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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오마이걸 승희 (7) 걸그룹 팬픽 9 (러블,오마)




                                    평행우주 이야기 – 3. 이상한 여행





 한편 인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다래와 예림과는 달리 수지는 파출부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수지가 파출부로 일하게 된 집은 서울에서 언론사 간부를 하고 있다는 그러나 집은 서울 인근의 위성도시인 OO에 위치한 그런 40대 정도의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그런 집이었다. 특이한점은 집주인의 아내는 남편보다 열일곱살이 어린 20대 초반의 어린 여자였다. 언론사 간부라는 이 집주인은 그런 어린 여자와 3년전 결혼 지금은 쌍둥이 딸을 낳고 살고 있다. 특히 아내는 ‘카프로이스’ 출신이라고 해서 신수지는 더더욱 눈길이 갔다. 그러잖아도 아리수니 선미니 청하니 하는 6개나라가 ‘6국동맹’ 혹은 ‘6국 연맹’을 맺고 카프로이스와 얼음제국에 대항하고 있다는게 아리수 주변의 국제정세라 하지 않았던가. 얼음제국에 대해선 도문계로부터 설명을 듣고온 이정환으로부터 수지도 충분히 알게 되었고 다만 ‘카프로이스’란 나라에 대해선 여전히 궁금한게 남아 파출부로 일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카프로이스 출신이란 이 집의 젊은 아내와 잠시 대화를 나누게 될 때 그녀의 나라에 대해 듣게 되었다.

 “ 카프로이스는 아름다운 나라죠. ”

 자기가 나고자란 나라나 고장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이렇게 나이어린 여자라면 그 나라의 정치체제나 역사,정세 이런것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을만한 사람은 아니다. 아마 대충 나고 자라면서 학교에서 배웠거나 매스컴등을 통해 접할수 있는 단편적인 지식만 있을터인데 그래도 아주 모르는것보단 낫겠다는 생각에 수지는 ‘카프로이스’에 대한 궁금한 것을 몇가지 더 물었다.

 “ 카프로이스는 참 아름답고 좋은 나라에요. 모석규 주석님 이래 4대째 내려오는 통

  치체제하에...모든 인민이 똘똘뭉쳐 잘 살고 있는데...다만 당간부들이 많이 부패해

  서 그로인해 인민들의 삶이 점차 피폐해져가고 있는게 문제죠. 우리 주석님은 정말

  인민을 위해 애쓰시는 분인데 당간부들의 부패가 심해 큰일이에요. ”

 마치 지구성 동북아 지역에서 탈북난민 문제가 심해지기 시작하던 초창기 그때 탈북자들을 한국 언론이 만나 취재를 하거나 인터뷰를 하면 ‘장군님(김정일)은 인민을 위해 일하시는데 당간부들이 부패해서 이렇게 되었다’는 식으로 말하곤 하던 그런 모습이 연상되는 장면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20대 초반의 카프로이스 출신 이 젊은 여자의 설명에 의하면 여하튼 카프로이스의 현대사는 대략 이렇다고 한다.

 “ 원래 위대하신 모석규 주석께서 부패한 OO 왕조를 무너뜨리고 인민을 위한 새로

  운 왕공국 ‘카프로이스 왕공국’을 세우셨죠. 그리고 어느덧 4대 90년을 내려오고

  있는 그런 나라에요. ”

 “ 잠깐...근데 자꾸 왕공국,왕공국 하는데 대체 왕공국이 뭔가요 ? ”

 “ 왕국(王國)과 공화정(共和政)의 장점을 반반씩 합한 체제에요. 그래서 왕국과 공화

  국을 합해 ‘왕공국’이라 부르는거죠. ”

 왕국과 공화정의 장점을 반반씩 섞은것인지 아니면 되려 왕국과 공화정의 단점만 모두 빼닮은 더 극심한 막장국가가 된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카프로이스 출신 20대 초반 여성은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곳에서 배우고 듣고 보면서 습득한 지식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여하튼 그녀가 설명하는 카프로이스 왕공국의 정체성이 대략 그렇다는 것이다. 허나 수지가 이 집에서 파출부로 일한지 시간이 다소 지났을 때 수지는 그녀의 열일곱살 많은 남편이면서 언론사 간부라고도 하는 집주인으로부터 카프로이스의 실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들을 기회가 있었다.

 “ 한마디로 철저한 ‘인민기만체제’지 그 나라는...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요 ? ”

 “ 보통 왕조국가는 왕이 자기 아들,손자등 혈족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체제 아닌가.

  허나 민주주의나 공화주의는 투표나 의회에서 지도자를 선출하고. 헌데 ‘카프로이스

  ’에는 중원의회란 제도가 있어. ”

 “ 중원...의회요 ? ”

 “ 중원의회 구성원이 총 1,000명이고 카프로이스 내 기초,광역 단체 시,군,구를 천개

  정도로 나누어 한 구역당 한명씩 지역 대표인 ‘중원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시스템

  이긴 하지. 허나 그 중원의회는 1년에 딱 한번 보통 일주일 정도 일정으로 이듬해

  예산을 의결하기 위해 모이고 그 외에는 주석이 죽었을 때 차기 주석 임명을 의결

  할 때 소집한다고. 그걸 ‘임시 중원의회’라고 하는데 주석이 죽고 그 주석의 아들,

  조카중에 적임자를 추천 ‘차기주석’을 선출하는 그런 시스템이야. 쉽게 말해 왕자중

  에서 후계자를 중원의회에서 선출하는 그런 시스템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왕자들중

  차기 주석에 욕심이 있는 자들은 자기가 그런 중원의회 의원을 다 포섭해버리면 그

  만인거지. ”

 “ 그럼 중원의회가 야당이나 정부견제 기능 같은건 전혀 못하는건가요 ? ”

 “ 어림도 없는 소리. 카프로이스 주석은 총리,장관직을 비롯 각종 공기업,정부산하기

  관장 또는 법조계,언론계 인사라든가 심지어 각 지역별 각종 사회단체등 무려 1만

  개가 넘는 정부,사회 요직에 대한 인사권이 있는 가장 제왕적이고 황제적인 그런

  자리야. 헌데 중원의회 의원중 대다수가 그런 장관이나 법조,언론계 요직 혹은 지

  방이나 각종 사회단체장 그런 것을 겸임하고 있는데 그중 어떤자가 주석이나 그 주

  석의 후계 왕자에게 반기를 들수가 있겠나 ? 그냥 주석의 아들, 즉 왕자들이 어떤

  왕자가 더 많은 중원의회 의원을 포섭하느냐. 거기에 영구집권한 주석이 죽은뒤 차

  기 주석이 될 왕자. 그 후계자 결정여부가 달린게야. 가장 중원의회 의원을 많이

  포섭한 왕자가 차기 주석이 되는게지. 그러니 그런 의회에서 정부감시나 야당의 기

  능을 한다는건 꿈도 못꿀일이지. 예산심사를 1년에 한번 일주일정도 정기 의회를

  소집해 한다고는 하지만 형식적인것에 불과하고... ”

 “ 그럼 중원의회 의원들은 어떻게 뽑히는건가요 ? 그래도 그건 투표로 선출할 것 아

  니에요 ? ”

 “ 허허...이 아가씨는 정말 이제보니 아는게 아무것도 없구만. 누가 중원의회 의원을

  투표로 뽑는다고 하던가. 중원의회 의원은 각 지역 시,군,구별로 있는 지역 ‘인민

  위원회’에서 선출하게 되어있어. 그리고 그 지역 인민위원회는 각 시,군.구의 인구

  나 면적,경제수준 그 외 환경등에 맞게 작게는 20인 많게는 50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그런 지역도 있지. ”

 “ 헌데요 ? ”

 “ 만약 지역 인민위원회에 위원 결원이 생길 경우 – 사망이 되었든 사퇴가 되었든

  - 그 결원이 생긴 인민위원을 이전에 사망하거나 사퇴한 인민위원이 사전 지명을

  한 사람중에서 인민위가 알아서 선출을 하게돼. 그리고 그 인민위원이 되는 조건

  은 (1) 해당지역에 30년 이상 살았던가 (2) 소득이 한달 OOO만원 이상이라던가

  (3) A급 이상 대학(* 카프로이스 대학은 모두 10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A급

  대학이 가장 일류대학이다)을 나왔다던가...기타 총 십여개의 까다로운 조건이 있

  어. 한마디로 그 지역 웬만한 유지나 엘리트 집안이 아닌 다음엔 지역 인민위원이

  된다는 것은 꿈도 못꾸는 일이지. 그런 지역 엘리트들로 구성되는 인민위원. 그런

  인민위에서 선출하는 ‘중원의회 의원’. 그리고 그 중원의회 의원중 주석의 자녀들이

  가장 의원을 많이 포섭한 자가 차기 주석이 되는 시스템. 그리고 그 주석은 무려

  1만여개에 달하는 정부요직에 인사권을 가진 초 권력자. 이런 시스템이니 누구 머

  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그야말로 영구집권에 기득권 세력의 기득권 유

  지를 영원히 가능하게 만들어준 아주 교묘하고도 최악의 조건을 가진 그런 정치체

  제가 ‘카프로이스 왕공국’이지. ”





 ‘카프로이스 왕공국’이 왕정과 공화정의 단점만이 모두 모인 최악의 막장국가라는 점 까진 그렇다치고, 바로 그 카프로이스에 대응하기 위해 아리수를 비롯한 선미,청하,핫펠트,고원,영지 총 6개국이 동맹 내지는 연맹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이정환이 도문계로부터 들은바가 있다. 헌데 카프로이스에 대응하기 위해 굳이 그런 연맹체까지 만들 필요성이 있었던것인지, 일단 영토상으로 보면 카프로이스 왕공국은 아리수,선미,청하,핫펠트,고원,영지 총 6개국을 합친것보다 다소 큰 영토를 지니고 있다. 허나 그런점 외에 또다른 카프로이스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 점을 수지가 파출부로 일하는 집 주인이 그녀에게 설명해주었다.

 “ 일단 역사적으로 볼 때 카프로이스 입장에선 우리나 선미,청하등등이 차지하고 있

  는 땅들이 이전에 자기네 땅이라 생각하고 있는거요. 애초 카프로이스의 고대 열국

  시대에 그 틈을 타서 금진이니 모란이니 도흥이니 하는 북방 유목민들이 밀고 내려

  와 그런 나라들을 세운것이고 바로 그런 혼란기를 거치면서 카프로이스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세력이 작아진것이니까 말이오. 카프로이스 입장에선 선미나

  청하,핫펠트등이 차지하고 있는 영토가 이전에 자신들의 땅이었으니 회복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뭐 자연스러운 심리로 이해할수도 있소. ”

 “ ...... ”

 “ 허나 그렇다고 선미니 청하니 하는 나라가 자기네 땅을 그렇게 카프로이스에게

  쉽게 내주겠소 ? 그네들도 그렇게 고대에는 북방 유목민으로 떠돌며 살다가 어

  렵게 잡은 터전들이고 또 그네들도 어느덧 그렇게 자리를 잡고 국가를 세워 이어

  온지가 천수백년 세월인데, 그러니 그런 땅을 쉽게 내주겠냐는 말이오. 그러니 자

  연스럽게 ‘카프로이스’와는 갈등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게된거지. ”

 “ 그게 그렇게 된건가요 ? ”

 듣고보니 그런대로 이해할수 있는 이야기라서인지 수지가 그와같이 반응했고 집주인의 설명은 좀 더 이어졌다.

 “ 다만 아리수는 그렇게 영토문제로 카프로이스와 갈등하는 일은 없었는데 다만 화

  려왕조나 금선왕조 시절 카프로이스와 역시 이런저런 애증과 갈등이 얽힌 그런 사

  연들이 많이 있다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선미니 청하니 하는 나라들에 동조하

  게 되었고, 그래서 현대에 들어와선 그 여섯나라들이 ‘카프로이스’에 대응하는 연맹

  체가 만들어진것이라오. ”

 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수지든 이정환이든 그네들은 어차피 머나먼 외계행성에서 온 이들. 아무리 이곳이 지구와 같으면서도 다른 평행우주의 유사지구 같은곳이라고 하지만 일단 한발자국 물러선 감정이 될 수밖에 없다. 허나 언론사 간부라고도 하는 집주인은 자기가 속해있는 나라의 현실에 대한 한계가 새삼 비분강개의 감정으로 용솟음쳤는지 약간의 열변을 좀 더 이어간다.

 “ 사실 따지고보면 우리 여섯나라는 고립된 처지나 마찬가지라오. 남서쪽으로는 ‘카

  프로이스’란 막장국가 – 비록 예전에 비해서는 세력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나 하

  나 – 가 그리고 북쪽에는 얼음제국이란 독재국가가 막고 있어서 그런식으로 고립된

  처지. 알렉스 대륙 남부지역 국가들과 교류하기엔 아무래도 카프로이스가 막고 있

  어 한계가 있고 패리스 대륙이니 마카스 대륙이니 하는 다른 대륙들은 바다건너 멀

  리 떨어져있단 말이오. 그런 상황에서 얼음제국과 카프로이스 사이에 놓인 ‘섬 아

  닌 섬’ 같은 형태. 그게 ‘6국연맹’ 여섯나라의 비슷한 운명이라고나 할까. ”

 “ ...... ”

 “ 게다가 더 고약한 것은 카프로이스와 얼음제국이 가면 갈수록 동맹관계가 되어가

  고 있다는 점이요. ”

 “ 카프로이스와 얼음제국이 동맹관계를 맺는다고요 ? ”

 얼음제국이 독재국가고 카프로이스는 막장국가. 그런 ‘나쁜나라’란 점에선 여하튼 두 나라의 공통점이 있어보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렇기로 굳이 두 나라가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는지. 그 점이 이해가 안 가서 수지가 물었고 집주인의 설명은 다시 이어졌다.

 “ 굳이 비교하자면 악어와 악어새 같은 그런 공존관계라고나 할까 ? 얼음제국은 추

  운땅이라 식량자원은 거의 나지 않는곳이지만 대신 그 지하에 무진장한 ‘지하광물’

  이 묻혀있을거란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있어왔소. 춥고 눈과 얼음뿐인 그런곳이지만

  그 눈과 얼음 밑에 무진장한 광물...특히 두리 행성의 현대에선 주요 에너지원이 되

  는 ‘주리’와 ‘모함석’이 얼음제국 지하에 무한정 매장되어 있을것이란 이야기가 오

  래전부터 있어왔소. ”

 “ 주리와 모함석이라니 ? 그게 뭔데요 ? ”

 “ 간단하게 설명하면 차량을 움직일수 있고 전기를 일으키게 할수도 있고...여하튼

  현대의 웬만한 기기나 운송,통신수단을 움직이려면 주요한 에너지원이 된다고 보면

  되오. 대체로 알렉스 남부나 마카스 대륙쪽에 주리와 모함석이 많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알렉스와 패리스 사이 큰 바다에도 주리와 모함석이 많이 매장되어 있

  을것이란 이야긴 오래전부터 있어왔소. - 그래서 아리수등 6국연맹은 주리나 모함

  석은 주로 알렉스 남부나 마카스에서 수입해왔지만 알렉스 서부 바다지역에서도 자

  체 개발을 하는 방법을 오래전부터 연구해왔다오. ”

 “ ...... ”

 “ 허나 불행하게도 ‘카프로이스’ 지역은 그런 지하광물이 거의 나지 않는 그런 지역

  이라오. 대신 평야지대가 많으니 식량자원은 그런대로 풍족하지만, 그대신 지하자원

  이 적은 카프로이스는 ‘얼음제국’의 광물이라도 수입해서 자신들의 에너지원을 삼으

  려 하고...헌데 기가막힌건 얼음제국은 실은 자신들의 정치범을 가둔 ‘얼음수용소’의

  수감자들을 이용 얼음제국의 지하자원을 캐게 하고 있소. - 실제 얼음수용소라 알

  려진 상당수가 오래전부터 그런 지하자원이 많이 매장되어 있을거라 추정되던곳이

  오. ”

 “ 아니, 세상에 어떻게 그런일이 ? ”

 얼음제국 수용소에는 탈출을 시도했거나 정권에 대한 불평불만을 터트리거나 외부정보를 유입하려한 이들이 갇혀있다고 했던가. 헌데 그런 정치범,수감자들을 강제노역을 시켜 지하광물을 캐게 한다는 것이다. 듣고보니 너무 기가막힌 이야기라 수지도 분노에 휩싸이는데 탄식을 하는 집주인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얼음제국과 카프로이스는 그렇게 서로의 필요에 의해 뭉친관계요. 얼음제국은 카

  프로이스의 식량자원이 필요하고 카프로이스는 얼음제국 지하에 묻혀있다는 지하광

  물과 에너지원이 필요하고. 그렇게 뭉쳐진 동맹관계지. 게다가 더 기가찬 것은 근

  래들어선 얼음제국이 자체적으로 패리스나 프라이즈 대륙 같은 나라들에 자체 생산

  한 광물들을 수출 그것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신무기 개발에 광분하고 있다오. 그

  신무기들이 조만간 우리 ‘6국동맹’에 위협이 될것이란 것은 불을보듯 뻔한일. 그러

  니 이래저래 6국동맹은 지리적으로 매우 불리한 상황에 있소. ”

 ‘아리수’란 나라가 무슨 지상천국쯤 되는 곳이라 지레짐작하거나 한적은 없지만 그래도 막연히 지구의 자신들이 살던 대한민국의 처지보단 좀 낫지 않나 막연히 그런 기대 정도는 했었다. 헌데 집주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쯤되면 상황이 더 열악하면 열악하지 딱히 나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 이런 불리한 입지조건의 나라들이 나름 경제성장도 하고 민주화도 정착시켰다는게 신기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 다만 집주인은 집주인 나름대로 그래도 아리수가 잇점이 좀 있는지 그걸 또 자랑스레 늘어놓는다.

 “ 다만 아리수가 좀 다행인 것은 – 이건 선미니 청하니 하는 나라들도 다 비슷한

  처지겠지만...아무래도 ‘카프로이스’는 경제사정이 열악하다보니 취업이나 결혼 기

  타등등의 이유로 다른나라로 이주를 하려는 젊은 여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소.

 ”

 “ 젊은 여자들이 이주를 해온다구요 ? ”

 “ 우리집에서 일하며 카프로이스 출신의 나보다 열일곱살 어린 아내를 보지 않았

  나 ? 사실 이런 경우가 아리수뿐만 아니라 카프로이스 주변의 다른 이웃국가에

  많이 있다오. 대개는 카프로이스에서 워낙 경제사정이 열악한 그런집안의 여자들

  이 가난과 배고픔이라도 좀 면해보고자 이웃 나라의 돈많고 나이많은 남자를 배우

  자로 선택하려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오. ”

 수지는 순간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해서 씁쓸히 웃는다. 집주인의 설명은 좀 더 이어진다.

 “ ‘얼음제국’과 ‘카프로이스’의 아주 간단한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요. 얼음제국은 아

  예 탈출 자체가 불법인 나라라면 카프로이스는 그나마 ‘합법적 탈출’은 가능한 나

  라다 그 말이오. 카프로이스는 그래도 외국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경우엔 쿨하게

  그 나라 가서 살게 놓아준다오. 그러다보니 경제사정이 열악한 카프로이스의 여자

  들은 주변국가의 돈많은 남자라도 배우자로 선택 카프로이스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곤 한다오. 그러다보니 대개는 돈도 좀 있고 직업도 좀 잘나가는 직종에 있는 그

  런 나이많은 남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혹시 나이어린 외국여자를 데리고

  사는 날 보고 수지씨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아리수에 좀 잘 나가

  는 남자들중에 나같은 사례는 이미 부지기수니 나만보고 뭐라고 할건 못 돼요. ”

 어찌되었거나 나이 40이 넘어서 나이어린 외국여자와 결혼 아이까지 낳은 자신의 모습이 쑥스럽기도 한지 집주인은 얼굴을 살짝 붉히기까지 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하루는 정환이 한밤중에 혼자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수지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 뭐하고 계셨어요 지금 ? ”

 “ 그냥 뭐...책보고 있었어요. ”

 ‘알렉스 4대기서’중 하나에 해당되는 ‘열국지’ 일부를 얼마전 구입했다더니 그걸 읽어보고 있던중인 정환. 그래서 수지가 묻는다.

 “ 재미있어요 그 책 ? ”

 “ 뭐...그럭저럭요... ”

 공연히 무안해져서일까. 아니면 수지의 물음이 살짝 비꼬는것처럼 들려서일까. 정환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와같이 얼버무리듯 답하는데, 아니나다를까. 수지의 말이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 그래서, 우리가 알바등으로 번 돈으로 고작 그 소설책이나 사고 있었던거에요 ? “

 얼마전에 다래도 그런 잔소리를 하더니 수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난처해진 정환의 말이 이어진다.

 “ 아휴, 그리고...전 밤에 혼자 방에 있게 되잖아요. 그러니...여자분들은 세분이 함

  께 방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지만...전 혼자 있으니까 심심해서 겸사겸사 구입한거

  에요. 그 정도도 이해 못해줘요 ? ”

 “ 심심하면 그럼 저희방 들어와서 노세요. ”

 “ 아휴, 밤에 여자들만 있는 방에 어떻게 들어가요 ? 제가 그렇게까지 몰지각한 사

  람인줄 알았어요 ? ”

 그와같이 말하며 거듭 난처한 표정을 짓는 정환. 그런 정환을 보며 수지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그러지말고 방으로 좀 오세요. ”

 “ 네에 ? ”

 “ 할 이야기가 있으니 방으로 잠깐 오시라구요. ”

 무슨 중요한 이야기가 있나 싶어 수지를 따라 여자들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다래,예림등이 모두 옹기종기 모여앉아있는데 그 자리에 정환까지 함께하게 된 가운데 수진이 운을 뗀다.

 “ 실은 앞으로의 일을 좀 의논하고 싶어서 다시 좀 모이라고 한 거에요. ”

 “ 이미 다 결론난 이야기 아닌가요 ? 그런데 무슨 이야길 또 해요 ? ”

 어차피 지구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 이상 이 행성에 정착할 수밖에 없다는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던 네 사람. 헌데 애초에 이정환은 ‘농사라도 지으며 살아가보자’는 제안을 했지만 어차피 지금이 겨울철이라 농사를 지을수는 없어 일단 다래,예림,수진등이 알바나 파출부일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헌데 이런식으로 사는 모습이 대체로 굳어져가는 분위기에서 무슨 이야기를 또 한단 말인가. 정환이 살짝 짜증이 나고 다래나 예림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수지가 다시금 입을 연다.

 “ 실은...잘하면 도움을 청할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해봤어요. ”

 “ 무슨 도움을...누구한테 청한다는 이야긴데요 ? ”

 다래가 수지의 말에 순간 귀가 번쩍 트이는듯한 표정으로 물어봤다. 애초 이 행성에 정착하는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때 가장 끝까지 결정을 못하던 다래가 아니던가. 그래도 이제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니 다래도 체념상태가 되었나 싶었는데 ‘도움을 청할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에 가장 먼저 반응이 나오는 그녀다. 일단 수지의 말이 이어진다.

 “ 실은 요즘 제가 파출부로 일하는곳 주인 아저씨가 알고보니 언론사 간부로 일하는

  아저씨더라구요. ”

 “ 그래서 뭘 어쩌자구요 ? 언론사 간부쯤 되니까 주위 아는 사람도 많을테고...그러

  니 혹시 이 행성 최고 과학자 정도 연락처는 알지 모르니 그런식으로 찾아가보기라

  도 하자는 소리에요 ? ”

 여자 3인방중 가장 막내인 예림이 오히려 더 짜증이 난다는 듯 나왔다. 셋중에 아주 나이가 어리지만 언론사 간부가 뭐하는 자리인지 정도도 모를만한 나이는 아닌 듯, 되려 수지의 발상이 그래서 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수지가 일단 그런 예림을 만류한다.

 “ 그러지말고 조금만 더 내 이야기를 들어봐요. 어쨌든 지금 당장 무슨 해결방법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

 “ 이것보세요 신수지씨. ”

 허나 이번에 다시 이의를 제기하고 나온 것은 이정환이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정신차리세요 신수지씨. 제가 그 도문계 교수라는이한테서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이

  행성에서 우주과학 발달 수준은 그저...이웃 행성에 탐사선이나 보내보자는 그 정도

  수준이에요. 아셨어요 ? 지구로 치면 한 화성이나 금성쯤 되는데 그것도 탐사선을

  보내는 그 정도 수준인거에요. 지금 그리고 그런 지구로 치면 화성쯤 되는 이웃행

  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문제로 ‘우주개발법’인가 뭔가가 대선이슈가 되어있는 수준인

  건데 무슨... ”

 그 정도 수준이면 정말 이 행성에 도우너쯤 되는 괴짜 천문학 매니아라도 천행으로 만나게 되면 모를까, 20광년 떨어져 있거나 아니면 어떤 4차원 공간 같은곳을 통해 잘못 떨어진 평행우주속 유사지구일수도 있는 이곳에서 다시 자신들이 지구로 돌아갈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더더욱 어림없는 일이다. 겨우 이웃행성에 탐사선을 보내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대선관련 뜨거운 이슈가 되는 그런 행성이고 그런 나라라면 그 이상 기대할 것도 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정환이 더더욱 절망스럽고 수지의 제안이 더 어이없다는 듯 나온것인데 허나 수지는 새삼 굽히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이어 말한다.

 “ 그러지말고...지푸라기같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한번 잡아보자는거죠. 그게 정말 체

  념상태가 되어 이 아는사람 하나 없는 외계행성에서 그냥 우리끼리 농사나 짓고 파

  출부일이나 하면서 그걸로 생계수단이나 삼다 죽어갈수는 없는일이잖아요 ? 안 그

  래요 ? ”

 “ 에휴, 모르겠어요 나는. ”

 셋중에 가장 막내인 고예림은 복잡한 생각 같은 것은 하는 것이 딱 질색인 성격인 듯 오히려 ‘지구로 돌아갈수 있는 방법’을 언급하자 가장 눈과 귀가 번쩍 트이는듯한 반응을 보였던 다래와는 달리 바로 손을 내젓는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그냥 진짜 체념하고 살래요. 어차피...그렇게 적당히 정체

  숨기고 비정규직 알바 같은거라도 하면서 버텨보니...뭐 그런대로 버티지 못할 것도

  없더라구요. 그래서...‘그래, 뭐 어떻게든 이렇게라도 살아보자’ 겨우 그 생각 하던

  중이었는데 무슨,.. ”

 “ ...... ”

 “ 게다가 우린 이 행성...이 아리수인가 뭔가 하는 나라에서 투표권도 없는 몸이에요

  . 신분증은 더더욱 없고 그런 우리가 이 아리수에서 무슨 우주개발법이 대선이슈가

  되든 뭐가되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에요 ? 그러니 그런 어이없는 이야기로 공

  연히 더 사람 헷갈리게 하지나 말아줘요. ”

 실제 아리수의 대선날짜가 가까워져오고 있음인지 인근 거리에는 이미 대선후보 현수막이나 포스터가 곳곳에 나부끼고 있기도 했고 선거유세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이들도 그동안 몇 번 목격하기도 했다. 허나 어차피 애초부터 이 행성이나 아리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외계인’이고 투표권도 없는 마당에 그런게 무슨 상관이고 소용이랴. 그저 ‘이 유사지구에서도 선거는 치르긴 치르나보다’ 그 정도 생각만 하고 있을뿐 크게 관심을 갖거나 하진 않았다. 헌데 수지가 새삼 – 그것도 이정환이 도문계 교수라는 사람에게서 들은 – 이 아리수의 올해 대선이슈라는 ‘우주개발법’이란것까지 언급하며 이와같이 나오고 있고, 허나 네사람중 가장 나이가 많아 졸지에 리더아닌 리더 행세를 해온 정환이 다음과 같이 잘라말한다.

 “ 뭐 이래저래 현명한 방식은 못 되는 것 같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외계인이

  란 사실을 결국 밝혀야 한다는 점 때문에라도 현명한 방안은 못돼요. 게다가 선거

  도 다가오는 시점에 그런 언론사 간부를 만나 ‘외계인’이란 사실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한다 ? 아이구...상상만해도 일이 더 어떤 엉뚱한 방향으로 튈지몰라 상상만해

  도 끔찍하네요. ”

 “ 하지만 정환씨... ”

 “ 거듭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외계인이란 정체 숨기고 조용히 생계는 유지해가며 살

  아가는...그 이상 다른 대안은 없어요. 그냥 애초부터 우리가 선택한 운명이니 숙명

  으로 받아들이자구요. 애초부터 우리가 도우너의 우주선을 탔을 때 누가 강요한거

  아니잖아요. 아닌말로 내키지 않았으면 출발 직전에리도 그때 우주선에서 내릴수

  있었어요. 헌데 그땐 다 같이 단지 ‘20광년 떨어진 항성계를 여행하고 돌아온다’는

  그 말에 다들 들떠서 우주선을 탔던건데...처음부터 우리가 자의적으로 한 선택이고

  따라서 지금 누굴 원망할수도 없어요. 이후 이런 돌발상황이 벌어지리라고까지 예

  견 못한건 도우너 그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구요. 그러

  니... ”

 “ ...... ”

 “ 어쨌든 지금으로선 이 행성에 떨어지게된 우리 운명에 순응하면서 적응하며 살아

  가도록 하자구요. 지금으로선 그 이상 다른 최선의 방법이 없어요. ”



- 8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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