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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레드벨벳 웬디 (1)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별이 되다





 준식은 스물두살 연하의 아내 수진과 함께 팟캐스트를 진행중이다. 준식은 원래 팟캐스트를 개설하면서 그때그때의 정치,시사 현안과 이슈를 논하는 정치평론은 물론 ‘탈북민과의 대화’라던가 ‘주한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 또는 시사풍자 코미디 꽁트나 경우에 따라선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단막극이나 에로영화 또는 페이크다큐 한발 더 나아가 라디오 일일극까지 제작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현실적 여건상 그와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팟캐스트까지 나가지 못하고, 그저 아내인 수진과 대담형식으로 진행하는 ‘정치평론’을 일주일에 두차례 업데이트하는 그 정도 수준의 팟캐스트에 머물러있다. 무엇보다 준식은 글솜씨는 좀 있는편이나 말주변이 거의 없는 편이라 혼자 10분-20분씩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팟캐스트나 유튜버는 자신이 없어서 결국 마치 방송 인터뷰를 진행하는 형식처럼 아내인 수진이 인터뷰와 진행을 주도적으로 해가면서 아내의 질의에 자신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정치현안’이나 ‘북한문제’와 관련한 토크쇼를 진행하는 그런 내용의 팟캐스트를 제작,방송하고 있다. 여하튼 오늘도 그런식으로 진행되는 팟캐스트. 아내 수진이 묻는 정치현안 질의에 준식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와같이 진행된다.

 “ 그럼 윤준식 선생님께선 문재인 정권의 지난 2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

  건가요 ? ”

 “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좋은 점수를 주긴 들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네요.

  지금 대체로 문재인 대통령 긍정평가가 40퍼센트 중,후반대로 나오는데, 대체로

  지난 대선때 문재인 후보에 투표한 40% 유권자에 평균 6-7% 정도로 추정되는

  정의당등 소위 진보정당 – 전 보통 이런 정당을 그냥 좌파정당이라고 부릅니다

  만 – 지지층이 포함된 그 정도 수치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아직은 그래도 범 진

  보진영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는 그 정도 수준으로 봐야하는거죠. ”

 “ 그럼 어쨌든 보수 입장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 힘들다 그

  말씀을 하고 계신건가요 ? ”

 “ 네, 우선 대북문제가 그렇고, 또 경제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전 경제

  문제는 전문성은 부족한 사람이라 최저임금제 논란이나 주 52시간 근무 문제 이

  런 것을 구체적으로 왈가왈부하긴 힘든 사람입니다. 허나 경제적인 문제에서도

  이런 논란과 문제가 생기는 것 결국 좌파적인 경제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을 더 힘

  들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만들었다고 보는데요, 어떻게 보면 ‘노동자와 농민을 잘

  살게 하겠다’는 사회주의적 프레임에서 시작되는 사고가 이제 구 시대의 프레임

  이자 사고방식 아닌가 그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우슨 요즘 흔히 하는말로 영세

  자영업자 수만 700만에 달한다죠 ? 게다가 중소기업이나 생계형 중소업체를 운영

  하는 사람도 수두룩하고. 결국 노동자와 농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프레임이 어쩌면

  이미 100년전 구 시대의 프레임이었던겁니다. 장사하는 사람은 서민이 아닙니까

  ?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힘없는 민중이 아닌가요 ? 헌데 이런분들의 고통을 외면

  한 채 오히려 귀족노조 있는 소위 대기업 다니는 근로자들만 챙겨주는 이런 정책.

  이런것들이 어떻게 서민을 위하는 정책이 될수 있고 민중을 위한 정책이 될 수가

  있겠습니까 ? 어떻게보면 근본적으로 노동자와 농민을 잘살게 해주겠다는 그 사고

  방식에서 시작된 현 정부 경제정책 입안자들,실무자들이 근본적인 사고가 바뀌어

  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생각을 하는중입니다. ”

 “ 경제정책은 어차피 윤선생님 전공분야가 아니니 그 정도로 넘어가죠. 괜히 이 방

  송 보신 경제학자들이 항의나 반론이라도 들어오면 곤란할테니까요. 그 외에 또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대해 하실말씀은 없으신가요 ? ”

 “ 실정이라기 보단...얼마전 그 다뉴브강 참사에 대한 이 정권 대처방식도 그렇습니

  다. 어느 여론조사를 보니까 문재인 정권이 다뉴브강 참사에 대해 대처를 잘했다

  는 답변이 한 60% 나왔다죠 ? 전 솔직히 이런 결과를 보면서 참 기가막혔습니다.

  도대체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근본적인 가치관이 어떤것일까 하는 회의나 의

  문도 들었고요. ”

 “ 그건 또 무슨말씀이시죠 ?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신건가요 ? ”

 “ 그...솔직히 ‘제2의 세월호 사태’처럼 될까봐 이례적으로 그렇게 민감하게 나온 것

  아닙니까. 우선 근본적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유럽에서 벌어진 참사입니다. 그

  걸 도대체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이 무슨수로 해결을 하나요 ? 헌데 행여나 여론이

  세월호때처럼 나빠질까봐 외교장관 급파하고 심지어 우리나라 특수 수색대 보내고

  그 난리를 친거잖아요. 헌데 여러분 그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 물론 헝가리 입장

  에선 어쨌든 자기네 나라에서 일어난 사고로 한국인이 수십명 희생되었으니 미안

  한 마음에서라도 우리가 직접 가서 수색활동 벌이고 배 인양작업 하고 하는 것을

  모두 받아들일수 있다고 쳐요. 하지만 반대로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참사가 나

  서 미국이나 일본인이 수십명 죽는 그런일이 벌어졌다고 칩시다. - 물론 근본적으

  로 그런일이 일어나선 안되겠지만 – 헌데 미국이나 일본에서 직접 장관과 특수수색

  대 파견해서 자신들이 직접 구조활동 벌이겠다, 수색하겠다. 그러고 돌아다닌다면

  우린 그걸 긍정적으로 봤을까요 ? 헝가리도 근본적으로 주권국가입니다. 어쨌든 수

  색을 하든 구조를 하든 그 전권은 그 나라에 맡기고 혹시 그 나라 형편이나 사정상

  구조활동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때 우리가 장비나 인력을 지원해주는 그게 합

  리적인 방식이고 순리일겁니다. 헌데 대체... - 아니 그것도 지구 반대편에서 (현지

  시각으로) 한밤중에 그런 참사가 빚어진걸 – 여기서 대통령이 긴급회의열고 해서

  뭘 어쩌겠다고...전 한마디로 행여 제2의 세월호 사태가 될까봐 그 여론 나빠질걸

  우려해서 이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것이라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문

  재인 대통령이 잘했다고 봐줄수 없는거에요. 그냥 민감하게 반응 – 좀 더 격한 표

  현을 쓰고 싶지만 행여 막말파동 일까봐 참겠습니다. - 한 그 정도 수준에 불과한

  겁니다. ”

 “ 네, 그러셨군요. 그럼 이것으로 오늘 ‘윤준식과의 시사대담’ 시간을 모두 마치

  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좋은말씀 감사하고요 다음시간에도 윤준식 선생님의 더 유

  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듣도록 하고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그럼 네티즌 여러분께서도 다음 O요일 오후 2시에 잔행되는 ‘윤준식의 시사대담

  많이 기대해 주시기 바라며 지금까지 진행에 신수진이였습니다. ”





 ‘윤준식의 시사대담’은 20분 정도 분량의 방송을 사전에 녹화,편집을 한뒤 매주 두 번 팟캐스트에 올리는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방송형식을 윤준식의 스물두살 어린 아내인 신수진이 사회 진행을 하며 윤준식과 방송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것인데, 다만 팟캐스트나 유튜브 방송의 특징이 어느정도 특정한 정치진영이나 특정 정치인쪽으로 강렬한 편향성이 있어야 그쪽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몰리기 마련인데, 준식의 주장은 대체로 중도보수성향인 면이 있어 그런쪽에서 지나치게 극단적인 다른 팟캐스트나 유튜브에 비해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었다. 따라서 준식은 나름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에로영화나 단막극 제작 또는 시사풍자 코미디 꽁트 그 외 탈북자나 주한외국인과의 토크쇼등 다양한 방송콘텐츠를 구상해보았으나 여러 가지 여건상 현실로 옮기지는 못하는게 늘상 아쉬움이었다. 한편 그런식의 20분 분량 방송 녹화가 끝나고 팟캐스트 홈페이지에 새 방송내용을 업데이트하고 난뒤. 아내 수진은 그녀대로 현실로 돌아와 남편 준식의 아픈곳을 살짝 꼬집는다.

 “ 근데 당신말이에요... ”

 준식과 스물두살 차이나는 수진은 평상시 준식을 ‘당신’이나 ‘여보’ 정도로 호칭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나이차이다보니 ‘자기’ 같은 애교스런 호칭은 붙이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이미 결혼까지 한 마당에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뭣해 결국 그런대로 무난한 호칭인 ‘여보’나 ‘당신’을 붙이고 있는 셈이다. 헌데 수진이 하루는 다소 작심한 듯 준식에게 이와같이 물은 것이다.

 “ 당신 그럼 정말 앞으로는 이렇게 팟캐스트만 만들면서 평생 살 생각인거에요 ?

 ”

 어떻게보면 윤준식의 장래뿐만 아니라 이미 그와 결혼한 상태인 수진의 앞날 때문에라도 걱정이 안 될수 없는 문제라 작심하고 따지는듯한 수진. 준식은 순간 뜨끔하면서 쉽게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일단 한숨을 내쉰뒤 아내와 마주앉은 상황에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 그...내가 늘 했던 이야기지만 말야... “

 “ ...... ”

 “ 내가 현역작가로 활동할때도 나이 한 50 넘어서 감떨어지면 그때가선 ‘방송예능인

  ’쪽으로 생계수단을 삼아봐야겠다 그 구상은 해왔던터야... ”

 실제 준식은 20대 후반의 나이에 현역 작가로 데뷔 그후 약 15년동안 약 열편 안팎의 미니시리즈와 세편의 대하사극 그리고 5-6편 정도의 일일극과 주말극을 집필해왔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근 한 2-3년전부터는 더 이상의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때부터 궁여지책으로 생각했던 것이 ‘팟캐스트 제작’이었다. 한편 준식은 그와같은 팟캐스트를 일주일에 두차례 방송하는 것 외에도 케이블 예능프로에도 일주일에 두 번정도 출연하고 있었다. 하나는 주한 외국인과 한국인팀이 팀을 나누어 대결하는 퀴즈프로였고, 또 다른 하나는 3-4명 정도의 복수의 진행자가 매주 한테마씩 주제를 정해 그 주제와 관련된 연예인이나 방송인,유명인사등을 초청 ‘토크쇼’를 벌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준식이 현역 방송작가로 활동할 때 맺은 인연인 연예가 인맥으로 그와같은 예능프로에 고정멤버로 섭외되는게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두 프로가 모두 일주일에 1회씩 방송되는것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은 케이블 방송 녹화 그리고 또 다른 두 번은 아내와 함께 자체적으로 제작,방송하는 ‘팟캐스트’ 녹화 그런식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허나 바로 그런식으로 일상을 보내는 처지인 준식의 실체에 대해 어느덧 2년정도 함께 살아온 어린 아내 수진은 어떤 한계를 느꼈던것일까. 작심하고 이와같이 따져물은것인데, 준식은 그런 수진에게 나름 자신의 입장겸 해명의 말을 내놓은 것이다. 허나 수진은 수진대로 여전히 걱정이 되는 듯 말을 이어간다.

 “ 그럼 당신 정말 그것 외에는 다른 생계수단을 삼을 방도는 없는거에요 ? 팟캐스

  트 방송하고 케이블 예능프로 출연 그것 외에는 ? ”

 “ 다른건 천상 현역 방송작가로 계속 활동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게 보다시피 이렇

  게 일이 다 끊겨버린 것을 낸들 어찌하곘나. 그래서 이런식으로 대안을 찾은것이기

  도 하고... ”

 수진은 한숨을 내쉰다. 나이만 많았지 정말 제대로 허당인 남편을 만났구나 하는 자책과 후회감까지 들 지경인 수진. 한숨을 내쉬는 아내를 준식이 거듭 달래보려 하지만 지금 아내의 마음이 쉽게 풀어질 것 같지가 않다. ‘내가 정말 사람을 단단히 잘못봤구나’ 심지어 ‘이런 남자와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걸까’ 하는 후회감까지 드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다만 그러는 가운데서도 준식은 아내에게 할말은 해야겠기에 이야기를 덧붙인다.

 “ 아무튼 내일은 케이블 예능프로 녹화가 예정되어 있는 날이야. 그렇게 알고 있어.

 ”

 “ 누가 그걸 몰라요 ? ”

 준식이 내일 녹화하게 되는 예능프로는 바로 한국인과 주한 외국인 사이에 퀴즈대결을 벌이는 그런 형식의 예능프로였다. 한 6개월전쯤에 신설된 프로그램이었는데, 원래 준식은 현역 드라마 작가시절 인연으로 알고 지내던 연예인이 마침 그 프로 고정 진행자였던탓에 그 인연으로 두어차례 해당 프로에 게스트로 출연이 가능했던 것이다. 헌데 최근 그 프로에 문제가 하나 생겼다. 실은 원래 그 프로 진행을 맡은 메인 MC가 그만 중병에 걸려 병원에 장기입원을 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져 메인MC 교체를 비롯한 프로그램 고정 게스트 전체를 대폭 수술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해당프로에선 원래 퀴즈프로에서 한국인 팀장을 맡던 개그맨을 메인 MC로 승진(?)임명하고 그리고 준식을 ‘한국인 팀장’역으로 고정 출연자로 그와같이 섭외를 했던 것이다. 준식이 애초 이 프로에 두어차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성적이 대체로 좋았던것도 그가 ‘고정멤버’인 팀장으로 발탁되는데 한몫한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바로 그렇게 준식이 이 퀴즈프로에 고정멤버가 된게 한 3주전쯤의 일이고, 그 녹화를 해야하는날이 일주일에 한번, 그리고 대략 한 3-4년전부터 복수 MC중 한명으로 출연해온 케이블 예능프로 녹화가 또 일주일에 한번 그렇게 두 프로에 출연중인 것이다. 특히 이중 준식이 최근에 팀장으로 고정멤버가 된 주한외국인과의 퀴즈프로는 외국인 출연자중 상당수가 직장인이고 또 격주로 출연하는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까지 있어 녹화가 대개 불가피하게 늦은 저녁시간에 시작되어 자정을 넘겨 끝나게 된다. 그것을 아내 수진도 지금은 알기에 볼멘소리로 한마디 한다.

 “ 당신 그럼 내일도 천상 늦게 들어오시는거잖아요 ? ”

 “ 뭐 근본적으로 서울까지 가는 시간이 있으니 천상 오후에 출근해서 저녁에 녹화

  하고 그리고 자정넘어 집에 들어오게 되는거지 뭐. ”

 해당 퀴즈프로 출연을 이미 연초에 두어차례 한적 있고 어느덧 고정 출연자가 된지도 3주가 넘었건만 아내 수진 입장에선 그렇게 짜여지게 된 녹화 당일날 준식의 스케줄이 새삼스럽기라도 한지 그와같이 말한 것이다. 대체로 준식의 이와같이 사는 모습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얼굴이다. 그래서인지 기어이 잔소리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 내일 그럼 공연히 밖에서 술드시고 들어오시지 마세요. 그래도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남편이 집에 있어야 아내도 안심이 되는거 모르세요 ? ”

 아무리 그래도 남편도 없이 어린 아내가 혼자 집에서 밤을 보내긴 싫은것일까. 마치 칭얼대듯이 그와같이 한마디 하고 준식도 거듭 다시금 그런 아내를 달래려 한다. 수진은 말없이 일어나 방안 창문쪽으로 가서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한편 저녁때 방송녹화가 있는 남편에게 술드시고 늦게오지 말라는 말을 했던 수진이건만 막상 그 날이 되려 어린 아내 수진에겐 자유로운 시간이 되는 셈이어서일까. 바로 준식이 방송 녹화가 있어 외출을 한 날, 저녁때 수진은 평상시 어울리는 친구 몇몇과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나누고 있었다. 수진이 아직 젊기 때문에 수진이 어울리는 친구중에 아직 결혼을 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사실상 수진의 어울릴만한 주위 또래 친구들중엔 현재 결혼을 한 사람이 그것도 스물두살이나 많은 나이많은 남자와 결혼한 사람은 사실상 수진이 유일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헌데 그런 수진이 아직 미혼인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맥주잔 하나를 불만스럽게 내려놓으며 한마디 한다.

 “ 내가 진짜 살다살다...건물주 아들로 그렇게 백수로 사는 놈은 보다 처음본다니까

  진짜. ”

 “ 무슨 소리야 그게 갑자기 ? ”

 수진의 말이 이해가 안가서인지 친구들이 어리둥절해서 묻고 아직 술이 그리 취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수진의 열변은 좀 더 이어진다.

 “ 뭐 그런 사람이 좀 있어...그래도 부모를 잘 만난건지...애비가 건물주로 있던 그

  건물  지 애비 돌아가시고 나니 그냥 물려받아 그걸로 먹고사는...그런놈이 하나

  있다니까... ”

 “ 누구야 그게 ? 그게 도대체 누구냐니까 ? ”

 “ 몰라 그냥...그런 사람이 있어. 말로는 아마 그 놈 애비는 그래도 한때 이름대면

  알만한 대기업에서 30년 근무했다지 ? - 지금 그 건물을 어쨌든 그놈 애비가 대

  기업에서 일할 때 모은 돈으로 산거래지 아마 ? ”

 지금 수진이 말하고 있는 사람이 다름아닌 윤준식이다. 바로 수진이 말한것처럼 준식은 실은 그 아버지가 대기업에서 30년 근속하고 정년퇴임한뒤 하나밖에 없는 못난 아들의 장래가 걱정되어서 대기업 재직시절 주식투자로 모은 돈으로 서울 근교의 빌라 세채와 4층짜리 건물 한채등 총 세필지의 건물을 사두었다. 그리고 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뒤 자연스럽게 아들인 준식이 그 건물을 물려받아 건물주로 있는것인데, 따지고보면 그 건물의 임대료와 월세가 시살상 준식의 주 수입원이다. 따라서 수진 입장에선 말이 좋아 방송작가고 팟캐스트 진행자지 겨우 아버지가 건물주로 있던 건물을 물려받아 겨우 그걸로 먹고사는 백수건달인 남편 준식의 실체에 대한 불만을 이런식으로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수진이 그나마 생각이 있어 남편 앞에서는 이런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고 친구들앞에서나 겨우 속에 쌓인 불만을 털어놓는 것이라고 봐야하는 것이다. - 만약 준식 앞에서 이런식으로 이야기 했다간 그 자리에서 귀쌰대기가 한 대 올라왔을 것이다. - 게다가 그러고보니 수진은 지금 자신의 시아버지를 ‘그 놈 애비’라고까지 지칭하고 있다. -.- 그렇게 여하튼 준식과 결혼한지 이제 2년밖에 안되지만 속으로 쌓인게 많은듯한 젊은 아내 수진의 불만이 친구들 앞에서 이렇게 한바탕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준식은 자신이 출연하는 주한외국인과의 퀴즈쇼 프로그램 녹화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자정이 다 되어서 끝나는 녹화이므로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외국인 출연자들의 경우엔 녹화가 끝나고 귀가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데, 헌데 준식은 그런 상황에서 오늘 방송출연을 한 한국쪽 게스트 한 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윤수현이라는 데뷔한지 얼마 안되는 트로트 가수다.

 “ 윤수현씨 트로트 가수죠 ? ”

 “ 네 ? 네...마...맞는데요. ”

 방송녹화때 (게다가 준식이 한국팀 팀장이기까지 하니) 분명히 그렇게 소개를 했을터이고 무엇보다 녹화에 들어가기전에 함께 퀴즈를 풀어야할 팀원들끼리 인사정도는 나누었을텐데, 그 사이 수현의 직업을 잊어버리기라도 했단말인가. 치매가 올 정도로 나이가 들어보이는 사람은 아닌데 왜 이러나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수현이 바라보는 가운데 준식은 차분하게 말을 건넨다.

 “ 실은...한가지 부탁을 좀 드리고 싶은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

 “ 부탁...을요 ? ”

 여전히 의아하고 어리둥절하게 준식을 보는 수현. 준식의 말은 이어진다.

 “ 실은...상대적으로 좀 덜 유명하고 젊은 트로트 가수를 몇 명 좀 소개받을수

  없을까 해서요. ”

 “ 왜요 ? ”

 수현 입장에서 준식이 결혼을 한 유부남인지 여부는 알수 없을터이고 다만 어떤 특정한 여가수를 지칭해서 말하거나 한 것은 아닌 ‘트로트 가수 몇 명’이라고 했으니 무슨 작업을 건다거나 이상한 의도로 이러는 것은 아닐 것 같고, 수현이 아직 경계를 풀진 못한 눈빛으로 여전히 준식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준식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실은 제가 팟캐스트를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요. ”

 “ 팟캐스트를요 ? ”

 “ 네, 아시려나 모르겠지만...일단 저희 집사람하고 둘이...현재는 주로 정치,시사 현

  안과 관련된 담론을 나누는 ‘정치 팟캐스트’로 운영하고 있지만...장르를 좀 넓혀보

  려고 하고 있거든요. ”

 “ ??? ”

 “ 실은...그래서 에로영화나 단막극을 한번 팟캐스트 방송으로 제작해서 내보내면 어

  떨까 그 구상을 하고 있었어요. ”

 “ 에...에로영화요 ? ”

 순간 당황한것일까. 아니면 좀 황당한것일까. 수현은 어이없는 듯 준식을 보는데, 일단 준식은 아무래도 실수를 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설명을 한뒤 좀 더 취지를 차분하게 설명을 해준다.

 “ 아뇨, 뭐 꼭 에로영화일 필요는 없고...에로영화가 정히 불편하시면 단막극 같은

  형식이라도 상관없어요. 어쨌든 제 취지는 제 팟캐스트에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모

  일만한 그런 방송 콘텐츠를 좀 구상하고 있는 중이라서요. ”

 “ 그런데 그게 트로트 가수랑 무슨 상관이죠 ? ”

 “ 그게...실은...아시려나 모르겠지만...제가 그렇게 경제사정이 좋은편은 아니에요.

  따라서 너무 유명한 배우나 그런 사람들을 섭외할수도 없고, 재연배우나 이런 사

  람들은 또 요즘 워낙 재연프로나 이런게 많다보니 그런분들 섭외하기도 쉽지 않

  더라구요. 그래서... ”

 “ ...... ”

 “ 상대적으로 출연료 부담이 적은...가령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트

  로트 가수나 그런쪽으로 섭외를 해보면 어떨까 그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요. 거

  듭 말씀드리지만 제가 출연료를 많이 지급하거나 그런 형편은 되지 못해요. 다만

  ... ”

 땀을 뻘뻘 흘려가며 준식은 겨우겨우 설명을 이어가고 있는데, 수현은 일단 준식의 설명을 어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별다른 대꾸나 반응은 없다. 그래서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때 살짝 장난스레 끼어드는 사람이 있다.

 “ 야, 넌 왜 유부남이 가정있는 몸이 다른 여자한테 작업을 걸고 그러냐 ? ”

 “ 아...아니에요. 무슨...전 그냥... ”

 당황한 준식이 해명하듯 그와같이 말하고 이런식으로 장난스레 끼어든 사람은 바로 주한외국인과의 퀴즈프로 진행을 맡고 있는 박형률이란 40대 후반의 개그맨이다. 사실 애초 이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되었을때는 박형률이 아닌 다른 개그맨 출신 방송진행자가 메인 MC를 맡고 있었고 박형률이 한국인 팀장을 맡고 있었는데, 바로 그 메인 MC가 최근 갑자기 중병진단을 받고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해야하는 사태가 발생, 하는수없이 그 메인 MC는 최근 출연중이던 5-6개의 방송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 방송가 입장에서도 약간의 비상사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고, 하는수없이 주한외국인과의 퀴즈쇼프로도 그 MC를 대신하여 지금까지 한국인 팀장을 맡고있던 개그맨 박형률을 메인MC로 기용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 팀장역으로 윤준식을 섭외한것인데, 원래 준식과 박형률은 준식이 현역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던 시절에 약긴의 친분이 있었고, 바로 그 인연으로 준식이 주한외국인과의 퀴즈쇼프로 시작할 때 두어번 게스트로 출연했었고, 그러다 역시 박형률의 추천으로 아예 형률의 뒤를 이어 한국인팀 팀장까지 맡게 된 것이다. 한편 수현은 형률이 중간에 끼어들자 불편한지 살짝 자리를 피했고 그런 가운데 준식과 형률의 대화가 좀 더 이어진다.

 “ 어떻게 지내 요즘은 ? ”

 다소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을 건네는 형률에 비해, 준식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간다.

 “ 사실 형, 전요 이전에도 몇 번 그런 이야기를 한적 있지만... ”

 “ ...... ”

 “ 오히려 현역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면서...오히려 제가 진짜 한번 드라마를 통해 세

  상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그런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엉뚱한 이야기

  들만 하다 세월을 보낸 그런면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어떤 의미에선... ”

 준식은 나름의 착잡한 감회가 있는지 그러한 감정을 담아 말을 이어가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형률은 준식의 말을 경청한다.

 “ 차라리 현역작가 생활을 중단하고 지금처럼 아웃사이더로 있는게 더 편한면도 있

  어요. 다만... ”
“ 결국 문제는 생계수단이 마땅찮다 그거네 ? ”

 “ 맞아요 형. ”

 “ 준식아, 그러면말야 차라리... ”

 들고있던 종이컵을 내려놓으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형률. 준식을 걱정하는 진심이 담긴듯한 말투다.

 “ 차라리 니가 출연하고픈 예능프로가 있으면 몇 개만 더 이야기해봐. 그럼 형이 한

  번 알아봐줄게. ”

 지금 현재 일주일에 두 번 일주일에 한번씩 방송되는 두편의 예능프로에 출연하고 있는 준식. 그러나 그 정도로는 생계수단 마련이 쉽지 않음을 아는 형률이라서일까. 그래서 이와같이 말하고, 다만 막상 이렇게 형률이 이야기를 꺼내니 바로 생각나는 마땅한 프로가 없어서일까. 준식이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형률이 말을 이어간다.

 “ 그럼 한번 음식프로나 아니면 너도 ‘리얼예능’ 같은데 나가보는건 어때 ? 가령

  ‘나혼자 산다’ 같은 프로라던가...아, 참 그런데 넌 지금 결혼을 했으니 ‘나혼자

  산다‘에 출연할 수는 없구나. ”

 생각해보니 그 와중에도 괜시리 웃음이 나오는지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피식 헛웃음을 터트리고, 한편 공연히 시간을 지체하고 싶진 않은지 준식이 그쯤에서 대화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 이만 가볼께요 형. ”

 “ 어떻게 집에 들어가려구 ? 괜찮은거야 ? ”

 이미 자정을 넘겼으므로 전철이나 버스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는 없는 시간이다. 그래서 걱정되는 듯 형률이 물은건데 준식은 의외로 별일 아니라는 듯 답한다.

 “ 택시타고 가는 수밖에 없죠 뭐. ”

 “ 택시타고 가도 괜찮은거야 ? ”

 외국인과의 퀴즈쇼 프로를 방송하는 케이블 방송사에서 준식이 사는 경기도의 OO시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기에도 부담스러운 거리이긴 하다. 비록 일주일에 한번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달에 네 번 그와같은 택시를 이용 귀가를 한다면 비용도 만만찮을터. 그래서 걱정되는 듯 형률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 그러지말고 내가 전태수씨한테 이야기해볼테니 거기서 자고 아침에 집에 들어가

  는게 어때 ? 차라리 그게 낫지 않겠어 ? ”

 전태수란 박형률에겐 한참 새카만 후배뻘이 되는 젊은 개그맨인데 그는 비슷한 연배의 동료 개그맨들과 방송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공동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니 어차피 일주일에 한번정도니 그 집에서 자고 아침에 집에 들어가는게 어떻겠느냐는 박형률의 제안. 다만 준식의 입장에선 공연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이미 여러번 사양을 해왔던터다. 허나 자정이 넘겨서 끝나는 방송프로를 녹화하고 나선 귀가수단이 택시외엔 마땅찮은 준식이고나니 결국 두어차례의 사양 끝에 형률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다. 준식의 현재 일상은 대체로 그런식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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