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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여자친구 엄지 (9.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 혜정아... ”

 혜정이 윤석과 함께 갇혀있는 지하방에 잠시후 들어선 사람은 놀랍게도 혜정의 아버지 지연태였다. 두 사람으로선 모두 충격을 받지 않을수 없는일.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지연태는 대진교의 신자도 아니고 별다른 인연도 – 딸 문제를 항의하러 대진교를 한번 찾아갔던 것 정도를 제외하면 – 없는 사람인데 그런 그가 여기 왜 나타난다는 말인가. 일단 연태는 막상 그렇게 딸을 그것도 딸이 사귄다는 나이어린 남자와 한자리에 있는 모습으로 마주하게 되었다는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바탕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그리고나서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는 침착하게 혜정에게 말을 건넨다.

 “ 대체 너 이게 무슨꼴이냐 ? ”

 “ 아빠...그보다 아빤 어떻게 된거에요 ? 대체 아빠가 왜 여기에 ? ”

 궁금함에 바로 그와같이 묻는 혜정을 보고 연태는 제법 엄격함과 위엄을 되찾으며 딸에게 꾸짖듯 말했다.

 “ 여러소리 할것없어. 다른생각 하지 말고 여기 이 오윤석인지 뭔지하는 녀석과 헤

  어지겠다는것만 분명히 말해라. ”

 “ 아빠... ”

 그 무슨 당치도 않은 소리냐는 듯 혜정은 바로 항변이라도 하려드는데 허나 그런 딸을 보며 연태는 오히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내가 이미 저분들한테 이야긴 잘 해 놓았으니 너나 이 학생(윤석)에게 신체적 위

  해를 가한다거나 그러는일은 없을게다. 하지만 니가 이 학생 – 오윤석인지 뭔지 하

  는 녀석... - 과 헤어지겠다는 말을 확실히 하기 전까진 두 번다시 이 방에서 못 나

  오는줄 알거라. ”

 윤석과 혜정을 찾아내 봉고차에 태워 데려오면서 준식도 그와같이 말하지 않았던가. 지금 이와같은 상황이 사실상 혜정의 아버지도 절반정도 묵인 내지 동의하는 상황에서 벌인 일이라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애초 딸이 다시 집을 나가자 대진교를 찾아가 딸을 제발 찾아달라며 간곡히 부탁하고 애원하다시피 했던게 바로 다름아닌 혜정의 아버지 지연태였다. 따라서 다른문제는 몰라도 적어도 혜정과 윤석을 갈라놓아야겠다는 점 만큼은 연태와 종단측의 생각이 같을 수밖에 없는법. 따라서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어느정도 연합전선이 세워져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야말로 혜정과 윤석은 이들 두 사람 외엔 거의 동조자가 없다고 봐야할판. 그런 상황에서 연태는 오윤석에게도 거듭 꾸짖듯이 한마디 한다.

 “ 거 듣자하니 자네 어머니도 혼절까지 하셨다면서 ? 그러니 대체 그게 무슨 불효

  막심한짓이야 ? 도대체가...그것도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가 혼자 자네 하나만 보며

  고생하며 키워오셨다는데...그런 어머니한테 보답은 해드리지 못할망정 대체 이게

  무슨 꼴이냐구 ? ”

 “ 저희 어머닌 혼절하신게 아니라 자해하신거라구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셨던

  거라니까요 !!! ”

 적어도 그 부분만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하고 넘어가고 싶어서인지 윤석은 예하 그 당찬 태도로 그와같이 말하고 있고 허나 연태는 그런 윤석을 보면서도 다시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그게 그거지 뭐가 달라 ? 어쨌든 너희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벌이니까

  다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 아냐 ? 근데 자해를 했든 혼절을 했든 그 차이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 ? 애초에 너희가 이런 황망한짓을 벌이지 않았으면 이 난리가 대체

  왜 벌어지냐구 ? 엥이...쯧쯧...도대체가 철없는것도 어느 정도라야말이지. ”

 연태는 생각하니 더더욱 분하고 화가나서 가슴을 치며 탄식을 하고 있었고, 그리고 혜정에게는 다시금 한마디 한다.

 “ 혜정이 너도 그렇지...조용히 유학이나 떠나라고 헀더니...그렇게 조용히 끝낼수 있

  는일을 왜 이 난리가 벌어지게 만드냐고 ? 정말이지 갈수록 하는짓이 정말... ”
“ 저 유학 안간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제가 대체 난데없이 디자인 공부

  를 왜 해요 ? 원래 그런데 관심도 없었던데가...딱히 그림그리는 실력이 있는것도

  아닌데... ”

 “ 저...저...말버르장머리 하고는 하여튼... ”

 연태는 딸이나 윤석과는 더 이야기해봤자 소용없다는 판단을 했는지 다시금 절망적으로 고개를 흔들고는 두 사람이 있는 지하방을 나왔다. 잠시후 혜정과 윤석이 지하방에 갇혀있는 2층집엔 대진교의 법사와 순도사가 한자리에 모인 임시 대책회의가 다시금 열렸는데 그 자리에는 이 사건 당사자들과 관련이 있는(혜정의 아버지) 지연태도 그 자격으로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 순도사(殉道師)에서 ‘순도’는 기독교의 순교(殉敎)와 비슷한 의미 – 중요한건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들을 ‘순도사’로 부르고 있다는거다. -.- 순도사는 내가 있을 때 대략 5-6명정도가 있었고 나이는 50-70대 정도의 나이많은 사람들이었음. 그리고 그런 문제는 여기선 굳이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는 없으니 이 정도로만 설명하고 넘어갑니다.)

 “ 일단 전 딸자식 키우는 애비로서 자식 간수를 잘 못했다는 점을 거듭 사과드립니

  다. 본의아니게 이런곳에 누를 끼치게 된 것 저도 면목이 없습니다. 그 점은 진심

  으로 사과드립니다. ”

 지연태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팔자에도 없이 이런 군소규모 신흥종교단체 지도부급 인사들의 대책회의에 동석하게 되기까지 했으니 이런 기가막힌일이 어디 있겠는가. 여하튼 연태로선 사태가 더 크고 복잡하게 꼬이지 않고 가급적 원만하게 해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신의 생각을 대진교 법사,순도사들에게 간곡하게 이야기한다.

 “ 저로선 그저 딸이 그 오윤석인가 뭔가하는 학생과 속히 헤어지도록 확답을 받아내

  고 그리고 저희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그 바램뿐입니다. 그리고 그 오윤석인가 하는

  학생도 어서 자기 부모 곁으로 돌아가야죠. - 뭐 그 학생은 홀어머니 한분밖에 안

  계신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 그 이상은 저도 더 바랠것이 없습니다. ”

 연태는 일단 고등학교는 졸업한 상태인 오윤석을 여전히 ‘학생’이라 부르고 있었다. 물론 만약 윤석이 정상적으로 대학에 들어갔다면 지금쯤 대학생의 신분이거나 그러지 않더라도 재수생의 신분 정도일테고 나이도 아직 만 20세를 넘기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그런 문제보다는 여전히 윤석을 나이어린 학생으로 보고있다는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여하튼 다른 문제는 몰라도 윤석과 혜정을 갈라서게 해야겠다는 점만은 대진교 종단 관계자들과 지연태와 확실하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것이니 적어도 그 부분은 연태가 대진교측의 협조를 거듭 바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신체적 위해는 가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와 함께, 그러나 두 사람이 종단 지도부 앞에서 ‘헤어지겠다’는 각서라도 써내지 않는한 두 사람을 이 집의 지하방에서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만큼은 오히려 지연태가 더 강해보일 지경이다. 실제 종단 지도부 대책회의(법사와 순도사들 회의)에서도 혜정과 윤석에게 헤어지겠다는 각서와 확답을 받아낸뒤 두 사람을 각자의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로 가고 있었다.





 일단 지연태는 집으로 돌려보내고 법사와 순도사 회의도 해산이 된뒤 다만 그중 두어명만이 아직 이 집에 남아서 윤석과 혜정을 다시 불러내었다. 어쨌든 두 사람을 다시한번 설득을 해보려는 의도였는데, 50대 중반의 순도사들중에선 상대적으로 젊은편에 해당하는(순도사들의 연령대가 보통 50-70대)이 한명이 차분하게 일단 두 사람에게 말을 건네보았다.

 “ 너희들 진짜 앞으로 어쩌러구 그려냐 ? ”

 “ 무슨말을 하고 싶으신건지 모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희 생각은 변함없어요. 저

  희 안 헤어져요. 아니 못헤어져요 !!! ”

 오윤석이 다시금 당당한 어조로 말했고 그 기세에 되려 혜정이 다 당혹스러워질 지경이다. 아무리 말을해도 소용없음을 깨닫게되자 순도사의 눈빛에선 결국 노기까지 치민다.

 “ 너희들 진짜...너희들이 지금 우리 종단 이미지에 얼마나 먹칠을 하고 있는건지 알

  기나 해 ? 정말 성질같아선 어디 영월이나 창원회관에 처박아놓고 ‘300일 참회기선

  ’이라도 시키고픈 심정이구만... ”

 사실 윤석과 혜정의 문제는 막상 종단 입장에선 처리할만한 합리적인 방도가 없다는게 한계라면 한계였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인위적으로 떼어놓으려 한다고 한들 그게 쉽지 않다는것만 새삼 깨닫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 허나 세상의 남녀관계를 보면 신분상의 문제든 정치적인 문제든 종교적인 문제든 경제적인 문제든 기타 여타의 이유로 주위에서 특히 힘이나 권력을 이용 강제로 떼어놓는 사례를 얼마든지 더 많이 찾아볼수가 있다. - 아닌말로 이 두 사람에게 진짜 신체적 위해를 가하려 했다가는 자칫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이비종교’가 될 판이고, 그러다고 윤석이나 혜정이 지금 법에 어긋나는일을 하고 있는것도 아니니 사법적 절차에 맡길 방도도 없다. 그나마 종단의 법도대로 처리할수 있는 방법이 소위 ‘참회기선’을 하는 방식으로 산골에 있는 ‘회관’에 100일이든 300일이든 날짜를 정해 그곳에서 지내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단 두 사람 모두 더 이상 종단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마음은 이미 종단을 떠난 상태인 사람이며 성직자도 아닌 일반 신자이니만큼 그런식의 ‘종교적 처벌’ 방식도 명분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100일 참회니 300일 참회니 하는 방식도 그다지 뾰족한 방도가 되지 못한다. 사실 종단에는 모두 12곳의 회관이 있고 이중 서울,부산,광주,대구등 도시지역 회관은 대개 도시 주택가나 상가건물을 빌려 운영하고 있었고 ‘산골’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래야 영월과 창원 두곳 정도였다. (* 창원회관의 경우 현 창원광역시의 전신인 마산과 창원 중간지대쯤에 있는 농촌마을 산간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옥천회관도 시골이긴 하지만 그곳도 민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이라 만약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외부로 연락을 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니 가령 무슨 100일참회든 300일참회든 어느 산골회관에 들여보내 ‘참회기선’을 시키면서 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정리하게 하는것도 우선 장소선정이 쉽지 않았다. 일단 그런 ‘참회기선’을 시킬수 있는 산골지역이 영월과 창원 두곳밖에 안되는게 근본적 한계다. 이쯤되면 서로를 떼어놓는다 한들 상대가 있는곳이 어딘지는 뻔히 아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 - 아닌말로 한밤중에 은밀히 전화통화라도 할수 있는일이고 – 그렇게되면 100일참회든 300일참회든 두 사람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놓아 마음이 멀어지게 하는 것이 별 효과가 없게된다. - 그런 상황이라면 – 서로 어디있는지 지역과 위치를 뻔히알고 밤에 전화통화라도 가능하다면 – 300일이 아니리 500일 참회기선을 시킨들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결국 그나마 차선으로 논의된 방안이 지혜정은 일단 그 집안에서 유학을 보내는 방안이 논의된바 있다고 하니 지혜정만 그 부모에게 돌려보내고 윤석은 윤석대로 그 엄마인 백승주에게 양해를 구해 영월이든 창원이든 시골로 보내 그곳에서 100일참회든 300일참회든 ‘참회기선’을 하도록 하는게 그나마 차선책 정도로 논의될 수 있는 방안이었다. - 막말로 고대 이집트 사회마냥 당사자둘을 산채로 불에태워 죽일수도 없는일이고 -.- - 백승주도 현재는 더 이상 종단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일단 한때 신도이기도 했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청년사든 누구든 직접 만나서 말로 잘 설득하면 승낙은 얻을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종단 법사-순도사 회의가 언제까지 이 두사람의 문제로 시간과 정력을 허비할 수는 없는일이니 그래서라도 두 사람 문제는 가급적 너무 시간을 끌지 않고 빨리 결론을 내려했다. - 대진교의 법사-순도사 회의는 종단의 주요 업무나 현안등을 논의하는 지도부급의 연석회의 형식이다. - 대진교의 법사들은 대개 각 회관의 ‘회관장’이나 총무원(불교의 ‘총무원’ 기능과 같다)의 각 부서 부장(副長)들을 맡고 있다. - 총무원 부서는 기구표상엔 모두 12개의 부서가 있지만 그 부서들이 모두 설치되어 있는것도 아니고 실제 실무를 집행하는 부서는 총무부,재무부,교화부(교화는 기독교의 전도, 불교의 포교와 비슷),청년부등 6-7개 부서 정도다. 따라서 아무리 군소규모 종교단체라고 해도 이런 법사-순도사 회의때 처리해야하는 안건은 보통 열건 안팎정도에 이른다. 따라서 다른 중요한 문제들도 많은데 오윤석과 지혜정 문제에만 언제까지 매달려 있을수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일단 두 사람에게서 정히 ‘헤어지겠다’는 확답이나 각서를 받아내기 어려우면 차라리 지혜정은 제 부모한테 돌려보내 그쪽에서 유학을 보내든 어떻게 하든 알아서 그 집안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오윤석만 그 어머니에게 잘 말해 영월이든 창원이든 보내 ‘300일 참회기선’을 시키는 것으로 차선의 방안이 사실상의 결론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일단 법사-순도사 회의는 조만간 다른 처리해야하는 주요한 안건들과 함께 다시 열기로 하고 그날의 회의는 그런식으로 해산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대진교 한 법사의 자택이기도 한 2층집 지하방에 갇힌 상태가 된 윤석과 혜정. 그런 상황에서 윤석이 혜정에게 말을 건넨다.

 “ 누나...좀 괜찮아요. ”

 “ 난...괜찮아. ”

 사실 며칠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말할 기운은 있는지 그와같이 답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간밤에 마신 술이 채 깨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른아침에 붙잡혀온 혜정이 아닌가. - 물론 갇혀있는 동안에 아주 두 사람을 굶긴 것은 아니고 마실 음료와 요기정도는 할 수 있는 소량의 간식 정도는 넣어주긴 했다. 허나 여하튼 제대로 된 식사한번 못해본지 어느덧 한 3-4일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기력도 많이 쇠잔해있는 두 사람인데, 그런 상태에서 윤석이 다시 혜정에게 말한다.

 “ 누나...저 다른건 몰라도...누나에 대한 제 마음만은 아직 변하지 않았어요. ”

 “ 그러니 윤석아... ”

 “ 말했잖아요. 누나 만약 정히 세상이 우리 사이를 인정하지 않거든 세상이 우리를

  인정하지 않거든... ”

 “ ...... ”

 “ 차라리 우리 둘끼리 어디 멀리 떠나던가 아니면... ”

 윤석은 정말 이대로 지혜정을 위해서만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걸기로 작정한것일까. 사뭇 굳은 결의라도 하는 듯 결기어린 표정이 된 윤석은 그러면서 말을 이어간다.

 “ 아니면 차라리 우리가 세상을 이해시키기로 해요. 우리의 사랑 그냥 이해하고 인

  정해달라고요. 그렇게 하기로 해요 누나. ”

 “ 윤석아... ”

 다른건 몰라도 윤석이 그만큼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굳은 결심이 변함이 없다는것에 혜정은 거듭 감동하고 있다. 그 바람에 그만 울음까지 터지고 윤석이 그런 지혜정을 달래고 있다.

 다음날 아침. 이 집 주인인 법사가 준식을 불렀다. 사실 준식은 이때 종단산하 문화재단 간사로 있기 때문에 그 일을 하기위해 재단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하는 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윤석과 혜정을 감시하는 일을 법사님 댁에서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날이 밝자마자 법사님의 호출을 받고 준식이 들어왔다.

 “ 준석아, 지하방에 내려가서 그 아이들 깨워라. ”

 “ 지금요 법사님 ? ”

 “ 어쨌든 아침이니 뭐라도 먹여야할 것 아니나. 그러고보니 여기까지 데려와서 지금

  껏 제대로 먹이지도 못했는데...깨죽이라도 쑤어먹이게 둘 다 깨워. ”

 “ 네, 법사님. ”

 법사님의 명을 받들어 준식이 지하방으로 내려가보았는데 처음엔 방문이 그냥 닫혀있어서 별다른 의심없이 문을 열어보았다. 순간 준식은 ‘간밤에 내가 문을 잠궜나, 안 잠궜나’ 좀 의아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일단 열쇠로 문을 열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방문이 그냥 열렸다. 그리고 준식은 이내 곧 방안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였다.

 “ 법사님, 법사님 큰일났어요!!! ”

 두 사람이 다 사라져버린 준식이 휘둥그래 놀라서 부리나케 법사님 방으로 달려갔고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 뭐야, 무슨일이야 ? ”

 “ 오윤석과 지혜정 둘 다 탈출했나봐요. 지금 방에 아무도 없어요. ”

 “ 뭐...뭐...뭐라구 ? ”

 원래 한밤중엔 행여 두 사람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밖에서 문을 걸어잠굴수 있도록 조치를 해놓았었는데 준식이 혹시 그것을 간밤에 착각을 한 것일까. 여하튼 밖에서 잠궈놓았어야할 방문을 누군가가 그냥 방치해놓은 것이 분명한데 그런 상황에서 아침에 일어나 아무생각없이 문을 열어보니 두 사람이 다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혜정과 윤석은 방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밤늦게라도 확인한뒤 필사적으로 빠져나간 것이 분명해보였다.





 “ 청년사...청년사님...지는 그저 지금 확 죽어버리고픈 그런 심정이구먼유. ”

 윤석의 어머니 승주가 얼마후 다시 청년사를 만난 자리에서 그와같이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애초 종단측에서 혜정과 윤석문제를 해결하려고 차선책으로 생각해둔 대안이 일단 혜정은 집으로 돌려보내 그녀의 문제는 유학을 보내든 뭘하든 거기서 알아서 하라고 하고 윤석의 경우엔 그 어머니한테 말을 잘 한뒤 영월이든 어디든 참회기도를 보낼 그럴 생각이 아니었던가. 헌데 참회기선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그런 것을 계획해놓은게 아무 의미없이 윤석이 다시 혜정과 그 집에서마저 탈출해버렸으니 이제 어쩌면 좋은가. 종단에선 일단 다시금 두 사람의 행방을 찾아보려 했지만 이번엔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상황이 더더욱 절망스러운 가운데 윤석의 어머니 승주는 서울회관 청년사라도 만나 이렇게 자신의 처지와 심정을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 승주부인...미안하네요. 제가 다 면목이 없어요. ”

 청년사는 여전히 그녀가 대진교 집회에 참석할때의 호칭 그대로 ‘승주부인’이라 부르고 있지만 지금은 그녀 역시 대진교에 발걸음을 하지 않은지 오래된 터. 그래서인지 다시금 손을 내저으며 자신의 울분만을 한껏 털어놓을뿐이다.

 “ 정말이지 내 지난 20년 인생...아니 그뿐만 아니라 그애 낳기전까지의 인생까지

  포함에 정말 50년 가까운 내 인생이 뭘 위해 살았나 허망해질 지경이구먼유. 세상

  에 대체 지처럼 박복하고 지처럼 서럽고 허무한 인생이 세상에 또 어딨대유... ”

 어쨌든 젊은시절 남편을 여의고 하나있는 아들 하나만을 지금까지 보며 살아온 백승주 여사. 바로 그렇게 힘든가운데서도 귀히키운 아들이 좋은대학가서 출세하는것만을 생의 유일한 낙이자 희망을 삼고 지금껏 살아온 여인이 아닌가. 헌데 그렇게 키운 아들이 대학은 고사하고라도 이 난리를 치며 엄청난 일을 벌였으니 이 일을 대체 어쩌면 좋은가. 정말이지 이런 일을 겪은 어미의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힘들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승주는 지금 참담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 사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들일수록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더욱 각별하다는데, 그런점을 생각해보면 오윤석의 이런 행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든면이 있는게 사실이다.

 “ 세상에...솔직히 내가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그 애까지 데리고 회관에 나갔던 것

  도 그저...그 힘들게 살면서도...어디 좀 정말 우리애 잘되게 빌만한데가 없나...그

  (신에게) 빌만한곳 찾아서...그래도 OO식당에서 일할 때 알고지내던 언니가 뭐 그

  런 종교가 있다고 해서 – 뭐 지야 원래 교회고 절이고 그전까진 별 관심 없던 그

  런 사람이기도 했지먼유 – 그냥 좀 뭔가 새로운 희망이나 찾아보고 싶은 마음에

  찾아갔던건데...근데 거기서...근데 거기서 윤석이 그것이...세상에 그 여우같은 것

  에 홀려...이렇게 엉망으로 망가져버렸으니...아이구 내신세야~~~!!! 아이구 내팔자

  야~~~!!! ”

 바로 그렇게 원래는 종교나 신앙생활 같은데 별 관심이 없던 그녀였지만 그렇게 힘들게 아들하나를 키우며 심리적으로 지친면도 있었고, 그런 가운데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삶의 위안이라도 삼아보고자 – 마침 그때 식당에서 일하던 아는 동료언니가 그런 종교단체에서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서 – 그래서 아들인 윤석까지 데리고 그런 종교 집회에 참석까지 했던 승주가 아니던가. 허나 차츰 무슨 후천개벽이니 미륵이니 이런말을 자꾸 지껄이는 종단에 아무래도 꺼림칙한 생각이 들어 처음 애초에 승주에게 그 종교를 소개했던 식당동료 언니가 발길을 끊었고 자연스레 뒤를이어 승주도 발길을 끊었다. 헌데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계속 청운집회에 참석하던 승주의 아들 윤석이 뜻밖에 거기서 만난 다섯 살연상의 여인과 이런 엄청난 일을 벌였으니 정말이지 그 어머니 된 이의 심정은 억장이 무너지고도 남을 그럴일일 것이다. 정말이지 일이 대체 어디서부터 근본적으로 꼬인것인지 수없이 회고하고 복기해봐도 애초에 자신이 그런 언니를 따라 그런 종단에 나가기 시작한데서부터 잘못된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그만 다니는데도 아이가 계속 다니는 것을 말리지 않고 방관한게 잘못인것인지 아니면 되려 역으로 자신이 어쨌든 아이 대학가고 출세해야한다는 그 집념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아이에게 그것이 압박으로 작용 – 하지만 승주는 자신이 딱히 그런문제로 아들에게 부담을 준 일까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 하여 이런 역효과가 난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인지 알 수 없어 승주는 거듭 답답한 가슴만을 쳐댈뿐이다.

 “ 윤석아~~~!!! 아이고 이 천하의 불효막심한것아~~~!!! ”

 그렇게 말없이 혜정과 다시한번 사라져버린 아들로 인해 승주는 그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허망하게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대성통곡만을 할 뿐이다.

 

 “ 이제 더 이상 너희들에게 여동생은 없다. ”

 한편 그 무렵 연태는 자신의 세 아들 종호,종석,종수를 모두불러 식사자리를 가지며 그와같이 통보라도 하듯 말했다. 사실 이때 연태의 세 아들은 모두 결혼을해서 각기 따로 나가 살고 있었기 때문에 집안에서 특히 막내동생 혜정에게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것인지는 전혀 알지못했다. 근본적으로 연태나 그 아내 순규나 뭐 자랑거리라고 이런일을 그것도 혜정에겐 오빠가 되는 자기 아들들에게 시시콜콜 말할 이유가 없을 것 아닌가. 게다가 어쨌든 연태네 집안도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일정부분 지위와 명예가 있는 집안. 그런 집안의 대외적 이미지가 흐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겐 더더욱 쉬쉬할 수밖에 없는법. 따라서 딸 혜정의 문제는 적어도 연태부부 이외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연태는 아예 딸의 흔적을 지우려는 작업을 하고있는 것이다.

 “ 아예 정말 호적에서 파버릴 생각이니 너희도 그렇게 알고 있거라. 알았어 ? 앞으

  로 너희에겐 그저 지금 이 자리 종호,종석,종수 너희 3형제만 존재할뿐 너희 밑에

  혜정이가 되었든 뭐가 되었던 그런 동생은 없는거야. 무슨말인지 알겠냐 ? 이제 이

  지연태에게 자녀는 여기있는 너희 아들 3형제 그게 전부란말이다. 알았어 ? ”

 실제 ‘호적에서 파내버린다’는 개념이 아직 존재하던 시절이니 연태는 실제 그런 법적조치까지 할 기세로 나오고 있었다. 아들 셋은 그런 아버지의 위엄에 짓눌렸는지 별다른 이의제기도 의문도 제기하지 않은채 묵묵히 듣고 있는데 며느리 한명이 가까스로 시아버지에게 묻는다.

 “ 아버님, 대체 무슨일이신건데요 ? 아가씨한테 대체 무슨일이 있었기에 그러세요

  ? ”

 “ 아가씨라니 ? 누가 아가씨야 ? 지금까지 내가 한 말 뭘로 들었어 ? 이제 이 애비

  에게 아들은 여기있는 너희 셋이 전부라고 한거 못 들었니 ? 거듭 말하지만 이제

  이 지연태에게 자녀이자 가족은 너희 아들 세명과 그리고 그 아들 셋이 각기 결혼

  한 며느리 그리고 너희 세 내외에게서 나온 내 손자,손녀들 그게 전부란 말이다.

  그 외에는 여동생이든 딸이든 다른 존재는 없는거야. 그래도 내 말뜻을 못알아 듣

  겠어 ? ”

 어차피 장남과 차남은 모두 이때는 결혼을 해서 따로 나가 살고 있었기 때문에 막내동생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나마 셋째 종수는 혜정이 대학 3-4학년일때는 아직 결혼하기 전이라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살고는 있었지만 종수도 그때까지는 혜정이 선자리에 두 번이나 나가지 않고 자리를 파투낸것만 알고 있을뿐 그 이상은 모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로부터 얼마후엔 종수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 그 연애에 한참 정신이 팔려 있을때라 동생의 일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막내동생 혜정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그렇게 연태는 나이 30대 후반에 보았던 막내딸의 일과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하고있는 것이다.


 지혜정이 강원도의 한 중소규모 도시에서 만삭의 몸으로 발견되었다는 목격담을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뒤 두명 이상의 복수의 청운회원 출신으로부터 전해 들을수가 있었다. 다만 그 지혜정이 그와같이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갖게된 상대남이 오윤석이 맞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물론 정황상 혜정에게 이후 다른 남자가 생겼을 가능성이 그리 많을 것 같진 않지만 여하튼 ‘혜정이 강원도 모 도시에서 만삭의 몸으로 있다’는 목격담을 두어명 정도에게서 들었을뿐 그 이후에도 이전에도 혜정과 윤석의 소식은 더 이상 들을수도 없고 들을 방법도 없는 상황이 되어있었다.

 많은 의문과 궁금증을 남긴채 혜정과 윤석의 일은 그런식으로 일단락되었다. 혜정과 윤석의 관계는 과연 정당화될수 있을까 ? 연상녀-연하남 커플문제는 둘째치고라도 고3이 낼모래였던 윤석이 대학 진학마저 포기하고 그와같은 행각을 벌인 것은 과연 잘했다고 볼수 있을까 ? 대학까지 포기하고 오직 자신의 사랑하는 한 여인을 위해서만 살겠다는 그의 맹세는 정당화될수 있는것일까 ? 자신만을 바라보며 사신 홀어머니에게까지 대못을 박고, 심지어 그 아들이 좋은대학가고 출세하는 것을 보는것만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한 그 어머니의 소망마저 배신한 아들의 행동은 정당화될수 있는것일까 ? 아니면 반대로 오히려 그렇게 아무리 남편잃고 여자혼자 아들키우며 혼자 살았기로 좋은대학 가서 출세해야한다는 중압감으로 아들을 짓누르고 부담을 주었던 어머니의 행동이 더 비난받아야 하는일일까 ? 또는 아무리 여러 가지로 힘든 환경이었기로 다섯 살이나 어린 고등학생과 그런 연애행각을 벌인 지혜정의 행동은 용납될수 있는것일까 ? 심지어 고3 수험생인 학생을 꾀어내어 그런 행각까지 벌이는 것은 과연 세상의 보편적인 상식이 이해해줄수 있는 일일까 ?

 또는 종교단체에서 만났더라도 이후의 만남이 그 종교단체와 관계없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만남이었다면 두 사람의 만남의 발단이 되었던 종단은 면죄부를 받을수 있는것일까 ? - 만약 그런 군소규모의 신흥종교단체가 아닌 교회나 성당,절에서 이런일이 벌어졌다면 어찌되었을까 ? 종교단체에서 남녀의 만남은 반드시 신앙적이어야만 하는것일까 ? 종교단체에서 만남이었다 하더라도 그 교제가 전혀 신앙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세속적이거나 심지어 퇴폐적이었다면 그 경우는 어찌 이해해야할수 있는것일까 ? 또는 신앙적 연애, 세속적 연애, 퇴폐적 연애 이와같은 기준은 누가 결정하고 누가 구분지을수 있는것일까.

 여하튼 수많은 의문거리와 과제를 남긴채 곡예사의 첫사랑과도 같았던 위험한 곡예였던 두 사람의 만남은 그런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후의 목격담이 ‘만삭으로 강원도 모 도시에서 발견되었다’가 사실상 최후의 증언이니 더 이상 이야기를 지어낼 방도도 없다. 두 사람이 어느 하늘아래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그저 그 당사자들에게는 다행스러운일. 세상에는 참 수없이 많은 사연과 수많은 만남과 이별 그리고 수많은 남녀간의 관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남녀들의 관계는 때로는 수많은 수수께끼 같은 문제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정녕 그것이 남녀간의 만남이요 인연인것일까.





 p.s : 소설속 남녀 주인공의 가족설정이나 가정환경은 그 당시 실제 있었던 사건

     과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꾸며낸 허구의 설정이니만큼 오해없기 바랍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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