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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러블리즈 유지애 (1)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부제 : 벌받는 여자 5





 평수는 그리 커보이지 않는 주택가에서 종종 볼법한 2층짜리 주택. 그 주택 1층 거실 한가운데에서 이정은 담배를 뻐끔뻐끔 피워물고 있다. 뭔가 초초한것이라도 있는 듯, 담배냄새때문에라도 누가 베란다에 나가서 피우라고 재촉을 할만도 한데, 이 집에는 현재 그럴만한 사람도 없는지 이정은 적어도 거실 한가운데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동을 계속 하고 있다. 그래도 점차 자욱해지는 연기는 못 참겠는지 베란다 창문을 한번 열어보긴 하는데, 일단 그 표정 자체는 그리 태연해보이지가 않다. 한편 그때쯤 방안에서 누군가가 거실로 나온다. 나오는 여인은 다름아닌 이정의 동거녀인 올해 27세의 김은서란 여자다. 은서는 이정보다 열 다섯 살 연하인데, 문제는 이정이 아직 이혼을 안 한 상태다. 한마디로 두 사람은 현재 불륜관계인 것이다.

 이정이 은서를 알게된 것은 대략 1년여전쯤의 일인데 결혼한지 이미 15년 가까이가 지났고 중학생 아들까지 있는 ‘유부남’의 신분으로 어쩌다 은서와 그런 깊은 사이가 된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이정의 아내 황예진은 이혼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금은 집을 나가 이정과는 따로 나가 살고 있는 상태인데, 어찌보면 ‘잘되었다’는 듯이 그런 상황에서 이정은 아예 자신이 사귀던 은서를 자기집으로 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혼소송은 생각보다 합의가 잘 안되고 있는지 아직 원만한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다.

 일단 위자료 문제는 귀책사유가 이정에게 있으니 군소리없이 주긴 했는데, 문제는 결국 양육권이다. 헌데 일반적으로 아이 엄마쪽에서 양육권을 자신이 맡겠다고 주장할만한데 어쩐일인지 이정의 아내 예진은 양육권을 쉽사리 포기했다.

 “ 나 애 못맡아. 그러니 당신이 키워. ”

 “ 뭐, 뭐라구 ? ”

 “ 나 바보고 쑥맥인거 당신도 알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1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았

  는데 지금 이 나이에 어디 새로 취직을 하기도 쉽지 않을거고, 솔직히 내가 무슨

  아침드라마 여주인공도 아닌데 무슨 번듯한 창업에라도 도전 성공해서 보란 듯이

  잘살아볼 재주가 있는것도 아니고... ”

 “ 아, 아니 저... ”

 한마디로 이제 이혼하고 혼자 살아야 하는 처지로 자기몸 하나 건사하기도 쉽지 않은데 어느덧 중학생으로 나날이 커가는 아들까지 맡기는 쉽지 않다는게 예진이 양육권을 포기하는 이유였다. 일단 이정은 중소기업을 하는 사업가고 서울시내에(강남쪽은 아니더라도) 이만한 2층짜리 주택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어느정도 재력은 갖춘 사람으로 봐야할 것이다. 어떻게보면 이런식으로 남편을 골탕먹이거나 복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볼만도 하지만 일단 그런 상황까진 아니고 예진이 스스로 말한것처럼 워낙 쑥맥같은 성격이라, 지금와서 혼자 살아가기도 막막하니 아이는 당신이 맡아 달라는게 이정의 부탁이었다. 사실 자기 아들을 늘 보고 살수 있다면 아버지인 이정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겠지만 여하튼 만약 불륜상대였던 은서와 이제 재혼이라도 해서 살아가야 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아들까지 떠맡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라 이정은 고민이 되고 있는것이다. 일단 어쨌든 은서는 설득을 해봐야할 판인데, 아마 그 문제가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듯 하다. 환기를 해놓은 베란다 창을 통해 담배연기가 어느정도 빠져나갈때쯤 은서는 방안에서 나온 것이다.

 “ 환기좀 시킬수 없어요 ? 담배냄새 저도 안 좋아해요. ”

 은서가 얼굴을 찡그리며 그와같이 물었고, 이정이 사뭇 짜증스런 목소리로 대꾸한다.

 “ 이미 열고 환기시키고 있지 않나 ? 그런데 무슨... ”

 “ 그리고 앞으로는 담배는 가급적 베란다나 마당에 나가서 피우던가 해요. 다른 식

  구들도 생각해야죠. ”

 “ 허허 거 참...담배피울 자유 하나 보장 안해주는건 전 마누라나 지금이나 별로 달

  라지는것도 없구만 그래 ? ”

 “ 뭐라구요 ? ”

 아직 정식 이혼을 한것도 아닌데 ‘전처’라고 예진을 지칭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정도 이미 아내에 대한 정은 다 떨어져나간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헌데 그런 상황에서 ‘지금’ 운운하는 표현. 동거녀인 은서 입장에서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는 표현일 것이다. 이렇게 아직도 이정과 정식 결혼을 한 여자도 아니면서 동거만 하고 있는 어정쩡한 상황. 차라리 이정이 이혼남이나 사별남이라면 모를까 분명 그런 상황도 아니니 자신의 현재 상태가 ‘불륜녀’라는것만은 새삼 자각이 되는 상황이라 은서도 신경이 거슬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하튼 이정은 잔뜩이나 속마음도 복잡한데 거기에 다른 문제까지 덧붙여 말싸움은 하지 않고 싶어서인지 적당히 무마시키려한다.

 “ 아니...그...뭐라고 호칭하기가 애매해서 그런거지. 너무 신경쓰지마. 그리고... ”

 그리고는 어쨌든 은서를 달래주긴 해야할 것 같아서 다가오며 이와같이 말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은서 너 뿐이야. 그러니 너무 불안해

  하지마. 알았지 ? ”

 “ 몰라요. ”

 말하는 것으로 봐선 은서도 여전히 마땅치 않은 문제가 있나보다. 일단 아내와의 이혼소송 문제가 확실하게 마무리 되지 않은것도 그렇지만 경우에 따라선 이정의 아들을 자신들이 맡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 그 점도 은서를 신경이 거슬리게 만들 수밖에 없는 문제일 것이다. 사실 그런점들만으로도 젊은 여자의 속은 보통 아니게 복잡할것이나, 그것 외에도 은서는 다른 마땅찮은 문제라도 있는것일까. 은서를 달래려는 이정에게 대꾸하는 말투도 그와같았지만 그리고는 은서는 신경질적으로 집에서 나가버린다. 방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는 판에 갑갑하게 다시 방으로 들어가기도 그렇고 환기를 시키긴 했지만 여전히 담배냄새 잔재가 남아있는 거실에 계속 있기도 싫어서 밖으로 아예 나가버린 것이다. 은서의 그런 행동에 순간 이정이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지 말을 건네보려 했지만, 제지하기도 쉽지 않아서인지 바로 단념해버리고 만다. 한편 그렇게 집을 나간 은서는 공연히 동네라도 한바퀴 돌아보기라도 했는지 그러다 돌아왔다. 다만 생각보다 집 밖으로 나가있던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한 20-30분은 나가있다 마음이 좀 풀리면 들어오려나 생각했는데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들어온 것이다.

 “ 벌써...왔어 ? ”

 의아해하듯 묻는 이정. 은서가 대꾸한다.

 “ 제가 뭐 이 동네 익숙하기나 해야말이죠. 마땅히 뭐 살 것도 없고 그렇다고 어디

  만나서 어울릴만한 사람도 없고... ”

 “ ...... ”

 “ 그리고 무엇보다... ”

 은서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킨다. 그리고 말없이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이정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 저 아직은 불안해요...아시잖아요. ”

 그리고는 털썩 거실 소파에 주저앉는 인서. 어떤 착잡한 회한 같은게 느껴진다.





 “ 바른대로 말해 !!! 그 X이랑 잤어 !!! 안 잤어 !!! ”

 이정이 아내 예진에게 은서와의 관계를 들킨게 대략 석달여전의 일이다. 사실 그 두어달전부터도 예진은 남편의 근래 행동이 수상쩍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몰래 사람을 시켜 남편 뒤를 밟아보게 하다 결국 이정이 꼬리를 밟히고 만 것이다. 이정과 은서의 관계를 알게된 예진이 극도로 불같이 화를내며 남편에게 이와같이 나왔다.

 “ 어서 바른대로 대 !!! 그 X이랑 잤냐구 !!! ”

 물론 이럴 때 ‘잤다’는 말은 단순히 잠만잔게 아니라 성관계를 가졌는지 여부를 묻는것이고 이정이 어린애도 쑥맥도 아닌 다음에야 그 말뜻을 못알아 들을리는 없다. 다만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말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난감해진것이고 예진은 그런 이정을 더욱 닦달해댔다.

 “ 내가 잠만 안 잤으면 다른건 다 없었던걸로 해줄게. 아닌말로 그 X에게 돈을 줬

  든 그X 집에서 그X이 끓여다주는 된장찌개를 먹었던 김치찌개를 먹었던 그러면서

  하룻밤을 지샜든 다 없었던걸로 해줄테니 그것만 말해 !!! 로란지 뭔지 그 X이랑

  잤어 !!! 안 잤어 !!! ”

 사실 은서는 룸살롱에서 일하던 여자로 그곳에서 쓰던 별칭이 ‘로라’였다. 그래서 예진이 은서를 그렇게 지칭하고 있는것이고, 애초 이정이 거래처 관계자일로 룸살롱을 드나들 때 만난 여자다. 헌데 로라가 어찌된 영문인지 이정에게 유독 관심을 보이며 따라붙기 시작했고, 처음엔 이정도 로라가 혹시 돈을 노리고 자신에게 접근하는게 아닌가 싶어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 이정이 로라가 혼자 거처하는 방의 방세를 대신 두어번 내준적이 있는데 그러다 아내에게 꼬리가 밟히고 만 것이다. 헌데 ‘로라’ 운운하는게 아무래도 거슬렸는지 순간 이정이 발끈했다.

 “ 로라 아냐 !!! 자꾸 그런식으로 부르지마 !!! 그 애 실제 이름은 김은서야. 주민등

  록상 기재된 실명이 그와같다구. 그리고 무엇보다 은서도 이제 룸살롱 생활 청산

  하고 로라라는 이름도 지워버리고 싶다고 했어. 그런데 왜 자꾸 은서 이름을 당신

  이 그런식으로 불러 !!! ”

 “ 오...그래 ? 이젠 아주 대놓고 그 X 역성까지 드는구나. 지 마누라보다 지 새끼

  보다 이젠 은선지 로란지 그게 그렇게 소중해 ? 그 애 인생이 그렇게 불쌍해 ?

  그래서 그 기집에가 룸살롱에서 일했던 어디서 뭘했던 거기서 쓰던 천박한 이름

  대신 김은서든 박은서든 그 고귀한 실명으로 대신 불러줘야한다 뭐 그런거니 ?

 ”

 “ 지금 내 말이 그런말이 아니잖아 !!! ”

 “ 아니면 대체 뭐야 !!! ”

 사실 이정은 평상시 말주변이 없는쪽과는 거리가 먼 남자고 게다가 성격적으로는 오히려 아내 예진이 더 쑥맥같은 면이 있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역전이 되어버려 자신을 몰아붙이는 아내 앞에서 이정은 제대로 대꾸도 변명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분을 삭이려는지 숨을 씩씩 내쉬면서 예진이 차츰 차분함을 되찾으며 다시금 말했다.

 “ 어쨌든 나...그 X이랑 잠만 안잔거면 당신 로라든 은서든 그 X이랑 한짓 모든 것

  다 없었던걸로 해주고 덮어줄테니까 그것만 말해. 잤어, 안 잤어 ? ”

 과연 이정은 어떤 태도로 나올까. 아내 예진 입장에서도 잔뜩 긴장이 되고 떨리는 순간이 될 수밖에 없을텐데 이정은 의외로 순순히 시인을 해버리고 말았다.

 “ 남녀 관계가...그렇게 무자르듯 딱 부러지게 정리가 되냐 ? ”

 “ 뭐...뭐라구 ? ”

 “ 처음엔 그저 은서 신세가 처지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서 만나주기 시작한건 사실

  이야. 허나 차츰 사이가 깊어가면서...몇번 그애 사는 집에서...했었어. ”

 “ 여보 !!! ”

 결국 성관계를 시인하는 발언이 남편에게서 나오자 예진은 극도로 분개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정말 쑥맥같던 여자가 맞나 싶게 남편의 얼굴이며 팔 몇군데 이미 물어뜯어버렸고 그 와중에 방안의 집기도 몇 개 부서지고야 말았다. 남편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 그런 관계를 가졌다는 말에 은서는 그나마 이정에게 기대했던 한가닥 기대와 미련마저 처참하게 무너져내려 버린 것이다.

 “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 어떻게 당신이 나를 두고...고작 그런 여자랑...게다가 나

  는 그렇다 치더라도...애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아 ? 승환이를 생각해서라도 어떻게

  당신이 그런짓을 할 수가 있어 !!! ”

 그렇게 처절하게 예진은 분노로 울부짖었고, 다만 이정은 변명할건 해야할 것 같기에 시간이 좀 더 지난뒤에 이런식으로 은서와의 관계에 대한 새삼스러운 해명(?)을 하긴 했다.

 “ 말했지만 나도 처음엔...은서...아니 로라가 돈을 노리고 이러는 것 아닌기 경계는

  했었다니까...나도 어쨌든 사업을 하면서 오만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인데, 그런데

  서 일하는 여자들에 대해 귀동냥으로 들어본게 없었겠냐 ? 하지만 적어도 로라...

  아니 은서는 진심이었더라구. ”

 “ 얼씨구... ”

 “ 무엇보다 은서 알고보면 참 딱하고 불쌍하게 자라온 그런 여자였어. 여하튼 어

  려서 부모잃고 고아원에서 자라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나와서는 그런 유

  흥업소를 수년간 전전하며 그러면서 산 앤데... ”

 “ 그래서 고아에 고등학교도 못나오고 그런 처지로 룸살롱 같은데서 술따르며 살

  고 그런 여자면 전부 다 불쌍해서 구제라도 해줘야한다 그말이니 ? 당신도 사업

  하면서 들은귀도 있다며 ? 오히려 그런 여자애들중에 돈 많은 남자 일부러 노리

  고 접근하는 애들이 더 많다더라 !!! 그런데 불쌍은 무슨... ”

 “ ...... ”

 “ 그리고 뭐...아무튼 불쌍하다고 쳐. 그럼 뭐...그런식으로 따지면 불쌍한 어린 여

  자애가 세상에 한둘인줄 아니 ? 그럼 당신이 그런 여자들 만날때마다 처지 불쌍

  한 여자애들 돈도 대주고 위로해주고 안아주고 보듬어주고...그러다 잠까지 자고

  ...허이구...그런식으로 여자 거느리고 살다보면 3천궁녀 거느렸다는 의자왕도 진

  시황도 안 부러울일 생기겠다. ”

 의자왕이든 진시황이든 3천궁녀를 거느렸다는 말은 실제 진상과는 차이가 있으나 지금 두 사람이 그런 역사토론을 하자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니, 예진은 그저 남편의 변명이 너무 기가막히고 궤변으로 들려 그 화가나는 심정을 토로하다 그런식의 말까지 나온 것이다. 여하튼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학력도 배경도 일천한 그런 여자가 불쌍해서 도와주려다 그렇게 되었다는 어찌보면 너무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변명이고 또 따지고보면 궤변일수도 있는 이야기라 예진은 이렇게 비아냥거린 것이다.

 여하튼 이정이 아내 예진으로부터 마음이 떠나 있는것만은 사실이었고 예진도 남편의 상황을 도저히 용서해줄수가 없었기에 이혼을 결심한 것이다. 다만 귀책사유가 남편에게 있는 이혼이건만, 일단 위자료 문제까진 합의를 보았는데 양육권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상황. 전업주부로 10년 넘게 살아온 예진이어서인지 혼자 몸으로 중학생 아이까지 키우며 살기는 막막하다는 생각에 양육권을 아이 아빠인 이정에게 넘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허나 그건 이정도 이정이지만 만약 이정이 이혼을 하면 함께 살게될 은서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부정적인 반응도 내놓지 않아 확실하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다만 은서는 예진이 집을 나간 상태에서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이정의 품에 안기며 이와같이 말할 뿐이었다.

 “ 아저씨... ”

 룸살롱에서 이정과 가까워질때부터 은서가 이정을 부르던 호칭이 ‘아저씨’였다. 이미 익숙해져서인지 이정을 계속 그렇게 부르고 있는 은서. 사랑을 고백한다.

 “ 사랑해요 아저씨... ”

 아무리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살았던 여자라지만 적어도 열다섯살 많은 중년남자 이정에 대한 마음만은 진심이었는지 그의 품에 안겨 이런 고백을 하고있는 것이다. 이정의 침대에 나란히 누워 그의 등에 얼굴을 기댄채 은서는 이와같이 말한다.

 “ 아시죠 아저씨 ? ”

 “ ...... ”

 “ 저 알고보면 사연도 많고 상처도 많은 여자라는거... ”

 “ 알아... ”

 그런 은서를 보듬어주려는 듯 한번 등과 어깨를 사랑스레 쓰다듬어주는 이정. 단순히 젊고 예쁜 은서의 몸을 탐했다기 보다는 지금은 진정 그녀에 대한 사랑을 느껴서인지 이와같이 나오는 것이다. 이정의 말이 이어진다.

 “ 그리고 무엇보다 은서는... ”

 “ ...... ”

 “ 의외로 착하고 남을 생각할줄도 아는 그런 마음도 가진 그런 여자란거. 그건 내가

  알아, 그건 내가 보장하지. ”

 “ 아저씨... ”

 은서의 어떤면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말하고 있는 이정. 자신을 그렇게 봤다는 이정이 고맙기라도 한지 은서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린다. 이정의 얼굴에 입맞춰보는 은서. 그리고는 이와같이 말한다.

 “ 진심으로 전 아저씨를 사랑해요. 그리고 남은 인생은... ”

 “ ...... ”

 “ 아저씨의 여자로 살아가고 싶어요. ”

 진심으로 하는 고백이다. 그리고 이와같이 말을 이어간다.

 “ 아저씨의 아이도 갖고 싶어요. 사랑하는 아저씨의 아이를... ”





 한편 이정의 아들 양육문제는 아빠인 이정이 맡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정의 아내 예진이 경제적 문제와 개인사정등을 이유로 아이를 맡는 것이 곤란하다고 거듭 주장하는 바람에 다른 선택을 할 방도가 없었다. 한편 이정의 중학교 2학년 아들 승환은 현재 이정에게는 동생이 되는 삼촌네 집에 잠시 내려가 있었다. 이정이 불륜사실을 아내에게 들키고나서 ‘사네 못사네’ 하며 한바탕 이혼소동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차마 중학생 아들에게 그런 못볼꼴은 보일수가 없어 일시적으로 그런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그리고 예진은 원래 4자매중 막내였는데, 이정에게 그와같이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온뒤엔 큰언니네 집에 임시로 의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이정은 은서를 자기 집으로 불러들여 사실상 두 사람이 동거에 들어갔던 것이다.

 사실 승환을 이정이 맡기로 결심을 하면서 머리가 아파진 여자는 결국 은서였다. 아무래도 남자쪽에 귀책사유가 있는 이혼이니만큼 아이 문제는 엄마쪽에서 맡는 것으로 결론이 나려니 막연히 예측하고 자신이 그 문제를 고민할 일은 없을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헌데 전혀 뜻밖에도 아버지인 이정이 아이를 맡는 것으로 결론이 나다니. 차마 이정 앞에서 대놓고 싫다는 기색을 보이진 못했지만 은서는 머리를 싸매고 누워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일 지경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 저기...은서야... ”

 어떻게든 은서를 설득해보려고 이정이 말을 걸었다. 사실 양육권 문제까지 합의를 보았으니 이미 이혼서류까지 도장을 찍어 이제 더 이상 이정도 유부남 신분은 아니다. 헌데 문제는 결국 이정의 아들을 자신들이 맡게되는 문제 때문에 은서가 이러는 것 아닌가. 처음에 은서가 이 결론사항을 말해주었을때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허나 대체로 분위기가 자신이 결국 이정의 아들 승환을 맡아 졸지에 ‘새엄마’ 처지가 된다는 것을 그리 달가와하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던 것이다. 차라리 남자가 애딸린 이혼남이란 것을 알고 시작한 교제라면 모를까, 은서는 그야말로 이런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채 일을 겪게된 청천벽력같은 상황 아닌가.

 “ 그...우리 승환이 착한 아이야. ”

 아무렴 이런 상황에서 그것도 은서를 설득해야할 판에 자기 아들에 대해 나쁘게 말하겠는가. 은서는 대꾸가 없었다.

 “ 그리고...무엇보다 지금으로선 다른 대안도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우리 승환이

  여하튼 중학교 2학년이야. 아마 당신이 애를 떠맡게 되는 시간 생각보다 길지 않

  을거야. 내 승환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진학할때쯤 되면 – 그럼 다른 지역

  의 학교를 다니게 될 가능성도 있는거고 – 학교 근처에 하숙이나 자취를 해 혼자

  따로 나가 살수 있도록 그렇게 조치를 취해보던가 할테니...어쨌든 한 몇년만 봐줘

  . 응 ? 은서야. 길어야 한 4-5년 정도의 시간일거야. ”

 흔히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것처럼 느껴진다고 하는데 20대 후반의 여자가 느끼는 4-5년과 40대 초반의 남자가 생각하는 4-5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 사실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한참 그렇게 자라고 공부해야하며 신경도 더 예민해져 있을 사춘기 소년을 맡는다는 것 – 게다가 자신과 나이차이도 얼마 안 나는 – 그런 이정의 아들을 몇 년이든 맡게 된다는 점에 은서는 지금 눈앞에 캄캄해져 있는 것이다.

 “ 은서야. 별 일 없을거야. 내가 승환이에게도 말은 잘 해 놓을께. 당신에 대해서

  이야기 잘 해놓는다니까 그러네 ? 그러니... ”

 허나 은서는 더 듣고 싶지도 않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시작부터 이러니 대체 앞으로 어떤 일들이 들이닥칠지 도무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잠시 바람이라도 쏘이려는지 집을 나가버린 은서 때문에 이정도 적잖이 속상해져 있는데, 원래 전처 예진도 이정이 담배 피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은서 역시 담배는 ‘가급적 나가서 피워달라’고 잔소리를 해 결국 베란다까지 가서 장시간 뻐끔뻐끔 담배를 피워물고 있다.

 그리고 얼마후 그때까지 삼촌(이정의 친동생)네서 살던 이정의 아들 승환이 집으로 돌아왔다. 애초에 이정이 이혼소송이 진행되는동안 아들에게 못볼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 잠시 동생네에 아이를 맡긴것이기 때문에 예정된 귀환이긴 했다. 게다가 전학조치도 시키지 않았었다. 애초 이정은 한달후든 두달후든 이혼절차가 마무리되면 그때 아이를 데리고 와서 살던가 아니면 만약 아내가 아이를 맡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그쪽으로 보낼 생각을 했기 때문에 두어달정도 학교에 휴학계를 내는 것으로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헌데 결국 아버지 집으로 돌아오게 된 승환. 따라서 학교는 휴학했다 복학하는 것으로 다시 다니게 될 것이고 다만 두어달정도 학교를 쉰것이기 때문에 그간의 과정을 따라잡기 힘들면 내년에 중2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도도 생각해두고 있었다. - 헌데 그럼 (* 은서에게 말한것처럼 정말 대학 들어갈때까지만 맡는다 하더라도) 이정과 은서가 승환을 맡아 돌보는 시간은 결국 1년이 더 늘어나는 셈이 된다. 여하튼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이정은 일단 은서와 서로 인사부터 시키게 했다.

 “ 저...일단 소개부터 해야할 것 같구나. 뭐 그간의 과정이 과정이었으니만큼 굳이

  설명은 더 하지 않으마. 솔직히 아빠도 뭐 그리 떳떳한 일은 아니었으니까말야. 어

  쨌든 이쪽은... ”

 ‘새엄마’가 되실분이라고 소개라도 해야하는것인가 아니면 그냥 ‘아버지의 애인’이나 동거녀 정도로 소개를 해야하는것인가. 순간 이정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헌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그때까지 세상 불만,고민을 다 짊어진듯한 표정으로 아버지도 은서도 외면하고 있던 승환이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은서의 얼굴을 냅다 후려갈긴 것이다. 찰나에 벌어진 일이다. 그나마 다행히 빗맞은것이라 은서는 입술과 코에 좀 상처가 난것뿐인데, 은서는 그것만으로도 기가막히고 황당한 듯 승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아니 저...승환아. 너 일단 2층 니 방으로 가서 쉬고 있거라. 나중에 다시 이

  야기 하자. ”

 지금 아들의 심정이 어떨지 모를 아버지는 아니기에 승환을 나무랄수도 없고, 원래 이전에 승환이 쓰던방이 2층에 있었으므로 그리고 올라가라고 해 일단 상황을 중재시키긴 했다. 허나 그때까진 너무 당황했음인지 아니면 그래도 이정 앞에서 화를 내기도 뭣해서 그랬던것인지는 모르지만 조용히 참고 있던 은서가 그제서야 울며불며 난리를 쳤다.

 “ 아악~~~!!! 이게 뭐야...나 몰라. 아아아앙~~~!!! 코피까지 나고... ”

 대체 얼마나 세게 맞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27세 성인 답지 않게 어린아이처럼 울며불며 난리를 치고 있는 은서. 당황한 이정이 일단 방금 승환에게 맞은 코부터 지혈부터 시키고 욕실로 데리고가 세수까지 하게 하면서 상황을 수습해보려 한다. 허나 은서는 조금전의 그 황망하고 기가막혔던 상황에 대한 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지 계속해서 난리를 친다.

 “ 아앙...이거 뭐에요 ? 나 맞았어. 맞았단말야. 이거봐...코하며 입술. ”

 사실 냉정하게 보면 ‘경상’이라고 보는게 맞을만큼 코피만 좀 나고 입술 부위에 약간의 상처가 난 그게 은서가 승환의 주먹질로 난 상처의 전부다. 따지고보면 은서가 결국 유흥업소 출신 여자인데, 원래 그런데서 일할 때 가벼운 경상이라도 마치 크게 부상을 입은것처럼 엄살이라도 부려 손님에게 돈을 더 뜯어내는 그런 ‘상습전력’이 있었던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그런 룸살롱 여자의 엄살실력이 그대로 드러나듯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정은 이런 은서를 어떻게 달래야할지 더더욱 난감해진다.

 “ 미안해요. 내 대신 사과하리다. 그...승환이가 아직 어리고 철이 없어서... ”

 “ 착한 애라면서요 !!! ”

 그야말로 ‘착하긴 뭐가 착하냐 ?’고 따지기라도 하는 말투다. 이정은 당황한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은서를 달래보려 한다.

 “ 그...어쨌든 그동안의 상황이 상황이었으니만큼... ”

 “ 뭐가요 ? 대체 무슨 상황이 있었다는건데요 ? ”

 은서가 바보도 아니고 그동안 어떤일들이 있었는지를 정말 모르는것일까. 허나 정말 은서는 아무것도 모르거나 자신의 처지밖에 생각 못하는 이기적인 여자처럼 이렇게 나오고 있었고 이러니 답답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은 이정이다. 침착하게 여하튼 가르치듯 설명을 해준다.

 “ 여하튼 당신과 나의 그동안 관계가 있었고...아내와는 이혼소송중이었고... ”

 “ 우리 관계가 뭐요 ? 우리 관계가 대체 뭐 어쨌다는건데 ? ”

 “ 그...어쨌든 중학생 아이로선...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것 아닌가 ? ”

 “ 뭐가 견디기 힘들어요 ? 대체 뭐가 견디기 힘들다는건데요 ? ”

 은서가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인 여자였던가. 지금까지 그래도 한 1년넘게 사귀던 그 은서가 맞나 싶을정도의 모습이 지금의 은서다. 여하튼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이정의 새 여자 김은서와 열세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이정의 중학생 아들 승환이 한 집에서 살게 된 것인데, 그 첫날부터가 이 모양이니 대체 앞으로 어찌될지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절망스러운 심정으로 승환은 거실에 혼자 나와서는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고 만다.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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