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팬픽 - 시크릿 한선화 (1)


“ 글쎄, 몇 번을 말씀드렸습니까 ? 어쨌든 제 드라마에 한선화 걘 출연 못 시킵

니다 !!! ”


버럭 소리를 지르고 윤준식은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거실 소파에 털썩 앉는다. 하지만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힐 사이도 없이 휴대전화 벨소리는 다시 울린다. 하지만 준식은 소파에 누운채 전화를 받을 생각은 아예 없는듯 고개를 돌려버린다. 계속 울리는 벨소리가 듣기 싫다는듯 아예 방석으로 귀를 막아머리기까지 하지만, 전화를 건 상대방도 지진 않겠다는듯 한참동안 벨소리가 울리고 있다. 준식은 휴대폰을 다시한번 끊어버리곤 화장실로 간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왔을때, 다시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고, 전화를 건 상대가 동일인물임을 번호로 바로 확인하고는 아예 이번엔 배터리를 빼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소파에 벌러덩 누워버린다. 흥분했던 마음은 여하튼 가라앉혀야겠다는듯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말없이 바깥 경치를 바라보고 있다.


“ 이게 무슨... ”


뜻모를 소리를 혼자 중얼거린뒤 고개를 흔들어본다. 조금전의 그 전화통화로 인해 언짢아진 마음이 채 풀어지지 않은것일까. 얼마나 한동안 베란다에서 창밖을 바라보다 다시 거실로 와 소파에 앉고. 좀처럼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겠는듯 그렇게 베란다와 거실을 불안하게 몇 번이고 쏘다녀보다 다시 거실 소파로 와 앉는다. 그리고 다시금 길게 한숨을 내쉬는데, 이번엔 인터폰이 울렸다. 의아해하며 인터폰 화면속의 상대방을 확인하고 준식은 다시 기가막혀한다.


‘ 허허...참... ’


준식은 쓴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졌다는듯 인터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대가 들어올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잠시후 한 남자가 준식의 집안으로 들어선다. 남자도 조금은 화가 나 있는 표정. 하지만 그런가운데에서도 손에는 뭔가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있다.


“ 이 사람아 !!! 왜 전화를 안 받아 ? ”

“ 아니 저 그게...들어오세요 형님. ”


일단 여기까지 찾아온 손님을 박대는 할수없다는듯 준식은 남자를 맞아들인다. 남자는 손에든 비닐봉지안의 내용물을 꺼낸다. 술과 간단한 안주거리다.


“ 앉아. 술이나 한잔 하지. ”

“ 지금...낮인데 술을 하자구요 ? ”

“ 자네가 술 먹는데 낮밤을 가리던 사람이던가 ? ”


그리고는 씨익 웃어보이는 남자. 그래도 술상이 차려지니 싫지는 않은건지 헛웃음을 내뱉고는 술잔을 가
져온다. 그리고 남자와 마주앉게 되는 준식. 아무래도 자신이 연하이니 만큼 남자에게 먼저 술을 따라준다.


“ 자네...단도직입적으로 하나만 묻지. ”


남자의 말에 준식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본다.


“ 자네...한선화가 왜 그렇게 싫은건가 ? ”

“ 싫기는요... ”


입을 약간 삐죽이 내밀어보고는 준식은 얼버무리듯이 대답한다. 한편 남자는 공영방송사의 PD로 있는 노정훈이다. 정훈의 말이 이어진다.


“ 자네도 드라마에 아이돌 출연시키는거 그다지 나쁘게 보진 않는 사람이잖아 ?

그리고 지난번 일일극 주연도 아이돌이었고... ”

“ 그것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죠. ”


약간 착잡한 감회섞어 말하는 준식. 하지만 정훈은 택도 없는 소리라는듯 바로 반박한다.


“ 이 사람아...시청률이 40퍼센트가 넘었는데 욕먹은 드라마라니 ? 요즘 세상에 일

일극 시청률이 40퍼센트 넘는게 쉬운 일인줄 알아 ? 무엇보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일일연속극 집필 처음 도전해서 그만한 성과 얻었으면 그건 진짜 대박 터

트린거야. ”

“ 누가 뭐래요 ? ”


하지만 준식의 말투는 격려성이 배어있는 정훈의 그와같은 이야기조차 별로 마땅치 않은듯한 느낌이다. 소주잔을 비운뒤, 준식이 말을 이어간다.


“ 뭐 솔직히 지난번 일일극 대박 터진건...소녀시대 서현이 덕분이기도 하죠 뭐...

“ 그러니까 하는 이야기야. ”

“ 하지만 그 때문에 말도 많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전문연기자중에 캐스팅하고

싶다 이 말이에요. 그리고 이번 작품의 경우 지난번과 달리 좀 더 깊이있는 연기

를 필요로 하는 역할이기도 하고요. ”

“ 맨날 소녀시대나 카라 같은 걸그룹 멤버중에 주인공 한번 시키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 사람은 자네야 ? ”


정훈이 준식의 정곡을 찌르듯 사뭇 놀리듯 그와같이 말한다. 하지만 준식도 여전히 지지않고 대꾸한다.


“ 한선화가 시크릿이지 소녀시대에요 ? 그렇다고 카라나 티아라도 아니고... ”

“ 소녀시대나 티아라 멤버는 된다면서 시크릿 한선화는 한사코 안 되는 이유는 또

뭔데 ? ”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준식을 추궁하듯 파고드는 노정훈 PD. 드라마 캐스팅 문제와 관련된 오늘의 논의는 아무래도 쉽게 마무리될것 같진 않은 분위기다.


“ 자네가 자꾸 이러면...진짜...어쨌든 나야 자네랑 10년 가까운 세월 작품을 해온

사람이니 어느정도 이해해줄수 있을지 몰라도...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자네가 한

선화한테 무슨 개인감정이나 억화심정이 있는걸로 보일수밖에 없어. 자네 정말

그런거야 ? 선화랑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어 ? ”

“ 안좋은일은요... ”


당치도 않다는듯 대꾸하는 준식.


“ 아닌말로 제가 시크릿 한선화랑 사적으로 만날 기회나 있었습니까 ? 그런데

무슨 사적인 감정이 생길일이 있어요 ?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

“ 그러니까 더더욱 하는 소리야. 아이돌 드라마 출연 시키는걸 그리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아니고...더더우기 어떨땐 아예 걸그룹 멤버중 하나 주연 시키고 싶

다고 노래까지 불렀고...게다가 실제 이전 작품엔 소녀시대 멤버를 드라마 주연

시킨 전력까지 있는 사람이. 유독 시크릿 한선화는 안 된다. 이걸 누가 납득하냐

구 ? ”


딱히 변명할 말이 없어서인지 준식은 한숨을 깊게 내쉬기만 할뿐 별다른 말이 없다. 그런 준식에게 정훈이 다시 설득하듯 말한다.


“ 그러지말고...기왕 이렇게된거 일단 주인공은 한선화로 확정짓자구. 소속사에서도

지금 저렇게 강력히 밀고 있고...게다가 제작지원까지 일정부분 한다고 카드까지

내민판에...우리가 거절할 명분이 있나 ? 어차피 지금 다른 신인배우 오디션 볼만

한 시간도 없어. 그러니 일단 한선화로 하자구. ”


친밀감이라도 돋우기 위해서인지 준식의 손까지 꼬옥 잡아보며 설득하는 노정훈 PD. 하지만 준식은 여전히 말없이 술잔을 기울일 뿐이다.




“ 어떻게 됐어 ? ”


윤준식 작가와의 면담을 마친 노정훈 PD는 밤에는 바로 시크릿 소속사인 TS 엔터테인먼트 김태송 대표와 저녁을 함께하게 되었다. 정훈보다 열 살이 많은 50대 초반의 기획사 사장인 김태송은 정훈을 보자마자 준식을 잘 설득했는지가 궁금한지 그것부터 대뜸 물어본다. 하지만 정훈은 상황이 절망스럽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잘...안 됐어 ? ”


정훈의 그와같은 표정을 보니 태송도 낙담이 되나보다. 태송의 그와같은 표정을 바라보며 정훈은 반주로 나온 술 한잔을 기울인다.


“ 제가...윤작가와는 함께 작업을 한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

“ ...... ”

“ 이번만큼 윤작가를 이해할수 없다는 생각이 든 적도 없었던것 같네요. 그러고보

니... ”


준식과 함께 작품을 해본지는 벌써 10년이 되어간다는 노정훈 PD. 그동안의 일들이 떠올려져서인지 정훈은 감회어린 미소를 한번 지어보기까지 한다.


“ 캐스팅 문제로...적어도 윤작가와는 이렇게 부딪혀본 기억이 없는데... ”


정훈도 이번만은 도저히 준식의 태도가 납득이 안가는듯 했다. 여하튼 지난 10년 캐스팅 문제갖고는 별다른 갈등이 없었던 준식인데, 이번에 새로 준비하는 일일연속극에 시크릿 멤버 한선화를 캐스팅하는 문제에 대해선 뚜렷한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이 완강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었던것이다.


“ 지난번 일일극땐 오히려 서현이 캐스팅하고 싶다고 윤작가가 노래를 부르다시

피 했다면서 ? ”

“ 그게요... ”


그때일이 새삼 떠올려져서일까. 정훈은 잠시 묘한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감정 추스르기라도 하는듯 손을 잠시 내저어보고는 설명을 덧붙인다.


“ ‘아침의 느낌’ 찍은게 벌써 2년전 일이죠 그러니까. 여하튼 재작년에 40퍼센트

대박 터트렸던 드라마니까. 그리고 그때가 한창 걸그룹 붐이 일어나고 소녀시대

뜨고 할때라서...윤작가가 그때 술자리만 가졌다하면 그 이야기 하다시피 했어요.

‘형 ! 형 ! 우리도 걸그룹 한번 드라마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면 어떨까요 ? 난 소

녀시대 막내...서현이 제일 마음에 드는데... ’ 그래서...짜식 보기와 달리 저런 귀

여운면도 있구먼. 하고 흔쾌히 캐스팅했던거죠. 그게 이른바 소녀시대 서현이 일

일극 캐스팅 비화라면 비화인건데... ”

“ ...... ”

“ 그래서 이번에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아니 오히려 좋아할줄 알았는데...뜻밖에

도...여하튼 한선화 이름이 거론된 날부터 바로 벌컥 화부터냈으니...저도 이번만

큼은 윤준식이 속을 종잡을수가 없을것 같아요. ”


이번만큼은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것인지 정훈이 다시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윤작가가 원래 시크릿 싫어해 ? ”

“ 글쎄요 뭐...그런것 같진 않아요. 평소에 좋아하는 걸그룹들 보면 대충 소녀시대

,카라,티아라 이런 애들인데...뭐 상대적으로 시크릿엔 관심이 적을지는 몰라도...

특별히 시크릿을 싫어한다던가 그런 소리 한적은 없어요. 특별히 뭐...한선화가 싫

다던가 그러지도 않았고요. ”

“ 그럼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그 친구 ? ”


정훈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태송도 진짜 이해할수 없다는듯 한마디 한다. 여하튼 자기회사 걸그룹 멤버를 싫어하는것 같으니 기분이 좋을리야 없고. 노골적으로 언짢은 기색을 내보이는 김태송 대표다.


“ 윤준식이가 원래...성격이 좀 괴팍한 편인가 ? ”


한쪽은 자신의 소속사 아이돌을 드라마에 출연시키려는 기획사 대표고, 또 한쪽은 드라마 캐스팅 작업을 진행중인 PD. 헌데 그 작업이 드라마 작가의 반대로 난항에 부딪혔으니, 화제는 여하튼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될수밖에 없다. 자신이 만든 걸그룹 멤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듯한 작가에 대한 불만과 못마땅함이 뒤섞인 감정으로 태송이 정훈에게 물었다. 하지만 정훈은 그건 아니라는듯 손을 내젓는다.


“ 좀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제가 윤작가와 작업을 같이한지는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요. 그리고 같이한 작품이...지난번 일일극까지 포함하면 벌써 다섯편이죠. 보조

작가 시절까지 포함하면 좀 더 늘어나기도 하지만...여하튼 저와 윤작가의 인연이

벌써 그 정도가 되는거지만... ”

“ ...... ”

“ 어릴때 부모님 이혼이란 상처를 겪고 자라서 그런지, 좀 우울하고 그늘진 면이

있고, 술을 좀 즐기는게 탈이긴 하지만, 성격 자체가 그리 괴팍하진 않아요. 제

가 늘 작품활동할 때 제작진,출연진들과 같이 회식할 때 보면...사람이 너무 활기

가 없어보이는것 아닌가 우려를 했을 정도인데...여하튼 그런면이 좀 있다면 몰라

도 성격이 딱히 괴팍하거나 이상한 그런 친구는 아니에요. ”


정훈의 이야기가 그런대로 납득이 간다는것인지 아니면 윤준식이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생기는 것인지 태송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태송의 말이 이어진다.


“ 여하튼...나로선 우리 선화 연기자로 제대로 데뷔시킬수 있는 기회다 싶어 적극

적으로 밀어붙였던건데... ”


한선화의 캐스팅 난항에 대한 유감과 서운한 감정을 거듭 털어놓는 태송이다. 정훈이 그런 태송에게 말한다.


“ 헌데 태송이형. ”


태송을 줄곧 김대표라 부르던 정훈이 이번엔 호칭을 ‘형’이라 바꿔 말한다.


“ 그런데...한선화 꼭 연기자로 데뷔시킬 필요가 있는거에요 ? 하필이면 이 시점에

서 ? 시크릿 지금도 한참 잘 나가잖아요 ? ”

“ 하지만 이제...하나하나 홀로서기를 할때도 되었지. 그래서 선화부터 하나하나 연

기를 시키든 예능을 시키든 자기가 할수 있는거 시켜보려는건데... ”

“ ...... ”

“ 지은이야 솔로가수 할만한 역량이 충분히 되는애고. 선화는 여하튼 연기나 예능

쪽으로 나가는게 바람직한 애야.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번 제대로 도전을 시켜보

려던거였거든. ”


걸그룹을 운영하는 기획사 대표로서의 고민을 담아 이야기를 덧붙이는 태송. 정훈이 이번엔 태송에게 질문을 건넨다.


“ 시크릿은 그래도 일본진출도 성공했고...여하튼 지금 한창 잘 나가잖아요 ? 그

런데... ”

“ 하하...일본진출 ? ”


그 문제에 대해서만은 달리 할말이 좀 있는지 태송이 묘한 미소를 섞어 말한다.


“ 한류, 그거 솔직히 생각보다 남는거 별로 없는 장사야. 뭐 오리콘 차튼지 뭔지

그거 잠깐 상위순번 반짝하고 오른거...그걸 갖고 뭐 그리 대단한거라고 호들갑

들은...그...솔직히 언론이나 일부 국수주의자들이나 난리 치는거지. 정작 기획사

입장에선 한류 그거...별 신통치 않은 장사더라구. ”


태송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글고...근본적으로 보니까 우리나라 걸그룹들이 일본애들 취향에 안 맞는 컨셉

이더라고. ‘오빠~~~오빠~~~’하며 깜직하게 굴어야 통하는 나란데. 그걸 ‘내가

제일 잘나가‘ 같은 노래나 부르는것들이 너도나도 죄 진출을 해버렸으니 그게

통하냐구 ? 꼴페미 왕국에서...마초나라 취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덤벼들었으니...그게 어디... ”

“ ...... ”

“ 말나온김에 덧붙이는 거지만...우리나라 여자애들...솔직히 꼴페미 애들이 버릇

단단히 잘못 들여놓았어. 그러니 원...세상에 ‘오빠~~ 오빠~~~ 꺅 !!! 꺅 !!! 해

줘야 통하는 나라 가서 ‘내가 제일 잘나가’ 부르고 자빠졌으니 그게 어디 통하냐

구 ? 카라야 제대로 일본 남자애들 컨셉에 통한거지...나머지는...소녀시대만 봐도

여기선 소녀시대 귀엽다고 하는데...거기선(일본) 소녀시대 이미지가 무섭다고 할

정도니...하여튼 첨부터 뭘 좀 제대로 알고들 장사를 하던가 했었어야지... ”


현장에서 뛰는 기획사 대표답게 현실에 대한 고충과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하고 있는 김태송 대표다. 술이 어느정도 취한 상태라 다소 주제가 없는 그야말로 두서없고 장황한 이야기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 일본진출은 뭐 그렇다치고...그럼 이제 한선화 캐스팅은 어떻게 할 생각인건가

요 ? ”

“ 이 사람아 그건...자네가 PD인데 자네가 답을 해줘야지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나

? 사람이 벌써 취했나... ”

“ 그러니까요...한선화...여전히 ‘풀빛사랑’ 주인공으로 계속 밀고싶은거냐구요 ? ”


선화를 꼭 드라마 주인공을 시키고 싶으냐고 (즉 그게 그만큼 절실하냐고) PD가 기획사 대표에게 묻고있는것이다. 태송은 약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입을연다.


“ 윤작가 뭐 좋아해 ? ”

“ 뭐를요 ? 기호나 취향 그런거 말씀하시는건가요 ? ”

“ 아니, 밥말야. 내가 언제한번 윤작가 식사대접이나 거하게 하게. 뭐 좋아해 ?

내가 한번 직접 만나 저녁 쏘면서 이야기 나누도록 하지. 기왕이면 그 자리에 우

리 선화 직접 인사도 시키고. ”

“ 윤작가가 좋아하는 거라면... ”


자신이 직접 윤준식에게 식사대접을 하면서 설득을 해보겠노란 태송의 의도인 셈이다. 정훈은 별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는듯 순순히 대답을 해준다.


“ 곱창전골이요. ”

“ 곱창전골 ? ”

“ 같이 일할 때 곱창전골집에 회식을 하러 몇 번 간적이 있어요. 그런데 굉장히

잘 먹더라구요. 그러니...혹 곱창전골이라면 통할지도 모르죠. ”


정훈의 이야기에 태송은 어떤 희망이라도 보이는지 화색이 되어 말한다.


“ 좋았어 ! 그럼 내가 언제 한번 날잡아 윤작가에게 곱창전골 한턱 쏘지. 자네가

약속날짜 잡아놔 ! ”



며칠후, 태송의 제안도 있고해서 윤준식과의 저녁식사 자리가 마련되었다. 약속장소인 곱창전골집에는 태송이 먼저와 자리하고 있었고, 준식은 노정훈 PD의 안내를 받아 곱창집 도착을 했다. 태송이 두 사람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 하하...어서와요 노PD. 그리고 이쪽이 윤준식 선생님이시죠 ? ”


방송작가 활동경력 15년차(보조작가 활동기간 포함)인 준식은 그동안 간간이 방송출연도 한적이 있고, 신문,잡지 인터뷰에도 나간적이 있었기 때문에 태송도 준식의 얼굴은 익혀두고 있었다. 따라서 바로 준식을 알아볼수 있었던것이다. 한편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많은 기획사 대표로부터 ‘선생님’이란 소리를 들은 준식은 다소 쑥스럽고 어색한 기분으로 인사를 건넨다.


“ 아,예 만나뵙게되어 반갑습니다 김태송 대표님. ”

“ 선화도 방금 스케줄 마치고 이리로 오는길입니다. 가만있자 그러나저러나 얘네

들이 지금 어디까지 왔나...여보세요, 어 윤섭아 나다. 지금 어디냐 ? ”


아마 한선화의 매니저와 통화를 하는듯 했고, 잠시후 실제로 약속장소에 시크릿 멤버 한선화가 도착을 했다.


“ 안녕하세요 ! 시크릿의 한선화입니다. ”


태송은 바로 노정훈 피디와 특히 윤준식에게 선화를 소개하고. 하지만 준식은 여전히 선화가 마땅치 않은 표정인지 밝은표정으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를 외면하며 엉거주춤 뒤로 물러서기까지 한다. 태송은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계속 밝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잠시후 음식주문을 한다. 어차피 이 자리는 준식의 환심을 사기위해 만든 접대용 자리. 자연스럽게 준식이 좋아한다는 곱창전골을 시키는쪽으로 태송이 분위기를 유도해가고, 준식이야 싫을 이유가 없어서인지 곱창전골이 어떠냐는 태송의 말에 별 거부반응 없이 순순히 응한다.


“ 저희 선화가...뭐 보셔서 아시겠지만...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무엇보다

저희 시크릿에서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또 예능감도 뛰어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연기를 꼭 해보고 싶다고 연습생 시절부터 저를 그렇게 조르고 졸랐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윤선생님께서 또 ‘풀빛사랑’이란 좋은 작품을 쓰신다고 하기에 저

희가 특별히 선화를 주인공으로 추천을 드린겁니다. ”

“ 아,예에... ”


하지만 그런말이야 인사치레로 흔히 할수있는 이야기. 태송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준식의 일일연속극을 좋은작품 운운하는 모습에 정작 당사자는 그다지 감동하진 않은 표정이다. 잠시후 주문한 곱창전골이 나오고 태송은 술도 시킨다. 태송이 준식에게 먼저 술을 따라주자 준식은 다소 당황하며 사양을 한다. 아무래도 스무살이나 나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먼저 술잔을 받는다는것 당혹스러울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준식이 바로 이어서 태송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그렇게 술도 한잔씩 오가게 된다.


“ 아,참 선화야. ”

“ 네, 사장님. ”


태송의 부름에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선화. 태송의 말이 이어진다.


“ 그...너 진짜...윤선생님 앞에서 개인기 한번 보여드리지 않으련 ? 니 그 특기

인 까마귀소리 성대모사 말이다. 하하하...그 윤선생님께서 예능프로를 평소 즐

겨보시는지 모르겠지만...전에 왜 선화가 가령 청춘불패라던가 해피투게더에 출

연해서 보여준 개인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

“ 아, 네에... ”


준식이 지금 태송이 언급한 그 해당 예능프로나 실제 그 프로에 출연해서 보여준 선화의 개인기를 직접 본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준식도 예를 갖춰 그와같이 대답하고. 하지만 까마귀 소리 개인기를 보여달라는 태송의 말에 선화는 난처하다면서 사양한다.


“ 아...안돼요 사장님. 그건 이 자리에서... ”

“ 아니, 안되다니. 왜 선화야 ? ”


순간 다소 당혹스러우면서도 의아해서 묻는 태송에게 선화가 이유를 설명해준다.


“ 윤선생님 드라마인 ‘풀빛사랑’은 스물한살의 고아소녀가 서른아홉살 이혼남을 만

나 사랑하게 되어 아이 셋의 새엄마가 되어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그런

캔디형 드라마잖아요. 그런데 그런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해야하는데...까마귀 소리

같은 개인기로 그런 캐릭터 이미지에 해를 입히면 어떡해요 ? 그래서 지금 이 자

리에서 그런 개인기를 선생님께 보여드리는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


제법 똑부러진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하는 한선화. 이미 술도 한잔 걸친 상태임에도 또렷한 목소리로 논리적으로 말도 잘한다. 태송은 사뭇 그런 선화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준식에게 말을 건넨다.


“ 하하...너 이녀석...시놉이랑 대본 받아보고 벌써 캐릭터를 다 파악했나보구나. 보

십쇼 선생님. 저희 선화가 이렇게 생각이 깊고, 또 매사에 이렇게 준비가 철두철

미합니다. 저희 선화가 이런 아이입니다 선생님. ”

“ 아, 네에... ”


하지만 여전히 선화가 마땅치 않은것일까. 준식은 상투적인 대답만 입에 담을뿐 표정에 거의 변화가 없다. 정훈의 말마따나 가정사에 상처가 있어 평소 성격이 다소 어둡고 그늘진 편인 준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웃음기가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자리의 준식은 대체로 딱딱하고 경직되어있다는 느낌을 주기 안성마춤이다. 보다못한 정훈이 한마디 옆에서 거든다.


“ 윤작가...그리고 내 저번에도 말했지만...지금 어디서 새로 신인연기자 구하는게

쉽지가 않아. 그리고 5월 중순부터 시작해야 하는 드라마잖아. 그런데 지금이 3

월이니 시간이 두달도 채 남지가 않았어. 뭐 꼭 그러니 어쩔수없이 선화를 캐스

팅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지만...여하튼 이렇게 자리까지 마련되었으니...하다못

해 선화로 간단히 오디션이라도 보는건 어때 ? ”


하지만 준식은 여전히 대답이 없다. 한편 태송은 오디션, 즉 간단한 연기 테스트라도 해보자는 정훈의 말에 바로 맞장구를 친다.


“ 옳지 그거 좋은 생각이네 노피디. 그러지말고 바로 이 자리에서 간단하게 오디

션을 보자구. 뭐 복잡하게 나중에 또 따로 자리 마련하고 뭐하고 할것 없이...

선화야, 너 그 ‘풀빛사랑’ 대본 준비되어있니 ? ”

“ 네, 가져왔어요. 오빠, 벤에가서 내 대본좀 가져와줘. ”


선화가 바로 매니저에게 드라마 대본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하고 매니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준식은 여전히 말없이 술잔만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곧 매니저가 대본을 가져오고. 정훈과 태송의 거듭되는 재청에 그 자리에서 간단한 오디션이 치러진다. 정훈이야 선화의 연기를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지만, 준식은 여전히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 2회에 계속


by 훼드라 | 2012/05/21 08:16 | 걸그룹 팬픽 5 (송지은,한선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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