을 동수가 처음 보았을 때 이후로, 고3 어느무렵에도 동수와의 그런 엇갈린 문제 때문에 울음을 터트렸고, 군대에 간 동수를 면회하러 왔을때도 나름 그런 복잡한 감정에 북받쳐 동수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던 그녀. 무엇보다 동수는 이런 순희가 우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버리고 만다. 처음 중3때 아버지와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젊은 새엄마 순희가 아버지와의 부부싸움 끝에 방에서 뛰쳐나와 밤늦은 시간 거실에서 혼자 우는 모습을 목격한뒤로, 그렇게 보게된 순희의 우는 모습. 아마도 처음 보았던 순희의 우는 모습과 그때 생긴 감정이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라서일까. 동수는 이렇게 순희가 울면 마음이 약해져버린다. 그래서 동수는 순희를 다시금 달래보려 하고 순희는 그런 동수에게 와락 안기고만다.

 “ 우리 한때...무덤까지 가져갈 비밀도 간직하기로 한 사이였잖아. 안 그래 동수야

  ? ”

 “ 헉...새...새엄마... ”

 순간 바로 중3때 있었던 그 해프닝이 떠올라 동수도 당황하고 만다. 하루는 순희가 모처럼만에 서울에서 고향친구들과 만나 밤늦게 술에 만취가 되어 들어온날. 마침 아버지는 해외출장중이라 혼자 집을 지키던 동수가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순희를 직접 방에까지 데려가 눕혀주었고, 그리고 있었던 그날의 해프닝. 새엄마 순희가 ‘여보’를 부르며 갑갑하다며 옷을 벗겨달라고 해 벗겨주다 생겨버린 돌발상황과 오해. 순희는 취중이었던 그 순간엔 동수가 자신을 덮치려 한줄알고 오해했지만 정작 다음날 술에 깨고 나서는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간밤에 있었던일을 ‘아버지한테 말하지 말아달라’며 그날의 일을 ‘무덤까지 함께 가져갈 비밀’로 하기로 했던 일. 그 일이 새삼 떠올라 동수도 그만 얼굴이 빨개지고 순희는 순희대로 동수를 안은채 울먹거리며 말한다.

 “ 우리...한때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도 간직하게된 그런 사이였잖아.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니 동수야 ? ”

 “ 새...새엄마... ”

 “ 사랑해 동수야. ”

 순간 그와같이 고백하는 순희. 그리고는 다시금 울음을 터트린다. 물론 ‘사랑’의 의미도 알고보면 친구간의 사랑이나 가족,형제간의 사랑 또는 동료애,동지애 같은 여러 가지 의미의 ‘사랑’이 존재하는 법이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이 어느덧 40이 다가오는 새엄마 순희가 열세살 어린 20대 후반의 청년 의붓아들 동수에게 하는 ‘사랑해’라는 고백은 진짜 뭔가 미묘하고 복잡하게 들린다. 헌데 그때였다.

 ‘ 지이이~~~!!! ’

 동수의 서민형 빌라는 그래도 비밀번호로 문을 열수 있게되어있는 그런 구조였는데, 동수가 평상시 그 비밀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하나 있다. 직장일 관계로 자주 만나게 되는 여직원이었는데, 그 덕분에 친밀하게된 사이긴 하지만 아직 그렇다고 ‘사귀는 사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다만 일 때문에 이따금 늦은 밤시간에도 동수를 만나러 오는 그런 여직원이었는데 그런 여직원이 공교롭게도 이 시간에 무슨 급한 용무라도 있는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던 것이다.

 “ 사랑해 동수야...우리 한때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한 비밀도 간직하게 된 그런 사

  이였잖아.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니 ? ”

 “ ?????? ”

 “ 우리 한때...우리 한때 무덤까지 같이 가져갈 비밀도 있는 그런 사이였는데...어쩌

  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거야...엉엉엉엉~~~!!! 사랑해 동수야. 사랑해 동수야~~~!

  !! ”

 “ 이...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 ”

 “ 우리 한때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도...무덤까지 가져갈 비밀도 함께 간직하가로 한

  그런 사이였는데...그런 사이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 사랑해 동수야. 우리

  같이살자. 우리 예전처럼 같이 살자고. 그러면서 가끔 우리 경수도 돌봐주고. 사랑

  해 동수야. 우리 예전처럼 같이 살자. 우리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도 함께 간직하기

  로 한 그런 사인데...사랑해 동수야...사랑해 동수야. 엉엉엉엉~~~!!!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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